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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자유주의 삼각 교육평가 시스템 분석 - 학력평가, 교원평가, 학교평가

배태섭 │ 진보교육연구소 사무국장


조각 맞추기 1. 학력평가가 빠진 학교평가

지난 1995년 5월 31일 ‘학교교육의 질 개선과 책무성 제고’라는 목표 아래 도입된 “학교평가”는 2005년도에 평가지표가 개발된데 이어 작년부터 시도교육청 주관으로 본격적으로 실시되고 있다. 교육부와 교육개발원이 내놓은 평가지표에 따르면 크게 4가지 영역에서 학교를 평가하는데, ▲ 학교교육 목표, ▲ 교육과정/방법, ▲ 교육성과 관리, ▲ 학교경영이 그것이다. 평가항목을 보다 구체적으로 몇 가지만 열거하자면, 교사의 수업개선 노력, 학생의 교육목표 달성 여부, 교육활동 지원을 위한 행․ 재정지원 여부 등이 포함되어 있으나 학생의 학업성취 결과는 평가항목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 하지만 관변 연구자들은 학생들의 학력평가 결과가 없는 학교평가는 실효성이 없다며, 학교평가시 이를 포함시킬 것을 줄기차게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서울시교육청이 작년에 실시한 학교평가가 “서울학생학력신장이라는 서울교육청의 시책 실천여부에 초점을 두고” 실시했지만, “주마간산식 평가”라는 자평을 내린 이유는 아마도 서울시교육청도 학생들의 학력평가가 없는 학교평가는 무의미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지 않을까. 반면 전남교육청은 대략 5년 전부터 도내 모든 중학생과 고등학교 1,2학년을 대상으로 전집 학력평가를 실시하여 학생 개인의 학교내, 도내 상대적 위치를 알려주고 있다. 전남교육청은 이 전집평가를 토대로 학교평가를 실시하고 있는 중이다.

조각 맞추기 2. 학력평가를 준거로 한 교원평가

현재 국회에 계류중인 초중등교육법개정안(교원평가)은 학교에 대한 평가권한을 교육감에게 주고, 초중등 교원에 대해 다면평가 방식의 평가제도를 명시했다.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지만 평가의 주요 기준은 단연 학생들의 시험성적이 될 게 분명하며, 이를 위해선 객관적이고 신뢰할 만한 학력평가 자료가 제공되어야 한다. 따라서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방식도 현행 표집평가가 아니라 전집평가가 될 수밖에 없고, 평가의 공정성을 위해서 한 번 보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수시로 시험을 치러야 하며, 학생과 교사는 그 결과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 또한 교육감은 해당 학교의 학력과 교원평가 결과를 근거로 학교평가를 실시할 수도 있다.

조각 맞추기 3. 전국의 모든 학생들에게 학력평가를 허하라

2005년에 발의되었다가 최근 통과된 이주호의 ‘교육관련기관의 정보 공개에 관한 특례법안’ 은 그야말로 ‘선진적’이다. 앞으로 초중등학교는 해마다 1회 이상 다음의 정보를 공개해야 하는데, ▲ 학년별․ 교과별 학습에 관한 상황, ▲ 직위․ 자격별 교원현황, ▲ 국가 또는 시도 수준 학업성취도평가에 대한 학술적 연구를 위한 기초자료에 관한 사항 등이 포함된다. 학교 이름은 뺀다는 단서가 달렸지만 앞으로 각 학교는 교육부 또는 시도 교육청 주관 하에 치른 학업성취도평가 결과를 공개해야 한다. 그런데 공개를 해야 하지만 정작 공개할 정보가 없으면 낭패가 아닐 수 없다. 현행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는 표집 평가 방식이기 때문에 일부 학교만 시험을 치르며, 따라서 공개 대상이 아닌 학교가 훨씬 더 많기 때문이다. 물론 시도교육청별로 따로 학업성취도 평가를 치르긴 하지만 일률적인 평가가 아니어서 전국적인 비교는 어렵다. 이를 간파한 이주호가 후속 법안을 내놨다. 5월 4일자로 발의된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은 “학교는 학생의 학업성취도가 교육과정이 목표한 기본학력 이상의 수준에 도달하도록 지원해야” 하며, “교육부장관은 교육과정의 운영현황과 성취수준 정도를 파악하고 공개해야” 하는 의무 사항을 담고 있다. 그런데 학생들이 일정한 목표수준에 도달하도록 지원하려면 먼저 목표 달성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학력평가시험을 치러서 학생의 수준을 파악해야 한다. 만일 목표에 못 미치는 아이들은 계속해서 시험을 치러 닦달하는 수밖에 없다. 또한 교육부가 학업성취수준을 파악하고 공개해야 하기 때문에 각 학교는 관련 사항, 즉 목표수준에 도달한 학생들은 얼마나 되고 미달된 학생들은 얼마나 되는지, 그리고 미달된 학생들의 개선상황 등을 정기적으로 보고해야만 한다. 따라서 교사와 학생들은 일상적인 학력평가시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신자유주의 평가체제의 완성

이렇듯 현행 학교평가, 교원평가는 학생들의 학업성취도 평가를 필요로 하고 있는데, 즉 학력평가는 교원평가와 학교평가를 완성해주는 의미를 지니며, 이것이 정착되어야만 학교평가와 교원평가도 비로소 자리를 잡을 수가 있다. 따라서 모든 학생들을 대상으로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이, 자주 학력평가 시험을 치러야 일련의 평가체제가 완결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최근 일련의 흐름은 거대하고 종합적인 평가체제의 완성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할 수 있다. 이제 평가는 정책적 판단을 위한 부수적 수단이 아니라 그 자체가 목표이자 강력한 정책수단이 된다. 이 과정에서 국가는 교육기회의 균등한 보장이라는 형식적 기능마저 포기하고 강력한 평가기능을 수행하며 경쟁적 환경을 조성한다. 또한 평가가 그 자체로 중요한 목표가 됨으로써 교육의 투입․ 과정보다는 산출․ 결과에 더 많은 주안점이 주어지며, 결과에 따른 상벌이 주어짐으로써 경쟁은 격화된다.
평가를 통해 경쟁을 시키려면 당사자들에게 결과가 공개되어 상벌에 대한 납득할 만한 근거가 제시되어야 한다. 따라서 평가결과의 공개는 필연적이다. 앞서 언급한 두 개의 법안을 함께 적용해본다면 각 학교 수준에서 학력평가 사항이 공개되는 것뿐만 아니라 전국적 수준에서 교육부가 취합한 자료가 공개될 수도 있다. 여기에 더해 최근 서울고등법원이 학업성취도평가 결과와 수능성적 원자료까지 공개하라는 판결을 내림으로써 전국 모든 학생과 학교의 성적이 낱낱이 공개되고 비교될 판국이다.

평가결과의 공개는 선택권 확대를 위한 전제조건

학교, 교원, 학력평가의 결과가 공개된다는 것은 곧 <벼룩시장>의 부동산 광고처럼 일종의 상품 정보망이 형성됨을 의미한다. 그런데 이렇게 ‘유용한’ 정보가 제공되면 뭐가 좋을까? 시장에서 소비자들의 합리적인 선택 행위가 공급자 간의 경쟁을 낳고 이에 따라 자연스럽게 상품의 질이 높아진다는 원리에 입각한 ‘선택권’ 개념은 당연히 소비자의 합리적인 선택을 도울 ‘상품 정보’를 필요로 한다. 소비자들에게 눈을 감은 채 상품을 고르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명문대 진학을 보장해주는 학교가 곧 ‘좋은 상품’이 되며 각 학교의 학업성취도를 기준으로 차별화된 시장이 형성된다. 이제 소비자들은 좋은 상품을 고르기 위해 서로 경쟁에 나설 것이고, 공급자는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 위해 교사와 학생을 닦달하고 경쟁을 시킨다. 그리고 정부는 소비자의 선호도에 따라 차등적인 상벌을 부과함으로써 선택과 경쟁 체제를 확대․ 강화한다. 서울고법의 판결이 나자마자 교육부는 학교서열화가 우려된다며 짐짓 걱정스런 표정을 지었으나, 그들이 진짜 걱정하는 건 고교평준화가 시행된 지 30년이 지나도록 질적 평준화를 이루지 못하고 오히려 지역간․ 계층간 격차를 벌려놓은 자신의 과오가 탄로날까 전전긍긍하는 것일 뿐이다. 하지만 평가결과 공개의 진정한 목적은 학교의 서열화에 있는 것이 아니라 (학교, 교원)선택권 제도의 전면 도입에 있다. 선택권 확대에 앞장서는 교육부가 정작 평가결과 공개에 반대하는 건 아주 모순된 짓거리가 아닐 수 없다.

막대한 규모의 교육시장을 잡아라

오만 잡다한 평가가 창궐하고, 소비자에게 선택권이 부여되고, 경쟁이 심화되면 정작 이득을 보는 건 교육관련 기업이다. 지금은 국가 주관 하에 간간히 시험을 치르지만 이제 학교마다 일정한 수준의 목표치를 달성하도록 닦달하려면 개별 학교마다 지역교육청마다 별도로 시험을 치러야 할 텐데 그 많은 시험을 어찌 국가기관이 일일이 출제하고, 채점하고, 관리하겠는가. 비싼 돈 주고 사설업체에 맡기는 수밖에…. 시장규모조차 예측하기 힘들만큼 교육시장의 블루오션이 열리는 셈이다. 더구나 한미FTA 덕에 미국의 테스팅 서비스 업체들이 한국에 본격적으로 진출할 수 있게 되어 업계가 환호성을 부르는 사이 교육현장은 황폐화될 지경이다.
뿐만 아니다. 성적 향상을 지상의 목표로 내세우는 다양한 형태의 학교제도가 생겨나면서 미국의 차터스쿨과 같이 공공재원을 지원받으면서 학교운영은 기업이 하는 방식의 수익모델도 창출된다. 교육부가 이를 모방하여 ‘개방형 자율학교’ 제도를 도입하면서 사학재단이나 교육기업들이 군침을 흘리고 있다.

격차를 줄이기는커녕 더욱 확대할 것

학력평가 결과를 낱낱이 공개해서 격차를 줄여야 한다고 일부에서 주장하지만 지역간․ 계층간 학력격차를 그동안 몰라서 못 줄였나? 누구나 다 아다시피 학업성취도를 결정하는 데 있어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미치는 영향력은 가히 절대적이다. 부모 잘 만나 좋은 학교 가서 출세한다는 사실은 이미 공공연한 비밀이 되었는데, 이 엄연한 사실은 외면한 채 결과만 가지고 평가를 한다는 것은 부당하다 못해 야비한 처사다. 이주호나 자유주의교육운동연합이 정말로 교육격차 해소의 진정성이 있다면 결과만 딸랑 공개할 것이 아니라 사교육 여부, 부모의 소득, 직업지위, 학력, 그리고 해당 지역의 소득수준 등 다양한 투입변수들까지 모조리 공개해서 해당 학생, 학교, 지역에 따라 학력수준의 차이가 왜 발생하는지 그 원인을 밝혀내고자 할 것이다. 그런데 그들은 결과만을 원한다. 그래야만 학교교육의 구조적 불평등을 까발리지 않고서 재생산 기능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상적이고 끊임없는 평가와, 평가결과의 공개를 통해 경쟁을 시키고, 다시 소비자의 선택으로 평가를 받자는 시장주의적 발상은 오히려 더 많은 문제를 유발할 뿐이다. 학교교육 자체가 공정하지 못한데 정당한 평가란 불가능한 일이다. 그런데 그 공정치 못한 평가를 하겠다고 하는 순간 교사, 학생, 학부모 모두가 커다란 혼란에 빠질 것은 분명한 이치다. 게임의 룰이 공정치 못하면 편법과 술수가 난무하고 탈법과 비리가 판을 치기 마련이다. 그러나 정작 더욱 중요한 것은 공정한 룰을 마련하여 정정당당하게 게임을 치르는 것이 아니라, 교육에서는 절대로 불필요한 ‘게임’ 자체를 없애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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