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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교육] 66호 (2017.10.16. 발간)


[권두언]  

의지의 압도적 표현이 필요하다.

 

 

   


   같기도 하고 다르기도 하고

 

   2003년과 2017. 노무현 정부와 문재인 정부.

   우선 둘은 참 비슷하다. 노무현 정부를 문재인 정부가 이어 받았으니 그럴 수밖에 없다. 그들은 자유주의 정치 세력으로 보수와 진보 사이를 오락가락 한다. 수구보다야 개혁적이지만 구조적이고 근본적인 개혁은 주저한다. 노골적으로 재벌의 편을 드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민중의 편도 아니다. 그래서 표면적이고 부분적인 개혁 혹은 개혁 퍼포먼스에 주력한다.

   그렇지만 둘이 놓인 역사적 조건은 다르다. 노무현 정부는 신자유주의 헤게모니가 기세 등등한 시절에 들어섰지만 문재인 정부는 온갖 신자유주의의 폐해가 드러나고 기세가 꺽인 조건에서 들어섰다. 노무현은 노풍이라는 선거 바람으로 들어섰지만 문재인은 촛불 혁명의 세례를 받고 들어섰다. 그래서 적페 청산을 이야기 하고, 비정규직 해소와 집값 안정을 말하면서 노무현 정부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겠다고 한다.

   그들은 동일한 정체성을 가진 세력이지만, 놓인 시대적 조건이 다른 것이다. 그래서 민중들은 한편으로는 기대하고, 한편으로는 염려한다. 민중의 힘과 투쟁으로 보다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변화로 나아가도록 해야 할 과제가 진보진영에 주어진다. 2003년 노무현 정부는 미국과 삼성에의 굴복, 관료주의와의 타협, 신자유주의 투항 선언 등으로 민중을 배신하면서 실패를 시작했다. 민중의 힘과 투쟁에 견인당하는 것이 노무현 정부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는 것이다.

 

   교육 분야만큼은 아직까지 너무도 같기만 하다. 특권학교 폐지, 전교조 합법화 약속을 뒤로 미루면서 노무현 정부의 교육개방, 네이스 강행과 같은 배신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입시 방안 논란과 유예 사태는 교육철학 부재와 혼란은 노무현 정부 초기 모습과 너무도 닮았다. 노무현 정부는 얼마 지나지 않아 네이스, 교육개방을 넘어 성과급, 교원평가, 특목고 확대와 자사고 추진까지 신자유주의 교육 강행의 행동대장이 되어버렸다. 시대가 달라진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가 그렇게까지는 못하겠지만 진정한 교육개혁에 대한 교육주체와 민중의 바램을 저버릴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어 보인다.

 

   하반기 전교조와 교육운동 진영의 총력투쟁은 갈피를 못 잡고 있는 문재인 정부의 교육 정책 기조를 올바로 잡아 나갈 수 있도록 하는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이다. 신자유주의 교육 폐기, 교육적폐 청산, 근본적 교육개혁에 대한 교사대중과 민중의 열망과 의지를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교육 정책 기조가 불투명하고 혼란스런 상황에서 대중적 의지 표명과 투쟁은 신정부의 교육 정책 기조를 규정할 수 있는 중요한 힘으로 작용할 것이다.

 

   압도적 의지 표명이 필요하다.

 

   하반기 총력투쟁의 성공적 전개 여부는 단지 당면 시기의 주요 과제들만이 아니라 향후 몇 년 간의 한국교육의 흐름, 문재인 정부의 교육 정책 기조 자체를 규정하는 중요한 문제이다.

성공적 총력 투쟁의 관건은 대중의 의지와 힘을 얼마나 압도적인 형태로 보이는 가에 달려 있다. 총투표의 압도적인 가결과 그에 기반한 협상력 발휘, 힘 있는 연가투쟁 실현이 필요하다.

 

   혹자는 노무현 정부 시절 정부에 맞선 투쟁 때문에 민중진영과 멀어지고 대중 조직이 힘들어 했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것은 선후가 거꾸로 된 이야기이다. 신자유주의와 관료주의에 투항한 노무현 정부가 민중을 배신했기 때문에 저항들이 일어나고 민중의 지지를 잃은 정권이 약해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문제는 가열찬 투쟁에 있었던 것이 아니라 노무현 정부의 배신을 막을 만큼의 힘과 투쟁이 없었기 때문이며 신자유주의 대세에 휘둘린 주체의 혼란과 분열에 있었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실패하지 않는 길은 신자유주의, 미국과 독점자본에 굴복하는 것이 아니라 민중과 대중의 의지와 투쟁에 굴복하는 것이다.

 

   올바르고 진정한 교육 개혁의 방향타를 잡아 나가기 위해, 하반기 총력투쟁 속에서 교육주체의 의지와 힘을 압도적인 모습으로 실현해 나가야 할 것이다.

 

 

   * 이번 회보는 하반기 총력투쟁을 바라보는 교육정세와 주요 사안 중 하나인 교원평가 투쟁 현황 및 대응 방안, 그리고 향후 교육담론 투쟁의 구도를 '특집'으로 다루었습니다. '기획'에서는 학교폭력을 주제로 현황 및 발달적 관점에서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를 논의해 보았습니다. '담론과 문화'는 여러 훌륭한 기고로 이번 호에도 풍성하게 구성되었습니다. 그리고 '열공'에서는 지난 상반기 동안 연구소에서 진행된 '진보교육학교'의 생생한 세미나 후기를 담았습니다. 그렇지만 죄송하게도 갈수록 과도한 업무로 바빠지는 교육현장 현실과 긴 연휴 일정 관계로 '현장에서'란이 소략해졌고 아쉽게 '만평'이 쉬어 가게 되었습니다. 다음 호에는 더욱 풍성한 회보가 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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