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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호 논단_NEIS 반대투쟁 상반기 평가와 향후 방향

2003.11.07 15:06

jinboedu 조회 수:1104 추천:5

NEIS 반대투쟁 상반기 평가와 향후 방향

NEIS 반대투쟁 상반기 평가와 향후 방향

 

오병일 (NEIS 반대 공대위 운영위원장 / 진보네트워크센터 사무국장)

 

 

아직 NEIS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5월 12일 국가인권위원회의 결정, 5월 26일 교육부와 전교조의 합의 이후 끝날 듯 끝날 듯하던 NEIS 싸움은 결국 지난 6월 1일 교육부가 인권위원회의 권고도 무시하고 전교조와의 합의를 짓밟은 채 각 단위 학교와 교육정보화위원회로 책임을 전가한 상태에서 하반기로 넘어왔다. 싸움이 길어지면서 NEIS 투쟁에 대한 회의의 목소리도 존재하는 듯 하다. 하지만, NEIS 투쟁을 미결의 상태로 끝낼 수는 없는 일이다. 무엇보다 NEIS 투쟁은 과거에는 묻혀있었던 우리 사회의 근본적인 여러 문제점들을 끄집어내었고, 동시에 해결해야할 과제를 던져주었다. 이 글에서는 상반기 투쟁의 성과와 한계에 대한 평가를 통해 NEIS 투쟁의 의미를 재확인하고, 하반기 투쟁 방향에 대해 제시해보고자 한다.

 

1. NEIS 투쟁의 의미와 성과

비록 NEIS 문제의 완전한 해결에는 이르지 못했지만, 투쟁 과정에서 우리는 이미 많은 성과를 얻었다.

첫째, NEIS 시행을 어느 정도 저지하는데 성공하였다. 국가인권위원회의 결정이 비록 강제력을 갖지 못한다 하더라도, 그 정치적 의미를 무시하기는 힘들다. 6월 1일 발표된 교육부 지침에서도 NEIS의 인권 침해 소지를 부분 인정하고, 약 40% 가량의 항목을 삭제하도록 하였다. 이처럼 상반기 NEIS 투쟁을 통해서 적어도 애초 계획대로 NEIS를 추진하는 것은 힘들게 되었다.

둘째, 사회적으로 '정보인권'에 대한 문제의식을 확산시켰다. NEIS 투쟁이 보수언론에 의해 교육계 내 갈등으로 왜곡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비판과 함께 NEIS 문제를 인권의 문제로 바라보려는 시도 역시 이루어졌다. 적어도 정보화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개인정보 수집 및 전자적 데이터베이스 구축이 인권 침해의 우려가 있다는 것에 대해 사회적으로 쟁점화는 되었다고 본다.

민중은 투쟁의 과정을 통해서 배운다고 했던가? 사회적 문제의식의 확산과 함께, 운동 진영내 '정보인권' 의식 역시 높아졌다. 정부와 마찬가지로 국내 시민사회운동 진영 역시 '정보화'를 '전산화'로 이해하거나, 기술의 '활용'문제에 중점을 두었을 뿐, 정보통신기술의 사회적 영향이나 도입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인권 침해 문제 등에 대해서는 관심이 거의 없었다. NEIS 투쟁, 특히 인권 활동가들의 단식 농성은 인권 단체를 비롯한 시민사회단체가 정보인권 문제를 재인식하는 계기가 되었다.

셋째, NEIS 문제는 관련된 여러 교육 현안들을 제기하였다. NEIS에서 개인정보영역을 삭제하라는 요구를 넘어, 학생·학부모·교사들의 개인정보를 (교육 목적에 비추어) 필요 이상으로 수집하고, 원칙 없이 관리하던 기존의 관행에 대해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또한, 대입 정시모집 과정에서 지원하는 대학과 상관없이 모든 대학에 학생들의 정보를 CD로 제공하는 것에 대해서도 문제제기가 이루어지고 있다. 학생들은 NEIS 문제가 학내에서 학생들의 목소리가 거의 고려되고 있지 않은 현실의 연장선이라고 주장하며, NEIS 이슈를 계기로 교육 정책 과정에 학생들의 참여를 촉구하고 있다. 결국, NEIS 문제는 기존 학내 모순들이 중첩된 것일 뿐만 아니라, NEIS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은 이와 같은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기도 하다.

넷째, NEIS 문제를 넘어 '전자정부' 사업 자체에 제동을 걸었다. NEIS는 11개 전자정부 사업 과제 중의 하나이다. NEIS에서 문제가 된 프라이버시권 침해 문제는 국민의 개인정보를 수집할 수밖에 없는 다른 전자정부 사업에서도 똑같이 제기될 수밖에 없으며, 따라서 전자정부 추진과정에서의 프라이버시 침해 문제를 이번 기회에 해결하고 가야한다는 문제의식을 정부 내에 확산시켰다.

 

2. NEIS 투쟁 과정의 문제점과 한계

상반기 NEIS 투쟁이 이와 같은 성과를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몇 가지 문제점 혹은 한계를 가지고 있었다.

 

1) 전술적 측면에서

2003년 2월,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프라이버시 보호 - NEIS 폐기를 위한 연석회의'가 출발하였다. 상반기 NEIS 투쟁은 전교조와 시민사회단체들의 공동 활동이었지만, 주된 동력은 전교조였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그것은 두 가지 측면에서 그러한데, 첫째는 전교조가 직접적인 교육현장의 주체이고 대중조직이라는 점에서 인증서 폐기, 입력 거부 등의 전술을 통해 NEIS 강행을 현장에서 저지할 수 있는 대중적 힘을 가지고 있었다는 점이다. 두 번째는 투쟁 전술의 측면에서 인권위 농성, 청와대 앞 단식농성, 연가 투쟁 등 NEIS 문제를 정면으로 돌파하는 힘을 보여주었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 시민사회단체들은 기자회견, 토론회, 로비, 법적 대응, 언론 대응 등의 활동에 치우쳤다. 시민사회단체 역시 적극적으로 활동했고 나름의 역할 분담이 이루어져왔다고 볼 수도 있지만, 이와 같은 전교조 중심의 투쟁(적어도 외부적으로는)은 NEIS 문제를 교육계 내 갈등으로 왜곡시키는데 어느 정도 기여했다고 본다. 물론, 보성초 사건이라는 우발적인 계기와 이를 정략적으로 이용했던 교육관료집단 및 보수언론의 문제가 보다 근본적이겠지만.

 

2) 내부 소통 측면에서

연석회의 내부의 공식적인 입장이 정리되지 않은 채 충분한 의견을 조율 없이, 사업 중심의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나 한다. 각 단체들이 '연석회의'에 참여하는 중심적 문제의식이 어느 정도 차이가 있다고 했을 때(예를 들어, 전교조의 경우 ― 적어도 초창기에는 ― 교사에 대한 통제나 업무 증가, 시민사회단체의 경우는 프라이버시권 보호와 전자정부와의 연관성에 주목했다.), 공동의 목표를 명확히 설정하고, 외부적으로 통일된 목소리를 내는 것이 중요했다. 하지만, '연석회의' 초기에 이러한 소통의 미비로 약간의 긴장이 존재했다. 예를 들어 시민사회단체들은 'NEIS 일단 중지 후 교육정보화사업 재검토'라는 입장이었던 반면, 전교조의 경우 '5개 영역 분리·폐기'의 입장이었는데, 이러한 입장에 대한 충분한 조율 없이 각자 자신의 입장에서 대 언론 발언을 하기도 하였다. 위와 같은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연대 단체들 간의 사안을 바라보는 관점과 구체적인 목표에 대한 명확한 공유가 필요하다고 본다.

 

3. 교육정보화위원회와 하반기 투쟁 방향

 

1) 하반기 투쟁의 목표

상반기 NEIS 반대 투쟁의 주된 구호는 '정보인권 사수', '인권위 권고안 수용', 'NEIS에서 개인정보영역 삭제' 등이었다. 이러한 구호, 혹은 투쟁 목표가 상반기 상황에서는 분명 적합했었다고 보여진다. 하지만 NEIS의 문제가 정보인권 혹은 개인정보의 침해 문제에만 있지 않다는 것, 그리고 쟁점이 NEIS인가 C/S인가에 있지 않다는 것은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또한 NEIS에서 개인정보 영역이 삭제된다고 해서, NEIS 이슈가 제기한 제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 역시 명확하다.

국가인권위원회가 권고한 바와 같이 NEIS에서 개인정보 영역을 삭제하는 것은 우리의 '최소 목표'가 되어야 한다. 하지만 상반기와 같이 교육부가 NEIS를 강행하려는 상황이 아니라, 교육정보화위원회가 꾸려지면서 연말까지 판단이 지연된 상황에서 우리의 싸움이 최소 목표에 국한될 이유는 없다고 본다. 학내 정보 수집·관리 방식의 재검토, NEIS의 교사에 대한 통제 문제, NEIS와 같은 획일적인 정보 수집·관리가 교육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제기해나갈 필요가 있다.

물론 이 부분에 대해서는 지난 7월 8일 기존의 연석회의보다 규모가 더욱 확장되어 출범한 'NEIS 반대와 정보인권 수호를 위한 공대위(http://noneis.jinbo.net)'의 입장이 좀 더 면밀하게 검토될 필요가 있다. 즉, 공대위 소속 단체의 최소한의 공동 입장은 'NEIS에서 개인정보영역 삭제'이되, 그 이상의 입장에 대해서는 좀 더 구체화되거나 내부 토론이 필요한 상황이다.

 

2) 교육정보화위원회와 공대위 하반기 투쟁 방안

5.26 전교조와의 합의에 의해 정부는 지난 7월 총리실 산하에 '교육정보화위원회'를 구성하였으며, 연말까지 NEIS 문제 해결방안을 제출하도록 하였다. 하지만 위원회는 그 구성과정에서부터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총 25명으로 이루어진 위원 선임에 있어서 총리실이 임의로 영역 및 단체를 선정하여 위원을 추천하게 한 것이다. 구성 과정의 비민주성뿐만 아니라 위원의 구성도 문제가 많았다. 정부 관료들이 4명이나 들어가 있었으며, 전체적으로 NEIS에 찬성하는 위원들이 수적으로 많았다. 위원회가 발족할 시점에 구성된 공대위는 비민주적 과정에 대해 항의하며 위원회 참여를 거부하였다. 위원회가 NEIS 시행에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한 허수아비일 뿐, 실질적인 논의가 이루어지기는 힘들다고 판단하였기 때문이었다. 더구나 이 즈음에 전교조 위원장과 교사들에 대한 정부의 부당한 징계가 강행되었기 때문에 더욱 위원회에 참여하기는 힘들었다.

하지만 공대위는 9월 8일 개최된 3차 위원회 회의부터 참여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징계 문제가 공식적으로 철회된 것은 아니지만, 원영만 전교조 위원장의 석방과 전교조의 징계저지 투쟁으로 인한 징계의 무력화가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었다는 정세상의 변화와 함께 NEIS를 비롯한 향후 교육 정보화 방향에 대해 교육정보화위원회의 결정이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전술했듯이 NEIS 문제가 단지 NEIS에서 개인정보영역을 삭제하는 문제가 아니라면, 보다 근본적이고 폭넓은 차원에서 교육정보화 방향이 재검토될 필요성이 있는데, 외부에서의 투쟁은 이와 같은 섬세한 목소리를 내는데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위원회 내·외부에서 동시적으로 싸우는 것으로 결론이 났지만 위원회가 우려한 바와 같이 형식적인 기구라는 것이 명백해진다면 위원회에 머물러있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위원회에의 참여가 외부에서의 투쟁을 중단한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오히려 위원회 자체를 압박하고, 연말 위원회의 최종 발표에 즈음한 집중 투쟁을 위해서도 외부에서의 투쟁이 무척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여전히 NEIS를 채택하고 있는 학교가 존재하는 현실에서, 사실상의 NEIS 실행 정도와 NEIS에 대한 국민적 여론이 위원회의 판단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예상된다. 따라서 공대위는 100만인 서명운동과 매주 수요일 촛불 문화제를 통해 NEIS 이슈를 지속시켜 나가고 있으며, 한편으로는 NEIS 강행 학교 앞 1인 시위를 통하여 각 단위 학교에서 NEIS가 채택되지 않도록 압박을 가하고 있다. 또한 연말에는 전국을 돌아 서울로 집중하는 'NEIS 반대 전국 횃불 이어달리기' 사업과 전교조 조합원 조퇴 투쟁 등을 통해서 위원회의 발표를 앞두고 사회적인 이목이 주목되는 시점에 집중적인 투쟁을 전개할 예정이다.

 

3) 프라이버시 보호법안 및 기구의 설립

전술했듯 NEIS는 11대 전자정부 사업 중 하나일 뿐만 아니라, NEIS와 비슷한 개인정보 데이터베이스의 구축은 이미 공공·민간 할 것 없이 갈수록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따라서 NEIS와 같은 문제가 재발하지 않기 위해서도 사회 전반을 규제할 수 있는 프라이버시 보호법과 보호기구(프라이버시 보호위원회)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 참여연대, 민변, 함께하는시민행동, 진보넷 등을 중심으로 '프라이버시 보호 연석회의'가 구성되어, 이에 대한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정부 역시 NEIS 문제를 계기로 프라이버시에 대한 문제의식이 형성되었지만, 현재 부처간 이기주의에 의해 본뜻이 왜곡될 위험이 있다. 최근 행정자치부는 '공공기관의개인정보보호에관한법률' 개정안을 입법예고 하였으며, 정보통신부는 '개인정보보호와전기통신망이용촉진에관한법률'을 개정하려 하고 있다. 그리고 각각 공공과 민간을 관할하는 기구를 자신의 부처에 두려고 하는데, 이는 정부가 프라이버시 보호보다는 제 밥그룻 키우기에 골몰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에 반해 시민사회의 입장은 첫째, 국제적 수준의 프라이버시 보호 원칙을 규정한 프라이버시 보호 일반법이 제정되어야 한다는 것, 둘째, NEIS와 같은 국가 사업도 감시할 수 있기 위해서는 국가인권위원회와 같이 독립적인 기구로 구성되어야 한다는 것, 셋째, 갈수록 공공과 민간의 구분이 희미해지고 있는 만큼 공공과 민간을 포괄하는 기구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NEIS 반대 투쟁과 더불어 프라이버시 보호법안 및 기구를 올바로 건설하는 투쟁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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