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51호 [열공] '병맛'들의 건투를 바라며

2013.12.18 15:34

진보교육 조회 수:789

[열공] 1                  

‘병맛’들의 건투를 바라며
                                                                   정은교/목일중  

  요즘 들어 ‘잉여들의 1957년 손창섭이 ‘잉여인간’이라는 소설을 썼다. 2004년에 나온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에도 “너, 대학 못 가면 잉여인간, 인간 떨거지 된다”는 대사가 나온다. 그러나 손창섭은 전쟁으로 정신적 공황에 빠진 사람들을 그렇게 일컬었지, 사회경제적 개념에 근거하지 않았다. ‘말죽거리 잔혹사’도 흘러간 얘기다. 요즘은 대학에 가도 잉여가 된다. ‘지잡대(지방의 잡스런 대학)’ 출신이 ‘잉여’의 다수다.  
문화’를 다룬 책과 영화가 여럿 쏟아져 나왔다. 책으로 ‘속물과 잉여(백욱인 외, 지식공작소)’ ‘잉여의 시선으로 본 공공성의 인문학(엄기호 외, 이파르)’ ‘잉여사회(최태섭, 웅진지식하우스)’, 영화로는 ‘잉투기(잉여들의 격투기)’ ‘잉여들의 히치하이킹’ ‘네버다이 버터플라이’가 나왔다. 잉여들의 문화를 주목하는 연구자들이 많아졌고, 잉여 세대의 자기 표현도 늘어났다는 얘기다. 위엣 책에 실린 이야기를 쬐금 소개하고, 몇 마디 의견을 덧붙인다.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
  잉여문화는 어찌 보면 서태지의 ‘교실 이데아’(1994년)에 청소년들이 열광하던 시절부터 차츰 싹텄다. 1990년대 말 IMF 환란이 벌어진 뒤로, 일부 중산층이 몰락하고 사회진출을 앞둔 20대가 갈 곳을 잃자 ‘이태백’ ‘삼팔선’ ‘사오정’같이, 자기 처지를 비웃는 신조어가 나돌았다. 2천년대 초에는 자기계발서가 불티나게 팔렸다. 젊은이들이 다들 취업(생존)에 목을 맸던 것이다.
  하지만 반전(反轉)의 흐름도 생겨났다. 2008년 촛불이 타올라  젊은이들을 광장(명박산성)으로 불러냈고 2009년에는 용산 재개발투쟁이 일어났다. 자기계발서 붐이 살짝 가라앉았다. 그 무렵, 우석훈의 책 ‘88만원 세대’가 나오자 청년세대의 처지를 놓고 이야기꽃이 피었고, TV 개그 프로에 등장한 술 취한 루저가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을 울부짖어 촌철살인의 유행어가 됐다. 2010년에는 고려대생 김예슬이 죽어버린 대학에 다닐 이유가 없다며 자퇴 선언을 하여 젊은이들에게 분발을 촉구했다.
  그러나 촛불도 사그라들고, 청년세대는 암울한 분위기를 쉽게 떨치지 못했다. 대중적 수준의 ‘청년 문화’라 할 것은 다 사라지고, 혼자 노는 문화가 자연스러워졌다. 입담 좋은 몇 사람(안철수 등)이 청년들을 위로하는 말과 글로 이름을 날리고, 이를 자기 입신(立身)의 발판으로 삼았을 뿐이다.
  하지만 청년세대의 현실을 대변하는 문화의 싹이 미약하게나마 자라나기도 했다. 젊은 소설가들은 고시원과 편의점과 피씨방에 갇혀 사는 20대의 비루한 보고서를 써냈다(김애란, 김미월, 김사과, 김혜나 등). 같은 무렵, 인터넷에서는 웹툰(웹으로 보는 만화)이 비약적으로 커졌는데 그 가운데에는 청년들의 주체성 모델이 됨직한 대목도 있어 우리의 주목을 끈다.....

                       성공 서사를 꿈꿀 수 없어 서사를 파괴
  ‘잉여 문화’와 관련해 시대 흐름을 먼저 짚어 본다. 우리 현대사는 해방정국(1945-1953)의 파도가 한 차례 휩쓸고 간 데 이어, 1987년 민중항쟁이 그 다음의 고비였다. 87항쟁은 노동/사회 운동의 주체를 대거 배출하고 얼마쯤의 형식적 민주화를 이뤄냈지만 그뒤로 지배세력의 반격에 따라 우리 사회는 차츰 자본의 헤게모니 속에 편입돼 갔다.
‘속물과 잉여’의 대표집필자 백욱인은 이를 ‘사회 전체의 속물화’로 홍상수의 영화(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 강원도의 힘)는 ‘역사’가 빠져나간 1990-2000년대의 청년들이 차츰 속물이 돼가는 암울한 자의식을 그려냈다. 그들이 꿈꿀 최대값은 ‘우리, 괴물이 되지 말자’는 거였다.  
파악한다. ‘속물’은 재산과 지위의 축적을 위해 일생을 바치지만 자기에 대한 성찰은 없다. 생존력이 질기고 거짓말도 잘한다. 위선자와 졸부 중에 많았으나 이제 인구의 다수를 차지할 만큼 대세가 됐다고 그는 말한다.
  한편 ‘잉여’는 속물 대열에 가담해 그 지위를 얻으려고 애썼으나 실패한 자들 가운데 속물 되기를 유예하고 있는 존재다. 체제 안에서 살지만 이상한 방식으로 체제에 포섭된, 비듬 같은 존재. 하루 24시간 컴퓨터와 게임에 묻혀 사는 ‘폐인’에서 이들은 ‘아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3 [담론과 문화] 타라의 문화비평 - 아이들의 놀이 문화 보고서 file 진보교육 2013.12.18 1158
22 [담론과 문화] 코난의 별별이야기 - 올해도 떠나보냈습니다. file 진보교육 2013.12.18 940
21 [기획1] 비고츠키 교육학 - 청소년 발달론과 중등 교과교육과정 file 진보교육 2013.12.18 897
20 [현장에서] "괜히 왔다 그러나 쫌 행복하다" - 혁신학교에서 젼교조 교사로 산다는 것 진보교육 2013.12.18 876
19 [현장에서] "철들고 싶지 않습니다" file 진보교육 2013.12.18 861
18 [기획2] 교원평가 - 교원평가 학부모 만족도 조사에 대한 학부모들의 반응은? 진보교육 2013.12.18 849
» [열공] '병맛'들의 건투를 바라며 진보교육 2013.12.18 789
16 [담론과 문화] 눈동자의 사랑과 정치 - 도적교과서의 이웃 사랑 file 진보교육 2013.12.18 760
15 [현장에서] "유치원 교사는 애들이랑 맨날 놀잖아!" file 진보교육 2013.12.18 696
14 [특집] 법외노조 공방 중간평가와 향후 전교조 운동의 과제 file 진보교육 2013.12.18 687
13 [기획2] 교원평가 - 교원평가 담론지형 변화와 새로운 대응 방향 file 진보교육 2013.12.18 670
12 진보교육 51호 차례 진보교육 2013.12.18 607
11 [현장에서] 달콤쌉싸름한 2013 서울지부 전임기 진보교육 2013.12.18 590
10 [초점] 2013 한국의 역사교육과 역사교육운동 file 진보교육 2013.12.18 584
9 [초점] 교육도 고용도 없는 시간제 교사 file 진보교육 2013.12.18 579
8 [열공] 『어린이의 상상과 창조』(서울, 살림터) file 진보교육 2013.12.18 578
7 [현장에서] "떤땡님! 엄마 보고 싶어요!" file 진보교육 2013.12.18 571
6 [맞짱칼럼] 시간제 교사 도입 중단해야 file 진보교육 2013.12.18 557
5 [특집] 반전의 상승 기류를 타자! -탄압대응의 한 고비를 넘어 file 진보교육 2013.12.18 549
4 [권두언] 반전의 상승기류를 타며 재도약하는 교육노동운동을! file 진보교육 2013.12.18 5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