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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전교조 설립취소 공방과 향후 교육운동의 방향

1. 박근혜 정부의 교육정책과 2013년 교육 운동의 과제

진보교육연구소 정세분석팀

1. 박근혜 정부 출범 초기 정세

정권 초기부터 약세를 드러내다.
정권이 출범한지 한 달이 지났다. 아직도 인선이 마무리되지 못했으며, 수많은 인사들의 낙마와 정부 요직을 차지한 사람들의 부도덕성과 여러 의혹들이 드러나면서 박근혜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커다란 내상을 입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그 동안 구축해온 이미지는 '약속과 원칙을 지키는 사람'. '사리사욕이나 측근들의 이해에 휘둘리지 않을 사람'이라는 신뢰였다. 하지만 인사과정을 지켜 본 국민들은 갸우뚱할 수밖에 없다. 도대체 인사의 기준이 무엇인지 알 수 없는 것이다. 우리가 알 수 있는 인사 원칙은 그녀가 고시 출신의 관리를 무지 좋아한다는 것, 자기 고향사람들(영남인사)에 대한 애정이 깊다는 것, 개인적 인연을 소중히 여긴다는 것 정도이다. 정부를 구성하는 것이 동창회나 향우회를 조직하는 것도 아닌데, 개인의 알 수 없는 사적 취향에 따라 일이 처리되는 것을 보는 국민들의 마음은 답답하고 불안할 수밖에 없다.

대통령 당선 이후부터, 박근혜 대통령이 보여준 또 하나의 통치 스타일은 비밀과 밀실 그리고 보안을 굉장히 선호한다는 것이다. 그녀는 당선 이후 좀처럼 나들이를 삼갔으며, 언론 노출도 극도로 꺼렸다. 인수위 논의 내용은 철저히 보안에 부쳐졌으며 언론사와 국민들의 불만이 높아지자 극히 제한된 정보만 제공하였다. 윗물이 벙어리다보니 아랫물은 더 꿀 먹은 벙어리일 수밖에 없다. 세치의 혀를 잘 못 놀렸다가 언제 화를 당할 줄 모르기 때문에 모두 입 다물고 복지부동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87년 민주항쟁 이후, 정치적 지도자들은 끊임없이 언론에 접촉하여 자기 자랑을 하고, 자기의 입장을 이해시키려고 노력하였다. 특정 언론이 자기를 물먹이는 것에 대하여 분노를 표출한 적은 있지만 능숙한 언론 플레이는 정권 유지의 가장 중요한 분야라고 여겨왔다. 하지만 청와대의 새로운 두 대변인은 보는 것조차 부담스럽다. 그녀의 정치관이 반영된 결과가 아닐까? 언론이야 무어라 떠들든 나는 내 갈 길을 가겠노라는 그녀의 단호한 의지를 읽을 수 있는 것은 아닐까?

어쩌면 그녀에게 드리운 아버지의 그림자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강할지 모른다. 그녀는 유신시대에 아버지의 곁에서 정치를 배웠고, 그녀가 기를 쓰고 대통령이 되려고 한 뿌리에는 아버지의 복권에 대한 강한 열망이 자리 잡고 있을 수 있다. 과도한 관료 애호증, 사회적 공론장에서 토론과 논쟁에 대한 심한 거부감, 혼자 판단하고 혼자 결정하려는 그녀의 통치 방식에 유신 시대의 박정희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다고 판단하는 것은 과도한 것일까?
지금은 유신 시대가 아니다. 87년 6월 항쟁 이후 우리 국민들은 형식적이나마 민주주의를 체험해 왔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금까지 보여준 통치 스타일이 거북해 할 수밖에 없는 정서가 훨씬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인사에서의 무원칙과 무능력함 그리고 시대착오적인 통치 스타일로 정권 출범 초기임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정부의 인기는 바닥을 헤매고 있다. 국민의 지지를 등에 업은 강한 정부가 아니라 국민들의 실망과 의혹의 눈초리를 받고 있는 약체 정부로 시작하고 있다. 하지만 낙관은 금물이다. 촛불항쟁으로 금방 무너질 것 만 같았던 이명박 정부도 위기에서 벗어나 역공도 취하고 반격도 가하면서 5년 임기를 채우지 않았던가?

박근혜 정부는 무엇을 하고 싶을까?
  
지난 대선 결과는 우리에게 커다란 당혹감과 허탈감을 안겨주었다. 17대 대선에서 이명박 전대통령의 승리는 어느 정도 예견 가능한 것이었으며, 합리적 설명도 가능했다. 김대중 정부나 노무현 정부에 대한 대중의 실망이 매우 컸으며, 진보정치세력의 성장이 미미한 조건에서 이에 대한 반사이익을 보수정치세력이 전유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18대 대선은 이명박 정권에 대한 국민대중의 극도의 불만과 불신 속에 치러졌음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정권의 명백한 계승자인 박근혜와 새누리당이 승리하는 이해하기 어려운 이변이 일어난 것이다. 민주통합당이나 진보정치세력의 안이함과 무능에 대한 질타가 이어졌고, 특정 세대(50대 이후)의 문제점이나 인구 구성의 변화(노령화 현상)에 대한 지적도 있었다. 이 모든 요소들이 이변의 한 원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우리에게 실천적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박근혜 진영의 대선 기획을 꼼꼼하게 분석하는 것이다. 그래야 향후 5년간 박근혜 정부의 정책이나 통치방식을 예상할 수 있는 근거들을 찾을 수 있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박근혜 후보의 공약을 꼼꼼하게 들여다본 이른바 민주-진보 진영의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선거를 직접 담당하고 있는 정당 관계자들이야 치밀하게 상대 공약을 분석했겠지만 대부분 사람들은 그렇지 않았다. 그들의 심리의 저변에는 박근혜 후보의 공약은 말 그대로 표를 긁어모으기 위한 선심성 공약(空約)이고 이명박 정부와의 차별화를 위한 선거공학적 정책이기 때문에 진지한 분석을 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던 것이다.
하지만 예상을 뒤엎고(?) 선거가 박근혜의 승리로 돌아가자 부랴부랴 박근혜의 대선 공약을 들여다보기 시작하였으며, 예상 밖으로 공약들이 탄탄하게 구성되어 있음을 보게 되었다.(빠져나갈 구멍까지 적절하게 배치하면서)
그리고 당선 이후 기회만 나면 공약 이행을 계속 강조하였다. 결코 대선 공약이 선심성 공약이나 선거공학적 기획이 아님을 누누이 밝혔다.  

박근혜 정부, 위기관리 정부를 자처하다.
지난 17대 대선에서 이명박 진영은 노무현 정권을 좌파무능 정권으로 몰아붙이면서 7-4-7로 대표되는 성장과 선진화 담론을 내세웠으며 이를 달성할 수 있는 핵심적인 방법으로 신자유주의 시장화의 전면적 확대를 제시하였다. 이명박을 성공한 CEO, 강력한 추진력의 소유자로 이미지화하는 전략이 성과를 거두면서 철저하게 자본 편향적이고 기득권 수호의 강력한 지향을 지닌 선거 공약들로 대중의 경제적 욕망(성장을 통한 분배의 확대)을 포섭하는데 성공하였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에 대한 기대는 금방 실망으로 전환되었다. 분배 확대의 기대가 충족되지 못한 것은 물론 세계 경제 위기와 자본편향적인 정책으로 경제적 빈곤과 사회 양극화는 더욱 확대되어 갔다. 이에 따라 민심 이반과 사회적 갈등이 심화되는 가운데 박근혜 세력이 등장하였다.
이런 상황에서 박근혜 세력은 이명박 정권과의 차별화 전략을 고수하면서, 시장화 정책으로 인해 생존의 경계선까지 내몰린 취약 계층 문제와 극단적인 사회양극화로 인한 사회해체의 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사회-정치적 기획을 제출하기 시작하였다. 그들이 제출한 사회-정치적 기획은 보수적 위기관리의 성격을 강하게 띠고 있었다. 빈곤층의 양산이나 사회양극화의 구조적 원인을 제거하기 위해 새로운 사회운영 전략을 마련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신자유주의 시장화 정책과 친자본-노동배제 중심의 사회 운영 원리를 유지하면서, 사후적으로 빈곤층의 몰락과 사회해체의 위기를 최소한의 선에서 방지하는 정책을 도입하는 것이다. 특히 자유주의 정치세력(민주통합당)이 무상 급식 논쟁을 계기로 보편적 복지를 주장하면서 이런 사회-정치적 기획의 필요성은 더욱 강화되었다. 선별적이고 시혜적 방식의 복지를 현실적 복지론으로 포장하면서 자유주의 세력이나 진보세력의 전유물이었던 복지 담론을 잠식해 들어가는데 일정한 성과를 거두기 시작하였다. 지난해 총선과 대선이 맞물리면서 선거공학적인 대응의 필요성까지 가세하면서 복지담론과 피지배계층 포섭 정책은 계속 확장되었다. 박근혜는 원칙과 약속을 중시하는 정치인이라는 이미지 전략이 먹혀들어가면서 생존의 불안에 시달리던 서민 계층에서 박근혜의 복지 약속에 대한 기대감이 확산되었으며, 그것이 대선의 결과로 나타났던 것이다.  

위기관리조차 가능할 수 있을까?
박근혜의 복지정책 중심의 대선 공약을 진정성이 담긴 사회-정치적 기획인가 아니면 표를 얻기 위한 선거공학적인 전술인가의 양자택일적 관점에서 판단하는 것은 위험하다. 분명히 두 가지 관점은 혼재해 있다. 중요한 것은 복지중심의 공약들이 어떻게 현실화될 것인가의 문제이다. 공약의 현실화를 위해서는 집권세력의 의지만으로 충분한 것이 아니라, 일정한 물적 토대와 정치적 조건의 뒷받침이 필요하다.
그런 면에서 박근혜 정부의 복지 공약 실현은 상당히 왜곡된 방식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복지정책이나 분배정책은 사회운영 전략이나 경제정책 일반과 긴밀하게 연동될 수밖에 없다. 시장화 전략과 자본편향적인 정책을 지속하는 상황에서 복지와 분배 정책은 제대로 실현될 수 없다. 당장 그들의 추계로도 연간 100조원의 추가 예산이 필요하지만 그들의 계급적 한계와 편향된 사회운영전략 때문에 적극적인 증세 정책이나 재벌이나 대자본에 대한 통제 정책을 쓸 수 없는 상황이다.
또한 박근혜 정부의 중심 세력들은 매우 보수적이고 관료적이다. 선거 시기에 선거공학적 측면을 우선 고려하여 복지 정책 등 유화적인 포섭 정책에 적극적이었지만, 일단 집권에 성공한 이후 여러 가지 사회적 제약과 물질적 제약을 돌파하면서까지 복지정책을 추진할 의지를 지닐 만한 사람들이 아니다.
따라서 기초노령연금이나 4대 중증 질환자 의료비 지원 논란에서 볼 수 있었듯이, 규모의 축소, 예산 전용, 속도 조정, 방식의 왜곡 등 여러 가지 문제점이 드러날 것으로 예상된다.

박근혜 정부는 해체 위기에 놓여 있는 한국사회와 생존의 경계로 내몰려 있는 취약계층 문제를 해결하는 소방수 역할을 자임하면서 등장하였다. 하지만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그들이 최소한의 위기관리라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자못 의심스럽다. 하지만 내년에 있을 지방자치 선거까지는 무엇인가 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려 할 것이며, 대중의 기대가 일정하게  유지 될 가능성은 존재한다.

3. 박근혜 정부의 교육 정책

교육복지와 경쟁교육 완화정책을 제시하다.
박근혜 정부가 위기관리 성격의 복지 공약들을 마련해 나가면서, 가장 공들인 분야 중 하나가 교육부문이다. 이명박 정권의 교육 공약 대부분이 교육시장화와 경쟁교육정책의 도입과 관련되어 있다면 박근혜 정권의 교육 공약의 대부분은 교육복지와 관련되어 있다.

<표1> 인수위 국정과제 중 교육관련 부문
  
항목
내용
교육비 부담 경감
▪ 고교무상교육 단계적 추진
▪ 공교육정상화 촉진법(사교육비 경감)
▪ 소득연계 맞춤형 반값등록금 지원
▪ 대학기숙사 확충 및 기숙사비 인하
▪ 무상보육 및 누리과정 지원 강화
▪ 초등 온종일 돌봄학교 확대
학교교육 정상화
▪ 중학교 자유학기제
▪ 초등학교 일제고사 폐지
▪ 교과서 완전학습 체제
▪ 학교체육 활성화
▪ 선행학습 금지, 교육과정 이외 출제 금지
대학입시 간소화
▪ 학생부, 논술, 수능 위주로 간소화
▪ 고교교육 이수 결과 중심 선발
▪ 대입전형 학교 교육과정 내 출제
▪ 대입전형 3년 예고제
대학특성화 및
재정지원 확대
▪ 고등교육재정지원 GDP 대비 1% 수준
▪ 성과분석을 통한 재정 지원
교원의 교육전념 여건 조성
▪ 교원행정업무 경감
▪ 교원평가, 근평, 성과급 일원화
▪ 학급당 학생수 감축과 표준수업시수제 도입  
전문인재 양성 및 평생학습체제 구축
▪ 마이스터교, 특성화고 육성
▪ 직무능력표준 중심의 교육과정 운영
전문대학을 고등직업교육 중심기관으로
▪ 특성화 전문대 100개교 육성
▪ 전문대의 학제 유연성 확대, 평생교육 강화

지방대학 지원 확대
▪ 지역거점대학 육성 사업 추진
▪ 산학협력선도대학을 대학 특성화

위 표에 나와 있는 박근혜 정부의 교육공약을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우선 국민들의 교육비 부담을 경감하는 교육복지 관련 공약들이 존재한다. 이와 관련된 대표적인 공약들은 고교무상교육 단계적 추진, 초등 온종일 돌봄학교 확대, 무상보육 및 누리과정 지원 강화, 소득연계 반값등록금 등을 꼽을 수 있다.
둘째로 지나친 경쟁교육의 폐해를 보완하려는 성격의 공약들을이 존재한다. 이와 관련된 대표적인 공약들은 초등일제고사 폐지, 대입제도 간소화, 중학교 자유학기제, 학급당 학생수 감축(교원확충), 교원 행정업무 경감 등이다.

교육복지 공약, 온전한 실현을 기대하기는 어려워
이명박 정부가 신자유주의 경쟁 교육의 전면화를 내걸었다면, 새 정부는 교육복지확대와 경쟁교육의 폐해의 일정한 보완을 내세우는 등 긍정적 측면도 분명 존재한다. 하지만 교육관련 복지 공약들에는 일련의 문제점들이 있다.

위에서 볼 수 있는 대부분의 공약들이 교육예산의 증액을 필요로 한다. 자신들의 추계로도 교육부문만 매년 18조원의 추가 재정이 필요한 상황인데, 실제로는 그 이상의 예산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가 적극적인 재정 확대 정책을 마련하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공약(公約)이 공약(空約)으로 될 위험성이 상존한다.
설혹 공약을 실행한다 할지라도 매우 왜곡된 방식으로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예를 들어 교원이나 교육행정인력, 돌봄교실 인력의 경우 대부분 비정규직으로 채워질 가능성이 높다. 또한 교육복지에 필요한 재원을 기존의 교육 예산의 전용을 통해 충당하는 꼼수를 사용할 가능성도 매우 높아 보인다. 교육복지를 외치면서도 비용 절감 논리를 내세워 농산어촌의 소규모학교를 강제로 통폐합하고, 학급당 학생수 감축 비용이나 누리과정 지원에 필요한 예산을 그나마 부족한 초중등 학교의 운영비에서 전용할 위험성도 존재한다. 초등돌봄학교 확대 정책의 경우 확대에 필요한 대부분의 업무를 기존의 초등 교직원에 떠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재정의 부족의 이유로 사업의 규모를 축소하거나 시기를 늦추는 사례도 증가할 것이다.
고교 무상교육의 확대나 대학등록금 지원의 확대는 고등학교와 대학의 공공성이 강화되는 방식으로 추진되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고교무상교육 시행은 고교 평준화를 확대하고 사학의 공공성을 강화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임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정부의 정책은 오히려 사학자본에 대한 일방적인 지원과 고교 서열화를 고착시키는 것으로 귀결될 것이다. 대학은 문제가 더욱 심각한 양상으로 드러날 것이다. 대학등록금 지원은 대학에 공적 재정을 투입하는 방식으로 진행하여 사학에 대한 사회적 통제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어야 하는데, 개별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시혜적으로 뿌리는 방식이 됨에 따라 대학등록금 지원 정책의 의미를 퇴색시킬 것이다. 오히려 장학금 혜택 대상자 선발 과정에서 가계 소득이나 성적 등과 연계시킴으로써 혼란과 잡음이 끊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내년 지방선거에서 민심 이반을 막기 위하여 적어도 선거전까지는 교육복지 정책을 계속 추진하는 모양새를 갖추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그리고 생존 문제에 허덕이고 있는 서민들의 입장에서는 조그만 시혜적 복지도 체감 효과가 클 것이다.

대증요법(對症療法)에 치우진 경쟁교육 완화정책, 그 효과는 미미할 수밖에
경쟁교육 완화 정책의 경우, 교육문제를 전체적으로 파악하여 종합적인 방안을 만드는 방식이 아니라 불거진 문제에 대해 부분적인 개선책을 제시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교육 문제는 서로 얽히고 설켜 있는 구조적인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사안별 땜질식 처방으로 일관하고 있다.
일제고사의 경우 초등만 폐지를 제시하고 있으며, 자사고나 입학사정관제의 경우 문제점을 보완하여 계속 시행하겠다는 입장을 제시하고 있다. 이런 방식의 정책들은 문제의 초점을 흐린다. 교육문제들을 잔존하게 하고 은폐시키는 효과를 가져와 차라리 문제가 곪아터지게 하여 문제해결을 촉발시키는 것보다 교육문제 해결을 더욱 어렵게 할 것이다.  

중학교 교육에서 꿈과 끼를 살려주는 교육을 하고 싶다면 최근 고교 서열화의 강화에 따른 과잉 고입 경쟁을 완화시키는 정책을 우선적으로 실시해야 한다. 하지만 고교서열화 문제에 대해선 아무런 언급도 없이 자유학기제 도입만 강조하고 있다. 자신들이 내세운 정책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라도 우선순위가 틀린 것이다. 대입제도 간소화도 마찬가지이다. 명칭의 간소화만 주장할 뿐, 당장 우선적으로 해결되어야 할 학교 밖 스펙을 요구하거나 고교 교육과정을 넘어서는 준비를 요구하는 전형의 폐지를 추진하고 있지 않다. 또한 내신 중심의 수시 전형이 제대로 정착하려면 반드시 고교평준화 확대가 수반되어야 한다. 하지만 나날이 심화되는 고교서열화에 대한 대책은 제시하지 않으면서 내신 전형만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에 그것이 제대로 실현되는 것을 기대할 수 없는 것이다.

근본적인 개혁은 고사하고, 그들이 자랑스럽게 내세운 대증요법들은 제한적인 효과조차 낼 수 없는 상황이다. 한국 교육 문제는 학교체제(특히 서열화된 대학체제와 고등학교체제)와 입시제도 그리고 학교교육과정 등이 복잡하게 얽혀서 발생한다. 교육문제에 대한 구조적인 진단 없이, 대중들의 불만이 집중되는 사안에 대한 대증요법(對症療法)적 접근으로는 결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정리하면, 지난 정권의 극단적인 경쟁교육정책, 과도한 교육비 부담, 열악한 교육 환경 등에 대한 교육주체의 불만이 고조되자 박근혜 정부는 이를 무마하기 위한 정책을 대선 공약으로 제시하였다. 하지만 적극적인 재정확대정책의 부재, 교육문제에 대한 종합적 인식의 부족, 보수적 관료들의 교육권력 장악 등으로 대선교육공약이 지니고 있는 부분적인 긍정성도 제대로 실현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시혜적 복지 정책으로 대중 기대감을 일정하게 충족시키는 국면이 제한적으로 형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4. 교육위기 극복으로부터 출발하여 교육혁명으로

교육위기는 실재하는 현상인가?

‘교육불가능의 시대’라는 담론이 점점 확산되고 있다. 이전에는 주로 보수언론들이 학교위기 담론을 생산하고 확산시켜 왔다. 교실붕괴나 학교폭력 사태 등을 선정적으로 보도하고, 그 책임을 주로 학교나 교사에 돌리면서 학교와 교사의 책무성을 강화하기 위해 각종 경쟁 제도를 도입할 필요성을 주장하는 근거로 활용해 왔다. 일제고사, 교원평가, 성과급제도, 학교평가 등에 대해 국민대중이 동조할 수 있는 심리적 조건이 이런 맥락에서 형성되어 온 것이다.  
최근에는 진보적 매체에서도 교육위기 담론을 생산하고 확산시키고 있다. 교육위기를 학교 현장에 실재하고 있는 객관적인 현상으로 규정하면서 그에 대한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
교육위기는 급별이나 지역별에 따라 그 양상이나 정도가 다르게 나타나고 있지만 교실붕괴, 학교폭력이라는 극단적인 형태뿐만 아니라 배움으로부터 도주하는 아이들의 점진적 증가, 교사와 학생의 관계 악화, 교실에서의 교수-학습 전개의 어려움 등 기본적인 교육 활동이 학교에서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특히 초등보다는 중등에서 심각한 양상을 띠고 있다.

한국 교육이 위기에 처해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보수든 진보든 대체로 동의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교육위기의 원인 진단에 대해서는 서로 다른 입장을 지니고 있으며, 앞으로도 보수와 진보 사이에서 교육위기 원인에 대한 진단과 해법을 둘러싸고 치열한 논쟁의 장이 형성될 것이다. 결국, 교육위기 담론 투쟁이 교육부문에서 당분간 중심적인 위치를 차지할 것이다.  

교육위기 극복 운동으로부터 출발하자.

교육위기는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실재적 현상이다. 또한 교육의 일상적인 기능이 마비되는 교육위기로 인해 교육주체들의 고통이 나날이 커지고 있다. 교사들은 교육활동의 보람이나 의미를 느끼기보다는 교육 실패로 인한 고통에 괴로워하고 있다. 많은 학생들이 배움의 기쁨이나 성취의 만족을 느끼기보다는 실패자-낙오자로 내몰리고 있으며, 인간으로서의 성장과 발달의 기회를 박탈당하고 있다. 학부모는 자식 교육을 위해 엄청난 희생을 강요당하고 있지만 돌아오는 것은 자식의 실패와 불안한 미래로 인한 고통뿐이다.

교육운동 진영은 교육위기 극복 운동을 통해 교육주체들의 고통을 해결하기 위해 앞장서야 한다. 교육 불가능의 학교를 교육 가능의 공간으로 탈바꿈시키기 위해 분투해야 한다.
이를 위해 학교를 행정중심에서 교육중심으로, 통제 중심에서 소통 중심으로, 개별 경쟁에서 발달과 협력 중심의 공간으로 변화시켜 나가야 한다.
교육위기 상황을 감추는 것이 아니라 널리 알려나가고, 교육위기 극복에 교육운동 진영이 앞장섬으로써 교육개혁의 절박성, 교육운동 진영의 진정성, 진보적 대안의 정당성에 대한 대중적 공감대를 확대해 나가야 한다.
교육운동 진영은 혁신학교 실험, 경쟁교육폐기 투쟁, 제도와 법개정 투쟁까지 다양한 활동을 전개해 왔다. 하지만 다양한 실천들을 묶어줄 수 있는 프레임이 부재함으로써 국민대중의 공감을 얻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우리의 다양한 활동을 교육위기 극복 운동이라는 통일적 프레임을 통해 가시화시킴으로써 대중의 이해와 공감을 훨씬 쉽게 넓혀나갈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박근혜 정부의 시혜적 복지나 대증요법 중심의 처방에 수세적으로 대응할 것이 아니라 교육운동 진영이 주도하는 전선을 형성해야 한다. 교육운동 진영이 박근혜 정권의 시혜적 교육복지 정책이나 경쟁교육체제에 대한 땜질식 처방에 대한 찬반의 구도에 머문다면 교육운동 진영의 위상은 매우 모호해질 것이다. 오히려 교육문제에 대한 담론 투쟁의 지형과 정치적 전선을 ‘교육위기극복’ 문제로 이동시킬 때, 교육운동 진영이 주도성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교육위기 극복 운동에서 제시될 주요 과제는 아래와 같이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 학급당 학생수 감축과 교원확충
○ 학교자치 확대와 인권친화적 교육관계 확립 (학교인권법 제정 등)
○ 귀족학교 폐지(국제중, 자사고, 특목고, 거점학교 등)와 평준화 확대
○ 교육과정 개편과 대입제도 개혁 (수업일수-시수 축소, 난이도 적정화 등, 학교 밖 스펙 전면 금지, 교육과정 이외의 입시전형 폐지)
○ 혁신학교 지원과 교장공모선출제 확대
○ 학교비정규직 문제 해결 및 교원업무 정상화
○ 일제고사-교원평가-성과급-학교평가 등 반교육적 경쟁교육 폐지

교육혁명운동으로 전진하자
위에서 제시한 과제들은 교육위기 극복을 위한 기본적인 과제들이다. 2013~4년에는 교육위기 극복을 위한 기본 과제의 실현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 하지만 위의 과제의 실현만으로 우리 교육이 정상화될 수 없다. 한국 교육은 좀 더 근본적인 수술이 필요하다.

○ 대입폐지(자격고사화)와 대학통합네트워크 건설 → 입시교육 폐지
○ 국가교육위원회 설치 및 사학법 개정 → 교육민주화 및 소유와 지배 구조의 개편
○ 학력-학벌 차별 금지 → 교육의 근본적 개편을 위한 사회적 여건 마련

위의 세가지 과제는 한국교육을 근본적으로 재편하기 위한 3대 근본과제이다.
3대 근본과제는 박근혜 정부에서 전면적인 실현을 어렵겠지만, 2013년~14년에는 대안 마련과 대국민 선전 홍보 사업을 중심으로 전개하고 총선(2016년)과 대선(2017년)을 대비하여 2015년부터 사업의 비중을 점차 확대해 나가야 할 과제들이다.
교육위기극복 운동이라는 가장 절박하면서도 기본적인 운동에서 출발하여 교사와 교육주체 및 일반 대중의 지지와 참여를 확대해 나가면서 교육체제의 근본적 개편 즉 교사와 학생이 행복한 교육혁명으로 상승시켜 나가야 한다. 항상 구체적인 실천에 기초해 있으면서도 원대한 전망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 향후 5년의 교육운동의 흐름 : 교육위기 극복으로부터 교육혁명으로

○ 2013~14 : 3대 긴급과제와 4대 기본 과제 중심의 교육위기 극복 운동 →지자체 선거 계기 활용 (3대 근본과제는 대안마련과 대국민 홍보)
○ 2015~16 : 긴급과제와 기본과제 중에 미해결 과제 해결 추구, 3대 근본과제 사회적 의제화 → 총선 계기 활용
○ 2017 : 3대 근본과제를 전면에 제시하고 나머지 과제 결합 → 대선 계기 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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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 [담론과 문화] 뜻밖의 음악 기행 file 진보교육 2013.07.19 16042
189 [담론과 문화] 3. 창조론, 과학에 도전하다 file 진보교육 2012.10.15 14701
188 [기획1] 비고츠키교육혁명 - 어린이는 타인에게 규제됨으로써 자기행동의 통제력을 가지게 되는가? file 진보교육 2013.02.13 9552
187 [기획] 2. 비고츠키 교육학의 실천적 적용 file 진보교육 2012.10.15 3582
186 [기획] 비고츠키 발달원리로 보는 선행학습의 문제점 file 진보교육 2013.10.10 3299
185 [열공] 레이먼드 윌리엄스 다시 읽기 file 진보교육 2013.10.10 2551
184 [기획] 5. 인식에 있어서 언어의 중요성과 변증법 file 진보교육 2011.07.18 2183
183 [기획] 4. 비고츠키 '생각과 말'의 교육적 의미 file 진보교육 2011.07.18 2090
182 [초점] 학생건강체력평가제도(PAPS), 누구를 위한 평가인가 file 진보교육 2013.04.15 2016
181 [담론과 문화] 오래된 떡갈나무에 노란 리본을... file 진보교육 2012.03.22 1891
180 [기획] 비고츠키와 영재교육의 방향 모색 file 진보교육 2012.01.26 1853
179 [초점] 1. 교원평가, 이제 그만 끝내자 file 진보교육 2012.10.15 1783
178 [기획1] 비고츠키교육혁명 - 청소년의 뇌와 ‘비고츠키’ 그리고 학생인권 file 진보교육 2013.02.13 1722
177 [기획] 2. 배움의 공동체에 대한 교육학적 검토 file 진보교육 2011.07.18 1714
176 [기획] 1. 비고츠키의 발달론과 발생적 관점 file 진보교육 2013.04.15 1653
175 [분석] 학교선택제 파산과 고교서열화체제의 등장 file 진보교육 2011.07.18 1651
174 [열공] 다이앤 래비치 [미국의 공교육 개혁, 그 빛과 그림자]를 읽고 file 진보교육 2011.10.12 1648
173 [제언] 하루 4시간이면 충분하다. file 진보교육 2012.06.20 1616
» [특집] 1. 박근혜 정부의 교육정책과 2013년 교육운동의 과제 file 진보교육 2013.04.15 1546
171 [초점] 박근혜정부의 대입정책과 대안적 입시제도의 방향 file 진보교육 2013.10.10 15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