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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움 중심 수업의 측면에서 바라본 실시간 화상 수업의 한계

 

김성보(마장중, 과학)

 

근래 몇 년 내가 가진 과제는 배움 중심 수업이었다. 산업화 시대에 순종하는 기능인을 선발하는데 치중했던 교육은 지식 양에 따른 경쟁이 평가 방법이자 수업의 원리로 민주주의나 미래역량과는 너무 거리가 멀었다. ‘4차 산업 혁명혁신미래교육같은 사회 정치적 슬로건은 교육의 변화 압력이기도 하다. 중등학교에서는 학생의 고등정신기능(범주적 지각, 자발적 주의, 논리적 기억, 윤리적 심미적 정서, 개념적 사고, 의지적 행동)과 문제해결력이 발달하도록 배움 중심 수업과 과정 평가 방법을 적용해야 한다.

 

1. 배움 중심 수업

배움이 중심이 되려면 학사 운영 면에서 학생 자치의 영역과 권한이 확대되어야 하고, 학습 면에서 자기 주도적 학습 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 선생님들도 행정 전문가의 역할보다는 교육과정과 학생 발달의 전문가로서 배움 활동 설계자가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교무 업무를 재구조화하는 학교업무정상화도 그 의미를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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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본 그림의 이름: Learning-Pyrramid.png

원본 그림의 크기: 가로 574pixel, 세로 424pixel

능동적 학습 활동으로 수업 구성

또래 지도와 실습, 모둠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배움 활동을 설계한다.

 

자기 주도적 학습 환경 구성

-교과 교실 : 학습 관련 교구 상비, 안전 수칙과 안전 장비, 활동 안내문, 산출물 공유

-온라인 커뮤니티 : 교사와 또래 간 정보 공유

-협력적 교사 공동체 : 일관성 있는 시스템

 

성장 지향 과정 평가

-절대평가 : 경쟁을 지양하고 협력이 권장되는 방식으로

-정성적 요소의 정량화 : 성취 기준별 수준(rubric)을 학생과 교사 모두 이해하기 쉽도록

-질적평가 : 탁월성, 학습에 대한 호감도 등은 가산점이나 특기사항 서술로

-과정평가 : 실행 과정을 정량화하되 감점형 체크리스트는 지양(전 과정의 80% 이상 수행하면 pass )

-성장지향 : 평가를 통해 오류나 실수를 수정할 기회 부여(패자부활전)

-모둠활동 평가 : 모둠 간 경쟁 엄금, 협력이 필수적으로 필요한 과제 설정

-정규 수업 내 : 방과 후 과제형은 성취기준보다 학생의 성실성이나 보호자의 후원이 미치는 영향이 더 큼

 

2. 온라인 수업 사례

2019학년도에도 온라인 커뮤니티에 학습 콘텐츠를 미리 제시하고 수업 시간에는 실험과 모둠 활동을 한 후 산출물을 온라인에서 공유하는 방식으로 배움 중심 수업을 적용해 왔기 때문에 온라인 개학 자체가 막막하지는 않았다. 다만 코로나19로 인한 등교 제한이 한시적일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전체 수업일 중 등교한 날은 1/5에도 미치지 못했고, 개학은 늦었는데 고입 진학 일정은 작년과 같았으므로 학년말 전환기가 온라인 상태로 길었다. 등교한 날조차도 거리유지를 하느라 실험과 모둠활동을 하지 못했기 때문에 수업의 질은 매우 낮았다. 2020학년도는 가르치고 배웠다는 말을 하기가 어렵다(망했다).

 

마장중의 온라인 수업 플랫폼은 구글 클래스룸이다.

학습 콘텐츠

학습 내용을 10분 가량의 프레젠테이션으로 제작하고 설명 음성을 더해서 클래스룸을 통해 제시했다. 학생들은 프레젠테이션을 보고 노트를 하도록 했다. 부분적으로라도 노트를 작성한 학생은 약 65%(24명 중 16명 내외)인데, 그 중 절반은 다른 노트를 참고해서 작성했으므로 교사가 만든 콘텐츠로 학습한 학생은 약 30% 정도다.

등교해서 능동적 학습(또래 지도, 실습, 모둠 활동)을 하기 위한 디딤 학습이라면, 30%의 학생만 참여해도 배움 활동을 구성하는 데는 큰 문제가 없다. 30%가 나머지를 이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온라인만 가능한 상황이라면 답이 잘 없다.

 

퀴즈

학습 내용에 대한 핵심 성취기준을 선다형 퀴즈 문항으로 2개 만들어 온라인 과제로 부여했다. 오답인 경우 해설을 보고 재응시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2점을 받는 학생은 약 60% 가량이고, 일주일이 지나도 미제출하는 학생이 16%, 0점을 받는 학생이 7%, 1점을 받는 학생이 17% 정도 된다. 방탈출 게임이라는 이름으로 오답을 할 경우 처음부터 다시 반복하게 만들어 결국 만점을 받아야만 하는 방식도 있으나 매 시간 그럴 수는 없다.

실시간 화상회의에 참가하지 못한 학생들의 출석 체크용 기능도 했다.

 

초성 퀴즈

화상회의는 매 시간 20분 정도만 했는데, 프레젠테이션을 보고 노트를 한 후 주요 문장이나 키워드로 초성퀴즈를 진행했다. 등교 수업이라면 이름을 외치며 손을 들면 되지만, 화상회의 격자에서는 교사가 프레젠테이션을 하며 학생들의 모습 전체를 조망하기 어렵다. 듀얼모니터를 두기까지 했지만 결국 채팅창을 이용하는 것이 교사에게는 편하다. 하지만 스마트폰의 경우 채팅을 하려면 비디오 모드를 빠져나가야하므로 프레젠테이션을 보면서 채팅을 하는 것이 불편하다. 카메라로 본인의 얼굴을 비추는 것이 어색한데다가 크게 쓸모가 없으니 자신의 비디오를 켜는 학생은 매우 적었다.

 

기타

학년말에는 프레젠테이션 + 출첵퀴즈, 학력평가형 퀴즈(10문항), 재택 실습형 과제(종이 접어 실험하고 사진 찍어 제출), 서술형 과제 등을 제시하기도 했다.

 

학생 설문 조사

1230일에 마장중 3학년 117명에게 설문을 제시하여, 15일 현재 80명의 응답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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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본 그림의 크기: 가로 496pixel, 세로 582pixel

<참여가 쉬운 수업 방식>

의미 있는 차이가 있다기보다 익숙한 방식을 더 편하게 생각한다는 것으로 해석을 하는 게 좋겠다. 등교한다면 교실에서 강의를 듣는 것이 가장 익숙한 것이다. 2020년의 경우 실험이나 모둠활동은 수행평가와 연계되어 있었으므로 능동적 배움 활동이 더 불편했던 것 같다.

온라인 상황에서는 콘텐츠+출첵퀴즈+화상회의(초성퀴즈)를 기본 틀로 했기 때문에 참여가 쉬웠고, 학력평가형 문제풀이나 재택 실험 후 결과 사진 제출은 조금 더 성가신 일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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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본 그림의 크기: 가로 528pixel, 세로 556pixel <내용 이해가 잘 되는 수업 방식>

온라인 상황에서 학생들도 매우 답답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직접 대면하거나 이끌어 주는 사람을 필요로 했다. 질 높은 상호작용이 학습 능률의 핵심 관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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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수업 중 화상회의의 장점은 가장 대면 수업에 근접한 방법이라는 점이다. 선생님의 설명을 듣는 것이라 과제형보다 부담이 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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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화상회의는 대면 수업을 대체할 수 없다. 자신의 얼굴을 클로즈업하는 카메라는 여전히 부담스럽고, 쉼을 위한 사적인 공간이 공적 공간으로 확장되는 것도 부담스럽다. 자기 조절 능력을 기본 전제로 하므로 화상회의 시간을 맞추지 못하는 경우엔 자괴감도 크고 성적 불이익이 따르기도 한다. 작은 스마트폰 화면에 갇힌 시야는 고도의 집중력을 요구하므로 피로도가 크다.

 

3. 실시간 화상 수업의 한계

교사의 입장에서

-안정된 온라인 플랫폼이 없고, 표준 교구가 없다.

이런 건 공교육이라고 할 수가 없다. 1년이 지나도록 접속 방법을 알려주거나 비밀번호 알려줘야 하는 상황이 지속적으로 생긴다. 프로그램이 수시로 달라지고, 스마트폰도 수시로 달라지고 있다. 온라인 수업은 사기업의 서비스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교구 활용이 불가능하다.

안전한 교실 환경에서 주의가 필요한 교구나 비용이 필요한 교구를 쓸 수 있지만, 온라인 상황에서는 불가능하다. 화면으로 보여주기는 가능하지만, 문틈으로 알려주는 것만큼 답답하다.

-참고 자료 보여주기가 어렵다.

멀티미디어 자료를 원활하게 옮겨주는 화상회의 앱은 없다. 컴퓨터를 이용해 믹서하는 PD의 기술을 익혀야 하는데, 수업하며 기술을 쓰기가 쉽지 않다.

-답답하다. 그래서 금방 피곤하다.

영화 인터스텔라에서 조셉이 차원의 벽 너머에서 좁은 틈으로 딸 머피에게 중력을 이용해 모스 부호를 보내는 것 같다. 학생이든 교사든 전체를 보고 듣고 느낄 수 없다. 상대가 보여주는 좁은 창에 의존해야 한다. 분위기 파악이 되지 않는다.

-상호 작용이 현저하게 부족하다.

교사는 말로만 학생과 상호작용하는 것이 아니다. 전체를 조망하며 눈빛과 손짓으로도 상호작용을 하는데, 일대일 화상회의를 해도 부족할 텐데 일대다 손톱만한 화면이 전부다. 더구나 교사가 설명을 하는 동안 화면이나 채팅창을 보기는 어렵다. 한편 교사가 없는 상황에서 학생들끼리의 상호작용은 더 두렵다. 학생들은 휴대폰으로는 화상회의 수업에 접속하고, 컴퓨터로는 서로 게임을 하는 경우도 많다. 게임의 채팅앱 성능이 좋다.

-주의를 집중시킬 방법이 거의 없다.

누워서 화상회의에 접속하거나, 길거리에서 접속하거나, 영상을 꺼두고 다른 일을 하거나, 영상을 켰지만 화면 밖에서 다른 일을 하는 것이 쉬운 상황이다.

 

학생 발달의 측면에서

중학생에게 가장 중요한 또래가 사라졌다. 비교하고 눈치 보고 질투하고 다투면서 또래 관계를 조정하며 자아정체성을 형성하는 중요한 시기에 또래와의 관계가 없어졌으니 발달 결손이 걱정이다. 감각이 시청으로만 제한되어 신체적 발달도 원활하지 않을 것이다. 자발적 주의를 익혀야 할 시기에 자발적 주의를 전제로 한 온라인 수업을 하기 때문에 오히려 산만해질 가능성이 크다. 문예체 활동이 거의 불가능하고 협력과 상호작용이 부족하므로 윤리적 심미적 정서를 발달시킬 기회도 현저하게 적다. 온라인 상에서 혐오 확산과 사이버 폭력이 있을 것이나 지도받을 기회는 거의 없다. 흡연이나 게임 중독의 함정은 훨씬 가깝고 깊어졌다.

 

능동적 학습 활동 불가

learning pyramid에 따르면 대규모 주입식 교육에 적합한 수업 방식이 수동적 배움인 강의, 독서, 시청각, 시범이다. 수동적 배움에서는 학생의 활동이나 반응이 별로 중요하지 않다. 온라인 화상회의는 수동적 학습을 이끌기에도 부족하다. 강의식 수업을 겨우 흉내 낼 수 있다. 시청각 교육이나 시범을 보여주는 것조차 쉽지 않다. 모둠 활동이나 실험 실습, 또래 지도는 불가능하다. 소회의실을 만들어 모둠 활동을 하는 등 프로젝트식 수업을 구성할 수는 있지만, 교사가 없는 화상 회의 문제나 정규 수업 시간을 넘어 과제형으로 되면서 발생하는 문제가 있다.

 

자기 주도적 학습 환경 부재

근접 발달 영역은 불편하고 어렵고 위험하지만, 호기심과 도전과 성취감의 영역이기도 하다. 교실 환경은 안전하게 모험을 하도록 격려하는 환경 구성이 가능하다. 그러나 온라인 화상회의에서는 각 가정이 배움의 공간으로 설정되는데, 가정은 쉼과 안전의 공간이다. 그래서 학습을 하기에는 위험하다. 예를 들어 2020년 중3 과학 교육과정 중 열과 가스가 발생하는 화학반응, 산과 염기, 연소, 현미경 관찰 등이 온라인으로는 불가능했던 과학 학습 활동이다. 물론 과학실험실을 사용하지 못하면 등교해도 실험할 수 없다.

 

평가 왜곡

배움의 내용과 수준을 기록하는 평가가 아니라 생활기록부 기록을 위한 평가를 했다. 몇 번 안 되는 등교 수업은 각종 수행 평가나 지필 평가를 위해 쓰였다. 온라인 수업이 중심이라면 동아리 활동 기록하듯이 전체 수업 시수 대비 참여 횟수와 성취기준 요약으로 성적 기록을 대신하는 것도 가능해야 했다. 2020학년도의 점수는 타당도나 신뢰도가 현저하게 떨어지는 평가의 결과일 것이다.

 

4. 결론

2020학년도에는 그 어느 때보다 선생님들이 애를 많이 썼다. 그러나 그 많은 스마트기기와 그 많은 온라인 수업 도구와 그 많은 시간에도 불구하고 결과는 미미하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실시간 화상 수업이 대면 수업을 대체할 수 있을 것처럼 선전해서는 안 된다. 발달 결손을 심각하게 생각하며 안전한 대면수업을 위한 방안을 함께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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