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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호 [현장에서] 3월9일 일제고사 지회장 분투기

2010.04.20 18:30

진보교육 조회 수:1195

[현장에서] 3월9일 일제고사 지회장 분투기

유성희 / 전교조 서울남부지회장

오늘 드디어 일제고사 날입니다.

여전히 복직하고 계시지 못한 일제고사 해직동지들...
우리학교에서는 하루면 두세번씩 " 학력신장 중점학교 반은 오늘 세시반에 시작합니다.  수업을 참가하는 학생에게는 빵과 우유를 드립니다.
해당학생들 중 성적이 향상되는 학생에게는 문화상품권을 드립니다. "  라는
방송이 울려퍼지지만, 이제 일제고사는 어느덧 자연스러운 일상의 일부분으로 자리잡았다는 느낌이 듭니다.  

전국의 어느 초등학교에서는 밤 11시까지 야간자율학습을 한다고 하고..
문제풀이 수업을 반복하는 게 '비결'이라 자랑하는 학교도 있다고...
심지어 당장 내년부터(?) 일제고사 성적으로 학교평가를 하고, 학교장 평가를 하고.. 심지어 해당교사에게 책임을 묻겠다는 방식으로 저들은 하루가 다르게
진화하고 있는데, 우리는 자꾸만 제자리걸음 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아니, 오히려 뒷걸음 치고 있는 건가요?
전략상 뒷걸음질이라면, 이렇게 마음이 아프지 않을텐데...
우리들이 뒤로 한걸음 걸을 때마다, 갖게 되는 무서운 '패배주의'가 저는 더 염려됩니다.  

저는 사실..... 개인적으로 좀 그런 느낌도 들었거든요.
" 이거 해서 뭐하나.. 어차피 안 먹힐텐데.... 계란으로 바위치기인데..
내 머리만 깨지고.. 그러기엔 내 머리가 너무 아깝지 않나? ^^; " 하는..
바로 요 며칠은 그래서 도망가고 싶었죠... ㅠ.ㅠ
  
암튼  재작년에는 체험학습으로 시끌시끌했고, 작년 이맘때에는 일제고사 불복종 명단을 공개하느냐 마느냐를 가지고, 여기저기 안팎으로 시끄러웠던 기억이 납니다.  그건 어려우니 학교 책상위에 삼각대라도 세우자, 뱃지를 달자. 까만 리본을 달자..... 는 등등... 여러가지 고민들을 했었죠. 근데, 올해는 우리 모두.... 이미 '할수 있는 것'도 없고, 심지어 '하고싶은 것'도 없어져 버렸습니다.

그래도 이맘때는 늘.... 3학년 아이들과 계기수업식으로 "일제고사"에 대해 이야기도 했었는데.... 올해는 맡은 1학년 한테는 왠지 말이 잘 안나오더라구요.
이 아이들에게 제가 너무 만나자마자, (아직 제 스타일도 잘 모르는데) 편견을 심어주는 게 아닌가 싶어서..... 너무 어려서 제 말을 알아듣지 못할 거라는 느낌도 들구요..  
그래서, 아무말도 못하고... 그냥 수업을 마치고 나오는데.. 복도에서 작년에 제가 2학년을 가르쳤던 3학년 애들을 만났습니다.
" 오... 선생님, 선생님이 올해 국어시간에도 들어오길 진짜 기대했는데.... 쌤이 작년에 준 뱃지... 저 아직도 달고 다녀요. " 라고 하더군요.
차암.. 단순하기도 하지, 오고가는 말 한 마디에 주름진 마음이 슬쩍 펴지는 느낌이 들더군요... ^^  고맙다고 하고 도서관으로 와서  또 한참을 생각했습니다.

그래, 쉽게 포기하진 말자. 이길 수 없다고, 일제고사가 옳은 게 되는 건 아니지.. 기죽지 말자... 죽을 때까지, 달라지는 건 하나 없어도, 교사하면서... 애들 만나며 품게 된.. "좋은 교육"이 실현될 때까지 난 끝까지  지치지 않고 외칠테다. 그게 이기는 게 아니겠나.. 그러면서, 또 고민했습니다. ㅠ.ㅠ 나는 올해 무얼 할 수 있을까?
울 학교 앞에서 나혼자라도 1인시위를 할까?
연가쓰고, 서울시교육청 앞에 가서 1인시위 할까?
누구도 내 의견따위에는 귀기울여주지 않는 개웅중 교사 하나에 지나지 않은
나는 뭘 할 수 있을까?
그래도 명색이 남부지회 지회장인데...
근사하게 조합원 선생님들에게 '편지' 한장 쓰고..
시감 거부를 할까.... 어떻게 할까?

( 근데, 저도 참 이상한게..... 제 고민을 어디다 쉽게 말이 잘 안나오더라구요. 워낙 성과급, 교원평가... 더 큼직한게 있으니... 일제고사 투쟁은 왠지...
스스로도 위축되고... 자꾸 저 개인의 고민으로 되는 느낌... )

암튼, 제 스타일이 늘... 그렇듯 혼자라도 질러버리는 스타일이라..
일단 어제 교장실에 들어갔습니다.
너무 바빠서, 나중에는 시간에 쫓겨 4시 반에 들어갔나??

교장이 저처럼 어린 사람이 지회장이라는 사실에 매우 의아해하더군요. ㅋㅋ
" 남부지회 지회장이기도 하고, 꼭 그래서만도 아니라..저는 일제고사를 반대하는 사람이라 올해 시감 하고 싶지 않습니다. 내일 연가 내고 싶다고 말씀드리러 왔습니다. " 라고..  
처음에는 완강하게 안된다고 하길래.. "작년에는 학교 앞에서 1인시위를 했다. 학교 나오면... 그런거라도 해야하나 고민중이다."라고 슬쩍 말하니..
금새.. "선생님이 알아서 해라.. 머리를 잘 써봐라." 라는 쪽으로 말이 바뀌더군요. 그러면서, "나는 전교조 선생님들 좋아한다. 근데, 그런 의견을 말하려면 본인 일도 잘 해야.. 욕을 안 먹는다. " 라는 사족도 붙이고..
"학부모들이 선생님 같은 교사는 당장 추방하라고 난리 칠거다." 라고 협박도 하고..  

그래서 제가 한마디 했죠. " 교장선생님도 일제고사가 문제 많고 옳지 않다는 건 알고 계시죠? " 라고.. 그러니.. " 당연히 나도 잘 알고 있다. 그런데 위에서 지침이 내려오니 별수 있나... 유성희 선생님이 그런 얘기는 교육청에 가서 해줘라, 그게 날 돕는거다. (나도 일하기 어렵다.)"  그래서..
"교장선생님도 하고, 저도 해야.. 뭐가 바뀌죠. 저같은게 말한다고 들어주나요?" 했습니다. 씁쓸한 인사..  

암튼, 그래서... 저는 오늘 학교를 안갑니다.  
뉴스에서 얼마나 이슈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아직 해직동지들도 복직하지 못한 상황인데.. 그냥 조용히 지나가는 건 아닌것 같습니다. 많은 선생님들도 저처럼 고민하시리라 믿습니다.

당장 짱똘을 들 수 없으면, 입이라도 바쁘게 해서.... 무기 삼아야하지 않을까요.

저는 9시반부터 해직교사와 함께하는 체험학습 프로그램에 가볼 생각입니다.
벌써부터 기분이 좋아집니다.  
남부지회 대표로 제가 다녀오겠습니다.
이따... 대신 집회 많이 오세요 !!!
오늘 춥다는데... 사람이 적으면 더 추울거에요... ^^:  

어제 (3/9) '해직교사와 함께하는 체험학습' 잘 다녀왔습니다.

제대로 홍보도 안되었고, 이슈도 안 된 편이라..  한 열 명 와있으면 어쩌나.... 걱정 많이 했는데,  그래도 한 초-중 합해서 50명 정도의 학생들이 왔더군요.
학부모도 함께 오셨구요..  

많이 온 건 아니지만, 워낙 열악한 조건이다보니... 학생 50명의 북적거림도 감사한 느낌이었어요 ^^: 전국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체험학습'을 하고 경기도는 특히  '대체수업 요구해서 진행했다.'는 소식도 들으니.. 다행이다 싶기도 하고..
내일 뉴스가 얼마나 나오려나... ㅡㅡ;;  

서울에서는 어제 [성프란치스코 회관]에서
학생들은 '해직교사'가 진행하는 프로그램을 했고,
학부모들은 따로 교양강좌를 진행했어요.

저는 학부모들이랑 교양강좌를 같이 앉아 듣게 됐죠.
가면 뭔가 실무를 도울 일이 있지 않을까 엄청난 "역사적 사명(?)"을 갖고 갔는데 할 일이 별로 없는 거 있죠...
답답하게 시감 하는 것보단 낫네.. 했다가.. 나중에는 너무 심심해서..
"시감하는 게 낫나? " 했다는... ㅋㅋㅋㅋㅋ
제가 워낙 심심한 걸 싫어하는 인간형이라..  

그래도 초등학생들은 뭐가 그리 신나는지 쉬는 시간만 되면 우르르 나와서 '일제고사 뱃지'로 따먹기를 하고, 노래를 부르고, 소리를 뺵뺵 질러대는데  아주 활기차(^^;) 보이더군요.  
시험볼 때 긴장된 모습들, 책상앞에 앉아서... 찍고 자지도 못하는 더러운 세상 !! 을 외치고 있을 애들이랑 맘속으로 비교하며,  " 시험 많이 본다고 좋은 교육은 아닐진데.. 우리나라 교육관료들은 어찌 이렇게 애들을 모를까... " 라는 생각 등 오만가지 생각이...

해직되신 분들도 오랜만에 애들 만나서 '선생 탈'을 써봤다며.. 흐뭇해 했구요..   엄마들은 교양강좌 듣는 수업태도가 엄청 좋아서, "졸고 있는" 제 자신이 부끄러울 지경이었어요.

특히나,  이랜드 비정규직 투쟁 하셨던 엄마분이 와서 반갑게 아는 척을 하시면서 제가 강의시간에 계속 조는 거 보고
" 선생도 수업시간에 조는구나... 첨 알았어요." 하시는거에요.
뻔뻔하게 "애들도 매일매일 6교시를 이러고 사는데.. 얼마나 힘들까? 몸소 체험했어요. " 라고 했죠. ㅋㅋㅋ  

근데, 진짜 농담 아니고... 강연 가만히 앉아서 듣기만 하는거..
고문이더라구요. 어려서는 맨날 그게 일상이니.. 그러려니 하는데..
커서 보니, 비인간적이에요. ㅋ  
자꾸 수업시간에 말도 시키고, 활동도 하게 해야겠다는 생각이..

학부모들이 들은 강연 내용을 간략히 소개하자면
  
* 첫번째로 나다 교육공동체라는 곳에서 '학생들의 인권에 대해, 학생들의 권리를 어떻게 보장해주어야하는가? ' 에 대한 강의가 있었는데
핵심은 "동등하게 대우해줘라." 라는 거였어요.
권력을 가지지 못한 약한 자일 수록 믿게 되는게 "거짓말의 힘"이라고..
아이들에게 "거짓말 하지 마라" 혼내지 마시고
거짓말 하지 않아도 될 만큼... 동등한 인격체로 대해주고
질책과 비난보다는 존중과 위로 격려가 필요하다는 이야길 했습니다.

어떤 분은.... 물론, 사회구조적으로 나이 서른이 넘도록 독립못한 "찌질한 청년"들이 넘쳐나는 세상에 청소년들의 권리를 "말로만" 인정한다는게..
사실 더 "거짓말"이 아니겠냐?  사회구조를 바꿔야지.. 라는 지적의 말씀도 있었어요. ^^
  
* 두번째로는 송경원씨의 "mb교육의 흐름" 에 대해서.. 이야기 해주셨는데
듣고 있자니.. 제가 교직에 남아있어야할 앞으로 30년이 얼마나 괴로울까 싶기도 하고, 열도 받고 해서... 그냥 나와버렸어요.
정동부터 경복궁까지 하염없이 걸으며... "잊으려 잊으려.." 애썼다는..

* 세번째 강연은 강수돌 교수의 "나로부터의 교육혁명" ..
상상력의 범주를 넓히라는 말이었는데...
노동시간을 줄이고, 일자리를 나누자.
어느 한 사람이 10시간 20시간 일해서 1억 2억  벌지 말고,
많은 사람이 하루 8시간 일해서 2-3천 벌어서 편안하게 먹고 살면 되는거 아닌가.
이 쉬운게 왜 안되나.. 사람들은 왜 안된다고만 생각하는가..
집, 의료, 교육은 그냥 나라에서 보장해주면 지금처럼 서로 많이 가질려고 이렇게 싸우고 비비고 훔치고 갈구고 하겠나?   하더군요.

구구절절 옳은 말씀인데 우린 왜 안될까.. 흠..

끝나고 나서, 반응은 정말 좋은 편이었어요.

학부모들이 밥먹으면서  "일제고사때만 이런거 하지 말고
그냥 어느 하루 잡아서 체험학습 하면.... 나도 좋고 애들도 좋을 것 같다.
오히려 일제고사 때 하는 것도 좋지만.. 평상시에도 계속 함 해보자.
좋은 프로그램을 더 개발을 하자." 라고 하시더군요.

그러게, 일제고사 보다 우리 아이들의 마음을 키워주는 방법은
더 많은 것들이 있을텐데.. 어찌 이렇게 "경쟁"에만 돈을 쏟아붓는것일까..
아이구.. 이 바보같은 사람들아..
우리라도 자꾸 이런걸 해야하는데.. 참.. 여건은 점점 열악해져만 가니..  

체험학습이 끝나자 비가 추적추적 내리기 시작하고..
5시반에 서울시교육청으로 이동해서 집회를 했어요.

4시부터 경찰들이 와서 엠프 설치하는 걸 방해한다는 소식을 듣고 달려가니
한 5시부터서야 엠프를 설치하게 해주더군요.
그래서 6시가 다되어서야 시작된 집회였는데
30분도 안되어서 경찰이 "일몰시간" 되었다고..
경고방송을 때리는 거에요.
결국 마이크를 뺏기고....경찰은 대오를 둘러싸고..  
슬프더군요.
"집회-결사의 자유" 는 어따 mb님이 국끓여 쳐드셨는지...
힘없고 빽없는 것들은 그냥 입다물고... 살라는건지..
어쩌라는거냐..  에휴..

그래도, 눈비오는 와중에 남부지회 14명 모여서
같이 저녁먹으며.. 이런저런 이야기 나누는 건 좋았어요.
"집회라도 해야 얼굴 볼 수 있으니, 한 달에 한번씩 집회 정례화를 하자." 는 의견도 있었구요.. ㅋㅋㅋㅋㅋ

역시 이 우울한 세상.... 동지님(?)들 덕에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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