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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현장에서 본 교원평가 - 쥐의 똥구멍을 꿰매겠다고?

강수정/ 옥정중

그게 뭐냔다? 내가 들어가는 3학년- 굳이 한번 더 설명하는 이유는 3학년 정도면 1학년 보다는 더 알만한 학년이라는 거다! 근데 그 3학년의 여섯 개  반 중에 내 질문에 안다고 답하는 아이가 달랑 한명이다. ‘교복 가격요?’ ‘수행 평가요?’하면서 딴 짓을 하는데 사오정이 따로 없다. 다시 한번 분명하게 ‘교·원·평·가’라고 말하고 한 명 한 명 차례로 끈덕지게 물어보았다. 그렇게 해서 6개 반을 다 돌았지만 들어봤다는 아이는 한명에서 더 이상 늘어나지 않았다. 귀하디귀한 한명이라 반갑고 기특한 나머지 눈을 맞추면서 취조에 들어갔다.  ‘어디서 들었냐, 부모님과 이야기해 본적 있냐, 뭐라시더냐’고. ‘엄마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정책이라고, 어떻게 선생님을....정서적으로 맞지 않데요’ 하고 하셨단다. (앗싸~)


폭력과 상스러움으로 만신창이가 된 우리 교육을 회생시키는 ‘만병통치약’으로 궁민(?)의 머리에 내면화된 교육평가의 실체가 이 정도밖에 각인이 안됐단 말이지? 그럴 리가 있나? 싶어 내친김에 이번에는 학부모총회에 참석차 수업 참관을 하러 온 학부모에게 직접 물어보기로 했다. 물론, 질문을 핑계로 한 공감대 형성이라고 해야 더 적절할 것 같다. 수업 공개시간! 종이 치고 나서도 한참을 교실로 들어오지 못하고 뒷문 복도에서 밍기적거리는 학부모들의 모습이 어른 거렸지만 걍 무시! 잠시후, 아마 교장인듯...뒷문을 열고 학부모를 등 떠밀면서 들어가라고 한다. -_,- 썩소후 교실로 들어 온 어머니들에게 공손하게 물어본다.    

“안녕하세요? 영어를 담당하고 있는 강수정입니다. (혹시나 못 알아들을까봐 교·원·평·가에 힘을 주면서 또릿또릿하게) 교·원·평·가 들어보셨지요? (고개를 설레설레, 그럴 리가? 분명히 알고 있다는 것을 전제로 다음 말을 준비했었는데....대사를 급 바꾸어) 아마, 학부모 총회 자료에 있을 겁니다.(전혀 첨 들어보는 소리라는 듯이 고개를 한 쪽으로 갸우뚱?) 올해부터 학생, 학부모가 교원평가를 합니다. 하지만 세계 어느 나라에도 학생, 학부모가 교사를 평가하는 일은 없습니다. 교원평가는 잘못된 우리 교육의 현실을 교사에게 덮어씌우고, 교사의 전문성을 훼손하는 것으로 교사들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있습니다...(중간 생략)...그래서 저는 교원평가에 반대합니다. 자녀의 수업이 보고 싶은 분은 여기 계셔도 좋지만 혹시 제 수업을 평가하시려는 분이 계시면 지금 나가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모두 착한 미소를 보내며 아주 동감한다는 표시로 고개를 크게 끄덕 끄덕)

이봐라? 학부모도 금시초문이라네? 오늘 학교에 오신 이유가 교원평가 때문이고, 학교에서 드린 자료에도 나와 있을 거라고 해도 ‘우리는 모릅니다. 그냥 아이들 공부하는 모습을 보러 왔어요. 선생님에게 모든 것을 맡깁니다. 감사합니다.’라는 무언의 의사표시를 온몸으로 표현한다.(흐뭇^^)

그럼, 교사는 어떨까? 교과부에서 교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교원평가 설문조사에서 찬성이 63% 라고 했다지? 우리 학교 교사들의 분위기를 감안해서 판단했을 때, 63%의 찬성률이 나오려면 교과부의 설문 문항이 지극히 편파적이고 정답을 조장했을 가능성이 200%여야 산출 가능하다. 지난 3월에 **부장이 교원평가와 일제고사에 대해 발언 하길래 열불이 나서 일어섰다.

“교원평가는 사교육비 증가 등 작금의 잘못된 교육 정책의 책임을 교사들에게 전가시키기 위해 강제 실시되고 있는데 지금 부장님의 발언은 있지도 않은 순기능을 말씀하고 계십니다. 실제 교원평가가 시범 실시된 학교의 경우를 보면, 평가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같은 과내에서 서로 ‘매우 잘함’를 주기로 사전에 약속하는데 뚜껑을 열어보니 누군가 ‘노력을 요함’을 적었다고 합니다. 같이 평가하는 교사 중에 누가 ‘노력을 요함’을 줬는지 모르기 때문에 결국 모든 동료 교사들이 다 꼴도 보기 싫어진다고 합니다. 또 음·미·체 교과의 경우, 평가군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음악교사가 미술교사를, 미술교사가 체육교사를 평가하는 우스꽝스러운 일이 벌어진다고 합니다. 서로 협력을 해도 모자라는 교사들이 이렇게 서로 분열되면 결국 그 피해는 아이들에게 돌아갑니다. 게다가 다른 학교는 평가가 애초 불가능하다는 것을 전제로 평가 항목을 새로 만들지 않고 기존의 것으로  최소화시킨다고 들었습니다. 그런데 우리 학교는 지침도 나오기 전에 동료장학이며 연구수업 날짜를 정하라고 알아서 설칩니다. 그리고 평가 점수가 낮으면 연수를 통해 전문성을 향상시킨다고 하셨는데 자신이 원해서 하는 연수라면 모르지만 낙제점수를 받고 연수를 받으면 (여러 교사들을 둘러보며) ‘죄송합니다만’ 얼마나 쪽팔리겠습니까? 저는 여기에 있는 누구도 평가하지 않을 것이며, 누구에게도 평가받고 싶지 않습니다. 성과급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리고 일제고사가 부진아를 줄이신다고 하셨습니까? 그걸 믿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요? 부진아를 줄인다는 그 일제고사 성적으로 내년부터 학교별 성과급을 차별화한다고 합니다. 게다가 일제고사의 선택권을 주었다는 이유로 현재 8명의 교사가 해직된 상황인데 그렇게 말씀하시면 동시대를 살고 있는 ‘인간에 대한 예의’가 아닙니다.”  

부장이 답변한다. “아 죄송합니다. 어쩔 수 없이 하는 일이라....”

그 일이 있은 후 학부모 총회가 열리는 날 아침에 모든 교사에게 메신저가 왔다.   ‘안녕하세요? 선생님.
학부모총회 학교안내 자료 중에 교원능력개발평가 안내 자료가 있습니다. 단위학교에서 결정할 수 없는 것이라는 것을 선생님들께서도 잘 아시리라 생각됩니다. 그리하여 안내용으로 전체적인 개요와 만족도 조사표를 넣었으나 학부모님께 작성하라고 하지도 않고 수합하지도 않습니다. 그럼 오늘 힘내시고, 좋은 하루되시기 바랍니다’

  이쯤이면 내 주변에는 교원평가에 찬성한다는 교사들은 없다고 봐야한다. 물론, 교원평가를 안다는 학생이나 학부모도 거의 전멸이다. 그런데 ‘대다수 궁민’이 찬성한다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얼마 전 전교조에서 ‘내 탓이다’라는 운동(혹은 정책?)을 펼치자고 해서 내 심기를 건드린 적이 있는데...시키면 시키는 대로 해야하는 교사 처지에 ‘내 탓’은 무슨? 당연히 ‘니 탓이다’라고 해야 맞다. ‘니’야 당연히 정부와 교과부니깐 이네들은 당연히 흘려듣지 말고 ‘자정 운동’으로 삼아 깊이 반성해야 한다. 지네하는 꼬라지가 F점인 주제에 어디 교사들에게 등급을 매긴다고 설치는 꼬락서니하고는...글고, 지네 입맛대로 노동자에게 뺑뺑이 시킬 때 마다 그 넘의 ‘대다수 궁민’은 도대체 어디 있는 걸까? 그래, 어디 내 주변에만 없다 치자. 근데, 해당 당사자들이 모른다는데 무슨 할 말 있어? 이런데도 법을 어겨서까지 강제 실시하는 똥배짱은 뭥니? 대한민국에 살면, 교원평가로는 이 지긋지긋한 미친 교육을 끝장낼 수 없다는 것쯤은 통밥으로 다 알텐데 그네들의 뇌구조는 대체 어떻게 생겨먹었길래 모르쇠로 일관하는 걸까? 제발 귓구멍을 파고 여러 사람 이야기 좀 듣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쥐의 똥구멍을 꿰맨 여공’이라는 책에, 어떤 정어리 공장에 쥐가 득실거려, 쥐를 잡는 일반적인 방법으로 고양이를 풀어 놓을래도 고양이가 쥐보다는 정어리만 먹어 치울 것이 뻔한 터라 방법이 없었다. 그때, 어떤 사람이 말총으로 쥐의 똥구멍을 꿰매버리면 배변이 불가능한 상태에서 계속 먹다가 결국 고통과 분노로 미친 야수가 되어 다른 쥐들을 물어뜯어 쫒아낸다는 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그 지저분하고 더러운 일을 누가? 하지만 그 일을 하겠다는 여공이 나타났고 그 여공은 반장이 되었다. 하지만 나머지 여공들은 그 여공을 의리없는 배신자로 여기고 미워했다. 단 한 사람이라도 쥐의 똥구멍을 꿰매겠다고 하는 사람이 있는 한 그 혐오스러운 일은 계속 되풀이 된다는 이야기가 있다.


교육주체간의 관계를 허물고 교사의 전문성과 교육력을 떨어뜨리는 교원 평가로  입시와 경쟁으로 누더기가 된 우리 교육을 고쳐보겠다고 역겨움을 불사하고 손수 꿰매겠단다. 반전도 없고 끝이 비디오인 그들의 질 낮은 코미디를 보고 있노라면 지루하고 진저리가 나서 하품밖에 나오지 않는다. 그들이 철석같이 믿고 있는 ‘대다수의 궁민’도 이젠 ‘정서가 맞지 않아’ 더 이상 웃음이 안 나온단다. 그만하면 충분히 식상했으니 나중에 (개콘 버젼으로) “괜히 했어, 괜히 했어. 되돌릴 방법은 없는 거야?” 하면서 징징대면서 후회하지 말고. 방법 가르쳐 드릴까? “디리링~~입시폐지 대학평준화”  

교원평가에 대한 실제 상황이 이 정도면 자신감을 가지고 설설 우리 목소리를 낼 때가 되지 않았을까? 더구나 그들이 할 말 없으면 요구하는 ‘대안’도 빵빵한데, 함 붙어볼만 하다. 비록 우리가 가진 목소리는 작지만, 여기 소곤, 저기 소곤 바로 옆 사람들부터 얼굴 맞대고 얘기하고, 길거리에서 선전지도 뿌리고, 공청회도 하고, 기자회견도 하면서 실상을 폭로하자. 그러면 저들의 대형 스피커인 언론을 우리의 입김 한방에 ‘훅’하고 날릴 수 있는 날이 멀지 않았다.

수업에 참관한 학부형들에게 교원평가에 관한 내 의견을 말하면서 아이들도 들으라고 우리에겐 생소한 이야기 하나를 넣었다.  
“세상에서 가장 공부 잘하는 나라, 핀란드의 교장이 우리나라에 온 적이 있는데 그 사람이 우리나라 교육을 보고 이렇게 말했대요. 경쟁요? 그거 달리기 할 때 필요한 거 아니예요? 교육은 경쟁이 아니라 협력으로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라고.
그때, 공부라고는 지지리도 안하는 장난꾸러기 녀석 하나가 영어책에 매직으로 진하게 ‘선생님 짱’이라고 써서 나보라고 높이 쳐든다.
‘그래, 그래...내가 이 굴욕적인 교단을 아직도 지키고 서있는 건 다 니들 때문이다’ 얄라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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