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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호 [책이야기] 북한은 없다

2021.05.08 01:29

진보교육 조회 수:235

북한은 없다

 

산은(진보교육연구소 연구원)

 

예수는 없다는 도발적인 제목을 가진 책이 있다. 종교학자인 오강남 선생이 저술한 책으로 꽤 유명해 많은 이들이 읽은 책이다. 저자는 제목에 관해 역사적인 예수가 실재하지 않았다는 의미가 아니라 당신이 알고 있는 그런 예수는 없다는 뜻으로 현재 한국의 종교단체에서 말하는 예수에 관한 잘못된 이해를 바로 잡으려는 의도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 글의 제목인 북한은 없다역시 마찬가지다. “현실태로서 북한이라는 사회가 없다는 의미가 아니라 우리가 북한이라고 지칭하는 그런 국가는 없다는 의미다. 동일하게 남조선은 없다고 말할 수 있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서 남조선이라고 지칭하고 있는 그런 국가는 존재하지 않는다. 스스로 한국이라 부르는 국제적으로 대한민국으로 통용되는 국가가 있을 뿐이다. 마찬가지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나 북조선이 존재한다.

남조선이나 북한이라는 지칭은 북조선이나 남한이 서로를 객관적인 실재가 아니라 자신들의 인식틀에 따라 서로를 규정하는 지칭이다. 이처럼 반도의 남과 북은 서로의 사회적 문화적 가치에 따라 상대를 인식하고 있으며, 그에 따라 상대를 규정해 왔다. 그 과정에서 정보의 불명확함 또는 의도적인 왜곡을 통해 잘못된 판단이나 해석이 많을 것이다. 소통의 부재로 인해 실재는 알기 어렵고 부정적인 추측만 더해지고 있다. 이는 시간이 누적될수록 더 깊어질 것임이 분명하다.

문재인 정부 들어 오랜 기간 막혀 있었던 남과 북의 관계에 물꼬가 트이고 주목받을만한 화려한 이벤트도 몇 번 있었다. 이 행사가 언론을 통해 중계되면서 기억하고 있거나 예상하고 있던 것과는 다른 모습의 지도자와 그의 문화적인 태도를 볼 수 있었다. 그러나 거기까지다. 수십 년 동안 누적된 갈등과 얽힌 국제관계를 풀어내기 위해서는 가고자 하는 방향에 대한 합의와 이를 추진하기 위한 협상이나 조정의 능력이 뒷받침되어야 하나 그렇지 못했다. 소란한 말들의 이벤트가 끝난 뒤에 얼마나 실제적인 진척이 있는 지 전혀 알려지지 않고 있다. 오히려 기대에 대한 실망 또는 배신감, 여전한 북에 대한 경제제재, 이에 반발하는 핵실험 등 불안은 여전하다.

통일은 불가능한 상상인가? 또는 불온한 사상인가? 남쪽이 부르는 한반도, 북이 지칭하는 조선반도는 대륙으로부터 분리되어 고립된 섬으로 계속 남아 있어야 하는가? 통일에 관한 진지한 사회적 논의는 실종된 지 오래다. 독일의 통일처럼 남한 주도의 흡수통일이 이뤄진다면 체제는 어떻게 유지해야 하는가? 통일 비용은 얼마나 들 것인가? 사회적 혼란은 어떻게 수습할 것인가? 등 골치 아픈 상황을 맞느니 그냥 이렇게 사는 것이 더 낫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미국의 북한 전문가들은 북한이 무너질 것이라고 전망해 왔다. 하지만 북한은 1990년대 중반 대규모 기아 사태인 고난의 행군을 겪은 뒤에도, 이어지는 권력자의 사망 이후에도, 계속되는 경제제재에도 무너지지 않았다. 핵실험을 통해 핵무장을 강화하고 있으며, 김정은은 3대 세습을 완성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경제제재가 이어지고, 코로나19로 인한 중국과의 무역 감소, 예상 밖의 자연재해가 발생할 때는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 경제적 피폐와 기아가 다시 올 경우, 북한 주민들은 25년 전의 인내심을 다시 발휘하긴 힘들 것으로 예상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이것 역시 일방적인 추측일 뿐이다. 역사가 어떻게 진행될지는 알 수 없다. 이러한 불확실을 줄이기 위해서는 억지 추측이나 비뚤어진 시선이 아니라 접근 가능한 정보에 의한 사실 확인이 우선 필요할 것이다. 핵과 미사일, 한반도의 전쟁 위협과 동북아시아 및 태평양 지역 전체의 안보 불안, 이로써 벌어지는 국내정치와 국제정치의 갈등은 모두 북한 문제에서 출발하는 것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이런 갈등 상황 한가운데 있으며 갈등에 따른 피해를 가장 크게 입을 수 있는 한국은, 북한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고 어느 나라보다 북한을 정확하게 이해해야 한다. 어렵다고 해서 포기하거나 자의적인 판단으로 섣불리 단정 짓는 태도야말로 우리 내면의 함정이다. 진실을 알기 위해서는 북을 떠나온 이들의 몇 가지 경험이 아니라 전문적인 연구자들의 정보가 도움이 된다. 국내의 저자가 쓴 훌륭한 책이 많이 있지만, 우리 쪽의 시선만을 좀 벗어나 제3의 위치에서 보려는 의도에서 외국인이 쓴 책을 골랐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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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책은 북한 : 전체주의 국가의 내부관점 Nordkorea: Innenansichten eines totalen Staates’이다. 2014년에 뤼디거 프랑크(Rudiger Frank)가 저술했으며, 한국어로는 2020년에 번역되었다. 뤼디거 프랑크는 김일성종합대학 출신의 북한 전문가이다. 1969년 독일 라이프치히에서 태어났으며, 핵물리학자이던 아버지를 따라 소련으로 건너가 4년간 거주했다. 1991년 평양 김일성종합대학에서 유학한 이후 30년 가까이 매해 북한을 방문하며 북한에 대한 탐구를 계속하고 있다. 뉴욕과 서울을 거쳐 현재 오스트리아 빈 대학교 동아시아 경제와 사회(East Asian Economy and Society)’ 교수로 일하며 동아시아연구소를 이끌고 있다. 동독과 소련, 북한, 남한을 두루 경험한 셈이다.

이 책은 저자 30여 년의 경험과 연구를 종합한 책이다. 저자는 외부인이면서 내부인의 시선으로, 북한 사회를 형성하고 유지하는 핵심적인 원리부터 일상생활의 풍경까지 북한 체제의 핵심적인 속성을 설명한다. 2014~2016년과 2017~2019년에 북한에서 있었던 변화를 개괄한 두 편의 후기를 더함으로써, 북한에 관한 종합적이고 새로운 지식을 독자에게 전달한다. 저자는 국제관계학을 공부한 유럽인 경제학자의 눈으로 남한과 북한을 비교한다. 그 결과 이 책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이라고 부르는 우리에게, 북한을 이해하는 적절한 안내서가 되어 줄 수 있다.

먼저 역사적 의식의 형성과정을 분석함으로써 북한의 고립적인 태도를 이해한다. 저자는 북한을 형성한 역사적 경험을 남북 공통의 경험, 북한만의 경험 크게 두 가지로 나눈다. 더 중요한 부분은 남북 공통의 경험이다. 남한과 북한 사람들의 세계관을 규정하는 가장 큰 틀은 지정학으로 외국 침략의 희생자라는 의식이다. 이 의식은 북한이 군사적 경제적 영역에서 최대한의 독립성을 고집하는 요인이다. 여기에 20세기 일본에 의한 식민지배의 경험이 더해져 있다. 저자는 한민족의 민족주의가 가진 특징을 두 가지로 서술한다. 외세의 침략이라는 경험에서 형성되었다는 점에서 방어적이고, 외부의 적을 통해 민족정체성을 의문시하며 형성되었다는 점에서 전투적이다. 저자가 보기에 북한 지도부가 조국을 습격하려는 도발이자 전주곡으로 생각되는 외국의 군사 훈련에 맞서, 경제적ㆍ정치적 비용에도 불구하고 핵무기와 불굴의 태도가 필요하다고 주민들을 설득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저자는 정치체제를 유지하는 원리로서 이념을 통해 북한을 파악한다. 북한 이념의 중심에는 지도자가 있다. 오직 지도자만이 북한에 좋고’ ‘올바른것이 무엇인지를 결정할 수 있기에, 지도자 없이는 이념이 완전할 수 없다. 수령체제는 필연적으로 지도자 개인에 대한 숭배를 요구한다. 북한의 모든 주택에 김일성과 김정일의 초상화가 법으로 엄격히 정해진 장소에 걸려 있고, 학교 성적표 과목 상단에 위대한 수령 김일성 장군님의 혁명적 활동이 있는 이유다. 글쓴이는 북한에서 이념이 여전히 대다수 주민에게 내면화되어 있다고 한다.

북한 역시 변화하고 있다. 김정은은 2010년에 공식적으로 등장한 이후 201112월에 인민생활 향상을 약속했다. 2013년에는 국가의 전략 노선을 선군정책에서 병진정책으로, 즉 경제 성장과 핵무기 위협을 나란히 구축하는 노선으로 전환한다고 선언했다. 국가의 노력을 100퍼센트 군사력에 투입하는 김정일의 선군정책에서, 5050으로 나누는 병진정책으로, 이어서 100퍼센트를 경제에 투입하는 새로운 노선으로 전환하고 있는 중이다.

마지막으로 통일 비용을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당부한다. 통일 비용은 단순한 경비가 아니라 오히려 엄청난 경제발전의 기회가 된다는 점을 독일 통일을 예로 들어 자세히 설명한다. 독일과 달리, 북한과 남한의 국민경제는 서로를 보완한다. 남한이 통일을 두려워할 이유가 있다면, 그것은 비용이 아니라 오히려 중요한 산업체들이 북쪽으로 이동함에 따라 발생하는 남쪽에서의 실업과 세수 감수 정도이다. 저자가 보기에 2014년 박근혜 대통령이 통일을 대박이라고 표현한 것은 경제의 관점에서는 완전히 맞는 말이다. 심지어 독일에서도 통일은 재정적으로 두 나라 모두에 이익이었다는 사실이 분명하다. 동독 사람들은 엄청난 재정적 도움을 받고 그것으로 적절한 삶을 누리면서 경제를 발전시킬 수 있었다. 서독 사람들은 수요의 폭발적 상승을 경험했고, 이를 통해 부를 확보했다. 게다가 거대 시장인 중국과 국경선을 직접 맞댄다는 것은 무엇보다 큰 경제적 이익이 되리라 예측한다.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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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책은 장마당과 선군정치 - 미지의 나라 북한이라는 신화에 도전한다이다. 글을 쓴 헤이즐 스미스 Hazel Smith는 런던의 SOAS 한국학연구센터 연구교수로 1998년에서 2001년 사이에 세계식량계획과 유엔아동기금 업무를 맡아 2년가량 북한에 체류하며, 세계식량계획 역사상 최대 규모의 식량 원조 사업을 감독했다. 이 책의 원 제목인 'North Korea : Market and Military rule'은 해석하면 '북한 : 시장과 군사정책' 정도가 될 것이다. 장마당은 북한식 사회주의 체제하에서 자생적으로 생겨난 소규모 개인(또는 집단, 기업소) 간의 거래 장소라는 의미다. 자본주의적 의미의 '시장'이라기보다는 여전히 사회주의 경제체제가 버티고 있는 상황에서 발생한 시장의 원초적 형태에 더 가깝다. 선군정치 또한 북한의 경제적 군사적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채택된 '군사력 우선주의'를 의미한다. 이런 독특한 배경을 가진 '북한식 언어'이기 때문에 우리말 제목을 장마당과 선군정치라 했다.

저자는 온갖 신화와 오해로 덧씌워진 북한 사회에 대해 25년간에 걸친 철저한 자료조사와 인터뷰, 현지 체류 경험을 바탕으로 연구한 결과, 북한 역시 과학적이고 학문적인 방식으로 분석 가능한 나라임을 보여준다. 특히 저자는 1990년대 100만 명의 사망자를 낳은 대기근(고난의 행군) 이후 북한에서 중요한 정치·경제·사회적 발전이 상당히 많이 이루어졌으며, 이런 변화는 정권에서 행하는 위로부터의 군사통치와 대비되는 민간 중심의 아래로부터의 시장화에서 비롯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지금 북한의 변화를 한마디로 '시장화'라고 규정한다. 북한에서 시장에 해당하는 장마당은 현재 전국적으로 500여 개에 이르고, 이는 더욱 광범위하게 전방위적으로 확산되는 중이다. 1990년대 중반 북한의 식량위기 시기인 이른바 '고난의 행군' 이전에는 개인의 사적 영역에 이르기까지 당과 관료제에 의한 광범위한 국가통제가 이뤄졌다. 그러나 국가가 인민에게 '고통'을 감내할 것을 요구했던 '고난의 행군'은 역설적으로 인민에 대한 국가통제가 완화되거나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사적영역'을 만들어 냈다. 국영 상점은 더 이상 물품을 제공하지 못하며, 국가로부터 받은 배급표는 유명무실하고, 국영 기업소는 가동되지 못했다. 아사자가 속출하는 상황에서 북한 인민들은 스스로 먹고 살아야 했고, 스스로 '거래'에 나섰으며, 자생적인 장마당이 공개적으로 또는 은밀하게 생겨나기 시작했던 것이다.

굶주림과 같은 극한적 상태에서 가족의 '먹을 것'을 챙기는 주체는 남자가 아닌 여성의 몫이었다. 장마당의 주역 또한 남성이 아닌 여성이었으며, 이들에 의해 북한식 시장주의는 싹이 트기 시작했다. 여성들을 중심으로 수백만 명의 소상인들이 물품을 교환하고, 거래하고, 판매하면서 민간경제에 전면적으로 참여하는 활동이 아래로부터 그리고 안으로부터 사회를 변모시켰다. 이렇게 시작된 북한의 '시장화'는 이제 불가역적인 상황이 되었다. 김정은의 선택 역시 북한 내부의 자생적 시장화를 수락하고, 이를 활성화하는 것은 필연적이라는 것을 인식한 데서 나온 것이라 볼 수 있다. 북한 사회의 내구성, 지배체제의 견고함을 말할 때 '시민사회의 부재'를 꼽기도 했는데, 이런 상황을 고려하자면 북한에 없는 것은 '정치적 시민사회'이지 이미 '경제적 시민사회'는 형성되어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라 주장한다.

1993년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를 선언하며 구체화 된 핵개발 역사는 현재에도 멈추지 않고 있다. 극도의 식량난과 경제난, 국제적 고립과 경제 제재를 겪으면서도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은 계속됐다. 저자는 이의 불가사의함의 이유를 역사적으로 분석한다. 사회주의권이 붕괴하면서 북한은 옛 소련의 핵우산으로부터 더는 보호받을 수 없었고, 경제적 지원도 끊겼다. 고난의 행군이 시작됐다. 북한 주민들은 생존을 위해 자생적 시장화를 선택했으며 이는 정권 안보에 큰 위협으로 다가왔다. 북한 정권이 이를 타개하기 위해 선택한 것이 바로 핵무장이었다. 핵무장 카드를 들고 미국과의 협상 테이블에 앉아 외부 위협을 완화하는 한편, 핵무장 포기 카드를 들고 주변국으로부터 정권 유지에 필요한 자원을 획득해 북한 사회가 시장화되는 데 제동을 걸고자 한 것이다.

더불어 김일성의 만주 항일무장투쟁에서 시작되는 북한의 체제 성립 과정에 대한 역사적인 서술은, 꽤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어 한숨에 읽는 북한 현대사 텍스트로 활용하기에 충분하다. ‘북한은 어떤 나라인가를 알고자 하는 초심자에게 친절한 길잡이가 될 것이다. 이를 통해 북한의 과거와 현재, 북한 문제의 원인과 현황을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4.

 

이 글에서 다루지는 않았지만 남한 연구자들의 연구도 훌륭한 것이 많다. 1945년 이후 북쪽의 역사를 교과서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북한의 역사 1, 2’는 가능한 정보를 토대로 사실 그대로 잘 정리되어 있어 추천하기에 충분하다. 1권은 계간 역사비평의 전 편집주간이자 역사문제연구소 부소장인 김성보 교수(연세대학교)가 집필했고, 2권인 60년대 이후 현대 북한사의 서술은 참여정부 시절 국가안전보장회의 사무차장과 통일부 장관을 역임한 세종연구소 이종석 수석연구위원이 저술했다. 오늘날의 북한을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첩경은 오늘날의 북한을 있게 한 과거의 역사를 편견 없이 실증적으로 되돌아보는 데 있다. 이 책들은 시기 구분에 입각한 체계적인 교과서 구성으로 북한의 역사 구비 구비를 한눈에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한편, 장마다 별도로 다뤄야 할 중요한 테마나 역사의 굵직한 흐름에서 간과하기 쉬운 사람 사는 모습의 면면을 '스페셜 테마'로 배치해 입체적인 이해를 도왔다. 정치, 경제적인 '결정적 장면'들 외에 북한 사람들의 생생한 일상 스케치가 다양한 화보로 수록되어 있다.

맥주와 대포동 - 경제로 읽어낸 북한은 북한의 정치 · 경제와 시민사회 전문가로 조선신보 기자를 역임한 문성희 기자가 저술했다. 이 책은 북한이 엄격한 사회주의 경제에서 점차 시장화를 촉진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며, 북한의 지역시장과 공장, 기업 등을 직접 살펴보고, 북한 경제와 인민 생활 현장을 생생하게 기록한 책이다. 북한 국적이었던 저자는 대학생 시절인 1984년에 처음 북한을 방문한 이래, 20 차례 이상 북한을 방문하였다. 기자의 눈은 섬세하고 세밀하여 북한의 보통 사람들이 무엇을 생각하며 어떻게 생활하고 있는지를 그 생활상을 사진과 함께 상세히 보여주고 있다. 햄버거, 피자, 스파게티와 같은 서양 음식도 성행하는 거리의 모습, 특히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대동강맥주를 통해 북한에 사는 보통 사람들의 삶을 소개한다. 제목인 맥주와 대포동은 번영과 평화를 상징하는 대동강맥주 수출과 대포동으로 상징되는 핵·미사일 개발의 길에서 북한은 어떤 길을 선택해야 하는지를 상징하는 제목이다.

북한 녀자 - 탄생과 굴절의 70년사는 현재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박영자 연구위원의 본격 북한 젠더사이다. 기존 북한 연구들이 가부장적 사회문화에 근거하여 여성 문제를 주제별로 다루었다면, 이 책은 해방 이후 당-국가 체제 수립부터 전쟁과 산업화, 1990년대 중반 이후 선군정치-시장화-3대 세습으로 이루어진 현재까지의 북한 젠더 시스템의 역사를 다룬다. 북한의 사회주의적 근대와 젠더 전략이 시대 변화에 따라 달라지는 통시적 역사와 함께, 해방-전쟁-산업화-시장화-선군정치-3대 세습이라는 각 시대 공간에서 펼쳐지는 공시적 역사를 아울러 살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는 훌륭한 저작이다.

북한, 조선으로 다시 읽다는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 김병로 교수의 저작이다. ‘조선으로 북한을 읽는다는 말은 북한을 객관적이고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평가해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북한은 이해할 수 없는 대상이며 비이성적 행동만 일삼는 호전적인 존재로 비치지만, 조선으로 들어가 보면 나름대로 합리적인 행동 원칙이 그 안에 존재함을 발견할 수 있으며, 밖에서 보이지 않는 깊은 좌절과 분노, 한국전쟁의 피해와 충격으로 자폐적 특질이 형성되어 있음도 지적한다. 저자는 지금 조선 사회를 지탱하는 중추적 구조가 바로 전쟁의 공포와 두려움이라고 설명한다. 이러한 심리적 요인을 바탕으로 조선에서 유사시를 대비한 지역자립체제가 정착되고, 전쟁피해 정도에 따른 계층구조, 그리고 주체사상에 입각한 조직 생활이 조선의 사회구조로 자리 잡아가는 과정을 서술하였다. 또한 경제적 고난, 유엔제재, 인권압박, 핵무기 개발 등으로 점철된 조선의 폐쇄적 체제가 앞으로 생존과 변화를 꾀할 수 있을지 그 가능성도 전망하고 있다.

 

언론에서는 늘 북한을 말하고, 평론가들은 남북문제에 관해 논평을 하고 있지만, 진실에 가까운 정보는 많지 않다. 대부분이 북한 지도부에 대한 비난이거나, 주민의 삶에 대해서도 기아와 생활고 등 부정적인 이미지를 전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이런 정보가 과연 북한의 실상을 전부 전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고난의 행군으로 불리는 1990년대 중반의 대기근 때에는 부모가 자녀를 인신매매하고, 배고픔을 이기지 못해 인육을 먹는다는 등의 괴담이 떠돌았다. 최고지도부의 도덕적 일탈, 수용자를 대상으로 생화학 실험을 하는 정치범 수용소 같은 소문이 북한이탈주민의 입에서 퍼졌다. 외국의 언론도 선정적인 가십을 보도하며 북한의 기괴한 이미지를 고착해갔다. 미국을 비롯한 각국 정보기관에서는 북한 정권이 주도해 미국 달러를 위조하고 마약 거래에 참여하는 등 국제 범죄에 참여한다는 내용을 발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가십들은 불확실한 기록과 추정일 뿐이며, 실제 사실과 다르다.

북한은 우리에게 현실적인 위협이면서 화해와 협력, 나아가 통일의 당사자라는 이중적 지위에 있다. 햇볕정책 10년이 지나고, 지난 두 정부에서 북한은 화해와 협력의 대상에서 현존하는 최대의 위협이라는 지위로 바뀌었다. 그리고 이제 다시 한반도 평화를 위한 협력 대상으로 변화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이 스스로 최대의 위협으로 여기고 있는 미국은 악의 축, 비정상국가, 악마적 제국, 인권유린의 나라, 사악하고 믿을 수 없으며 무자비한 독재국가 등 수사는 바뀌었으되 기본적인 시각은 달라지지 않고 있다.

오랫동안 북한 체제는 스스로 무너질 것이라는 인식이 널리 퍼져있다. 그러니 그냥 이대로 침묵한 채 보고만 있으면 되는 것일까? 지속 불가능한, 이해 불가능한 국가로서 바로 지척에 있지만 먼 우주에 있는 어떤 집단으로 여겨도 되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면, 그리고 남한이 더는 고립된 섬으로 남기를 거부하고 대륙으로 이어지는 전망을 세우고자 한다면, 북쪽에 대한 괴담과 망상 수준의 이해에서 벗어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