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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호 서문_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2005.04.18 14:33

jinboedu 조회 수:1277

그동안 진보교육연구소는 창간준비 1~3호를 거쳐 1999년 9월 1일 창간호를 낸 뒤로, 이번 20호에 이르기까지 해마다 꾸준히 회보《진보교육》을 펴냈다. 하지만 이번 호는 작년 4월에 19호가 나온 지 약 1년 만에 발간되는 것이라 그 동안의 게으름과 불성실함에 대해 회원 여러분께 심심한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 회보를 발간해오면서 때로는 연구실천 활동에 힘이 달려 내용 생산이 다소 빈약했던 경우도 있었지만, 교육노동운동의 실천적 과제에 복무하는 시의성은 언제나 잃지 않았다고 자부한다. 이번 호 또한 당면 현실에 대한 고민과 성찰만큼은 빠뜨리지 않았고, 앞으로도 내용이 더 충실해질 것이라고 다짐한다.  

한국 사회는 바야흐로 ‘전망 불투명’의 긴 모색기로 접어든 듯하다. 지난 수십년간 포악한 반공/개발 독재의 단순 무식한 방향으로 치달았던 주류 보수세력은 일찍이 총체적 무능력을 드러냈다. 일국(一國) 케인즈주의를 가능하게 했던 정치적 계급적 정세조건에서 ‘한때’ 잘 나갔을 뿐이다. 자본의 전면 개방을 어리석게 서두르고, 남북 공존의 모색에 굼떴던 것이 그들의 결정적인 과오다.
무능하기는 개혁보수세력과 느슨하게 흩어져 있는 미약한 진보세력도 마찬가지다. 마치 컴퓨터가 용량 과다로 ‘먹통’이 된 느낌이랄까. 허무한 결말로 끝난 작년의 개혁입법 국면이 노무현 지지세력의 한계를 여지없이 드러냈고, “우리는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할 능력도, 의지도 없다!”고 노골적으로 커밍아웃한 최근의 분규 사태가 노동조합세력, 진보정치 세력의 사분오열된 현 실정을 말해준다.
그러므로 우리는 ‘현장’에서 다시 시작한다. 우리는 여전히 전교조의 강화를 위해 골몰할 터이지만, 우리의 눈길을 단지 노동조합의 울타리 안으로만 가둘 수는 없다. 사회 민주화와 공공성 실현에 복무하는 실천 역량이 높아질 때라야 우리는 ‘희망’을 말할 수 있다. 전교조의 미래를 말하기 전에 우리 자신의 미래를 먼저 헤아려 궁구할 일이다.

특집에서는 첨예한 현안이 되고 있는 ‘교원평가’를 다뤘다. 하병수의 글은 작년 여름에 발표된 글이지만 교원평가제 도입의 맥락과 의도, 그리고 내용 등을 충실하게 살펴보고 있어 여전히 시의적절한 글이라 판단된다. 이어서 정은교가 정리한 교원평가에 관한 문답은 명쾌하고 깔끔한 답변으로 실천의 무기가 되어줄 것이다.
조남규의 글은 한결 지리멸렬해진 전교조의 실정을 잘 말해주고 있다. 우리는 이 글이 ‘현행 지도부 비판’의 관점에서 정파적으로(!) 읽히지 않기를 바란다. 다시 말해, 교찾사는 오로지 노동조합의 재집권을 들이파는 모임이 아니라는 말이다. “대중을 투쟁의 주체로 세우려면 노동조합의 지도부가 어찌해야 하는가?” 운동의 원칙을 견결하게 다시 확인하자는 이야기다.
이종탁의 글은 노동조합과 진보정치(정당) 운동영역을 넘어, 우리의 관심을 더 넓힐 것을 제안한다.  ‘교육노동운동의 전망을 찾는 사람들’(약칭 교찾사)이 여전히 전교조 운동에 열성으로 개입하되, 이렇듯 더 넓게 내다볼 때라야 척박해진 운동의 토양 속에서 굳건히 생명력을 버팅기지 않겠는가.
이 밖에 작년에 회보를 준비하면서 모아둔 글 몇 개를 늦었지만 싣는다. 해당 필자들에게 죄송할 따름이다. 소중한 글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