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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교육] 64호 (2017.04.10. 발간)


[교단일기]

'17강림44' 교실에서 보내는 편지


임성무_대구 강림초등학교 교사







‘17강림44’ 교실에서 보내는 편지 7

헌법재판소 박근혜 파면 결정과 민주주의 


대한민국 헌법1조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로 되어있다. 오늘은 우리가 살면서 국가의 최고 권력이 대통령에게 있지 않고 국민에게 있다는 엄중한 사실을 체험한 날이다. 탄핵이 인용 된지 얼마 지나지 않았음에도 네이버와 다음 인물정보에서는 벌써 전 대통령이라고 수정되었다. 빠르기도 하지만 인정사정 봐주지 않는다.

창체시간에 대통령 탄핵 결정을 하는 헌법재판소 생중계를 보았다. 행복시간 줄넘기를 하고 온 아이들은 방송 시간 전에 신이 났다. 막상 방송을 시작하자 아이들이 너무 진지해서 놀랐다. 대통령 파면이 결정되자 아이들의 어색한 반응을 보였다. 무슨 리액션이라도 해 보라고 하니 뜨뜻미지근하다. 아이들의 느낌을 물어보니 기분이 아주 좋다 6. 좋다 9, 마음이 좀 섭섭하다 2, 섭섭하다 1명이다. 막상 결정이 되니 나도 좀 섭섭하다. 나는 이런 일이 다시는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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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과 일기장을 꺼내서 지금 기분을 글로 썼다. 아이들 글이 궁금하다. 아이들은 지금의 현실을 어떻게 기억할까? 부모님을 따라 서울까지 가서 태극기를 들었다는 아이는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니 나는 마음이 아팠다. 대부분의 아이들도 신명나지는 않았던 모양이다. 그랬겠지 국민과 나라를 대표하는 대통령이 주인들의 말을 듣지 않고, 헌법을 지키지 않고 잘못에 대해 사과도 제대로 하지 않고, 온 나라를 이렇게 혼란스럽게 하고 그 자리에서 쫓겨났으니 아이들은 이해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별 수 없다. 개인 박근혜나 탄핵을 반대했던 사람들은 섭섭할지 몰라도 나라 전체를 생각하면 별 수 없다. 그가 누구든지 주인인 국민을 섬기지 않으면 주인인 국민들은 언제든지 맡겨두었던 권력을 빼앗는다는 민주주의의 대원칙을 확인한 것이다. 이제 누구라도 주인을 섬기지 않고서는 대통령이든, 국회의원이든, 시장이든, 군수이든, 교사이든 그 자리를 서려고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오늘 아이들은 민주주의를 생생한 현장을 통해 배운 셈이다. 우리 반 아이들 중에서 좋은 미래 대통령이 나오면 좋겠다. 나로서도 내 평생 살면서 이 땅의 민주주의를 위해, 참교육 교육혁신을 위해 애쓰고, 온갖 어려움들을 겪으면서도 이런 날이 올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았다. 나는 그저 세상의 생명 평화 정의 사랑의 나라가 이 땅에 이루어지도록 기도하면서 그저 작은 빛과 소금이 되자는 생각으로 살려고 했다. 그러면서 설사 내가 사는 동안 이루어지지 않더라도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실천하고 알려야 한다는 생각으로 살아왔을 뿐이다. 4.19혁명 같은 일은 직접투표를 하는 지금 세상에 오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그런 날이 왔다. 촛불의 힘은 대단하다.

5교시에는 아이들이 미술을 하자고 해서 자화상 그리기를 했다. 목표는 내 마음에 들 때까지 그리고 집에 가는 것이다. 그래 무슨 그림이든 먼저 내 마음에 들면 되는 것이다. 친구들이나 선생님의 평가는 그 다음 문제이다. 칠판에 붙여두고 서로 감상하느라 신이 났다. 양전한 줄 알았던 수진이는 이상한 자화상을 하나 더 그려왔다. 아이들이 그린 그림을 보면 아이들의 머리는 큰데 목이나 어깨가 아주 좁다. 아직 있는 그대로 관찰하는 데 까지 발달하지 못한 것이다. 관찰 능력을 기르도록 돕는 노력을 더 해야겠다.

아이들 글을 공개하려고 하니 **이 글이 마음에 걸려서 공유하지 못하겠다. 아무튼 오늘은 대한민국 민주주의 만세!’ 날이다. (2017. 3. 10.)

 




 

‘17강림44’ 교실에서 보내는 편지 20

학부모 수업참관, 쑥떡쑥떡 거리며 친해지기

 

어제 쑥떡을 찾으러 갔더니 떡집 주인이 쌀 1만개가 몇 g인지 물었다. 무게를 달아보지 못했다고 했더니 220~230g이라고 했다. 아이들에게 쌀 1만개를 잘, 빨리, 쉽게 세는 법을 물었을 때 아이들이 여러 가지 방법을 말했는데 그 방법이 무게를 재거나 부피를 재는 것이라고 알아냈다. 쑥은 10명 정도 뜯어왔는데 쑥이 좀 모자랐지만 쑥떡은 쑥 향으로 가득했다. 집에 가서 맛보려고 보니 떡이 떡 달라붙어서 내일 떡 나누다가 시간을 다 보내겠다 싶어 아내와 떡과 콩가루를 물물교환해서 떡에 고물을 묻혀두었다. 아침에 들고 오니 아이들이 떡이 왔다고 좋아했다.

1교시에는 부모님을 환영하는 노래를 부르자고 새싹들이다를 배웠다. 노래를 더 익혀야 하는데 당김음은 잘 익혔는데 4박자 지휘를 하는데 아이들 손을 보니 난리도 아니다. 노래를 익히다가 음악을 틀어두고 칠판에 지휘 그림을 그려놓고 손가락으로, 손으로, 팔로 지휘를 해 보았지만 엉망이었다. 그래서 급히 단순하게 을 써 두고 하나 삼 각 형방식으로 익혔다. 이제 좀 되는 것 같았다. 무엇이든 아이들의 발달이 다르기 때문에 교사는 끊임없이 더 쉬운 방법으로 설명하고 가르치고, 익히게 해야 한다. 기타반주에 맞추어 새싹들이다를 익혔지만 2교시 부모님들이 왔을 때는 어제 감상한 모차르트의 밤의 작은 음악을 틀어두고 수업을 시작 했다.

아침에 부모님들이 오면 바로 옆자리에서 같이 앉아 수업을 해 보자고 참관하러 오는 아이들은 의자를 자기 자리 옆에 가져다 두었다. 할머니도 두 분이나 오셨다. 엄마들도 모처럼 초등으로 돌아가서 같이 수업을 하자고 안내하고 수업을 시작했다. 어제 아이들에게 엄마들이 오면 무슨 과목을 하면 가장 자신있겠나하고 물었더니 과학을 하자고 해서 사회를 하기로 한 것을 취소했다. 오늘은 분류하기와 추리하기를 같이 했다. 사이사이 부모교육도 할 겸해서 분류에서 중요한 것은 기준을 무엇으로 정하나인 데 교사나 부모가 아이의 시험 점수로만 분류하지 말자고 했다. 오후에 아버지 한분이 상담을 하러 왔는데 참관을 한 어머니가 색다르고 참 좋았다고 하더라고 전해 주었다. 뭐라도 틀에 박힌 것은 재미가 없다. 뭐라도 재미가 없으면 하는 맛도 없다.

수업을 마치고 어머니들이 쑥떡을 잘라서 아이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떡은 순식간에 없어졌다. 더 먹으면 점심을 못 먹을 것 같아서 그만 먹자고 했다. 효민이와 채윤이, 밝음이는 커피와 우엉차, 끓인 물을 들고 어머니들을 찾아다니며 차를 대접했다. 쉬는 시간에 여학생들이 나와서 오늘 부모님이 오지 못한 아이들에게는 떡을 하나 반씩, 나머지는 하나씩 담아 나누어 주었다. 얼마 되지 않지만 집에서 떡 먹으면서 이야기를 나눌 모습을 생각하니 궁금하다.

오늘 아이들 일기장을 20일 만에 거두어 보았다. 여기저기 접거나 붙여 둔 것이 많다. 일기를 읽으면서 앞으로 글쓰기에 더 힘을 써야겠다고 계획을 세웠다. 5교시 체육시간에 아이들은 제기, 비석, 무궁화를 신나게 했다. 내가 보면 별 재미가 없는데도 아이들은 무궁화가 그렇게 재미난 모양이다. 끊임없이 웃는다. 제기는 남자 아이들 5, 여자 아이들이 3개가 목표이다. 제기를 차고 있으니 지킴이 할아버지, 주사님, 5학년 정선생, 행정실 이선생까지 와서 차는데 잘 차신다. 학교 설명회를 마치고 오던 교장선생님이 급히 운동화를 갈아 신고 와서 무려 제기를 15개를 찾다. 아이들의 환호가 온 학교에 가득해졌다.

오후에는 현준이 어머니와 상담을 하고 있는데 화동 제자들이 전화가 왔다. 빨리 4월에는 만나자고 한다. 영남일보 이기자가 전화가 와서 요즘 내신 1등급 출신 교사들 가운데 교사로서 힘들어 하는 경우가 많은 것에 대해 자문을 구했다. 전화가 한창일 때 민채 아버지가 왔다. 아버지 혼자서 상담을 오는 것은 내 교직에서 처음이다. 참 반듯하시고 따뜻한 분이다. 어머니들하고 상담하는 것 보다 남교사인 나로서는 더 편했다. 담임이 누구인지 인터넷 검색도 하고, 페이스북과 밴드 글도 읽어서 나에 대해서 잘 이해하고 오셨다. 교사는 공인이기도 하지만 온 세상에 알려진 나로서는 더 공인으로서 살아야 하는 책임감이 있다. 크게 부담을 갖지는 않지만 그 덕에 더 잘 살려고 한다.

오늘은 아이들끼리 놀이를 하는 사이에 먼저 내 혼자 점심을 먹고, 나와서 흩어진 신발주머니를 정리해 두고 가만히 앉아 해바라기처럼 있으니 모처럼 날이 참 좋다. 참 따뜻하다. 점심을 먹고 오는 아이들도 곁에 앉게 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체육시간에 제기를 차다가 싸운 지한이와 민결이는 언제 싸웠느냐는 듯이 잡기 놀이로 바쁘다. 내가 여자 아이들에게 저 두 놈들이 아까 어떻게 싸웠는지 흉내를 내어 주었더니, 나경이가 내일 국어시간에 이 이야기로 수업을 하자고 했다. 너무 싱겁게 끝나버려서 수업할 만큼은 아니라고 했다. (2017. 3. 29.)

 

 




 

‘17강림44’ 교실에서 보내는 편지 21

첫 단원평가, 시험은 틀리는 것이에요.

 

<선생님의 반전> “오늘 선생님이 수학시험지를 주셨다. 선생님이 말씀하셨는데 나는 너무 당황하였다. 왜냐하면 선생님이 맞추지 말고 틀리라고 하셨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부러 7개 틀렸다. 근데 동우는 10개나 틀려서 자유시간 초콜릿을 받았다. 나는 동우기 부러워서 다음엔 11개 틀리도록 노력하겠다.”(임재준)

<수학시험> “오늘 수학 시험을 하였다. 선생님이 많이 틀리라고 하였다. 그래서 내가 살짝 웃고 선생님이 민규를 가르칠 때 말이 웃겨서 많이 못 풀었다. 그래서 5개는 못 적어서 틀렸다. 다음에는 꼭 수업에 집중 하겠다. 나중엔 꼭 발전이 있기를 기원하며. 오늘 일기 끝.”(임동우)

 

오늘 큰 수 단원평가를 하면서 시험은 틀리려고 치는 거니 많이 틀려라.”고 했더니 아이들 반응이 예상했던 대로였다. 아이들 일기를 보면 참 편해졌다는 아이들이 많다. 또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도 했다. 끝나고 동우를 맨 먼저 불러내어 상을 주었다. 다 맞힌 채윤이 표정이 어둡다. 그래서 채윤이에게도 상을 주고 박수를 쳐 주었다.

평가를 하는 목적이 아이들의 성장과 발달을 돕는 것이 먼저이다. 그러려면 아이들이 모르는 것을 틀려야 고치고 다듬고 보탤 수 있다. 뭐라도 배울 땐 그래야 한다. 하지만 우리 학교현실에서의 평가는 경쟁하고 서열을 메기고 그 결과로 차별하기 때문에 우리 모두가 괴로운 것이다. 나는 그 딜레마를 교실 일상에서 깨뜨리고 싶다. 설사 세상이 그렇다 하더라도 나는 그것이 아니라는 것을 아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바뀔 것이라고 믿고 살아가고 있다.

국어시간에 이야기의 줄거리를 정리하는 공부를 했는데 아이들이 힘들어 한다. 인물의 성격을 말하는 것도 어떤 말을 하는 것을 보니 성격이 oo. 어떻게 행동하는 것을 보니 성격이 oo다 식으로 연습하고 또 연습을 한다. 줄거리도 이 단원이 아니어도 동화든 일기든, 우리 반 사건을 갖고서 수시로 줄거리 말하기를 해야 아이들 말과 글 실력이 늘어난다. 학부모님들은 아이들이 학교에서 발표를 잘 하는지 궁금해 한다. 우리 반에서는 개인 적으로 발표하는 경우보다는 모둠끼리 협의해서 모둠 번호대로 돌아가며 발표를 한다. 부끄러움이 많은 서현이와 수진이가 발표할 때마다 목소리가 작아지고 주저한다. 하지만 오늘 서현이는 아주 잘 발표를 했다. 조금씩 좋아지고 울렁증이 없어지면 된다. 누구나 자기 할 말을 자신 있게 하도록 하는 것이 학교교육의 목표이고, 민주주의로 가는 길이다.

영어가 든 날 아침이나 쉬는 시간이 되면 아이들이 열심히 단어를 쓰고 외우는 모습이 자주 보인다. 사회시간에는 사회책 그림에 나타난 장면을 하나하나 살펴보면서 산지촌에 대해 정리했다. 내일부터는 농촌을 공부한다. 우리가 농촌에 살기 때문에 시간을 모아서 동네로 나가 볼 작정을 하고 있다. 다음 주는 산지촌 조사 미션을 수행하기 위해 다시 도전해 보려고 한다. 오후에 내 차로 잠깐 나가보려고 한다. 우리 학교 옆에 노홍저수지 안쪽에 노2리 마을이 있다.

과학시간에는 어제 공부한 추리와 예상하기의 차이에 대해서 알아보았다. 안 물어 봤으면 큰 오류를 고치지 않고 지나칠 뻔 했다. 과학 의사소통을 공부하면서 미래의 인간모습을 모둠이 합의해서 그렸다. 그림을 잘 그리는 친구가 모둠에서 말하고 합의되면 그려가는 방법이다. 칠판에 전시해 두고 보는데 아주 재미있어했다. 물론 낙서나 자석을 여기저기 붙여서 웃기게 만들어 두고 낄낄 거리는데 더 많은 시간을 보내지만 그냥 좀 지켜보기만 한다.

점심시간에 산책을 하다가 지나가던 6학년 여학생들 네 명을 불러서 목련꽃에 대해 설명을 해 주었다. 우리 학교 하나뿐인 목련나무는 꽃이 겨우 다섯 송이만 달렸다. 살구나무도 모두 꽃을 피웠다. 한 학기에 한 번씩 천체관측교실을 하자고 했더니 과학부장이 추경을 한다고 연락이 오고 교감선생도 교실로 찾아와서 6월에 하기로 의논했다. 오늘 박근혜 전 대통령이 검찰에 출석하는 모습을 봤다. 저녁에는 대구시립희망원 사태 해결과 장애인들의 꿈인 탈 시설과 자립생활 권리를 얻기 위한 12일 시청 앞 집중행동에 나가 보려고 한다. 날이 풀려서 다행이다. (2017. 3. 30.)

 

 




‘17강림44’ 교실에서 보내는 편지 22

놀고, 협력하는 아이들이 참 예쁘다.

 

오늘은 교과서를 가지고 놀았다. 아침에 역시 세 명이 스케치북을 가지고 오지 않아서 민규는 집에 가서 가져오고, 성준, 수진이는 내가 2천 원씩 빌려주어 문구점에 가서 사오게 했다. 체육관에 팽이를 가지러 갔다 온 재준이도 준비해 오지 않아서 엄마에게 전화를 해서 부탁하라고 했다. 그런데 부탁을 하는 태도가 안 좋아 정중하게 부탁하는 말을 하도록 옆에서 잔소리를 했다. 지난 시간 작품을 스케치북에 잘 붙이고 우리 반 아이들은 1,2교시 동안 미술 해링의 작품을 입체로 꾸미기를 했다. 교실 뒷벽은 새 작품으로 바뀌었다. 아이들이 붙여서 삐뚤삐뚤해도 그냥 내버려 두고 너희들 마음에 들도록 붙여라고 했다. 복도에 미디어스페이스라고 교실 두 칸 크기의 공간이 있지만 아무 것도 채워져 있지 않고 있다. 행정실에 물어봐도 예산이 따로 없어서 꾸밀 계획이 없다. 신설학교가 참 겉만 거창하게 지었다. 쉬는 시간에 아이들의 놀이터가 되고 있다. 아이들에겐 좋지도 않은 공간이다. 늘 꾸중을 예상하고 있어야 한다. 나는 빈 공간이 아까워 북쪽 창문에 작품을 전시하기 위해 줄을 쳐 두었다.

3반 체육수업으로 팽이치기와 소타기말타기를 가르치고 오니 힘이 죽 빠져서 3교시에는 도덕에 나오는 속담 공부로 시작을 했다. 아이들에게 티끌모아 태산, 공든 탑이 무너지랴를 설명하다가 내가 화장실을 가고 싶은데 갑자기 고승하 선생님이 작곡한 아이들 노래 화장실이 어디 있습니까?”가 생각이 나서 영어로, 일본어로 하고 중국어로 어떻게 하는지 가르치다가 민채가 2학년 때 중국 연변에서 1년 동안 공부하고 왔다는 게 생각이 나서 민채에게 중국어로 뭐라고 하느냐고 물으니 시쇼우잰 짜이날이라고 하기에 내가 틀렸다고 하면서 워따 똥 쏴?’가 정확하다고 말했다. 그렇게 서로 우기다가 민채 보고 칠판에 나와서 적게 하고 같이 배웠다. 다음 주부터 민채에게 중국말을 한 문장씩 배우기로 했다. 이 일로 쉬는 시간에 여자 아이들이 칠판에 나와서 영어로 문장을 쓰는 놀이를 했다. 나는 아이들이 칠판에 나와서 낙서를 하면 그냥 내버려 둔다. 하지만 꼭 깨끗이 정리해야 한다.

아무튼 공든 탑체험을 해 보기로 했다. 모둠별로 교과서 높이 쌓기를 했다. 아이들은 책이란 책은 다 끄집어내어 교실이 온통 교과서로 가득하다. 균형이 안 맞아서 책을 넣고 이면지 종이를 20장씩 나누어 주고 높이 쌓기를 했다. 나는 어떤 방법도 가르쳐주지 않았지만 아이들은 여러 가지 방법으로 쌓았다. 공든 탑 쌓기는 5층까지 쌓은 모둠이 있었다. 미션에 대한 도전은 쉬는 시간까지 이어졌다. 4교시는 수학을 해야 하는데 앞 시간이 이어져 상으로 주려던 종이입체조립(공룡, 자동차)을 하나씩 나누어 주었다. 빨리 끝날 줄 알고 끝나면 수학 2차 단원평가를 하려고 했지만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려서 10분 수학으로 대체했다. 5교시는 교과전담 체육을 하러 갔다. 그러고 보니 오늘은 교과서 내용을 배우지 않고 교과서를 가지고 놀기만 했다. 오늘은 전일제 체험학습일이 되었다.

아이들이 놀이에 집중하고 협력하면서 서로 가르치고 배우는 모습은 참 예쁘다. 그 모습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나는 참 행복해 진다. 초등학교 교사를 잘 하려면 어떤 자질이 필요할까하고 생각해보니 시끄러운 소리를 잘 견뎌야 한다. 그리고 느린 아이들을 잘 기다려 주면 될 것 같다. 공부는 아이들이 서로 협력하면서 잘 배운다. 교사는 그걸 잘 만들어 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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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로 한 달의 시간이 지나갔다. 나도 한 달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교단일기를 썼다. 대견스럽다. 그동안 평생 동안 일기를 쓴 이오덕 선생님의 교육일기를 읽으면서 선생님이 부러웠는데 나도 지금까지 흉내만 내보다가 작심 열흘에 그쳤지만 이제 한 달을 계속하고 있으니 나이가 들어서야 이제 철이 드나보다.

어제 밤 전교조 대의원대회를 참관하고, 뒷풀이를 하고 집에 들어와서 2시 넘게 뉴스속보를 보다가 잤다. 아침 일찍 일어나 보니 그녀가 구속되었다고 했다. 잠을 설치고 아침에 차가 막혀 지각을 해서 수업을 어찌 진행할까 했는데 즐겁게 하루를 보냈다. 그래 공부가 뭐라고? 이렇게 학교가 즐겁고 즐거운 가운데 협력하고, 그러면서 사는 법을 배우는 게 최고지......

 

<꽃으로 피어난 촛불> “촛불의 외침대로 서울구치소 독방 하나가 채워졌다. 몇 개 남은 방들만 채우면 된다. 아직 흐린 아침에 세월호는 3년 만에 맹골수도를 출발했다. 드디어 마침내 강남 갔던 제비도 돌아오고 있다. 한라산 자생 왕벚나무들도 다투어 터져나기 시작했다. 참꽃들도 더 맑게 피어났다. 촛불은 꽃이 되어 가득하다. 밤하늘 별이 된 아이들도 더 푸르고 더 붉게 우리 하늘에서 빛날 것이다. 그 슬픔 그 아픔 봄 같은 봄이 다. 오면 어색하지 않게 활짝 그래 활짝 웃고 싶다.”


오늘 한 달을 마치면서 아이들과 나는 한 달 동안 수고하셨습니다.’로 인사말을 나누었다. (2017. 3. 31.)

 

 




‘17강림44’ 교실에서 보내는 편지 23

4.3제주항쟁에서 시작한 4, 무겁지만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

 

새로운 아이들과 만나 3월 한 달을 보내고 이제 4월을 시작했다. 책상 앞 전교조 달력을 보니 4.3제주항쟁, 4.4청명, 4.5식목일과 한식, 4.13임시정부 수립일, ‘4.16 세월호 참사 3주기’, ‘4.19 혁명기념일(세월호 참사 1100)’, ‘4.20 장애인의 날이 적혀있다. 한국천문연구원 달력을 보니 천문력과 함께 ‘4.3 희생자 추념일’, ‘4.8 향토예비군의 날’ ‘보건의 날’, ‘4.21 과학의 날’, ‘4.22 정보통신의 날’, ‘4.25 법의 날’, ‘4.28 충무공 탄신일이 적혀있다. 어디에도 ‘4.22 지구의 날은 없다. 전교조의 반성이 필요하다. 대구의 경우에는 ‘4.6 시월항쟁과 민간인 희생자 추모일’, ‘4.9 인혁당 사건 희생자 추모일이 있지만 달력에는 없다.

한 달 동안, 이 모든 날만 기억하고 가르쳐도 교육과정은 차고 넘친다. 그렇다고 그냥 피해갈 수도 없는 노릇이다. 4월 첫 수업은 4.3 제주항쟁으로 시작을 했다. 4.3 제주항쟁은 박근혜 정권에 의해 4년 전 국가기념일이 되었고 <제주 4.3희생자 추념일>로 이름 지어졌다. 교육감들은 제주를 찾아서 올해와 다가오는 4.3 70주년을 기점으로 역사 교육의 새로운 시대적 전환을 만들겠다.”고 선언했지만 대구경북에서는 더 오래 기다려야 한다. 그렇다고 모른 척 지나갈 수도 없는 노릇이다.

아침에 학생들과 학급조직을 새로 짜는데 전화가 울렸다. 체육관에서 아침조회를 한다고 했다. 급하게 갔지만 학교장의 훈화 큰 꿈을 키우자를 듣는 게 전부였다. 국어시간에 인물의 성격이 사건에 미치는 영향을 공부하다가 왜 하필이면 오늘 아침조회를 했을까를 이야기하면서 1교시 수업으로 이어졌다. 그날이 기쁜 날이든, 슬픈 날이든, 무엇을 기념하는 날이든지 그건 우리 학교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그냥 첫 월요일이니 한 번 다 모여보자는 게 전부이다. 이런 정도의 수준을 어떻게 봐야 할까? 만약 나 같은 성격이나 생각을 가진 사람이 학교장이라면 4월이든 그게 몇 월이든 전교생이 모이는 아침조회를 어떻게 했을까? 교사들은 이 문제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생각을 하긴 할까?

그러고 보니 최근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두고 벌인 논쟁 가운데 대한민국의 생일을 언제로 할 것이냐는 것이 핵심문제 중 하나였다. 그래서 나는 아주 자연스럽게 기억하도록 하기 위해 413일에 찹쌀떡을 돌리면서 대한국이 쫄깃쫄깃한 대한국으로 출발된 것을 축하하려고 한다. 4.16 세월호 참사 3주기를 앞두고는 가족들에게 힘내라는 엽서를 쓰려고 챙겨 두었다. 4.19 혁명일에는 뭘 하면 좋을까? 무엇보다 국민이 최고의 권력자를 피로서가 아니라 촛불로도 끌어내릴 수 있을 만큼 우리나라 민주주의가 성장했음을 나누어야겠지? 지금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에서는 대구시청 주차장에서 천막투쟁을 하고 있다. 4.20은 차별과 인권에 대해 이야기를 해야겠다. 4.22 지구의 날은 토요일이고 4.21은 과학의 날이니 과학과 환경에 대해 동화를 읽고 하나뿐인 지구노래를 같이 배워야겠다. 5.1 세계노동절을 앞두고 또 일하는 부모님을 자랑스럽게 여기도록 노동에 대해서도 가르쳐야겠지? 가르쳐야 할 것이 차고 넘치고, 딱히 지정된 시간이 확보된 것도 아니지만 틈새를 찾고, 관련 교육과정을 찾고, 하다못해 한 시간 정도를 확보해서 4월 전체를 가르치는 것도 필요하다. 오늘 오후 차분하게 어느 것이 우리 학교와 우리 반 아이들이라는 배경에서 가장 교육적인 방법이 무엇일지 심사숙고 연구해야겠다.

과학시간에 무게재기를 공부하면서 단위 기준의 개념을 알려고 작년에 배운 1나무도막을 하나씩 나누어 주고 만지면서 그 크기를 느껴 보라고 했다. 저울을 공부하면서 저울을 해체하여 저울이 어떤 과정으로 움직이는지 찾아보았다. 그리고 느낌으로 무게를 알아보도록 미리 무게를 말하고 저울로 재어보는 놀이를 했다. 아이들이 69년 전 4.3의 무게를 짐작이나 할까? 오늘 배운 수학 교과서에는 제주도 지도와 여행계획 세우기가 나와 있었다. 수업을 마치고 아이들과 마침 인사말로 무엇을 할까 했더니 아이들이 제주 4.3을 이야기했다. 그래서 제주 4.3을 기억 하겠습니다.”로 마침 인사를 했다. 아이들이 집에 간 뒤에 나는 잠들지 않는 남도를 오랫동안 들었다.

오후에 교무회의를 하는데 여전히 전달에 그치는 것을 보면서 나는 아직 한 달 정도 만난 게 전부라는 것을 고려하여 교사들 눈치를 보느라 하고 싶은 말을 참았다. 어떤 협의나 협력도 없는, 그것이 전혀 불편하거나 문제로 인식하는 유전자가 거세된 대구의 교육현실에서 나는 어떻게 할까 생각만 한 무거운 시간이었다. 하지만 곧 회복될 것이라는 믿음을 버리진 않는다. (2017. 4.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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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기획] 인지자동화와 비고츠키_ 2. 비고츠키의 유물변증법적 인지이론으로 바라보는 '인지자동화' 문제 file 진보교육 2017.04.06 722
11 [기획] 인지자동화와 비고츠키_ 3.인지자동화 시대, 비고츠키교육학으로 본 '역량'의 문제 file 진보교육 2017.04.06 603
10 [담론과 문화] 진보! 나무 꽃!_ 진보! 나무 꽃! 첫번째 file 진보교육 2017.04.06 587
9 [담론과 문화] 타라의 문화비평_ 태극기가 바람에 부대낍니다 file 진보교육 2017.04.06 567
» [교단일기] '17강림44' 교실에서 보내는 편지 file 진보교육 2017.04.06 475
7 [교단일기] 416 기억 수업 file 진보교육 2017.04.06 433
6 [만평] 처음이다 file 진보교육 2017.04.06 419
5 [담론과 문화] 수지클리닉 이야기_ 우리 아이들 - 한 달 간의 관찰교류기 file 진보교육 2017.04.06 350
4 [특집] 2017 상반기 교육정세와 대선_ 1. 2017 상반기 교육정세의 특징과 교육주체의 투쟁 file 진보교육 2017.04.06 330
3 [담론과 문화] 정은교의 몽상록_ 혁명이 굼벵이처럼 기어가는 시절의 넋두리 file 진보교육 2017.04.06 328
2 [권두언] 유신의 종말과 촛불혁명 file 진보교육 2017.04.06 289
1 [특집] 2017 상반기 교육정세와 대선_ 2. 2017년 대통령 선거와 교육체제 개편 file 진보교육 2017.04.06 2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