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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가위 감독의 영화를 다시 보는 이유>

은하철도/진보교육연구소 연구원


화양연화
  엄격한 범주를 들이대지 말고 그냥 느낌으로, 겉모습으로만 설피 살펴보게 되면 90년대 중반 ‘문민정부’시대는 남한사회에 있어서의 화려했던 시절이 아니었나 싶다. 61년 5.16 쿠데타를 통해 집권한 군부독재가 87년 6월 항쟁을 통해 종식이 되고 군복에서 양복을 입은 정말 ‘보통사람’ 아니 보통 이하의 사람이 대통령이 되었지만 국민들의 의식 속에 그 보통이하의 대통령 역시 군인으로 그리고 그의 ‘보통사람의 시대’ 역시 군부 독재의 연장선으로 이해할 수밖에 없었다.
  ‘세계화’라는 캐치프래이즈로 신자유주의가 본격적으로 도입이 되면서 규제가 풀리고 신자유주의의 구호중 하나인 ‘투명성’을 내걸고 각종 군부 독재 시절 정권에 의해 관리되고 조절되던 자본이 정권을 딛고 독자적인 활동을 시작하던 시기였다. 신자유주의 초기 대부분의 나라들이 그러하듯이 규제 없이 외국으로부터의 대량의 자금이 국내에 유입이 되면서 얼마 있지 않아 거품으로 판명되지만 반짝 경기 부양으로 이른바 중산층의 주머니가 두둑해지면서 마이카 시대의 절정을 치달았고 전국의 고산명찰과 계곡 해변은 여유와 휴가를 즐기려는 사람들로 입구 이전의 도로가 막히기 시작하던 시기였다.
  ‘역사의 종언’이라는 자본의 호언장담이 메아리 되어 돌아오기도 전에 동유럽 사회주의권의 붕괴와 소비에트의 붕괴는 실체가 불분명한 포스 모더니즘의 유행을 가져왔고 몰락에 기댈 곳 잃은 갈대들은 새로운 기둥 인양 포스트모던에 열광하고 포스트모던적으로 현상을 보았고 사고하였다.

타락천사
  어두운 조명, 홍콩의 시내를 오가는 전철의 시끄러운 소음, 무표정한 얼굴 그리고 독백이 절대적으로 우세한 대화의 부재.... 화려한 마천루의 야경을 자랑하던 홍콩의 다른 얼굴을 우리는 왕가위 감독의 영화에서 보게 되었다.
70년대 일본 사무라이 영화에 버금가는 화면과 편집으로 풍미했던 ‘외팔이’ 시리즈 등의 장철 감독, 80년대 홍콩 느와르라는 하나의 장르를 회자시켰던 오우삼 감독을 지나 90년대 중반과 후반은 왕가위 감독의 시대였다. 87년 신인 장만옥을 발탁 스타로 만들었던 느와르 풍의 ‘열혈남아’로 영화에 데뷔한 왕가위 감독은 90년대 들어 잇달아 장국영, 양조위 등을 주인공으로 하는 탈 느와르영화를 통해 홍콩 영화의 작가 감독 대열에 우뚝 설수 있었다.
  아편전쟁으로 영국의 식민지가 된 아시아의 유럽, 그러나 기한 있는 식민지로서 언젠가는 다시 중국에 아시아에 편입되어야할 홍콩의 운명은 자신의 운명을 다 알아버린 사람들이 겪을 지루함과 무료함에 몸부림을 친다.  돈 있고 연줄 있는 이들은 서둘러 중국에 귀속되기 전에 미국, 캐나다, 호주 등으로 이민을 가고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귀속 이후의 사회의 모습과 삶에 끊임없이 불안하고 부유(浮遊)한다.
  50년대 후반 중국 상하이에서 출생하여 어렸을 때 홍콩으로 온 왕가위 감독에게 있어서 90년대 홍콩의 불안과 부유는 곱빼기로 작용했으리라.... 주인공을 따라가는 관객의 눈을 힘들게 하고 어지럽게 하는 카메라 워크와 무의미한 대화와 과장된 행동과 불안한 눈빛으로 서사를 통하지 않고 장면과 분위기를 통해 충분히 당시의 홍콩을 관객들에게 보여주고 있다.
  
중경삼림
  끊임없이 사랑을 확인하고 하는 남녀들이 나오는 그의 90년대 영화에서 사랑하는 사람 쌍방이 동시에 화면에 잡히지는 않는다. 일방의 독백이나 넋두리 그리고 전화기를 통한 교환수와의 화풀이식 대화나 상대방의 친구나 가족에게의 일상적인 인사치례 등만 있을 뿐 진지한 사랑의 대화는 어디에도 나오지 않는다. 설사 사랑에 대한 표현이 적극적으로 개진되기도 하지만 어디까지나 상대방 없는 처연한 반복되는 무의미한 행동일 뿐 적극적인 의사개진은 찾아보기 힘들다.
  주인공의 직업 역시 애매모호하다. 경찰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킬러, 킬러를 도와주는 사람, 백수, 스낵집의 알바생 등등 일을 하는 목적이 무엇인지 그리고 어떻게 먹고 살아가고 있는지에 대해서 불확실하다. 경찰 역시 경찰이기에 순찰을 하고, 무거운 짐을 가지고 가는 여자들 돕고, 범죄자를 잡지 특정한 사명감이나 이유가 없이 살아가고 있고 단절된 삶속에서 사랑을 찾아 몸부림치고 괴로워한다.
  이러한 왕가위 감독의 영화에 한국의 젊은 관객들은 열광했다. 최고의 스타일리쉬한 감독으로 그의 어지러운 카메라워크와 주인공의 나른함 노곤함에 그리고 무의미한 대사에 뭔가가 있음을 믿고 그의 영화를 보았고 신작에 기대를 하였다. 그리고 또 영화가 개봉이 되면 단순이 보지 않고 ‘읽으려’ 노력을 하였고 점점 그의 ‘작가성’에 목말라 했다.

2046
  21세기 벽두 왕가위 감독은 칸느에서 인정을 받고 그의 신작 ‘2046’을 통해 칸느에 화려하게 입성하였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한국에서는 그의 전작 ‘해피투게더’에 훨씬 못미치는 평가를 받게 되고 쇠락의 시작이 된다.
  미래의 어떤 시대 끊임없이 진행되는 초고속 열차를 탄 주인공의 기억을 소재로 어떤 소설가의 소설이라는 액자형 영화는 ‘아비정전’, ‘화양연화’의 인물들이 총 출연하면서 미쳐 못한 얘기들을 풀어놓고 또다른 궁금증을 만들어 놓는다.
  어렸을적 동화들은 해피엔딩이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 꼭 해피엔딩이 좋은 결말이 아니다. 왜냐하면 해피엔딩은 실제가 아니라고 알기에..... 꼭 결말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모든 인간에게 있어서 결말은 쇠락과 부재로 귀결되기에...... 그래서 감독은 무한히 계속되는 열차안에 하나의 승객과 사이보그를 배치했나 보다.
  90년대 거품이 일던 시기에 남한에서는 이미 이전부터 진행되던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사회였던 홍콩과 홍콩 사람에 대해서 알 수 없었다. 그리고 그때 우리는 그것을 스타일로 받아들였고 이해하려고 노력하였다. 그러나 이미 21세기 남한은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광풍이 불어닥친  장소였다. 많은 사람들이 인지하지는 않았지만 영향을 받고 고통을 받게 되었다.
이제 우리는 영화에서의 인물들의 부조리와 의미없음을 이해할 필요없이 체험하고 있고 매일같이 반복하고 있다.
  한우에만 등급이 있는 줄 알았는데 사람도 학교도 과학적(?)으로 체계적으로 등급화되고 있으며 , 경제적 이익을 위해서 돼지와 소만 살처분 되는줄 알았지만 사람들도 노동자도 구조조정 이라는 명분으로 살처분되고 있다. 우리의 노동이 우리의 선택은 두 걸음을 보지 못하고 바로 앞에 떨어진 것만 허덕이면서 반복적으로 할 뿐이다. 여기에 우리의 생각을 개입할 필요도 개입시킬 여력도 떨어진듯 하다.  
  국가의 공권력은 여지없이 자본의 지팡이가 되어 노동자를 테러하고 철거민들을 내쫒는데 사용이 되고 있다. 공권력 행사의 절차가 거추장스러운 자본은 직접 폭력 테러를 돈을 주고 자향을 하고 있고 여기에 각종 미디어들은 눈과 귀를 감거나 거짓 정보를 끊임없이 생산해 내면서 사람들을 지루하게 피곤하게 만들어간다.

해피투게더
  멀리 떨어진 지구 건너편 공기가 좋은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 아리에스의 중국인들의 사랑과 만남을 그린 해피 투게더는 동성연애 장면등으로 논란을 빚기도 하였지만 명백한 세명의 주인공을 통해 중국, 대만, 그리고 홍콩을 상징하는 정치적 영화이다. 제목은 해피 투게더 이지만 세 주체의 역사와 상황의 차이 등으로 인한 소통과 해피 엔딩의 불가능성을 통해 감독의 홍콩의 미래에 대한 일단락을 볼 수 있다. 체념......
  남한 사회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있어서 왕가위감독과 같은 결론과 정리는 할 수는 없다. 영화는 예술이지만 우리가 디디고 있는 것은 실제이기에....
계선조직에서가 아닌 자발적 조직체의 생성을 통한 한진, 유성, 명동 철거 저지 투쟁이 조직되고 있다. 빛조차 보이지 않는 터널일수록 출구는 가깝게 있다는 희망을 가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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