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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기술과 인간 7 – 블록체인과 비트코인

코난(진보교육연구소 회원)

 

 

작년 초로 기억합니다. 친한 친구가 집에 있는 컴퓨터가 랜섬웨어에 감염되었다며 이것저것 물어왔습니다. 랜섬(ransom)은 우리말로 ‘몸값’을 의미하는데, 랜섬웨어는 일반 컴퓨터 바이러스와는 다른 악성 소프트웨어입니다. 친구가 감염된 랜섬웨어는 컴퓨터에 들어 있는 중요한 파일을 몰래 암호화시켜 접근이 불가능하게 만든 후(나중에 생각해 보니 감염 사실을 알기 전 날 컴퓨터가 하루 종일 맹렬하게 작동했다고 합니다. 아마 중요한 데이터 파일을 암호화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화면에 경고문을 띄워 감염 사실을 알리고 돈을 요구했다고 합니다. 파일을 인질로 삼아 몸값을 요구하고 몸값을 지불하면 파일을 원상태로 돌려준다는 것입니다. 친구 입장에서 소중한 파일은 주로 사진 파일이라고 했습니다. 애들이 어렸을 때부터 꾸준히 찍어서 보관해왔던 엄청난 용량의 사진 파일들이 그 컴퓨터에 보관되어 있었던 것입니다. 혹시 몰라 외장 하드에 백업을 해 놓기도 했지만 수년간 방치해 두었더니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며 해결책에 고심하는 중이었습니다.

 

사실 개인용 컴퓨터가 생긴 후 데이터 보관 문제는 중요한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체계적인 방법없이 주먹구구식으로 다루어졌다는 생각이 듭니다. 컴퓨터가 바이러스에 걸리거나 고장이 나서 못 쓰게 되었을 때 기계를 다시 구입하고 프로그램을 재설치하는 것은 돈과 시간만 있으면 가능한 일입니다. 정작 복구가 불가능해서 낭패를 보는 것은 소중한 개인 데이터입니다. 그것은 몇일 밤을 새워 만든 숙제 파일이거나 오늘 밤이 마감인 원고 파일일수도 있고 몇 년간 찍어서 모아놓은 가족 사진일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파일은 백업이 필수입니다. 디지털 파일은 완벽한 복사가 가능하기 때문에 또 다른 원본을 만들어 다른 곳에 보관하는 것입니다. 컴퓨터의 빠른 발달에 따라 백업에 이용되는 보조기억장치는 용량, 속도, 안정성 등의 면에서 많은 변화를 거쳤습니다. 아주 초창기에는 잠시지만 노래를 듣는데 쓰던 카세트 테이프가 쓰인 적도 있으나 곧 컴퓨터 전용의 보조기억장치가 사용되기 시작했습니다. 커다란 검은 종이처럼 보였던 5.25인치 플로피 디스켓부터 작고 튼튼해 보이던 3.5인치 플로피 디스켓을 거쳐 순식간에 CD, DVD 시대가 저물고 지금 우리 주위엔 외장 하드와 USB가 아직 살아남아 명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집을 청소하거나 정리하다가 오래 전에 백업을 위해 깊숙이 보관해 놓은 플로피 디스켓이나 CD, DVD 등을 발견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오래된 그 플로피 디스켓이나 CD, DVD가 설사 온전할지라도 그것들을 재생할 플로피 디스크나 시디롬은 우리 주위에 거의 남아 있지 않습니다. 아직도 많이 쓰는 외장 하드와 USB도 언제 비슷한 처지가 될지 알 수 없습니다. 결국 진정한 백업은 끊임없는 상기와 재생에 있지 않나 생각해 봅니다. 10년 이상 들춰보지 않아 그 존재조차 가물가물해진 백업된 자료는 분실되거나 손상되었다는 것을 안 순간에는 무척 아쉽게 느껴지지만 몰랐다면 10년 이상을 또다시 단 한 번도 들춰지지 않은 채 기억 속에서 완전히 사라진 데이터가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돈(몸값)을 지불한다고 해도 걱정은 여러 가지였습니다. 그 당시 악성 랜섬웨어의 경우 돈을 주어도 파일이 원상복구 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해서 괜히 돈만 날리는 것은 아닌지, 복구 방법 자체도 복잡해서 어떻게 잘 할 수 있을지, 추적을 피하기 위해 비트코인으로 돈을 지불하라고 하는데 그것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이 다 고민이 되는 것 같았습니다. 친구와 이거저것 대화를 나누었지만 큰 도움이 되지는 못했습니다. 몇 일후 다시 연락을 받았는데, 친구는 인터넷을 검색하여 실제로 똑같은 랜섬웨어에 감염되었다가 돈을 지불하고 파일 복구에 성공한 사례를 보고 복구 시도를 하겠다고 하였습니다. 또한 재미있는 것은 비트코인 구입 및 지불과 파일 복구까지 수수료를 받고 대행해 주는 업체(?)가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업체는 지방에 있는데 직접 방문하지 않고 컴퓨터에 원격 접속 프로그램을 설치하여 모든 작업을 진행했다고 합니다. 작업 수수료는 10만원 정도를 요구했던 것으로 기억하며 몸값으로 지불할 돈은 1비트코인 이었는데, 1비트코인 가격이 상당한 금액이었습니다. 그 당시만 해도 저는 비트코인의 존재는 알았으나 무관심하여 실제 가격은 전혀 가늠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비트코인 가격에 대해 처음으로 듣는 기회가 되었는데, 그 당시 1비트코인은 우리 돈으로 100만원이 조금 넘는 정도였습니다. 친구말로는 그 전 해에 해결한 사람도 1비트코인을 지불했는데 그 때 시세는 60만원 정도였다고 합니다. 몇 개월만에 시세가 2배 정도 오른 것입니다. 2018년 현재 1비트코인 가격은 1000만원에 육박하고 있으니, 최근에 1비트코인을 요구받았으면 친구도 파일 복구를 포기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친구는 수수료와 몸값을 지불하고 업체의 도움을 받아 파일 복구에 성공했다고 합니다. 암호화된 파일을 원상태로 돌리는 복구 과정에서 다시 컴퓨터가 맹렬히 작동했고 하루 정도가 걸렸다고 들었습니다.

 

두 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첫째 비트코인은 그 특유의 익명성으로 분명 범죄에 이용되고 있었습니다. 둘째 시세 변동이 매우 크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투자 수익을 바라고 투기에 참여할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둘 다 비트코인의 부정적 측면이며 이는 요즘 더 분명히 드러나고 있습니다. 그냥 산술적으로 생각해 보아도 그 당시 보다 현재 비트코인 가격이 10배 이상 올랐으니 이런 수익이 어디 있겠습니까? 실제로 2017년 비트코인 투기는 우리나라에서 사회적 문제가 되기 시작했고 일반인은 물론 대학생들까지 비트코인 투기에 참여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비트코인은 그 등장부터 약간 극적이고 신비로운 측면이 존재합니다. 비트코인은 ‘사토시 나카모토‘라는 사람이 2008년 10월 "Bitcoin: A Peer-to-Peer Electronic Cash System"이라는 제목의 9쪽짜리 논문을 ’https://bitcoin.org/bitcoin.pdf’에 올리며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이 논문은 비트코인의 원리를 이론적으로 설명했을 뿐이고 이를 실제로 적용한 프로그램이 공개되어 비트코인이 발행되고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2009년도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사토시 나카모토라는 사람이 누구인지 지금도 알려져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이 사람이 비트코인을 만든 것은 분명하지만 위치 추적을 어렵게 만들어 신원을 감추었다는 것입니다. 당연히 이름도 실명이 아니고 유창한 영어로 활동(논문도 영어)했기 때문에, 사실 이 사람이 일본인이아니라거나 심지어 단일 인물이 아니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습니다. 그리고 언제부터인가 활동을 중단한 상태여서 지금은 비트코인 운영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사토시 나카모토는 비트코인 개발자로서 초기에 비트코인을 상당수 발행하여 소유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발표한 ’2017년 세계 억만장자‘리스트에서 그는 109위에 올랐으며 이는 239위를 기록한 삼성 이재용의 두 배 수준이라고 합니다. 익명의 억만장자가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은 비트코인 특유의 익명성에 기인합니다.

 

사실 제가 비트코인을 처음 알게 된 것은 작년 초에 친구의 랜섬웨어 이야기를 듣기 몇 년 전이었습니다. 즉 4차 산업혁명이니 블록체인이니 하는 말이 나오면서 비트코인이 본격적으로 각광 받기 전이었습니다. 원래 컴퓨터나 인터넷에 관심이 많았던 저에게 비트코인이라는 개념은 생소하면서도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것이었습니다. 게다가 기존의 은행 시스템과 같은 중앙이 없이 개인 대 개인으로 거래의 신뢰를 보증할 수 있다는 것이 어려우면서도 매력적으로 느껴졌습니다. 사실 더 일반적으로 P2P(Peer to Peer)라 불리는 컴퓨터 쌍방향 파일 전송 시스템은 (제 주관적 느낌일 수도 있지만) 뭔가 막연히 혁신적인 또는 자유로운 것을 연상시키는 측면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P2P라는 것이 대중적으로 알려지고 널리 쓰인 계기가 된 것은 한 때 유명했던 MP3(음악 파일) 공유 프로그램 ‘소리바다’였습니다. 소리바다를 둘러싼 논란은 음악 산업을 중심으로한 지적재산권 문제에 대해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기존의 LP나 카세트 테이프와 같은 아날로그 기술 기반 음반의 경우 오래 사용할 경우 물리적 마모에 의해 음질이 저하되는 문제를 가지고 있습니다. 물론 LP의 아날로그 음향을 선호하는 사람들 중에는 그러한 음질 저하까지 좋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는 것 같습니다. 찍찍거리는 잡음에서 오래되어 빛바랜 사진에서 느끼는 것과 비슷한 감정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어쨌든 개인용 카세트 테이프 녹음기의 보급과 함께 카세트 테이프에 좋아하는 음악을 골라 정성스럽게 녹음하여 친구들에게 선물하는 일이 많았던 기억이 납니다. 이는 개인적 선물을 넘어 확장되어, 엄청난 양의 불법 녹음 카세트 테이프가 길거리 노점에서 판매되었습니다. 그 때는 지적재산권에 대한 개념이 부족해서인지 아직 음반 산업에 큰 피해를 입히지 않아서인지 대부분의 사람들이 별 문제 의식없이 개인이 소유한 음악을 복사하여 자유롭게 주고받으며 음악을 공유했습니다. 그러다가 CD를 필두로 한 디지털 기반 음반이 나오게 되면서 CD를 통한 음악 복사가 시작됩니다. 디지털 음원의 경우 복사를 해도 음질 저하가 전혀 없습니다. 또 다른 원본이 생기는 것입니다. 이는 MP3로 대표되는 음악 파일이 일반화되고 인터넷이 등장하여 손에서 손으로 전달되는 복사 CD를 넘어서 파일 공유가 가능해지면서 큰 문제가 됩니다. 음질 저하 없는 음악 파일을 집에 가만히 앉아 클릭만으로 순식간에 얻을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이때부터 음반 회사는 인터넷 홈피 등에서 공개적으로 음악 파일을 주고받는 것을 단속하게 되는데, 이 때 그 문제를 P2P 방식으로 우회한 것이 소리바다였습니다. 소리바다는 P2P 파일 공유를 가능하게 하는 프로그램일 뿐이고 실제로 음악을 주고받는 것은 개인들이었기 때문입니다. 마치 개인들끼리 자신 소유의 음악을 카세트 테이프에 녹음하여 공유하는 것과 같다고 말입니다. 하지만 음질 저하 없는 무차별 복사는 음반 회사 입장에서는 큰 손실을 초래하게 합니다. 이에 대한 수많은 논란을 여기서 더 다루지는 않겠습니다. 동일한 논란은 이후 P2P 기반 파일 공유 서비스였던 당나귀, 프루나 등을 거쳐 지금의 ‘토렌트’까지 이어지고 있으며, 토렌트는 지금도 수많은 사람들이 인터넷을 통해 불법으로 동영상을 공유하는데 이용되고 있습니다.

 

사실 인터넷 자체에도 P2P라는 개념이 녹아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인터넷 자체가 중앙이 없이 전세계적으로 연결된 컴퓨터 네트워크입니다. 인터넷이라는 정보의 바다를 통해 누구나 자유롭게 정보를 공유하고 소통하는 것이야말로 인터넷을 통한 민주주의의 이상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하지만 현대의 인터넷이 그러한 긍정적 측면만 가지는 것은 아닙니다. 인터넷 사이트가 폭발적으로 증가함에 따라 필요한 정보를 찾게 해주는 검색 서버스가 중요하게 되었고, 인터넷 검색 서비스로 성장한 구글이나 우리나라의 다음이나 네이버와 같은 포털 사이트에 대한 사용자의 의존성은 엄청나게 커졌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특정 포털을 이용하여 인터넷에 접속하게 됨에 따라 어느 정도 필터링된 특정 정보만 접하게 되는 문제가 생기며, 이는 인터넷을 통한 자유롭고 민주적인 소통에 역행하는 결과를 낳게 됩니다. 이는 SNS(트위터, 페이스북, 카톡, 밴드 등등)에도 똑같이 적용됩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2002년 월드컵 응원을 계기로 시민들이 광장으로 진출하기 시작하면서 굵직한 정치적 사안 때마다 이루어진 광장의 촛불 집회(미선 효순 촛불, 노무현 탄핵반대 촛불, 광우병 촛불, 박근혜 탄핵 촛불) 때 인터넷이 중요한 매개 역할을 했다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인정하고 있는 생각입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일베나 가짜 뉴스로 대표되는 인터넷의 부정적 역할도 그에 못지않게 드러나고 있습니다. 인터넷과 같은 새로운 미디어의 출현이 초기에는 새로운 소통의 가능성을 열어 민주적인 소통에 긍정적 역할을 하기도 하지만 그 사용에 긍정적 측면만 존재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결국은 정보를 접하는 사람이 올바른 정보와 가짜 뉴스와 같이 잘못된 정보를 어느 정도 거를 수 있는 기본적 판단력이 없다면 오히려 인터넷은 거짓을 퍼뜨리는 도구가 될 수도 있습니다.

 

P2P 방식으로 중앙 기관에 의존하지 않고 수수료 부담없이 자유롭고 신속하게 거래를 할 수 있다는 비트코인에도 많은 부정적 측면이 있습니다. 비트코인의 기반 기술을 블록체인이라고 하는데, 중앙 관리자 없이 수많은 사용자들 간의 개인적 거래를 거짓 없이 기록하고 조작을 방지하고 신뢰를 확보하기 위해 블록체인은 P2P 네트워크는 물론 해시, 암호화, POW(작업증명) 등의 기술을 다차원적으로 종합하여 적용한다고 합니다. 그 이론적 기반을 인터넷을 통해 살펴보았는데 정확히 이해가 되지는 않았습니다. 어쨌든 그 아이디어는 치밀하고 정교해 보였으며 그 시스템이 거의 십년간 유지되고 발전하는 것을 보면 기본 아이디어가 어느 정도는 옳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개발자가 스스로 밝히고 있듯이 블록체인에는 원리적으로 약점이 존재합니다. 블록체인이 거짓 거래 정보나 이중 지불 문제 등을 해결하고 올바른 거래 정보만을 기록, 저장, 유지하기 위해서는 전세계 비트코인 P2P 네트워크의 누군가가 암호화 해시 문제를 풀고 작업증명을 하는 과정을 수행해야 합니다. 이 암호화 해시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엄청난 연산이 요구되며 비트코인 네트워크가 커지고 거래가 많아질수록 그 연산량은 계속 증가하게 됩니다. 이 때 그 연산을 수행하여 작업증명을 하고 전체 블록체인의 신뢰를 보장해 주는 대가로 지급되는 것이 바로 비트코인입니다. 그래서 그 과정을 옛날에 화폐로 쓰였던 금을 채굴하는 과정에 빗대어 채굴이라고 부릅니다. 이 대가를 얻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컴퓨터를 이용하여 채굴에 참여하며 이를 통해 전체 네트워크의 신뢰가 보장됩니다. 이 때 정보의 진실성 여부를 판단하는 과정은 쉽게 표현하여 다수결로 보입니다. P2P 네트워크 상에 서로 상충되는 거래 정보가 전달될 경우 다수에 의해 작업증명이 이루어진 정보가 유지되고 소수의 정보는 폐기되는 메커니즘이 존재합니다. 이 때 다수결의 기준은 사람 수가 아니라 암호화 해시 문제를 푸는 능력, 즉 컴퓨팅 파워라 불리는 컴퓨터 연산 능력이 되는데, 만의 하나 전체 비트코인 P2P 네트워크의 컴퓨팅 파워의 절반 이상을 통제할 수만 있다면 기존의 블록체인(거래 내역 장부)에 거짓 거래 정보를 심는 것이 가능해 집니다. 이를 소위 51% 공격이라 부릅니다. 하지만 이런 행위로 거짓 정보가 들어올 경우 전체 비트코인의 신뢰성이 깨지기 때문에 비트코인의 소유로 인해 경제적 이득을 얻는 채굴자들이 경제적으로 손해가 되는 이런 일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결국 현재 시스템의 유지가 본인에게 이득이 되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만약 어떤 이유로 이해 관계가 달라진다면 이야기는 달라질 것입니다. 또한 비트코인 네트워크 자체가 엄청나게 커졌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51%의 컴퓨팅 파워를 결집시킬 수는 없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물론 비트코인 네트워크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다 개인 자격으로 참여한다면 그럴 것입니다. 하지만 비트코인 네트워크가 커지고 가치가 상승하면서 채굴이 기업화되고 소수에게 집중되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비트코인 네트워크가 작았던 초기에는 채굴이 개인에 의해 이루어졌다면, 지금은 채굴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일반 컴퓨터의 두뇌에 비유되는 CPU(중앙처리장치)를 넘어 GPU(그래픽처리장치)가 사용되고 전용 채굴기(전용 칩)까지 개발되어 판매되고 있다고 합니다. GPU는 컴퓨터 그래픽카드의 핵심 장치로 엄청난 연산을 필요로 하는 화려한 3D 게임을 돌리기 위해 필요한 장비인데 비트코인 채굴에 적합한 연산 능력을 가진 것이 알려지면서 전용 채굴기가 나오기 전까지 기존 그래픽카드의 가격을 상승시킬 정도로 엄청나게 이용되었다고 합니다. 또한 채굴이 집단화되면서 암호화 해시 문제를 나누어서 풀고 이익을 공유하는 채굴 풀(집단)이 형성되었으며 엄청난 전기료 때문에 상대적으로 전기료가 싼 시골에 장치를 모아놓고 하루 종일 채굴을 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현재 전기료가 싼 중국의 몇몇 채굴 풀이 전체 비트코인의 상당량을 보유하고 네트워크를 이끌고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은 전체 비트코인 네트워크의 불안 요소라는 생각이 듭니다. 일베나 태극기 부대처럼 소위 다수의 건전한 개인들의 자유로운 의사 표현으로 보장되는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세력이 존재합니다.

 

위에서 살펴보았듯이 원리상 블록체인 기술과 비트코인은 불가분하게 결합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간혹 투기성이 강한 비트코인과 미래의 기술인 블록체인을 분리하여 대응하자는 말도 나오고 있는데 현재로서는 가능하지 않은 일로 보입니다. 특히 요즘에는 비트코인의 기반 기술인 블록체인이 4차 산업혁명의 혁신 기술 중의 하나로 인식되면서 뭔지 모르고 어렵지만 받아들이고 따라 가지 않으면 뒤처지는 것이 아닌가하는 느낌을 주고 있습니다. 그러한 느낌에 기반한 상용화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 속에서 조금씩 커왔던 비트코인은 투자 수익이 크다는 인식이 퍼지기 시작하면서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요즘 엄청나게 오른 비트코인 시세를 보면서 저도 처음에 비트코인을 접했을 때 투자를 했다면 큰 돈을 벌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 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는 비트코인이 오르고 있는 상황에서의 결과론적 생각일 뿐입니다. 사실 현재 비트코인의 상황은 주식 투자와 비슷하다는 생각입니다. 비트코인이 상용화 되어 화폐로 이용되지 않는 상황에서 비트코인은 그 자체가 거래소를 이용해 구입해야 하는 주식 비슷한 것이며, 비트코인을 화폐로 주고받는 곳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비트코인을 사용하려면 거래소에서 주식처럼 현금으로 환전해야 하는 것입니다. 아직 비트코인은 화폐가 아니라 그 자체가 투기 상품입니다.

 

다소 두서없었던 글을 정리해 보고자 합니다. 비트코인은 분산형(탈중앙) 신뢰 네트워크라는 아이디어가 잘 실현된 시스템인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비트코인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글을 보면 화폐의 실체가 믿음이라 말합니다. 금본위제가 폐지된 이후 현재의 국가별 화폐가 일부 그런 성격을 가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며, 현금이 아닌 카드나 티머니 등의 사용이 점점 많아지면서 화폐가 믿음에 기반한다는 생각은 더욱 그럴듯해 보입니다. 하지만 화폐의 가치가 순전히 사회적 약속에 기반한 믿음이라는 것에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 사실 국가에 의한 보증이 더 중요한 요인입니다. 또한 아무리 비트코인의 아이디어가 훌륭하고 믿을 만하다고 해도 현실적으로 다른 화폐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갑자기 많은 사람들이 비트코인을 써야 할 의무도 유인도 없습니다. 게다가 비트코인의 아이디어와 소스 코드는 공개되어 있기 때문에 실력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비트코인와 같은 새로운 암호화폐를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이미 비트코인 이후에 새롭게 등장한 암호화폐도 여러 가지 있습니다. 이런 암호화폐들이 가치를 지닌 것처럼 여겨지고 실제로 고액으로 거래되는 이유는 역설적으로 암호화폐를 화폐로 받아들이자는 신뢰나 약속이라기보다는 비트코인으로 인한 투기의 가능성이라는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사토시 나카모토라는 익명의 개인의 아이디어로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진 비트코인은 처음에는 실력있는 프로그래머들 사이에서 장난감처럼 이용된 것으로 보입니다. 비트코인의 역사에서 처음으로 현실적 거래가 이루어진 것이 피자 구입이라고 하는데, 그 당시 피자 구입에 지불한 비트코인 금액을 현재 시세로 환산하면 엄청난 금액이 된다는 것이 이를 보여줍니다. 현재의 비트코인은 과장하면 소수가 이용하던 장난감이 너무 인기를 끌어 국가적 대응이 필요할 만큼 커다란 사회적 문제로 성장한 것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소수의 사람이 고스톱을 치며 노는 것은 규제 대상이 아니지만 판돈이 커지고 도박적 성격을 띠면서 피해자가 생기게 될 경우 국가가 규제를 하게 되는 것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우리나라의 경우 비트코인을 규제와 통제 대상으로 보고 대응하기 시작하는 것 같은데 그것을 상용화의 신호로 오해하거나 의도적으로 확대 해석하는 경우도 있는 것 같습니다. 또한 국가의 인정이나 통제를 기대하는 것 자체가 탈중앙 신뢰 네트워크라는 이상에 반하는 것이라는 생각도 해봅니다.

 

그렇지만 현재 국가별로 가상 화폐에 대한 정책은 매우 극단적으로 갈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중국과 러시아의 경우 가상 화폐 거래를 금지하고 있고, 반대로 일본과 영국과 같이 비트코인의 통화 기능을 인정하고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미국과 유럽연합의 경우 불간섭 원칙을 택하고 있답니다. 이렇게 정책이 갈리는 이유는 아직도 국가별로 가상 화폐에 대한 공통의 인식이 수립되지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피해나 문제가 크지 않을 경우 관망하는 자세의 불간섭 원칙이 존재할 수도 있고, 국가 차원에서 기술적 선도를 위해 적극적으로 인정을 하거나, 사회의 기반을 흔드는 행위로 보고 금지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사실 가상 화폐에 대한 전망은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큰 논쟁거리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의 경우 “비트코인이 달러보다 낫다“라고 하며 낙관적 전망을 내 놓기도 하고, 투자의 대가라 불리는 워렌 버핏은 ”비트코인에 막대한 가치가 있다는 말은 수표를 만드는 종이에 가치가 있다는 것과 마찬가지로 우스운 얘기"라고 했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비트코인 열풍이 불며 시세가 등락을 거듭하고 있는 것은 분명 투기적 성격 때문이며, 투기적 성격이 사라지지 않는 한 안정적인 상용 화폐로 인정받을 수 없습니다. 또한 상용 화폐로 인정받지 못하는 한 비트코인의 가치를 유지해 주는 것은 투기에 의한 수익 창출이라는 부당성에 있을 뿐이라는 것을 분명히 인식해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블록체인은 이제 10년째 접어들고 있는 신생 기술입니다. 비트코인의 한계를 넘어선 새로운 블록체인의 진화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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