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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호 [분석] 네이스는 지금?

2012.06.20 14:54

진보교육 조회 수:1175

[분석]
네이스는 지금?

이두표 / 진보교육연구소 연구원


전교조가 네이스 투쟁을 진행한지 십년이 다 되어가고 있다. 우리나라 정보인권 역사에 큰 발자국을 남긴 네이스 투쟁 이후 겉으로 보기에 학교 현장에 정착한 것으로 보이는 네이스가 현재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알아보고 생각해 보고자 한다.

네이스는 전사적자원관리 시스템(이하 ERP)을 모태로 한다.

※ 전사적자원관리(ERP : Enterprise Resource Planning)
- 위키백과 : 전사적자원관리는 기업의 경영 및 관리에 관한 업무를 위한 컴퓨터 시스템이다. 기업에서의 여러 가지 자원의 흐름, 용도를 감시한다. 또한, 경영 자원을 효율적으로 운용하기 위해 경리, 영업, 재고 관리 등의 업무에 관련된 데이터를 수집하고 해석하여, 보다 나은 경영 판단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 인터넷 : 구매, 생산, 판매, 회계, 인사 등의 기업의 모든 인적, 물적 자원을 효율적으로 관리하여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시켜주는 통합정보 시스템입니다. 이익 극대화와 고객만족을 위해 변혁을 꾀하는 기업에게 반드시 필요한 시스템
- 이런 기업의 인프라를 구축하게 되면 기업의 모든 정보를 손끝에서 관리, 조정할 수 있다.

즉, ERP는 이윤 극대화를 목적으로 하는 기업을 위한 시스템으로, 이를 위해 기업의 모든 정보를 수집하고 집적하며, 기업의 모든 정보를 손끝에서 관리, 조정, 감시할 수 있게 된다고 한다. 김대중 정보는 ERP를 토대로 11대 전자정부 사업을 추진했으며, 그 중 한 개가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구축이었다. ERP가 겉으로 고객만족을 내세우는 것처럼, 전자정부도 소위 교육의 소비자인 학부모 만족을 내세우며 온갖 민감한 정보를 수집하고 집적하여 관리한다. 교장을 CEO, 학부모와 학생을 소비자, 교사를 공급자로 보는 현 상황에서, 학교 교육이 과연 효율, 만족, 관리, 조정, 감시란 이름에 어울리는가 라고 묻는 것은 어리 섞어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한국 교육을 발전시키키는 커녕, 폭력과 자살과 무기력으로 점철되어 점점 더 구렁텅이로 빠져 들어가고 있다는 것은 명백해 보인다.

학교 업무를 하다 보면 국회의원 자료 요구 또는 이유도 알려 주지 않고 각종 통계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그 자료 요구의 부당성이나 업무 과중을 따지기 전에 네이스에 없는 자료가 아니라, 네이스에 있는 자료를 요구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예를 들어 학기초에 학생의 거주지를 남녀 학생별로 통계를 내어 보고하라고 하는 경우가 있다. 학생의 주소는 알다시피 네이스에 다 등록되어 있는데, 왜 자동으로 통계를 내지 않고 담임교사를 통해 조사하도록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못하는 것인가? 안하는 것인가?

네이스를 잘 들여다 보면 쓸데없는 기록사항을 만들어 놓은 것이 많다. 대표적인 것이 각종 누가기록이다. 자치활동 누가기록, 행사활동 누가기록, 계발활동 누가기록 등등. 교사 업무를 경감한다면서 없앤다던 보조장부들이 다 여기에 남아있다. 입력하면서 이런 의미 없는 것을 왜 입력해야 되는지 의문이 드는데, 시스템이 그렇게 되어 있어서 어쩔 수 없다는 대답이 돌아오는 경우가 많다. 특히 이 보조장부 입력 여부를 중요하게 여기는 타시도로 전출간 학생을 위해 불필요한 이 자료를 가짜로 만드는 경우도 허다하다. 도대체 누구를 위해 이 시스템을 만들었는가? 우리가 시스템을 편리하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시스템에 학교 업무가 얽매이고 있다. 한편 생활기록부에 세부능력 특기사항(7,500자)과 행동발달 및 종합의견(8,000자) 기록 가능 용량이 엄청나게 커져서, 무조건 많이 자세히 쓰는 것이 학생을 위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게 하여 교사에게 부담이 되고 있다.

최근 교육 정책의 잦은 변경에 따라 시스템의 오류나 변경에 따른 질문등으로 네이스 시스템 관리자가 받는 스트레스는 상당하다. 또한 입력내용도 계속 증가하는 추세로 담임들의 업무도 결코 적지 않다. 특히 2011년 차세대 네이스라는 준비되지 않은 시스템이 학교에 들어오면서 현장 교사들은 불편함과 불필요함에 대한 이의를 제기하고 업무의 과중에 대한 스트레스를 호소한 적이 있다.

네이스는 굉장히 민감한 정보를 집적해 놓은 만큼 보안 관리는 매우 중요할 것이다. 특히 네이스는 물론 우리 나라의 각종 은행 결재 시스템등이 미국 MS사에서 개발한 액티브 액스라는 특정 기술에 과도하게 의존한다는 것은 여러번 문제점으로 지적되었으며, 이는 세계적인 정보 기술 추세에도 역행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네이스 접속은 현재 MS사의 인터넷 접속 프로그램(웹브라우저)인 인터넷 익스플로러의 특정 버전으로만 접속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요즘 사용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파이어폭스, 구글 크롬, 애플 사파리 같은 다른 웹브라우저로는 아예 이용할 수 없는 것이다.

최근 이주호 장관을 욕하지 않는 교사가 거의 없을 정도로 몇 년 전부터 교육부에서 각종 설익고 검증 안된 정책을 마구 쏟아 내고 있다. 2007, 2009 개정교육과정, 집중이수제, 역사 교과목 분리, 복수담임제, 학교폭력 가해사실 기록 등등. 이런 시책 변화에 맞추려면 네이스 시스템의 변화가 불가피한데, 너무 자주 우왕좌왕 시스템이 바뀌면 소프트웨어 디버깅과 테스트에 충분한 검토 시간이 없어서 시스템이 불안전 할 수 밖에 없다. 2011년 발생한 네이스 학기말 성적 처리 과정에서 발견된 오류는 국내의 열악한 소프트웨어 개발 환경을 논외로 하더라도 예고된 재앙일 수 있다.

네이스 기록 정보 중 가장 중요한 내용은 아마도 생활기록부일 것이다. 이전에는 생활기록부에 학생에 관한 부정적인 내용을 직접적으로 표현하지 말라는 지침이 있었는데, 이제는 학생폭력 가해사실처럼 민감하고 부정적인 정보를 기록하라고 하고 있다. 이 지침에 대해 낙인효과라는 지적을 받아서 인지 학생폭력 가해사실을 기록한 후, 추후 학생이 개선된 행동 사항을 보이면 그 사항을 또 추가해서 기록하라고 하고 있다. 이는 마치 교사에게 문제 학생에 대한 범죄 동향 보고서를 작성하기 위해 학생을 사찰 하라는 수준이다. 마치 일이 터지길 기다렸던 것처럼 거침이 없다. 이와 같이 일만 터지면 언제든지 악용될 수 있는 시스템은 이미 도처에 깔려 있다.

※ 편리하지만 악용이 가능한 유사한 시스템
- CCTV : 처음에는 특별한 용도로 목적이 제한되지만, 실지로 익명의 모든 사람을 감시한다.
- 신용카드(교통카드 겸용) : 소비패턴과 이동 상황 파악 가능
- 메일내용, 은행계좌 입출금 내역, 핸드폰 통화 및 문자 언제 어디서 누구랑 했는지 내역
- 스마트폰 : 위치 추적부터 시작해서 인터넷 업체가 탐내는 온갖 정보
- 실제로 수사에 들어갈 경우 위에 열거한 대부분의 정보가 본인 동의 없이 검찰에 제공됨

입학사정관제가 시행되면서 스펙 쌓기 열풍이 불고 있다. 모든 활동을 스펙으로 쌓아서 관리하는 시대가 오고 있다. 그래서 에듀팟이라는 창의적 체험활동 종합지원시스템도 도입되었다. 현재 사교육에 대한 우려로 교외 수상경력, 해외봉사활동, 사교육기관, 영리기관에서의 체험활동 내용등은 기록하지 말라고 하면서 별도로 에듀팟을 도입한 이유가 무엇일까? 향후 스펙 기록용 시스템이 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을 것이다. 2012년 9월에 에듀팟-네이스 연계 체계를 구축한다는 계획도 마찬가지 우려를 낳는다.

한편으로는 생활기록부를 함부로 수정하지 말라고 강조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생활기록부 내용을 학부모에게 공개함으로써, 민원에 의한 수정의 여지를 남겨두어 교사와 학생, 학부모간 기록 내용에 대한 갈등의 소지가 있다. 그리고 실제로는 인증서 발급 등의 문제로 학부모 서비스 이용도 매우 불편하다.

교사 입장에서 볼 때 시스템 종류가 많은 것도 편리하기 보다는 큰 혼란을 주고 있다. 업무포탈이라는 사이트에 네이스, 에듀파인, 업무관리(전자문서)의 3가지 시스템을 묶어 놓은 것이며, 2012년말 네이스와 연동한다고 하는 에듀팟(창의적 체험활동 종합지원시스템)도 별도로 존재한다. 이외에도 e-clean 시스템과 내 PC 지키미가 있으며 올해 초부터 별 안내 없이 설치된 인터넷 사용 제한 프로그램까지 실제로 어떤 도움이 되는지 무엇을 위한 것이며 어떤 정보가 쌓이는지 자세히 알려주지도 않고, 보안 및 통제를 위한 명분으로 가뜩이나 복잡한 학교 컴퓨터를 더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현 네이스 시스템은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실제로 효율적이지도 않고, 별로 편리하지도 않으며, 교사 업무를 오히려 가중시키며, 과도한 정보 집적에 따라 정보조작이나 정보유출의 위험을 안고 있으며, 언제든지 교사와 학생의 목을 조르기 위한 시스템으로 악용될 위험을 안고 있는 시한폭탄에 가깝다. 정보통신기술의 급속한 발달에 따라 정보통신 선진국이라는 우리나라는 언제나 기술 발전에만 신경을 쓰며, 기술 발달이 사회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 지에 대해서는 심각하게 준비하고 고민하지 않는 것이 현실로 보인다. 처음 네이스 도입 때부터 정보인권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었고 결국 최소한의 내용을 분리해서 집적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지만, 한 번 도입된 시스템은 그 관성에 따라 끊임없이 확장을 노릴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정보통신기술 발달에 따른 전산화는 필연적으로 정보인권과 긴장 관계를 유지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전기 사용의 편리함에 취해 핵발전소를 지어 놓고 안전하다고 우기다가 사고가 난 후에 뼈져리게 후회하는 것보다, 근본적인 문제점을 인식하고 지금이라도 핵발전소를 폐기하는 것이 옳은 것처럼, 민감한 개인정보를 과도하게 집적하여 학생과 교사들을 손끝으로 통제하려는 네이스라는 괴물은 하루빨리 근본적인 재검토를 거쳐 본래의 목적에 맞게 운영되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현 상황에서 네이스에 대한 문제제기를 어디서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혼란스럽다. 어쩌면 올해 9월로 예정된 에듀팟과의 연동이나 요즘 이슈가 되고 있는 학교폭력 가해사실 기록 거부가 새로운 싸움의 계기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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