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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자유주의에 저항하는 프랑스 고등학생들
                                                    
                                                                                                     심충보 ‖ 서울 독산고

고등학생 시위 속에 취임 1년 맞은 사르코지

"더 일하고 더 벌자!"라는 기치를 내걸고 등장한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지난 5월 16일로 취임 1년을 맞았다. 그러나 “파업기간에도 열차를 달리게 하겠다.”던 사르코지 정부의 지지율은 취임 초기 69%에서 특별연금개혁에 반대하는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파업이 있었던 지난 해 11월 55%, 2008년 1월에는 47%, 그리고 4월에는 28%로 급락하였다. 전문가들은 사르코지 대통령의 지지율 추락 원인으로 물가상승 등의 악재와 함께 신자유주의적 정책을 무분별하게 도입하려 한 것을 꼽고 있다. 대통령 취임 일성으로 “지난 대선 승리는 1968년의 관에 마지막 못질을 한 것”이라고 반역사적 발언을 서슴치 않았던 사르코지가 위기에 봉착해 있는 것이다.


사르코지 정부를 궁지에 몰아넣는 것은 어려워진 경제적 상황만이 아니다. 그의 시장 논리에 기초한 신자유주의적 교육정책도 저항에 직면하고 있다. 그리고 저항의 중심에는 프랑스 고등학생들이 서있다. 프랑스 고등학생들은 사르코지 정부의 교사 정원 감축을 공언한 지난 3월말부터 벌써 두 달 넘게 가두로 나서고 있다. 사르코지 정부는 재정 적자를 줄이기 위해 올해만 교사 11,200명, 2012년까지 8만 명을 줄이겠다고 발표하였다. 이에 파리를 시작으로 프랑스 전역에서 고등학생들을 중심으로 교사, 학부모 등이 연대하여 교사 정원 감축에 항의하는 집회와 시위가 전개되 었다. 지난 두 달 동안 학생들은 가두시위, 집회, 학교 내 각종 선전 활동 등을 통해자신들의 요구 사항을 적극적으로 제기하였다. 학생들은 교사 정원 감축은 단순히 교사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자신들에게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저항할 수 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시위 참가 학생들은 사르코지 정부의 교육개혁안대로 교사 정원을 감축하면 학급 당 학생수가 평균 30명에서 40명으로 늘어나 교육환경이 열악해 질 것이고 선택 학생 수가 적은 외국어나 문학 등 인문계 과목 그리고 예체능 과목들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축소되는 등 학생들의 학습권이 심각하게 침해를 받게 될 것이라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나아가 그들은 인문계열 과목 교사의 감축은 ‘학교에서 생각하는 방법’을 배울 기회를 박탈하는 것이라고 분노를 표출하였다. 그들은 또한 사르코지의 정책으로 민간 기업은 학교 운영에 개입할 수 있는 가능성이높아질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교육관련 전문가들도 사르코지 정부의 교육개혁이 진행된다면 고등학교가 민간기업의 재정을 유치하기 위한 경쟁으로 내몰릴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이에 학생들은 “또 다시 1968년이 필요한가.” 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내걸고 사르코지의 얼빠진 역사의식에 일침을 가하며 투쟁에 나섰다. 3월 27일 파리에서 고등학생 5,000여 명이 시위를 시작한 이래 지난 5월 중순까지 경찰 추산 연인원 15만에서 20만명이 참여하는 시위와 집회가 전국적으로 이어졌다. 그들은 시위 과정에서 “우리 선생님들을 감축하지 마라, 우리가 공부할 수 있도록 감축하지 마라.” “없애야 할 것은 2만 교직이 아니라 엘리제 궁에 있는 대통령직이다.” 등의 구호를 외치기도 하였다. 4월 3일에 2만명, 4월 8일과 10일에 전국에서 각각 5만명의 고등학생들이 거리에 나섰으며, 4월 15일에는 초등교사노조가 시위에 합류했고, 4월 17일에는 파리에서만 약 4만명이 거리 시위에 참여하였다. 일부 고등학교에서는 파업을 선언하고 학교는 교문을 걸어 닫은 채 학생들이 거리로 나왔으며, 5월 15일에는 교원단체와 학생들의 전국적인 총파업이 있었다. 그리고 일요일인 18일에는 파리에서만 학생, 학부모 그리고 교원노조 소속 교사 5만명이 다시 시위를 벌렸다. 5월 14일자 르몽드 지는 이미 교사 정원을 감축시킨 파리의 볼테르 고등학교의 경우 시위 참가 학생들이 많아 수업을 진행하지 못한 날이 올해 들어 30일이나 되었다고 보도하였으며, 5월 15일 발행된 리베라시옹은 “고등학생이 그들의 선생님을 구하기 위해 싸움터로 행진한다.”라는 비장한 제목을 달기도 하였다. 고등학생들이 신자유주의적 교육 정책에 맞서 자신들의 교육권을 지키고 공교육의 시장화를 막기 위해 학교 대신 가두에 나섰기 때문이었다.

사르코지 정부의 교육 개혁안이 심히 우려스러운 것은 그것이 주로 사회경제적으로 열악한 지역에 위치한 학교들에서 시작되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소외지역으로 분류되는 곳에 위치한 볼테르 고등학교와 생드니 고등학교의 교사 정원은 이미 각각 5명과 14명이 감축되었다. 그리고 이에 맞서 3월 29일에 파리교외에 위치한 고등학교들에서 1,200명의 학생들과 교사들이 교내에서 첫 시위가 시작되었다. 학생들은 파리의 명문인 앙리4세 고등학교에서는 교사 정원을 전혀 줄이지 않으면서 왜 소외지역 고등학교들의 문학과 예술분야 교사 정원을 감축하여 자신들이 전인적인 교육을 받을 정당한 권리를 박탈하느냐고 항의하였다. 그들은 사르코지 정부가 고학력 실업 예방의 실적을 과시하기 위해 소외지역의 고등학교들을 기술고등학교로 전환함으로써 그 지역 학생들이 고등교육을 받을 기회를 제도적으로 박탈하려는 것은 교육기회의 불평등을 조장하는 엘리트 위주의 교육정책이며 이는 소외지역 고등학생들을 차별하는 반민주적인 정책이라고 강력하게 항의하였다.

프랑스 고등학생 운동의 역사 : ‘고딩’이 정부를 굴복시킨 사례들

이런 프랑스 고등학생의 저항의 역사는 오랜 뿌리를 갖고 있다. 이들의 시위나 집회 현장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단어가 ‘68년 5월’이다. 정확히 40년 전인 1968년 5월 프랑스는 학생들이 시작한 전국적인, 혁명 수준의 사회운동이 그것이다. 68혁명은 그 한계에도 불구하고, 이후 프랑스의 많은 사회운동의 지표가 된 사건으로 평가받는다. 프랑스 고등학생의 사회 참여 역사 역시 1968년 5월에서 시작된다. 당시 활약했던 학생 조직은 ‘고등학생 행동위원회’였다. 이들은 1967년 12월 베트남 전쟁 반대 운동 과정에서 탄생하여 68혁명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전국고등학생연합(UNL)이라는 프랑스 고등학생 단체가 생겨나, 규모가 비슷한 독립적이고 민주적인 고등학생 협회(FIDL)와 함께 이후 프랑스 고등학생 운동을 주도하게 된다.


그 5년 후인 1973년 고등학생들은 다시 거리로 나선다. 21살 이후의 군 징집유예를 철폐하려는 입법안을 막기 위한 것이었다. 이어 1986년에는 ‘80% 고교졸업’이란 구호를 내걸고(실질적으로 고교졸업장이라 할 수 있는 대학입시자격을 주는 바칼로레아 합격률이 당시엔 32%였다.), 1987년에는 고등교육예산 부족에 항의하는 시위를 전개하였다. 또한 1990년 10월에는 파리 근교 생드니에서 학교 내 폭력에 대한 항의로 촉발된 시위가 교육개혁 요구로 발전하면서 11월 초까지 지속되었다. 시위가 격화되자 정부는 40억 프랑의 고교교육예산 투입, 학급당 학생수 축소, 학교시설 개선, 고교생에 대한 사회보조 및 권리보장 등을 약속하게 되었다.

프랑스 고등학생 저항 운동이 절정을 이룬 때는 1994년이다. 당시 에두아르 발라뒤르 총리는 청년 최저임금제 법안을 시행하려다 고등학생들의 반대에 부딪혔다. 이 법안은 정식 명칭이 직업진입계약법(CIP)으로 대학 2년 수료 이하의 학력을 가진 26세 이하 젊은이들에게 기업이 최저임금의 80%만을 지급하고 고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고등학생들이 대거 참여한 프랑스 민중들의 조직적이고 완강한 저항에 부딪친 정부는 최저임금이 아닌 평상 임금의 80%로 하는 조정안을 내놓게 된다. 그해 3월 28일에는 발라뒤르 총리가 학생 대표 12명을 만나 4시간여 동안 토론하였다. 총리 관저에서 이루어진 공식적인 모임에는 총리 외에도 당시 정부 대변인이었던 니콜라 사르코지 현 대통령을 비롯한 3명의 각료가 참석했었다. 그러나 정부의 유화 제스처에도 불구하고 고등학생들은 다음날인 3월30일 대대적인 시위를 벌리게 되고 발라뒤르 총리는 법안 철회를 선언할 수밖에 없었다.

프랑스 고등학생들은 이후에도 각 시기별 정치적, 사회적 중대 사안에 적극적이고 조직적으로 자신들의 목소리를 냈다. 2000년에는 이라크 전쟁 반대운동 및 장 마리르펜의 극우정당 반대 운동을 펼쳤고, 2002년에는 프랑스 대선에서 극우파 국민전선당의 르펜이 결선투표에 나서는 이변이 발생하자 10여만 명의 고등학생들이 거리에 뛰쳐나와 반대시위를 벌였다. 투표권 없는 그들은 "공화국을 지키자!"고 외치면서 거리를 누볐다. 그리고 2005년에도 10만명의 고등학생들이 교육제도 개편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여 이를 막아냈다.

2006년 프랑스 정부는 1994년 철회했던 CIP 법안을 최초고용계약(CPE)이라는 이름으로 부활하려 하였다. CPE의 핵심적인 내용은 26세 이하 젊은 층의 취업을 촉진시키기 위해 기업에 정규직 채용을 강제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비정규직을 양산할 위험을 담고 있었던 이 법안에 대한 대학생과 고등학생들의 반대 운동으로 프랑스 사회는 마비상태에 빠져들었다. 대학생들의 시위로 시작된 반(反) CPE 운동은 고등학생들에게로 확산되었고 노동운동과 결합하면서 거대한 전선을 형성하게 되었다. 전국 100여 개 도시에서 진행된 시위는 1,000여개 고등학교에서 참여한 고등학생과 대학생 그리고 노동자 등 100만 여명이 연대하는 소위 ‘노학 연대 투젱’의 형태로 전개되었던 것이다. 특히 고등학생 활동가들이 자신 학교나 주변의 고등학교들을 방문하여 동료 고등학생들을 설득하고 조직하여 주말에 있는 시위에 함께 참여하는 모습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최초고용제에 반대하는 노학연대투쟁의 대중적 폭발은 프랑스 반신자유주의 투쟁의 현 주소를 잘 보여주는 것이었다.  

고등학생 대표들과 교육부 장관이 만나다.

최근 들어 사르코지 정부는 두 달간에 걸친 학생들의 시위와 투쟁에 한 발 물러서는 듯 하다. 5월 9일 파리에서 고등학생 단체들의 대표들을 만난 후 다르코스 교육부 장관은 고등학교의 개혁에 관해 큰 줄기를 언급하였으나 고등학생과 교사, 학부모들의 시위가 계속되자 다시 고등학생 단체 대표들과의 회동을 갖고 어려운 환경에 있는 200개 학교에서 보조교사 1천5백 명을 채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하였다. 일부 고등학생 단체들은 정부 의견을 수용한다는 입장을 비추었으나, 18일에도 학생들이 가두시위를 전개하는 등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는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에서 고등학생 대표들과 교육부 장관 등 정부 대표들이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회동을 갖는 것은 특별한 현상이 아니다. 오히려 프랑스에서는 교육정책을 결정하고 집행하는 과정에서 고등학생의 목소리를 반영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로 교육최고자문위원회(CSE)라는 협의체를 갖고 있다. 교육부 장관 주재로 초등교육에서 대학교육까지 교수·교사·학부모·학생 90여 명이 참여하는 이 회의에 고등학생 대표 3명이 포함되는데 이들은 전국고등학생연합 대표들 중 선출된다.

프랑스 고등학생들의 저항의 역사는 어떻게 가능한 것일까

그렇다면 프랑스에서 고등학생들이 자신들의 문제는 물론 사회적 연대 차원에서 투쟁에 기꺼이 동참하는 원동력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무엇보다 먼저 프랑스의 역사 특히 혁명의 역사에서 그 원동력을 발견할 수 있다.
프랑스의 역사는 ‘혁명’을 통해 발전하여 왔다. 1789년의 대혁명은 피의 혁명으로 절대 군주의 목을 길로틴으로 잘라 절대왕정을 무너뜨렸고, 1871년의 파리코뮌 또한 프랑스 혁명의 전통을 이어받은 사건이다. 프랑스인들은 1789혁명을 통해 언론과 표현의 자유의 가치와 독재와 압제에 맞서는 저항권을 인식하게 되었으며, 1871년 혁명을 통해서는 평등과 연대의 중요성을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이런 정신을 이어받은 1968년 5월 학생혁명은 오늘날 프랑스 사회의 모태로 아직도 대부분의 프랑스인들에게는 하나의 理想(이상)으로 가슴 속에 간직되어 있다.

두 번째는 이런 역사적 발전 과정에서 구축된 구조와 제도 그리고 사회 구성원들이 사회적, 정치적 기본권을 상호 존중하고 인정하는 문화 또한 투쟁의 중요한 원동력이 된다고 볼 수 있다. 프랑스 헌법 1조는 모든 국민의 법 앞의 평등을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프랑스 사회 구성원 누구나 인간의 기본권 차원에서 집회, 결사의 자유를 누릴 수 있다는 것으로 이해되고 공유되고 있다. 비록 참정권은 18세부터 보장되지만 나이 때문에 자신의 정치적 의사를 표현하는 것이 부정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프랑스에서는 시위의 자유를 기본적인 인권의 문제이자 사회적으로 가장 소중한 가치로 인식하기 때문에 고등학생들이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면서 거리로 나섰다고 해서 어느 누구도 비난의 손가락질을 하지 않는다. 따라서 학생들이 거리로 나와 시위를 벌리는 것에 대해 정부나 기성세대가 불온시하고 있다는 보도는 없다. 단지 학생들의 생각이 잘못됐다는 정부의 논리적 비판이 있을 뿐이다. 프랑스 언론은 학생들의 목소리를 비중있게 다룬다. 고등학생들도 엄연한 사회참여자라고 인정하고, 존중하는 것이다. 몇 년전 텔레비전 토론에 패널로 참석한 프랑스 고등학생을 대표하는 17살의 여학생이 찬성 쪽 패널로 참석한 교육장관에게 “당신들의 사회에 진입하기 위해 공부하고 싶지 않아요. 그래서 지금 싸우는 것입니다.”라고 당당히 발언할 수 있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을 것이다.
세 번 째는 고등학생들이 전국적인 단위에서 조직화되어 있다는 점이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프랑스에는 전국고등학생연합(UNL)과 규모가 비슷한 독립적이고 민주적인 고등학생협회(FIDL)이 함께 프랑스 고등학생 운동을 주도하고 있다. 물론 이 외에도 많은 고등학생 단체가 자신들의 의견을 표출하기 위해 활동하고 있다. 이들 조직은 전국 고등학생들의 목소리을 조직화하여 프랑스 사회에 커다란 압력을 가하는 지렛대가 되고 있다.

우리의 현실은 그리고 ..................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미국 소고기 수입 반대 촛불 집회에 중고등학생들의 참여를 둘러싸고 사회적 논란이 일고 있다. 심지어 전교조나 일부 연예인들을 배후로 몰아가는 보수 세력과 일부 언론의 유치한 물타기에 참여 중고생들은 크게 반발하였다. 참여 학생들은 우리도 국민의 한 사람이자 민주 시민으로서 우리의 건강권과 국가의 검역주권을 지키기 위해 주체적인 목소리를 낼 만큼 충분히 성숙했다고 주장하였다. 그들은 그 배후가 있다면 졸속 협상으로 광우병 우려가 높은 미국 소고기 수입을 승인한 정부라고 당당히 외쳤다. 이는 일본 제국주의에 저항했던 6 · 10 만세운동과 광주항일학생운동 그리고 독재에 맞서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싸웠던 4 · 19혁명과 5 · 18광주 항쟁에서 죽음을 무릅쓰고 빛나는 역사적 주역으로 우뚝 섰던 선배 고등학생들의 저항의 역사를 이어받은 것으로 결코 프랑스의 그것에 비교해 손색이 없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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