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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별 과정중심평가 중학교 교원 역량 강화 (강제) 직무연수

 

검은 별(진보교육연구소 회원)

 

 

2015 개정교육과정 ‘강제’ 연수

 

이틀 전 ‘2015 개정교육과정’ 적용에 따른 소위 교사별 ‘과정중심평가’ 중학교 교원 역량 강화 강제 연수에 참여하였다. 이 연수는 2018년 여름 방학부터 시작되었으며 교육청 운영계획에 따르면 향후 5년(2018년∼2022년까지) 동안, 서울(전국 상황은 모름) 소재 중학교의 모든 국어, 영어, 수학, 사회(역사, 도덕 제외), 과학 교과 담당 교사는 이 연수를 강제로 들어야 한다.

지난 여름 방학 직전 최초 연수 대상자 추천시, 교육청은 서울에 있는 모든 중학교에 국영수사과 담당 교사 1명씩 강제 추천을 요구했다. 그 당시 과학교과주임으로 학교 연구부에서 과학 교과 1명 추천을 요구 받았다. 뿐만 아니라 공문에서는 직무연수 5개년 계획 제출도 함께 요구했는데 요컨대 5년 동안 연수 이수 희망 연도를 작성해서 내라는 것이었다(필자가 근무한 학교에서는 이것을 요구하지 않았다. 연구부에서 알아서 대충 작성했는지, 제출하지 않았는지는 모르겠다).

가뜩이나 짧아진 여름 방학 때 날짜를 지정(지역 교육청별로 2일 중 택1 가능)하여 갑자기 추천을 요구했기에, 대부분 교과에서 추천자 선정에 어려움을 겪었다. 억지로 들어야 한다는 것도 문제였고 해당 날짜에 다른 일정이 있는 분들도 많았다. 2개 교과는 어떻게든 대상자를 선정했으나 3개 교과는 추천을 거부 했는데 지속적으로 압박이 들어왔다. 한 교과는 날짜를 바꾸어 준다는 조건(처음에 선택 가능하다고 했던 2일 말고 다른 날)으로 추천을 했으며, 한 교과는 기간제 교사(원래 기간제 교사는 추천 불가였다)를 추천하였다. 과학 교과가 남았는데, 처음에는 그냥 자가 추천을 하고 당일날 가지 말까 하는 생각도 했으나(그놈의 교과주임으로서의 책임감), ‘연수 신청 취소는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며 불가피한 사유 발생 시 교과가 일치하는 대체자를 지정’하라는 친절한 공문 내용이 발목을 잡았다. 결국은 이래저래 버텼더니 여름 방학은 추천을 하지 않고 넘어갈 수 있었다.

그렇게 잊고 있었는데 같은 공문이 겨울 방학 직전에 또 왔다. 고민하다가 교과주임으로서 나를 추천했다. 그놈의 책임감도 조금 있었고 전근 가서 이 문제로 새로운 샘들하고 눈치 볼 생각이 암담하기도 했다. 그리고 새로운 교육과정에 대해 알아야 한다는 생각도 조금은 있었다.

 

 

2009 개정교육과정

 

‘집중이수제’라는 희대의 흑역사를 남긴 지난 ‘2009 개정교육과정’이 적용될 때의 일이었다. 전학교 근무시 마지막 3년간 계속 3학년을 전담했는데 그 때 2009 개정교육과정이 순차적으로 1학년부터 도입되었다. 2학년까지 적용이 되던 해에 전 학교에서 마지막 3학년 담임을 마치고, 새 학교에서 1학년을 맡게 되고 처음 시험 문제를 낼 때 놀랐다. 이원목적분류표에 못 보던 항목이 떡하니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바로 ‘성취기준’이라는 것이었다. 성취기준 말고도 ‘행동영역’에 기존에 있던 ‘지식, 이해, 적용’말고 ‘분석, 종합’이라는 항목이 추가되었는데, 이건 넘어가자(출제된 문제가 어디에 해당하는지에 따라 동그라미만 치면 되었다). 문제는 성취기준이었는데 무조건 이 항목을 채워 넣어야 했다. 다른 분들은 그것도 모르냐는 눈으로 처다 보았다. 성취기준이 나와 있는 책자인지 파일인지를 얻었다. 제목은 ‘과학과 성취기준 및 성취수준’이었다. 근데 ‘성취수준’은 또 뭔가? ‘성취수준’은 해당 ‘성취기준’을 ‘상,중,하’로 평가하는 기준을 서술해 놓은 것이었다. 게다가 단원 마다 ‘단원 성취수준’이 또 따로 있었다. 이번에는 ‘상중하’가 아니라 ‘ABCDE' 성취도를 부여하는 기준을 서술해 놓은 것이었다. 엄청 헷갈렸지만 일단 필요한 것은 ’성취기준‘이었다.

성취기준이라는 것은 끝이 대부분 “~을 안다, ~을 이해한다, ~을 설명할 수 있다, ~으로 나타낼 수 있다”로 끝나는데 가끔 “~을 알아낼 수 있다”도 있다. 예컨대 “저항, 전류, 전압의 개념을 설명할 수 있다”, “실험을 통해 일정 성분비의 법칙을 알아낼 수 있다” 등이다. ‘일정 성분비 법칙’을 스스로 알아낼 수 있는 중학생이 얼마나 될까? 게다가 우리보고 학생이 스스로 알아냈는지를 알아내라는 것인가? 해당 ‘성취수준’에 보면 나름 기준을 제시해 놓았으나 ‘알아내는 것’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결국 시험 문제는 예전과 같이 출제하고 이렇든 저렇든 제일 가까워 보이는 성취기준을 하나 골라 집어넣으면 되었다(사실 해당되는 성취기준이 없는 경우도 있다). 재미있는 것은 ‘성취기준’이라는 것이 대부분 내용이 많아서 액셀 파일로 된 새 양식에 성취기준을 복사해 넣으면, 전부 들어가지 못해서 글자가 잘리거나 폰트를 축소할 경우 글씨가 깨알 같아 인쇄해 놓으면 제대로 알아 볼 수 없었다는 것이다(즉 아무도 볼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근데 그 당시에는 아직 수행평가에서는 성취기준을 요구하지 않았다. 예전의 수행평가 계획서를 그대로 써도 되었다. 근데 2015 개정교육과정은 수행평가에까지 그것을 요구하고 있다. 사실은 작년(2018년)에 중학교 1학년부터 2015 개정교육과정이 적용되었는데, 나는 또 3학년을 담당하여 그 사실을 몰랐다. 과학교과주임이라 1학년을 담당한 선생님이 새로 만든 ‘수행평가 계획서’를 언뜻 보고 유난히 복잡하다는 것은 알았지만 1학년 자유학기제 때문에 그런가 보다 생각했다. 지금 다시 찾아보니 수행평가 계획서에도 ‘성취기준’과 ‘성취수준’이 들어가 있었다.

 

 

집중이수제

 

이렇게 수동적으로 교육과정의 변화에 밀려다녀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대체 왜 누가 어떤 철학을 가지고 이런 교육과정의 변화를 주도하는 것인지 알고, 그냥 밀려서 억지로 대충 하기보다는, 정확히 알고 대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적용 기간도 짧고 졸속적으로 개발되었던 지난 ‘2009 개정교육과정’이 학교 현장에 가장 크게 상흔을 남긴 것이 ‘집중이수제’이다. 집중이수제에 대해 잘 모르시는 분은 별로 없겠지만, 인터넷 나무위키에서 퍼온 자료로 그 흑역사를 정리해 보면 다음 표와 같다(양을 줄이기 위해 내용을 빼고 말을 조금 다듬었다).

 

2009 개정교육과정 ‘집중이수제’(나무위키 자료 요약)

 

1. 개요 : 특정 과목을 일정 기간에 빠르게 몰아서 가르치는 교육제도. 2009 개정교육과정에서 가장 문제가 된 교육제도이다.

 

2. 도입 배경

특정 과목을 특정 학기 또는 학년에 몰아서 배우게 함으로써 학생들의 학업 부담은 줄이고 적은 과목을 깊게 배우게 하겠다는 취지로 도입되었다.

 

찬성 측은 한 학기에 공부하는 과목이 줄어들기 때문에 학생들의 학습 부담이 줄어들며, 한 과목을 집중적으로 배우기 때문에 토론, 실험 같은 것들 더 많이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대 측은 1년치 분량을 한 학기에 몰아서 배운다는 것 자체가 말도 안 되는 실패한 제도라고 주장했다.

 

3. 현실은 시궁창

집중이수제에 대한 평가는 간단히 요약 가능하다. 현실은 시궁창. 2014년 현재, 더 이상 집중이수제에 대한 논란은 없다. 학교, 학원, 선생, 학생 그 누구도 반론을 제기하는 이 하나 없이 깔끔하게 집중이수제는 흑역사 잘못된 교육정책이라고 의견이 통일되었다.

 

-1년에 배우든, 한 학기에 배우든 배워야 하는 양은 똑같다.

-전학을 갈 때에도 문제가 되었다. 과목 할당이 학교 맘이었기 때문에 사회는 같은 내용을 두 번, 도덕은 한 번도 못 배우는 경우가 생긴다.

-교과서도 문제다. 3년치를 한꺼번에 만들어야 했다.

 

4. 폐지

결국 2011~2013년까지 시행된 후 집중이수제에서 8개 과목에 체육 및 예술(음악/미술)교과를 제외할 수 있도록 개정함으로써 사실상 폐지를 결정했다.

 

다만 집중이수제가 완전히 없어진 것은 아니다. 예컨대 중학교 사회과에서는 아직 그 흔적이 남아있다. 집중이수제가 거의 사라져버린 이후에도 도덕, 사회, 역사는 각 학교에서 집중이수제로 배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나마 집중이수제가 말도 안 되는 짓이란 건 각 학교 교사들이 누구보다 잘 아는지라, 이 과목을 한 학년에 몰아넣는 일은 적고 대개 2개 학년 정도로 분산 배치시킨다.

 

잘못된 교육과정의 폐단과 후유증이 이렇게 크지만 누가 어떤 책임을 졌다거나 문책을 당했다는 이야기는 들어 본 적이 없다. 하지만 강제 연수를 듣고 다시 보니 2009 개정교육과정에서 변화된 중요한 다른 축은 ‘성취기준’의 도입이었고, 그것이 2015 개정교육과정으로 이어져 실질적 변화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2015 개정교육과정 과정중심평가

 

교육청 연수 운영 계획에 따르면, 교사별 과정중심평가의 연수 추진 목적은 다음과 같다.

□ 추진 목적

◦ 암기·서열 중심의 평가를 지양하고 미래사회가 요구하는 창의력 및 문제해결력 등 핵심역량을 키워줄 수 있는 학생평가 체제로 개선

◦ 2015 개정 교육과정 적용에 따라 교사별 과정 중심 평가 활성화를 위한 교원의 학생평가 전문성 제고 지원

◦ 서‧논술형 평가 및 교사별 과정 중심 평가 확대에 대한 교원의 공감대 형성 및 준비 지원을 통한 현장의 실질적 변화 유도

 

즉 2015 개정교육과정에서 새롭게 도입된 소위 ‘핵심역량’을 키우기 위해 새로운 학생평가 체제가 필요한데, 그 중심이 바로 ‘교사별 과정중심평가’인 것이다. 교사 입장에서 볼 때 이에 따른 ‘교사별 과정중심평가’에서 실질적으로 다가오는 두 가지 변화는 ‘성취기준에 따른 평가계획의 수립과 평가도구 개발’ 그리고 ‘서‧논술형 평가의 확대’로 보인다.

 

실제로 연수의 주 내용이 바로 중학교 1,2학년 과학 교과에서 한 단원을 정해 성취기준에 따라 평가계획을 수립하고 평가도구를 개발하는 실습을 해 보라는 것이었고, 논술형 평가 확대 요구에 대한 우려 섞인 질문과 답변들이 오고 갔다.

 

연수 책자에 따르면 “과정중심평가는 교육과정의 성취기준에 기반한 평가계획에 따라 교수‧학습 과정에서 학생의 변화와 성장에 대한 자료를 다각도로 수집하여 적절한 피드백을 제공하는 평가이다.”

 

 

성취기준

 

‘성취기준’이 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성취기준에 없는 내용은 평가해서는 안된다. 교사가 중요하다고 생각해도 가르칠 수는 있지만 평가해서는 안된다. 예컨대 과학 관련한 최신 정보는 예시로 들 수는 있으나 시험 문제로 출제하면 안되며, 꼭 필요한 개념이라고 생각해도 평가해서는 안된다. 실제로 연수에 참여한 과학 선생님들이 공통으로 하는 이야기 중의 하나가, 과학적으로 중요하고 필수적이라고 생각하는 개념이 개정교육과정의 내용과 성취기준에서 빠진 경우가 꽤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중학교 1학년 ‘여러 가지 힘’ 단원을 보면, 그 동안 빠진 적이 없던 ‘힘의 개념’이 내용과 성취기준에서 사라졌다. 힘의 개념을 가르치지 말고 바로 힘을 종류별로 가르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개념 학습이 중요한 과학 교과에서 핵심 개념을 삭제한 것은 무엇인가? 내용이 어렵고 많다고 빼버린 것인가? 목욕물 버리면서 아기까지 버리는 형국이다.

 

또한 평가에 목을 맬 수밖에 없는 우리나라의 교육 상황에서 평가에 들어가지 않는 내용은 학생들에게 큰 의미를 가질 수 없다. 또한 성취기준이 가르칠 내용을 규정하기 때문에, 교사별로 교과서를 재구성하여 가르칠 수 있다는 이야기도 큰 의미가 없어진다.

또한 평가에 목을 맬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소위 평가의 공정성에 대한 요구는 매우 크다. 최대의 공정성이 요구되는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정답이 숫자로 명확히 나올 수 있는 일부 수학 문제 빼고 모두 선택형인 것이 이를 웅변적으로 보여준다. 과정중심평가에서 강조하는 수행평가(보고서, 실험실습, 조사발표, 토의토론, 포트폴리오 등)나 서‧논술형 지필평가는 필연적으로 채점의 공정성 시비를 일으킨다. 학생 및 학부모의 평가 결과에 대한 이의 및 민원이 계속 증가하는 것이 그것을 보여주고 있다. 국가 차원의 시험에서도 하지 못하는 것을 교사 개개인에게 요구하고 책임지라고 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드러내고 있는 것이 연수추진방향의 ‘과정 중심 평가 교원 역량 강화를 통해 평가의 객관성과 신뢰도 제고’라는 항목이다. 교사들에게 ‘객관성과 신뢰성을 담보한 평가도구’를 개발하라는 것이다. 따라서 평가시 주관적 판단을 배제하기 위해 채점 기준을 구체적으로 개발할 것을 요구한다. 하지만 주관적 판단을 배제하는 공정한 채점 기준이라는 것이 진정 가능한가? 예컨대 연수 책자에 있던 ‘드라이아이스의 상태 변화 관찰하기’라는 ‘실험실습’이자 ‘서술논술’ 평가 예시를 살펴보자.

 

◦ 제목 : 드라이아이스의 상태 변화 관찰하기

◦ 결과 및 정리 : 관찰한 내용을 기록하고, 관찰된 현상을 상태 변화와 관련지어 설명해보자.

평가 요소

평가 척도

채점 기준

관찰한 내용 기록하기

상태 변화시 일어나는 현상을 3가지 이상 바르게 기록하였음. 남들과 다르게 관찰 현상을 추가로 더 기록하여 뛰어난 관찰력을 보여주었음.

상태 변화시 일어나는 현상을 2가지를 바르게 기록하였음.

상태 변화시 일어나는 현상을 1가지를 바르게 기록하였음.

현상을 과학적 개념으로 설명하기

관찰한 현상이 어떤 상태 변화인지 알고 있고, 상태 변화의 특징을 바르게 설명할 수 있음

관찰한 현상이 어떤 상태 변화인지 알고 있으나, 상태 변화의 특징을 설명하지 못함.

관찰한 현상을 기록은 하였으나, 상태 변화의 종류와 특징으로 관련지어 설명하지 못함.

 

첫 번째 평가 요소의 채점 기준을 잘 보면 채점의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관찰 내용 기록을 평가하는 기준으로 기록한 수(1가지, 2가지, 3가지)를 제시하고 있다. 어떤 기록이 바른 기록인가라는 기준은 제시되어 있지 않다. 두 번째 평가 요소의 채점 기준도 비슷하다. 학생이 답해야 할 것은 사실상 상태 변화의 종류(승화)와 특징, 즉 2가지로 제시되고 있다. 종류와 특징 다 바르게 쓰면 ‘상’, 종류는 바르게 썼으나 특징을 못 쓰면 ‘중’, 종류와 특징을 다 못 쓰면 ‘하’이다. 어떤 것이 관련지어 바르게 설명한 것인가라는 기준이 없다. 대다수의 예제들이 다 이런식이다. 왜 아니겠는가? 주관적 판단이 배제될 수 없는 서‧논술형 문항에 대해 객관적인 채점 기준을 세우라는 모순적 요구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굴레에서 빠져 나올 방법은 없어 보인다. 이러한 채점 기준으로 학생과 학부모의 이의나 민원을 최소화하라는 것이다.

 

 

서‧논술형평가 100% 강제 실시

 

특히 서울시교육청은 올해부터 ‘국영수사과 중 학기당 1과목 이상을 수행평가 또는 서‧논술형 문항만으로 평가를 실시하라’는 지침을 작년 말에 내려 보냈다. 서‧논술형 평가가 아무리 교육적으로 의미가 크다고 해도, 평가에 목을 맬 수밖에 없어 공정성이 요구되는 현재의 상황에서 선뜻 100% 논술형 출제 지침을 환영할 교과는 하나도 없어 보인다. 교육청도 그것을 알기에 ‘5개 교과 중 택1’이라는 기만적인 지침으로 우리 교사들을 우롱하고 싸움 붙이고 있다. 사실 교과별 1명 필수 참여라는 지침을 통해 강제된 이 과정중심평가 연수도 교사들이 서로 눈치보고 때로는 다투게 만들었다. 방울 매다는 것을 거부하지 못하는 한, 누가 먼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매달 것인가라는 문제만 남는다.

 

관련하여 연수 중에 작년에 모 시범학교에서 만들었다는 과학 논술형 문항 예시문이 참고 자료로 제공되었다. 30점짜리 2문제였다. 두 문제 모두 마치 대입수능 국어 영역 문제를 보는 것 같았다. 국어 문제처럼 긴 제시문이 제시되고 그것을 읽고 답하라는 것이었다. 첫 문제는 맛에 관한 것이었는데, 감칠맛 도입이후 여섯 번째 맛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지방맛’에 대한 내용이었다. 소위 과학적 사고력을 기른다는 것 같은데, 채점 기준에 과학 내용에 대한 기준이 전혀 없었다. “글이 논리적인가? 사고가 타당한가?” 등만이 기준으로 제시되어 있어서, 과학 문제가 아니라 국어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해 보면 과목만 뒤집어졌지 이는 지난 수능 문제(2019 수능 국어 31번) 논란과 동일하다. 또한 성취기준에 기반하여 문제를 출제해야 한다는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가라는 생각도 들었다. 지방맛은 당연히 교과서에 없고 성취기준에도 없는데, 사고력을 측정하기 위해서 지문에 제시할 수 있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관련하여 강사샘(강사 교육을 받은 현직 교사)에게 질문했으나 명확한 답은 하지 못하고, 교육청에 물어보겠다는 답변만 들을 수 있었다.

 

사실 이번 연수에서 강조된 ‘성취기준에 따른 평가계획의 수립과 평가도구 개발’은 작년까지는 세세히 강하게 요구되지 않았다. 하지만 2015 개정교육과정 적용 2년차인 올해부터는 학기별로 평가계획을 수립하고 평가도구를 개발할 것이 강하게 요구될 가능성이 있다. 이는 서‧논술형 문항 확대 출제 강제와 함께 학교 현장에 혼란을 일으킬 것이다. 하지만 기만과 강제에 열정으로 답하는 경우는 없다. 지금처럼 교사를 신뢰하지 못하고 대상화하여 지침으로 강제하면서 개정교육과정의 목적을 달성할 수는 없다. 아마 교사들은 내년까지 새로운 평가계획 수립과 평가도구 개발, 서‧논술형 문항 개발에 여념이 없을 것이다. 모순된 지침과 강제 때문에 개발의 초점은 공정한 평가 기준 수립에 맞춰질 것이며, 학생의 변화와 성장을 돕는다는 취지의 다각도의 자료 수집과 학생에 대한 적절한 피드백의 제공이라는 과정중심평가의 핵심 의의는 사라질 것이다. 다시 새로운 요령과 가짜 논술형만 난무할 것이다. 민감한 평가는 모든 것을 뒤집어 버린다. 평가가 과정과 내용을 쥐고 흔든다. 특히 우리나라에서와 같이 입시 도구로 사용되고 평가라면 더 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어떻게 할 것인가? 교육청 지침이니 그냥 따를 것인가? 아니면 거부할 것인가? 솔직히 모르겠다. 2000년대 초 도입된 수행평가도 교육적 의미를 가지고 있었지만 비슷한 문제점도 가지고 있었기에 지금 현장에 남아있는 수행평가의 한계는 명확하다. 과정중심평가나 논술형 평가의 전개도 그렇다. 평가의 민감성 축소와 입시도구로서의 종속을 없애라는 요구와 함께, 그 한계 내에서 나마 과정중심평가나 논술형 평가에 대한 수동적, 대상적 수용이 아니라 능동적 대응을 모색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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