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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 한국 학생평가의 문제점과 새로운 평가패러다임

손지희(상신중)

교육평가 : 학습자의 행동변화 및 학습과정에 관한 정보를 수집·이용하여 교육적 의사결정을 내리는 데 도움을 주거나 의사결정을 하는 과정. 첫째, 인간의 현실성보다 가능성에 더 비중을 둔다. 가능성을 부인하고 현실성에 집착할 때 인간을 심판·판단·범주화시키는 인간규정의 의식이 대두되며, 가능성에 더 의미를 부여할 때 인간이해의 평가개념이 성립된다. 교육평가의 목적은 행동증거를 수집하여 얻은 결과에 의해 현재 상황을 진단하고, 다음 단계의 목표를 설정하기 위한 자료를 제공하는 데 있다. 둘째, 평가자료와 대상과 시간은 무한하다. 학생이 남겨놓은 낙서 한 줄, 그림 한 장, 일기장 한 토막, 대화 한 마디가 모두 인간이해의 자료가 될 수 있다. 교사는 교과전문가이기 이전에 인간이해자여야 한다. 셋째, 계속적이고 종합적인 과정이다. 종합성(comprehensiveness)이란 평가의 과정이 한 학생의 전체에 걸쳐 폭넓게 이루어져야 한다는 뜻이다. 넷째, 인간이 갖고 있는 여러 가지 특성의 변산(variability)을 다룬다. 이것은 그 특성을 정확하게 측정·규명·변별해주는 것보다는 그것이 왜 발생하고 무엇이 그것을 발생시키는가를 분석함으로써 그것을 통제해 변산을 극대화하거나 극소화하거나 또는 0으로 떨어뜨릴 수 있는 방법을 찾는 데 목적이 있다.(브리태니커 백과사전)

1. 한국 교육평가의 문제점과 현황

1) 평가관

가. 측정관에의 매몰
한국에서는 통상 [평가=‘점수매기기’]를 의미하며 실제로 대부분의 학생평가는 계량화가 빠지지 않으며 ‘시험’이 계량화의 주요 도구로 사용되어 왔다. 즉 교수-학습의 결과를 측정하는 것이 학생평가의 주요 방식으로 자리잡고 있다. 측정(measurement)이라 함은 “어떤 규칙에 따라 속성을 나타내고자 하는 대상에 수치를 부여하는 것으로서 회계적인 개념으로는 자산, 부채 등 재무제표의 기본요소에 대해 그 화폐금액을 결정하는 것을 말한다.” 즉 가치를 일정 기준에 따라 수치화하는 인간의 행위가 측정이다.
하지만 교육평가는 측정보다 훨씬 넓은 의미로서 점수매기기, 시험, 성적을 넘어서는 교육적 행위들을 포괄한다. 교육평가의 지향은 인간 이해를 바탕으로 교육 상황을 개선하는데 있으며 이를 위해 행하는 지속적이고 종합적인 교육실천의 한 부분이 바로 교육평가이다. 교육평가에는 다양한 방식이 있으며 그 중 측정에 의한 점수산출은 비교와 서열화를 위해 사용되는 하나의 방편일 뿐이다.
학교교육에서 측정을 평가로 혼동하는 순간 오류발생은 필연적이다. 학습의 결과는 인간 정신기능의 발달, 즉 질적 개념인 반면 측정은 ‘잣대를 들이대어 수치화하는’ 계량적 행위이기 때문이다. 이를 측정이론에서는 ‘오차’라고 부른다. 즉 재어야 할 것을 제대로 재지 못하는 상황, 즉 측정의 타당성 문제는 항상 피할 수 없게 되어버린다.
역설적으로 측정의 이론과 실제에서 ‘오차의 최소화’는 매우 중요하게 취급되지만 실제 ‘학교교육에서의 측정’ 즉 학업성취도를 계량화하는데 있어서 오차는 거의 무시된다. 반면 편차는 절대시하고 또 학생평가 결과가 갖추어야 할 필수요소로 간주한다. 성취도 검사도구나 학교 내 정기고사, 수능 시험지가 갖춰야 할 최고의 덕목으로 강조되는 것은 “변별력”이다. 학습자 간의 차이를 드러내야 좋은 검사지로 여긴다.
하지만 두 가지를 혼동해서는 곤란하다. “측정은 시험점수 그 자체이지만 평가는 이를 근거로 가치판단에 이르는 과정”으로서 교육적 판단이 우선이다. 나아가 오차무시, 편차중시의 풍토에서 측정의 결과는 학습자의 미래에 관건적 요소이기 때문에 심각한 교육적, 사회적 문제가 발생해 왔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오차발생이 불가피함에도 오차를 무시한 채 신뢰하는 반면 집단간 내지 개인간 편차의 해석함에 있어서 능력차 혹은 단위학교 간 교육력 차이로 규정된다. 문제는 이렇게 개인의 문제, 단위학교의 문제로 환원시켜서는 안되는 복잡한 사회적 환경을 간과하도록 유도함으로서 교육에 대한 사회적, 국가적 책임과 오류를 은폐시키는 부가적 기능을 평가(특히 국가단위 일제고사)를 통해 수행한다는 점이다.
측정관에 매몰된 평가시스템에서는 교육의 본질과는 무관한 비본질적 교육행위가 증대한다. 예컨대, 교수-학습과정 그 자체보다는 검사도구 개발과 교사의 전문성 가운데 평가전문성을 우위에 놓고 정작 가르치는 행위보다 평가에 보다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여하게 만든다. 또한 평가주의의 함정에 빠지게 된다. 그 기저에는 ‘시험성적의 결과는 교수-학습을 개선하고 학생의 학습에 도움을 준다’는 강력한 믿음이 존재한다.
측정관에 몰입된 교육평가는 지속적으로 비판의 대상이었다. 무지의 소산이 아니라 알면서도 이러고도 있는 것이 한국의 교육평가가 빠져있는 현실이다. ‘시험’으로 대변되는 평가제도가 유발하는 비교육적 성격과 그 역기능에 대한 지적은 매우 많고 지속적이며 교육학자, 관료, 정치인, 일반대중 등 다양한 많은 사람들이 한국의 시험위주 교육에 대해 비판한다. 입시위주의 교육을 비판하지 않는 사람은 한국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측정’이 마치 교육평가 그 자체인양 오인되는 것은 한국의 학력에 대한 관점과 깊은 연관이 있다.

나. 계량주의적 학력관
학력(學力)의 사전적 의미는 “교육을 통하여 얻은 지식이나 기술 따위의 능력. 교과 내용을 이해하고 그것을 응용하여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능력”이다. 학력의 연관어로는 학력증진, 학력향상, 학력검사, 학력저하 등이 있는데 이는 계량화하기 불가능한 ‘능력’이라는 질적 개념을 양적 개념으로 왜곡하는 현실태를 보여준다. 2000년대 들어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온 학력저하, 학력격차 논란에서 근거는 시험점수이다.
현재 한국사회의 학력관은 일제의 잔재 중 하나이다. 총독부는 석차(상대평가)를 근간으로 학력의 서열화를 도모하여 이를 식민 지배 전략으로 활용했다. 일제강점기 ‘학력에 따른 민족분할 정책’은 식민지 지배의 전형적인 전략의 하나로 학력에 따라 민족의 분할을 도모하여, 높은 학력을 가진 자가 낮은 학력을 가진 자를 대리 통치케 함으로써 식민지배를 용이하게 하기 위한 것이었다. 전통교육이나 개화기의 학교교육에서 학생들의 품행에 대해 별도로 평가하여 기록하지 않았다. 일제강점기부터 학적부의 학업성적란에 조행이라는 항목을 첨가하여 갑/을/병/정, 혹은 우/량/가/부로 구별하여 평가. 성행란을 두어 성격, 재간, 악벽, 장애, 이상, 취미, 기호, 언어, 동작, 용모 등에 대해 서술식으로 기록(규율을 어기지 않도록 유도하는 소극적 통제 전략)했다. 학적부의 기록은 졸업 후 상급학교 진학이나 취업에 교장이 작성하는 ‘소견서’(내신서라고도 함)의 근거가 되었다. 당시 학생들을 대상으로 시행한 초중등학교에서의 평가는 학생들의 전과목 평균점수에 따라 석차를 매기는 상대평가제를 도입하여 그 석차를 진급, 진학, 취학 등에 활용(능동적 통제 전략)하고, 동시에 학생들의 품행평가 즉 조행이나 성행을 평가하여 그 결과를 진급, 진학, 취업 등에 활용하였다. 특정 집단에서의 상대적인 서열을 말해주는 석차를 제시하는 일은 개항 이전의 전통 교육과 일제강점기 이전 개화기 교육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석차도입은 ‘학력에 따른 민족분할 정채’에 따라 학교의 ‘교육적 기능’ 보다 ‘사회적 선발기능’을 더욱 강화하고, 학생들의 경쟁 혹은 투쟁 대상이 곧 함께 지내는 동료학생들이 되게 함으로써 반일, 항일운동에 대한 관심을 약화시키기 위한 것이었다. 또한 초중등교육기관에 상대평가에 의한 석차를 도입한 또 다른 의도는 초중등교육기관을 일종의 종결교육기관으로 인식하도록 유도하기 위해서였다. 상대평가에 의한 석차는 ‘직업인 양성 및 차별적 채용’이 강조되는 상황에서 주로 활용되는 것으로, 종결교육기관이라 할 수 있는 직업인양성소나 직업연수원 등에서 흔히 활용하는 평가 방식이다. 이를 초중등교육기관에서 활용한다는 것은 결국 초중등교육기관을 종결교육기관으로 인식하도록 함과 동시에 그 결과를 차별적 채용이나 선발에 활용함으로써 ‘간이’ ‘실용’을 강조한 식민지 교육정책에 부응하도록 유도한 증거이다.
해방 후 21세기에 이르는 지금 한국자본주의사회에서는 일제의 잔재인 계량주의적 학력관이 인적자본론과 결합되어 있다. ‘글로벌 창의인’을 강조하는 ‘미래형 교육과정’은 이명박 정부 버전의 인적자본론을 근간으로 한 교육과정이다. ‘미래형 교육과정’은 학생들을 자신들이 설정한 ‘미래사회’의 ‘인재’(노동력)로 규정하고 ‘자존적 자기이해, 의사소통, 상상력·창의력, 문화적 감수성, 문제해결력, 논리력, 공동체 시민정신, 지도성’을 글로벌 창의인이 갖추어야 할 핵심역량으로 규정하였다. 이는 개인의 교육의 권리주체가 아니라 특정한 사회형태에 적합한 부품으로 조형대상화하는 관점으로서 공교육을 이에 복무하게끔 강제한다는 의미를 내포한다. 계량주의적 학력관의 결합은 미래형 교육과정 실효화 전략의 하나로서 ‘엄정한 성취기준 설정’과 학업성취기준 중심 학력진단의 주기적 실시를 제시한 대목에서 드러난다.

2) 평가의 교육조형기능 : 평가가 교육의 실제를 심각하게 왜곡

교육평가가 교육실제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평가의 교육조형 기능이라고 한다. 한국교육의 경우 평가에 의한 조형기능이 비정상적일 정도로 과잉상태이며 평가가 갖는 온갖 역기능이 포화상태를 넘어선 지경이다. 앞서 살핀 특정의 평가관, 학력관, 인간관은 관념에 머물지 않고 있다. 평가제도로 강제됨으로써 한국교육의 실제를 주도하고 있다.
한국에서 평가의 교육조형기능은 교육평가의 ‘부차적 기능의 절대화’ 현상으로 규정할 수 있다.평가의 중심 기능은 인간발달을 위한 실천으로서의 교육을 돕는 것으로서 교육과정, 프로그램, 교구, 교재 등을 개선하고 발전시키는 기능임에도 책무성 추궁, 경쟁 유발, 상벌부여 근거 활용 등 외재적 동기 유발이 중심 기능을 압도하는 현실이다.

가. 일제고사
측정관에 매몰된 평가관, 인적자본론에 터한 인간관, 계량주의적 학력관, 평가적 국가관이 응축된 ‘잘못된 평가’의 대표적 사례가 일제고사이다. 모든 교육주체간 경쟁과 반목을 부추기는 고부담 평가로서 본래 국가수준의 학력검사는 ‘교육과정평가’를 목적으로 제시하면서 실시되고 정당화되어 왔다. 하지만 최근 성취도평가는 실상 폭력적 형태의 강제적 일제고사로 ‘책무성 모형’과 평가적 국가관에 의한 것이어서 국가교육정책에 대한 평가자료 수집이 용도가 아니라 학생의 성취도를 표준화된 검사지를 통해 전수조사하여 계량화된 결과를 공개하고 그에 대해 페널티를 부과하는 방식이다. 학생의 점수가 학교와 교사에 부담이 되어 돌아오는 시스템으로 구조화되어 있어 그 모든 부담이 다시 학생에게 돌아간다.
누누이 경고했던 파행이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현실화되고 있다. 정규학사 일정에서 시험일이 끼어드는 것으로 국한되지 않고 있는데 학사일정 전반은 물론 정상적 교육과정 운영에 심각한 장애요소로 작용할 뿐 아니라 ‘학교의 성과’를 위해 학생들을 강제로 보충수업과 자습에 동원하는 학교가 일제고사 시행 전보다 압도적으로 늘어났다.
최근 서울지역 학교교육 실태조사 분석결과에 따르면
▷입시 위주 교육 등 학사파행 증대. 0교시, 보충수업, 야간학습 고등학교는 강화, 초중학교로까지 확대. 휴업일 강제 등교  
▷ 정상적 교육활동 침해. 성적 향상 압박이 심해지면서 문제풀이식 수업강요, 부진아 대상의 보충수업 등 성적위주의 교육활동 강제. 하지만 학력향상은 의문시. ‘마지 못해 시늉’하는 현실
▷ 학생인권 상황 악화. 특히 학교선택제의 압력에 놓인 고등학교의 경우 학칙의 무리한 적용으로 강제전학을 시키는 등 일제고사 성적에 도움이 되지 않는 학생들을 솎아내려는 시도가 증가. 보충, 자율학습 역시 학생의 의사는 무시된 체 강제.
가장 심각한 것은 ‘성적에 의한 차별’이라는 비교육적 행태가 일제고사로 인해 학교현장에서 노골적이고도 버젓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나. 학교에서의 일상적인 학생평가


○ 방식 : 상대평가(석차), 양적평가(원점수, 시험에 의해 측정된 결과가 절대적 기준)
○ 기능 : 진단과 형성 기능은 매우 미미하고 총괄 평가, 전략적 평가의 역기능이 절대적


- 현재 점수로 미래의 가능성 차단
일제고사식의 정기고사를 중심으로 이루어져온 학생평가 역시 문제는 크게 다르지 않음. “평가는 교육에 도움을 주는 보조수단”이라는 원칙이 전혀 지켜지지 않은 채 평가에 교육활동이 종속되어 있고 학교에서의 평가는 곧 ‘시험’이고 점수화된 결과가 미래의 가능성을 예단하고 폐쇄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 교사의 인간이해자로의 발달 욕구도 저해
평가방법 개선의 취지로 도입된 수행평가 및 서논술형 문항도 현실은 달라지지 않고 있다. 독서이력철 등이 도입되도 소용이 없다. 현행의 점수산출(계량화)와 생활기록부 기록 중심의 학생평가는 교사의 교육적 판단이 개입할 여지가 없는 ‘업무’의 일종일 뿐이다. 학생 개개인을 ‘점수’와 ‘쫑알쫑알’(행동발달특성) ‘각종 활동에 대한 누가기록’으로 처리하는 것은 교사들에게 그다지 유쾌하지 않은 업무다. 교사의 판단을 중시하는 경우는 없기 때문이다. 교사는 최대한 자신의 판단을 배제하라는 ‘객관주의’의 허상에 시달린다. 학생의 미래에 혹시라도 마이너스가 될지 모른다는 책임감이 따르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실의 압력은 교사들의 인간이해자로서의 전문성 발달을 촉발할 아무런 동기를 주지 않는다.
- 교육적 관계 훼손
점수를 주고받는 관계는 교육적일 수가 없다. 발달에 도움을 주지 못하는 ‘전략적 수단’으로 탈바꿈되는 게 한국의 ‘점수’를 위주로 한 평가시스템이다. ‘점수 깎는다‘는 협박을 통해 통제 수단으로 오용함으로써 교육적 권위와 학생과의 신뢰 관계가 저해된다.
- 정서와 가치관의 왜곡
성장기 아동, 청소년에게 정서적 손상을 유발하고 공동체 의식보다는 자본주의적 가치관을 강화한다. 학생에게는 시험이 미래를 결정하는 기능을 하기 때문에 시험 그 자체가 커다란 스트레스다. 아울러 공부에 대한 흥미와 배움의 의미를 박탈해버린다. [공부=시험준비], [공부를 잘하는 것=높은 등수]로 규정된 현실로 인해 배움이 인간으로서 누려야 할 권리라고 생각할 겨를 없이 배움으로부터 이탈하는 것을 정당화하게 된다. 엄청난 역기능이 아닐 수 없다. 점수로 규정당하는 것이 싫으면서도 학생들 스스로도 친구관계를 성적으로 규정한다. 이는 나아가 인간에 대한 왜곡된 판단기준과 관점(학력, 학벌로 사람의 가치 판단)을 심어주어 재생산하는 효과를 내포한다.

3) ‘비교’라는 목적과 기능에서 벗어난 새로운 평가 패러다임이 필요

위와 같은 현상들은 한국의 학생평가가 세계에서 비슷한 예조차 찾기 어려운 비정상적 형태이기 때문이다. 점수 측정 위주, 발달단계에 따른 명료한 기준의 부재, 평가권이 가르치는 주체에게 주어지지 않는다는 점, 평가가 교육과정을 도리어 좌지우지한다는 점 등이 그러하다. 이 모든 문제의 핵심을 학생평가가 수행하는 중심기능이 ‘비교’에 있기 때문이다. 이는 곧 상대평가가 갖는 문제로 나타나며 ‘계량화’에 이은 ‘서열화’ 과정을 거칠 수밖에 없다. 역으로 계량화된 결과는 서열화와 비교로 필연적으로 연결된다.

<상대평가의 문제점>
○상대평가의 기준점은 그 집단내부에서만 통하기 때문에 타 집단 간의 비교가 불가능하다.
○상대평가는 개인의 상대적인 지위를 알려주지만 그 개인의 교육목표를 어느 정도 달성했는지는 제시해 주지 못한다. 따라서 그 학생이 무엇을 할 수 있고 할 수 없는지는 알 수 없으며, 학습의 결과 무엇을 할 수 있되 얼마만큼 잘 할 수 있는지도 알 수 없다.
○상대평가는 집단내 상대적인 평가이기 때문에 개인 간의 과열된 경쟁의식을 조장할 수 있다.
○ 상대평가는 경쟁의식을 통해서 학습자들에게 외재적인 동기를 유발하고 있다. 그러나 현대학습이론에서는 외재적인 동기유발이 아니라 내재적인 동기유발을 권장하고 있다. 왜냐하면 외재적인 동기 유발 즉 경쟁의식을 통해서 각 개인에게 안이한 성취감이나 가혹한 패배감을 강요함으로써 학습에 대한 강화체제를 흐리게 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 조사에서도 상대평가(규준지향평가) 즉 성적에 의한 서열화를 시행할 경우가 절대평가(준거지향평가) 시행할 경우보다 ‘낙오자’를 만들어내는 평가의 역기능 훨씬 빈번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한 조사에 따르면 서열화를 직접 경험하지 않은 국가보다 훨씬 높은 비율로 한국의 중학생 319명 중 66.5%의 학생들이 학생의 성적을 서열화하는 것에 반대(박정희, 2003)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의 평가에 대한 비판을 통해 수행평가, 참평가 등 ‘새로운 평가이론’이 구체화되었고 평가방식을 다양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어 정책화되어 학교현장에서 시행이 되었음에도 문제는 계속 심각해져왔다. 따라서 현재 목도되는 평가의 역기능들은 현재의 평가 패러다임의 자체를 바꾸어야만 올바른 방향으로 선회할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다시 말해 몇 가지 평가방식을 추가한다고 해서 바뀔 문제가 아니라 ‘관점까지 통째로’ 바꾸지 않으면 안 되는 상태이다.
시장주의자들이 방패막이로 내세우곤 하는 ‘학부모의 요구, 권리’는 과연 격렬한 경쟁을 유발하는 계량화 중심의 상대평가를 지지할까? 달리 말해 학부모라는 존재가 원래 자기 자녀의 등수, 서열적 위치를 그렇게 알고 싶어 하는가? 그렇지 않다. 학생평가에 대한 학부모의 인식을 살핀 연구에 따르면 학부모들 역시 ‘바람직한 평가의 상’을 가지고 있으며 현재의 일반적인 학생평가는 이와 부합하지 않는다고 여긴다.


2. 외국 및 대안학교의 학생평가

교육의 고통은 잘못된 평가에서 비롯된다는 통찰은 국민적 상식이라고 믿어도 좋다. 변화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할 이유가 없다. 식민지 통치의 일 수단이었던 평가패러다임을 고수하는 ‘독립 국가’는 지구상에 한국이 유일해 보인다.

1) 외국의 학생평가

○ 중심 방식 : 절대평가이자 질적 평가. 학생 상호간 경쟁을 철저히 배제. 원점수와 석차를 기재 배재. 교사가 평소 관찰 등을 종합하여 서술식으로 통지하고 이를 학부모 상당의 주요자료로 활용. 중등학교에서도 절대기준에 따른 평점 부여.  
○ 평가권 : 학생평가의 중심주체는 외부기관이 아니라 직접 가르친 교사.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를 시행하는 경우 역시 이를 그래도 통지하지 않고 평소 교사의 평가와 종합하여 결과 통지.


가. 미국
- 1980년대 후반 평가 개선 노력 : 문장기술식, 수행평가 등 질적평가 도입. 교수-학습 과정 개선과 학생의 교육적 성장을 돕고, 전인교육을 강조, 결과와 과정 모두 중시. 1980년대까지는 선발, 배치 용도의 점수 매기기, 등수 정하기 등 양적 측정 치중.
- 통지표 : 석차 기재 하지 않음. 지역별 혹은 학교별로 특성화, 다양화. 성취수준(절대) 평가 원직에 입각하여 3내지 4단계로 평가. 학년이 올라갈 수록 서술식 평가보다 간단한 평어 사용. 교수-학습 과정에서 교육적 처방을 돕기 교수-학습 보조 장부로 활용이 주 용도. 상급학교 선발 시에도 상대적 석차를 요구하는 경우는 없으며 이수 여부 및 이수성취수준 파악을 위한 자료만 요구.

나. 일본
- 학교 내 평가와 상급학교 입시의 이분화 : 경쟁을 기본으로 하는 상급 학교 입학시험과 학교에서의 학습 달성도를 판정하는 것과 별개로 취급. 입학시험은 경쟁 강화 방향으로, 학교교육에서의 평가는 경쟁 지양하는 방향으로 진행.
- 학교 내에서는 서술식 평가가 일반화되었고 상대평가의 폐해, 교육과정의 파행적 운영, 학교 운영 문제 등을 노출시키지 않음.
- 성취기준 평가 : 학생의 발달단계를 고려하고 개인의 장점이나 개성을 파악하는데 적합한 방식으로 개정. 평가 내용에는 개인의 개성과 함께 사회적 요구 강조.

다. 영국
- 일상적 학교수업에서의 학생평가 : 일제시험 없음. 학생의 진도차에 따른 개별화된 시험. 형성평가적 기능. 거의 서술형 문항. 수행과제 위주. 주요과목 외에는 평소 교사의 면밀한 관찰 기록으로 시험 대신.
- 학생통지표 : 모두 서술식(국가 수준에서 개발된 성취기준에 의하여 교사들이 성취 정도 평가) 초등의 경우 대부분 informal education(열린 교육) 실시하고 개별화된 완전 학습이 목표. 이에 따라 학생 중심의 비형식적인 절대평가 방식 취함. 학급 단위의 받아쓰기 암산 능력 시험(이것도 성적기록 목적이 아님) 외에는 쪽지 시험의 형태로라도 일제히 시험을 보는 일은 없음. 형성 평가 형태는 자주 실시되지만 이 역시 개별화. 개인 간 학습진도 차이를 당연한 것으로 여김. 평가지와 학습지는 서술형문제 비중이 매우 크며 평소 과제에 대한 평가가 큰 비중. 국어 수학 외에는 개별화된 시험조차도 보지 않음. 평소의 학습 태도와 학습 결과에 대한 교사의 관찰 결과 기록으로 충분. 시험공부 할 일도, 시험날도 없고 동급생과의 비교도 없음.
- 통지표 양식 : 1993년도부터 서술식 통지표 작성. 매학기 이틀 가량 수업하지 않고 학부모 상담일 실시. (20분씩 개별 면담) 통지표가 상담의 중요한 자료.
- 국가 수준의 평가 : 절대기준 평가에 원리에 입각하여 실시. 목표 상세화, 국가 종합평가 결과 통보는 총점, 평균, 석차를 표기하지 않고 과목별로 설정된 하위영역에 대한 학생의 도달정도를 통지. (수업에 대한 열성, 흥미, 과제수행 정도도 통보) 목표의 성격에 적절한 방식으로 다양하게 평가. 표준화 검사 결과와 더불어 직접 가르친 교사의 평정점수를 최종 성적 결정에 포함.

라. 프랑스
- 학교에서의 학생평가 : 고등정신기능의 발달이라는 교육의 본연과 부합하며 교육의 정상화를 촉진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지고 있음. (평소 학교수업을 열심히 해야 만 함). 인문학 중시 풍토 속에서 논리적 사고력과 표현력을 바탕으로 한 지식의 습득과 탐구능력 함양 강조되며 국어와 철학, 수학 등이 전 교육과정을 통해 중시. 이런 풍토는 평가 과정에도 철저히 반영. 객관성 확보보다는 학교 교육이 본래 취지에 맞게 이루어지는지 학생들이 충실하게 지적 능력을 신장시키고 있는가가 관심.
- 평가 방법 : 논술형 필기시험, 구두시험, 과제물 평가, 활동에 참여하는 학생들에 대한 관찰평가 위주. 학교단위 평가가 유급, 진로선택, 변경 등 진로결정제도와 관련되어 사회적으로 중시됨. 학교 성적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는 진로지도에 있어서 가장 결정적인 판단 근거로 작용. 여기에 각종 심리검사 결과, 학생의 개인사, 성격발달, 학생의 환경, 학교여건 등도 고려. 상대적으로 입학시험과 같은 선발장치의 영향력은 상대적으로 미약.
- 학교단위의 학생평가 : 교사에 의한 평가 즉 내신 위주. 절대평가방식. 학생간 상호비교 평가가 아니라 교사의 교과전문가적 입장에서 설정된 기준에 비추어 성취여부 판단. 내신평가는 주로 과제물과 시험에 의함. 정기적인 일제고사는 없고 교사 자율적으로 수시 실시하며 채점도 교사 자율. 채점방식에 대한 체계화된 규정 없이 교사의 전문적 판단에 따라 평가. 3개월 마다 통지되는 성적표에 일련의 점수로 기록. 한 학년을 한 두 명 이상의 교사가 가르치는 경우가 거의 없어서 학교 내 비교가능성을 보장하기 위해 동료교사들과 상의할 필요 없는 구조.
- 평가주체 : 교사가 교육방법 자유로이 선택할 수 있는 권한과 함께 평가권 역시 거의 전적으로 인정. 지적 엘리트주의 교육전통 속에서 지식의 소유자와 전달자로서 사회적 지위가 확고히 인정되어 옴. 평가에 있어서도 신뢰를 받고 있으며 교육부에서도 평가에 있어서의 교사의 전문성을 보장하기 위해 노력. 평가의 신뢰도, 공정성, 중립성 확보를 위해 ‘학년위원회’의 조정으로 보완. 학교장, 해당학년 교사들, 학생대표2명, 학부모대표2명, 경우에 따라 진로상담가, 학교의사 등 참여. 주요 기능은 학생들의 성취수준을 평가하고, 저조한 이유를 밝히고 대책을 마련하는 것. 학년말에는 진로결정에도 중요한 역할.

마. 독일
- 학생 간 상호 우열을 가리는 상대평가 방식이 아니라 교수목표 달성정도를 평가하는 절대평가방식 채택. 또한 평가는 학생들의 우열을 측정하는 도구가 아닌 평범한 교육활동의 일부로 간주됨. 따라서 평가는 교사와 교장의 절대적인 교육권으로 간주되어 모든 평가결과들은 학생, 교사, 학부모 간 상호 신뢰받고 있음.
- 교육부령인 ‘일반학교규정’을 참조하여 1~6등급으로 성취에 대한 평점 부여. 필기시험을 비롯한 모든 평가에 사용. 등급부여 기준은 교사의 전문성에 의존해 결정. 신뢰도와 타당도 제고를 위해 (상급학교로 올라갈수록 많이) ‘제2의 평가검사교사제도’ 활용. 학교장이 지명한교사가 출제 문항, 채점, 기록과정을 검토하도록 하는 제도. 기초학교 1~2학년에서는 6단계 평가제도 대신 서술식 평정방식 사용. 서술에 있어서는 되도록 부정적인 평가는 피하고 긍정적 측면 강조.
- 기초학교에서의 평가 : 시험의 의미가 아닌 클라센아르바이트(“학급일”)로 지칭되는 평가방법 사용. 어린이들의 특성 파악을 위해 학급내에서 교사가 수시로 실시하는 시험을 의미. 이를 통해 교사들은 학업성취정도에 대해 알려줄 수 있게 되고 어떻게 도울 것인가를 알게 됨. 국어, 수학, 주제 탐구학습 내용에 대해서만 형식을 갖춘 시험을 지필 평가를 실시하며 공식적인 지필검사는 실시 2~3일 전에 통보해야 함. 평가에 따른 심리적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채점된 시험지는 바로 돌려주어야 하며, 아동들의 평가결과를 이해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하며, 또한 불필요한 경쟁심을 조장해서는 안 되고 모든 아동들이 성취감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학생 개개인의 학습능력 평가 시 신중히 고려.
- 국가나 주 차원의 표준화된 시험은 공식적으로 존재하지 않으며 이런 형태의 시험은 교사들에 의해 거부되고 있음.
- 1,2학년은 사회성 발달이나 학습 범위 등에 대한 기술된 통지서를 학년말에 받으며, 3학년 부터는 매 학기 말에 6등급 평가제도에 의해 작성된 통지표. 지필검사 뿐 아니라 평소 관찰된 능력 점수 반영하여 평점 부여. 평소점수 비중은 1/2. 가장 중시되는 것은 언어를 통한 수업 참여정도. 이는 배우는 즐거움을 강조하는 토론중심의 수업 강조 분위기와 관련. 학부모회의의 결정에 따라 서술식 평정 적용 학교가 생겨나고 있음.

바. 스웨덴
-평가철학 : 비교, 분류, 경쟁시키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개인이 각급 학교의 학습목표에 맞는 성취를 할 수 있도록 성취수준을 제시하고 그 도달정도를 확인하여 지원하는 과정. 국가 교육과정 목표 안에서 학교가 교육과정을 편성하고 교사가 자율적으로 교육적 판단을 하는 구조.
- 학교에서의 교육평가 : 절대평가로서 3단계(통과, 우수, 매우 우수) 평정방식 여기에 교사의 서술형 의견도 함께 제시. 최하와 최우수 학생 간의 차이를 줄이고 ‘느린 학습자’가 낙인감을 갖지 않고 계속적으로 자기발달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적 배려에 기반한 것. (노르웨이1-6, 핀란드 4-10) 공식적 성적은 8학년에 처음 배부. 과목별 개인성적만 있고 석차 없음. 공식평가는 8학년 이후 학기당 한번씩 과목별 성적표와 전체 성적표 작성, 배부. 담임교사는 전체를 수합하여 학기말 이전에 3자회의에서 이를 협의하고 3자 회의 이후 학생은 자기평가서 직접 작성 제출. 평가기준과 성적은 학교단위에서 협의되고 성적부여는 담당교사의 자율적 권한.
- 결론적으로 특징은 첫째, 절대평가, 둘째, 척도가 간단(1970년대 논쟁 거침. 간단한 척도만으로도 학업에 대한 정보 제공과 동기부여에 충분하다고 주장. 아울러 세분화된 상대평가 척도에 비해 느린 학습자들의 압박감 해소 효과). 셋째, 질적 평가. 스웨덴의 3단계 척도는 목표지향적/언어적 척도임.


2) 국내 대안학교 사례
서울지역 중등 대안학교인 S학교에서 학생평가는 프로젝트 수업은 물론 기초교과도 주로 발표, 과제로 진행된다. 한 학기동안 진행한 교육활동은 학기말에 ‘쇼하자’라는 행사를 통해 발표한다. 교사의 지원 속에 학생들은 컨셉 구상부터 준비, 발표까지 스스로 해내는 ‘쇼하자’ 프로그램을 한편으로는 부담스러워 하지만 평가에 대한 생각을 바꾸게 되었다. 자신이 한 것에 대해 스스로 평가해보기도 하고 타인들을 통한 피드백 과정에서 성장하고 있다고 느끼기도 하며, 과정의 소중함을 느끼기도 한다. 또 소통의 방법을 배우게 된다.
- 다양한 평가방법 : 지필평가 뿐 아니라 그보다는 발표, 과제 수행, 다른 학생과의 소통, 쇼하자(공개 프리젠테이션) 등의 다양한 형태로 평가. ‘쇼하자’는 준비과정에서 결과물을 만들기 위한 다양한 시도까지 평가의 대상. 공개적으로 행해진다는 면에서 학생 상호간 평가결과, 학부모에 의한 평가결과도 포함. 이는 집단적 활동 중심의 협동적 평가와 부합.
- 서술형 통지표 : 각 기초교과, 프로젝트 담당교사, 담임교사가 개별 학생에 대한 의견을 장문의 서술형으로 제시. 매우 구체적이고 상세. 변화 모습을 장점과 단점 모두 기술하며 다음 학기에 중점을 두었으면 하는 내용도 제시. 이는 ‘수’로 표현하는 것보다 학생에 대한 정보를 보다 많고 깊게 나타내줌. 따라서 숫자로 개별 학생을 ‘심판’하거나 학생에 대한 지표로 숫자를 사용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학생과 교사의 관계를 새롭게 해줌. 또한 숫자로 된 성적표보다 훨씬 피드백 효과 큼.
- 소통을 위한 평가 : 소통하는 방식의 평가는 그 자체로 학습의 과정이 됨. 그래서, S학교에서의 평가는 일정한 수준에 도달했는가 점검하는 활동에 머무르지 않고 경쟁이 아닌 협동, 소유가 아닌 공유, 단절이 아닌 소통의 매개로서 구실.
- 잠재력을 중시하는 발전을 위한 평가 : S학교 학생과 학부모들은 학생평가는 아이의 관심과 능력, 필요에 의거한 아이 자신의 성장과 발달을 격려하고 지원하는 방편으로써, 장차 어떤 일을 하여 살아갈지에 대한 근거가 되야 바람직하며 수치적 평가보다는 잠재력과 품성에 더 많은 의미를 두어야 한다고 즉, ‘발전을 위해 평가를 해야 한다’고 생각.


3. 현대 교육평가 논의의 흐름

“(학생평가) 변화의 움직임을 몇 가지 지적해보면, 객관식 선택형 검사를 통한 평가로부터 논술형 검사를 통한 평가로, 규준 지향 평가에서 준거 지향 평가로, 양적 평가에서 질적 평가로, 지필 검사 형태의 심리측정적 평가로부터 수행평가, 포트폴리오 평가, 참평가로의 변화.......새로운 패러다임의 특징을 살펴보면, 학습결과에 대한 평가(성취 검사)보다는 학습 과정에 대한 평가(학습평가)를 강조하며, 학습자를 분류, 선발하는 목적으로 평가를 이용하기 보다는 교수-학습을 개선시키려는 목적으로 평가를 이용할 것을 제기한다.”(한순미, 비고츠키와 교육, 교육과학사, 1999)

1) 학생평가에 대한 최근 논의 동향

교육평가 이론에서의 변화도 상당하다. 측정 위주의 전통적 이론으로부터 탈피하여 ‘질적 평가로의 변화’, ‘성취검사보다는 학습평가로의 변화’ ‘분류, 선발보다는 교수-학습의 개선 목적’ ‘상호작용 중시의 역동적 평가’ 등 전통적 평가 패러다임을 대치하는 방향성을 지닌 이론들이 주도하고 있다. 이러한 패러다임은 PISA 등에도 영향을 주었다. 한국에서도 교육 현실에 비해 이론 영역에서는 이론에서는 상당한 변화들이 진행되어 왔다.

가. 구성주의적 평가관 (백순근, 허형, 이종승, 허숙 등)
구성주의적 접근 역시 기존의 평가 패러다임을 바꾸는 흐름에 동승해 있다. 구성주의적 평가관은 다음과 같이 요약된다. 수행평가 도입을 주도한 참평가 논의가 구성주의자들의 ‘업적’이라면 업적이겠다. 질적 접근, 주관주의, 활동중시, 과정평가, 협동적 평가로의 전환 등을 제시하였다. 한편, 허숙은 다음을 “인간교육을 위한 교육평가의 원리”로 제시하였다.
- 발달적 평가 : 학생들을 갈라내기보다는 모든 학생들의 발달을 위해 이루어져야 한다.
- 전인적 평가 : 교과 지식만이 아니라 학생의 행동특성이 총체적으로 판단되어야 한다. 학생을 통합적, 총체적 관점에서 이해하고, 노력하며, 학생의 전인적 성장을 돕기 위해 교육평가가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가 초점이어야 한다.
- 종합적 평가 : 지나친 분과주의를 지양하고 종합적인 방향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 언어적 평가 : 교육평가는 숫자의 굴레를 벗고 언어를 매체로 정보가 전달되어야 한다. 교육평가란 성적으로 학생들을 심판하는 일이 아니라, 교사의 교육활동에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학생에 관한 정보와 자료를 얻는 활용이어야 한다. 어떤 과목 점수가 0점이라고 해서 그 과목의 능력이 0이라고 말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
- 교육적 평가 : 교육평가는 교육을 위해 교육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교육을 위한 평가’가 아니라 ‘평가를 위한 교육’으로 가치전도된 ‘입시준비교육’의 병폐 극복해야 한다.

구성주의적 평가관은 기존의 평가에 대한 반대를 지향했을 뿐 ‘발달적 관점’이 불충분했고 인적자본론을 근본적 부정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실증주의, 계량주의 말고 좀 다른 방식’으로 하자는 정도일 뿐이다. 지나친 주관주의와 입시라는 구조적 현실에 대한 근본적 인식의 부재로 한계에 봉착해 있다. 7차 교육과정을 주도한 것은 구성주의자들이었다. 동일한 학자들이 ‘미래형교육과정’ 논의에도 참여하고 있는 실정이며 학업성취도 평가를 보완할 문제로 볼 뿐 폐지의 대상으로 인식하지 못한다. 왜냐하면 이들이 출발점으로 삼고 있는 것은 ‘인간발달’이 아니라 ‘평가’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평가중심주의로 빠질 위험을 안고 있다. ‘평가가 문제다’라고 하는 주장은 지극히 옳지만 평가방식만 ‘개선’한다고 해서 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은 이미 경험한 바다.

나. 비고츠키 이론에 근거한 ‘역동적 평가’
‘역동적 평가’ 이론은 비고츠키 이론을 토대로 한 평가론이다. 비고츠키 이론은 ‘인간적 발달’이라는 교육의 기본지향에 충실한 교육이론이다. 비고츠키 교육학은 평가의 목적이 인간발달을 촉진하기 위한 가능성의 형성과 교수-학습 과정의 개선에 둔다. 이로부터 출발하는 비고츠키 교육학의 평가 패러다임은 ‘인간적 역능(발달기능) 중심의 질적 평가’ ‘잠재력과 가능성 중심의 미래 지향 평가’ ‘관찰과 상호작용 중심의 지속적, 역동적 평가’ 그리고 ‘소통 중심의 협력적 평가’를 지향하는 특징을 지니다.
한순미는 ‘정적 평가’에서 비고츠키의 근접발달영역 개념과 상호작용 개념에 영향을 받은 역동적 평가로 변화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교사-학습자의 상호작용 중시하는 역동적 평가는 “아동의 문제해결과 사고과정을 탐구하면서 아동의 문제해결 전략이 변화, 향상되는 방식을 조사하기 때문에 교수에 대해 유용한 정보 제공”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다. 핀란드, 교수학습과 평가의 유기적 결합 : “평가는 학습의 일부”
핀란드 교육에서는 기본적으로 학생평가에서 절대평가와 질적 평가를 중시하며 교수-학습 과정을 개선하기 위한 ‘장학’이 활성화되어 있다. 핀란드는 교수-학습과정과 평가의 유기적 결합의 좋은 예이다.
활동 기능 중심의 발달단계 설정과 관찰을 통한 정확한 진단과 평가를 중시하며 이것이 핀란드에서 구체화되고 있는 교사의 평가전문성이다.
또한 외부적 상벌에 의해서가 아닌 자발적 주의집중 중시한다. ‘점수’가 몇 점이냐, 얼마나 빠르게 과제를 해결하느냐로 아동을 독려하는 것을 배제하고 과제에 대한 집중력을 기르기 위해 학교와 가정이 협력한다.

핀란드 초등교육 2학년 <국어>의 학업 성취 기준
- 상호작용 기능 발달
◇ 말로 자신을 표현하는 데 익숙하며, 청자가 설명을 따라갈 수 있도록 자신의 관찰과 경험을 소그룹에게 이야기하는 방법을 안다.
◇ 일상적인 말하기 상황에서 적절히 행동할 수 있다. 교사와 다른 학생의 말고 토론을 이해하고, 말하거나 토의할 때 상호작용하려고 노력하며 생각과 의문을 가지고 들은 것에 반응할 수 있다.
◇ 표현 연습에 집중하며 참가한다.

- 읽기와 쓰기 능력 개발
◇ 초기 읽기 단계에서 기본 기술이 강화된 단계로 발전한다. 연령 그룹에 맞는 텍스트를 읽을 수 있을 만큼 독서가 풍부해진다.
◇ 읽는 동안 자신이 읽는 내용이 이해되는지 관찰하기 시작한다. 자신이 읽고 있는 것의 결론을 도출할 수 있다.
◇ 글로 자신을 표현할 수 있고 일상생활에서 글쓰기 상황에 대처할 수 있다. 글쓰기에 자신의 상상력을 활용할 수 있다.
◇ 손으로 쓸 때 글자를 연결시킬 수 있으며, 컴퓨터에서 원문을 만들 수 있다.
◇ 단순하고 익숙한 어휘를 정확하게 쓸 수 있으며, 문장 부호를 이용하기 시작하고, 문장을 대문자로 시작할 수 있다.

- 문학과 언어의 관계의 구체화
◇ 적절하고 흥미로운 읽을거리를 찾을 수 있으며, 즐거움과 정보 양쪽 모두를 위해 읽기 기능을 활용할 수 있다.
◇ 자신의 읽기 능력에 알맞은 (최소한 몇 권의) 어린이용 책을 읽을 수 있다. 미디어 활용 능력은 연령층에 맞는 프로그램을 따라갈 만큼 충분해진다.
◇ 언어에 관한 연령 그룹의 특성에 맞는 관찰을 할 수 있다. 단어의 음성학적 구조와 음절 구조를 분석하는데 흥미를 가지며, 알파벳순으로 글자를 나열하고 알파벳순으로 활용할 수 있다.
◇ 언어와 텍스트에 대해 이야기할 때 배운 개념을 활용하는 데 익숙해진다.



4. 새로운 평가 패러다임

새로운 평가패러다임은 ‘발달의 관점’이 출발점이며 학습의 일부로서 자연스럽게 평가가 자연스럽게 결합되느냐가 관건이라고 본다. 그래서 가르치는 자가 평가하는 것이 발달의 관점에 부합한다는 점을 전제하고자 한다. 발달의 관점에서 본다면 ‘서열을 매기는 일’은 매우 우스운 일이다. 발달 단계가 다를 경우 비교한다는 것 자체가 성립하기 어렵고 발달 단계가 같다면 불필요한 일이 되기 때문이다. 또한 협력의 차원에서 본다면 점수 경쟁은 적대적이기까지 하다. 협력 그 자체가 가장 효과적인 학습 과정인데 점수 측정을 통해 서열을 매기고 비교하는 것은 협력 자체를 파괴하는 일이 되기 때문이다. 핀란드 교육관계자들이 누누이 강조하는 “경쟁은 교육과 반대되는 것이다”라는 말의 의미는 바로 이것이다.

1) 새로운 평가 패러다임의 방향

가. 발달 중심의 질적 평가
교육에서 가장 근본적인 의제는 ‘발달’의 문제이다. 교육은 인간 발달을 지향하는 것이며 인간적 발달은 사회적 ‘협력’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발달은 지식의 양적 누적이 아니라 ‘고등정신기능’이라는 인간적 역능의 인지적, 정서적, 실천적 발달을 의미한다. 교육의 목적을 인간적 발달에 두면서 고등정신기능의 질적 변화 과정에 주목할 때 교육평가에 대한 관점은 완전히 새로워진다. 즉 지식의 양적 측정과 서열화가 아니라 고등정신기능의 발달 상황과 과정에 대한 진단에 초점을 두게 되는 것이다. 그것은 어떤 기능의 구체적 발달 상황을 서술하는 질적 평가 방식으로 나타난다.
질적평가는 곧 주관적 평가는 아니다. 발달의 관점에서 체계적인 평가의 방향과 기준을 제시할 때 질적평가는 발달에 의미로운 과정이 될 수 있다. 예컨대 비고츠키 교육학은 인간발달 과정을 4개의 발달노선(자연적, 사회문화적, 개체발생적, 미소발생적)의 연관된 결합과정으로, 발달단계에 따른 고등정신기능의 양적 성숙과 질적 비약의 과정으로, 정신기능을 인지적․정서적․실천적 측면의 결합으로, 소통과 협력을 통한 상호작용과정으로 보면서 총체적이고 전면적인 발달을 추구한다. 이 같은 논의에 기반하여 발달단계에 걸맞는 정신기능을 설정하고, 그 기능의 출현․성숙․내면화의 국면과 인지적․정서적․실천적 측면을 바라보면서 그러한 기능들이 협력을 통한 상호작용과정에서 어떻게 실현되어 나가는가를 관찰하고 평가할 수 있다. 발달 기능 중심의 진단과 개선 방향의 제시라는 질적 평가가 체계화될 수 있는 것이다.  

나. 근접발달영역과 가능성을 중시하는 미래 지향적 평가
잠재적 발달 가능성을 과학적으로 개념화한 것이 비고츠키의 근접발달영역 개념이다. 근접발달영역은 교사나 동료와의 관계 속에서 출현, 발전할 수 있는 잠재적 발달 가능성을 의미한다. 인간의 발달 가능성을 현재의 인지능력만으로 판단하고 고정화해선 안 되며 교육은 근접발달영역의 창출을 통해 미래의 꽃을 피워나가는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비고츠키가 근접발달영역이라는 개념을 통해 분명히 하고자 했던 것은 교육이 현재 상황보다는 앞으로의 발달 가능성과 잠재력을 중시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 같은 문제의식은 ‘현재 수준 측정’에만 골몰하는 기존의 평가관에 새로운 지평을 열어 준다. 미래의 발전 가능성에 대한 진단이야말로 평가의 주요 영역이 되어야 함을 의미하는 것이다.
근접발달영역이라는 개념은 이미 많은 교사들의 실천에서 매우 당연하고 상식적인 것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교육실천은 기본적으로 발전 가능성에 입각해서 행해지는 일이기 때문이다. 교육은 이미 알거나 잘하는 것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아직 모르거나 못하는 것을 상황과 단계를 고려하여 익힐 수 있는 방식으로 진행하는 것이어야 한다. 모든 형태의 교육은 가능성 속에서 행해지는 것이다. 교육의 본질에서 본다면 가능성과 잠재력에 대한 진단이야말로 교육실천과 직결되는 평가 영역인 것이다.
ZPD(근접발달영역) 진단기법도 실제로도 이미 개발되어 사용되고 있다. 그렇지만 근접발달영역도 IQ 진단처럼 수치화되는 어떤 개인의 고정된 능력으로 오해되고 있기도 하다. 근접발달영역은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고 창출하는 문제이며 발달 과정에 대한 지속적 관찰 속에서 파악과 진단이 가능하다.

다. 개별학습자 만이 아니라 집단적 관계와 과정 평가
새로운 패러다임에서 평가의 주요 대상은 개별학습자의 발달 상황만이 아니라 동료 간에 형성된 관계와 상호작용 과정 그리고 교사-학생집단 과의 상호작용 과정도 중요한 평가 대상이어야 한다. 왜냐하면 가장 주요하고 효과적인 학습과 실천이 집단의 협력의 통해서 이루어진다고 보기 때문이다.
타인과의 상호작용을 어떻게 하는 가는 개별 학습자에 대한 평가 지점이 될 수 있지만(핀란드교육에서는 각 교과에서 타인과의 상호작용 자체가 주요한 평가 지표가 되고 있다) 집단 전체의 관계형성과 협력과정, 교사와의 상호작용 과정을 평가하는 것은 교수-학습 과정을 개선하는데 크게 도움이 되며 필수적이다.

라. 관찰과 대면 중심의 지속적(역동적) 평가
발달 상황과 가능성에 대한 진단의 주요한 방법론은 ‘지속적 관찰’과 ‘상호작용을 통한 역동적 파악’이 된다. 발달 과정과 가능성에 대한 파악을 한 두 번의 시험으로 파악할 수는 없다. 학습과정과 과제 수행과 협력과정에 대한 지속적 관찰과 구체적 대면(이야기하기, 질문하기 등)이 필요하다. 물론 관찰과 대면 외에도 필요한 경우 쪽지시험, 레포트 등 다양한 방법이 결합될 수 있다.
발달 상황은 한 지점에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 상호작용을 통해 역동적으로 변화되기 때문에 관찰과 평가 지점 역시 역동적으로 변화되어야 한다. 상호작용 과정에서의 역동적 평가는 중간에 한 번 쯤 쪽지시험을 보는 기존의 ‘형성 평가’ 개념과는 전혀 차원이 다르다. 지속적인 관찰, 대면, 대화와 결합하면서 끊임없이 변화하는 과정이다. 그를 통해 발달 상황과 가능성에 대한 구체적이고 종합적인 질적 평가가 비로소 이루어질 수 있다.

마. 소통을 통한 협력적 평가
평가의 방법론과 관련하여 관찰, 대면 외에 제기되는 것이 협력적 평가이다. 교사 일방만이 아니라 설정된 목표, 진행 과정 등에 입각하여 학습자와 소통하면서 함께 평가하는 것이다. 협력적 평가는 진단 내용에 대한 구체성과 동의의 수준을 높일 수 있으며 앞으로 수행해야 할 과제와 방향에 대한 주체적인 목표 의식을 훨씬 강화할 수 있다. 일부 북구 교육에서 개별학습자별로 교육과정을 설정하고 평가하는 과정은 ‘협력적 평가’ 방식을 수반하는 사례로 볼 수 있다.  
협력적 평가의 대상에는 개별학습자의 발달 상황만이 아니라 ‘교수-학습 프로그램’도 포함되며 어떤 주제학습이나 협력학습 등에 대한 어떤 점이 좋은지,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하는 소통을 통해 개선, 발전이 이루어질 수 있다.


2) 새로운 교육평가 패러다임의 의의

가. 학습자에 대한 구체적이고 분명한 진단과 교육적 처방
발달 기능이라는 분명한 지표를 기준으로 관찰과 대면을 통해 지속적으로 진단해 나간다면 보다 구체적이고 명확한 교육평가가 이루어질 수 있음은 자명하다. 더욱이 협력적 과정을 통해 동의의 수준을 높인다면 이후의 학습실천을 개선하는 교육적 효과 역시 더욱 분명할 것이다.

나. 교육실천의 전문성 강화
‘발달단계에 입각한 고등정신기능’이라는 분명한 지표를 가지고 지속적인 관찰, 대면, 소통을 해나간다면 교육노동의 전문성 역시 크게 함양될 수 있다. 지금처럼 막연한 관찰을 통해 ‘00는 심성이 착하며 머리가 좋다’식의 이해가 아닌 ‘00는 현재 소그룹 상호작용이 발달할 단계인데 1대1 대화는 잘하지만 여러 명에게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데는 아직 미숙하다’는 관찰 결과는 훨씬 구체적이며 학습자와 학부모에게도 실질적 도움이 된다. 분명한 기준을 가지고 관찰 등을 진단할 경우 학습자의 발달 상황에 대한 이해는 훨씬 구체화, 체계화, 전문화되며 지속적인 실천은 숙련도를 높일 수 있다.

다. 교수-학습 과정의 지속적 변화, 발전 추구
기존의 교육평가는 개별학습자 만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교수-학습의 상호작용 과정에 대한 논의와 따로 분리되어 있었다. 그러나 비고츠키 교육학의 평가 패러다임에서는 협력 학습 과정에 대한 개별 학습자의 상호작용은 물론이고 집단적 과정 자체가 진단, 평가의 대상이 됨으로써 교수-학습 과정에 대한 지속적인 변화, 발전의 추구가 가능하다.

라. 교육적 본질의 추구
‘인간발달의 지향’ ‘가능성, 잠재력의 중시’ ‘협력적 과정’ 등의 핵심적 평가 지표들은 매우 본질적인 교육적 가치, 지향과 일치한다.

라. 교수-학습 과정과 평가의 통일
관찰, 대면, 소통 등의 평가 방법은 교수-학습 과정과 일상적으로 결합되는 것이다. 그것은 발달 과정이 상호작용 속에서 끊임없이 변화, 발전하기 때문이다. 진단, 평가가 일상적으로 교수-학습과정과 결합된다고 해서 시도 때도 없이 시험을 보거나 직접적 평가를 남발하는 것은 아니다. 일상적 관찰과 소통을 통해 개별학습자와 학습집단의 상황을 진단하면서 능동적으로 교수-학습과정에 반영하는데 그 의미가 있다. 평가 지상주의와는 명확히 대립되며 평가는 교육적 실천과 교수-학습을 개선하는 과정의 일부일 뿐이다.

마. 협력하는 인간, 발전지향의 인간
교육적 인간관의 변화이다. 비고츠키 교육학에 따르면 인간은 강제가 아니라 스스로의 발전을 지향하는 본질을 지니며 자신과 집단에 닥친 위기와 모순을 협력을 통해 해결하려는 본질을 지닌다. 해결해야 할 새로운 과제의 등장은 아동, 학생들에겐 새로운 위기이자 모순이며 인간은 그 같은 상황을 극복하고자 하는 본질적 지향을 지닌다. 그리고 새로이 등장한 과제에 대해 아동과 학생들은 같이 고민하고 노력하면서 해결해 나간다. 협력은 새로운 위기와 모순을 해결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며 발전의 경로이다. 학습자를 인간자본으로 바라보며 대상화하고 상호 경쟁으로 파편화시키는 경쟁적, 정태적 인간관을 ‘협력하는 인간’, ‘발전지향의 인간’이라는 관점이 대신하게 된다.

<제도교육학의 교육평가론>
◎ 개념
교육평가는 ‘교육 행위’이자 교육적 판단을 위한 과정과 활동으로서 윤리적이고 인간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며 인간이해를 위한 것이지 인간규정을 위한 것이 아니다. 교육평가는 교육적 의사결정을 위한 행위와 과정으로서 현실성보다는 가능성에 비중을 두는데 그 이유는 인간을 심판, 판단, 범주화시키는 인간규정 의식을 교육에서는 특별히 더 경계해야 하기 때문이다.
◎ 기본 전제
교육평가는 평가대상에게 윤리적으로 피해가 가게 되어서는 안 되며 교육과 관련된 평가인 만큼 교육평가는 ‘윤리적이고 인간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 목적 : 교육을 도와주는 역할
이론적 차원에서는 “교육평가는 교육을 도와주는 기능이지 구속하는 기능이 아님”을 강조한다. 교육평가는 철저히 ‘교육적 목적’을 위해 이루어져야 하며 교육프로그램에 대한 의사결정을 하기 위해 정보를 사용하거나 수집하는 과정이다.
◎ 기능

○ 중심적 기능 : 교육과정, 프로그램, 교구, 교재 등을 개선하고 발전시키는 기능
○ 부차적 기능 : 선발 혹은 자격증 부여 / 책무성 평가 / 행위 동기부여 / 상벌 등 평가를 통한 권한 행사 (평가대상에게 윤리적으로 피해가 가서는 안 됨)  

◎ 대상 : 인간 그 자체는 교육평가의 직접적 대상에서 제외
인간 그 자체는 교육평가의 직접적 대상으로 삼으면 안 되며 교육과정, 교수-학습이론, 학업성취도가 교육평가의 주요 대상이다.
◎ 평가의 순기능과 역기능
▷ 평가의 순기능 : 아래와 같은 평가의 기능이 현실 속에서 제대로 발휘될 경우
- 진단적 기능 : 평가 대상에 대한 상태 혹은 실태를 파악하는 기능
- 형성적 기능 : 어떤 활동이 진행되고 있는 과정에서 중간점검을 하여 그 활동을 개선하고 수정․보완하거나 대안을 탐색하는 것
- 총괄적 기능 : 어떤 활동이 종료된 후 그 활동에 대한 최종 결론을 도출하는 기능
- 전략적 기능 : 평가를 특정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활용하는 기능. 이는 평가의 본질적 기능이라기보다는 파생적 기능. 예컨대 학습동기 유발이나 특정 내용 홍보 목적으로 평가를 시행하는 경우. (교육기관 평가, 왕권강화를 위해 과거제 시행 등)
▷ 평가의 역기능
- 진단적 기능 : 진단에서 드러난 대상간의 ‘차이’가 차별의 근거로 이용되는 경우.
- 형성적 기능 : 특정 활동이나 프로그램에 대한 지나친 간섭이나 통제 기능 발휘 (특히, 외부평가)
- 총괄적 기능 : 평가 대상들 간의 지나친 배타적 경쟁 유발로 긴장감과 불안감 조성, 삶의 여유 박탈, 동료들 간의 공동체 의식 붕괴. 아울러 피평가자들을 합격자/불합격자, 성공자/실패자, 능력자/무능력자로 구분하여 낙인찍혀 낙오자로 취급받게 함.
- 전략적 기능 : 평가의 본질적 측면이 소홀히 되고 전략적 기능만 지나치게 강조. 시도교육청 평가에서 ‘시도 교육청에 대한 교육부의 통제’, ‘교육부의 시책이나 규정에 따른 업무의 계획 및 집행’ 등만 지나치게 강조되는 것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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