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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육대운하 삽질, 과거로 가는 미래형교육과정

신은희 / 청원 비봉초, 전교조 초등교과사업국장


MB집권 1년여만에 우리 사회가 퇴행하고 있다는 걱정이 많이 나온다. 교육계도 마찬가지이다. 날마다 쏟아져 나오는 00방안, 00대책에 학교와 사회가 들썩거린다. 교육과정 분야에서도 일제고사 폭풍에다가 역사교과서 수정, 도덕교과서 평화교육 지침 삭제, 사회교육과정 개정을 일삼더니 아예 입맛에 맞는 교육과정을 만들려고 한다. 바로 “미래형교육과정”이다. (*7차교육과정을 수시개정한 2007개정교육과정이 7.5차였다면 총론과 편제가 완전히 달라지는 미래형교육과정은 8차라고 불러야 정확하다.)




1. 미래형교육과정은 입시교육 강화하는 MB형 교육과정

1) 미래형교육과정의 인간상과 주요 내용

‘미래형 교육과정의 목표는 글로벌 창의인재 양성에 있다. 미래형교육과정은 학생들에게 원하는 미래를 선택하고 만들어 갈 수 있도록 하는 역량을 기르는 것을 목표로 하는 교육과정이다.’(곽병선, 미래형교육과정 3차 토론회 자료집)

“글로벌 창의인”은 세계화와 창의성을 내세운 7차교육과정 느낌도 나지만, 홍익인간이나 민주공화국의 이념보다는 엘리트교육같다는 느낌을 준다. 결국 “수학, 과학, 외국어”교육 강화를 의미한다는 면에서 상위권 학생들만을 위한 귀족교육과정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학생들이 길러야 할 핵심역량으로는 자존적 자기 이해능력, 의사소통능력, 상상력/창의력, 논리력, 문제해결력, 공동체시민의식, 문화적 감수성, 지도성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런데 이것이 각 교과군과 학년군제에서 어떻게 길러질 수 있는지 구체적인 경로나 관계는 나타나지 않고 있어 수사에 그칠 가능성이 많다. 그나마 피사가 강조하고 있는 자기성찰 능력은 포함되지 않아 국제기준미달이란 비판도 받고 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한 주요 내용을 보자.

- 국민공통교육 10년 → 9년 축소 : 고등학교 교육과정 자율화
- 학교 교육내용 20% 자율권
- 고등학교 5개 계열로 편성, 이수단위 210→200, 절대평가
- 교과 10개를 7개 교과군으로 조정, 초등 1학년부터 6교시 수업
    (학년군별 ․ 교과군별 최소수업시수, 학년 ․ 학기 집중 이수제)
- 6, 9(중3)학년에 일제고사 도입
- 수능 I(자격고사), II(학력평가)로 구분 (09.5.4 교육과정특위 TF자료)

미래형교육과정의 핵심은 학교교육과정 자율화이다. 이 안을 만든 대통령자문기구 교육과학기술자문회의 산하 교육과정특위는 1월에 만들어서 4월까지 불과 3번의 토론회로 이 내용을 만들었다. 또 교과부는 아직 공개도 안되고 고시도 안한 교육과정을 전제로 6월 11일 학교자율화방안에서 학교에 교육과정 20% 선택권을 주겠다고 확정 발표했다. 단위학교에 교육과정과 교원인사권한을 준다는 내용은 사교육경감대책에도 포함되어 있다.
국민공통기본교육 9년제는 중학교까지만 공교육으로 대접하고, 고등학교 선택의 책임과 비용은 학부모에게 전가될 것이므로 공교육기간이 3년이나 줄어드는 셈이다. 고등학교 편제를 보면 대학입시경향에 맞춰 몇 개의 계열로 나누는데, 이는 결국 7차의 선택교육과정이 실패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도 고등학교 전체를 선택으로 돌리는 건 여전히 선택과 다양성 이데올로기로 국민을 현혹하고 신자유주의 이념에 맞게 국가의 공적 책임을 방기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복잡한 고교입시 속에 학부모는 사교육시장의 정보력에 의존하고, 부모 잘 만나 구매력 있는 학생수요자는 대학가기 좋은 고등학교를 골라간다. 나머지 학생들은 싸구려공교육을 경멸하게 되고 국가는 점점 책임에서 벗어나게 된다. 물론 일제고사로 부진아 만들어 책임지도 하는 모습을 선전하면 이미지 관리 정도는 할 수 있다.  

2) 미래형교육과정은 MB교육과정

‘일례로 민사고, 이우학교, 영훈초교 등의 교육과정은 국가교육과정기준 그 이상이다. 간섭을 안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간섭한 결과들은 고만고만한 교육의 획일화였다. 우수학교 교육과정 자율화 조치는 먼저 자립형 사립고, 자율고, 특목고, 마이스터고, 특성화고, 자율형 사립고 등, 그리고 특성화 중학교, 사립초등학교, 국사립 부설학교 등에서부터 시작될 수 있을 것이다.’ (홍후조, 교육정책포럼 09.29.)

그렇다. MB정권은 이런 학교를 우수학교로 포장하기 위해 교육과정까지 개정하고 있다. 고등학교가 완전 경쟁이 되고 학교선택제(사실 학교의 학생선택권)가 실현되면 평준화는 껍데기가 되고 초․중학교도 입시교육과 사교육굴레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또 그 동안 입시교육이라 비판하던 것들이 버젓이 학교자율화와 교육과정 자율화로 양성화될 뿐 아니라 선진화된 교육과정으로 칭송을 받게 된다. 우수학교 바람을 타고 전국에 국제중, 국제초등학교가 생겨나 공교육현장은 더 이상 계층융화가 아니라 계층분리교육의 장으로 변하게 될 것이다.
이상을 볼때 미래형교육과정은 입시경쟁을 초등학교부터 아니 유치원부터 시작하도록 강요하는 MB형 교육과정이고, 공교육의 체질과 뿌리를 흔든다는 점 때문에 교육대운하사업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또 MB정부가 공약으로 내세운 고교다양화 300프로젝트와도 맞닿아있다. 결국 이번 교육과정개정은 교육내적인 논리보다도 오로지 MB정권 이데올로기 구현이 가장 큰 목적인 것이다.  


2. 미래형교육과정의 문제

1) 교육과정개정과정도 역시 MB형

학교 현장은 1,2학년만 2007개정교육과정(7.5차)이고 실제로는 7차교육과정 시기이다.(<표1> 참조) 7.5차 교육과정시행을 위해 교과서개발과 각종 준비작업이 활발하게 이루어져야 할 때에 뜬금없이 교육과정연구자 소수가 모여 삽질을 하고 있다. 게다가 교과부의 잦은 직제개편과 초중등교육 지역교육청 권한이양으로 개정교육과정 준비가 제대로 안되고 있어 당장 학교현장에 불똥이 떨어질 상황이다. 이는 결국 공교육의 부실로 이어지고, 특히 초등교육현장은 당장 내년이 걱정될 정도이다. 그러므로 당장 이 논의를 중지시켜야 한다.

<표1> 2007년 개정 교육과정과 미래형교육과정


2) 교육과정자율화는 공교육 붕괴

학교자율을 강조한 미래형교육과정은 편제표를 공개하지 않을 예정이다. <표2>는 3차 토론회 때 토론자에게 보낸 원고를 토대로 필자가 만든 것이다. 특별한 원칙은 없이 학년군제나 교과군제를 활용하여 선택권을 발휘하도록 만들어놓았다.  

<표 2> 초․ 중 ․ 고등학교 교육과정 편제 예시안(교과별 최소 수업시수 제시)        



최소100, 총 200단위

※ 사회․도덕, 과학․실과, 음악․미술시수 학교 선택  
※ 교과외 활동(주당 2-3시간), 예술, 체육 외 모든 교과는 주당 4시간 이상 수업
※ 사회, 과학 교과도 교과통합이전 과목별로 집중이수 가능
        
교과군제는 교과가 줄어든 것 같은 선전효과는 있지만, 실제 내용으로 들어가보면 기계적인 과목결합문제가 해결되기 어렵다. 교과선택권은 입시교과와 학교장의 전권아래 들어간다. 도덕, 기술, 가정, 음악, 미술의 경우 평가방식 변화로 교과의미를 잃게 된다. 실기를 강조하면서 문화예술교과를 기능교육으로 보는 시각도 엿보인다. 7차 선택교육과정이 국영수교육으로 전락해 전인교육을 말살하더니 이제 초중학교교육도 별 수 없는 상황이 되게 생겼다. 게다가 일제고사로 질관리를 한다? 그렇지 않아도 입시교육 일변도에 일제고사로 전국의 학생, 학교, 학부모를 한 줄로 세워 학교서열화와 보조를 맞춰갈 생각인가 보다.
수업시수 증감과 교과군 선택은 교사유연화정책으로 귀결될 것이다. 이미 학교자율화방안에 이미 교사자격증이 없는 박사 임용안을 내놓았다. 양성임용제도도 흔들리는 것이다. 비주지교과 교사들이 부전공제도로 다른 교과를 가르치는 건 교육의 질 저하로 이어질 수도 있다.
재량과 특별활동이 교과외활동으로 개편되고 학교에 선택권을 주고, 교과목개설권도 주었다. UP코스라고 대학에서 인정되는 과목도 만들 수 있다. 교과목 내용수준이 다른 것도 개설될 수 있다. 고등학교 선택제로 분리교육을 하는 데다가 일상적인 교과시간에서도 선행학습여부와 사교육결과에 따른 교과수업분리가 합법적으로 이루어지니 공교육현장은 철저한 계층분리현장으로 전락할 지도 모른다. 또 고교절대평가제나 수능 Ⅱ의 본고사화와 맞물려 고등학교 교육을 무력화시키는 것도 시간문제라고 보는 이들도 많다.
이상을 보면 미래형교육과정은 초등학교부터 입시와 평가에 종속시키고 학교를 0교시, 보충수업이 판치는 정글로 만드는 과거 회귀 교육과정이다. 외국의 선진제도나 우리가 주장했던 내용도 이 틀에서는 철저하게 입시교육에 복무하고 있다. 게다가 철저한 분리교육 시스템으로 공교육의 뿌리를 흔드는 정책들을 교육과정심의회나 국회 논의도 제대로 거치지 않고 강행하고 있으니 교육쿠데타라는 말도 나온다.  


3. 우리의 과제

대체 교육을 왜 할까? 바로 이 땅에 살아갈 아이들을 위해서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학교교육과 학벌사회체제는 아이들을 놀지 못하게 하고 꿈도 꾸지 못하게 압박하고 있다. 견디다 못한 아이들이 죽음으로 항변하고 있다. 현재도 불행한 아이들이 미래형교육과정으로 공부한다면 아이들과 우리 사회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자사고정책, 학교정보공시, 학교자율화, 일제고사 정책, 수능점수공개, 영어강화 정책은 공교육을 시장에 내주고 교육실패를 개인의 잘못으로 돌리게 하고 미래형교육과정은 이 모든 걸 완성시켜주는 세련된 기제이다. 그러므로 당장은 MB교육과정 개악을 중단시켜야 한다.
아울러 교육시민단체들의 지혜를 모으는 사회적교육과정회를 통해 학벌사회 철폐와 공교육 새판짜기를 해 나가고, 학생발달단계와 다수의 미래를 고려한 참교육과정연구와 실현으로 학교를 바꿔나가야 할 것이다. 누가? 바로 고민하는 우리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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