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4호 정보사회론과 교육정보화

2001.02.08 17:08

박영진 조회 수:1609 추천:1

정보사회론과 교육정보화

정보사회론과 교육정보화

박영진(교육정보화, 사무차장)

1.정보사회론

1)정보사회론을 어떻게 볼것인가

우리는 현재 어떠한 사회에 살고 있는가? 현대 사회처럼 복잡한 사회를 한마디로 정의하기는 어렵지만 가장 큰 틀의 정의는 '자본주의'라는 체제일 것이다. 그러나 요즘 '정보화 사회'라는 담론이 유행하면서 현대사회를 분석하는 잣대로 쓰이고 있다. '정보화 사회'를 이야기하는 사람들의 의견은 이렇다.

       컴퓨터와 정보통신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에서 비롯된 정보통신혁명은 정치·경제·사회·문화등 거의 모든 영역에서 전통적인 생활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꿔놓을 것이다. 이론과 지식의 비중이 커진 과학기술의 시대이므로, 물질적 보상보다는 정신적 만족과 자아실현의 기회가 중시된다.

이제는 전쟁과 분열이 아닌 평화의 시대로 접어들고, 인간존중, 공생주의 , 환경주의 등 새로운 이념이 등장하면서 미래에는 평화와 협동의 시대가 열리게 된다. 정보화, 지구화, 국제화로 인해 국가 개념이 퇴색되고 이에 따라 문화적 정체성 문제가 새로 부각하여 민족개념이 새롭게 조명될 것이다. 사회적으로 다양성이 존중되며, 정치적으로도 참다운 민주주의가 성큼 도래할 것이다.

정보화 사회라는 개념은 미국의 미래학자들을 중심으로 형성된 '정보사회론'에기반한 개념이다. 정보 사회론에 의한 일반적 정의는 정보와 정보통신 기술을 중심으로 많은 정보가 생산·유통되는 사회, 즉, 주된 인간활동이 정보 및 통신기술이 제공하는 서비스의 지원을 받아 이루어지는 사회이고 이러한 과정으로 옮아가는 곳을 정보화 사회라고 한다.1)

즉, 정보 사회는 정보를 중심으로 경제활동이 이루어지는 사회이고 전통적인 산업사회와 대비되는 개념으로 제조업보다는 서비스업의 비중이 높아지므로 정보를 중심으로 부가가치가 만들어지는 사회라는 것이다.2)

정보사회에서 말하는 '정보'란 여러 목적을 위해 만들어진 자료와 과학지식들로 주로 구성되며, 이러한 정보는 저술이나 연구에 소요되는 시간이라는 형태로 혹은 통신과 교육매체에 의한 금전적 보수라는 형태로 그 대가가 치러지고, 사회간접자본의 일부를 형성하며, 지식의 발명이나 사회설계를 통하여 자원의 변형에 적용되는 어떠한 체계적 형태로 될 때 노동과는 다른 형태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게된다고 한다 . 또한 이러한 정보가 인간에 의해 구현되고 창조되며 개선될 때 이를 '지식'이라는 용어로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3)

그러나 넓은 의미에서 보면 정보는 의미가 있는 것이며 주제가 있는 모든 것4)이기에 여지껏 정보나 지식이 없었던 시절은 없었다. 정보란 의사소통, 다양한 형태의 인지활동을 포함하여, 인지된 사실들을 재료로 하여 창의적으로 조합, 재구성하는 행위 또는 행위를 통한 결과물 따위다.

그럼에도 정보사회론자들이 정보를 특별한 무엇인냥 취급하는 것은 정보라는 것이 어떻게 선택되고 구조화되느냐의 가치와 경로를 자본주의체제와의 연관성에서 파악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물론 '정보'라는 것이 이전 산업사회보다 현대산업사회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늘어났지만, '정보' 자체가 생산양식의 핵심이라기 보다는 상품화되는 영역-문화, 일상생활, 지식, 서비스등등-이 확장되면서 '정보'라는 형태로 가공될 수 있는 영역이 늘어났을 뿐이다.

이러한 이유로 '정보사회'에 대한 담론을 두고 비판적 사회학자들은 자본주의 생산양식의 연장선으로 바라보지만, 미래학자들은 정보의 경제적 가치와 생산되는 규모를 단순히 주위에 나도는 상징의 양의 증가로 파악하면서 정보증가를 사회변화의 척도로 봐라보고 자본주의체제 내에서 정보가 어떻게 상품화되고 있으며, 이에 따른 영향을 정확히 밝히고 있지 못한 결과 마치 '정보사회'를 자본주의체제와 단절된 새로운 사회로 바라보고 있다.

따라서 정보 사회론자들이 말하는 '정보가 부 창출의 원동력이라는 것'은 자본의 무한축적 요구를 은폐하는 주장일 뿐이고 자본주의의 생산력주의가 정보를 조직·구조화하여 자본의 무한증대에 활용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5)

이처럼 '정보사회'는 대안도 아니고 실체도 불분명한데 미래학자들이 주장하는 '정보사회론'이 가진 이데올로기적 효과의 지배는 확산되고 있는 추세이다.

예를 들면 정보사회는 자본주의 사회체제의 변화를 예고하면서 힘든 노동에서 인간이 해방되는 사회이고 , 진정한 민주주의의 시대가 도래한단다.6) 또한 정보가 부가가치의 원천이므로, 정보를 창조적으로 창출해야한다며, 교육제도의 일대전환을 요구하기도 한다. 이러한 흐름의 영향으로 제출된 교육정책이 '교육정보화 정책' , '신지식인론', '창조적 지식기반 건설'등등이다.

2)정보사회의 등장배경

한국의 정보화의 시작은 '5공' 때부터이다. 1983년을 '정보산업의 해'로 선포하였을 뿐만 아니라, 1985년에는 '정보화사회'의 조기 촉진과 그 기반(하부구조) 조성을 위해 '국가기간 전산망 기본계획'을 수립·확정하여 행정, 금융, 교육연구, 국방, 공안 등 5대 전산망의 구축을 추진'하였다.7)

한국의 정보사회 담론이 대세를 이루게 된 배경을 살펴보면, 이미 1970년대의 미국의 대불황 이후 미국 자본주의가 세계금융을 장악하는 방안으로 '정보화'를 추진하게 되었고, 한국과 같은 경제적 ·정치적 식민지 국가들은 이러한 전세계적인 경제적 흐름과 무관할 수 없었다. 자본의 축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금융의 세계화를 위해서는 세계의 정보화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또한 경제적 측면뿐만이 아니라, 구 사회주의권 몰락이후 세계는 탈냉전으로 지칭되는 세계사적 변화속에서 '무한 경쟁시대'를 열게 되었고, 이로부터 경쟁력 강화의 요구가 유례없이 강조되었으며, 이를 위한 가장 중요한 조건으로서 제시되었던 것이 바로 정보화였다. 이와 함께 1980년대 초에 개발된 개인용 컴퓨터를 시발로 빠른 속도로 변화를 거듭한 정보통신기술이 1990년대에 들어와 국내에서도 폭넓게 사용됨으로써 대중들은 '정보사회론'이 말하는 미래상이 현실로 다가오는 것 같은 혼란에 빠지게 되었다. 여기에 덧붙이면 전세적인 혁명운동의 쇠퇴속에서 미래에 대한 대안부재의 틈새를 비집고 '정보사회론'은 당당히 미래사회상이라는 지위를 얻어가고 있다. 이런 변화를 배경으로 경쟁력 강화론은 정보화 담론과 포괄적인 사회변화를 지칭하는 정보사회론으로 빠르게 변모하게 되었다

3)정보사회 이데올로기의 위험

①자본주의 모순과 위기의 은폐

자본주의의 많은 문제점들이 정보사회가 도래하면 해결 될 것이라는 무사안일주의에 빠져있다. 그러나 정보화가 진행된다고 하더라도 자본주의 생산양식에 본질적으로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정보자체가 생산물일 수 없고, 가공하는 과정에서 노동력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설혹  정보자체가 상품이 되는 부분도 있겠지만, 노동력 없이 상품이 될 수 없을뿐더러, 정보상품은 사람이 살아가는데 직접 필요한 생산물로 생산되는 것이 아니라, 생산물의 유통을 분배에 관여하는 부분을 주로 차지하게 된다.8)

뿐만 아니라 자본주의의 고질적인 병폐인 불평등의 문제는 정보화로 인해 가속화 될 수밖에 없다. 정보기술이 대중화된다 하더라도 이는 산업사회에서 공장노동의 대중화를 위해 대중교육이 요구되었던 것처럼 정보시스템의 대중화를 위해 정보기술이 요구되는 것이지 그 내에서 정보기술의 서열화와 정보의 독점은 자본주의사회가 유지되는 한 필연적일 수밖에 없다.

②가속화된 경쟁의 정당화

 자본주의가 시작된 이래 경쟁논리의 전면화는 궤를 같이 했었지만, 정보사회에서는 더욱 심각하게 드러난다. 정보화가 진행될수록 노동시간이 단축되면서 여가생활도 늘어날 것이라는 팔자좋은(?) 소리를 하는 사람도 있지만, 현실은 그 반대다. 일상에서 정보화가 진행되는 덕분에 일상 그 자체가 자본의 감시와 통제의 대상이 되었고, 이에 따른 경쟁도 심화되어 나타나고 있다. 정보의 양이 무분별하게 많아지고, 정보의 전달로 빨라지면서 어제의 정보가 오늘 필요 없어지게 되기도 하다. 자신에게 필요한지 그렇지 않은지 판단한 여유도 없다. 남과 다른 정보를 수집해야하고 남을 이길 수 있는 정보를 생각해 내야 한다. 정보화의 덕분에 이제 직장에서뿐만이 아니라, 쉬어야하는 가정에서도 이러한 경쟁은 지속될 것이다.

③근대성9)에 대한 새로운 전환이 아닌 부정

정보사회는 이전의 사회와 단절된 사회이기 때문에 이데올로기적으로 산업사회로 대표되는 근대성에 대한 공격을 멈추지 않는다. 근대적인 공동체성, 노동관계, 교육관계, 삶의 방식, 근대적인 문화 모든 것을 부정하고 정보화에 따른 문화, 정치, 경제, 사회적 관계에 대한 환상을 불어넣게 된다. 정보사회와 문화, 정치, 사회적 관계에 대한 연구도 한창 진행되고 있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다.

물론 정보화가 본격적으로 진행되기 전 과 후의 문화양식이나, 세계관, 인간관계에 대한 변화가 있다고 본다. 그러나 이전에 사회에 대한 새로운 모색이 아닌, 부정에서 출발하면 오랜 전통에서 긍정적으로 자리잡아 나갔던 귀중한 유물들을 잃을 수도 있다.

예컨대 정보화가 진행되면 종이라는 근대적 유물은 사라질 것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정보화이후 종이의 소모량이 더욱 늘었다는 보고도 있을 뿐만이 아니라, 때로는 종이로 된 인쇄물이 더욱 긍정적일 수 있다.

요즘 사이버 문화가 대중화되면서, 인터넷을 통한 새로운 공동체 구성의 긍정성에 대한 목소리도 높지만, 실제로 청소년들이 구성하고 있는 공동체는 개개인의 기호와 욕구를 중심으로 분절된 관계를 가지고 있는 경우도 많다. 이러한 현상이 생길 수밖에 없는 것은 가상공간의 특징이 익명적이고 개개인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교육관계에서도 심각하게 드러나는데, 정보기술이 교육에 긍정적인 요소를 미칠수도 있지만, 인간 대 인간, 교사 대 학생의 관계를 정보기술이 대신할 수 있다는 맹신에 빠지면 자칫 위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④정보통신기술의 만능주의

정보 사회론자들은 정보통신기술 발달이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다고 호언장담 하지만, 이는 기술 결정론적 관점에 결박당하는 것이다. 물론 '정보화 '는 사회전반에 걸쳐 많은 변화를 가져오기도 하지만, 이러한 변화도 자본의 요구내에서만 이다.

정보통신 기술 발달로 인하여 오히려 공유해야할 정보와 지식의 소유권이 더욱 강화되었을 뿐만이 아니라, 인간성 파괴, 환경파괴의 문제까지 드러나고 있다.

인간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 기술의 발전을 반대할 필요는 없겠지만 정보기술이 사회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는 낙관은 경계해야한다.

요즘 정보통신기술을 습득하지 못한 사람을 미개인 취급하는 풍토는 인간의 가치를 부정하는 것이며, 이러한 이데올로기가 사회에 만연된다면, 인간을 자본축적의 도구로 볼뿐이다.

4)정보화의 부정성

①노동과 생활 : 노동수요 감축, 노동시장 불안정성 심화, 탈숙련화, 소비주의의 만연, 노동강화, 환경오염 및 환경파괴

②정치: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한 통제, 사생활 침해, 정보권력의 강화, 지적 엘리트 영향력 강화

③문화: 코드화된 인간, 개인의 고립화, 탈인간화, 문화의 향락화, 세대간 갈등심화등등

2.정보화 이데올로기에 사로잡힌 교육정보화

역사적으로 정보통신 기술의 발전은 교육시스템에도 일정한 영향을 미쳤었다. 정보통신 기술이란 메시지를 수집, 처리, 저장 복제할 뿐 아니라 그것을 검색, 전송하는 기술이라고 할 때 그러한 기술의 교육적 이용은 당연히 특정지식(체계)의 가공과 전달 혹은 공유를 목적으로 하는 교육방식에도 일정한 영향을 미치게 마련이다. 그리고 그러한 정보통신기술의 고도화와 기능적 다양화는 교육의 방식의 고도화와 다양화와도 직접적인 관련을 가지는 것이다.10)

그러나 현재 진행되고 있는 교육정보화는 기술의 발전이 교육시스템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넘어 방법과 기술에 치중함으로써 교육의 본질적 가치를 등안시 하는 경향으로 흐르고 있다.

오늘날 컴퓨터나 텔레커뮤니케이션 기술, 그리고 그러한 기술이 결합된 멀티미디어 등이 교육에 널리 활용되고 있는 추세에 따라 그러한 기술에 의존하는 새로운 교육방식이 기존 학교중심의 교육체계를 근본적으로 바꾸어 놓을 것이라든가, 그로 인해 교육의 패러다임 자체에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는 등의 예단이나 주장들이 바로 그렇다.

1)교육정보화의 개념

김대중정권은 2000년도를 맞이하여 신년사에서 '교육정보화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올해 안에 교육정보화를 완료하고 저속득층 자녀의 정보화를 지원하기 위한 추진계획 및 재원확보 대책을 마련한다는 내용이다. 이는 당초 2002년 완성할 계획에서 2년 앞당겨 올해 끝내기로 한 것이다.

'교육정보화 계획'에서는 올해 모두 5천 678억원을 투입하여 전국 1만 351개 초, 중, 고교에 컴퓨터 실습실을 구축하고 전국20만 교실의 멀티미디어 교수-학습환경 구축을 위한 VCR 등 기자재 9만3천290대를 추가 설치하며, 교사용 PC보급 및 교원의 정보화 연수를 실시한다고 한다.

교육정보화의 진행사항만 보면, 학교현장에 컴퓨터와 인터텟 보급을 확산하고 교육공학적으로 정보통신을 활용하는 정도일 뿐 교육정보화의 정확한 개념은 없는 듯 하다. 그러나 교육부에서 만든 교육백서에는 교육정보화를 다음과 같이 서술하고 있다.

      교육체제를 재구성함에 있어 정보기술을 기반 기술로 활용하여 교육의 내용과 방법, 교육형태를 다양화하고 개선해 나감과 동시에 교육 구성원 개개인의 의식과 행태를 정보화 사회에 맞게 변화하도록 유도하고 촉진함으로써, 보다 탄력적이고 유연한 모습의 교육, 보다 생산적이고 효율적인 교육을 구현하기 위한 총체적이고 계획적인 활동이 가능하도록 하고자 하는 것, 이것이 교육정보화이다. 즉, 교육정보화란 정보화사회에서 국민 교육체제의 변화를 일컫는 말로서 교육의 내용, 방법, 대상 등에 대한 총체적인 변화를 의미한다. 정보통신 기술을 기반으로 하여, 누구나,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열린교육사회, 평생학습사회, 이른바 새로운 교육복지사회(edutopia)건설이 교육정보화의 비전이다.11)

교육부에서 구상하고 있는 교육정보화는 정보사회론에 근거한 교육체제의 전환이다. 교육부는 다가오는 21세기를 '정보화 사회'라고 규정하고 정보화 사회를 세 가지 특징으로 인식한다.

첫째, 정보가 컴퓨터와 통신에 의해 대량으로 생산, 저장, 유통되는 사회이다.

둘째, 정보가 가장 중요한 재화로서의 가치를 지니게 된다.

셋째, 정보화사회는 새로운 구조의 시스템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이러한 정세 인식하에 열린교육과 자기 주도적 학습사회의 기초기반을 구축을 목표로 모든 교사, 학생 등 교육수요자가 컴퓨터를 비롯한 다양한 학습도구를 자유로이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게 하고, 이를 위한 교육과정과 교육행정을 수립하게 된 것이며 이를 '교육정보화'라고 한다.

그러나 정보화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열린교육, 자기주도적 학습사회의 기초기반을 구축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교육백서에 실린 교육변화의 의의와는 다르게 실제로 교육정보화의 현주소는 기자재 확충과 교사의 컴퓨터 교육정도뿐이고, 교육정보화가 어떤 교육적 효과를 얻을려는 것인지 명확하지 않다.

2)교육정보화정책 등장 배경

교육정보화 정책은 장기적인 안목에서 차분히 기획된 것이라기 보다는 재벌의 요구와 언론플레이에 의해 교육부가 굴복한 형태로 시작되었다. 그러나 일단 '교육정보화'가 추진되면서 정보통신부에서 교육정보화의 빠른 확산을 위해 컴퓨터-통신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이른바 'PC방 육성계획'을 내놓았을 정도로12) 신자유주의적 정권의 매우 강한 의지가 베어있기도 하다.

1996년 8월 김영삼 정권때 발표된 '3차 교육개혁 계획방안'에 처음 등장했던 교육정보화 정책은 IMF이후 잠시 중단되다가, 김대중정권이 뒤를 이어 제출하게 되었다.

교육정보화 정책의 배경에서도 나타나 있듯이 세계적으로 지식과 문화상품의 경쟁강화추세 속에서 국가경쟁력을 결정할 수 있는 산업구조의 변화에 대한 자본의 요구가 반영되었다. 정보사회가 자본주의의 연장선이기는 하지만, 자본의 축적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정보기술을 이용한 지식·문화 상품의 대두는 세계적인 추세이다. 뿐만 아니라 정보화를 활용한 노동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소위 창조적인 신지식인이 양성의 필요성이 높아지게 된다.

여기에 더욱 부채질을 한 것은 교육개혁의 요구였다. 기간 주입식, 암기식, 획익적 교육제도에 대한 비판은 끊이지 않고 진행되었는데, 이러한 교육개혁의 요구를 등에 없고 마치 교육개혁의 대안이 교육정보화 인것처럼 교육정보화 정책은 당당히 등장하게 되었으며, 정보 사회 이데올로기에 편승하면서 진행되고 있다.

뿐만이 아니라 교육정보화 정책은 신지식인론과 함께 사회체제의 신자유주의적 재편을 염두해둔 것이다. 신자유주의라는 속성은 '완전 시장경쟁'이라고 말할 수 있는데, 이를 위해서는 완전경쟁의 불필요한 요소를 제거하는 것과 경쟁력 강화에 용이한 주체형성을 교육제도를 통해 일구어 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신자유주의 교육재편은 교육제도의 시장화, 교육의 상품화, 지식의 경쟁력 강화등으로 이어지는 것이고 교육정보화는 신자유주의 사회에 필요한 교육시스템으로 전화하기 위한 정책이다.

3)교육정보화를 바라보는 잘못된 견해

①새로운 교육패러다임이 등장할 것이라는 견해

교육정보화를 추진하는 사람들은 교육정보화를 통해 새로운 교육패러다임을 등장할 것이라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한양대 교육공학과 허운나 교수는 새로운 교육패러다임을 창의력 배양, 주제 학습에서 동기부여의 학습으로 수월성 추구, 정보화 시대의 새로운 고차원적 능력 배양, 평생교육으로 열린학습사회 구현, 학교 역할의 변화로 크게 다섯가지로 나누고 있다.13)

이 내용을 간략하게 살펴보면, 지식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작업을 습득하기 위해서는 획일적인 전수식 강의에서 벗어나 학생들이 풍부하고 다양한 학습자료를 접하고 탐구해야하며, 미래의 교육은 학습자 개개인이 자신만의 잠재력을 최고로 개발시킬 수 있도록 교사가 다양한 동기부여를 하고 학생 스스로 학습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데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누구에게나 열린교육이 되고 학교를 졸업해도 교육 기회를 줄 수 있는 융통성 있는 교육시스템, 즉 컴퓨터의 무작위 접속이 가능한 교육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열린 교육시스템은 시공간을 초월하므로, 현재와 같은 다른 학교의 형태를 띌것이라고 한다. 교육부의 교육정보화 정책의 목표도 표현만 약간 다를 뿐, 허운나씨의 주장과 다르지 않다.

이러한 교육의 형태가 재택교육, 가상대학, 온라인 학교, 원격교육, 평생교육 등등으로 불리는 온라인 원격교육이다. 온라인 원격교육은 교육의 시간적, 공간적 제약을 극복할 수 있고, 그렇기 때문에 보다 많은 사람들이 언제 어디서나 필요한 경우, 교육 또는 학습기회를 가질 수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온라인 원격교육은 교육정보화론자들이 말하는 것처럼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효율적인 정보관리 능력이 없을 경우 통신망을 흐르는 과잉정보로 인하여 오히려 학습과정에 혼돈을 초래할 수 있다.

적절한 지도에 의한 적정 과제의 부과가 없는 경우 학습량이 의회로 폭증할 뿐 아니라 교사의 업무량도 크게 늘어날 수 있다. 통상 컴퓨터를 매개로 하는 교육은 단말기를 통한 개인학습이 지배적이 되거나 상호작용인 교수·학습이라 하더라도 사이버 공간상의 관계형성에 불과하므로 오히려 사회적으로 고립되고 수동적인 사람들을 양산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14)

더욱이 원격교육은 고등교육보다는 중등교육, 초등교육에서 더 많은 문제점이 드러날 수도 있다. 요즘 청소년들이 사이버 공간에 익숙해지면서 다중인격화의 문제나, 현실감각 부재의 문제, 코드화의 문제 등등이 나타나고 있는데, 무엇보다도 교수학습관계 교육영역에서 컴퓨터를 통한 일방적 관계를 자라나는 아이들에게도 인간관계의 왜곡을 낳을 수 있다.

지식은 많이 안다고  좋은 것이 아니라, 어떠한 가치를 가지고 어떻게 활용해야 할 것인지가 중요하므로 자기주도적 학습을 중요시하는 교육정보화 정책은 교육이념에 대한 부재를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②교육정보화와 교육개혁을 동일시하는 견해

교육정보화 정책은 교육개혁의 요구를 반영한 것이기는 하다. 그러나 민중적 요구를 반영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자본의 측에서는 좀더 자본축적에 용이한 인간형성이 되지 못한 교육제도를 비판했었고, 민중적 입장에서는 교육의 기회균등과 대안적 사회를 구성할 수 있는 주체양성을 주장했지만, 교육정보화는 교육철학이 부재한 가운데, 진행되고 있는 정책이기 때문에 자본의 입장만이 반영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학교를 사립화 해야할까요? 학교기관 평가를 위해 국가공인 평가시스템을 도입해야 하는 것일까요? 바람직한 컴퓨터 사용법은 무엇인가? 읽기를 가르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이런 질문은 학교의 궁극적인 목표를 흐리게 만든다. 무엇을 해야하는지와 같이 기술적인 문제에만 몰입하는 기술자들만을 위한 나라인 것 같다. 정작 중요한 것은 그것을 왜 해야만 하는지 이해하는 일이다.15)

교육정보화의 추세는 세계적이다. 학교현장의 정보화뿐만이 아니라, 재택교육, 원격가상교육, 주문식 교육이 활성화 된 나라도 많다. 이에 따라 교육정보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미국의 사회비판자이고 첨단기술회의론자인 닐 포스트먼의 이야기에서도 나타나 있지만, 교육정보화의 가장 큰 문제는 교육철학의 부재이다. 어떠한 교육을 왜 할 것인가의 본질적 물음을 비껴하면서 정보화를 교육적으로 활용하는 수준을 넘어 교육자체로 대치할려고 하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마치 기간 교육에서 문제가된 교육철학의 물음을 완전히 빗나간 것이다. 흔히 교육정보화론자들은 주입식, 암기식 교육에서 다양성, 창조성으로 전환되고 있다고 말하지만, 이러한 주장속에도 역시 교육철학은 부재할 뿐이다. 교육정보화는 대학입시 위주의 교육을 탈피할 수 있다고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진정한 교육개혁은 교육철학을 중심으로 이루어저야 한다.

③학교의 해체와 교사의 역할의 변화를 요구하는 견해

가상교육, 원격교육을 통해 학습정보를 주고받는 정보산업 사회에서는 학교가 다른 조직보다 교육에 유리하다는 특징은 사라질 것이다. 교사들은 지금과 같은 노동·시간 집약적 교수활동에서 벗어나 고도의 학습 정보 관리자, 교육 과정 운영자, 개별·집단 학습안내자의 역할을 담당하게 될 것이다. 교사는 전통적인 역할이 축소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역할을 맡게 된다. 이를 위해 교사들은 다양한 정보처리능력을 가져야 할 것이다.16)

교육은 인간을 형성하는 일이고, 미래를 준비하는 일이다. 그렇다면 교육은 현체제의 정치권력과 자본의 요구에 속박될 수 없다. 그럼에도 교육정보화를 추진하는 세력들은 교사의 교육권과 교육의 상대적 자율성을 망각하고 있다.

교육의 역할이 단순히 정보나 기술습득에 있는 것도 아니고 교사의 역할이 학습안내자로 전락할 수 없다. 정보화가 교육체제에 반영되더라도 학교와 교사의 역할은 여전히 존재하는 것이며, 오히려 정보화가 학교와 교사의 역할을 축소시키고 있다면 이러한 교육정보화를 반대해야 한다.
주--------------------------
1) 강정인(서강대 정치학과 교수), 강정인 교수는 '정보사회'와 '정보화사회'라는 용어를 구별시켜 정보사회로 가는 이행기를 정보화 사회라고 정의한다.
2) 대표적인 주류 정보사회론자로는 다니엘벨, 앨빈토플러, 조지길더, 피터드러커, 조내이스빗등이 있다. 이들은 정보사회를 설명하는데, 약간씩 개념은 다르지만, 정보사회에 대한 일반적 개념의 본질은 비슷하다.
제3의 물결로 널리 알려진 앨빈 토플러는 시대구분의 방법으로 '부창출의 체게의 변화'라는 관점을 제시하였다. 그에따라 인류의 역사를 '제1물결은 농업혁명시대, 제2물결은 산업혁명의 시대, 제3물결은 정보혁명의 시대'로3단계로 구분하고 있다. 피터드러커의 구분은 전환이라는 단어를 이용하는데, 1차전환은 도시의 형성, 활판 인쇄술의 발명, 종교개혁등으로 맞이하게 된 르네상스시대이고 증기기관의 완성으로 산업혁명을 더욱 촉진시킨 2차전환을 지나, 현재는 지식사회로의 이동인 진행중인 3차전환의 시대라고 설명하며, 지식사회로의 이동은 탈자본주의 사회로의 이전을 뜻하며 지식자체가 자원인 사회를 뜻한다고 한다. 다니엘 벨은 탈산업사회라는 용어를 제시한 학자이다. 그는 전반적 시대구분을 하지 않았지만 이전의 산업사회와 구분되는 정보사회상을 제시하고 있다. 또한 산업구조와 산업조직에 큰 변화가 올것이라고 하며 이의 역할로 역시 정보와 지식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3) 여기서는 정보와 지식의 관계에 대한 미세한 논의는 생략하도록 하겠다.
4) Frank Webster(1995) [정보사회이론]
5) 이에 대해 김주환은 정보사회는 후기자본주의 사회의 특징적인 한 양태를 일컫는 개념이며 생산물이 커뮤니케이션 노동-즉, 교환의 정보적 조건의 생산은 상품가치 생산의 필수적인 한부분이며, 이러한 정보적 조건을 생산하는것-에 의해 상품으로 재생산되고 소비된다고 이야기 한다. 이는 정보가 직접 생산물을 만드는 생산원료가 아니고 생산물을 부가가치의 상품으로 재생산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기여하고 있다는 의미로 파악된다.
6) 이에 대한 자세한 비판은 연구소 회보 2호에 실린 '일그러진 유토피아'를 참조하세요
7) 김환석, 1991
8) 이에 대한 자세한 언급은 뒤에서 하겠다.
9) 여기서 표현한 근대성은 정보화가 본격적으로 진행되기 전의 시점을 표현한 말이다. 학술적으로 근대성에 대한 의미규정과는 다름을 밝혀둔다.
10) 예컨대  인쇄기술의 등장은 제한된 필사본을 중심으로 한 소수 엘리트 교육체계로부터 동일 텍스트의 대량복제를 통한 대중교육을 가능하게하는 하나의 기술적 계기가 되었다.
11) 이해찬, 교육백서
12) 중앙일보 99.04.01일자
13) 허운나, 새로운 교육 패러다임의 필요성과 교육정보화 <나남출판>
14) Fortner,(1995)
15) 닐포스트먼, <교육의 종말>
16) 이상희, 신한국당 국회의원, <정보화시대의 학교와 교사의 역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