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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권의 관점으로 본 학교 비정규직의 실태와 과제

                                                                                                           소연 ‖ 고교 교사


여성에게 좋은 직장

기간제 교사 생활 2년을 거쳐 2007년 사립학교 정규직 교사가 되었을 때 주위에서 다들 축하하며 한 마디씩 했다. “교사가 요즘 신부감 1위라던데 좋겠네.. 여자한테는 가장 좋은 직업인 것 같아.”라고...... 그 이야기를 듣고 나는 어깨가 으쓱하지도 기분이 날아갈 듯 좋지도 않았다. 무슨 삐딱한 심보인지 속으로는 ‘일찍 끝나니까 요즘같이 살기 힘든 시기에 돈도 벌어오고 집에서 온갖 가사노동과 애도 볼 수 있다 이거죠?’라고 반문하며 코웃음을 쳤다. 그런데 더 황당한 것은 교사가 여성에게 좋은 직장이라고 부추기면서 한편으로 최근에는 너무 초등학교에 여교사가 많아 양성평등교육이 안된다며 ‘남성 할당제’를 시도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다는 것이다. 또 반문하고 싶었다. 왜 교직에 여성의 비율이 높은 것인지 먼저 생각해 보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만약 그것이 상대적으로 여성이 일하기 좋은 환경이기 때문이라면 그것은 여성이 가사노동을 책임지고 육아의 대부분을 책임진다는 전제에서나 할 수 있는 말이 아니야고...., 그렇다면 우리는 그 전제부터 다시 성찰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말이다. 하지만 오늘 여기서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정규직 여교사가 학교생활을 하면서 느끼는 차별 또는 부조리에 대한 것이 아니다. 여기서는 여성이 대부분인 학교 비정규직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여성 비정규직 문제가 먼저 해결 되어야 정규직 문제도 해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주저리주저리 나의 이야기를 먼저 늘어놓았던 것은 ‘여성의 일자리’에 대한 그 같은 사회적 시선과 사회 구조가 비정규직 일자리의 대다수를 여성으로 채우는 근거가 되고, 여성들의 삶을 더욱 더 불안정하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결론부터 말하자면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노동권’뿐만 아니라‘여성권’의 관점에서 이 문제를 동시에 접근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학교 비정규직에 대해 아십니까?

하지만 접근하는 방식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에, 과연 단위 학교 내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해 교육 주체들이, 특히 교사들이 얼마나 알고 있는지 궁금하다. 기간제 교사를 포함하여 학교 안에서 일하는 노동자들 중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로 근무하고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어떤 처우를 받고 있는지에 대해서 말이다. 2007년 민주노동당 최순영 의원실에서 낸 자료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학교 비정규직이 10만에 이르고 있다고 한다. 기간제 교사를 포함하여 사서, 영양사, 조리사, 과학실험보조원, 교무업무보조, 청소노동자, 행정실 직원 등 비정규직으로 채용되는 직종만 학교 내에 20가지가 넘는다. 심지어 그 고용형태가 너무 다양하고 복잡해서 하루 종일 같은 일터에 있으면서도 내 옆에 있는 동료가 비정규직인지 정규직인지 모르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랜드, 홈에버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들의 투쟁은 익히 알고  있고 적극적인 연대의 손길을 내밀기도 하면서 정작 우리 주변의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해서는 교사 사회가 인식이 저조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학교 자율화 정책으로 인해 앞으로 교육 관련 정책 결정 및 시행의 무게 중심이 시도 교육청 및 단위 학교로 이동하고 있다면 비정규직 문제에 있어서도 전선(戰線)이 이동할 터, 학교 공동체 내에서 고립되어 고통 받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문제에 대해 교사들이 나 몰라라 하는 것이 아니라 교육 현장에서 같은 노동자로서 함께 적극적으로 연대해야 할 필요가 있다.

왜 학교 비정규직의 대다수는 여성인가

IMF 이후 전 사회적으로 신자유주의 광풍이 몰아치면서 많은 일자리들이 비정규직화 되었다. 그런데 그 결과는 여성에게 훨씬 가혹한 것이었다. 왜냐하면 신자유주의가 뿌리 깊은‘가족 임금 이데올로기(남성 생계 부양자 이데올로기)’를 이용하여 외환 위기 당시 여성 노동자를 우선 퇴출시키고 이후에 노동 유연화 정책의 일환으로 여성노동자의 지위를 활용해 값싸고 유연한 노동력으로 그녀들을 다시 비정규직 일터로 불러들였기 때문이다. 특히 가사노동의 연장선상에서 이루어지는 노동, 예를 들어, 가사, 양육, 돌봄 등의 노동은 다른 직종에 비해 사회적으로 저평가되고 부차적인 노동으로 인식되어 대부분 비정규직화 되었다. 일자리 중에 주로 ‘여성의 일’이라고 여겨졌던 서비스 직종들이 비정규직화된 것이다. 신자유주의 정책이 지속될수록 심화되는 빈곤과 삶의 위기 하에서 여성들이 가족의 소득을 보충하지 않고서는 가족의 생계유지가 어려워졌다. 이제 대다수 여성들은 자신의 희망 때문이 아니라 가족의 생계를 위해 일자리를 찾아야하는 상황이지만 여성들이 있어야 할 곳은 가족이고, 여성들의 임금은 가족에서 부차적인 것이라는 뿌리 깊은 성별분업의 구조와 논리는 여성의 노동이 저임금, 불안정 노동으로 활용되는 것을 정당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상황은 학교 노동자들에게도 마찬가지다. 오히려 학교 내의 일자리들의 경우 일단 다른 직업에 비해 퇴근 시간이 빠르고 아이들을 돌보고 교육하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그 성격 자체가 ‘여성의 일’이라고 간주될뿐더러 교무업무보조나, 과학보조교사, 사서교사, 청소노동자 같은 그 중에서도 부차적인 일들로 간주되는 일들이 비정규직화 되었다.
   기간제 교사들의 경우에는 국공립학교에서는  임용고사를 거쳐 선발되므로 정규직 여성의 비율이 높은 편이나, 사립학교에서는 여전히 남성을 선호하는 암묵적인 경향과 분위기로 인해 사립만 놓고 본다면 기간제 교사 비율 중 여성들의 비율이 월등하게 높은 편이다. 그 이유는 여성들은 출산 휴가 및 육아휴직 때문에 비용이 많이 들고, 일 부려먹기가 쉽지 않다는 게 가장 크다고 한다. 그래서 심지어 몇몇 사립학교에서는 대다수 정규직 교사는 남성이지만, 기간제 교사의 대부분은 여성인 경우도 있다. 그나마 임용고사에서도 저출산 등등의 핑계로 교육부가 교원 확충을 하지 않아(!) 선발 인원이 줄어든다고 하니 예비교사 중 여성의 비율이 높은 현실을 감안할 때 정교사가 되기 이전에 여성들이 기간제 교사로 재직하는 기간이 길어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결혼과 양육이 현실적인 짐으로 다가오면서 임용을 포기하고 이 학교 저학교 옮겨 다니며 기간제 교사 생활을 지속하는 경우도 생긴다.
최근 정규직 교사 자리를 비정규직으로 대체하고 있는 경향이 노골적이어서 여성들의 일자리의 질이 더 낮아지고 있다. 2008년 4월 29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16개 시·도교육청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지난해 3월 기준으로 신규 채용된 초·중등 사립학교 교사 가운데 비정규직이 무려 85.6%를 차지했다. 특히 경북지역에서는 기간제 교사는 486명을 채용한 반면 정교사 채용은 9명에 그쳐, 비정규직 비율이 98.2%나 됐다. 여기에 최근 교과부가 학교 자율화 조처의 하나로 비정규직 교사 남용을 막기 위해 마련한 ‘계약제교원 운영 지침’을 폐지해, 앞으로 비정규직 교사는 더욱 늘 것으로 보인다. 또한 서울시교육청은 고용 기간이 1개월 미만일 때만 강사를 채용할 수 있도록 한 기간 제한 규정도 폐지했다. 방학 월급을 주지 않아도 된다고 한다. 최근 교사가 신부감 순위에서 공무원에게 밀려 2위가 된 이유를 분석한 한 기사에서는, 남성들의 대답 중 ‘정규직인 줄 알고 만났더니 비정규직 기간제 교사더라.’가 있을 정도라고 하니 문제는 정말 심각하다.

여성 친화적 일자리 확대?

하지만 여성의 일자리가 불안정해지고 낮은 임금과 삶의 조건임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경향은 점차 가속화되고 있다. 심지어 정부는 불안정한 여성의 일자리를 ‘여성 친화적인 일자리’라고 포장하는 어이없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얼마 전 여성부는 ‘여성부 업무 보고’ 및 ‘남녀고용평등 토론회’ 등을 통해 출산, 육아로 인한 경력단절 여성들의 일자리를 확대한다는 취지로 여성들의 재취업이 용이한 직업들을 선정하여 발표했다. 방과 후 교사, 조리사, 플로리스트, 고객 상담원, 베이비시터… 거의 모든 일자리가 여성들이 가족에서 하던 일을 그대로 옮겨온 것이며, 파견직과 계약직이 일반적인 불안정한 노동이다. ‘집에서 여성들이 하던 손쉬운 일’들이니 임금이 높을 리도 없다. 대부분의 직종이 비정규직이라는 비판에 노동부 관계자가 가정과 직장생활을 병행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고 대답했다니, 대놓고 여성들에게 바깥에서 돈도 벌고 가족 안에서의 일도 잘 챙기라는 요구다. 여성들을 위한 일자리로 포장되고 있지만, 여성들의 이해와 요구를 반영했다기보다는 자본의 이해와 요구를 반영한 측면이 훨씬 크다. 신자유주의 금융화에 따라 노동의 불안정화와 서비스 산업이 확대되는 속에서 여성의 저임금, 유연한 노동력은 활용가능성이 높아졌고, 여성인력 활용은 여성정책의 핵심 의제로 등장했다. 여성들의 사회참여를 권함에 따라 가족 내에서 여성들이 수행하던 일들에 공백이 생길 수밖에 없다. 아이를 키우고 돌보는 일, 빨래 청소 식사와 같은 집안 일, 노인을 돌보는 일과 같이 여성들이 가족에서 하던 일이 이제는 자본에게 또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하나의 시장이 되었다. 물론 수익의 원천은 저임금 여성노동자를 활용하는 것이다. 정부도 보육료 자율화, 사회서비스 분야의 시장 활성화와 같은 정책을 내면서 이를 적극 거들고 있다. 여성이 일을 하기 위해서 다른 여성의 저임금 노동을 착취해야 하고 그 수익은 고스란히 파견업체나 민간 서비스 업체가 가져가고, 저임금의 이런 일자리라도 절박한 여성들은 자기의 아이는 방치한 채 다른 집의 돌봄 노동을 해야 하고… 악순환 그 자체라고 볼 수 있다.

학교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의 현실

점점 더 불안정해지는 여성노동자들의 현실은 학교에서도 전혀 다르지 않다. 다음 사례를 보자.

사례 1. 22년 동안 ☆☆여고 화장실을 청소한 아줌마의 절규
A 씨는 ☆☆여고에서 청소하는 기능직으로 89년 기능직공무원 10급 보수 처우 규정을적용받는 학교회계직(구육성회직/조무원)으로 17년간 인정받았다. 그러나 현재 15호봉의 임금을 받는 A 씨에게 학교 측은 해고를 통보했다. 아니면 용역 전환을 수용하거나 3~4월 두 달 근무한다는 단기 근로계약서 작성을 강요했다. A씨가 작성을 거부하자 학교 측은 대기실(휴게실) 자물쇠를 바꾸고, 기능직공무원들을 동원해 쫓아다니며 계약서를 작성하게 했다. A씨는 눈물을 흘리며 절규했다. “못배우고 돈없다고 계약기간 끝났다며 도장 찍으라고 하고…. 너무 무서워서 출근하지도 못하고…. 살려달라고 빌었는데 세상이 이렇게 무서운지 처음 알았어요.”

비정규악법(정식명칭: 비정규직보호법)이 노동계의 우려 표명에도 불구하고 2006년 11월 제정된 이후 2007년 7월 1일 시행되기 전까지 수많은 학교 비정규직이 이랜드, 뉴코아 여성 노동자들처럼 용역으로 전환되거나, 해고 되었다. A씨의 사례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 시행으로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 중 2년 이상 노동자는 무기 계약직으로 전환해 주어야 하자 학교가 청소 노동은 비핵심업무라는 근거를 들어 외주화 하려고 시도한 것이다. 물론 외주화 대상인 비핵심업무의 대부분을 급식, 청소 등과 같은 ‘여성의 일’이 차지하고 있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운이 좋거나 ‘착한(?) 학교’의 경우에는 무기 계약직으로 전환해 주었다. 실제 정부에서는 2007년 10월부터 공공부문 비정규직들을 정규직화 해준다면서 ‘무기 계약직으로 전환’하였는데 이것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에 대해서는 운동 사회와 노동계 내부에서도 이견이 있었고, 전국여성노조 같은 경우는 ‘그거라도 받아야 한다. 정규직으로 가는 과도기적 단계’가 될 것이라며 ‘제대로’ 무기 계약직화 하라는 입장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무기 계약직의 경우 정규직이 아니라 오히려 비정규직을 제도적으로 안착시키는 계기라고 보는 것이 맞다. 2008년 4월 18일 여성운동네트워크가 주최하고 민주노총 서울 본부에서 열린, ‘분리직군제, 무기계약 시행 이후 현장 르뽀,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의 문제는 해결되었나’라는 토론회에서는 실제 무기계약제 도입 이후 계약을 1년마다 갱신하지 않는다는 번거로움만 없을 뿐 근무평가제나 성과제 등을 두어서 사실상 고용 불안을 제거하지 않았으며, 취업규칙이나 계약서에 해고조건을 확대하는 등 독소조항 역시 늘어났다고 평가했다. 또한 고용을 제외하고는 임금, 복지, 승진 등 대부분에서 정규직에 비해 차별을 받음으로써 오히려 차별을 제도적으로 보장하였고, 영구적으로 정규직화될 수 있는 길을 가로막았다고 평가하였다. 특히 성별직무분리의 성격을 띠게 됨으로써 기간 싸워왔던 여성차별의 문제를 다시 후퇴시켰고, 비정규직 차별에 여성 차별까지 이중 차별을 고착화하고 확대했다. 토론회에서 학교 비정규직 노동조합의 한 조합원은 실제로 학교에서도 무기계약화로 인해 나아진 것은 아무것도 없고 여전히 호봉이 인정되지 않아 월급이 인상되지 않는 등 저임금과 고용불안에 시달린다고 증언 하였다.
  또한 학교 비정규직의 경우 법적으로는 학교회계직원이라고 불리우는데 이들의 경우 그 임용부터 업무가 학교장 재량에 의해 수시 변동되기 때문에 과학수업을 지원해야 할 과학실험원에게 손님 접대 업무를 시키는 등 고유 업무를 시행하는 사례가 많다고 한다.

사례 2 학교 비정규직 B씨의 증언

학교는 다방이 아니다. 그런데 나와 같은 학교 비정규직들에게 차 접대는 일상이 되고 있다. 학교 행사가 있거나 손님이 오면 의례히 해야 하는 차 접대, 어쩔 때는 하루에 50잔 이상 차를 타서 나른 적도 있다. 뿐만 아니라 행사 때 다과 준비에서부터 정리정돈까지. 나는 행정실 직원인가 학교 파출부인가?

  학교에 처음 갔을 때 눈에 가장 먼저 들어왔던 것은 교무업무보조 아주머니가 설거지 하는 모습이었다. 아니 왜 교무보조 아주머니가 남이 마신 컵을 씻으시냐고 다른 교사들한테 물었을 때 돌아온 대답은 그게 바로 저 아주머니 일이라는 것이었다. 특히 교무업무보조는 ‘교무업무’라는 범주 자체가 애매하기 때문에 학교에 따라 설거지를 시키기도 차심부름을 시키기도 한다. 어떻게 설거지와 차심부름이 ‘교무업무’가 될 수 있다는 말인가. 특히 나이 좀 있다는 남자 교사들이 마치 집에서 부인 부리듯이(!) 설거지통에 컵을 던져 놓거나, 잔심부름을 아주머니들에게 시키는 것을 보면 정말 기가 막힌다. 자기가 먹은 컵 하나 자기 손으로 못 씻는다는 말인가. 또한 교무업무보조 노동자들을 ‘아줌마’라고 부른다. 우리 사회에서 ‘아줌마’라는 호칭은 ‘억척스럽고, 가사노동에 애 보느라 몸매 다 망가진’이라는 수식어가 잘 어울리는,. 그 자체로 여성을 비하하는 말이 될 수 있다. 마치 그림자처럼 존재감 없이, 이름도 없이 부차적인 업무만 수행하는.....내 일터에서 함께 살아가는 노동자가 아닌 그녀들......행정실 여성 노동자들의 상황도 마찬가지이다. 교장실에 손님이 오면 으레 차 심부름 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한다.
기간제 교사들의 삶 또한 마찬가지이다. 20대의 비혼(미혼) 여성들이 대다수이기에 ‘동료교사’로 인정되기보다는 남자 교사들에게 ‘어린’ ‘여자’ 교사로 인식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특히 기간제 교사들의 경우 부장 급 이상 남성 교사들에 대해 고용 기간 연장 및 임용과 관련하여 약자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남자 교사들 중에는 이를 악용하여 성희롱 및 성폭력을 행사하는 경우가 있다. 2005년에는 한 중학교에서 남자 교사가 계약만료가 된 기간제 교사에게 송별회 겸 인사 잘하고 가야 ‘이후’가 좋다며 성폭력을 행사하여 사회적으로 크게 이슈가 되었던 사건이 있었다. 또 이번 해 5월에는 교생에게 기간제 교사 자리를 알아봐주겠다며 화장실로 끌고 가서 성추행하고 여관으로 끌고 간 남교사가 실형을 받는 일이 일어나기도 했다. 그리고 일상적으로도 회식 자리에서 기간제 여교사들은 성적 농담에 노출되는 경우가 많으며, 술자리에서도 ‘잔 안 비울꺼면 다른 학교 알아보던가.’가 재밌는 농담으로 넘겨야 될 정도로 여성에게 적대적인 환경 속에서 근무하고 있다. 학교 행사에 손님맞이해야 할 일이나 접대 하는 일에 기간제 여교사들이 동원되는 것은 두말 할 필요도 없다. 이런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학교 사회가 워낙 좁고 다른 사립학교에 기간제 또는 정교사로 임용되는 경우에 전에 근무하던 학교에 전화 걸어 학교생활이 어땠는지 확인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설사 심한 불쾌감을 느끼거나 피해를 겪는 경우에도 교사가 되는 꿈을 버리지 않고서는 자신의 권리를 주장할 수 없는 것이 기간제 교사들의 현실이다. 그나마 최악의 상태를 방지하고자 만들었던‘계약제교원 운용지침’을 이명박 정부 들어서 5월 부로 폐기하면서 기간제 교사들의 삶은 더욱 열악해졌으며 이런 문제제기는 더욱 어렵게 되어버렸다.

학교 비정규직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여성권의 관점이 필요하다.

여전히 비정규직 문제는 심각하다. 아니, 상황은 더 열악해지고 있다. 그런데 여성 비정규직 문제는 더 심각하다. ‘여성의 빈곤화, 빈곤의 여성화’라는 말이 어느 새부터인가 유행하고 있다. 비정규직의 70%가 여성이고 이혼, 독거노인의 증가와 같은 가족 형태의 변화가 남성 생계 부양자와 연결되지 않은 여성의 비율을 높이면서 부차적 수입이 아닌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일하는 여성들이 증가했다. 그리고 그 여성들이 대다수 비정규직으로 취직하면서 빈곤층으로 편입되고 있다.
학교 비정규직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그 원인을 분석하다보면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영향 속에서 다양한 차이를 차별로 만들어 내는 자본의 논리를 알 수 있고 그 핵심에 ‘여성권’의 문제 또한 놓여 있다. 그러므로 다양한 차이를 파고드는 자본의 논리에 맞서기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기 위해서는 신자유주의가 여성을 어떻게 활용하고 이중으로 착취하는지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다. 여성권에 대한 분석 없이는 ‘어떤 일자리들이 비정규직화되고, 어떻게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고통 받는지’에 대해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학교 공동체 내에 정규직 교사 노동자 이외에 기간제 교사들과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나의 일터에 공존하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교사노동자들이 주로 교사들과 관련된 사안에만 국한하여 투쟁을 주로 전개해 온 것은  한계라고 볼 수 있다. 그(녀)들에게도 보장되어야 할 노동의 권리가 있고, 여성노동자로서 쟁취해야 할 권리가 있다는 사실은 너무나 당연하게 들리지만 쉽게 간과되는 것이기도 하다. 같은 공간에서 사는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교사 노동자들의 연대를 확장하고 공동체의 틀 내에서 신자유주의가 앗아가고 있는 권리를 되찾아오는 것이 우리가 밟아 나가야 할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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