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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호 담론과 문화_ 스페인 프리메라 리가

2007.06.19 11:05

진보교육 조회 수:1807

스페인 프리메라 리가

최정민 │ 진보교육연구소 교육문화분과


지난 호에서는 잉글랜드의 축구클럽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중심으로 프리미어리그에 대해 살펴보았다. 이번 호에서는 FC바르셀로나를 중심으로 스페인의 프리메라 리가의 정서적 배경을 탐색해보겠다.(다음호는 이탈리아의 세리에 A 리그)


FC바르셀로나의 역사적 배경
스페인은 사실 3개의 나라다. 스페인, 카딸루냐, 바스크이다. 카딸루냐와 바스크는 스페인어도 사용하지만 고유의 언어를 가진 다른 민족이다. 카딸루냐인들은 아라곤 왕국때에는 하나의 국가를 이루기도 하였다. 스페인을 장기간 지배해온 독재자 프랑코는 1936년 내전을 일으키고 1975년 죽을 때까지 카딸루냐인들의 문화적 개성을 말살시켰다. 이 때 전세계 좌파 지식인들은 스페인 내전에 직접 참여하기도 했다. 무명의 사진작가 로버트 카파는 인민전선측의 종군기자로 참여하여 명성을 얻기 시작했다. 히틀러와 무솔리니는 프랑코 군을 지원했고 공화파는 프랑스 인민전선과 러시아 공산당 그리고 전 세계 좌파 지식인들의 절대적 지지와 원조를 받았다. 내전은 프랑코 군의 승리로 끝나게 된다. 프랑코는 공화파와 좌파를 처단했다. 이 때 바르셀로나를 중심으로한 카딸루냐 지방은 반파시스트의 거점이기도 했다. FC 바르셀로나의 구단주는 좌익성향의 호세 선욜(hose seonyol)이었다. 프랑코는 호세 선욜을 체포해 처형시킨다. 그 이후 반마르크스주의자를 구단주로 세운다. 언어와 관습을 포기해야 했던 카딸루냐인들에게 FC바르셀로나는 전라도의 해태 타이거스를 뛰어넘는 희망이요 전부가 된다.

피카소
내전을 일으킨 프랑코는 히틀러의 원조를 받으며 바르셀로나와 바스크지역에 대대적인 유혈공습을 감행하게 된다. 히틀러는 바스크의 작은 도시 게르니카에 무차별 폭격을 해 수 많은 인명을 살상하며 프랑코를 지원했다. 게르니카는 소총 한정 없는 조용한 작은 마을이었지만 독일 전투기는 5만발의 포탄을 쏟아냈다. 이에 분노한 피카소는 게르니카를 그렸다. 게르니카는 프랑코가 죽고서야 스페인 본국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또 한장의 사진은 1951년작으로 한국에서의 학살로 황해도 신천에서 벌어진 양민 학살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

게르니카




한국에서의 학살


레알마드리드를 활용한 프랑코
레알마드리드는 1913년 스페인 국왕 알폰소 13세로부터 왕실을 뜻하는 레알(REAL)이라는 칭호를 받게된다. 내전 당시에 마드리드도 공화파를 중심으로 파시스트를 막아내려 했으나 역부족이었다.  레알마드리드의 선수들도 축구화를 버리고 공화국을 지키기 위해 전투화를 신게 된다. 결국 스페인 전지역을 넘어 모로코까지 지배하게 된 프랑코는 2차 대전에서 중립을 선언하며 교묘하게 권력기반을 안정화시켰다. 스페인 민중들로부터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던 프랑코는 스포츠를 권력을 위한 수단으로 사용하게 된다. 독재자 프랑코는 레알 마드리드에 전폭적인 지원과 지지를 보낸다. 텔레비전 중계에 레알 마드리드의 편성률도 다른 팀에 비해 월등히 높았다. 레알마드리드의 광팬인 프랑코를 즐겁게 하기 위해 안보장관은 바르셀로나 라커에 와서 협박을 하기도 했고 그 날은 11:1 로 레알이 이겼다고 한다. 마드리드인들은 레알 마드리드를 응원하면서 공화파의 몰락을 잊게 된다.  

유니폼스폰서 없는 FC바르셀로나
카딸루냐인들에게 FC 바르셀로나는 단순한 축구팀 그 이상이다. 스페인 내전 당시 카탈루냐 지방의 군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미국, 멕시코로 건너가 친선경기를 했다.(미국의 이라크 침공 때는 반전운동을 벌이기도 했다고 한다) 당시 유명한 스페인 작가는 FC바르셀로나를 ‘나라없는 국민들의 웅장한 무기’라고 표현했을 정도다. 철권정치를 펴는 동안 바르셀로나 인민들은 레알마드리드를 저주하고 자기팀을 응원하면서 압박에서 오는 저항정신을 표출하며 묘한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레알 마드리드팀이 바르셀로나에 나타나면 흥분의 도가니에 빠진다. 레알마드리드와 FC 바르셀로나의 경기가 시작되면 이건 시합이 아닌 전쟁인 것이다. FC바르셀로나는 유니폼에 대기업 스폰서를 받지 않는 팀으로 유명하다. 최근에는 유니세프를 가슴에 달아 팬들에게 자긍심을 심어주었다고 한다.(삼성전자는 첼시 유니폼 가슴에 삼성로고를 다는 댓가로 매년 1천6백만 유로를 지불했다. 현재 환유로 200억원 정도)

그리고 바스크
중고등학교 지리시간에 뭣 모르고 외웠던 스페인 철광석 산지 빌바오를 기억한다. 빌바오는 바스크의 중심도시다. 바스크 분리독립주의자들은 카딸루냐인들보다 더 과격하고 격렬하다. 간혹 해외뉴스에서 테러활동이 보도된다. 작년 ETA로 불리우는 분리주의자들은 폭력활동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이곳에는 아틀레틱 빌바오라는 팀이 있다. 프랑코가 등장하기 전까지 화려한 우승을 반복했지만 최근까지 이렇다 할 결과는 없다. 레알 마드리드에 이기는 날이면 축제가 벌어지는 것이 당연하다. 아틀리텍 빌바오는 바스크인들만 선수가 될 수 있는 원칙을 100년간 지켜가고 있다고 한다.

자본이 최종심에서 결정한다.
그러나 전쟁도 돈이고, 축구경기도 돈이다. 정신력으로 이긴다는 말은 우연을 사후적으로 화려하게 만드는 일일 것이다. FC바르셀로나에서 주장으로까지 승승장구하던 피구는 레알마드리드로 이적하게 된다. 당시 피구는 5800만달러에 바이아웃(BUY OUT)된 상태였는데 누구도 엄청난 금액을 내놓고 피구를 데려가리라 상상하지 못했다. 하지만 레알마드리드는 5800만 달러에 피구를 데리고 간다. 그리고 이보다 더 높은 금액으로 프랑스의 지단까지 영입한다.
민족도 상품이 되는 것이 아닐까? 순수바스크라는 이념이 상품적 가치를 높여주는 효과가 있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아틀레틱 빌바오가 선수의 세계화를 이룩하면 그만큼 구단의 가치가 떨어질 것이다. 레알 마드리드가 1천억에 가까운 거액을 들여 스타 선수를 영입하는 것도 스타마케팅의 일환이다. FC바르셀로나가 유니폼에 기업스폰서를 받지 않는 것도 구단의 가치를 높이는 요인이다. 결국 자본이 최종심에서 결정한다. 축구경기는 상부구조다.

“축구 경기가 열리는 일요일에 혁명을 하는 것이 가능한가?”
움베르토 에코는 말했다. 축구 관람이 아니어도 남성들의 술자리에서, 모임에서 수많은 이야기 끝에 승리를 보장하는 담론은 ‘군대에서의 축구’이야기다. 프랑코가 자신에게 야유를 보내던 축구경기장을 보며 카딸루냐와 바스크의 축구팀을 묻어 버리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축구 시합을 시청하면서 불만과 소외감을 적절히 날려주는 것이 지배의 안정화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최종심에서 자본이 뭐든 것을 결정하는 것을 보며 효율성과 경쟁만이 이 세계의 근원적 해결책임을 오판토록 해주는 역할까지!

협력을 통한 축구가 없는 스페인 축구
스페인 축구팀의 월드컵 역대 전적을 보면 무적함대라는 별칭이 무색하다. 1950년에 4강에 올라간 것이 최고였다. 최고 전적으로만 보면 대한민국과 동급이다. 게다가 지난 2002년 축구에서 대한민국이 승리하지 않았던가. 스페인에는 세 개의 나라가 있다고 할 정도이고 보면 스페인 국가대표팀에서 팀원 사이의 소속감이나 통일적 팀플레이를 구현하기에 역부족이지 않을까?

프랑코는 죽고 사라졌지만 축구는 영원하다.
스페인에서 반파시스트 축구 신드롬은 사라졌지만 축구구단의 자본금은 증가했다. 바르셀로나의 저항정신은 공화파나 좌파의 부활이 아니라 카딸루냐 우파의 승리로 귀결되고 있다. 20세기 초반 반파시즘의 인민전선은 사라졌지만 새롭게 분리독립을 주장하는 우파의 집권소식에 귀가 거슬린다. 축구는 사회상을 반영하는 현상일 뿐이다. 본질은 축구경기장 너머 구조에 있다는 것을 깨닫기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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