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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호 [특집] 총선·대선 공간에 제출해야할 핵심적 의제

2011.10.12 12:42

진보교육 조회 수:758

교육혁명공동행동, 총선 ․ 대선 공간에 제출해야할 핵심적 의제

이현 / 진보교육연구소장

1. 20세기 한국 교육 체제의 종언

20세기 한국 교육은 다른 나라에서는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매우 독특한 특성을 가지고 있었다. 세계에서 가장 초고속의 교육의 양적 팽창, 전 국민이 사활을 건 치열한 입시경쟁, 세계 최고 수준의 사립학교 비율, 세계 최대의 사교육 시장 등 한국 교육에서만 볼 수 있는 고유한 현상들이 존재하였다.  
교육의 초고속의 양적 팽창은 형편없이 낮은 교육의 질(거의 세계 최악의 수준인 학급당 학생수를 보라), 교육 공공성의 부재(교육의 목적과 운영방식 모두에서), 교육비의 과도한 학부모 부담(세계 2위의 대학등록금을 보라), 학생들의 살인적인 학습 노동과 인권의 부재 등 역시 세계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수많은 교육문제를 양산하였다.
하지만 문제의 심각성에 비하면 대중의 저항은 거의 일어나지 않았다. 문제투성이의 교육을 거부하기는커녕 교육기회를 잡지 못해 안절부절 못했다. 지지기반을 넓혀야 하는 정치세력과 교육을 돈벌이 수단으로 삼으려는 사학자본은 서로 손잡고 교육에 대한 대중의 강렬한 욕구를 적절히 활용하면서 부실한 교육의 양적 팽창을 주도하였다.

한국 사회에서 자식 교육에 대한 투자는 부동산 투자와 함께 불패 신화를 이어갔다. 지금 아무리 힘들고 고통스러워도 자식에 대한 교육 투자는 미래를 보장받기 위한 가장 확실한 투자였다. 이는 한국 자본주의 역시 고속 성장을 거듭하면서 학교에 양산한 노동력을 계속 흡수할 수 있는 능력을 발휘하였기 때문이었다. 모두가 만족할만한 직장을 얻은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부모보다는 좋은 직장을 얻는 경우가 많았으며 완전 취업의 신화도 유지되었다. 교육의 양적 팽창과 자본주의의 양적 성장이 상호 조응하면서 교육투자에 대한 보상체계가 일정하게 작동해왔던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다수의 사람들은 교육문제에 대한 불만을 터뜨리는 것보다는 좀 더 높은 보상의 기회를 잡는데 관심을 집중하였다.

'교육기회의 확대 → 치열한 입시경쟁교육 → 학력과 학벌에 의한 학생의 분류와 서열화 → 불평등한 자본주의 노동시장으로 흡수'라는 패턴을 지니고 있는 20세기 한국 교육체제는 1997년 IMF 사태라는 한국 자본주의의 고도성장 시대의 마감과 함께 생의 주기를 마감해야할 시점에 와 있다. 20세기 한국 교육체제가 유지될 수 있었던 가장 핵심적인 동인은 적절한 보상체계의 작동이었다. 교육문제로 인한 고통과 불만을 견디게 해준 것은 그것을 상쇄할 정도의 보상이 존재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어떤 체제의 종언이 좀 더 향상된 체제로 항상 대체되는 것은 아니다. 지배세력들은 20세기 한국 교육 체제의 종언에 대하여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즉 시장적 경쟁체제) 도입으로 대응하였다. 시장적 경쟁체제는 교육 실패의 책임을 학생이나 학부모 자신 또는 학교나 교사에게 떠넘길 수 있는 효과적인 장치이다. 만약 교육을 통해 적절한 보상을 받지 못했다면 그것은 전적으로 시장적 경쟁에 실패한 개인의 책임인 것이다. 그리고 구태여 책임 소재를 좀 더 찾아보자면 공급자로 규정된 학교와 교사의 책임이다.
실제로 지난 10년 동안 이런 지배세력의 논리가 먹혀들어갔다. 학생과 학부모는 시장적 경쟁의 책임을 온전히 떠맡으면서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무기를 벼르기 위하여 입시경쟁력을 키우고 자기를 계발하는 데(스펙 쌓기)에 전력을 다했다. 그리고 경쟁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지 않다고 판단되는 학교와 교사에 대하여 가끔 불만을 터뜨렸다.
초중등 학교는 입시준비기관으로서 성격이 더욱 강화되었으며, 대학은 취업준비 기관으로 전락하였다.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입시사교육과 취업사교육은 멈출 줄 모르고 증가하였다. 이전의 경쟁이 상승을 위한 경쟁이었던 이제는 추락을 막기 위한 생존경쟁의 성격을 띠게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이것이 합리적인 경쟁이고 합리적인 선택인가?'라는 질문은 떠오르지 않는다. 더욱 '어떤 교육이 좋은 교육이고, 궁극적으로 무엇을 위해 교육해야 하는가?'와 같은 질문은 사치스러운 것이다. 당장 눈앞에 펼쳐지고 있는 경쟁에서 승리만이 유일한 관심일 뿐이다.

그런 면에서 2010~11년은 한국 교육에서 있어서 어떤 분기점인 것처럼 보인다. 2010년 진보교육감의 진출과 2011년 대학생들의 반값등록금과 서울대 법인화 반대 투쟁은 20세기 한국 교육체제의 종언 이후 대세를 장악하였던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에 결정적인 균열이 발생하고 신자유주의 교육체제에 대한 대중의 반란이 시작되었음 보여주는 징후이다. 하지만  반값 등록금 투쟁으로 표출된 대학생들의 저항이, 보상해주지도 못하면서 과도한 교육비를 일방적으로 떠넘기는 지배세력들에 대한 즉자적인 분노(또는 단순한 경제적 요구)를 넘어서 교육과 사회 전반을 재구성하려는 열정으로 상승할 수 있는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대중의 반란의 징후에 가장 기민하게 반응한 것은 자유주의 정치세력이다. 그들은 약발이 다한 민주주의 담론에서 복지담론으로 선회하면서 대중의 불만과 반란의 에너지를 흡수하려 하고 있다. 하지만 자유주의 정치세력이 교육과 사회 전반을 재구성하려는 차원에서 복지 담론을 제출한 것은 아니다. 또한 그들이 반신자유주의의 지향성을 가지고 있는지도 불투명하다. 그들은 복지담론을 통해 정치적 지지 기반을 확대하고, 대중 반란의 조짐이 반체제의 흐름으로 흘러넘치는 것을 통제하고 적당한 타협지점에서 봉합하려는 의도를 지니고 있을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진보적 교육운동 진영이 떠안아야할 역할은 명확하다.
낡은 체제가 생명을 다해가고 있고, 대중 반란의 기운이 커지는 상황 즉 체제 재편기에서 진보진영의 역할은 크게 두 가지이다. 우선 낡은 체제를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체제에 대한 전망과 대안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대중반란의 조짐을 현실화시켜낼 수 있는 대중 투쟁을 조직하는 것이다. 물론 이런 과제를 수행하는 것이 쉬운 것은 아니다. 특히 진보 정치세력이 뚜렷한 정치적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하는 상황에서 새로운 전망과 대안은 종이 위의 설계도(그것을 실현할 수 있는 주체적 역량이 결여된)에 불과하다고 많은 사람들이 생각할 수 있다. 대중반란의 조짐도 그들의 요구와 목소리를 확산시키고, 정치적 의제로 상승시켜줄 세력이 부재함으로써 그 폭발력이 약화될 수도 있다.
결국 진보교육운동은 아래로부터의 운동이라는 하나의 흐름에만 의지하여 교육체제의 변혁을 추구해야 하는 무거운 과제를 안고 있다. 그렇다고 자유주의 세력의 헤게모니에 투항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새로운 체제에 대한 진보진영의 독자적인 구상과 전망을 마련하고, 아래로부터의 대중투쟁을 차근차근 조직해 나가면서, 이를 바탕으로 제도 정치에 대한 개입력과 견인력도 강화해 나가는 것이 우리의 과제가 아니겠는가?  

2. 새로운 교육체제의 기본 원리

어떤 체제가 위기에 봉착하면 그 체제의 성립과 유지를 위해 핵심적인 역할을 해온, 그러나 대부분이 사람이 너무나 당연한 것으로 여겨온 근본 원리들이 의문이 대상이 되고 결국 새로운 원리로 대체된다.

20세기 한국 교육체제를 지배해 온 근본 원리들(또는 부당하게 전제된 것들)은 무엇이었을까?

배우는 자나, 가르치는 자나 모두에게 교육의 거의 유일한 목적은 계층상승(유망한 직업의 획득)이었다. 나머지의 모든 언술들은 누구나 형식적이고 기만적인 수사로 취급하였다.

계층상승이 유일한 교육의 목적인 상황에서 치열한 입시경쟁과 서열화된 학교체제를 통해 학생들을 분류하고 서열화하는 것을 교육의 핵심적 역할로 인정하는 것은 당연하다. 혹여 누군가 문제를 제기했다면 그것은 입시경쟁과 서열화 자체가 아니라 공정한 게임(경쟁)의 룰에 대한 것이었다.

교육의 목적이 사적인 계층상승이기 때문에 교육비를 개인이 부담하는 것 또한 당연한 일로 받아들였다. 교육이 권리가 아니라 투자인 상황에서 개인이 교육비를 부담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특히 고등교육으로 올라갈수록 더 큰 보상이 예견되기 때문에 당연히 높은 교육비를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하였다.  

입시경쟁이 교육을 전일적으로 지배하는 상황에서 '경쟁'이 교육의 기본원리로 자리 잡은 것 또한 자연스런 현상이었다. 학생의 성취를 양적으로 평가하고 등수를 매기고 이를 통해 경쟁을 시켜야지만 학습(배움)이 가능하다는 '경쟁 중심의 교육'이 대다수의 사람들의 상식이 되었다. 점수와 등수 없는 교육을 상상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 되었다. 점수와 등수가 사라지는 순간, 학생들은 학습을 내팽개칠 것이라는 공포가 사람들을 지배하고 있다.

새로운 교육체제 대한 구상은 기존의 교육체제가 부당 전제하였던 근본적인 원리들을 전복하는 것으로부터 출발해야 한다. 새로운 원리를 정립하고 이를 기반으로 새로운 교육체제를 구축해 나가야 한다.

우선 교육의 목적은 유적 존재로서의 인간의 잠재적 역능을 최대한 계발하는 것이야 한다. 교육적 용어로 표현하면 이미 공허한 기표가 되어버린 '인간의 전면적 발달'이 원래 담고 있는 의미를 오롯이 되살려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인간의 유적 특성, 잠재적 역능, 발달 경로 등에 대하여 체계적인 이해가 필요하다.

둘째로, 새로운 교육 방법의 원리로 '협력'을 전면에 내세워야 한다. 인간의 발달은 다양한 상호작용의 결과로 촉발된다. 협력은 윤리적 인간의 형성에 필요할 뿐만 아니라 경쟁보다 훨씬 풍부한 상호작용을 불러일으켜 인간의 전면적 발달을 가장 효과적으로 성취할 수 있는 방법이다.

셋째로, 교육 운영의 원리로 평등성과 공공성이 구현되어야 한다. 발달(목표)과 협력(방법)을 기본으로 하는 새로운 교육체제는 학생을 갈라치기하고, 서열로 나누는 것이 아니라 모든 학생의 고른 발달과 성장을 목표로 해야 한다. 따라서 개인적 지불 능력에 의해 차별을 겪는 시장적 경쟁시스템을 지양하고 오히려 뒤처져 있거나 불리한 여건에 있는 학생들을 역차별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체제를 마련해야 한다. 또한 서열화와 불평등을 구조화하는 학교의 서열체제를 반드시 해체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교육은 만인의 보편적 권리가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무상교육이 전면화되어야 한다. 이는 단순히 국민들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조치에 불과한 것이 아니다. 교육을 상품이 아니라 만인의 보편적 권리로 규정함으로써 교육이 더 이상 개인적 지위 상승이나 개인의 부의 축적 수단으로 전락하는 것을 막고, 교육과 지식이 사회적 보편적 이해와 공공적 이익에 복무할 수 있는 새로운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어 낼 것이다. 사회는 모든 사람들의 교육권을 보장하고, 이를 통해 성장한 모든 개인들은 사회를 위해 헌신하는 선순환 체계를 형성해야 하는 것이다.

3. 새로운 교육 체제 구축을 위한 핵심 의제    
-2012년 총선과 대선 시기의 의제화 과제를 중심으로-
(아래에서 제시한 핵심 의제와 중심 과제는 교육혁명 공동행동에 공식적으로 결정한 것이 아닙니다. 향후 검토위원회와 지역별 순회 토론회를 통하여 최종 결정될 것입니다.)


의제1. 대학평준화를 통한 입시경쟁교육의 폐지와 대학의 공공성 강화
       - 교양과정과 공동학위 대학 통합 네트워크 건설 -

한국교육에서 극단적으로 서열화되어 있는 대학체제는 20세기 한국 교육체제의 성격을 규정하는 핵심적인 고리이다. 대학 서열체제는 아래로는 대학입시경쟁을 통해 초중등 교육을 지배하여 왔으며, 위로는 사회적 불평등을 재생산하고 정당화하는 핵심적 기제로 작동하여 왔다.

대학 평준화는 국공립대학과 희망 사립대학를 중심으로 전국적인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공동선발과 공동학위를 부여하는 제도이다. 당연히 대학입시는 자격시험으로 전화되어 치열한 입시경쟁을 사실상 종식시킬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사회적 불평등을 재생산하는 학벌을 철폐함으로써 사회적 평등의 확대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대학평준화는 대학의 공공성 강화에 커다란 역할을 할 것이다.
현재 한국 대학은 사립대학의 비중이 80% 이상으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또한 대부분의 사립대들은 족벌 재단에 의해 운영되고 있으며, 그들의 전횡에 의해 대학의 공공성이 심각하게 훼손당하고 있다. 대학통합 네트워크는 사립대들을 준공립화하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올해 이슈화된 반값 등록금 등 대학에 대한 재정 지원을 매개로 네트워크에 가입시키고, 공적 통제를 강화시킴으로써 사실상 사립대를 준공립화시킬 수 있다. (대부분의 재단들은 네트워크 가입을 꺼릴 것이다. 그러나 네트워크 가입대학에 재정지원을 확대한다면 학생, 교수, 교직원 등 아래로부터 네트워크 가입 운동이 일어나면서 자연스럽게 사립대학교 민주화 운동을 촉발시킬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수의 상위 학벌 대학은 독립사립대학으로 남을 가능성이 존재한다.)  

대학통합네트워크는 대학의 교육과 연구 역량을 강화하는데서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현재 한국의 대학들은 소수의 대학을 제외하고 교육과 연구를 위한 인적․물적 기반이 열악한 상황이다. 특히 학문 연구의 중심축인 대학원들의 경우 개별 대학 차원에서는 연구를 위한 인적․물적 인프라가 부족하여 의미 있는 연구가 사실상 불가능하였다. 대학통합네트워크는 기존의 대학 간 경쟁체제를 협력체제로 전환시킴으로써 교육과 연구 역량에서 획기적인 발전을 가져올 것이다.

의제2. 발달과 협력 중심의 교육과정 도입과 사회적 교육과정위원 설치

우리 교육에서 교육과정에 대한 국가의 개입은 매우 높은 수준에서 유지되어 왔다. 특히 중앙정부가 교과서 발행을 사실상 통제하고 대학입학시험을 관장함으로써 교육 내용을 철저하게 통제할 수 있었다. 교사들은 교육 내용에 대한 선택권을 전혀 가질 수 없었다.
그러나 국가수준의 교육 과정에서 제시된 내용과는 무관하게 학교현장에서 교육과정을 실효적으로 지배한 온 것은 대학 입시였다.
대부분의 교사들은 입시준비와 진도빼기에 유리한 주입식 교육(문제풀이에 유리하도록 지식들을 요리하여 먹여주는)을 선호하였으며, 학생들의 학습은 기계적인 암기나 도식화 그리고 반복적인 문제풀이에 집중되었다.
과도한 반복 훈련의 결과로 국제 시험에서 성적은 높게 나오고 있지만, 정작 학생들에 향후 삶(사회적 삶이나 대학에서)에서 필수적인 고등 정신 기능은(개념적 사고 능력-일반화와 추상화의 능력, 의사소통능력-표현능력, 반성적 성찰 능력-메타인지 능력, 비판적 종합적 현실 인식 능력, 창의성과 감수성 등) 제대로 발달되지 못하였다.

새로운 교육과정은 인간의 잠재적 역능을 전면적으로 계발시키는 교육과정이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인간의 유적 특성, 잠재적 역능의 범주, 인간의 발달 경로 등에 대한 과학적 판단이 필요하다. 또한 미래 사회에 필요로 하는 인간의 역량이 무엇인지도 살펴보아야 한다. 바로 이런 종합적인 판단을 근거로 각 발달 단계에 맞는 교육 목표와 교육 방법 등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평가 체제의 변화가 없다면 새로운 교육과정은 또 형식화될 것이다. 새로운 평가체제는 점수와 등수를 산출하기 위한 평가가 아니라 새로운 교수-학습의 전진을 위한 진단으로서 의미를 가져야 한다. 가급적 정량적 상대평가는 지양되고, 서술식 절대 평가가 도입되어 한다. 또한 대학 입학시험은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자격고사로 전환되어야 한다.

새로운 교육과정을 설계하는 것은 매우 많은 역량이 필요한 사업이다. 현장 경험이 풍부한 교사들, 교육학자, 교과전문가, 문화예술 관계자, 철학과 심리학자, 미래학자 등등 굉장히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필요로 한다. 또한 교육과정은 우리 아이들을 길러내는 핵심 설계도로 모든 사회 구성원들의 이해가 집중되는 지점이다. 따라서 교육과정은 소수가 밀실에서 결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각 분야 전문가와 이해당사자들로 구성된 사회적 교육과정위원회를 설치하여 공개적인 공론화 과정을 통해 교육과정을 결정해야 한다.

의제3. 무상 교육의 전면적 확대 실시

한국은 사교육비는 물론이고 공교육에서의 개인부담도 OECD 국가 중에서 최고 수준이다. (초중등의 경우 : GDP 대비 OECD 평균 0.3%, 한국 : 0.8%, 고등교육의 경우 GDP 대비 OECD 평균 0.5%, 한국 : 1.9% 이다.)
중학교까지 9년간 의무교육이지만 완전 무상교육과는 거리가 멀다. 초등학교의 경우 방과후 교육비, 급식비, 현장학습비 등 학부모가 학교에 연간 납부하는 연간 액수가 2009년에 1조 9천억이며, 중학교의 경우에는 1조 1500억에 달한다.
고등학교의 경우 입학금과 수업료로 2조 2백억원(2007년 기준)을 납부하고 있으며, 기타 학교에 납부하는 돈이 1조 2천500억에 달한다.
우선 시급하게 고등학교까지 의무 교육 기간을 연장하여 고등학교 수업료를 폐지해야 한다.
그리고 초중학교의 경우 급식비 등 각종 학교 납입금 폐지하여 실질적인 무상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대학의 경우는 더욱 심각하다. 대학 등록금은 세계 2위로 (미국이 1위인데 장학금 제도와 학생생활지원제도 등이 우리보다 훨씬 잘 정비되어 있다.) 연간 1천만원에 육박하고 있다. 반값 등록금을 실현하고 완전 무상교육으로 전진해 나가야 한다.
무상교육은 학부모의 부담 경감이나 교육기회의 평등 보장이라는 소극적 의미를 넘어 교육을 상품이 아니라 만인의 보편적 권리로 자리매김함으로써 교육의 공공적 성격을 강화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의제4. 고교 평준화 전면 확대

이명박 정부에 들어 사실상 고교 평준화는 사실상 해체되고 있다.
평준화 해체는 두 가지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우선 기존의 특목고 이외에도 자율형 사립고, 자율형 공립고 등  다양한 유형의 학교 설립하고 별도의 선발권을 부여하고 교육과정이나 수업료 책정에 있어서 자율성을 부여하고 있다.
둘째로는 기존의 평준화된 학교들을 대상으로 학생의 선택권을 부여하는 학교 선택제를 확대시키고 있다. 결국 대입성적에 따라 고등학교도 일렬로 서열화되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특목과와 자립형 사립고 - 자율형 사립고 -  자율형 공립고 - 일반 사립고  - 일반 공립고)

고교 평준화 해체는 고등학교 입시의 광범위한 부활을 초래하고 있으며, 입시경쟁교육을 조기화․전면화하고 있다. 또한 고교 서열화에 따른 교육 기회의 불평등 현상이 심각해지고 있다. 성적이 우수한 학생과 그렇지 못한 학생들은 분리시킴으로써 특히 성적이 좋지 못한 학생들이 몰려 있는 학교에서 정상적인 교수-학습의 과정을 파괴하고 있다.

특목고, 자사고 등을 폐지하고 학교선택제를 중단해야 한다. 그리고 비평준화 지역의 평준화를 확대하여 보편 교육 기관으로서의 고등학교의 위상을 명확히 해야 한다.

청소년기의 학생들에게는 특별히 더 많은 흥미를 느끼고 더 깊게 공부하고 싶은 분야가 생기기 마련이다. 이런 학생들의 다양하고 특수한 욕구는 학교 다양화를 통해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방과후 프로그램 또는 지역사회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충족되어야 한다.


의제5 학교 자치위원회와 대학평의회의 구성

지금까지 학교는 학생, 교사(교수), 직원, 학부모 등 교육 주체의 참여는 배제된 채, 교육관료와 사학재단 등에 의해 운영되어 왔다.
학생과 교직원, 학부모 등이 주도하는 학교 자치가 확대되어야 한다. 초중등학교에서는 형식화되어 있는 학교운영위원회를 폐지하고 학생회, 교직원회, 학부모회 등이 참여하는 학교 자치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
대학은 교직원과 학생을 중심으로 구성된 대학 평의회가 실질적인 대학 운영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
사학재단과 교육청은 학교 운영에 개입하는 것이 아니라 학교 운영을 지원하는 단위로 개편되어야 한다. 또한 학교자치위원회와 대학평의회의 민주적 운영을 위해 학교장 선출보직제와 대학총장 직선제가 도입되거나 확대되어야 한다.

의제6 비정규직 교직원의 정규직화

공공기관은 비정규직 차별이라는 대표적인 사회적 불의를 제거하는데 앞장서야 한다. 특히 학교는 학생들의 배움이 공간이기 때문에 더욱 이런 차별과 불의가 존재해서는 안 된다. 비정규직 교직원들은 삶의 불안정성 때문에 교육활동이나 지원활동에 전념할 수 없다.
특히 대학에서는 비정규직 교원들이 대학 수업의 절반을 담당하고 있으나 열악한 처우와 차별 때문에 교육과 연구 활동 모두에서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비정규직 교직원의 정규직화는 사회 정의의 실현과 학교 교육의 질 향상을 위한 가장 시급한 과제이다.

의제7 학급당 학생수 감축 (20-20)

교육의 질을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교육여건은 학급당 학생수이다. 한국 교육에서 주입식 교육이 주류를 이루는 것은 입시경쟁 체제 뿐만 아니라 교육 환경이 열악하기 때문이다.
현재의 학급당 학생수로는 교사와 학생의 긴밀한 상호관계는 불가능하다. 다양한 수업 방법(발표중심, 탐구․실험중심, 토론중심, 모듬중심, 프로젝트 중심 등)을 도입하는 것도 사실상 힘들다. 더욱이 학생의 발달 단계에 맞는 개별화 지도는 더욱 불가능하다.
2020년까지 학급당 학생수를 20명으로 감축해야 한다. (2015년까지 25명)
(대학도 세계 최고 수준의 교수 1인당 학생수를 OECD 평균수준으로 감축해야 한다.)

의제8 유아교육의 공교육화

생애 초기 교육은 한 사람의 성장과 발달에 평생에 걸쳐 영향을 미칠 수 있다.어린 아동에게 사회의 대부분은 가정이며, 이후에도 가정은 가장 1차적인 사회이다.
따라서 가정 내의 지적․정서적․생활적 상호작용은 아동기의 성장에서 가장 핵심적인 요인이다. 그런데 빈곤소외계층일수록 이런 상호적인 내용적으로 매우 빈곤하거나(방치되는 아이들) 왜곡되기 쉽다(학대받는 아이들). 가정 내에서의 상호작용이 빈곤하거나 왜곡되면 아이들은 발달 단계에 맞는 지적, 정서적, 의지적 성숙 단계를 거치지 못하면서 이후 학교 교육에서도 계속 발달과 성취가 지체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나아가 타인과의 상호작용을 어려워하거나 거부하는 단계로 나갈 위험성도 존재한다.
따라서 생애초기 교육인 유아 교육을 가정의 책임으로 떠밀거나 수준이 제각각인 사설 기관에 맡겨놓을 수 없다. 유아교육의 공교육화로 모든 아동들이 질높은 생애초기 교육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고등학교와 대학 단계의 직업교육, 평생교육 등도 새로운 대안을 만들어 나가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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