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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1. 전교조-교원평가 이데올로기 공세 : 분석과 극복방안

여론지형 극복 사례들과  전교조 때리기 공세 대응방향            


정세분석팀




1. 2005년 전교조 집행부의 교원평가 여론 대응

󰊱 2005년 교원평가 관련 여론 추이 : 주체의 대응에 따라 시기별로 변동
현재 교원평가와 관련하여 ‘여론은 무조건 불리하다’는 것이 정설인양 전교조 내외에 통념처럼 퍼져 있다. 과연 그런가? 한 가지 주목할 사실은 작년 상반기 5/3공청회 투쟁에서 5/14대의원대회 등 5월부터 6월 초까지 가파르게 상승된 교원평가 저지 대중투쟁국면에서 언론은 놀랍게도 전교조 때리기를 한 것도 교원평가제 무조건 받아야 한다는 기사를 쓴 것도 아니었다. ‘논란의 소지가 많은 쟁점’으로 교원평가 문제를 다루었다. 또한 서명 25만, 신문광고, 집회, 지도부 농성 등 투쟁이 이어지고 이를 통해 교사대중의 반대의지가 물리적 힘으로 가시화되자 5월 한 달 간 활발하게 토론의 장에 전교조는 진출할 수 있었다. 100분 토론 등 각종 TV와 라디오 토론, 시사프로그램은 앞다퉈 교원평가를 다뤘다.
그러나 6/20합의 직후부터 6/24합의 발표 전까지 언론의 태도는 급격한 변화를 보였고 협의체 국면에서의 우위장악과 전교조 내부를 겨냥한 보수 진영의 대공세가 기다렸다는 듯 펼쳐졌다. 6/20합의 발표 직후에는 ‘큰 틀에서 합의했다’고 ‘합의’에 무게를 실어 보도했던 언론은 바로 다음날인 21일부터는 ‘분석기사’와 ‘사설’을 통해 ‘교원평가가 백지화’된 듯 보도하면서 일제히 교육부의 무능을 질타하고 나섰고 보수진영의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한편, 열린우리당이 정책판단을 위해 즐겨 사용한다는 KSOI(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5월과 11월 교원평가에 관한 여론조사 결과는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교원평가에 대한 사회여론은 결코 고정 불변한 것은 아니며 시기와 주체의 대응에 따라 진폭을 가지고 변화되고 있었다.

󰊲 집행부의 오류
앞서 살펴본 대로 여론지형에 대한 패배주의적 관점이 도리어 여론을 불리하게 만들었다. 교원평가에 대한 여론은 어차피 불리하다는 생각에서 출발하다보니 언론과 방송에서 학교종합평가제를 거론하면서 교원평가 수용으로 비추는 ‘애매한 발언’을 했고 11월 시범실시 강행국면 막바지에는 연가투쟁을 ‘수능’을 이유로 유보하고 난데없이 근무평정 얘기를 핵심적으로 거론해서 조합원들로 하여금 ‘그동안 교원평가 저지투쟁을 한 게 아니라 근평개선 투쟁을 한 것이었나’라는 착각을 하게 만들었다. 5월 달 대중투쟁 국면에서 교원평가가 사회 쟁점으로 떠오르고 교육부장관은 “학생, 학부모 평가는 실시하지 않겠다” 등 교원평가 방안내용 후퇴 및 신중하게 추진하겠다는 발언을 하도록 만들었다. 그러나 정작 토론의 공간이 열렸으나 집행부는 교총보다도 답답하게 일관함으로써 조합원들을 실망시켰고 국민여론을 최소한 다투는 상황으로 역전시킬 기회를 스스로 상실했다.
이러한 집행부의 자신감 없는 태도와 무책임한 발언은 여론의 불리함을 스스로 가중시킨 요인이 되는데서 그치지 않고 조직 내부의 혼란과 대오의 이완을 초래했으며 집행부 스스로 자초한 여론의 불리함을 ‘협상의존적 전술’을 조직 내부에 강요하는 근거로 사용하는 악순환을 반복했다.


2. 여론지형 극복, 반전의 사례들

언론과 방송이 노동자, 민중의 투쟁에 처음부터 호의적이었던 기억은 거의 없다. 그래서 노동자, 민중의 투쟁은 보수언론의 공세와 여론지형의 부담을 안고 투쟁을 시작하고 또 전개해야 했고 치열한 투쟁없이 여론지형은 저절로 바뀌지 않았다.  
또한 언론과 방송매커니즘은 이제 유신과 전두환 시대의 정보 통제를 넘어 정보와 이미지 조작으로 한 인물을 영웅으로 만들기도 하고 또한 순식간에 사기꾼임을 알려내기도 했다.
몇 가지 사례는 여론지형이라는 것이 고정불변이 아님을 잘 보여주며 노동자, 민중의 투쟁의 경우 주체의 당당한 대응과 정보의 획득과 유통이 사회여론을 바꾸는 필요조건이었음을 일깨워준다.

#1. 한미 FTA 협상 - ‘한국경제의 도약 발판’에서 졸속 협상 반대 90.5%까지
한미FTA체결에 대해 정부는 세계적 대세이며 빨리 서둘러야 하며 경제적 효과는 물론 양극화 문제까지도 해결할 수 있다고 선전해왔고 언론 역시 경제일간지를 중심으로 한미FTA가 농업분야에는 다소 불리하지만 전체적으로 봐서 이익이 된다는 논조로 정부에 힘을 실어주어 왔다. 정치권 역시 소수의 의원을 제외하고는 공공연히 한미 FTA협상체결 찬성입장을 표명해왔다. 그러나 7월부터의 여론동향은 ‘급반전’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 PD수첩 방영 직후 ‘졸속 협상 반대’의견이 90.5%인 반면 ‘일정 내 협상타결’은 6.4%에 그쳤다. 52.0%가 협상체결로 한국이 손해를 입을 것이라고 내다본 반면 손해보다 이익이 더 클 것이라고 본 사람은 27.4%에 그쳤고, 20.6%는 판단을 유보했다.
노무현 정권이 사활을 걸고 “경제도약의 발판”으로 대국민 홍보에 심혈을 기울여왔음에도 이런 결과가 나타날 수 있었던 이유는 어디에 있었는가?
첫째, 여론의 반전의 직접적인 계기는 ‘그동안 접하지 못한 새로운 정보’가 파급력 높은 중앙 방송 매체의 ‘영상’ 형태로 전파되었다는 것. KBS스페셜 “FTA12년 멕시코의 명과 암”(6/4)과 PD수첩 “론스타와 참여정부의 동상이몽 - 한미 FTA"(7/4)가 바로 그러한 역할을 했다. 이를 통해 다시 한번 사회여론은 일정 정도의 진폭을 가지고 항상적으로 굽이칠 가능성이 있는 ‘대상’임이 드러난 셈이다.
둘째, 그러나 단순히 두 프로그램의 영향이 크긴 했지만 더 중요한 것은 주체의 지속적인 대응과 반대진영의 확대과정이 그 앞에 놓여 있었다는 점이다. 영화인들이 한참 전부터 스크린쿼터 폐지 반대와 한미FTA반대를 분명히 하면서 지속적으로 투쟁해왔고 올해 초부터는 농민들과 함께 투쟁을 전개했다. 2월 FTA공청회 무산투쟁을 비롯하여 6,7월 협상 및 이에 대한 저지투쟁을 앞두고 여러 분야의 주체들이 한미FTA반대 입장을 표명하면서 주체가 확대되는 국면이 올해 상반기에 이어졌다. 심지어 노무현 정권을 세우는데 일조했던 인사들까지 한미FTA협상의 문제점을 지적하는데 가세했다.
셋째, 논란 과정에서 내용이 계속 풍부해졌다. 이는 ‘확실한 이익이 보장되지 않는데 도대체 왜 추진하려는 것인지’란 의혹 속에서 새로운 정보를 발굴하였던 데 기인한다. 그 과정에서 정부의 ‘거짓말’이 드러났다. 새로운 정보가 나타났을 뿐 아니라 이전의 주장을 뒤엎는 정보들도 확대되었다. 농업과 영화 분야만 손해를 볼 것이라던 정부의 주장에 균열을 내는 다른 분야의 분석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덧붙여 폐해를 보여주는 실질적인 사례와 함께 협상과정 및 대국민 여론작업에서 정부가 보여준 행태의 부도덕성과 무능함이 부각되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소의 GDP확대 예측 통계수치 조작이 알려졌고 ‘이미 내줄 거 다 내주고 무슨 협상이냐’는 ‘굴욕외교’라는 비판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었다.

#2. 영웅에서 사기꾼으로 - 황우석 줄기 세포 조작사건
2005년 11월 22일 PD수첩 방영을 통해 황우석 교수의 논문 조작 의혹이 논란이 되기 시작한다. 황교수는 당시까지만 해도 국위를 선양하고 엄청난 경제 효과를 발휘할 배아줄기세포 복제 원천기술의 소유자로서 종교계 일부의 생명윤리 논란을 빼면 감히 건드리기 어려운 ‘국민영웅’이었다. 당시까지 황 교수와 그의 연구에 대해 감히 아무도 의혹을 제기할 수 없도록 그의 국민적 지지와 인기는 대단했고 덕분에 PD수첩 제작 피디들은 황교수가 답변을 회피하고 의혹 사실이 대부분 사실로 드러나기 전까지는 취재윤리를 어긴 부도덕한 방송인으로서 국민영웅을 건드린 ‘죽일 놈’ 취급을 당하기도 했다.
2004년 첫 논문 발표부터 2005년 11월 의혹 제기 직전까지도 황우석 영웅만들기에 적극적이었던 언론과 방송은 황우석 논문조작 사건을 최대의 이슈로 다루었고 지면과 방송 뉴스는 ‘황우석 뉴스’를 방불케 할 정도로 태도가 급변한다. 황우석 사태의 전말이 밝혀지자 정치권-언론사 역시 그의 영웅만들기 프로젝트에 합류하고 있었음이 드러나기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생물학 및 유전학의 전문적이고 최신의 지식에 대해 대다수가 문외한일 수밖에 없으니 어떠한 얘길 해도 ‘대단한 건가 보다’하고 쉽게 속아 넘어갈 수 있었고 여기에 학계, 정치계, 언론이 담합하여 황우석 영웅만들기로 재미를 보던 판에 사태의 진실이 드러나기란 결코 쉽지 않았다. 그러나 의혹이 제기된 지 불과 한 달도 안 되어서, 황우석의 언론 플레이와 언론-방송의 적극적인 이미지 조작에 박수를 아끼지 않던 대다수 국민들도 어처구니 없어하며 ‘사기꾼’이라 부르길 마다하지 않았다. 황우석 사태의 대반전이 가능했던 것은 ‘진실’과 그 진실을 취재 영상물로 전달한 방송의 힘이 컸다.
그러나 방송의 역할은 두 번째였다. 브릭(BRIC, 생물학연구정보센터) 회원들이 과학적 지식과 사실에 근거하여 자신들의 지적 양심을 걸고 황우석 박사의 연구에 대한 의혹을 집중적으로 제기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만일 모든 과학자들이 황우석의 사기 행각을 모르쇠했다면 국민들은 계속 속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3. 반운동권의 주목받는 아이콘에서 불명예 탄핵까지 - 황라열 경력조작 사건
황라열은 명문 의대 2차례 합격, 유명 잡지사 수습기자, 무에타이 선수, 음반 발표 활동 등 서울대 입학 전의 화려한 이력을 내세워 최초로 반운동권으로서 서울대 총학생회장에 당선되었다. 언론과 방송은 특이한 이력을 지닌 나이 많은‘서울대’총학생회장 황라열을 주목하였고 그는 주목받는 아이콘이 되었다. 그러나 그가 당선되는데 가장 주효했던 원인인 경력 대부분이 ‘거짓말’임이 드러나고 이를 밝히기 위한 학내 청문회에는 수백 명의 기자들이 몰려들었지만 그는 변명과 발뺌으로 일관하다가 결국 사상 최초로 탄핵되기에 이르렀다.
개인의 거짓말에 대중은 쉽사리 속고 방송과 언론은 장사가 될 것 같으면 앞뒤 가리지 않고 영웅만들기를 하지만 ‘거짓말’이 드러나는 순간 언론의 태도와 여론지형의 반전은 순식간이라는 사실이 다시 한 번 입증된 사건이었다.

#4. 충남 보성초 서교장 자살사건과 네이스 투쟁 - ‘살인마’라는 마녀사냥을 뚫고 정보인권 수호의 대명사로
2003년 4월, 한 교장의 자살사건을 빌미로 보수언론은 전교조에게 ‘살인마’의 이미지를 재빨리 덧씌웠다. 사실관계와 상관없이 보수언론의 이미지 효과를 노린 보도만 보고 수많은‘객’- 대다수는 보수세력으로 추정-들이 전교조 홈페이지에 들어와 전교조 매도에 가세했다.
당시 전교조 집행부는 여교사에 대한 성차별과 하향식의 관료적 지배 구조 속에서 발생된 사건임을 분명히 하였고 한 개인의 죽음을 전교조의 탓으로 몰아붙이는 보수언론의 ‘과도한 설정’은 크게 그리고 지속적으로 설득력을 얻지 못하였다. 2003년은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해보기도 전에 보성초 사건으로 어려운 상황을 맞이했지만 당시 조직 내에서 여론이 불리하니 도의적 책임을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은 없었다.
보성초 사건의 어려움을 뚫고 끈질기게 전개한 네이스 투쟁으로 교육부와의 공방이 계속되자 언론과 방송은 전교조의 주장 역시 비중있게 실을 수밖에 없었고 당시 전교조는 TV토론에서의 설득력있는 논리와 차분한 대응으로 ‘호감’을 얻을 수 있었고 2004년 말 시사저널의 조사에서 전교조는 영향력 있는 사회단체 10위에 올랐다.

#5. 한나라당의 막무가내식 사학법 재개정 주장 - 7월 현재 재개정 찬반 엇비슷
작년 개정 찬성율이 7,80%를 꾸준히 유지하던 사학법 개정 여론은 12월 사학법 개정 직후 박근혜와 한나라당의 장외투쟁 당시에는 60%를 밑돌기에 이르렀고, 최근 여론조사(7월4일, KBS1라디오와 미디어리서치 조사)에서는 사립학교법 재개정에 대한 찬성(42.4%)과 반대(43.8%)의 입장이 엇비슷하게 분포된 것으로 나타났다. 아무리 말도 안 되는 주장이라도 뭔가 억울한 듯이 계속 해대면 먹힌다는 씁쓸한 예의 하나다. 한편, 같은 조사에서 고교 평준화 정책에 대해서는 현행대로 유지하자는 의견이 우세(63.6%)한 것으로 나타난 것으로 보아 아무리 평준화 해체를 들이대도 ‘교육평등’에 대한 열망이 ‘선택권에 대한 열망’보다 강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3. 교원평가를 둘러싼 여론지형 변화를 위한 대응방향

󰊱 여론은 가변적이다.
몇 가지 예를 통해 살펴본 대로 적어도 방송과 언론의 태도 그리고 여론지형은 고정불변의 상수가 아닌 주체의 대응과 계기를 통해 얼마든지 바뀌는 변수인 셈이다. 또한, 지배세력 및 국민을 우롱한 몇몇의 사기꾼은 여론지형을 유리하게 끌고 가기 위해 물량공세는 기본이고 허위사실 유포, 정보와 통계수치조작도 마다하지 않으면서 여론전에 임하고 있음을 확인하였다.
노벨상까지 탈 기세였던 황우석은 ‘물증’과 그것의 ‘방송영상’, ‘내부 고발’, ‘전문 과학자 집단의 문제제기’ 앞에서 순식간에 허물어졌다. 일부 민중운동 진영의 반대만 아니라면 일사천리로 진행될 것만 같았던 한미 FTA협상에 대해 언론의 ‘가르침’에 편승했던 국민의 일부는 헷갈려하고 많은 수가 ‘문제가 있다’고 여기는 등 ‘논란의 대상’이 되기에 이르렀다.
보성초 사건으로 일대 위기를 맞았던 전교조는 도덕성에 타격을 가하려는 의도의 엉뚱한 연결(전교조=살인마)을 핵심무기로 한 보수진영의 십자포화를 뚫고 기간제 여교사에 대한 성차별적 대우와 비민주적 관료적 통제의 문제를 제기하였고 결국 그해 교육개방 반대 투쟁, 네이스 투쟁을 끈질기게 전개하여 교육개방에 있어서는 명확한 반대 집단의 존재를 각인시켰고 정보인권에 있어서는 수호의 대명사가 되었다. 다음해 총선국면에서의 공교육개편방안 발표와 고교등급제 실태 폭로 등으로 전교조는 언론과 방송이 무시할 수 없는 영향력 있는 집단의 지위를 유지했다.

󰊲 반격의 고리 찾기
현재 출발하는 조건이 그리 좋다고는 말할 수 없다. 첫째, 백지상태가 아니라 이미 어느 정도 형성된 지형을 바꾸어나가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2005년 대응 과정에서 전교조는 교원평가의 문제점을 어느 하나 제대로 알려내지 못했다. 대중투쟁으로 기껏 얘기할 기회가 생겨도 집행부가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형국이었다. 둘째, 교육부와 교사대중의 대립이 본질임에도 협의체 협상 국면 이후부터는 전교조 대 학부모단체가 대립하고 있고 교육부-정부는 제3자의 위치에 있는 것처럼 되어버렸다. 셋째, 올해 상반기의 기획물 성격의 ‘전교조 때리기’ 공세로 이미 타격을 입었는데, 철밥통 = 집단이기주의 = 전교조 라는 이미지 조작의 연장선상에서 성과급-교원평가 저지투쟁을 해야 한다. 넷째, 황우석 사태나 한미FTA처럼 ‘먹힐 만한’ 물적 증거를 어느 수준으로 얼마나 확보할 수 있을지 현재까지로선 미지수다. 다섯째, 기자와 방송인들은 알고 보면 교육에 대한 문외한이면서도 ‘자신도 전문가’라는 착각을 하고 있으며 학교와 교사에 대한 안 좋은 추억으로 현재의 교육문제를 재단하려 든다. 전문과학영역이나 국제 협상과 달리 교육문제에 대해서는 고집을 부릴 사회적 토양 위에 우리가 놓여 있는 것이다. 그만큼 교육문제에 대한 우리 사회의 논의 수준이 ‘포퓰리즘적’이라는 뜻이겠다.
하지만 비관할 필요는 없다. 왜냐하면 사태를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것이 극복의 출발점이고 저들의 약한 고리이면서 우리에겐 유리한 지점도 잘 찾아보면 널려 있다. 무엇보다도 사태를 비관할 필요가 없는 근거는 주체의 힘이 아직 있으며 성과급 반납투쟁을 계기로 힘이 하나로 모이고 있다는 데 있다.

첫째, 노동이나 경제분야보다 교육문제는 아직은 ‘명분’싸움의 성격이 강하다. 교원평가 도입의 근거로 교육부가 내세운 것이 무엇인가? 경쟁 강화, 구조조정을 통한 효율성, 수월성 강화가 아니다. 추상적인 수준에서 그 속은 뻔히 들어다 보이지만 ‘교육의 질 제고’ ‘교원의 전문성 향상’ ‘학부모의 교육권 보장’이었다. 즉, 여전히 ‘교육논리’를 거스르면서 국민여론을 호도하지는 못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교육부가 내세운 논리의 허구성과 명분의 가식성을 공격하면서 동시에 교원평가의 ‘반교육적이고 반인간적’인 본질을 대국민 설득의 논리로 다시 가다듬어야 한다.

둘째, 저들이 만들어놓은 밥그릇 지키기의 이미지를 학생인권, 교육평등, 교육공공성 수호의 이미지로 압도해야 한다. 아이들 살리기 운동은 그 자체로서도 중요하지만 교원평가 여론지형에 있어서 전교조의 입지와 명분을 강화하는데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기획되고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셋째, 논리와 근거가 허약할 때 정부와 교육부가 애용하는 것은 ‘대세론’이다. 교원평가 역시 마치 대세인양 밀어붙이고 있다. 이에 대해 우선, 교원평가는 세계적 대세가 결코 아니며 교원평가를 시행한 소수의 국가들은 그 폐해가 심각하다는 것을 입증해야 하며 입증할 수 있다. 다음으로 ‘다 평가받는데 왜 너희들만 거부하느냐’라는 한국 사회에서의 대세론을 더욱 많이 들이대는데, “우리 교사들은 이미 많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근무평정 어쩌구 저쩌구...”이렇게 대응하면 수세에 몰린다. 사회적 대세론에 대해서는 “바로 그거다. 지금 학생들이나 노동자들이 평가 때문에 얼마나 고통 받고 있는지 나는 알고 있다. 노동자랑 학생들 정신질환과 죽음으로 내몰고 있는 중심에 평가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기타 등등 기타 등등”

네째, 우리 국민들은 교육부와 현 정부에 대한 불신과 비호감이 무척 크다. 지지율이 하락의 사면초가 지경을 벗어나기 위해 전교조를 공격대상 삼아 어떻게 해보려고 하는 판국에서 ‘착한 이미지’만 강조하는 것은 별 소용이 없다. 교육부는 입시문제 급식문제 등등 이미지상으로는 무능과 무책임, 부도덕성(최근의 김병준 부총리 파문)으로 국민들의 불신과 지탄의 대상이다. 따라서 “이런 무능하고 무책임하고 부도덕한 교육부가 추진하는 정책, 하나도 믿을 수 없다”고 강하게 공격해야 한다. 교원평가 문제와 관련해서 “정부가 거짓말하고 있다. 국민들을 그럴 듯하게 속여서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고 해야 한다.

다섯째, 무엇보다도 이미 산출된 내용의 공유의 폭을 넓히고 새로운 정보를 확보해서 교원평가를 사회의제화하는 기폭제로 삼아야 하며 최소한 ‘헷갈리게끔’ ‘판단을 유보’하게끔 해야 한다. 우리에겐 익숙한 정보와 사례도 언론-방송은 말할 것도 없고 노동, 민중운동진영에게조차 제대로 알려낸 바가 없다. 하물며 ‘국민’이 전교조 홈페이지까지 몸소 와서 그걸 보고 판단을 신중히 해줄 거라고 기대하면 안 된다. 물론 알려내기만 한다면 지형은 충분히 달라질 수 있다. 한미 FTA문제와 황우석의 난자추출의 반윤리성, 반여성성 문제는 제도 언론에서 다루기 전에 민중언론에서는 많이 다루고 있었다. 그런 조건 속에서 반대 세력이 확대되고 외국의 사례와 정부 협상의 문제점이 영상으로 알려지자 여론이 반전되는 효과로 이어진 것이다. 그러나 교원평가- 교원구조조정은 민중언론과 노동계에 대해서조차 제대로 알리지 않은 채 1년 반을 보냈다. 2005년 5/3 공청회 투쟁과정에서 전교조의 현장 조합원이 발언한 내용이 기자들에게는 ‘새로운 정보’였다. 첫 번째는 교육부를 질타하는 내용이었고, 두 번째는 교원평가가 도입되면 결국 공동체가 파괴되고 교사들만 죽어나는 게 아니라 학생들과 학부모가 피해를 보게 된다는 것이었으며 세 번째는 외국의 폐해 사례였다. 일부 기자들은 발언자를 찾아와서 ‘잘 들었다, 감동적이었다, 인터뷰 하자’고 하였다. 우리가 가진 정보도 제대로 꿰어야 ‘보배’가 되는데 그동안 이 작업이 하나도 되질 않았다는 뜻이다.

여섯째, 평가는 누구나 다 거북해한다. 남들에 대해서는 쉽게 ‘평가해야 해’라고 말하지만 막상 자신이 그 대상이 된다는 것에 대해서는 강한 거부감을 표하게 마련이다. 심지어 모 일간지 기자들은 최근에 기자 평가도 아닌 ‘기사평가제’ 도입이 거론되자 극력 반발했다고 한다. 그런 그들이 남들(노동자와 학생)에 대해서는 쉽게 얘기하고 써대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사회의제화해야 하는 것은 교원평가만이 아니라 더 나아가 평가의 과잉과 그것의 비교, 서열화가 교육은 물론 한국사회 전반을 얼마나 팍팍하게 만들고 있는지 분석하고 폭로해야 한다. 학교평가-교사평가-학업성취도 평가가 맞물리는 삼각구도 평가 시스템 종국적 타겟은 학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 즉 학부모의 부와 학력이 평가 대상이 되는 것이며 그것은 결국 ‘평가시스템’라는 기술공학을 가장한 등급화로 ‘차별적 교육시스템’의 구축으로 이르게 된다는 것을, 이미 외국에서는 이런 사례가 벌어졌음을 알려야 한다.

󰊳 대응 방안 - 무엇을 할 것인가
① 내용 산출
대응 논리와 사례 등 내용 산출부터 시작해야 한다. 2001년 성과급 투쟁에서 반대논리로 제시했던 ‘교직과 교육의 특수성’은 그 당시만큼 파괴력 있는 근거라 아니라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이미 세계적 대세론과 사회전반적 대세론으로 밀어붙이고 있기 때문에 ‘교직의 특수성’을 중심적으로 제기할 경우 역공에 휘말릴 소지도 있다. 성과급-교원평가의 반교육성(등급화 정책)을 ‘시뮬레이션’ 형태로 제시하고 ‘도대체 학생, 학부모에게도 이득이 없는데 누구를 위해 하려는 거지’라는 의문을 갖게 만드는 내용을 산출해야 한다.

② 전교조 비난공세의 정치적, 학문적 의제화 / 조중동과 차별성 없는 제도언론 일반을 공격
우선 이미 심각하게 타격을 입고 말았지만 상반기의 (그리고 재미를 보았던 만큼 하반기에도 시도될 가능성이 있는) 비정상적 전교조 비난 공세를 정치적, 학문적으로 의제화해야 한다. 최근의 전교조 비난 공세를 포함하여 노동, 교육, 문화 등 각 분야별로 언론노동자와 관련 지식인과 함께 언론 공세 매커니즘과 폐해를 분석, 공유하고 공동대응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이것이 필요한 이유는 최근 포스코 건설노동자들에 대한 ‘죽이기’ 공세에서 보면 알 수 있듯이 일단은 남의 일이 아니며 전교조에 대해서도 지금은 ‘때리기’지만 여기에서 똑 부러지게 대응 못하면 ‘죽이기’로 이어질 것이 불보듯 뻔하다. 기업-언론-지역유지 합동으로 노동자 죽이기를 해대는 상황에 대해 분석하고 대응방안을 함께 공유하지 않으면 앞으로 ‘아무 얘기도 아무 투쟁도’ 못하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③ 내부 교선과 대오 강화
내부부터 다시 다져야 한다. 내부 결의가 확고해야 비난 공세 속에서도 버티면서 우리의 얘기를 해낼 공간을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교원평가에 대한 내부교선이 1년간 공백상태였다. 성과급 투쟁으로 대오가 정비되고는 있지만 막상 투쟁국면에서 제도언론의 공세가 강도를 더하면 대오가 흔들릴 수 있다. 따라서 ‘교평 저지투쟁의 명분과 불가피성’을 다시 교선해야 한다. 보성초 사건 같은 압도적으로 불리한 듯 보이는 지형도 결국 극복해낸 것은 ‘주체가 단단’했기 때문이다.

④ 연대, 지지 세력의 확대 강화
한미 FTA의 경우 연대 대응 기구를 만들어 지속적인 활동을 전개했고 농업과 영화 분야 뿐 아니라 다른 분야도 ‘손해다’라는 분석과 판단들이 여기저기서 나오면서 반대세력은 계속 확대되었다. 한미FTA와 교원평가는 성격이 다르므로 연대의 확대는 교육단체 일부 외에는 힘들 것이라 미리 예단해서는 안 된다. 지금은 도리어 보수화된 학부모 단체들이나 교원단체들이 아닌 노동자, 민중 진영에 손을 내밀어야 하고 노동자 평가의 폐해가 확인되고 있는 만큼 교원평가를 넘어 노동자평가 반대로 의제를 상승시키면서 “노동자 평가 반대”로 연대를 확장해야 한다. 문제는 우리와 함께 연대할 만한 세력들에게조차 우리 내용을 적극적으로 알리지 않아왔다는데 있다. 이제부터 시작해야 한다. 상층단위에서는 우선 공무원노조 등 공공연맹과 연대를 내용적, 실천적 연대를 강화해야 한다. 지역단위에서는 지역 사회 단체 간담회, 토론회 등을 개최하여 지역언론은 최소한 견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⑤ 방송과 지식인을 움직이게 만들어야
황우석, 한미FTA... 떠오르는 것은 PD수첩이다. 방영 직후 지형이 갑자기 확 바뀌었음을 우리는 경험했다. 어찌 보면 허무한 것이 공청회를 무산시키고 집회를 하고 거리선전전을 했어도 꿈쩍 않던 여론이 단 한 번의 방송프로그램으로 뒤집어진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하지만 방송을 움직이게 만든 것은 결국 지속적인 대중투쟁이었고 객관적 물증이었다. 물증이 확보되고 이거다 싶으면 방송은 움직인다.
그리고 지식인들이 추진논리를 반박하는 역할을 일정 정도 해주었다. 교원평가 문제에 대해 지식인들이 입을 열게 만들어야 한다. 원래 지식인들은 ‘마지막에 분위기 보고’ 가담하는 경우를 많이 겪은 것은 사실이나, 초중등의 교원평가 도입 논의 훨씬 이전부터 이미 대학은 성과평가시스템이 작동하고 있었고 그에 대해 대학사회가 함구하고 저항하지 못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