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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강좌 “교육운동의 이해”를 수강하고

윤재균ㅣ 인천 부원초

겨울방학을 보람있게 보낼 방도를 찾던 중 전교조 홈페이지에 난 진보교육연구소 주관 “교육운동의 이해”라는 강좌 수강생 모집 광고를 보고 평소 관심을 갖고 있던 주제라 수강 신청을 하게 되었습니다. 주변 조합원들에게 이 결심을 이야기했더니 ‘그거 수강하면 엮이는 것 아니냐?’, ‘무슨 주제 자체가 그렇게 과격하냐?’ 등 별별 반응이 다 있었고 그다지 잘 하는 일은 아니라는 식의 이야기를 많이 들었었습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듣기를 잘 했다는 판단을 내렸고 소기의 성과를 거두었다고 자평하고 있습니다.

강좌는 서울 사직동에 있는 전교조 지회 사무실의 소강당 같은 곳에서 9일간 진행되었고 마지막 강의는 연구소 관계자들과 수강생이 함께 하는 엠티로 마무리를 지었습니다. 자본주의의 본질과 그 병폐에 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끔 해주신 사이버노동대학의 박승호 선생님, 더 이상 개천에서 용이 나지 않음을 다양한 데이터로 입증하신 민주노동당 정책보좌관님의 재생산이론, 한국 공교육 형성의 과정에서부터 현시기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의 문제점과 우리의 대응방안까지를 체계적으로 정리해서 강의해 주신 연구소의 여러 강사님들 한 분 한 분의 강의 모두가 다 인상 깊었고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교육 운동을 해나가야 하고 무엇을 더 고민해야 할지에 관해 사고의 지평을 넓혀주는 좋은 내용이었습니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강좌의 백미는 남양주에 있는 모 대학 수련원에서 진행된 마지막 강의 겸 엠티였습니다. 자기소개 자리에서 알게 된 수강생들의 면면은 참으로 다채로웠습니다. 초중등에 예비교사를 아울렀고 남녀노소가 고르게 분포되면서 경향 각지에서 다양한 교과를 가르치고 계신 선생님들이 다양한 고민과 관심사를 함께 터놓고 이야기하는 자리가 되었습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이 자리를 통해서 몸은 비록 늙어 가지만 그 기백은 여전히 씩씩한 선배들과 초롱한 눈망울로 난국을 헤쳐 나갈 길을 스스로 모색하는 당찬 후배들, 그리고 어찌할 바를 몰라 대안을 갈망하며 방황하는 저와 같은 사람을 인도하기 위해 시간과 정력을 쏟아 붓고 계신 연구원들이 많이 있다는 것에 안도했고 이분들이 계시기에 우리 운동의 앞날은 어둡지 않다는 전망을 갖게 되었습니다.

강좌를 마치고 돌아와서 읽는 신문 기사에선 그간 누누이 배워왔던 각종 신자유주의 정책들이 봇물처럼 쏟아져 나오고 있었습니다. 바우처는 자유수강권이라는 근사한 이름으로 둔갑했고, 자본가 단체와 교육부는 자본주의를 찬미하는 교과서를 편찬하기로 합의하는가하면, 인천에선 특목고가 부족하니 일본처럼 슈퍼 사이언스 고등학교를 세우면 어떠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효율성을 가장한 자본가의 탐욕의 소산임을 알고 그런 얄팍한 속임수에 맞서 싸워 이길 수 있는 지혜와 용기가 우리에게 있으며 우리의 노력여부로 이를 전변시켜낼 수 있음을 배워 알기에 이젠 더 이상 두렵지 않습니다.

개학을 한 후 만난 조합원들은 강의 어땠냐고 그래서 결국 엮였냐고 묻더군요. 저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당연히 좋았고 우리는 사람을 엮기 위해, 사람을 낚기 위해 운동하는 것이고 그것이 우리 운동의 중요한 방법론이자 힘의 근원이라고 답했습니다. 우리는 좋은 인연으로 엮였고 이 아름다운 만남을 계속 이어가고 싶습니다. 배움을 갈구하고 있는 동지들, 배움으로써 담론 싸움에서 지지 않으며, 이를 통해 결국은 세상을 바꿀 수 있음을 확신하는 동지들, 우리 함께 엮여봄이 어떻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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