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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교육] 62호 (2016.10.21. 발간)


[현장에서] 교사 독서동아리

광희중 교사 독서동아리 문화예술 & 감성을 소개합니다

 

강 남 영 (광희중 교사)

 



  우리의 시작은 매우 단순했다. 2016문화예술교육부장이라는 업무를 맡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독서업무를 접하게 되었다. 그 중 교사 독서동아리지원금도 있으니 희망하는 선생님들끼리 동아리를 조직하여 활동하면 지원금을 주는 사업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사실 처음에는 관련 부서이니 모임을 꼭 만들어야 되는 줄 알았다.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분회 활동 중 독서모임을 하면 좋을 것 같은 생각이 들어 분회원들에게 협조를 구하게 되었고 분회원들이 흔쾌히 협조해 주어, ‘문화예술&감성 동아리라는 나름 모든 것을 아우르는 거창한(?) 이름으로 모임을 시작하게 되었다. (처음엔 활동 방향이나 컨셉을 잡지 못해 두리뭉실하게 지은 이름) 그 때는 우리가 이렇게까지 열심히 활동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여기엔 반강제적(?)인 강수정샘의 독려(?)와 독서모임 후의 맛집 탐방도 한 몫 했다.ㅎㅎ^^

 

  처음 우리의 공부 목표는 요즘 교육학의 새로운 트렌드 비고츠키에 대해 공부해 보기로 결정했다. 물론 수정샘의 강력한 입김 덕에~~ㅎㅎ

  비고츠키와 관련된 여러 책들 중 초보자들을 위해 비교적 쉽게 번역된 진보교육연구소 비고츠키교육학 실천연구모임에서 펴낸 [관계의 교육학, 비고츠키]를 선택하였다.

 

  책까지 구입하여 한 권씩 가졌지만 학기 초 각자의 바쁜 업무와 수업으로 인해 책을 미리 읽고 와서 토론한다는 것은 쉽지 않았다. 늦기도 하고 빠지기도 하고.. 하지만 멈추지는 않았다.

 

  일단, 1비고츠키 교육학의 기본지향과 관점을 모여서 함께 읽기로 하였다. 그러나 막상 해 보니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였다. 할 수 없이 우리는 발제자를 정하기로 했다. 처음엔 모두가 부담스러워 우리가 비고츠키에 대해 잘 모른다는 핑계(?)로 수정샘께 모두 떠넘겼다. 하지만 2, 3.. 으로 이어지는 동안 우리의 모임은 서서히 자리를 잡아갔고 새로운 교사들도 동참하게 되면서 다른 사람들도 발제자로 나서게 되었다. 사실은 반강제(?)ㅎㅎ^^

 

  비고츠키 교육학의 기본 지향점은 협력이다. 오늘 협력을 통해 할 줄 아는 것을 내일은 혼자 할 줄 알게 되며, 이러한 협력의 과정 속에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 하나씩 이루어져 가는 과정이 발달이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이러한 발달을 이루어가는 협력은 크게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아이들보다 성숙한 어른, 즉 교사나 양육자, 주변의 어른들과의 협력이고 두 번째는 동료와의 협력이라고 한다.

  나는 이에 대해 첫 번째의 협력은 가정에서의 교육, 학교에서의 교육 그리고 사회 구성원들간의 교육에 대해 합의되고 일관된 교육관과 정책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 중 체계적인 관찰을 통하여 지속적으로 제공되는 근접발달 영역을 통해 고등정신기능을 가진 주체적 인간으로의 성장을 돕는 학교 교육은 남다른 의미가 있는 것 같다. 그동안 학교 교육에 대한 회의감과 무력감으로 지쳐 있던 우리들에게 한줄기 빛을 주는 것 같기도 하였고 스스로를 만들어 가는 무수한 사회적 국면을 제공해 줌으로서 주체적 인간으로 성장해 가는 모습을 본다는 것은 잔잔한 희열감마저 주는 듯 했다.

  하지만 현실은 그것이 아니다. 가정이든, 학교든, 사회든.. 우리는 모두 일관되게(?) 경쟁으로 내몰리고 있다. 마치 똑똑하고 우수한 유전자를 가진 자만이 살아남을 자격이 주어진 것처럼 끊임없이 경쟁하며 살아가도록 프로그래밍 되어가고 있는 듯하다.

  또한 두 번째 또래끼리의 협력은 어떠한가? 협력은커녕 괴롭히지만 않기를 바래야할 지경에 이르렀다. 마치 동물 본연의 습성을 유지할 수 없는 열악한 철장 안에 갇혀 점점 이상 행동을 보이며 포악해져가는 동물원의 사자나 호랑이들처럼...

 

  지금 이 시대의 학교 현장은 아이들 그 자체 외에도 우리가 마주해야 할 문제들이 참 많다. 우리가 따라 갈 수도 없는 기술 발달에 의한 각종 문명의 이기들과 그에 대한 철학의 부재 그리고 끊임없이 흔들리는 교육 정책과 방향성... 우리는 늘 무엇인가를 쫓아가기에도 버겁다.

 

  이런 시기에 비고츠키를 공부하며 학교 교육의 중요성과 더불어 우리가 매일 접하고 있는 학교 교육 현장에서 무엇을 지향하며 어떤 생각으로 아이들을 가르치고 대해야 할 것인가를 많이 생각하게 되었다.

  비록 우리가 정책을 만들고 교육의 큰 틀을 바꿀 수는 없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시간들로 한 아이, 한 아이의 인생이 만들어져 가고 거기에 교사와 학교의 역할은 매우 크다고 비고츠키는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쉽지 않다. 세상은 점점 더 복잡해지고 비고츠키는 우리에게 정답을 알려주지는 않았다. 정답대로 살아가는 인생 또한 없다. 하지만 우리는 그들의 조력자로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 아이들의 인생은 지금도 만들어져 가고 있기 때문에...

 

  아이들 하나하나의 색깔이 다르고 원하는 바가 달라 때때로 지치고 힘이 들지만 사람과 사람 관계의 중요성을 알고 경쟁보다는 협력이 보다 더 나은 참된 인간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발달의 과정임을 믿고 가르친다면 희망은 조금씩 싹트지 않을까..

 

  교사와 학생의 협력 또한 서로 신뢰할 수 있는 관계 속에서 형성되는 것 같다. 교수-학습의 과정에서 지적(知的) 전달 또한 신뢰 속에 이루어진 협력이라면 그 효과가 더 배가되어 진다고 생각된다.

 

  지금 학교 현장은 희망이 없어 보인다. 교사들의 영향력은 너무나도 미미하다. 그러나 우리 모두가 사람을 중심에 놓고 서로 합의점을 찾아간다면 한줄기 빛이라도 찾을 수 있지 않을지...

 

  광수생각으로 끝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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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우리는 협력과 관계를 위해 헤이리로 떠난다..^*^


2016. 09. 광희중 교사독서모임.




08-현장에서(100~107).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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