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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팬데믹 2년차 학교를 말하다

 

김영희(진보교육연구소 회원)

 

그래도 올해는 작년과는 좀 다를 거라고 생각했다. 작년 한 해를 겪었으니 예측 가능한 학교 운영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했다. 교육부, 교육청도 방역과 교육의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서는 효과 없음을 증명하고도 남은 원격 수업이나 AI, 뭐 이런 얘기 그만하고, 안전한 대면 수업을 고민할 것으로 조금은 기대했다. 아니 기대까지는 아니더라도 작년보다는 좀 나은 방향을 제시하겠지 하는 마음이었다. 하지만 올해 학교는 방역은 방역대로, 원격은 원격대로, 그러면서 마치 코로나 상황은 잊은 듯 대면은 대면대로 정상적인 학교 운영을 다 하라고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올해 만난 아이들의 모습은 내게 의미심장하게 다가왔다. 작년 아이들을 진급시키며 머지않아 다시 펼쳐봐야 할 책장의 책갈피처럼 마음 한 모퉁이가 접혔다. 올해 아이들을 만날 들뜬 마음 한편에는 이 아이들의 발달이 염려되기는 했다. 어린 나이에 다른 학년에 비해 주 1회로 턱없이 적게 등교한 아이들이었다. 그러나 회복 교육과정이나 징검다리 교육과정’, ‘N.5 교육과정을 말하면서도 내심 빠른 회복과 정상적인 교육과정이 너무 오래지 않아 이루어질 수 있을 거라고 조금은 낙관했었나 보다. 하지만 나에게 학교는 여전히 우울하다.

 

작년에 처음 시작된 원격 수업 준비로 고된 교사들에게 관리자는 차마 강제하지 못하고 제안만 했던 실시간 수업도 이젠 극한의 대면과 원격 수업 콘텐츠 제작과 함께 세 가지를 모두 강요하고 있다. 근처 학교들의 학부모와 함께 경쟁적으로 민원을 넣고, 코로나보다 강한 학부모 민원으로 학교는 움직이고 있다. 첫 주 아이들과 실시간 수업 규칙을 안내하고 둘째 주부터 시작하려던 옆 학교 한 학년에서는 약속한 실시간 수업을 왜 진행하지 않느냐며 민원 전화가 폭주하여 결국 사과하고 바로 시작하는 웃지 못할 상황도 있었다. 교사에게 그 정도의 교육적 판단도 허락되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마치 코로나가 종식된 듯 방과후학교도 열고, 공개수업도 하고, 평가도 다 한다. 우유 급식과 점심 급식, 원격 수업일에 탄력적 급식 등은 수요자의 의사에 따라 여전히 선택적으로 제공하며, ‘넌 우유 먹고, 넌 안 먹고, 넌 급식 먹고, 넌 안 먹고, 넌 원격일에 급식 먹고, 넌 안 먹고... 심지어 넌 월요일, 화요일에는 급식 먹고, 수요일에는 안 먹고이렇게 업무는 모두 담임교사의 몫이 되었다. 교과전담 수업 시수나 운영 방식, 도서실이나 운동장, 체육관의 사용 가능 여부와 사용 횟수가 방역 단계에 따라 주어지는 지침에 여전히 하루살이 하듯 그때그때 정해지고 있다. 방과후와 돌봄을 위해 내어주는 특별실도 아이들을 위한 교육 활동을 좀 해보려는 교사에게는 방역을 이유로 금지되었다. 무용실에 칸막이 없이 누워 놀고 있는 돌봄 아이들을 보며 질투심이 흘러나왔다. 하지만 학급의 책상에는 칸막이가 설치되었다. 우유급식을 하려면 지침상 칸막이가 있어야 한다는 교감의 논리가 있었다. 그 정도 학부모 설득도 못 하는지 욕을 꿀꺽 삼키며 좋은 말로 요구하여 겨우 우유급식 관련 학부모 설문을 내보냈다. 어떤 의도를 보이면 안된다며 객관적인 문구로 나간 설문 결과는 우유급식 찬성 32.9%, 반대 30.6%, 기권 36.6%이었다. 기권을 빼고 찬성이 과반을 넘는다는 교감과 기권을 포함하여 찬성이 과반을 넘지 못했다는 나는 결국 입 아픈 싸움을 했지만 그 싸움이 막장으로 치달은 후 결국 교실 책상에는 칸막이가 쳐졌다. 그리고 그 칸막이로 인한 안전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1학년 아이들이 주로 다치다가 6학년 학생이 눈과 얼굴을 크게 다치면서 교감의 목소리는 기어들어갔다. 그리고 멋진 시설로 이름 높았던 우리 학교는 정작 교실이 서른 두 개의 책상이 들어오면서 책상 사이 통로도 나오지 않을 정도로 교실 규모에서는 옹색했음이 드러났다. 작은 종이는 마음도 작아진다고 큰 종이에 맘껏 그리라고 하는 아이들이다. 하지만 이렇게 아이들에게는 최소한의 분리된 공간만 허락되고 있다.

 

내가 근무하는 학교는 육십여 개 학급의 대규모 학교이다. 주변 아파트 단지의 입주가 이루어지면서 2월 말과 3월 초를 거치며 꾸준한 전입으로 우리 학년은 거뜬히 30명을 넘겨 지금은 평균 32명이다. 3학년 2반인 우리 학급은 남학생 20, 여학생 12명이다. 짝수 번호와 홀수 번호로 분반하기도 했던 작년의 운영 방식도 오전엔 학교, 오후엔 학원을 돌리려는 학부모들의 거센 요구로 방역을 고려하지 못한 채 교실에 서른 두 명의 어린 우주가 가득 찼다. 칸막이 된 책상 사이를 비집고 교실 앞뒤를 오가는 것도 불가능에 가깝다. 답답하여 내게 나오려는 아이들을 볼 때는 책가방에 걸려 넘어질까 수시로 불안하고 초조한 얼굴이 된다. 마스크를 쓴 채 끊임없이 떠드는 아이들과 비좁은 공간 속에서 미세먼지로 창문도 못 여는 날에는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무기력해진다. 저 너머 아이의 발표 소리는 가서 듣지도 못해서 몇 번 되물어 보고, 입 모양으로도 추측할 수 없어서 결국엔 눈물을 머금고 ○○, 미안하다. 네 말을 못 알아듣겠다고 항복했다. 모둠 활동에 제약이 있다 보니 개별 지도는 늘어나는데, 통로도 없고 칸막이도 있어 접근은 쉽지 않고 학생들은 너무 많다. 그런데도 아이들은 선생님과 친구들이 있다고 즐겁다. @@

 

첫날 아이들의 모습은 생각했던 것 이상이었다. 나이는 어린데 적게 등교했던 게 영향이 컸을까? 어떤 아이는 고장 난 인형 같았다. 몸을 가만히 두지 못하고 끊임없이 움직이며 셔츠의 팔만 빼어 휘저으며 소매를 물고 발을 구르고 계속 소리를 낸다. 그런데 과제와 글씨 등은 완벽에 가깝게 정돈되어 있다. 규율을 어기고 글에는 항상 화가 난다는 표현이 가득하다. 냉소적이 된 것일까? 불안이 몸에 습관으로 남게 된 것일까? 그 학생은 여유를 가지고 기다려주며 미소를 많이 지어주고 있다. 덕분에 슬쩍 같이 규율을 어기는 아이들이 늘어나 힘들지만 말이다. 한 아이는 화장실에 가고 싶다며 수시로 배회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 아이는 작년에 운동장 수업 중 뜬금없이 나타나 나에게 선생님, 뭐하는 거에요?”라고 물었던 그 얼굴이었다. 그때도 돌봄교실에 있어야 할 시간에 운동장을 배회했던 것이다. 예전 선생님들과 통화해보니 1학년 때부터 지속적으로 있었던 일이긴 하나 작년에 많은 시간 다인수 돌봄에 있으면서 심해진 듯하다. 너무 많은 아이들이 하루종일 돌봄교실에 모여 지내면서 갈등도 많았고, 싸움도 많았다. 그러면서 교사에게 적대적이고 교실에서 겉돌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바로 학부모 상담을 여러 차례 진행하고 상담교사와 상담도 하고 주의력 결핍과 정서 문제가 중첩된 것 같다는 공통된 소견이 있었다. 학생 상담과 학부모 상담을 진행하면서 표정이 다소 편안해져서 조금은 희망적이다. 계속 혼잣말하듯 대화하는 아이는 좀 더 많다. 노래도 흥얼거린다. 이런 학생은 작년에도 관찰되어 동학년 선생님들과 왜 그런지 의논했었다. 우리는 소통 부재가 아이들의 혼잣말을 늘어나게 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한글이 낯설어 그림으로만 표현하는 아이도 있었다. 강박이 생겨 그림을 계속 지우며 종이가 다 찢어지는 학생도 있었다. 그 학생은 사회, 미술 네 차례 그림 그리기를 포기하여 학부모 상담을 진행했다. 양육자가 교육에 너무 엄격했던 것으로 보였다. ‘’, ‘고함쟁이 엄마등 자존감을 높여주는 그림책을 꾸준히 읽어주고, 그 학생에게는 특별히 안심할 수 있게 칭찬과 격려를 많이 해주었다. 아무것도 안 하고 원격도 안 하고 책도 안 꺼내며 검은 그림을 그린 학생도 바로 학부모 상담하여 부모의 이혼 과정에서 아이가 상처를 입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학습에 자신감 없고 불안한 학생도 다수이다. 이후 학부모 상담에서 학습면에 대한 불안은 대여섯 분이었지만, 대부분의 학부모는 아이에게 매일 누구와 얘기했는지, 친해진 친구는 없는지 물어보며 친구를 만들지 못한 불안을 호소했다. 동네 친구 없이 고립되고 외롭게 보낸 아이들과 그걸 지켜보는 학부모의 아픔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학습면에서 관찰한 것을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첫 주 활동에서 문장이 안되고 낱말로만 쓰는 학생, 글씨가 그리는 수준인 학생, 글로 쓰기를 포기한 학생이 모두 십여 명이었다. 국어 첫 단원의 감각적 표현을 공부하면서 소리를 모사하지 말고 한글로 표현해보도록 유도하였으나, 예년에 비해 입으로 소리 모사하는데 그치는 경우 많았다. 맛이나 모양 표현도 단조로웠다. 수학은 자신감 없는 모습에 비해 대체로 문제는 잘 푸는데 말로 하는 수학은 어려워했다. 학원을 다니거나 문제 풀이는 많이 했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 2학년 받아올림과 받아내림을 어머니께 다른 방식으로 배워 혼란을 겪는 학생도 있었다. 그림에 대한 욕구는 강하나 예년에 비해 완성도는 확연히 떨어졌다. 그림을 의사소통 수단으로 생각하는지 자기 그림에 집중하여 멋지게 표현해보려는 욕구보다 서로의 그림에 관심이 많고 대화거리로 생각했다. 교사의 활동에는 무척 집중하는 것에 비해 실시간 소통 시간에서도 노래 부르기나 동시 낭송 등 소리내기에 얼어붙는 아이들도 많았다. 학습지 활동은 질색하고 대화와 놀이를 유난히 즐거워했다. 체육 시간에 달리기를 했는데 지쳐서 쉬고 싶다거나 무릎, 발목이 아프다며 쉬겠다는 학생들이 눈에 띄게 많았다. 그러나 가위질이나 풀칠 등 도구 사용 능력이 1학년 초 같다. 설명도 좀 더 차근차근 여러 번 해주어야 한다. 붙임딱지를 떼어 낼 때도 이런 거 저는 제일 못해요하며 찢어질까 긴장이 크고, 아이들은 이렇게 해보라며 소통은 만발한다. 그래도 공부 의지는 높았고, 내가 잘하는 것보다 함께 잘하고 싶어 하는 학생들이 많이 관찰되었다. 교사가 이끌어주는 학습 활동에 무척 행복해하고 사람은 머리를 써야 한다면서 자를 사용하는 별거 아닌 작업도 재미있다며 웃음이 많았다. 무엇보다 오고 가는 대화가 즐거운 아이들이 다수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동안 못했던 친구들과의 희노애락을 한꺼번에 누리려는 듯 싸움도 많아졌지만 말이다.

 

대도시 서울에서 아파트 단지 속 거대학교, 과밀학급인 내 상황의 특징인지도 모른다. 학생 수가 늘어나서 또는 유난히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이 몰린 이유일지도 모른다. 혹자는 코로나로 등교하지 않으면서 아이들 사이에서 갈등을 겪지 않고 마음 편하게 집에서 잘 먹어서 키도 크고 편안했다고 말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 시간 동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결과로 세심히 살펴주어야 할 학생들의 수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났고, 매일 버겁고 힘들다. 보결을 들어갔던 2학년 교실에서도 비슷한 학생들이 여러 명 관찰되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학생, 열심히 하려고는 하나 뭘 해야 하는지 모른 채 상황이나 맥락을 이해하지 못하는 학생, 냉소적으로 앞뒤 학생의 책상을 밀고 불편함을 주며 주목을 끄는 학생들이 많았다. 그리고 건강 이상으로 갑작스레 출근을 못 하시는 교사들 수도 정비례 했다. 1학년 선생님들은 처음 한 두 주에는 대상포진도 걸리시고, 두통과 근육통 등 여러 가지 질환을 동시에 앓기도 하셨다. 이렇게 교사가 영혼을 갈아 넣는 동안 그래도 아이들은 학교가 즐겁다. 가장 큰 특징은 서로에 대한 관심과 대화 시도, 서로 돕는 모습이 많이 관찰되었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사회적 욕구가 가장 커 보였다. 놀이를 많이 하는데 규칙을 서로 지키며 교사와 친구들과 즐거운 활동을 계속 하고 싶어 하고, 집단적 대화와 협력 활동에 의욕이 높았다. 올해 계획했던 놀이를 학생들도 학부모도 한마음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코로나는 좀처럼 좋아지지 않는다. 아이들의 정서와 정신건강을 위해 무릅쓰고 시작해야 할지 올해도 고민은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