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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서열화와 입시 교육 체제에서의 고교학점제

 

김학한(대학무상화·평준화 국민운동본부 정책위원장)

 

 

우리나라는 입시경쟁교육을 해소하여 학교교육 정상화와 사교육비 감축을 이루기 위해 수 차례 입시제도를 변화시켜왔으나 실패하였다. 대학서열체제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입시제도의 개편만으로는 입시경쟁교육을 해소할 수 없었다. 그리고 입시경쟁체제하에서 고교교육은 교육과정이 표방한 목표와는 관계없이 학교현장에서는 대학입시에 종속되어 운영되었으며 이 과정에서 고교교육과정은 파행을 면하기 어려웠다.

특히 학교현장에서는 입시과목을 중심으로 교육과정이 운영되었고 입시 교과목을 제외한 다른 교과목들을 사실상 방기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에 따라 과목선택권을 부여하여 학교와 개인에게 선택권을 확대하면 할수록 입시과목에 집중하는 입시몰입 교육과정으로 운영되어왔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진로 결정이라는 이유로 학생에게 전면적 선택권을 보장하는 고교학점제는 교육과정 운영원리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과는 별도로 교육과정운영의 실제에서 입시몰입교육과정이라는 왜곡과 파행을 피할 수 없다.

 

 

1.2015교육과정과 고교학점제의 성격

고교학점제는 전면적 선택형 교육과정이다. 공통과목을 이수하고 자신의 관심과 진로에 따라 일반 선택 과목, 진로 선택 과목, 융합 선택 과목을 통해 진로를 결정해가는 교육과정을 표방하고 있다.

고교학점제는 성적이 ‘I’ 가 나온 학생의 경우 명목상 미이수를 부여함으로써 기존의 2015교육과정과 차이가 있다는 것을 부각시키고 있다. 그러나 고교학점제가 보충이수, 대체이수를 인정함으로써 이러한 차이는 미미하며, 오히려 전면적 선택교육과정이라는 점에서 2015교육과정과 동일성이 더욱 강하다고 할 것이다. 또한 두 개의 교육과정 모두 고1까지를 국민공통과정으로 설정하고 고2와 고3을 선택과정으로 두었던 7차 교육과정의 연장선상에 있다.

 

2022 교육과정개편에 따른 고교학점제는 2015개정교육과정과 비교하여 더욱 진전된 전형적인 형태의 과목선택제이다.

첫째, 선택과목을 일반선택과 진로선택 2가지로 구분하는 것에서 일반선택, 융합선택, 진로선택의 3개의 유형으로 구분하여 선택과목을 체계화 하였으며, 특목고, 특성화고에서 운영하는 전문교과 과목을 진로과목 또는 융합과목으로 포함시켰다는 점이다.

 

< 현행 >

 

< 개편 방안 >

교과

과목

보통

공통과목

일반선택과목

진로선택과목

전문

전문교과

(특목고)

전문교과

(특성화고)

교과

과목

과목 성격

보통

공통과목

기초소양 기본학력 함양, 학문의 기본 이해 내용 과목

(학생 수준에 따른 대체 이수 과목 포함)

선택과목

일반

선택

교과별 학문 내의 분화된 주요 학습 내용 이해 및 탐구를 위한 과목

융합

선택

교과 내교과 간 주제 융합 과목, 실생활 체험 및 응용을 위한 과목

진로

선택

교과별 심화학습(일반선택과목의 심화 과정) 및 진로 관련 과목

전문

전문공통

직업세계 진출을 위한 기본과목

전공일반

학과별 기초 역량 함양 과목

전공실무

NCS 능력단위 기반 과목

둘째, 2015교육과정이 학생들의 일반선택과 진로선택 시 제2외국어, 사회, 과학교과 내에서 일부 선택하도록 하였다면 고교학점제는 이를 해제하여 교과 영역의 구분 없이 다양한 과목을 선택하도록 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행 교육과정

고교학점제

과목선택

2외국어, 사회·과학교과 내에서 선택

교과 구분없이 과목 선택

 

 

셋째, 평가제도에서도 변화가 있는데 성취평가제를 일반 선택 교과목까지 확대하였다. 즉 공통과목을 제외하고는 일반선택과목도 성취평가제로 전환하여 소인수 과목으로 인한 선택의 난점을 제거하였다는 것이다.

 

[ 현행(2019~) ]

 

[ 향후(2025~) ]

교과

성적 산출

공통과목

일반선택과목

9등급 석차등급

성취도(A,B,C,D,E), 병기

진로선택과목

성취도(A,B,C) 표기

교과

성적 산출

공통과목

9등급 석차등급

성취도(A,B,C,D,E,I)병기

일반선택과목진로선택과목

융합선택과목

성취도(A,B,C,D,E,I) 표기

결국 고교학점제는 고2~3에서 선택과목 중심으로 편성하고 성취평가제로 운영함으로써 개인의 진로에 따라 계열성을 갖는 과목을 선택하도록 하겠다는 전면적 선택교육과정이다.

 

그런데 교육부는 이러한 고교학점제를 연착륙시키기 위하여 현행 교육과정에서도 일반계 고교에서도 고교학점제의 요소를 이미 광범위하게 도입하고 있다.

첫째, 고교학점제의 연구시범학교를 확대하여 운영하고 있으며 2024년까지 일반계고 1,680개교를 연구 선도학교로 전환하여 운영경험을 축적한다는 것이다.

< 고교학점제 추진 계획(로드맵) >

 

2021

2022

2023

2024

2025

연구선도학교 확대

일반계고(1,680)

모든 일반계고
및 직업계고
연구선도학교
운영 경험 축적

 

과학고(20개교)

외고국제고자사고(76) 중 일반고 전환(예정) 학교

직업계고(520개교)

 

 

 

 

특수학교(2개교 이상)

 

둘째, 공동교육과정, 공유형 학교 등을 통하여 이미 선제적으로 선택과목의 폭을 고교학점제수준으로 확대하고 있다.

(공동교육과정) 희소과목, 소인수과목 등을 중심으로 두 학교 이상이 공동으로 과목을 개설하는 공동교육과정 활성화

 

공동교육과정 개설 현황(’20) : 오프라인 3,425과목 개설, 온라인 809과목 개설(KEDI)

 

이로 인해 현행 교육과정에서도 일반 선택과목의 평가방식만 다를 뿐 고교학점제 교육과정에 근접하고 있다. 문제는 고교학점제에 접근해 갈수록 학교현장에서 교육과정 의 파행적 운영은 더욱 심각해진다는 점이다.

 

 

 

2. 2022~2027년의 교육과정 운영의 파행

고교학점제에서만이 아니라 선택권 확대로 인해 2022~2027년까지 현행 교육과정과 입시제도로 인한 고교교육의 파행도 심각한 수준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이에 대한 해결방안이 지금 당장 필요한 상황이다. 현행 입시제도와 결합한 과목선택제는 이미 교육과정상 표방하고 있는 목표로부터 이탈하여 입시몰입 교육과정으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대학서열체제를 유지, 강화하는 서열형 입시제도하에서 과목선택제가 보여줄 수밖에 없는 필연적인 모습이다. 2022~2027년 기간 동안 입시제도를 개편하지 않고 지속한다면 2022년에 출범하는 차기정부 5년 내내 교육과정의 파행적 운영은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1)현행 입시제도와 2015 교육과정의 파행적 운영

2015교육과정도 학생의 선택권이 대폭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더욱이 현재 입시제도하에서 절대평가제에 따른 진로 선택 과목의 도입은 입시 몰입 교육과정 강화를 부추기고 있다.

현재의 입시제도의 기본 틀은 수시와 정시로 나뉘어있고 수시는 학생부 교과전형과 학생부 종합전형, 실기전형, 논술전형으로 구성되어있고, 정시는 수능시험을 보는 것으로 되어있다. 대입전형을 전국적으로 보면 수시의 학생부 교과와 정시의 수능 시험이 양대 축을 구성하고 있다.

<> 2021년 주요 대학전형

 

 

수시

정시

학생부교과

학생부종합

논술

실기

 

 

 

 

 

 

전국

347,447

146,423

(42.3%)

86,083

(24.8%)

11,162

(3.2%)

18821

(5.4%)

267,374

(77.0%)

80,073

23.0%)

12

38,355

3,099

(8.1%)

17,074

(44.5%)

4,499

11.7(%)

1,728

4.5(%)

26,400

68.8(%)

11,955

31.2(%)

*12개 대학 : 고려대, 서강대, 서울대, 성균관대, 연세대, 한양대, 건국대, 경희대,서울시립대,이화여대,중앙대,한국외대)

 

그러나 대학 진학경쟁이 벌어지는 서울지역의 주요 대학은 수시에서 학생부 종합전형이 압도적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교육부의 지침에 따라 정시 비중을 40%까지 확대하고 있는 추세이다. 이에 따라 고등학교에서 학교와 학생은 학생부 종합전형과 수능시험에 맞추어 입시대비 교육과정을 운영하게 된다.

입시제도를 자세히 살펴보면 수시의 학생부교과 성적은 고교 1학년 1학기에서 3학년 1학기까지 5개 학기가 반영되고 있다. 교과 중 공통과목과 일반선택과목은 상대평가 9등급으로 평가되고 있고, 진로 선택과목의 경우 A, B, C 3단계의 등급제로 운영되고 있다.

정시 수능시험은 국어, 수학, 영어, 한국사를 보고 과학탐구와 사회탐구에서 2과목을 선택하도록 되어있으며, 이중에서 영어와 한국사, 2외국어는 20229등급 절대평가, 다른 과목은 9등급 상대평가로 운영되고 있다.

 

따라서 각 학교에서 학생들의 교과목 선택은 이러한 입시제도의 조건 속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수능대비 학생의 경우 3학년부터는 수능과목 이외의 과목은 무관심 과목’, ‘부차적 과목으로 전락하고, 수시에 응시한 한 학생은 3학년 2학기에는 면접과 논술 준비에 집중하면서 교육과정은 문서상의 목표와는 관계없이 입시대비로 운영된다.

2021년부터 진로선택 과목이 A/B/C 3등급의 절대평가체제로 전환하면서 진로선택과목을 선택하는 학생들이 많아지고 있다. 이러한 추세는 자신의 진로에 맞추어 과목을 선택한다는 취지에 입각한 결정이라기보다는 진로선택과목을 선택함으로써 상대평가 9등급으로 운영되는 일반 선택 과목에 시간을 더 많이 배정하여 좋은 성적을 확보하려는 전략적 선택의 결과이다.

진로선택과목의 경우 성적을 입학전형에 반영하는 대학과 반영하지 않는 대학으로 나뉘어지고 있고, 반영하는 대학도 대부분 공통과목과 일반선택과목에 비해 배점 비율이 낮다.(일반선택의 경우 90% 진로선택의 경우 10% ) 전반적으로 보면 석차등급이 산출되지 않는 진로 선택 과목은 반영하지 않는 대학이 많다. 진로 선택 과목을 반영하는 대학도 3과목 이하를 반영하는 대학이 많고, 3단계 성취도에 따라 단순 환산점수를 부여하는 경우가 대다수여서 일부 대학을 제외하면 진로 선택 과목의 영향력은 그리 크지 않다.”

더욱이 진로선택과목을 반영하지 않는 대학과 학과를 수시에서 지망하려는 학생과 정시를 준비하는 학생에게는 진로선택과목은 완전히 무심한 과목으로 전락한다.

 

결국 진로선택과목은 교육과정을 통해 자신의 진로를 결정하기 보다는 학생들은 수시 학생부종합전형과 정시 수능 등 입시 대비를 위해 전략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첫째, 학생들은 학생부종합전형에 대비하기 위해서 진로 선택과목을 다수 선택하고 있다. 왜냐하면 진로과목을 선택함으로써 학생부종합전형에서 진로를 계획하고 이를 일관되게 추진해온 학생들로 평가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진로 선택과목은 절대평가이고 A등급만을 받으면 되므로 일반선택과목에 비해 학습 부담이 대폭 줄어든다. 이에 따라 학생들은 진로선택과목을 부차적인 과목’, ‘진로를 장식해주는 과목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9등급 상대평가제가 유지되는 일반 선택과목에 집중하여 내신에서 유리한 점수를 획득하려하고 있다.

둘째, 정시수능에 집중하는 학생은 수능과목 이외의 교과목을 방기하고 있다. 이것이 입시를 앞둔 학생들에게 가장 유리한 교육과정 운영방식이고 개별 교사가 이러한 흐름을 거슬러 밀도있는 교육과정을 진행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학생부교과전형에 반영되는 일반선택과목도 후순위로 밀리는 마당에 진로선택과목은 더 말할 필요가 없다. 이러한 학교현장의 상황과 문제점에 대해서는 고교선택제를 확대하는 진영에서도 인지하고 있다.

석차등급을 산출하지 않는 진로 선택 과목이 교과 성적에 유리할 것이란 생각과 학습 부담이 적을 것이란 판단으로 진로 선택 과목 위주로 선택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왜냐하면 고등학교 단계에서 교과별 학문에 대해 기본적으로 이해해야 하는 내용으로 구성된 과목은 대부분 일반 선택 과목이기 때문이다. 진로 선택 과목은 다양한 진로와 적성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과목으로 구성되어 있어 학생이 자신에게 해당하는 과목을 선택하면 된다. 국가 교육과정 총론에서는 진로 선택 과목을 3과목 이상 선택하도록 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대책은 원론적이고 관념적인 해설에 불과하다. 핵심적 기본과목을 교육과정 편성과 수능시험 구성에서 필수가 아니라 선택으로 돌려놓고 이수를 권장하는 것은 도무지 앞뒤가 맞지 않는 일이다. 치열한 입시 현실에서 학교와 학생들은 국어, 영어 수학과 과탐과 사탐에서 2과목에 집중하는 전략을 선택함으로써 나머지 교과목은 방치되고 방기되는 과목이 되고 있다. 특히 이러한 현상은 과목이 세분화될수록 학습하는 범위와 영역이 축소되고 통합적 인식을 확보하기 어려워질 것이다.

결국 현재의 대학서열체제와 입시제도하에서 교육과정의 현실화 양상은 진로를 선택해가는 교육과정, ‘자연과 사회를 통합하는 융합적인 교육과정이 아니라 수시의 경우 학생부 교과 성적에 반영되는 공통과목과 일반선택과목, 정시의 경우 수능시험에 포함된 수능 과목을 제외하고는 다른 과목들은 학습 관심권으로부터 배제되는 입시몰입 교육과정이고 협소한 분야로 과목이 집중되는 편식교육과정이다.

 

그런데 이러한 경향은 선택제가 전면화되는 고교학점제에서는 더욱 극단으로 진행될 것이다. 따라서 현재 우리교육의 당면과제는 이러한 파행적인 현실을 방치하고 문제를 더욱 심각하게 만들 고교학점제의 도입을 추진하는 것이 아니라, 교육과정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교육과정이 정상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대입제도와 대학체제를 개편하는 것이 관심사가 되어야 한다. 즉 현재 진행해야 할 일은 과목 선택제를 전면적으로 재검토하여 교육과정에서 필수와 선택의 비율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거쳐 조정하는 것이 필요하고 둘째 현행 교육과정의 파행을 가져오는 입시제도를 전면적으로 개편하는 것이다.

 

 

2) 입시경쟁체제와 성취평가제의 미래- 선택과목 성적 반영 방법

고교학점제에서는 진로선택만이 아니라 융합선택, 일반선택과목까지 성취평가제를 전면적으로 도입될 예정이다. 성취평가제를 도입하게 된 배경은 소인수과목, 난이도가 높은 과목의 선택을 용이하게 만들겠다는 것이며, 그리고 이것이 고교학점제의 가장 큰 특징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