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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호 특집2_2007 전교조 지도부, 어디로 가고 있는가

2007.06.18 18:31

진보교육 조회 수:1178

특집2-1] 2007 전교조 지도부, 어디로 가고 있는가

진보교육연구소 정세분석팀


보수언론, 2006년 말 선거 개입에 이어 사업에도 개입

새 지도부의 밑그림은 이랬다. 새로운 이미지 전략, 즉 ‘호감’ 이미지로 다가가 국민의 지지를 획득하여 여론지형을 개선하고 그 힘을 바탕으로 교원평가, 성과급 등 현안과제를 풀어간다는 것이었지만 언론은 교활했고 전교조는 순진했다.

2007년 상반기에도 언론은 전교조에 대한 공세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그들은 전교조의 투쟁을 막고 비호감 이미지로 낙인찍는 일에 주저함이 없었다. 자신들이 바라는 대로 ‘강성’에서 ‘온건’으로 지도부가 교체되었는데도 여전히 관련 없는 일까지 어떻게든 전교조와 연결시켜 이미지 왜곡에 활용(아는 사람이 보면 교묘하지만 모르는 사람이 보면 진짜 전교조 문제 있나보다 생각하게 된다)했고 내부인의 목소리를 빌어 전교조를 큰 문제가 있는 집단으로 매도했다. 눈여겨볼 대목은, 새 지도부는 언론을 많이 의식하여 노력을 나름 해왔음에도 전교조 때리기 공세는 계속 되었다는 것이다. 보수언론은 2006년 말 위원장 선거를 앞두고 장혜옥 당시 위원장이 해직이 되자 자격시비를 걸면서 조합원들의 표심에 영향력을 행사했다. 이는 자주적인 노동조합 선거에 대한 명백한 개입이었다. 2007년에는 전교조 사업에 대한 훈수와 개입도 주저하지 않았다. 2월 대대를 전후해서 쏟아진 엄청난 양의 기사에는 교원평가, 성과급 투쟁은 해볼 생각 말고 ‘착한 사업’만 하라는 주문을 담고 있다.

전교조 위원장의 이미지 변신 선언

"빨간 머리띠를 풀겠다" "파업을 위한 파업은 안 하겠다" 등 위원장 되자마자 노동운동의 패러다임 전환을 약속해온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과 마찬가지로, 정진화 위원장이 출범직후 주력한 것은 이미지 변신선언과 그에 조응하는 사업 추진이었다. 이에 대한 언론의 반응응 이랬다. ‘아직도 부족해, 여전히 못 믿겠어. 더! 더!’ 먹지 않아야 될 욕까지 먹는 건 여전했고, 길거리 투쟁은 자제하겠다는 데도 여론지형은 유리해지지 않았다. 그들에게 있어 전교조는 ‘선진화’의 걸림돌이며 그러한 전교조를 악의 축으로 규정하여 때리는 것은 보수진영 결집 강화에 쓸모 있다.
요컨대, 달라지려 애쓴 것은 전교조고 그럼에도 보수언론은 변하지 않았다. ‘뉴라이트’를 표방한 우익교육단체를 ‘시민단체’의 대표로 기사에 등장시키고 전교조 간부 출신의 입을 빌어 자기가 하고 싶은 반전교조 감정을 교묘하게 드러내는 등 수법은 더 교활해졌다. 결국 언론의 태도를 변화시키려 했던 전교조 지도부의 조심스런 말과 행동은 헛수고였던 셈이다. 그들이 대 전교조 공세를 멈추지 않는 것은 노동조합자체를 부정하고 거세하기 위해서이지 전교조가 초심으로 돌아가기를 진심으로 바래서가 아니다.
지도부의 실험은 실패로 귀결되고 있지만 방략을 수정하지 않고 있다. 결국 지도부의 전교조 이미지 변신 시도는 어쩔 수 없는 전술적 선택이 아니라 전략적 입장에서 나온 것으로 풀이되는데 구조조정의 칼바람이 몰아쳐도 대항기구로서의 역할을 지레 포기할까 우려된다.

‘착한’ 이미지 전술과 ‘청원식’ 국민운동

길거리 투쟁을 자제하는 대신에 지도부가 택한 것은 ‘착한 사업’이다. 교원평가의 경우 ‘자발적 평가운동’을 벌이고 성과급 차액분을 ‘반납’하여 사회기금을 조성함으로써 반대의 정당성을 확보하고 여론을 환기시킨다는 취지인데, 정당성 확보 대신에 얻게 되는 것은 전교조가 물러서기 시작했구나라는 인상이고 자신감을 저들에게 준다는 사실이다. 이런 취지에서 상층부는 공부방 협약식을 맺었고 국가청소년위원회와도 협약식을 맺었다. 국가청소년위원회는 정부기구이다. 그리고 현 정부는 전교조를 때리고 부정하고 조합원들을 징계했는데 지도부는 정부기구와 협조를 약속한 것이다. 협약 내용에 따르면 전교조 조합원들은 이들이 배포하는 자료도 열심히 나누어주어야 한다.
6월 초 현재, 본부는 “교육복지실현국민운동본부”를 조만간 출범시켜 “교육희망 행진21”을 대대적으로 벌일 계획이다. “교육복지 중심의 진보적인 교육개혁의 담론과 대안을 사회의제화한다” 등을 목표로 6월부터 11월까지 지역순회를 벌인다고 한다. 또한 운동본부는 정부에 개혁안을 제출하고 대선후보 공약으로 요구하고 시민사회에서 이를 공유하고 국민적인 실천을 운동 방향으로 제시하였다. 문제점은 이렇다.
첫째, 정부 특히 국가교육혁신위원회가 채택하는 과제들과 흡사하다. 전교조 출신 인사가 혁신위에 들어가 있다는 것과 현 집행부의 핵심간부들이 혁신위와 친화성이 크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그런데, 노동조합에서 상층부의 인맥과 성향 가지고 전교조가 그간 조직의 교육개편 방안으로 위치시켜온 공교육개편안이 아닌 혁신위의 안으로 국민운동본부를 꾸리고 사업을 전개하겠다는 것이다.
둘째, 정부와 대선후보에게 복지라는 명목으로 ‘개량을 청원’하는 방식이다. 제출과제는 자유주의적 개혁방안의 성격이 짙기 때문에 ‘대선공약화’를 성과로 내세우기에 적합한 정도로 내용이 조절되어 있다. 대선 국면을 담론투쟁의 공간으로 활용하려면 공공성 강화냐 시장화냐의 대립구도를 만들 의제를 제출하여 격론을 벌여야 한다. 이런 방안과 방식으로는 보수진영과 대립각을 세우지 못할 뿐더러 대선공약에 몇 가지 반영하는 정치적 타협으로 끝날 뿐이다. 가안이긴 하지만 3개 범주 84개를 나열한 제출과제에는 지역순환형 교원제 도입, 제3외국어고등학교 설치, 청소년증 의무발급, 야간자율학습과 보충학습 등 선택권 보장, 10대 인턴 활동 제도화, 청소년 아르바이트 기회확대 등도 포함되어 있다. 84개 중에서 정치권이 받아줄 만한 것은 많다. 왜냐하면 받아줄 만한 것을 대거 나열했기 때문이다.
셋째, 무차별적 연대를 구상하고 있어서 전교조 연대의 중심과 원칙이 훼손될 우려가 있다. 특히 개인참여 부분의 자문단 예시안은 명단 작성 원칙과 기준을 언뜻 알기 어렵다. 대체로  ‘이름이 잘 알려진 사람’, ‘집행부와의 친밀도’가 기준이 된 것 같다. 최현섭 강원대 총장의 이름도 있는데 2005년 교육력제고를 위한 특별협의체(교원평가 도입 논의 기구) 의장직을 맡은 바 있는, 현 정부와 교감이 깊은 사람인데 참여정부 시기 교육부에서 무슨 위원회를 만들 때만다 단골로 참여했다.

교섭중심주의

현 지도부의 전략은 착한 이미지 전략으로 정당성을 확보하고 국민의 지지를 바탕으로 교섭력을 높여 ‘교섭을 통해 강력하게 요구’하여 현안 투쟁 목표를 달성한다는 것이다. 교섭에 기대를 건 것에는 현 정부는 자신을 대화상대로 인정해 줄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기대대로 일은 풀리지 않았고 지도부가 택한 것은 ‘교원노조법의 개정’(다음 글에서 자세히 다룸)추진이었다. 독소조항이 있긴 하지만 교섭재개가 우선이므로 그 정도 부담은 감수하겠다는 것이다. 교섭중심주의적 성향이 이러한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볼 수 있는데, 단체교섭은 말 그대로 노동자들이 조직화된 집단으로 사용자와 벌이는 것으로 힘의 관계 속에서 대립, 투쟁이 응축되어 결과로서 만들어지는 자리이다. 법에 규정되었다고 해서 쉽사리 풀리는 것도 아니고 말을 잘한다고 해서 풀리는 것도 아니며 교육부 관료와 친분이 있다고 해서 잘 되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현 지도부는 단체교섭을 정부와 상층부와의 관계맺기 방식에 따라 달라지는 문제로 바라보는 듯하다. 지난 선거에서 상대후보가 정부와 대립각을 너무 세웠기 때문에 정부가 대화하기를 거부했고 그 결과 교섭을 하지 못했다고 비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현 집행부는 교육부와 대립각을 세우지도 않았고 위원장은 교육부장관과 사제지간이다. 이런 것에 기대를 걸었다면 대단한 착각이고 지배자의 속성을 오판하는 것이다. 양보할 태세를 갖추고 교섭테이블에 앉는 것부터가 위험하다. 목표 쟁취를 확인하는 최종단계로서의 교섭체결은 투쟁의 산물로서 주어질 뿐이다.

대중 중심성의 실현을 이유로 ‘조직운영 시스템 전면개편’ 제출

2007년 들어 현장의 침체는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지회장을 세우기가 더 어려워졌고 지회집행부를 구성하기 힘겨워서 지회장 혼자만 달랑인 경우도 허다하다. 지회집행부가 있다 해도 분회에서는 지회의 존재감이 희박하다. 이런 현상이 감지된 것은 수년 전부터이고 그동안 활로를 개척하지 못해온 것이 사실이지만, 교원평가와 성과급 문제가 터지고 조직에 긴장이 걸리면서 투쟁을 통해 계선활동이 어느 정도 유지되었던 것이다. 현 집행부는 현장 침체를 ‘그동안 현안사업에 밀려서 일상사업이 제대로 되지 않은 탓’으로 보고 교권중심의 투쟁사업보다는 교육문화사업에 중심을 두겠다고 전국일꾼연수에서부터 밝혔고 ‘대중 속으로, 대중과 함께’를 내걸고 조합원의 요구에 맞게 사업을 전개하겠다고 하였다. 이런 기조는 엉뚱한 형태로 사업안에 반영되었는데 그 활로로 지도부가 제출한 것은 ‘조합원 총투표제’와 인터넷을 통한 분회장 의견수렴시스템 구축이다. 지회단위의 활동력을 복원시켜 계선을 활성화시키는 대신 분회를 직접 본부가 챙기겠다는 것이다. 조합원총투표제는 사안에 따라서 그럴 수도 있는 문제이지만 대의원대회를 이것으로 대신하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는 내용이어서 골치 아픈 문제는 조합원들 개개인에게 선택을 맡기고 지도부는 ‘조합원들의 선택, 현재 우리의 역량의 한계’라고 책임 회피의 구실로 악용될 여지도 없지 않다. 전국일꾼연수에서 성과급 대응전술을 본부가 책임지고 제출하는 대신 3개 중에서 무엇이 가장 좋은지 토론해보라고 던진 후 그 중에 ‘차액모금’이 제일 많으니 이걸로 하겠다는 것과 비슷한 일이 반복되지 말란 법이 없다.
올해 사업계획상으로는 사실 지회단위에서 할 게 별로 없다. 그래서 많은 지회에서는 영화상영이나 아카데미를 운영하여 근근이 사람을 모으지만 정작 조합원들에게 ‘이거 함께 합시다’라고 할 만한 사업내용이 없다. 영화보고 감동받고 사람들 만나 좋지만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일회성 행사로 끝나는 경우가 허다하다. 교원평가나 성과급의 경우 그 자체가 중차대하고 대중들이 최고 관심사이지만 교선을 하는 것도 공허하다. 왜냐하면 ‘이러이러한 문제가 있다’ 까지는 얘기할 수 있는데 ‘어떻게 하자’ ‘전교조 전체적으로 이렇게 하기로 했다’고 제시할 것이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 중앙정부에서 추진하는 구조조정 정책을 분회단위의 현장대응으로 맡겨놓다보니 이런 모순이 생기는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지회의 역량은 전보다도 더 퇴보하고 있다. 힘도 쓸수록 늘고 머리도 쓸수록 좋아진다. 사업과 목표와 전술이 분명해야 하부 단위에서 움직일 힘이 생기는 법이다.

1년 6개월여의 기간이 남았다. 앞으로 어디로 갈지는 전교조의 선택이다. 버스에 비유하자. 지난 6개월간 달려온 노선은 잘못된 곳을 향해 달리고 있었고 도중에 함께 타고 있던 사람들 일부는 하차했다. 사람들은 점점 줄고 내리고 나서 보니 여기가 아니었구나 하고 후회해봐도 되돌아가기에 너무 먼 길이어서 주저앉아버릴 지도 모른다. 한시라도 빨리 그동안 온 길을 아깝다 생각지 말고 좌회전해야 한다. 핸들은 운전수가 잡고 있지만, 네비게이터의 역할은 이제 승객의 몫이다. 지금 신호등에는 좌회전-직진 동시신호가 켜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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