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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호 현장에서_서울시發 학교선택제가 몰고 올 폭풍

2007.04.16 17:07

진보교육 조회 수:1329

서울시發 학교선택제가 몰고 올 폭풍

최정민 ㅣ 전교조 서울지부 사립북부지회

서울시에 인문계고등학교 학교선택제가 대두된 것은 2005년부터이다. 2005년 당시 집행부는 ‘성적’이라는 변수가 포함되지 않으면 된다(?)는 논리로 인트라넷을 통해 요상한 지침을 내리기도 하였다.
2005년 6월 전교조-서울시교육청 실무협의회 결과
● 협의결과
1. “선지원&후배정”의 기준으로 “성적”을 사용하지 않는다.
2. 후기 일반계고 배정과 관련하여 선지원 후배정의 확대 및 배정 방식의 개선을 위하여 제도 개선의 근거를 분명히 제시하고, 교원단체를 비롯한 현장의 의견을 수렴하여 시행한다.
3. 선지원 후배정과 관련하여 편법, 불법적 방법을 동원하여 우수학생을 모집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강력히 단속한다.
4. 후기 일반계고를 진학하지 않을 학생들은 이번 조사대상에서 제외한다.
● 조합원 지침
현재 전교조 지침에 따라 거부하고 있는 학교들은 문제가 해결되었으므로, 합의사항에 따라 문제를 해결한다.(현장 거부에 참여한 조합원 동지들께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요약하면 성적 반영을 배제하고 부작용도 보완하기로 했으니 모의배정을 거부하지 않아도 된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당시 실시된 모의배정결과가 지금의 학교선택권 확대 추진의 발판이 되어 있다. 이때부터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모의배정을 막았더라면 현재와 같은 상황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올해 새롭게 구성된 서울지부는 학교선택권 확대에 대해 단호한 태도를 보이며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공청택 교육감이 오랜만에 맞수를 만난 거 같다.

지금 당장, 성적은 의미가 없다. 하지만 세상은 그리 녹록치 않다는 오래된 진실을 비껴가지 않는다. 선택제가 확대되면 학교간 성적 격차로 인한 고교등급제 도입주장이 힘을 받을 것(고대 입시안, 교육관련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참조)이고 원거리 배정에 대한 불만이 쏟아져 나오면 표준화된 시험결과를 반영하는 전형안을 제시할 것이다.(부산에서 연합고사부활 대두)

서울시의 학교선택제 추진안
□ 1단계 서울전역(단일학군)에서 2개 학교 지원, 2단계 학군(일반학군)내에서 2개학교 지원, 3단계는 탈락학생을 거주지/통학편의/종교 등을 고려 배정
□ 각 단계별 비율은 30:40:30(연구팀 추천안)이 될 가능성이 크며 시뮬레이션 후 2008년 10월 확정발표하겠다고 함
□ 모의배정을 1년에 반정도씩 실시하여 보완하고 2010년학년도부터 시행
□ 2007년부터 2009년까지 잠재적 비선호학교를 선정하여 사전 개별통보하고 공립은 교장공모제로 사립은 행재정적 지원 등으로 문제해결을 위한 노력(공립 5-6개, 사립15개 예상)
□ 비선호 요인별 행재정적 지원
차별화된 교육과정, 우수교원 배치, 자원학교, 시설환경 개선, 대중교통망 개선
□ 2010년부터 비선호학교에 대해서는
- 특별장학, 특별감사 - 학급감축(학년당 6개까지)
- 사립의 경우 명예퇴직 등 정원조정하거나 자체 재원으로 보수지급
- 정원초과 교원에 대해서는 3년간만 재정결함 보조
□ 이후 3년 연속 비선호학교의 경우
- 공립은 공모제,
- 사립은 특수지 전환 또는 학생배정 중단, 재정지원 중단

* 강남지역에 학생이 넘쳐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사실은 강남의 경우 1600명의 학생 부족하여 강북학생 유입이 필요하다함. 강남 아파트 가격상승으로 진입장벽이 매우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기피학교 되면 당신이 책임질 거냐?’

더욱 심각한 부분은 고등학교 파행 사례가 드러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사립고교의 경우 파행이 심각한데 예비신입생을 대상으로 보충수업을 실시, 12시까지 자율학습 실시 등 입시중심 학교운영으로 정상적 궤도를 이탈하고 있다.

수준별 수업 일반화
비선호학교의 교육과정을 수술대에 올리며 처방으로 수준별 수업을 강화시킨다고 한다. 우리가 민주주의를 이야기하면 ‘지금 한가한 이야기 할 때가 아니다. 명문고등학교가 되기 위해 협력하라’고 강권하는 모습이 도처에서 발생한다.

사립교사 죽어날 것
모의배정결과 잠재적 비선호학교 중 사립의 숫자가 공립의 3배다. 사립고교 교사의 노동강도가 강화되고 있다. 심리적 압박감과 연장근로 확대가 그것이다. 사립의 파행적 교육과정운영은 공립으로 확산되는 것은 더욱 명확하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듯이. 조용한 사립재단의 머릿속에는 이때가 기회다. 교사를 쥐어짜서 과거로 회귀하고 싶어 한다. 또한 비정규직 교사 비율이 더 많아 진다. 학급축소에 대비한다며 말이다. 야자가 강행되고, 필수 1교시 앞당기고, 보충수업 풀로 돌리며 학교 학원화 깊숙이 진행된다. 여기에 대항하는 조합원은 학교의 적, 공공의 적이다.

학교선택제에 문제점은 없는가?
낯선 사실 하나. 선택은 학업성취도와 관련 없다. 다시 말해 선택권(=경쟁)을 늘리는 것이 학업성취도 향상효과를 가져오지는 않는다. 런던대학 경제학부의 스티븐 깁슨(Stephen Gibsons)과 동료들은 선택과 경쟁의 지지자들이 말하는 학업성취에서의 유리함에 관한 실증적 근거를 확보했는데, 잉글랜드의 공영초등학교 2,412개교 201,034명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선택권과 학업성취 사이에는 별다른 연관관계는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미국의 리차드 부딘, 론 짐머(Richad Buddin, Ron Zimmer) 두 연구자는 캘리포니아 주에서 차터스쿨 때문에 학생들의 성적이 높아졌는지를 조사하였다. 연구자들은 110만 명의 1997/1998 학년도부터 2001/2002 학년도까지 읽기와 수학 성적을 토대로 선택권 확대 정책이 공립학교 학생들의 성적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를 추적했다. 차터스쿨이 공립학교 학생들의 성적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나왔다. 초등학생의 읽기 성적에서는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기도 했다. 즉 캘리포니아에서는 차터스쿨이 유발한 경쟁효과는 공립학교 학생들의 성적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원거리 배정에 따른 민원이 폭증
선택이라는 변인이 추가되면 누군가가 거머쥐는 선택 성공에 대한 반대급부가 선택에 실패한 학생들에게서 나타난다. 전체적으로 계산하면 실효성 제로라는 의미다. 통학시간에 길거리에 쏟아 붓는 사회적 비용은 엄청나게 증가할 것이다. 선택권 확대추진 연구팀 조사결과에서도 통학거리가 선택의 제 1기준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근거리 배정에 실패하는 악순환이 반복될 것이다. 교육청 스스로도 보도자료에서 원거리배정이 늘어날 것임을 인정하고 있다.

종교학교의 등장
또한 종교재단이 운영하는 사립고교에는 학생의 종교를 고려하여 배정하겠다고 한다. 이제 명실상부한 종교학교가 등장한다. 평등교육의 근간을 무너뜨리는 일이 될 것이다. 게다가 100% 희망자만 배정받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강압적 종교교육은 심화되어 일부 학생들의 불만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영화 뷰티풀마인드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뷰티풀마인드가 설연휴에 방영되어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실존인물인 정신분열증을 앓는 천재수학자인 존 내시(John Nash) 다. 존 내시가 정리한 내시균형은 경쟁관계에 있는 선택자들이 동시에 결정을 내리는 경우에 상대방의 결정을 고려해 어떻게 결정을 내리는지를 이론적으로 설명한다. 그중 가장 잘 알려진 것이 죄수의 딜레마다.
A의 결정B의 결정자백침묵자백A, B 모두 10년형A 20년형, B 석방침묵A 석방, B 20년형A, B 모두 1년형

둘 다 확신범이라면 자백을 하지 않기 때문에 1년형이 되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잡범을 포함 대부분 둘 다 자백하여 10년형씩 살게 된다. 이것이 죄수의 딜레마이다.

선택이라는 변수도 마찬가지이다. 지금 표에서는 A, B 둘이지만 현실은 십여만명일 것이다. 그렇다면 선택이 높아질수록 원거리 배정이 증가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현재 배정제도보다 더 문제가 많을 것이다. A와 B를 다수라고 가정하고 표를 만들면, 죄수의 딜레마처럼 모두가 선택을 결정하게 된다. 결국 원거리 배정이 증가하게 된다.
A의 결정B의 결정선택비선택선택원거리 배정B의 당첨률 높음비선택A의 당첨률 높음근거리 배정
게다가  2011년 이후 고등학교 학생수가 급감하기 시작한다. 학급당 학생수를 줄이기는   커녕 학급축소를 위한 순서를 정하는 일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미 학생수용 및 학교설립지원 기준(교육부 재정기획관)에 의하면 서울시의 경우 2006년 42,999개의 학급(초,중,고)을 2012에는 40,446개로 2,500개의 학급을 줄이도록 되어 있다.
  
공동학군 지원율은 오히려 떨어졌다.
현행 공동학군제도는 ‘선택’을 자유롭게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원율이 계속 떨어지고 있어 학생/학부모로부터 외면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1996년 196%에서 2007년 121%로 감소). 서울시교육청에서 추진하고 있는 학교선택권 확대 추진 계획은 외면받고 있는 현행 공동학군제를 전면적으로 확대하는 정책에 불과한 것이다. 게다가 공동학군의 교육적 유의미성은 알려진 바도 없다.

2006년 실시한 시뮬레이션 데이타인 학생설문조사는 성의 없었다.
현장교사들의 전언에 의하면 학생들은 진지하게 모의배정에 응하지 않았다고 한다. 교육청 연구보고서의 기초 데이터에 신뢰도 문제로 그 기저에서부터 문제점을 드러나고 있다. 우리 아이들은 실험대상이 아니다. 배정문제는 심각한 부작용을 보일 수 있다. 마구잡이식 군사작전으로 집행될 대상이 아니다.

구조조정,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기피학교에 대해서는 학급을 축소시키고 그만큼 명예퇴직을 통해 정원을 조정하겠다며 엄포를 놓고 정부보조금도 중단하고 배정중단까지 운운하고 있다. 교육청에서는 이미 기피학교 명단을 확보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교육청→교장(재단)→교감→조합원으로 이어지는 압력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학교서열화의 완성,
과거 똥통-명문구도가 여러 단계로 분화되는 양상을 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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