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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더기가 된 교육과정, 미로 같은 초등 교육

신은희 / 초등교육과정연구모임, 충북 옥동초

눈코뜰새 없이 바쁘고 폭풍같던 5년이 지나가고 새 정권이 들어섰지만, 여러 면에서 우울한 5년이 예상되고 있다. 사회 전반적인 부분이 그렇지만 교육계는 이명박 정권 때문에 교육의 정치적 중립은 물론 교육과정, 교과서, 평가, 학생생활 전반이 모두 무너져 내렸다.
2008년 이명박 정권 등장 이후 가장 먼저 피부에 다가온 것은 영어몰입교육과 일제고사이다. 동시에 대통령 공약인 미래형교육과정 논의가 교육과학기술자문회의(이하 자문회의) 주최로 2009년 2월 27일 서울교대에서 첫 선을 보이게 된다. 이후 평균 5년여 걸리던 교육과정 개정이 해마다 이뤄지는 연례행사가 되고 말았다.  

1. 이명박 정권의 교육과정 잔혹사
2009년 미래형교육과정논의가 시작될 당시는 2007개정교육과정 시행을 앞두고 있어 학교 현장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태였다. 하지만 이명박 정권은 고교다양화 300프로젝트 공약을 실행하기 위해 무리하게 교육과정 개정 논의를 진행하고, 학교(교육과정)자율화조치, 2009개정교육과정(총론), 2011개정교육과정(각론), 2012개정교육과정(학교폭력 예방)까지 쏟아냈다. 아울러 2014년 수능개편안과 국가영어능력평가방안까지 같이 논의하면서 현장은 교육정책의 총체적인 변화는커녕 당장 올해 학년마다 배우는 교육과정과 교과서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불안정한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중등의 경우 기간제 교사 채용이 대폭 늘어나는 등 교육계의 변화도 큰 상황이다.
그간의 교육과정 개정은 철학, 과정의 비민주성, 교과 내용 등을 문제로 삼았다면 이명박 정권에서는 너무 잦은 개정으로 학자들조차도 우려를 갖게 된 사상 초유의 누더기 교육과정이다. 먼저 교육과정 개정사를 보자.
<최근의 교육과정 변화>
- 2007년 2월 : 2007개정교육과정 고시(수학, 영어는 2006년 8월 고시)
- 2008년 : 보건교육과정과 초등 영어 확대 수정 고시
- 2009년 12월: 2009개정교육과정 총론 고시(교과는 2007개정적용)
- 2011년 8월 : 2009개정교육과정에 따른 교과교육과정 고시(교과내용 수정)
- 2012년 3월 : 2011개정 수정고시(고등학교 교과내용 등 부분 수정)
- 2012년 7월 : 2011개정 수정고시(학교폭력 예방 위해 중등 국,도,사 중심 개정)

이 때문에 초등학교에 시행되는 교육과정을 보면 <표1>과 같다. 2009년부터 시작된 교육과정 개정이 2015년까지 쉴 새 없이 이뤄지고 있다.

<표1> 교육과정 시행일정
*2009총론과 구분하기 위해 고시한 해를 기준으로 2011개정으로 부르기로 함.

여기에 졸속으로 만든 교육 과정을 보완한다면서 내린 각종 조치까지 포함하면 더 많다.
2009년 1월 10학년(고1) 사회교육과정 개정
2010년 6월 예체능 수업시수 감축 금지, 8개 과목 집중이수완화 방안 발표
2011년 4월 고교 한국사 필수과목 지정
2012년 주5일제 수업제 자율 실시(수업시수 감축 없음)
2012년 2월 학교폭력예방을 위한 학교스포츠클럽 활성화 방안(체육시수 증가등) 시행

가. 2009개정교육과정(총론, 고1 교과 개정됨)
2009개정교육과정은‘글로벌 창의 인재 육성’을 내세워 학년(군), 교과(군)별 수업시수 증감 20%, 집중이수제, 창의적 체험활동(재량+특활, 이하 창체)를 특징으로 내세웠다. 그 시작은 미래형교육과정이다. 자문회의는 교육과정 편제표 때문에 모든 학교 교육과정이 똑같다며 학년군을 중심으로 교과(군)별 수업시수 증감으로 다양성을 확보하라고 하였다. 고등학교 1학년까지 선택교육과정체제로 되면서 과학,국어, 사회, 도덕 등이 바뀌게 되었다.
공청회 과정에서 입시교육이나 학벌사회 체제의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하고, 2009개정이 국영수 몰입 교육과정으로 전락할 우려가 많다는 비판이 제기되었다. 또 집중이수제가 시행되면 전학생들이 피해를 보게 되고, 학생 발달 단계나 교과 특성과 맞지 않는다고 반대하였다. 초기에는 3, 6, 9학년 일제고사가 들어있어 미래형이 아니라 비판받았는데, 2009개정교육과정으로 가면서 사라졌다.
현장에서는 2007개정도 경험하지 못했는데 2009개정이 나오니 반발이 심했다.  수업시수 증감, 집중이수 등 운영방법의 변화라면 전면 개정보다는 수정고시 등으로 변화를 최소화시키자는 주장도 많았다. 교과부는 2009년 6월에 이미 이런 내용을 담은 학교자율화조치를 발표하여 학교현장은 2010년부터 수업시수 증감이 이뤄지게 하였다. 교육내용의 문제라면 전에는 교육과정을 바꿔야만 교과서를 바꿀 수 있었지만, 수시개정체제에서는 교과서도 수시 개정할 수 있어 굳이 전면 개편을 할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교과부는 기어이 2009개정교육과정 총론을 고시하여 2011년부터 시행한다고 발표하였다. 대신 교과서는 2007개정교과서를 그대로 쓰기로 하고 2014년에 새교과서를 쓴다고 하였다.    

나. 2011개정교육과정 (2009개정교육과정에 따른 교과교육과정)
2009개정이 창의·인성교육을 강조하였다면 2011개정교육과정은 국가정체성, 녹색성장까지 3가지를 교과교육과정에 반영하였다. 2009년에 발표된 총론과 2011년에 새로 개발한 총론은 서로 다른 것이다. 창의·인성 교육을 위해 교육내용을 20% 줄인다고 하여 성취기준 수 20%를 줄였다.
교육과정은 학년군으로 만들었는데, 이에 대한 학문적 연구나 현장 검토는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 교과 내용을 보면 문제점도 심각하다. 수학의 경우 고등학교 과정에 대학의 내용이 들어온 것들이 있고, 영어는 국가영어능력평가를 도입하고 여전히 어려운 교육과정을 고치지는 못해 사교육에 의존하게 만들고 있다. 사회는 전경련의 요구 등이 들어와 경제를 강조하면서 중학교에 자산관리를 가르치고, 정작 국가의 시장 개입 정책이나 노동정책은 삭제되었다. 체계를 보더라도 초등에는 온갖 어려운 내용이 다 들어오고 정작 중등에서는 내용이 체계적이지 않다. 역사도 필수 지정 논란을 겪다 결국 필수로 지정되었지만, 내용면에서 민주주의가 자유민주주의로 바뀌고 4․3항쟁과 5.18, 위안부 피해자 문제 등이 사라졌다. 이후 역사학계와 국민들의 반발로 교과서 집필 기준에 ‘자유민주주의’와 ‘자유민주적 질서’가 같이 사용되고 누락된 내용이 들어갔지만 역사교육은 누더기가 돼버렸다. 지금도 집중이수제로 학생들이 제대로 역사를 이해하지 못하고 뒤쪽에 있는 근현대사는 제대로 배우지 못하는 상황이다. 역사학계는 역사교과서에서 '친일'과 '독재'가 지워졌다고 통탄하고 있다.
여기에 2011개정교육과정은 교육과정 개발과 교과서 개발기간이 단축되어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원래 교과교육과정은 2011년에 개발하여 2012년에 고시, 2013년에는 교과서 개발하고 2014년부터 적용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2009개정교육과정총론을 적용하려고 보니 중등에서는 7차, 2007개정 교과서가 같이 적용되어 혼란이 컸다. 이에 언론과 학부모들까지 2009개정교육과정을 중단하거나 연기하자는 주장이 나오자 이주호 전 장관이 갑자기 교육과정 개정 일정을 당겨 5개월 여만인 2011년 8월에 고시하고 교과서도 5-6개월만에 개발하게 된 것이다. 교육과정 개정 방식도 내용도 딱 이명박 식이라고 부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다. 2012년 학교폭력예방 교육과정 고시
2012년에도 교육과정이 3번이나 수정 고시되었다. 이 중 큰 것은 7월에 학교폭력을 예방한다며 국어, 사회, 도덕 등에 인성요소를 넣고 중학교 스포츠클럽을 강화한 것이다(2012-14호). 초등 6학년은 2014년까지 따로 인성교육강화 프로젝트 수업을 하고 보고를 해야 한다. 교과부 입으로 2009개정이 창의·인성 교육과정이라고 하면서 다시 인성요소를 강화한다는 조삼모사식 개정이 이뤄졌다. 지금까지의 교육과정 변화 중 큰 것만 정리하면 표<2>과 같다.

<표2> 이명박 정권때 고시된 교육과정


여기까지 보면 교육과정은 5년 만의 전면개편 시기보다 더 자주 바뀌어 수시전면개편시대로 들어섰다. 이 과정에서 교육과정 이름을 붙이는 것도 문제가 된다. 7차까지는 전면 개편이고, 2007개정부터는 수시 개편이라 바뀐 해의 이름을 붙이는 걸로 변화되었다. 그런데 교과부가 2011년에 고시한 교과교육과정 이름을 ‘2011개정’이라고 하지 않고‘2009개정교육과정에 따른 교과교육과’이라 부르면서 작명법이 꼬여버렸다. 현장에서는‘2011개정’으로 부르는 게 명확하다. 그런데 2012년에도 교육과정을 개정하니 이젠 더 이상 이름을 못 붙이고, 2012-3, 2012-14호 이렇게 부르고 있다. 이러니 학교에서는 어떤 문서를 봐야 하는지도 모른다.
초등의 경우 교육과정 내용은 2011년에 개정된 교과교육과정을 기준으로 삼으면 되는데, 중학교는 스포츠클럽 활성화, 성취기준 평가 등으로 변화가 큰 편이다. 이러니 큰 틀에서는 2009개정교육과정이라도 해마다 조금씩 내용과 평가 등이 다르기 때문에 학년에 따라 2009개정교육과정(2009총론), 2011년에 개정된 2009개정교육과정(2011개정), 2012년에 개정된 2009개정교육과정이 제각기 굴러가고 있다. 교육제도는 안정성이 중요한데 해마다 복잡해지는 체계 속에서 제대로 된 교육이 이루어지기는 힘든 것이다. 초등도 해마다 학년과 교과가 바뀌는 상황에서 사상 유례없는 혼돈의 시기를 겪게 되었다.

라. 뒤죽박죽 교육과정, 이젠 기록까지 지워져
이런 일련의 진행은 어떤 논리적 근거나 학문적 연구도 없이 진행되었다. 이 때문에 학교현장에는 서로 철학이나 체계가 맞지 않는 정책들이 난무하고, 교과서와 평가 방안, 학생생활기록부 기재 방법까지 서로 다른 현상이 나타나 당장은 업무폭증과 혼란현상이 심화되고, 속으로 들어가면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전교조를 중심으로 이런 문제를 계속 파악하고 해결 방안을 모색하였지만, 워낙 문제가 심각하기에 근본적 해결은 하지 못하고 있다. 교과부나 교육청, 학교현장은 여전히 실태파악조차 제대로 못하고 있다.
게다가 교과부는 오히려 이런 역사조차 지우려는 시도를 하였다. 잦은 개정으로 현장의 혼란이 커지면서 그간 교과부에서 운영한 2009개정교육과정사이트, 교육과정교과서정보서비스(큐티스)에서는 교육과정 문서뿐 아니라 교육과정 이름부터 시행학년, 교과서 문제까지 다양한 의견이 올라왔다. 그런데 큐티스사이트가 2013년 2월말에 폐쇄되면서 교육과정 문서는 국가교육과정정보센터(한국교육과정평가원), 교과서 민원은 한국교과서재단으로 이양되었다. 그러면서 교사, 학부모, 예비교사들의 처절했던 교육과정과 교과서 의견이 사라져버렸다.
원래 사이트가 이양되면 이전 자료들까지 볼 수 있게 하는 것이 기본적이고, 교육정책이 현장에서 충돌하고 소통한 역사적 기록인데 이 부분이 아예 사라졌다. 퇴임시 주요 정책 기록을 없애버린 것과 같은 맥락으로 파악된다. 여기에 국가교육정보센터에 가면 그간의 역사가 뒤죽박죽이 되어 있다. 예를 들어 2006년 8월에 고시된 수학, 영어교육과정은 2007개정으로 들어가야 하는데, 7차 교육과정에 들어가 있다.

2. 이명박 정권의 교과서 잔혹사
교육과정이 자주 바뀌니 교과서도 계속 변하게 되는데 어처구니 없는 일들이 많이 생긴다.  

가. 제멋대로 바뀌는 내용과 체제
2007개정교육과정 체제에서 교과서 내용 수시 개정 시스템이 도입되고, 검정교과서 체제가 강화되었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가 교과서 내용에 문제제기를 하면서 고교 현대사 교과서 논쟁과 수정 문제가 5년 내내 지속되었다. 고1 사회는 2009년 3월에 내용 영역을 바꿔버려 집필 중이던 교과서를 뜯어고쳤는데 12월에 선택교육과정으로 바뀌면서 한 해에 2번이나 교과내용이 바뀌는 수난을 겪었다.
초등에서도 갑자기 내용과 체제가 뜯어 고쳐졌다. 대표적인 것이 영어이다. 2006년 8월에 영어가 먼저 고시되어 교과서를 개발하는데, 이명박 정부가 영어몰입교육여파로 수업시수를 늘려 검정교과서가 중간에 바뀌고 개발이 늦어졌다. 이 때문에 2010년 3, 4학년, 2011년 5, 6학년은 7차 교과서를 기형적으로 늘린 교과서로 수업을 받았다.
국어교과서도 변화가 있었다. 처음 시작은 초등 국어 교과서가 듣기․말하기, 읽기, 쓰기 3권으로 나뉜 것이 문제라는 지적 때문이다. 이는 교육과정 영역대로 교과서를 만들어서인데, 초등 저학년 교과서가 너무 많다는 문제나 국어교육이 통합적으로 이루어지는 데 방해가 되어 현장에서 지속적으로 문제제기 하였다. 그런데 돌연 교육과정 변화도 없이 교과부가 1~2학년 국어 교과서를 3권에서 2권(듣말쓰, 읽기)로 바꾼다고 하였다. 체제 개편없이 그렇게 되면 책이 두꺼워 아이들에게 맞지 않는다는 비판에 2010년에 3학년부터 듣말쓰를 합쳐 300 여쪽의 책을 만들었다. 그러다 2012년에는 3학년 국어가 34시간이 줄어들자 재편집을 해서 조금 얇게 만들었지만, 여전히 수업을 하기에는 어려웠다. 1, 2 학년 국어 교과서도 내용 변화 전혀 없이 듣기․말하기와 쓰기를 합본하여 발행했다. 이 때문에 책도 무겁고 뒷장으로 가면서 책이 자꾸 넘어가 아이들이 글씨 쓰고 활동하는 데 힘들어했다. 그리고 이 과정들은 늘 교과부가 연구학교들에 비밀유지를 요구하면서 내용이나 체제면에서 현장과의 소통 없이 밀실에서 이루어졌다.  

나. 관리 부재 검정교과서의 문제
검정교과서 확대(3~6학년 체육, 음악, 미술, 영어, 실과)도 문제가 크다. 국정교과서 체제를 벗어나 다양한 시각에서 교과서를 만든다는 취지는 현재 체제에서는 발휘되기가 어렵고 오히려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다. 교과교육과정 자체가 워낙 어렵고 초등교사들이 교육과정을 재구성할 여유가 많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특히 영어는 출판사마다 의사소통 체계가 달라 전학생들 중 사교육을 받지 않는 학생들은 제대로 배우기가 어렵다. 교과서의 질도 천차만별인데 나중에 보니 전국적으로 1-2개 교과서가 90%가량 채택되어 검정교과서 체제가 무색할 지경이다. 영세출판사는 영어CD나 자료가 제대로 제공되지 않아 교사, 학생 모두 불편을 겪었다.
그런데 학교에만 맡겨둘 뿐 교육당국에서 이런 문제를 해결할 여력도 관점도 없는 상황에서 방치되고 있는 현실이다. 해마다 담임, 학년이 바뀌는 행정 체계에서 검정교과서 체계를 안정적으로 운영할 지원 방안은 없이 여러 과목을 담당하는 개별 교사가 다 감수하고 이에 대한 체계적 연구나 실태조사 한 번 진행되지 않았다. 검정교과서 확대보다 시급한 것은 교육과정 대강화와 교사들이 교육과정을 재구성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는 것이다.

다. 교육내용의 문제
교과내용을 보면 초등의 경우 2007개정교육과정에서 내용을 삭제하고 학년간 내용이동이 있었다. 교육내용 20% 감축과 부분적으로 쉽게 하려는 노력은 보인다. 수학은 어려운 내용이 상급학년으로 올라가거나 삭제되어 7차 수준과 비슷해졌다고 보면 된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속성으로 만든 티가 안날 수가 없다. 워낙 짧은 시간에 만드느라 교과체계가 이상해지면서, 성취수준을 보면 압축되거나 기형적으로 묶인 것들이 보인다. 그래서 교사가 실제 수업을 할 때에는 몇 배로 풀어서 접근해야 할 내용들이 많다. 여기에 창의인성이니 스토리텔링이나 새로운 기준들이 들어가면서 오히려 교사들이 주체적으로 해석하고 재구성해야 할 부분을 침해하거나 수업을 방해할 우려도 있다.
교과서 체제면에서도 현장에서 2007개정교과서를 쓰면서 나온 문제점과 개선점을 총체적으로 반영하여 마련해야 하는데, 밀실에서 준비하느라 더 좋은 방안을 마련하지 못했다. 국어교과서 체제는 국어와 국어활동으로 되고, 도덕에서 생활의 길잡이가 폐지되는 등 변화가 있었다. 또 2011개정교과서의 특징은 학년군으로 교육과정을 만들었으나 교과서는 학년별로 적용하게 구성되었다.  

<표3> 2011개정 1, 2학년군 교과서 특징

3. 초등교육과정, 교실에서 일어나는 문제들
교육과정이 누더기가 되는 동안 전교조를 비롯해 교육계의 반대투쟁도 거세게 일어났다. 특히 집중이수제 때문에 도덕, 체육, 음악, 미술 교과 등의 조직화된 투쟁이 있었고, 학계에서도 2009개정교육과정에 적극 찬동한 일부를 제외하고는 현장의 반대에 동조하는 분위기였다. 수업시수 20% 증감은 초등조차 국영수를 늘리는 파행을 불러왔고, 선진적이라는 집중이수제가 시험 범위가 너무 많아 학생들을 힘들게 하였다. 급기야 전인교육이 와해된다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전학생들에게 직접적인 피해가 가면서 일반 학부모들조차 반대하는 상황이 되었다. 언론에서도 비교적 이런 문제를 심각하게 보도하여 교과부는 이럴 때마다 예체능 시수 감축 금지, 스포츠클럽 강화 등 유화책을 내놓았다. 중등은 워낙 문제가 심각했기 때문에 문제를 조금 완화시키는 상황일 뿐 근본적 해결이 되지 않고 있다.
초등은 중등처럼 크게 눈에 보이는 문제는 아니지만 담임제나 초등 체제와 맞지 않는 교육과정체제, 제멋대로 교과서 체제 때문에 자꾸 문제가 생기고 있다. 겉으로 드러내기에는 매우 사소하고 그런 것으로 인해 교육과정을 제대로 가르치는 것을 점점 힘들게 만들고 있다.  

가. 2013년 초등교육과정 현황
올해 초등학교는 또 교육과정이 변했다. 1, 2학년은 새 교과서로 배우고, 5, 6학년은 2009개정 총론이 적용된다. 2009년 이후 4년 만에 새 교과서가 적용된다. 교사들이 새교육과정과 교과서를 채 익히기도 전에 교과서가 바뀌는 것이다. 앞으로 몇 년간 초등교육현장은 새교과서에 익숙해지는 것이 최대 관건이다. 이에 대해 교과부는 교사연수를 한다지만, 강사들은 “저도 잘 모르는데 전달받은 것만 말씀드려요”하면서 교사들에게 미안해한다. 오히려 그간 전교조에서 학년별 교과서를 훑어보는 새학년 연수나 교육과정 연수를 진행해 교사들에게 제대로 된 연수로 인정받고 있는 상황이다.

<표4> 학교교육과정 변화사항

학생들 입장에서는 이런 잦은 변화로 초등학교 시기 동안 여러 교육과정을 만나므로 알게 모르게 혼란을 겪을 수 있다(<표5>참조). 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학습 내용의 결손이나 중복 현상이 생기지만 학교나 교과부는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전혀 인지하지 못하거나 무신경하게 대처해왔다. 교과 내용이 어렵고 위계적으로 구성된 상황에서 학습 결손은 학생들의 학습에 어려움을 초래할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2011년 6학년 학생들이다. 2014년 4학년이나 2015년 6학년도 일부 과목에서 학습결손이 예상된다.  

  <표5> 학생 입장에서 본 교육과정
* 2013학년도 1학년은 처음부터 2011개정으로 공부하는데, 2학년은 1학년 때와 교과서 체제가 달라진다. 4, 6학년에 새 교육과정을 만나는 학생들은 늘 조금씩 피해를 입어왔다.  

나. 잘못된 작명 2009개정교육과정, 혼란스러운 교사들
올해는 5, 6학년에 2009개정교육과정 총론이 적용되는 해이다. 2011년 1,2 학년 적용을 시작으로 이제야 전학년이 2009총론적용을 받는 것이다. 그런데 교과부는 1,2 학년에 또 2009개정교육과정이 적용된다고 하였다. 이는 교과부가 2011년에 바뀐 교과교육과정 이름을 2011개정이라고 하지 않고 “2009개정교육과정에 따른 교과교육과정”이라고 했다가 작년부터 슬그머니 새교과서도 2009개정교육과정이라고 연수를 하고 다녔다. 이렇게 하면 고등학교의 경우 2009개정교과서가 2개(2009년 개정, 2011년 개정)가 되어버리는 웃지 못할 상황까지 되어버렸다. 교과부가 거짓말을 하거나 교육과정을 조작하는 셈이다.
문제는 이런 혼란이 학교교육과정 운영까지 지배한다는 것이다. 어떤 학교는 1, 2학년도 2009개정, 5, 6학년도 2009개정이라니 교과서가 바뀌지 않은 5, 6학년에게까지 바뀐 교육과정에 따라 수행평가 영역을 싹 바꾸라고 하는 일도 있었다. 교사들이나 교육당국이나 서로 교육과정 이름을 부르면서도 정확하게 인지를 하지 못하고 혼란스러워하니 나타나는 현상이다.

다. 허울뿐인 학년군 교육과정의 문제
2009개정교육과정은 학년군 교육과정이라고 하는데, 이는 애초 중등에서 교과군별 수업시수 증감과 집중이수제(학기당 8개 과목)를 강제하기 위해 생긴 제도이다. 초등은 학급담임제 때문에 굳이 이 제도가 필요없는데도 2개 학년씩 학년군으로 묶어 수업시수를 제시하였다. 그런데 전제조건인 담임연임제는 설문 결과 학부모 반대가 많다며 아예 실시할 계획도 잡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초등 현장에는 이 때문에 생기는 문제가 많다.

1) 편제표에만 있는 학년군, 복잡한 문서
초등학교는 1년 담임제이다. 그런데 편제표에 학년군으로 있다보니 1년치 수업계획을 짤 때 늘 2년치 시수표를 학년, 학기, 교과별로 나눠서 짜고, 다시 공식 문서에서는 학년군, 교과군으로 묶는 삼중, 사중 작업을 하게 된다. 여기에 2년치 증감시수까지 표시된 자료를 보면 도저히 어떤 내용인지 파악하기가 어렵다. 기준시수, 이수시수 용어도 맞지 않다. 초등은 담임이 내용에 따라 융통성 있게 시수도 조절할 수 있기 때문에 굳이 이런 분류가 필요가 없는 상황이다. 그래서 서류 따로, 수업 따로 현상이 일어난다.

<표6> 초등학교 2009개정교육과정 편제표


학년군 편제표의 의미도 모호하다. 많은 학교에서 위와 같이 2개 학년의 시수를 묶어 편제표를 만들지만, 실상 1~2학년군의 경우 2013년 현재 1~2학년의 시수표가 아니라 2013년 1학년이 2014년에 2학년이 되었을 때의 시수표, 또는 2013년 2학년은 1학년 때의 시수까지 포함해 만들어야 한다. 초등 교사들은 해마다 학년 시수증감을 달리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6개 학년에 대해 늘 2년치 시수표를 만들어 총 12가지 종류의 편제표가 나와야 한다. 교과부에서 요구하는 시수보고를 할라치면 통계표를 해석하는 데에도 시간이 많이 걸린다. 그런데 이런 일들이 담임체제인 초등에는 전혀 쓸모없는 일이라는 것이다. 저 무의미한 편제표에 초등교육이 갇혀버린 상황이다.

2) 학년, 학기도 구분 못하는 교과서
학교에서는 올 2월에 새로 온 1, 2학년 교과서 때문에 교과서 공급소, 교사들간에 해프닝이 많았다. 원래 학기별로 있어야 할 교과서들에 1, 3 숫자가 쓰여있어 1, 2, 3학년을 혼동하는 일이 벌어졌다. 통합교과도 주제통합으로 되면서 1, 2학년이 같은 주제이고 숫자만 달라졌다. 이런 상황을 조금 알았던 필자도 막상 책을 보니 혼란스러웠는데, 대부분의 교사들은 책 나눠주려다 자신이 바보가 된 것 같은 기분을 느껴야 했다.

<표7> 2011개정 학년군 교과서 체계


알고 보니 1~2 학년군 교과서라고 1-1 같은 표시가 아니라 자의적으로 4학기로 나눠  1, 2, 3, 4를 붙인 것이다. 이런 식이라면 1, 3, 5학년과 2, 4, 6학년 표시 체계가 같아진다. 2학년은 국어, 수학에는 3, 통합교과서는 2라고 써 있어 한 학년에서도 표기방식이 다르다. 교과서도 너무 두껍고 무겁다. 이런 걸 초등학생 교과서라고 만든 것일까? 무리한 학년군 구분에 학기도 구분 못하는 이상한 상황이 되어버렸다.
통합교과서는 국가수준에서는 처음으로 주제별로 만들어 획기적이라는 평가도 있지만, 주제통합에 대한 획일화 우려도 있다. 여기에 교육과정 편성할 때는 교과별로 하고, 평가도 원래는 따로 하라고 하여 교사들을 혼란하게 한다.

다. 예체능 시수 감축 금지에 수업시수 늘리기가 대세
2009개정교육과정이 국영수 몰입교육이란 비판을 피하려고 예체능 수업시수 감축 금지 조처를 시행되면서 초등은 수업시수가 전체적으로 늘어나버렸다. 처음에는 증감시수를 학교 평가 등에 반영하니 예체능은 그대로 두고 주지교과를 늘렸다. 그러다 예체능 수업시수를 늘리면 시도교육청 평가에 좋다고 하면서 이제는 예체능 시수 늘리기가 교육청 지침으로 내려온다. 문제는 2012년부터 수업시수 감축없는 주5일제를 시행하면서 주중수업부담이 늘어났는데, 여기에 예체능 시수를 더 늘리니 교사, 학생이 모두 파김치가 되고 수업효과는 반감되고 있다.

라. 문서 만들기 놀이에 빠진 창의적 체험활동
창체는 교과외 영역이고 재량과 특별활동을 합쳐놓았는데, 2009개정교육과정에서 창의인성교육, 체험중심 교육을 한다고 가장 강조한 영역이다. 고교에서는 입학사정관제 때문에 부익부, 빈익빈 논쟁도 일었다. 그런데 초등에서는 엉뚱한 문제를 낳고 있어 폐지 주장이 높아지고 있다.

1) 교과시간으로 전락한 창체 시간
초등은 7차에 재량활동이 생기면서 담임, 학년 차원의 창의적이고 체험 중심 교육이 이뤄졌다. 그런데 2009개정에서 초등은 보건, 한자, 정보윤리교육을 체계적으로 하라는 문구가 들어가고 4~6학년은 주당 4시간에서 3시간으로 줄어들어 더 위축되었다. 여기에 영어회화 전문강사(이하 영전강)의 수업시수를 채워주느라 창체시간에 저학년조차 영어를 하면서 많은 학교에서 창체시간에 한자, 영어 수업이 이루어지고 있다.

2) 교과보다 많은 영역 분류
창체는 4개 영역(자율, 봉사, 진로, 동아리)으로 분류되는데 초등은 발달단계상 대부분 자율영역에 해당하는 내용이 많다. 그런데 늘 중등을 중심으로 내용이 기술되어 4개 영역을 다 하라는 문구에 무조건 4개 영역을 편성하여 서류와 실제가 따로 놀고 있다. 한자, 정보화교육, 영어, 종이접기 등을 버젓이 동아리 활동이라고 하는 학교가 많다. 중등에서 진로교육 강화라고 하니 초등에서도 진로교육을 필히 편성하는 경우가 많다.
여기에 범교과 영역에서 한자, 보건, 정보통신교육 외에도 최근 독도교육, 성교육, 흡연예방 등 필수 이수하고 보고하라는 요구가 많으니 이걸 창체에 다 반영하는 학교가 많다. 그래서 창체 자율영역에서만 10개가 넘는 소영역이 편성되어 교과보다 표가 더 복잡할 정도다. 교육당국이나 국회 국정감사 때나 특정 영역 시수를 계산해서 보고하라니 생긴 문제이다. 창체가 이렇게 취지와 달리 자율성도 없고 교과시간이나 정권의 요구를 채우는 시간이 되어 버렸다. 초등은 창체시간이 없더라도 교과를 재구성해서 충분히 체험활동이며 다양한 활동, 통합적인 활동을 할 수 있다. 오히려 창체 계획 세우고 운영하는 것에 쓸데없는 에너지가 쓰이고 교육과정 재구성을 방해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3) 누가 기록으로 업무폭탄이 되어버린 창체
창체는 애초 체험활동 중심이라 이를 기록하여 대학입학 때 반영한다고 하였다. 초등은 대부분 자율영역이고 학급 전체적으로 이루어지는 내용이 많은데도 이를 누가기록하라고 하여 업무폭탄이 되고 있다. 사물함 정리하고 기본학습훈련, 밥상머리 교육까지 똑같은 내용을 누가기록하려니 기가 막히다. 개별 학교에서 누가기록안하는 방침을 세울 수 있지만, 초등학생이 전국으로 전학을 다니다보니 칸이 비어있으면 초등 교사들간에 이 문제를 가지고 실갱이를 하는 일도 많다. 초등에서 창체는 이래저래 애물단지가 되어버렸다.

마. 흔들리는 전인교육  
교육과정이 이렇게 자주 바뀌면서 수업도 혼란스럽지만 평가도 문제가 많다. 특히 일제고사 정책으로 초등의 수행평가 체제는 흔들리고, 많은 학교에서 교육과정 재구성을 방해하는 일제식 지필평가를 보고 있다. 점수 올리기를 위한 보충수업, 문제풀이식 수업에 초등학생 특성을 고려한 수업은 많이 사라졌다. 올해 초등 일제고사는 폐지되었지만, 학교에서 당장 이런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고 있다.
2009개정교육과정이 학년군교육과정이지만 평가방식은 전혀 변화되지 않고 월말평가까지 치러지는 학교가 많다. 서술식, 창의·인성 평가를 이야기하지만 기술적인 문제에 그치고 단원평가, 영역평가, 학기별 평가 등의 현실에 대한 진단이나 개선방향에 대한 고민은 없다. 또 성취기준을 보면 여전히 행동주의 철학을 못 벗어났다.  
영어몰입교육 등으로 초등에서 영어가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커진 것도 문제이다. 여기에 영어 수업시수를 늘리면서 초등교육 전문성을 갖추지 않은 영어회화 전문강사가 수업에 투입되면서 많은 혼란을 겪고 있다. 이런 문제는 초등교육의 전문성이 교과 전문성인지 학급 담임으로서의 통합성인지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게 되는 상황이다.
또 초등교사의 수업시수를 줄인다고 하면서 영전강 외에도 스포츠 강사 운영, 각종 예술 강사 운영이 확대되면서 고학년은 전담 과목이 너무 늘어나 학급 운영이 어려울 정도이다. 고학년 교사가 담임 수업을 적게 하는 경우가 전인교육 실현을 위한 방안인지 고민도 없이 무작정 비정규직 교사를 늘려만 가는 상황인 것이다.

지난 5년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기록하는 것만으로도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은 커녕 한숨만 나오게 되는 상황이다. 지나온 일이지만 이런 일련의 과정을 기록할 수밖에 없는 것은 현재 교육과정의 상태가 어떤 내용인지보다 대체 지금 시행해야 하는 교육과정이 무엇인지부터 아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또 이명박 정부에서 교육과정이 이렇게 자주 바뀐 것도 문제지만, 그 역사를 제대로 알고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는 것과 앞으로 이런 일이 나지 않도록 제도적 개선 방안과 교육주체들의 역할을 찾아내는 데 기초 자료로 활용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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