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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우리는 모두 학교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다 !

김윤례 / 평등교육실현전국학부모회 정책위원

교무행정지원사?! 누구냐 넌?!

지난 2월 서울시교육청은 교원업무 경감차원으로 교무행정지원사를 서울시 1,004개 학교에 배치한다고 발표(2012년도(가칭)교무행정지원사 배치 계획 2012.02)하였다. 이는 전교조서울지부와 서울시교육청의 단체협상의 성과물이라고 한다. 교원업무 경감을 통해 교사들의 노동여건을 개선한다는 취지는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정작 문제는 그 결과 비정규직이 확대되고, 나아가 기존의 비정규직노동자들의 고용과 노동조건도 위협받을 수 있다는데 있다.
서울식교육청의 계획에 따르면 교무행정지원사의 채용기간은 10개월(2012.03.01~12.31)이며 급여는 1,143,980원(4대보험 포함)이다. 그야말로 단기계약 비정규직이다. 그러나 문제는 단지 고용형태와 저임금에만 있지 않다.
교무행정지원사는 이른바 혁신학교에서의 시범 운영 결과에 따르면, 많은 문제점을 낳았다. 실제로 상당수 노동자들이 중간에 그만두는 상황이 발생하였다. 근본적인 문제는 수십명의 교사들에게 부여되던 업무를 1명에게 전담시키는데 있었다. 교사들이 하던 업무는 결코 1명이 처리할 수 없는 업무들이다. 이는 서울시교육청의 계획에도 우회적으로 표현되고 있다. 발표된 계획에 따르면, “단위학교 교무행정전담팀 구성·운영을 할 수 있으며, 사전에 학교구성원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교사 2인 내외를 전담팀에 포함하여 구성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즉 교무행정전담업무는 1명의 비정규직이 아닌 교사 즉 정규직이 하더라도 최소 2인 이상이 요구되는 업무라는 것이다. 물론 학교마다 학생 수 등에서 편차는 있지만 경험적으로 볼 때 최소 3명에서 최대5명이 필요한 업무량이라는 것이 나를 포함한 현장 노동자들의 중론이다. 이렇게 결코 혼자서 할 수 없는 업무를 부여하다 보니, 결국 교무행정지원사가 소화할 수 없는 업무들은 기존의 다른 비정규직노동자들에게 전가되고 있다. 예를 들어 교무보조, 특수보조, 과학보조, 사서, 전산보조 등 또 다른 비정규직에게 업무를 떠넘기고 있는 현실이다. 또 그 과정에서 정규직 교사와 비정규직 간의 충분한 합의과정 없이 일방적으로 업무가 분장되면서 노동자간의 갈등이 발생하고 있다.
한편, 업무의 성격에 따른 숙련정도도 전혀 고려되지 않고 있다. 학교 현장에서는 교무행정지원사에게 학적(전입, 전입관련 서류 관리 및 이관), 학교생활기록부관리(시스템관리), 수업계(프로그램 및 일일 시간표 조정), 성적처리프로그램, 학교 행사 준비(졸업식, 입학식), 각종 문서정리, 행정업무처리, 방과후학교 프로그램관리 및 업무처리 등의 각종 업무를 담당하게 하려고 한다. 그런데 이는 생각처럼 쉽지 않다. 비록 학교업무가 연 단위로 반복되는 업무라고 하지만, 학교운영의 흐름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 각종 시스템에 대한 사용법을 알아야 처리할 수 있는 업무이다. 그런데 이를 서울시교육청은 단 하루의 연수로 학교업무를 파악하라고 하는데 이는 불가능에 가깝다.
또 다른 문제점은 행정업무를 어떻게 규정하는 가의 문제이다. 일선 학교 현장에서는 교사 업무와 행정 업무를 혼동하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교사의 고유 업무인 수업(평가, 기록), 학생지도(상담, 기록)등을 혼동하여 학생 평가를 시스템(나이스-학교생활기록부 및 상담일지, 건강기록부 등)에 기록하는 업무를 행정업무로 혼동하여 떠넘기는 경우도 있다. 그 결과 정규직 교사와 비정규직 사이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부족한 교육예산과 학교비정규직

지금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을 고통스럽게 만들고 있는 또 다른 요인은 부족한 교육예산이다. 학교에서 근무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 중에는 임금을 교육청이 아닌 학부모들이 내는 돈에서 지급받는 노동자들이 있다. 급식노동자들이 대표적인 예이다.
무상급식 실시 이전에 학부모들이 내는 급식비의 예산 안에는 식재료와 공공요금, 비정규직노동자(조리종사원)들의 인건비(임금)가 포함되어 있었다. 그런데 2012년부터 서울의 경우 초등학교, 중학교 1학년까지 1식 3,250원씩 급식비를 면제받는다. 물론 중학교 2, 3학년은 본인부담이다. 이러다 보니 문제가 발생한다. 학생 수 감소로 급식비총액은 줄어든 반면, 식재료비와 공공요금은 해년마다 오르고 있다. 결국 단위 학교에서는 예산은 부족하니, 주어진 총액을 맞추기 위하여 조리종사원 해고를 통해 인원을 축소한다. 결과적으로 그렇잖아도 학교 안 가장 낮은 최저임금을 받으면서 가장 강한 노동에 시달리는 조리종사원은, 예를 들면 5인이 하던 같은 일을 4인이 해야 하는 심각한 노동에 시달릴 뿐 아니라 사고 위험도 높다. 또 예산을 이유로 교육청은 뒷짐을 진 채 구경만하고 자칫 급식조리종사원 인건비를 부담하는 학부모와 조리종사원간의 갈등이 촉발 될 수도 있다.
학교운영지원비로 인건비를 받아 왔던 비정규직노동자들도 유사한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다. 학생 수 감소로 예산(서울의 경우, 1학년은 학부모 부담, 중2,3학년은 교육청 지원)은 부족한데 교과부나 시교육청의 인건비 추가 지원은 없다. 그리고 아무리 작은 학교라도 행정업무량은 비슷한 상황에서 교육청의 지원 없이 학교 자체가 해결해야하기에 사실상 비정규직 인건비 동결 또는 비정규직 해고를 강요하는 것과 같다. 실제로 정규직과 동일한 업무를 하는 행정보조노동자와 같은 호봉제노동자는 2004년 이후 더 이상 채용할 수 없게 되었다. 교육청에서 내려온 지침에 따르면 기존 호봉제 자리의 노동자를 채용할 때는 반드시 연봉제 혹은 일용직을 채용해야 한다. 그 결과 한 사무실 안에 정규직, 호봉제, 연봉제가 동일한 노동을 함에도 차별적인 임금을 받고 있다. 이는 기능직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예를 들어 기능직공무원 10급의 경우 고용직 호봉제 임금표가 폐지되었기에 당연히 9급에 준하여 호봉이 적용되어야 하나 실제로는 여전히 임금동결, 각종 수당이 삭감되는 상황을 감수해야 하는 것이다.
뿐만 아니다. 그동안 학교현장에서는 학부모들이 내던 학교운영지원비에서 비정규직노동자의 인건비와 정규직교사들의 수당을 지급해 왔었다. 추가 지원 없이 단위 학교에서는 삭감된 예산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정규직 교사들의 수당을 우선시하면서 비정규직의 해고, 임금동결 혹은 삭감, 비정규직의 초과근무수당 및 연가예산 비책정 등 각종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우리는 모두 학교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다.

지금 서울 전역 대부분 학교에서 비정규직 해고가 줄줄이 발생하고 있다. 갈수록 높아지는 노동강도에 비해 열악해지는 임금, 그리고 고용불안을 해결할 수는 없을까? 학교는 예산부족을 핑계 삼고 있고, 교육청은 더 이상의 예산 지원은 어려우니 단위학교에서 알아서 해결하라고 한다. 더욱이 노동강도 강화를 감내하던지 심지어 해고당하는 급식노동자들의 경우처럼, 학교비정규직노동자의 사용자를 학교장으로 두는 한 문제는 해결될 수 없다. 게다가 이번 서울시교육청의 교무행정지원사는 사용자를 학교장으로 못 박고 있다. 만일 이런 식의 행태가 계속된다면 비정규직노동자들의 고용과 노동조건은 더욱 열악해질 수밖에 없다.
서울시교육감은 후보시절 우리 평등학부모회를 포함한 교육단체, 노동단체들과 “비정규직없는 학교만들기 정책협약”을 했다. 그러나 교무행정지원사 계획에서 보듯이 학교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고용안정과 노동조건 개선의지는 없는 것처럼 보인다.
더욱 안타깝고 화가 나는 것은 정규직 노동자들의 상당수가 함께 일하는 교육노동자들 간의 단결을 꾀하기는커녕 여전히 정규직 중심의 이기적인 사고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교원행정업무를 경감해야 한다. 그러나 그를 위해서는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정책에 합의해서는 안 될 일이다. 교원업무경감을 위해서는 정규직을 추가적으로 고용하던가, 기존의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여 문제를 해결하여야 한다. 또 업무이관을 일방적으로 할 것이 아니라, 교육노동자들의 간의 협의를 통해서 이루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우 안타깝게도 앞서 지적했듯이 전교조 서울지부는 교육청 등과 교원업무경감방안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학교비정규직의 의견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논의를 진행하지 않았다. 반면 경기 등 다른 지역에서는 기존 학교비정규직을 275->365계약으로, 교원업무행정지원사로 우선 전환하고 신규채용의 경우도 최소 365일 계약으로 진행하였다. 또한 업무분장매뉴얼 작성에 있어서도 학비노동자들의 의견을 상당히 수렴한 것으로 알고 있다.
결국 서울은 모든 학교에 교원행정지원사 배치라는 숫자 확보를 위하여 기존 학비의 요구 및 신규채용 학비의 근무조건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하여 여전히 학비노동자들 대부분 275일, 신규채용 교원행정지원사 역시 10개월 단기 계약에 그치고 있다. 더구나 업무분장에서의 합의는 커녕, 교원업무경감방안 논의 과정에서 교사 업무를 기존 학비에게 과도하게 이관하는 사례들이 비일비재하게 나타나고 있다.  
교육환경의 개선을 위해서는 교육예산의 확충을 위해서는 교육노동자들이 함께 단결하고 투쟁을 전개해야 한다. 그것만이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는 가장 근본적인 방법이다. 비록 현재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나뉘어 있지만, 정규직 비정규직 모두 노동자로 단결하여, 적어도 학교라는 공공영역에서 만큼은 부당한 차별을 용인하지 않아야 한다. 이제 더 이상  교육의 공동체인 학교에서 고용을 미끼로 비정규직노동자들에 대한 차별을 강요하는 이 상태를 방치해서는 안 될 것이다. ‘도가니’는 단지 광주의 어느 학교만의 특수한 사례가 아니다. 학교비정규직 문제를 외면하는 한 학교는 차별과 굴종을 강요하는 ‘오욕의 도가니’로 전락할 것이다.
노동자가 단결해야 한다는 우리의 요구는 너무나 당연하다. 왜냐하면 “우리는 모두 학교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기 때문이다!” 또한 “우리는 학교를 차별 없이 함께 살아가는 가치를 배우는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할 노동자들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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