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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연대는 절실함입니다
- 전기는 눈물을 타고 흐른다. 밀양 765kv 송전탑 반대 투쟁

박유리 / 진보교육연구소사무국장

혼자서 할 수 있는 일
2012년부터 내가 생태적인 삶을 살겠다며 겨우 하고 있는 일은 보온병을 가지고 다니는 일이였다. 한번 쓰고 버려지는 종이컵, 플라스틱 컵이 너무도 아깝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될 수 있으면 사용하지 않겠다고 마음을 먹고 깜빡 잊고 보온병을 가지고 오지 않으면 길을 가다 커피가 마시고 싶어도 사먹지 않으려고 노력했고 연대체 회의를 가서 일회용 컵만 놓여있으면 물을 마시고 싶어도 꾹 참아버렸다. 가방에서 한자리를 차지 하고 있는 보온병을 빼 놓고 가고 싶을 때도 많았지만 조금의 불편함을 참으면서 오는 알수 없는 뿌듯함을 즐기기로 했다.
2013년 분가를 하고 집안 살림의 주체가 되면서 전기요금과 가스요금을 줄이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해보았다. 사용하고 난 후 플러그는 반드시 뽑아 놓고 전구도 절전형으로 바꾸고 냉장고에는 칸마다 비닐을 붙여서 냉장고 문을 열 때 냉기가 새어 나가지 않게 했다. 전기요금이 5천원을 남짓 나왔다. 겨울에도 보일러는 항상 온수로만 해놓고 난방으로 돌리지 않았다. 침대 위에 웃풍을 막기 위해 텐트를 쳐놓고 텐트안에서의 생활이 즐겁다며 스스로를 위로했고 내복과 겹겹양말로 추위를 견디어 냈다. 짝꿍이 춥다고 불평할 때 마다 “추우면 보일러 켜~ 그런데 난 괜찮아.~” 라며 난방 버튼에 손도 못 되도록 방어해왔다. 솔직히 괜찮지 않았지만 가스비 고지서가 자그마한 위로가 되었다. 한 겨울 가스비가 3만원을 넘지 않았다.
솔직히 돈을 아끼려는데 목적이 있었다면 꾸준하게 오래하지 못했을 것이다. “인생 뭐있어. 그냥 보일러 빵빵하게 틀고 따뜻하게 살면되지~” 이런 생각에 집에서 컴퓨터 하면서 손이 시릴 때 난방 버튼을 눌렀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꾹 참고 버틴 건 개인의 노력만으로 안 된다는 것을 알지만 환경을 위한 최소한의 노력이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에서였다. 이러한 자그만 행동이라도 해야 했다. 찔리는 양심에게 뭔가 숨 쉴 구멍을 찾아주기 위한 얄팍한 행동일 뿐이라도 말이다.

첫 번째 희망버스
밀양 송전탑 투쟁이 연일 언론에 나오면서 부터는 환경을 위한다는 것이 아니라 밀양 할머니 할아버지를 생각하자면서 사무실 난방기 버튼을 자꾸 눌러 껐다. 춥다는 민원 제기에도 모르쇠로 일관하며.... 이런 행동으로 물리적 거리와 시간적 여유가 없다는 핑계로 밀양투쟁에 쉽게 가지 못하는 것이 용서되지 않았다. 그러 던 중 밀양 희망버스가 출발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무조건 탑승해야 했다. 핑계를 달지 않고!
2013년 11월 30일에 진행된 희망버스는 고난의 행군(?)이였다. 출발 하루 전날이 청소년활동가 활동비 마련을 위한 주점이 있었기 때문이다. 주방책임을 맡아서 정신없이 일하고 정리하고 버스를 타기위해 결의한 몇 명의 활동가들과 사무실에서 잠을 자고 버스에 올랐다. 피곤하고 잠도 제대로 못잔 상태에서 송전탑을 오르기 위해 산을 타고 뛰고 경찰과 싸우고 밀양역 집회를 마치고 밤늦게 도착한 마을의 숙소는 안타깝게도 ‘비닐하우스’였다. 많은 인원이 마을에 들어가다 보니 마을 회관에 다 잘 수가 없어서 비닐하우스에 두툼한 은박깔개를 깔고 그 위에서 잠을 청했다. 정말 추웠다. 침낭과 핫팩을 준비했지만 바닥에서 스물스물 올라오는 한기를 막기에는 역부족 이였다. 추위로 인한 자동적 기상으로 새벽에 일어나 마을 입구로 나와보니 벌써 어르신들은 공사차량이 올라갈지도 모른다며 마을 입구를 지키고 계셨다.
막무가내 한전놈들과 그들을 보호하는 경참놈들. 이들을 막고 싸우는 일을 매일 해야 하는 이분들에게 추위와 피로로 힘들다는 나의 투정이 참 한심하게 느껴졌다. 교대하기위해 경찰들이 지나 가는 것을 지켜보며 모닥불에 둘러앉으신 할머니들의 어깨를 온 마음을 다해 주물러 드렸다. 그녀들의 굽은 허리와 어깨에 마음이 짠했다.
정신없이 1박 2일을 보내고 서울로 올라오면서 미안한 마음과 아쉬움이 교차했다. 이렇게 우린 올라가고 정신없는 일상을 살면서 또 이 날들을 잊고 살겠지만 매일을 싸우며 보내는 이 분들의 삶을 생각하니...

두 번째 희망버스를 타자!
송전탑 공사 소식이 들린다. 부상을 당하신 분들도 계시고 그 사이 또 한분의 어르신이 목숨을 끊으셨다. 한참 추운 1월이기도 하지만 설을 앞두고 있고 노동조합의 일정들로 인해 희망버스 조직이 쉽지 않다는 얘기가 들렸다. 나라도 나서서 조직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청소년 단체에서 교육 요청이 왔다. 안녕하지 못한 사회에 대해서 얘기해달라는 것 이였다. 교육운동 활동가에게 철도사유화, 민주노총 침탈등과 교육문제에 대한 교육 요청이였다. 잠시 고민했지만 밀양버스 조직할 수 있는 기회 일 것 같았다. 교육을 준비하면서그 철도 사유화의 과정에 대해 자세히 공부하고 밀양 버스 투쟁에 대해서도 자세한 자료를 찾아보게 되었다. 아래는 교육자료 중 일부이다.


1. 밀양 76만 5천 볼트 송전탑 공사는?
●밀양 76만5천볼트 송전탑은 신고리 핵발전소에서 생산한 전력을 창녕의 북경남변전소까지 보내기 위해 추진 중인 신고리-북경남 76만5천볼트 송전선로 건설사업 중 밀양을 통과하는 구간에 세워지는 송전탑.
● 765kv는 우리나라에서 사용하고 있는 송전선 중 가정 전압이 높은 초고압 송전선으로, 주로 미국, 중국, 캐나다 등 국토 면적이 광활한 지역에서 장거리 송전용으로 활용. 현재 우리나라 대부분의 송전선은 34만5천볼트 와 15만4천볼트 이고 765kv 송전선로의 경우 2.6%에 불과
● 원래는 신고리 핵발전소에서 생산한 전력을 수도권으로 수송하려던 목적이었으나 제 3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변경되어 현재 신고리-북경남 765kv 송전로는 영남지역으로의 수송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영남지역의 전력자급률은 127%에 이르며, 전기소비량보다 전기 생산량이 더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거리 송전을 위한 765kv 송전방식을 고집하는 것은 전력자급률이 턱없이 낮은 대도시들에 전기를 수송하려는 것.

2. 목숨을 걸고 9년을 넘게 싸워온 밀양 주민들
●765kV 송전선로는 우리가 흔히 보는 154kV 송전선로보다 18배나 많은 전기를 보내는 초고압 송전선로이다. 따라서 그로부터 나오는 전자파도 엄청나다. 초고압 전자파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암이 발병할 확률이 높다는 연구결과가 나오고 있다. 높이가 140미터에 달하기 때문에 경관이나 환경에 주는 부담도 크다.
●상상해 보자. 내 집 앞에 내가 농사짓던 논과 밭을 가로지르며 140미터에 달하는 76만5천볼트 송전탑이 세워지는 모습을..
●두 분이나 스스로 목숨을 끊으며 한전과의 대화를 촉구 했지만 한전과 정부는 묵묵부답.
●고압 송전선이 불필요 함에도, 지중화(땅속에 매립)를 통해서도 얼마든지 진행 할 수 있음에도 논리적 정당성 없는 공사를 강행하고 있다.

3. 한국의 에너지 계획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
●환경운동가가 아니라고 어렵다는 이유로 한국의 에너지 계획에 대해 관심을 가져 본적이 없는 것 같다. 그나마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인해 핵발전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정도에 대한인지만 겨우 하고 있을 뿐.
●우리나라 전기 사용량은 주택용 18%, 산업용 53%. 그러함에도 주택용은 징벌적인 누진세를 적용하고 있고 기업들에게는 산업용 전기 할인과 절전지원금이라는 명목하에 연간 4천억원을 지원하고 있다. 기업들이 사용하는 전기료까지 개인들이 내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




교육 자료를 찾으면서 한국의 에너지정책을 보다가 열이 확 받았다. 내가 기업들의 전기세를 내주고 있었다는 말이지... 아놔~ 이런 잘못된 정책들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밀양의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받고 있다.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이 속을 달래는 것은 밀양버스 조직뿐이다!
조직하려고 주의를 둘러보니 다들 일정이 많다. 청소년 단체는 총회가 있고 전교조 일꾼연수.. 첫 번째 버스에 함께 탑승했던 이들도 많이 못 간다고 한다. 조직이고 뭐고 나혼자라도 간다!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인 수원버스를 타고 가야지 마음을 먹었다. 서울은 참가비가 4만원인데 수원은 3만원이다. 출발도 서울은 9시 수원은 10시이다. 편안한 마음으로 지역의 동지들과 함께 가야지 하다가, 지난 번 함께 탑승한 청소년 활동가가 함께 가자고 한다. 수원에서 가면 편한데... 잠시 망설여지다 밀양 투쟁 상황을 떠올리며 서울에서 가기로 마음을 먹었다. 연구소에서 사무국장이 간다고 하니 투쟁지원금을 주기로 회의에서 얘기가 나왔다. 아싸~ 이 돈으로 핫팩 사고 먹을 것 사고 참가비를 내야지~ 이런 생각도 잠시... 돈 없는 청소년 활동가들 참가비 지원하기로 마음먹었다. 주변에 가겠다는 사람들의 참가비를 내가 대납했다. 나중에 낸다고 하면 돈 안내고 안 올까봐서 간다는 말을 듣기가 무섭게 “내 돈 낼 때 함께 계좌이체 할게.”라며... 희망버스 참가조직이 어렵다는 말에 이런 방법이라도 써야 했다. 28만원을 대신 납부했다. 이들이 안 오면 나의 재정에 타격이 크기 때문에 더욱 더(?) 열심히 조직했다. 투쟁은 힘들지만 그래도 재미있게 했으면 해서 행진 때 쓸 피켓도 만들고 나팔도 준비했다.
연대의 절실함을 알기에 한명 한명이 소중하기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버스에 타겠다는 사람 마음 변치 않도록 회비 대신 납부하는 고작 이런 것 뿐이지만 그래도 힘이 될 수 있다면 뭔들 못하겠는가. 아니나 다를까 몸살 나서 한명이 못 왔다. 못 오는 사람이 한명 뿐이라는 안도감을 가지고 그렇게 버스에 몸을 싣었다. (진보교육연구소 박유리로 돈을 보내고 신청했기 때문에 함께 가는 사람들이 다 진보교육연구소로 신청되었다. 7명중 진보교육연구소는 나 혼자.. 다음에는 연구소 동지들과 꼭 함께 갈 수 있길^^)
함께 수다 떨며 밀양의 상황에 대해 얘기도 하며 그렇게 밀양에 도착했다. 지난 번 처음 경찰들과 대면해서 무서웠다는 청소년활동가 한 명이 이번에는 경찰과의 대치 상황에서 경찰의 부당함에 대해 경찰 앞에 가서 큰소리로 얘기하더니 부끄러움과 흥분과 두려움이 교차한 표정으로 내 뒤로 온다. 밀양의 주민들의 고통을 이 청소년활동가도 온 몸으로 느끼며 함께 연대하고 있는 것이다.
새벽부터 일어나서 어둠속에 산을 오른다. 자신의 집 뒤편 산에서 땅을 다지느라 펑펑소리가 나고 헬리콥터로 자재를 나르고 해도 그분들은 송전탑공사현장을 볼 수 가 없었다. 그래서 그분들께 우리 힘으로 송전탑 공사 현장을 보여드리고 싶었다. 밀양주민들의 삶의 터전을 송두리째 뒤 흔들며 진행되는 공사... 밀양 주민들에게 필요한 전기도 아닌 상황... 어느 누구도 알아주는 이 없이 9년을 버텨 온 싸움. 이들에게 내 마음이 나의 위로가 조금이라도 느껴 질 수 있길 온 마음을 다해 싸웠다. 우리가 함께 탄 버스의 사람들 중 많은 이들이 활동가 이기보다 자신을 일반 시민이라고 설명하는 민주시민들이였다. 경찰과 대치하는 모습을 보더니 청소년 활동가에게 다가와 물었다고 한다. 뭐하는 사람들이냐고... 저희도 민주시민입니다~  

연대는 절실함입니다.
나에게 투쟁이란 단어는 미안함과 같은 단어이다. 투쟁하면 떠오르는 것이 쌍차, 코오롱, 재능, 콜트콜텍, 유성 등의 장기투쟁 사업장들이다. 오랜 투쟁에도 자주 가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 앞서기 때문이다. 그러면 연대는 무엇일까? 나에게 연대는 절실함이다. 투쟁에 힘이 되기 위해 연대하지만 내가 하고 있는 싸움에 함께해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연대한다. 내 투쟁의 절실함으로 그들과 연대를 한다. 그런 절실함들이 서로 닿아서 힘이 되고 위로가 된다고 여기고 있다.
우리의 마음이 밀양의 주민들에게 닿아서 투쟁의 힘이 될 수 있길 우리의 힘이 모여서 밀양의 송전탑을 막아내고 이들의 삶을 지켜낼 수 있길 바래보지만.. 이러한 한 번의 투쟁으로는 큰 힘이 될 수 없다는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다. 그래도 내가 있는 공간에서 내가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함께 투쟁 할 것이다.
3차 희망버스를 논의 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사람들이 다녀가고 나면 경찰놈들과 한전놈들이 더 난리친다고 얘기하시던 밀양주민 분들의 말씀이 생각난다. 한번 가고 나면 한참 후에나 온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그들이 더 잘 알고 있는 것이다. 2차 희망버스가 끝나자마자 다음 날 밀양시청 앞에서 있었던 일만 보아도 알 수 있다. 희망버스가 준비되기만 기다리고 있을게 아니라 밀양의 투쟁과 우리가 함께 맞닿을 수 있는 것들을 좀 더 적극적으로 고민해야겠다. 일상의 바쁘다는 핑계로 밀양을 잊지 않도록, 나의 양심이 하는 소리에 귀 기울일 수 있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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