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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호 연구노트_대학 사유화 동향과 과제

2005.10.10 15:11

jinboedu 조회 수:1556

대학 사유화 동향과 과제*

배태섭 | 진보교육연구소 사무차장


1. 대학 사유화 정책의 제기배경

가. 정권의 위기 심화와 신자유주의 재편 가속화

노무현 정부와 열린우리당의 지지율이 급격히 하락하고 있다. 아닌 게 아니라 취임초기부터 계속해서 터져 나온 권력형 비리, 경제정책의 파산과 지배계급내부의 갈등 등 국정운영의 무능력, 대미종속심화와 신자유주의 개량정책의 지지부진은 노무현 정권을 지속적인 위기에 빠뜨렸고 탄핵정국을 거치며 한 차례 극적인 반전을 이뤘으나 다시금 심각한 위기에 빠져들고 말았다. 즉 노무현 정권은 신자유주의 개량정책과 경제회복을 추진할 능력과 의지가 없다는 것을 몸소 보여줌으로써 집권초반 자신의 지지세력이었던 개량주의세력들에게서조차 외면을 받고 있다. 또한 갈수록 심화․확대되는 사회적 불평등과 이를 조장하고 있는 신자유주의 공세는 노동자․농민의 생존권투쟁을 격화시키고 있다. 이런 위기상황에서 노무현 정권은 ‘연정’ 카드를 제시하면서 2006년 지방자치제선거와 2007년 대선을 내다보면서 정권재창출에 유리한 구도로 바꿔놓으려는 포석을 두었지만 이 또한 위기의 돌파구가 될 수는 없다. 노무현 정권은 이러한 자신의 정치적 위기를 사회전반의 신자유주의 재편으로 해소하려 하면서 위기를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즉 대외적으로 WTO 질서에 충실히 따르면서 쌀개방촉진, 서비스협상 2차 양허안 제출, 나아가 다양한 자유무역협정 추진, 교육․의료 시장화, 기간산업․물 사유화, 비정규직을 확대하기 위한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교육부문의 경우 이미 외국교육자본의 국내진출은 사실상 가능해졌고, 이에 걸맞게 국내 교육시장화를 위한 기반을 구축하기에 혈안이 되어있다. 시장개방에 대응한다는 명분으로 고교평준화의 점진적 해제(교육과정의 분화, 학교형태의 다양화, 대학입시 복잡․다양화)와 교원평가제를 통해 경쟁체제를 확립하려 하고 있으며, 방만하고 거대한 대학체제를 수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기업경영원리에 따라 재편하려 한다. 또한 교육재정의 축소와 교육자치의 일반자치로 통합, 각종 자본자유화특구들(제주특별자치도, 교육특구, 경제자유구역)로 인해 공공성이 아예 말살되면서 교육불평등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나. 대학구조조정의 부진과 대학의 사유화 시도

노무현 정부는 출범 이후부터 대학구조조정(대학간 통폐합, 정원감축)을 하고자 준비해왔고, 급기야 올해 초 김진표를 전격 기용하며 야심차게 출발했으나 구조조정 계획 시행 반년가까이 지난 지금 그 결과는 처참한 상황이라 할 수 있다. 교육부가 작년 말 대학구조개혁안을 발표할 당시 2009년까지 국립대는 15개를 없애고, 입학정원은 총 95,000명(국립 12,000, 사립 83,000)을 줄이겠다고 했었으나 지난 6월말 마감한 대학구조개혁지원사업(올해 800억원 지원) 신청현황을 보면 국립대통폐합을 신청한 곳은 4쌍(강원대-삼척대, 전남대-여수대, 부산대-밀양대, 충주대-청주과학대), 정원감축을 신청한 곳은 국립대 17, 사립대 13, 전문대 8(수도권 10, 지방 28)개로 저조한 상황이다. 그나마 통폐합을 신청한 대학들은 신청서를 낸 이후에도 대학본부와 구성원들 간에 갈등을 겪고 있는 상황이라 통폐합이 수월하게 추진되기는 어려운 조건이다. 오히려 현재 각 대학들은 통폐합과 대규모의 정원감축보다는 신입생 유치에 혈안이 되어 별 연관성 없는 학과들을 묶어 비인기학과를 자연스레 도태시키거나 일부 학부를 해체하여 인기학과를 독립시키거나 하는 등 조령모개식으로 모집단위를 바꾸고 있다. 즉 각 대학들은 얼마 되지도 않는 교육부 지원금을 받고 정원감축이나 전임교원을 확보하여 수입이 대폭 줄어드는 손해 보는 ‘계산’을 한 것이 아니라 원칙 없이 모집단위만을 바꾸면서 ‘생색내기’에 급급한 것이다.
결국 교육부의 무책임 하에 현재와 같이 대학이 무분별하게 팽창되어 교육부가 구조조정을 유도한 것인데 이에 대한 근본적인 대안을 내놓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하게 추진한 ‘대학구조개혁사업’은 애초부터 실패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허나 갈수록 태산이라고 대학구조조정이 마음대로 되지 않자 정부는 원활하고 상시적인 구조조정을 위해 국립대는 특수법인화를, 사립대는 영리법인화하여 경쟁과 효율에 입각한 구조조정의 안정적인 기반을 마련하고자 하는데, 이번 정기국회에 이러한 내용을 담은 ‘국립대 운영체제에 관한 특별법안' ’대학구조개혁특별법‘ ’대학정보공시제‘ 등을 법제화 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2. 국립대학 법인화

가. 국립대학의 법적 지위

정부가 대학회계제도 도입의 근거로 내세우는 것처럼 ‘국립대학 재정운용의 자율성, 효율성 및 책무성을 제고’하기 위해선 그에 걸맞게 대학의 조직형식의 변화가 불가피하다. 과거 일본이나 현재 한국의 경우 국립대학의 법적 지위는 법인격이 없는 ‘정부조직의 부속기관’ 내지는 ‘국가가 설치한 영조물’이다. 따라서 ‘단위대학 중심의 효율적이고 자율적인 재정운용’이 가능하기 위해선 국가로부터 분리․독립된 법인 형태로의 전환이 요구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 주목해야 할 것은 독일과 프랑스 등의 경우 중세 유럽대학의 전통에 따라 ‘대학의 자치․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국가로부터 ‘독립’한 ‘타인’임을 인정하여 대학을 공법상의 ‘사단법인(社團法人)’으로 보고 있다는 점이다. 즉 교회와 국가로부터 독립된 교수, 학생의 자유로운 자치결사체라는 전통적인 대학의 이념이 ‘법인’이라는 형태 속에 이어져 오는 것이다. 하지만 대학이 법인격을 가지는 동시에 국가기관이며, 따라서 (지방)정부의 안정적인 재정보조를 받는 동시에 상당한 정도의 자치권을 누린다. 물론 교직원도 공무원 신분이다. 즉 독일과 프랑스의 경우 대학이 법인격을 갖는다는 의미는 ‘대학의 자치와 자유’를 위한 법적 보장의 맥락이며, 정부가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않아’ 대학주체들에 의한 ‘자율성’과 ‘공공성’이 보장된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국내에서 거론되고 있는 국립대학 법인화는 이런 이념에 기반하여 제기되고 있는 것이 전혀 아니며, 대학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함이 아니라 정부의 재정책임을 덜고 기업식 경영방식을 도입하기 위한 목적으로 제기되는 것이기에 문제가 심각하다.
일본은 이미 작년 4월부터 전국의 89개 국립대학교가 국립대학법인으로 전환되어 민간경영기법의 도입, 외부자의 경영참여, 문부성에 의한 중기목표의 평가 등이 이루어지고 있다. 일본에서와 마찬가지로 한국의 위정자들은 국립대의 특수공익법인화나 책임운영기관화, 특별회계제도 등이 한결같이 ‘민영화’와는 다르다고 강변하고 있으나 신자유주의 공세 속에서 공공부문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일련의 정책들이 실시되고 있다는 점, 특히 국립대의 통폐합과 구조조정을 원활히 하기 위해 법인격을 부여하여 경쟁과 효율성의 원리에 따른 재편을 꾀한다는 점, 교육과 학문의 상업화, 대학자치의 말살을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명백히 국립대학 사유화라고 할 수 있다.

나. 법인화 이후의 문제점

1) 국립대학 운영체제의 변화: 대학자치의 말살

○ 총장으로의 권한 집중과 교육부의 관리․통제
법인화의 목적은 정부의 규제로부터 벗어나 조직, 인사, 재정운영에 있어 대폭적인 자율성 부여하는 것인데, 이에 따라 모든 권한이 총장을 중심으로 한 이사회에 집중된다. 특히 총장에게는 교직원의 임명권이 부여된다. 이사회는 대학운영에 관한 제반 사항을 심의․의결하는 기구로서 경제인단체 대표, 지자체장, 동창회 대표 등 학외인사도 참여하게 되며 교육부장관 추천자를 포함하여 장관의 승인으로 이사가 선임된다. 이사회가 총장선출, 예결산, 조직설폐, 정관 변경 등 대학운영에 관한 모든 사항을 결정하게 됨에 따라 막강한 권한을 갖게 되었고, 이사 선임 및 총장제청을 교육부가 담당하면서 대학법인에 대한 교육부의 간섭과 통제가 가능하게 된다. 이렇게 이사회를 중심으로 권한이 집중되는 반면, 대학주체(교수, 학생, 직원)들의 참여는 원천적으로 봉쇄된다.

이러한 변화는 일본의 법인화 사례와 매우 유사하다. 과거 일본 국립대의 학부 교수회는 교원인사를 비롯해 학부 예산 운용, 교육연구 등 거의 모든 사항을 결정했고, 대학은 학부들의 연합체로서의 성격이 강했다. 학부교수회의 학부관리운영에 대해 정부 등의 외부 개입은 철저히 배제됐다. 심지어 학장(한국의 총장)과 평의회의 간섭도 받지 않았다. 하지만 법인화 이후 대학경영의 최고결정권자는 학장이 되었고, 특히 인사권은 학장 밑으로 단일화되었다. 또한 예산, 조직, 급여 등의 사항도 학장이 최종 결정하게 된다. 반면 평교수들의 경우, 교육·연구 분야 등에 대해서만 심의할 수 있는 등 대학 운영에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대폭 축소됐다.
이렇게 그 권한이 대폭 강화된 학장의 선출방식 또한 변화되었는데, 기존에 교수평의회가 선출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경영협의회의 학외 위원과 교육연구평의회 대표자가 동수(同數)로 참여하는 학장선출위원회(學長選考會議)에서 선출한 후 문부과학대신이 임명하게 된다. 학장의 임기는 보통 2~6년이고, 부적절하다고 판단될 경우 문부과학대신이 해임할 수 있다.
지난 2002년 3월 일본의 국립대법인화 조사검토회의 최종 보고서는 “top-down에 의한 의사결정구조를 확립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함으로써 학장의 권한 강화를 통해 정부의 통제를 강화하려는 의도가 계속 유지되어 왔다. ‘top-down’이란 상명하달 방식에 의한 학장 중심의 책임경영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제 학장은 학내 구성원에 의해 선출되는 ‘대표자’가 아니고 대학법인의 경영을 책임지는 ‘CEO'이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이렇게 학장의 권한이 강화된다 해도 결국 학장의 임면․해임권이 문부과학성 장관에게 있는 한 국립대학법인은 정부에 종속될 것이 분명하다. 더구나 문부과학성이 제시하는 ’중기목표‘를 달성하고 평가를 받아야 한다면 더욱 그 위험성은 커진다.

2) 국가의 재정 지원 포기

정부가 국립대학에 많은 자율을 부여하겠다는 것은 거꾸로 얘기하면 정부는 대학지원에서 손을 떼겠다는 것이다. 따라서 총장 및 이사회에 거의 모든 권한을 넘겨주고 이제 너희들끼리 ‘알아서’ 운영하라고 나오는 것이다. 하지만 주지하다시피 정부의 국립대학에 대한 지원은 형편없다. 현재 GDP의 0.3% 가량(1조 8천억 원) 정도가 국립대학에 지원되고 있는 실정이고 그나마도 서울대가 독식하다시피 하고 있다. 따라서 각 국립대학들은 학생들이 부담하는 기성회비를 편법적으로 인상하며 실제로 국립대학이 학생들의 등록금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법인화를 통해 정부지원을 점차 포기한다면 각 대학이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밖에 없다. 즉 등록금을 대폭 인상하거나 공격적으로 수익사업에 나서는 등 수입재원을 늘리는 방법 한 가지와, 조직을 대폭 축소․외주화 하는 등 긴축경영에 나서는 방법이 그것이다.

○ 등록금 인상과 수익경영 매진
법인화가 되면 일률적으로 책정되고 있는 국립대 등록금을 각 대학법인이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게 됨에 따라 향후 등록금의 인상은 뻔한 일이다. 더욱이 대학법인이 자체 수익사업을 할 수 있게 되어 CEO로서의 학장의 역할이 더욱 강조되는 부분이다. 민간기업으로부터 연구용역을 받거나 연구성과로 나오는 특허관련 수입 등이 대학법인의 자체 수입으로 들어온다. 이렇게 되면 산학협력에 대한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대학은 기업과 손잡고 돈벌이에 발벗고 나서게 될 것이다. 일본의 경우 기존까지는 국립대학 병원이 문부과학성의 예산을 지원받아서 운영되고, 수입 역시 국고로 환원되었지만 법인화가 되면서 각 대학법인이 병원에서 생기는 수익을 자체 운영비로 돌리는 것이 가능해져, 이제 대학병원은 수익창출형 구조로의 전면적 변화를 꾀할 것이기에 의료의 공공성 역시 심각하게 위협당할 지경이다.
한편 자체수익사업의 경우 이미 2003년 9월부터 시행되는 '산업교육진흥및산학협력촉진에관한법률‘에 따라 국공립대학에도 법인격을 갖는 산학협력단의 설립이 가능해졌으며, 학교기업의 수익금으로 산학협력단을 운영하는 것도 가능하다. 정부는 NURI 사업이나 수도권특성화지원사업, 학교기업육성지원사업 등 국고지원사업의 대부분이 산학협력단의 자격으로만 신청이 가능하게 하여, 재정지원을 빌미로 산학협력단의 설치를 강요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현재 4년제 일반대학과 전문대학을 막론하고 모든 국공립대학에 산학협력단이 설치되어 있는 상황이며 사립대학의 설치율도 80%가 넘는다.
국립대학회계제도는 국고일반회계와 대학기성회계를 통합하는 것이다. 이 제도는 회계연도와 학기 일치, 수익사업실시와 자체수입 직접 사용, 자체재원을 활용할 수 있는 부분들에 독립채산제 적용, 대학재정의 투명성을 위한 외부인사 참여를 허용하고 있다. 이러한 대학회계제도의 본질은 기업경영방식을 대학에 적용하는 것이다. 국립대학회계제도가 도입되면 등록금, 자체수익사업, 기금 그리고 국고 전입금이 하나로 통합된다. 하지만 수입구조는 오히려 불안정해진다. 기업이 자발적으로 대학에 기금을 출연하는 것은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에 기금은 안정적인 수입원이 못 된다. 그렇다면 대학의 입장에선 결국 국고전입금과 등록금에 의존하거나 적극적으로 수익사업에 나서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당장 국고지원이 증가하리라는 보장이 없고, 또한 국고지원이라 하더라도 정부의 강제된 개혁을 잘 수행하느냐에 따라 ‘선택과 집중’이라는 차등지원 방식이 대세가 되고 있어 이를 따내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리고 재정적으로 국고전입금은 인건비와 시설비에 한정시키고 운영비는 국립대학회계에서 해결하도록 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면 결국 등록금에 의존하는 비율이 높아져 민중들의 부담으로 전가된다.
일원화된 대학회계제도의 도입과 산학협력단․학교기업의 설치는 대학의 ‘자율성’을 내세우며 대학 스스로가 효율적인 경영과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알아서 돈을 벌어야 하고, 학생들에게는 배운 만큼 대가를 지불하는 ‘수익자부담’ 이데올로기를 강요하고 있는 셈이다. 결국 국립대학회계제도 도입을 필두로 한 일련의 계획은 장기적으로 국립대학에 대한 정부의 지원을 축소하고, 각 대학은 등록금 인상이나 자체수익사업 등으로 살아남도록 시장경쟁체제로 내모는 것이다.

○ 인력․조직 구조조정
법인화가 되면 현행 공무원 신분인 교직원이 법인의 직원이 된다. 법인의 대표이사격인 총장에게 인사권이 주어짐에 따라 유연한 고용 형태와 급여 체계가 가능해지고 겸직, 겸업이 자유로워지며, 특히 학장, 학부장 등의 관리직에 외국인도 기용할 수 있게 된다. 애초 법인화 논의의 출발이 국가행정조직의 구조조정이란 목적이었기에 조직의 대폭 감축과 유연한 노동력 관리는 불가피하다. 이러한 고용형태의 파괴는 연봉제와 같은 성과주의에 기초한 급여체제의 도입과 짝을 이루는 것이다.
고용형태 파괴의 한 형태로 ‘임기제’라는 것은 일정기간 동안 특정 연구를 목적으로 교원을 고용하는 제도로 외부 프로젝트를 담당하는 연구원을 연구용역비로 운영할 수 있게끔 한다는 것인데, 마치 대학이 기업의 하청연구기관이 되어 버리는 셈이다.
이러한 교원노동의 불안정화는 계급적 결속력을 약화시키는 효과도 낳게 되는데, 특허권이나 급여와 직결되는 성과의 달성을 위해 서로 경쟁하는 살벌한 분위기가 지배하게 될 것이며, 근무형태도 제각각이어서 서로 마주치는 일조차 힘들어지게 되면 교수회나 직원노조 등의 단결력이 급격히 붕괴될 것이다.
대학에 기업경영기법을 도입하는 또 한 가지 방식으로 조직전체의 재구조화가 있다. 대학조직을 분사, 외주화, 민영화하는 등 민간기업의 경영방식을 그대로 응용할 수 있게끔 하고 있다. 이를테면 연구기관의 일부를 대학법인으로부터 독립시켜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조직을 만들거나, 특정 시설을 다른 종류의 법인과 맞바꾸거나하여 업무의 아웃소싱에 의한 효율적인 운영과 탄력적인 사업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교무과나 학생과 같은 사무조직이나 도서관 등은 법인에서 떨어져 나와 외주화될 것이 분명해진다. 이는 바로 전에 언급한 고용형태의 파괴와 짝을 이루어 진행되는 과정이다.
최근 중국에서는 ‘독립학원’이라고 하는 형태의 대학 민영화 작업이 진행중이다. 독립학원은 국립대학 소속 일부 단과대학이나 분교를 기업과 합작하여 운영하는 것으로 국립대학이 민간자본을 유치하여 대학조직의 일부를 독립법인으로 아웃소싱하여 운영하는 것이다. 2005년 7월 현재 중국 전역에 약 294개의 독립학원이 있으며, 대략 110만~140만 명(전체 학부생의 10%)이 재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최근 국내 일부 언론이 일본이 국립대 법인화 시행 이후 1천 1백억엔의 흑자를 냈다고 보도한 바 있는데, 이는 정확한 사실관계를 확인하지 않고 보도한 것이었다. 93개 법인의 당기총이익은 약 1천1백억엔이지만, 이 대부분은 법인화가 되기 이전 국립대의 수업료 미수분, 부속 병원의 의약품 등이 회계 처리상 수익으로 계상했기 때문이며, 경영 노력에 따라 발생한 실질 흑자액은 약 53억엔 정도인 것으로 밝혀졌다. 즉 아직 받지 못한 수업료와 법인 전환에 따른 비품 무상 인수 등이 수익으로 산정된 것이다. 또한 흑자 53억엔의 실제 내용은 △졸업생을 대상으로 한 연구용 쌀 판매(야마가타대) △영화·드라마 촬영 장소로 캠퍼스 대여(토쿄공업대) △공용차 일부 경자동차로 전환(류큐대) △쓰레기 처리방법 개선을 통한 경비절감(토쿄학예대) △화상회의를 통한 회의비 절감(홋카이도교육대) △비품 공동 구입(토호쿠대·미야기교육대) △병원 창구업무 등 외주(홋카이도대) 등 경비절감에 의한 것이었다. 즉 각 대학이 영리와 비용절감에 혈안이 되어 교육시설·기자재투자의 위축으로 인해 연구·교육지원 시스템이 부실화될 위험성이 있는 것이다.

3) 학문의 자유 침해

이렇게 정부 지원이 포기되면서 각 대학은 수익 내기에만 골몰하기 때문에 기초학문의 고사는 예견된 사태라 할 수 있다. 각 대학들은 한정된 예산을 따내기 위한 경쟁적인 조건 속에서 단기간에 성과를 낼 수 있는, 이윤창출과 밀접한 연구에만 집중투자를 하게 될 것은 뻔하다. 단기간에 성과를 낼 수도 없고, 돈도 되지 않는 기초연구에는 예산이 삭감되고, 과감히 구조조정이 된다면 국립대학의 공공성은 흔들리게 된다.
한편 일본의 경우 문부과학성이 국립대학법인이 달성해야할 6년 단위의 운영지침인 ‘중기목표’(교육연구, 업무운영, 재무내용 등의 사항)를 정하고 각 국립대학법인은 중기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중기계획을 작성하여 문부과학성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중기계획은 결국 평가와 연계되는데, 국립대학법인 평가위원회가 중기계획의 달성정도를 평가하고 이를 바탕으로 문부과학성은 재정을 차등지급한다.
이제 각 대학법인은 국가의 ‘그랜드 디자인’에 따른 목표를 정하고 국책 수행을 위한 할당량에 대해 문부성의 허가와 함께 정기적으로 감시와 평가를 받아야 한다. 대학은 ‘인류의 진보에 공헌한다’는 고등교육의 보편적 이념이라는 것은 있어도, 국가 전략에 종속된 목표가 있을 수 없다. 이는 과거 군국주의 시대 제국대학으로의 회귀이고, 침략전쟁에 가담한 과거에 대한 반성으로 ‘교육은 부당한 지배에 굴해서는 안 된다’는 교육기본법의 이념과 ‘학문의 자유’를 명시한 헌법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다.
이렇게 정부는 대학의 중기 목표를 근거로 할당량에 대한 상황을 항상 감시한다. ‘평가’를 미끼로 예산을 차등 배분하겠다는 것이고, 실적이 ‘나쁜’ 대학은 과감히 예산을 잘라버리겠다는 의도이다. 이렇게 평가에 따른 예산지원으로 대학이 정부의 지시에 따르지 않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교과서 검정이 대학에도 실시될 수 있는 것이다.


3. 비리사학에 대한 면죄부, 사립대학 퇴출 양성화

한편 정부는 ‘대학구조개혁특별법’ 제정을 통해 이른바 ‘사립대학 퇴출’을 양성화하는 계획을 갖고 있다. 즉 현재 부실․비리 사립대학에 대한 퇴출 근거와 경로가 마련되어 있지 않아 피해를 가중시키고 있다며, 부실대학을 강제로 퇴출시키되 설립자에게 ‘해산장려금’이라 해서 학교재산의 일부를 돌려주어 대학운영을 그만두게끔 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비리사학을 끝까지 비호해주려는 교육관료들의 안이한 사태인식이다. 대학퇴출시 설립자에게 재산 일부를 떼어주겠다는 것은 사립학교의 재산이 설립자 개인의 것이라는 것을 합법적으로 인정해주는 셈이 된다. 현행법 내에서도 이미 대다수의 사립대학은 설립자 일가족이 독단적으로 운영하는 재단이사회를 통해 제 마음대로 돈을 유용하고, 각종 비리를 저지르며 많은 피해를 주고 있지 않은가. 애초 학교법인 설립시 재산기준에 미달되는 대학도 상당수인데다, 학생등록금과 국고지원을 통해 재산을 불려온 사립대학이 대부분이다. 이런 상황에서 부실․비리 사학에 대해 강력한 징계와 제재는 못할망정 거꾸로 해산장려금을 준다는 것은 교육부가 사학비리에 대한 면죄부를 주는 것이나 진배없다. 실제로 얼마나 많은 사립대학들이 ‘자발적으로’ 해산할 것인지는 의문인데, 오히려 부실사학으로 낙인찍히지 않기 위해 온갖 편법과 탈법을 동원하는 부작용을 낳을 수가 있다.
이러한 사립대학 퇴출양성화를 계기로 영리법인의 학교설립 허용이 제기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WTO 교육개방으로 인해 외국학교가 국내에 들어와 영리행위를 하게 될 경우 형평성을 문제 삼아 국내 학교법인도 동등한 대우를 요구할 것이 분명하다. 정부가 비리사학부터 시장에서 퇴출시키되 영리법인으로 전환하여 다시 ‘시장’으로 진입할 수 있도록 장사판을 마련해주는 꼴이다. 이는 비리사학의 근절이 아니라 비리사학의 양성화․사학의 기업화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교육부는 사립대학의 교육용 재산 중 기준을 초과하는 것은 수익용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사학의 기업화를 추진하려 한다. 현재 사립학교는 각종 세제혜택(증여세, 상속세, 법인세 등 감면)과 국고보조금을 지원받으며 운영비의 약 95%를 학생들의 등록금과 국고보조금으로 채우고 있다. 학교 설립인가를 받은 후 교지 확충 및 시설 투자 등 대부분의 재산도 학생등록금과 국고보조금에 의존해 온 것이다. 작년 국감자료에 의하면 사립대학 법인 총자산(법인회계+학교회계)이 지난 10년간 20조 8,483억 원이 증가하였으며, 70개 대학이 1천억 원 이상씩 증가했다. 특히 법인 총자산 가운데 대학 자산의 증가에 대한 법인기여도는 8.8%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나 사학들이 학생등록금을 통해 자산을 증식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왜냐하면 현재 사립대학의 수익용 기본재산 비율은 평균 45.7%로 법정기준인 100%에 훨씬 못 미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해마다 8~9천억 원에 이르는 적립금을 쌓아두고 있는데, 결국 이는 학생들이 낸 등록금이 적립금의 출처라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다. 즉 대다수의 사립대학이 느슨한 설립기준만 통과한 뒤 등록금으로 재산을 불려나가고 있는 상황에서 교육용 재산까지 수익용으로 전환할 수 있게 해준다면 사학의 돈벌이로 인한 피해는 더 심각해질 것이다.

4. 결론

국립대 법인화와 사학 퇴출 양성화는 정부의 재정부담과 책임을 덜되 기업식 경영기법을 도입하여 대학이 ‘자율’적으로 학교운영을 하라는 얘기다. 여기서의 대학의 ‘자율’은 대학 경영자(총장, 이사회)의 자율성을 의미하는 것이지, 대학주체들(교직원, 학생)의 자치와 자율성을 의미하는 것이 결코 아니다. 결국 이는 총장에 의한 독자경영과 국가의 재정책임 방기, 학문의 자유와 공공성 침해, 교직원 구조조정 등을 수반하는 거대한 대학 사유화 프로젝트이며 향후 지속적인 구조조정의 가능성 여부를 판가름하는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이다. 따라서 교육주체들에게는 반드시 이를 저지해야 하는 분명하고도 시급한 과제가 주어졌으며, 이를 위해선 교육주체들의 총력․단결 투쟁이 불가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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