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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호 현장에서_울산과학대 투쟁이 남긴 것

2007.06.19 11:36

진보교육 조회 수:1288

현장에서2] 울산과학대 투쟁이 남긴 것

노옥희 │ 민주노동당 울산시당 민생특위위원장

지난 5월 9일, 울산과학대 동부캠퍼스(이하 울산과학대) 청소용역 조합원들의 해고에 맞선 76일간의 농성투쟁이 연대노조와 실질적인 사용자인 울산과학대, 용역업체인 한영과의 3자합의로 큰 틀에서 윈직복직과 고용을 보장받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노동조합에 가입하고 나니 우리도 인간이더라”

지난 2월 23일 짧게는 4년, 길게는 7년간 근무해 왔던 울산과학대 청소 용역 노동자들은 계약기간이 1년이나 남았음에도 울산과학대가 용역업체인 한영과의 계약을 해지시킴으로서 해고된 것이었다. 계약해지의 이유는 청소 미화원들이 노동조합에 가입했다는 것 때문이었다. 최소한의 인간다운 권리를 보장받기 위해 노조에 가입했으나 돌아온 것은 집단해고였다. 20년전 현대중공업 노동자들에게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에는 노동조합은 안된다” 는 정주영 회장의 말은 20년이 지난 지금도 살아있음을 보여주었다.
청소 용역 노동자들은 “그동안 우리는 인간이 아니었다. 그런데 노동조합에 가입하고 나니 우리도 인간이더라”며 왜 노동조합이 필요한지, 왜 노동자들이 투쟁하는지를 알게 되었다며 투쟁하는 노동자의 삶을 살아갔다.

울산과학대가 실질적인 사용자임을 인정

울산과학대는 울산 동구의 국회의원이자, 현대중공업 최대주주인 정몽준이 이사장으로 있는 현대학원 소속으로 울산과학대 청소용역 노동자들의 투쟁은 실질적으로 정몽준과의 싸움이자 악랄한 노무관리로 이름난 현대중공업과의 투쟁이었다.
울산과학대가 실질적인 사용자로 해결의 열쇠는 정몽준 이사장이 쥐고 있다는 것을 누가 봐도 뻔히 아는데도 울산과학대는 “우리와는 상관없는 일이다. 용역업체인 한영과 이야기하라”는 태도로 일관해오다 20일이 지나서야 정몽준 국회의원 사무국과 면담이 이루어졌고, 투쟁한 지 두 달이 다되는 4월 18일이 되어서야 울산과학대, 한영, 연대노조간의 공식협상이 이루어졌다. 마침내 울산과학대는 자신이 실질적인 사용자임을 인정하게 된 것이다.
이는 3.8 여성의 날 하루 전 늙은 여성노동자들이 지하농성장에서 끌려나오는 과정에서 알몸시위에 대한 성폭행 사실과 총학생회와 교직원노조의 상식을 넘어서는 방해사실이 전국으로 알려지면서 더 이상 모르쇠로 버틸 수 없다고 판단하게 된 것이다.

총학생회와 교직원노조의 방해 - 학교구성원에 청소노동자는 없었다

지하농성장에서 끌려나와 본관 앞에서 노숙농성을 하게 되자 총학생회 간부들은 400여명을 몰고와서 한바탕 시위를 하면서 “학생들의 수업에 방해가 되니 나가달라”고 하자 “너희들도 졸업하면 비정규직이 된다. 우리를 좀 이해해 달라”는 절규에 “우리는 정규직이 되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당신들 때문에 공부 못해서 취직 안 되면 책임질거냐”는 말로 당사자는 물론 함께하는 노동자들의 가슴에 못을 박았다.
이들에게는 개교이래 자신들이 버린 온갖 더러운 것을 치워주면서 깨끗한 환경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해 준 청소 용역 노동자들은 학교구성원이 아닌 것은 물론이고 나이 쉰이 넘은 엄마 같은 사람에게 최소한의 연민이나 배려도 없었다. 교직원 노조 또한 노동조합 조끼를 입은 채 청소 용역 조합원들을 끌어내고 민주노총을 비난하는 플랭카드를 붙이고 방해집회를 하면서 구사대 노릇을 톡톡히 했다.
총학생회 간부들과는 달리 일반 학생들은 천명이 넘는 학생들이 청소 용역 조합원들의 복직서명에 동참해 주었고 일부 학생은 집회에도 참석하는 등 따뜻한 연대의 손길을 펼쳐 학생들을 대변하지 못하는 어용 총학생회의 모습과는 대조적이었다.
투쟁현장에 함께하면서 만약 초, 중, 고등학교에서 학교급식 조리보조원 등 비정규직이 학교내에서 농성을 할 경우 학생들과 교사들은 어떤 모습일까 생각해 보게 되었다.


모두가 함께하는 투쟁이라는 믿음으로 승리

조합원 8명에 불과하며 대부분 나이가 50세가 넘는 여성노동자들이 거대한 현대자본과 싸워 이기게 된 것은 지역동지들의 우려와 달리 처음부터 끝까지 잘 싸운 과학대 노동자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김순자 지부장은 노조활동을 하기 전에는 관변단체 활동을 하면서 선거 때면 정몽준 선거운동을 해 왔고, 다른 조합원들도 평생 노조와는 거리가 먼 생활을 해 온 사람들이었음에도 노조만 포기하면 바로 복직시키겠다는 회유에도 굴복하지 않고 잘 싸워서 이긴 것이다. 이들이 이렇게 싸워서 이길 수 있었던 것은 지역 노동자들과 지역을 넘어선 많은 노동자들과 양심 세력들의 지지와 연대 덕분이었다.
민주노총 지역본부는 9차에 걸친 지역연대 집회 개최로 지지방문과 모금 등 지역 연대 투쟁을 이끌었다. 특히 조직의 결의를 넘어서 숙식을 같이하며 농성장에서 함께 뒹굴고 생사고락을 같이 한 지역의 연대 단위들과 지역을 넘어선 자발적인 지원 공연, 여론 형성 등으로 고립된 투쟁이 아닌 모두가 함께하는 투쟁이라는 믿음을 주었기에 흔들리지 않고 투쟁할 수 있었다.


비정규악법 폐기, 노동자들의 단결된 투쟁으로

이번 울산과학대 투쟁은 비정규악법을 뚫고 울산과학대가 실질적인 사용자임을 합의서를 통해 확인하고 원직복직과 고용보장을 이루어낸 연대투쟁의 값진 승리였다. 비정규보호라는 미명하에 개악된 비정규악법 시행을 앞둔 시점에서 울산과학대 투쟁은 비정규악법 폐기라는 실질적인 성과를 이룬 것이다. 비정규악법으로 해고되어 투쟁하고 있는 전국의 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새로운 사례를 남기며 힘을 실어주게 되었으리라 믿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역업체가 아무런 책임과 역할도 없다는 것을 확인하면서도 울산과학대 직고용을 쟁취하지는 못했다. 우리 스스로 현실의 높은 벽을 인정한 셈이다. 그러나 울산과학대 투쟁승리를 통해 비정규악법을 폐기하고 더 수준높은 승리를 향해 나아가는 힘이 노동자들의 단결된 투쟁에 있음을 다시한번 확신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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