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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호 [권두언] 배운 녀자, 배운 남자

2008.06.26 18:26

진보교육 조회 수:2169

배운 녀자, 배운 남자

이주호 - 1%용 상식을 국가정책으로
지배가 유지, 강화되려면 지식인 집단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명박 정권의 언저리에도 지식인들이 아닌게 아니라 ‘이데올로기를 다루는 집단’이 포진해 있다. 쇠고기 수입 관련 기자회견 때도 무슨무슨 교수, 의사, 어쩌구저쩌구 하는 사람들이 관료 주변에서 돕기 바빴다. 하지만, 그들의 학문적 수준은 저질이었다. 떡밥에 관심이 있으니 올바른 학문이 될리 없다. 학문의 첫째는 정직성. 그리고 정직하다보면 올바른 당파성은 자연스레 뒤따라온다.
이런 인물로 교육분야에서는 이주호 씨를 꼽지 않을 수 없다. 경제학자 출신으로 통계를 국민을 상대로 사기 치는데 써도 좋은 줄로 여기는 ‘배운 남자’다. 교육에 대해서는 일반 국민들과 통용할 수조차 없는 ‘1%용 상식’을 만든 정책이 ‘미친 교육’이 아닐 수가 없다. 차라리 안 배우는 게 나았을 종자들이다.

“쥐는 살찌고 사람은 굶는다”
6월14일 모 방송사 토크 프로그램에 DJ. DOC의 래퍼 이하늘이 입고 나온 티셔츠에 써있던 문구다. 주제는 촛불 정국에 대한 것. 프로그램 직후 다음 아고라에는 이하늘에 대한 호감을 표하는 글이 줄을 이었다. 반면 같이 출연했던 개그맨 이** 씨는 “아직 집권한 지 얼마 안됐는데...”라는 말로 비난의 대상이 되었다. 얼마 전 정선희 씨가 라디오 방송 도중 촛불시위에 대해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가 출연 중인 프로그램에서 중도하차한 일이 있었다. 예전에는 내가 좋아하는 연예인 아무개가 지지하는 정치인을 따라서 지지하는 편이었다면, 요즘은 연예인의 정치적 입장을 확인하고 급호감 이냐 급반감이냐가 달라진다. 정치의식이나 입장을 먼저 따지는 현상이 생기는 것이다.

배운 남자 진중권 - “대중들에게 듣고 싶어 하는 말만 할 수는 없습니다.”  
소울 드레서. 여성회원 90%이상, 8만의 회원의 패션 동호인 카페다. 일명 “훈내 나는 배운 녀자들의 모임”. 그들이 닉네임 앞에 붙이는 “배운 소드인”이란 표식은 이명박과 한나라당을 찍지 않았다는 의미와 반대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스스로 “당신, 배운 녀자야?”라고 쓴 피켓을 들고 촛불 행진에 참여한다. 정부의 쇠고기 홍보 광고에 반발해서 십시일반 모은 광고비로 경향신문 (상당히 비쌌을) 1면에 광고를 냈다. 대학진학률 90% 육박하지만 도대체 ‘배웠다고 할 수 없는’ 人들이 차고 넘치는 지라 소드녀들이 ‘배운 녀자’론이 반갑다.
촛불 시위장에서 ‘매우 세련되었다는 느낌’을 주는 이 훈녀들 - 입고 나오는 비옷색 부터 남다르다 ㅋ - 이 열광한 사내가 있었으니 바로 진보신당 칼라TV 리포터로 맹활약한 발바닥 진중권 교수다. 촛불시위 현장을 누비던 중 “배운 녀자”들한테 딱 걸렸는데, 소드인들 입에서 동시에 터져 나온 연호는 “배운 남자 진중권! 배운 남자 진중권!” 최고의 패션감각을 자랑하는 그녀들이 ‘잘생긴’ ‘돈 많은’ ‘세련된’에 열광한 것이 아니라 ‘배운’에 열광한 거다.  촌스런 지식인에게 ‘패션리더’들이 ‘멋있다’ ‘잘생겼다’ ‘사인 해달라’ ‘사진찍자’고 달려든다. 이제 트랜드는 ‘패션’만이 아니다. ‘정치적 감각’이 처지면 아무리 옷 잘 입어도 ‘훈녀’ ‘훈남’이 될 수 없다. 행동하는 지식인, 상대를 가리지 않고 문화적 막말을 날리는 그가 훈남인 시절이 되었다.

이번 호의 내용은
[정세분석]의 이현은 ‘반사이익’의 허약한 기반에서 출발한 이명박정권이 노골적 계급 편향성을 노출하여 스스로 위기를 심화시켜 예상보다 빨리 객관 조건이 유리하게 조성되었고, 향후 정국은 반이명박-반신자유주의-민중생존권 투쟁으로 상승 발전해 나갈 것이라고 진단한다. 촛불시위의 폭발적 확산은 여러 논란거리도 제공해주고 있는데, 이현은 촛불시위의 주체로 등장한 청소년들과 네티즌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 것인지를 분석하며, 대의제의 한계로 인한 직접민주주의문제와 새로운 대중운동의 가능성에 대한 문제제기도 던지고 있다.
[특집]의 ‘운동지체에서 희망을 찾다’와 ‘교육정세’는 교육운동진영이 힘을 발휘할 때임을 강조한다. 촛불시위로 조성된 유리한 정치적 상황, 역전된 이데올로기지형, ‘미친 교육’으로 상징되는 교육문제의 대중적 의제화, 무엇보다도 학생과 학부모들의 진출 가능성 등이 보여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은 ‘가능성’이다. 현실화시켜나갈 방도를 모색하는 것이 조직된 교육운동진영의 몫이다.
[특집]의 ‘촛불항쟁과 향후 교육운동의 방향과 과제’는 유동적정세로 인해 시론의 수준이지만 이제 신자유주의패러다임과 지배체제의 위기상황이 도래했다고 진단하고 공세적 대안투쟁의 의미와 지위를 격상해야 함을 강조한다. 대안적 논의도 한층 상승된 차원에서 전개될 것인바 대안 담론의 비상 강화가 필요하다고 보며, 입시폐지대학평준화운동의 강화를 축으로 역동적 대안 투쟁을 전개해야한다고 역설한다. 향후 교육투쟁의 기본 방향과 중심 슬로건은 ‘미친교육 폐기-입시폐지대학평준화-교육혁명’이고 가장 첨예한 고리로서 삼각평가시스템(학교, 학생, 교사 평가) 구축에 파열구를 내는 것이라 본다. 즉 10월 일제고사를 중심적 계기로 삼아야 함을 역설한다. 이런 맥락에서 [분석]‘새로운 국면에 들어선 교육평가 정책’은 담론투쟁의 주요내용이 될 것이다.
[초점]에서 다룬 입시국본과 평등학부모회는 향후 정세의 주요 주체로서 그 활약이 기대된다.  전교조라는 거대한 대중조직이 스스로 가진 한계를 감안할 때 ‘미친교육’의 문제 해결을 가장 직접적 피해자라 할 학생들과 학부모가 주체적으로 풀어나갈 수 있는 가능성을 높여내며 하반기 실제적인 실천주체로 서길 기대할 때 더욱 그러하다.
[현장에서]엔 415조치에 맞서 싸운 전교조위원장과 지부장들의 단식과 철야농성투쟁과 지회단위 투쟁과 실천들이 있었는데, 그 중 충북지부장동지의 인간적인 고민이 섞인 단식투쟁기와 전교조 지회 중 가장 실천적인 모습을 보인 경기부천지회 현장실천단의 눈부신 활동과 서울의 막강지회 중 하나로 떠오르는 공립동부지회의 실천사례를 실었다.
[문화와 담론]의 연오랑 김현식이 쓴 라틴아메리카의 ‘누에바 깐시온’은 과거 제국주의와 군사독재에 맞서 싸운 ‘총알’이다. 우리에게 ‘민중가요’가 있듯이 남미의 억압받는 민중들에게 그들의 노래가 있다. 남미의 대다수 ‘좌파정권’이 들어선 현실엔 그 끈질긴 투쟁의 역사적 배경이 있고 민중을 묶는 노래가 있음을 알려준다. 은하철도의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라는 영화이야기는 [해외동향]의 68혁명과 같이 읽어보면 흥미가 있을 것이다. ‘자본주의적 관계’를 벗어나기란 무엇일까? 결국 충족되지 못한 아니 될 수 없었던(?) 68혁명의 좌절을 상징하지 않을까?
최정민의 ‘촛불청소년, 그들이 다시 왔다’는 심충보의 ‘신자유주의에 저항하는 프랑스고교생’처럼 학생들이 다시 운동의 주체로 서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교사들이 학생들을 교육운동의 대상(수혜자로서-‘학생들을 위해...’라는 식으로)으로만 간주해 오지 않았던가?
[기고]의 ‘공공부문 사유화와 노동자’는 비록 정권이 약간 꼬리를 내리긴 했지만 향후 쇠고기에 이어 민중생존권 투쟁으로 폭발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눈여겨 보아야 할 것이다.[진보칼럼]의 허영구는 ‘촛불투쟁의 본질이 자본과 노동의 대립’임을 강조하는데 ‘노동자민중투쟁을 변혁지향적 투쟁으로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시대정신’이라면 소연의 ‘비정규직 실태와 과제’ 또한 소중한 글이라 하겠다.

이번 호는 예정보다 늦게 나왔다. 원래 6월 초순에 원고를 마감하고 6월 중순에 발행할 예정이었으나 요동치는 촛불정세 속에 정세를 분석 예측하는 작업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바람에 일찍 원고를 준 몇 동지들의 글이 시의성이 떨어지게 되었다. 이점 사과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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