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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대구, 온라인개학 70일의 기록

 

임성무 (대구강림초등학교)

 

2020. 2. 18 대구1 - 코로나19, 대구, 신천지

BTS공연도 물 건너갔다. 다시 마스크를 한 사람이 급증. 확진 환자 없던 졸업식에도 부모들을 교문밖에 세워두었는데 초등학교 입학식은 어쩌나?

 

2020. 2. 19 대구2 - 대구를 응원해주세요.

어제는 2.18 대구 지하철 화재 17주기 추모일이었고, 봄비가 내려 대지를 촉촉이 적시는 우수였다. 청도출신 영생불사신인 이만희가 만든 신천지가 대구를 다시 고담시티로 만들어놓았다.

그동안 정부가 애써 막아온 코로나 확산으로 대구는 청정지역이었는데, 이젠 모든 대화 주제가 코로나가 되었다. 반톡에서 아이들도 난리다. 달성군 옥포 확진자가 학군이 아니기만 바라고 있다. 교육청에서는 해당지역 학교에 알리고, 학교 차원에서 학생들에게 주의를 시키는 일을 해야 할 텐데 알려주지 못한다고 한다. 우리 학교 교장은 발 빠르게 전 학부모들에게 문자를 보내고 돌봄도 조치를 했다고 한다. 야간 학교시설과 체육관 대여도 영남일보의 지적이 나온 지가 언젠데 오늘에서야 중단하라는 공문이 왔다.

한 번도 하지 않던 주의하라는 마을방송이 나온다.

 

2020. 2. 20 대구3 - 대구를 어찌할 것인가?

대구를 뺀 전국 32명.

대구 경북 49명 (12시 현재).

얼마나 더 늘어날까? 대구시는 외출을 자제하라고 한다. 출근해 있는데, 언제 퇴근할 거냐고 전화가 온다. 천주교는 3월 5일까지 모든 미사와 회합을 금지했다. 대구 자체로는 감당을 못할 지경에 왔다. 이러다가 정말 대구 봉쇄가 현실화 되겠다. 권영진 대구시장을 비롯한 미래통합당 정치인들은 코로나19를 끝까지 '우한페렴'이라고 부르고, 앞장서서 중국인들을 봉쇄하라고 말했는데..... 이제는 대구를 향한 혐오가 늘어나지 않을까 걱정이다. 그래서 함부로 말을 해서는 안 된다.

 

대구10 - 대남병원이 심각하다.

대구경북 확진자의 비율이 82%로 늘어나고 있다. 대남병원 환자가 모두 111명(오늘만 92명)이고, 환자 102명, 의료인 9명이다. 일반인의 확진은 없나보다. 사망자 2명도 청도에서 나왔다.

 

대구12 - 우려하던 일이 일어났다.

신천지 신자인 대구 초등교사가 고향인 울산에서 확진되었다. 울산 확진자 1호이다.

대구초등학교는 방학은 지난주에 했지만 어제까지 개학준비로 출근했는데 큰일이다.

 

2020. 2. 23 대구13 - 천만 다행이다.

대구여고·상인고 겸무 교사 코로나19 확진… '학생 접촉 안 해"

아이들과 접촉이 없었다니 천만 다행이다. 코로나가 대구 이야기가 되면서 하루가 참 길다. 갑자기 이 소식을 듣고 친한 후배교사여서 안부를 묻는 통화를 했다. 아직까진 별 증상이 없지만, 잘 견뎌내라고 위로하고 오랜만에 묵주기도를 했다. 내가 천주교대구대교구는 싫어해도 하느님께 냉담하는 신자는 아닌 게 확실한 모양이다. 통화 중에 혹시 당부할 게 있냐고 물었더니 제발 신천지가 아닌 것만 밝혀지면 좋겠다고 했다. 신천지가 사회바이러스이다.

 

대구20 - 교장, 교사 확진자가 늘어나고 있다.

학교장을 비롯해 교사, 학생 확진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교육청은 개인정보보호라는 이름으로 알리지 않고 있다. 최소 정보로 학교명과 일정별 이동경로가 공개되어야, 2차 접촉자들이 확인 될 수 있고, 또 3차 접촉자들이 생기지 않도록 주의할 수 있다. 깜깜이로만 두면, 교사들은 불안해지고, 교사들의 개별 네트워크를 통해 확인하느라 바빠진다. 호기심만 높여두는 것이 옳은 선택인지 판단이 필요하다.

개인적으로, 근무학교도 확진자와 접촉자가 있으니 출근하지 마라는 문자가 왔다. 또 집 앞 중학교에서도 교사확진이 나왔다는 소문이 돈다. 지금은 개인의 이름을 보호하면서 함께 2차 피해가 생기지 않도록 주의하라는 요구를 하고, 기본적인 정보를 교직원들에게 제공해야 한다. 교사들 전체를 불안하게 하지 않으면서 확진자의 개인정보를 보호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대구24 - 예민한 시기에는 단어 하나도 신중하게 해야 한다.

대구 코로나19 대응이라고 쓸 때, 대구 '코로나19' 대응이라고 쓰거나, 대구지역 코로나19 대응이라고 썼으면 좋았을 것이다. 대구봉쇄도 앞에 설명을 붙이고 대구봉쇄전략이라고 브리핑을 했어야 했다. 당정청도 문제지만 언론도 이 말의 의중을 무시하고 옳거니 하고 말꼬리를 잡아 시민들의 불안을 확대시키지 말기 바란다.

 

2020. 2. 27 대구32 - 우한이 대구의 우호협력도시였다니!

몰랐다. 아이들과 지역사회교류를 가르치면서 분명 봤을 텐데 이 기사를 보고 알았다.

가족과 같은 우한에 대해 대구의 주류들은 코로나19라고 부르라고 해도 모질게도 '우한폐렴'이라 부르고, 악착같이 가족 같은 우한과 같은 '중국인 입국금지'를 외쳤다. 가족은 혈맹이나 동맹보다 더 찐한 사이인데... 그냥 립서비스로만 부른 말이었던가? 개학하면 아이들에게 잘 가르쳐야할 좋은 세계시민교육 교재이다.

 

2020. 3. 1 대구 37 - 마스크에 갇히지 않는 함성

3.1혁명 101주년이다. 코로나로 외출 자제를 해야 하는 우리의 처지가 안쓰럽지만, 3.1만세 1주년, 감옥에서 울려 퍼진 '대한독립 만세'를 집집마다 외쳐보자.

지금 아이들은 아무도 부르지 않지만, 어린 시절 고무줄놀이를 하는 곳이면 항상 불려진 노래는 "삼월 하늘 가만히 우러러보며 유관순의 누나를 생각합니다. 옥 속에 갇혔어도 만세 부르다 푸른 하늘 그리며 숨이 졌대요"이다. MBC를 통해 아침부터 영화 '항거-유관순 이야기'를 본다.

ㅡ왜 그렇게까지 하는 거요?

ㅡ그럼, 누가 합니까?

가슴을 울리는 명대사이다. 어쩌면 이 대사가 3.1운동의 정신일 것이다. 지금 온 나라가 코로나로 위기인 가운데 앞서 막아내는 누군가가 있다. 나는 또 다른 일에 앞서 일하는 누군가가 되어야 세상은 더 나은 사람 사는 세상으로 변해 나갈 것이다. 새로운 100년의 시작, 비록 코로나19가 온 국민을 집에 가두고 있지만, 사람 사는 세상을 향한 함성은 결코 마스크에 갇히지 않을 것이다.

 

대구39 - 대구가 가진 생활치료센터로 쓸 시설이 많다.

혁신도시 중앙교육연수원 말고도 팔공산에 대구은행연수원이 있고, 대구와 경북 공무원교육원, 두 교육청이 운영하는 구미, 포항과 낙동강, 팔공산에도 엄청난 숙소가 있고, 천주교대구대교구가 운영하는 한티피정의집도 있다. 이곳부터 확보하시라.

 

2020. 3. 3 대구41 - 해님인가? 바람인가?

이솝우화 '나그네 옷 벗기기'에서 해님이 옷을 벗게 했다. 하지만 그건 옷을 벗기거나 모자를 벗길 때나 통하는 방법이지 신천지에게 통하지 않는 방법이었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바람처럼 신천지의 옷을 벗기고 있다. 만약 대구시장이나 경북지사가 바람의 방법으로 했다면, 이 지경이 되었을까? 여러 사망자들을 살렸을지 모른다. 물론 끝나봐야 해님인지 바람인지 판단하게 되겠지만, 결국 해님이 옳다면 이솝우화는 진리일 것이고, 바람이 옳다면 이솝우화는 그때그때 다르게 써야 하는 동화가 된다.

 

대구45 - 교육청 통계, 왜 이러지?

언론은 교직원 28명, 학생 21명 확진이라고 보도하는데, 정작 강은희 교육감은 EBS 인터뷰에서 교직원 33명, 학생36명이라고 한다. 반나절 사이에 늘었다는 말인가? 모두 빨리 완치되기를 바라지만, 걱정이다.

 

대구59 - 우리 아파트에도

이거 큰 일이다. 관리사무소에서 방송으로

"당 아파트에서도 확진자가 발생해서 주민들이 불안해하고 있으니...."

어느 몇 동인지는 말하지 않는다... 이러면 안 되지 않나? 이제 내 일상이 되었다.

 

대구60 - 학부모 확진자 규모를 파악해야 개학을 할 수 있다.

학교가 23일 개학을 하려면, 교직원과 학생 확진자의 상태를 정확하게 파악해야하지만, 5,000명 확진자 중 학부모의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를 분석해내야 한다. 기자들이 교육부와 교육청에 이에 대한 분석과 대책을 세우고 있는지 물어야 한다.

 

대구61 - 코로나19가 가져다준 위기에 직면해야 한다.

신종 코로나19는 가톨릭이 생긴 지 처음으로 교황이 바티칸 광장에서 열린 삼종기도를 인터넷 중계로 대신하게 만들었다. 사람들은 모두 마스크를 쓰고, 사회적 거리두기로 만남을 최소화하고 있다. 이런 적이 없었다. 실로 희한한 미증유(未曾有), 전대미문(前代未聞)의 사태다. 학교도 처음으로 개학을 미룬 상태다. 3월6일 현재 대구에만 교직원 38명, 학생 68명이 확진자이고 보건당국에 의한 자가격리자도 교직원 84명, 학생 231명이라고 한다. 대구경북 6천명이 넘는 확진자 중에 자녀를 둔 부모들의 규모에 따라 개학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다행히 확진자 수가 줄어들고 있지만 시민들의 불안이 사라지는 데는 더 오래 걸릴 것이다.

많은 전문가들의 글을 읽는다. 그 가운데 가장 뼈아픈 내용은 '인수공통 모든 전염병의 열쇠'의 번역자인 의사 강병철의 인터뷰다. 1940년부터 2004년 사이에 발생한 300건 이상의 전염병 유행 가운데 약 12%가 신종 전염병인데, 그중에 75%가 인수공통감염병이었다고 한다. 코로나19가 유행하기 전에 우리는 아프리카돼지열병을 막으려고 북에서 오는 멧돼지를 막기 위해 휴전선 아래를 봉쇄했다. 멧돼지가 농사를 망치고 도심에 나타나 사람을 공격하는 것보다 더한 공포였다. 코로나19는 몇만 배다. 반 아이가 아파트 방충망에 매달린 박쥐 사진을 찍어서 무슨 새냐고 물을 때까지만 해도 동굴에 있어야 할 박쥐가 왜 사람의 영역까지 왔을까 신기할 때였다. 강병철은 신종 인수공통감염병의 72%는 가축이 아니라 야생동물에서 유래한다고 한다. 결국 인간이 통제할 수 없는 야생의 영역인 생태계 파괴 행위를 멈추지 않는 이상 더 무서운 전염병은 나타날 것이라는 것이다.

최근 우리가 겪은 바이러스만 해도 2003년 사스, 2009년 신종플루, 2015년 메르스까지 새로운 전염병이 나타나면 과학기술은 이를 막아낼 것이다. 하지만 2020년 코로나19는 역대급이다. 온 사람들을 마스크를 씌우고 사회적 격리를 하게 만들었지만 결국 우리의 과학기술은 새로운 검사키트와 치료약을 개발하게 되어 이 코로나19도 막아낼 것이다. 하지만 주기가 짧아지고 더 전염성이 강한 바이러스가 나타난다면 어쩔 것인가?

오랜 옛날에는 역병이 창궐하면 딱히 막을 방법이 없어서 조용히 반성하고 신에게 빌어야 했다. 수많은 과학자들도 인간이 생태계를 파괴한 결과 빙하가 녹고, 해수면이 높아지고, 숲이 사막화되면서 기후위기가 닥쳤으니 지금 멈추지 않으면 수년 안에 인류는 돌이킬 수 없는 지경의 대혼란을 겪을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지금 우리는 과학기술을 믿는 게 아니라 “더 이상 개발하지 않겠습니다. 강과 하천을 파헤치지 않겠습니다. 먹는 욕심 줄이겠습니다. 생명을 소중히 여기겠습니다”하고 반성하고 자연에게 빌어야 할 때다. 지금 어쩔 수 없이 겪고 있는 마스크와 사회적 거리두기(social distancing)에 더해 개발과 성장을 멈추고 생태적 거리두기(ecological distancing)와 생태적 삶을 실천해야 할 때다.

학교도 마찬가지다. 지금 당장이야 개학은 하게 될 것인가? 수업일수가 줄어들면 교육과정을 또 짜야 하나? 휴업 기간 학습을 관리하기 위해 온라인 강좌를 어떻게 하나를 걱정해야겠지만 학교교육은 더 근본적인 교육혁명을 고민해야 한다. 신천지는 삶이 고통스럽고 따뜻한 관계가 단절되고 희망이 없는 청년들에게 종말론이라는 위기를 자극하여 끌어 모았다. 이는 기성의 종교가 제 역할을 하지 않은 탓이다. 학교교육도 기후위기·생태위기가 닥쳤음에도 민주시민교육, 생태환경교육을 기껏 구색 맞추기로만 그치고 여전히 경쟁교육, 서열교육에만 매달린다면 정말 암담할 뿐이다.

 

2020. 3. 10 대구69 - 드디어 한 자리로 줄었다.

드디어 14일 만에 92명으로 줄어들었다. 신천지에 대한 검사가 끝나가니 숫자가 줄어 보인다.

내일부로 확진되지 않은 신천지 신자들이 자가격리에서 풀려난다고 하는데, 별 일이 없을지? 시민들은 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지? 무엇보다 신천지 신자들은 스스로 시민들에게 죄송하다는 마음을 갖고는 있을지가 우려된다.

 

2020. 3. 12 대구74 - 개학 불안은 여전하다.

10~11일 여기 저기 교사들 밴드와 학부모 밴드에서 물어보았다. 모두 243명이 응답했다. 개학에 대한 불안이 여전하다. 교사와 학부모들의 의견은 차이가 없다. 학생 교직원들의 상황은 좋아지지 않고 조금씩 는다. 다행히 학생 1명이 완치되어 퇴원했다.

 

ㅡ개학이 가능한 최적 상태는 어떤 조건이 되어야 할까요?

1. 줄어드는 추세가 이어지면 예정대로 23일 개학한다. (42/247명, 17.2%)

2. 추가 확진자가 0이 되어야 한다. (12/243명, 4.9%)

3. 추가 확진자가 0인 상태가 며칠 지속되어야 한다. (179/243명, 73.6%)

4. 기타 조건 (10/243명, 4.1%)

 

2020. 3. 26 - EBS 온라인수업

강의는 EBS 강사들이 하고 나는 시간이 되기 전에 아이들 불러 모으고 시작하게 한다. 강의는 지극히 지식중심의 수업이다. 하긴 더 어떻게 하겠나 싶다. 아이들이 정말 궁금한 것은 지식의 배경이다. 배경을 알면 더 재미가 있는데 그런데 대한 확인이 없으면 무슨 수업이든 주입식이 된다. 다음은 왜 그래야 하는가에 대한 의심이다. 의심이 생기면 질문해야 한다. 질문을 통해 탐구하고 문제를 해결해서 얻은 지식만 산지식이 된다. 이런 것은 개학 뒤에 얼굴을 보고 다시 해결해야하는 게 내 몫이다.

<그동안> 나는 예상했다. 별 수 없이 개학이 한 참 뒤로 갈 것이라고. 그래서 첫 주에 e학습터 가입시키는데 일주일 걸렸고, 2주차엔 EBS온라인클래스로 옮겨 다 가입시키는데 EBS사정으로 18일 가입완료 했다. 그사이 5학년 밴드와 광주 온라인학습지원 밴드에서 앞선 교사들은 어찌하나 보고 배웠다. 오늘은 늦었지만 나흘째 하는 EBS 라이브특강을 아이들과 함께 보았다.

그동안 zoom으로 화상수업 연습을 하고 있다. 혼자서 아이들의 시간을 원격 조종(?)하느라 이런 저런 아이디어를 내고 만들고 있다. 학습보다는 다양한 온라인수업 체험을 아이들과 하고 있는 셈이다. 마치 놀이처럼. 그렇게 긴 시간을 두고 미리미리 준비하니 된다. 5학년이고, 다행히 작년에 4학년이어서 이미 서로 잘 알아서 쉬웠지만, 전국의 교사들은 힘들 것이다. 더구나 온라인학습에 지나치게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면 더 힘들 것이다. 아이들이 지식교육에만 그치지 않게 하는 것은 개별 교사들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교사가 애를 쓰는 만큼 아이들에게 도움이 된다. 물론 제대로 된 교육인지 점검해야 한다.

 

2020. 4. 1 - 대구가 서울 경기보다 확진자가 적은 날이다.

어제 또 교직원 확진자가 1명 늘었다. 그런데 교육부에서 오늘 내일부터 교사들 전원 출근하라고 한 모양이다. 몇 학교 폐쇄될 모양이다. 그냥 교사들 회의나 연수를 온라인으로 하거나, 부장들이 모이고, 다시 학년별로 교과별로 모이게 해야 한다.

그나저나 대구만 의료인 확진자가 121명이고 신천지 신자가 35명(?)이라는데, 교사 확진자와 자가격리자가 120명인데 신천지 신자는 몇 명인지 왜 보도하지 않지? 개인정보보호나 인권보호가 필요하지만 숫자가 어느 정도인지는 질본이 말해야 하지 않나?

 

2020. 4. 4 대구87 - 고맙습니다.

전국에서 온 119 응급차량이 돌아갔다. 고마운데 고맙다는 말을 누군가 대구를 대표해서 했을 거라 생각했는데, 뉴스를 보니 아무도 없다. 시장이야 열흘 동안 보이지 않아서 징징거리는 소리를 안 들어 좋긴 한데, 그래도 정무 부시장이라도 가지? 시의회의장이라도 가지? 대구가 이렇게 예의가 없지 않은 곳인데...

시민들이 잊지 않고 기억할 것입니다. 그래도 국가직으로 바뀌고 돌아가서 다행입니다. 고맙습니다.

 

2020. 4. 13 대구91 - 대구교육청은 자기들만 교육적인 척 한다.

대구교육청이 가정에서 원격수업이 어려운 학생들은 등교를 해서 담임 교실에서 원격학습을 하라는 지침을 냈다. 지금 초등의 경우 담임교사들은 온라인 학습을 준비하고 관리하는 일을 실시간으로 해나가야 한다. 당연히 담임반 아이들을 돌봐야겠지만, 지금 각 가정에서 스스로 학습해야하고, 내버려두면 학습을 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이건 일부 극소수의 아이들만 해당된다. 만약 반별로 학교에서 원격수업을 하는 학생들이 늘어날 경우 어떻게 하겠다는 말인가? 등교 원격수업이 필요하다면, 특별히 이들을 지도할 교사나 대학생 알바생들이라도 학교가 채용하도록 예산을 지원해야하지 않겠냐. 제대로 하자는 건지, 하는 척 하자는 건지 모르겠다. 오늘도 이 문제를 해결하느라 한 시간 반을 보냈다. 수업동영상 제작하는 일을 미루었다.

제발 현장 적합성이나 작동가능성을 고려해라. 타시도 교육청에서는 수시로 교원단체들에게 의견을 구하고, 협력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좀 아는 척하지 마라. 교장 교감들도 시키는 대로 밀어붙이지 말고,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의견을 제출하라. 집단지성을 작동시켜라.

 

2020. 4. 14 - 온라인개학 90% 준비했다.

드디어 길고 긴 휴업이 끝이 났다. 봄방학 10여 일에다 미증유의 개학연기 45일간의 휴업까지 거의 석달만이다. 그렇지만 또다시 전대미문의 온라인 개학을 앞두고 있다. 원격수업은 또 얼마나 길어질지 예상이 되지 않는다. 오늘 마지막으로 두 시간 동안 쌍방향 수업을 연습했다. 탭을 이용하여 zoom 호스트로 하고, 데스크탑으로는 아이들처럼 회의참가를 하고, 이 화면은 다시 TV에 크게 띄워두고, 폰으로는 전화와 카톡을 하면서 아이들을 불러 모았다. 탭 위치를 옮겨가며 흑판에 글씨를 써봤다가 백판으로 옮겨서 써보며 어느 게 아이들 보기에 좋은지 물어서 백판으로 쓰면서 수업을 했다. 이렇게 수업을 해보니 아이들이 집에만 있지만 TV화면으로 아이들 얼굴을 보아가며 수업을 하니 그냥 e학습터나 EBS온라인클래스, 유튜브로 하는 것보다 실감이 났다. 그래서 재미있게 했다. 선생이 남이 만든 수업을 보여 준다는 게 못내 찜찜했는데 마음이 조금 개운했다. 앞으로 이런 식으로 수업을 해 나가면 되겠다고 감을 잡았다. 종례도 아이들 한명씩 이름을 불러주고 차례로 나가게 했다. 끝나고 한겨레 이문영기자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늦게 점심을 먹고 학부모 톡방에 그동안 수고했다고 쪽지를 남겼다.

ㅡ아이들과 내일 선거 수업을 잠깐 했습니다. 좋은 사람을 뽑아야 좋은 나라를 만들 수 있습니다. 그런데 좋은 사람은 누굴까에 대해서 오늘 선거 공보를 보고 잠깐이라도 가족 토의를 해 주시기 바랍니다. 아이들에겐 민주주의를 배울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입니다. 민주주의는 아주 나쁜 사람을 빼고 서로 생각을 존중하고, 자기 의견을 자신있게 말하도록 하는 나라입니다. 아직 투표권은 없지만 나라의 주인인 아이들을 잘 대접해 주십시오. 투표장에는 같이 갈 수 없을 테고 아이들 대신 사진을 찍어서 보여주세요. 설마 투표를 포기하지는 마세요. 교육적이지 않습니다. 선거는 나쁜 사람을 골라내는 과정이라고 합니다. 꼭 투표하세요. 오늘로 휴업이 끝입니다.

 

2020. 4. 20 - 온라인 개학이 던진 교육적 물음

나는 35년차 교사이고 우리 학교에서 가장 나이가 많다. 더구나 나는 체험교육주의자이고 나의 교육은 고전적이고 아날로그 방식이다. 당연히 각종 스마트 기기를 잘 다루지도 못하고 무슨 플랫폼이니 웹캠이니 하는 온라인 네트워크의 용어조차도 몰랐다. 그런 내가 온라인 학습에 적응했다. 되돌아보니 가히 좌충우돌 생존기다. 나는 지난 글에서 '교사들은 헤쳐 나갈 것'이라고 썼다.

지난 3월2일 카톡방으로 아이들을 불러 모으고, 학부모와 아이들 모두 참여하는 학급밴드를 만들었다. '광주초등온라인학습지원' 밴드와 '5학년 밴드'에 가입해서 전국의 교사들에게 열심히 배우고 익혔다. 화상통화로 얼굴을 익혔다. 학교홈페이지 정보수정, e학습터, EBS온라인클래스로 온라인학습을 익혔다. EBS라이브특강으로 온라인 등교를 하고 시간표에 맞추어 수업하는 습관을 들였다. 하루 대여섯 명씩 깨우는 게 힘들었지만 열심히 같이 공부했다.

온라인 학습을 하면서 교사가 직접 가르치는 게 얼마나 소중한지를 생각했다. 콘텐츠를 주로 활용하는 것이 수업일까 하는 걱정이 생겼다. 마침 대학원에 다니는 아들이 zoom으로 하는 쌍방향 수업을 보면서 이거다 싶어서 나도 배우고 연습을 했다. 4월 들면서부터 매일 아침과 오후에 쌍방향 연습을 했다. 짧게 직접 강의를 시도해 보았다. 교사도 기능을 익혀야 하지만 아이들도 익혀야 했다. 열흘 동안 한 번에 열 명 남짓 참여했지만 꾸준히 익혔다. 정보격차를 없애기 위한 노력도 했다. 개학이 다가오면서 나의 고군분투는 성과가 있었다. 그래도 불안해서 학부모 단톡방을 따로 만들고 소통했다.

우리 학교 교사들은 과목을 나누어 밴드에 시간표대로 학습내용을 올려둔다. 그러면 각 담임들은 자기 스타일에 맞게 보태고 다듬어 학급 밴드에 올린다. 반마다 교사에게 익숙한 라이브톡, 밴드라이브방송, zoom으로 수업을 시작한다. 학습 중간에 학습과정을 안내하고 확인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원격수업의 질은 향상될 것이다. 코로나19는 졸지에 모든 교사가 에듀테크를 익히게 만들었고 무엇보다 교사들의 협력을 가장 질적으로 발전시켜냈다. 교육청이 교사들을 자극하지 않고 지원만 하면 교사들은 자발적으로 헤쳐 나갈 것이라고 했지만 대구시교육청은 교육부 공문을 전달하는 데 그쳤다. 지원은커녕 타 시·도가 학습도우미를 채용하는 데도 원격학습을 위해 등교해야 하는 학생들을 담임에게 맡겼다. 교사들은 인천과 울산의 수업정보를 활용했다.

지난 16일 전대미문의 온라인 개학날, 오전 7시부터 반톡이 요란했다. 일찍 출근했다. 혹시 어디서 문제가 생길까 봐 점검을 하고 조심스럽게 zoom을 열었다. 아이들이 순식간에 온라인 등교를 했다. 45일 만에 23명 모두가 한 화면에 모였다. 그동안 연습을 한 덕에 수업도 무난했다. 감격이었다. 그렇게 나는 이틀 동안 쌍방향 수업을 했다.

아이들은 2020년 4월16일을 세월호 기억과 함께 온라인 개학을 오래도록 기억할 것이다. 당장은 학력 격차가 생기지 않도록 관리하면서 수업의 본질에 가깝도록 교육과정을 구현해야 한다. 온라인상이지만 긍정적 관계를 만들어내는 것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그러면서 교사들이 먼저 교육의 본질에 대한 질문을 천천히 던져야 한다. 코로나19가 멈추게 만든 학교에 대한 세계적인 이 체험은 교육의 본질에 대해 질문할 것이다. 교사는 필요한가? 필요하다면 온라인을 넘어설 수 있는가? 학교는 교육적 공간인가? 우리가 해 온 교육은 교육적인가? 미래의 교육은 어떤 모습이어야 하나? 왜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 지금이야말로 교육 토론이 깊이 이루어져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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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5 [담론과 문화] 북촌 바다, 고인자씨와 이소라씨의 경우 file 진보교육 2024.01.15 12
1504 [포커스] 2023 교육혁명 행진의 취지와 의의 file 진보교육 2023.10.23 15
1503 <정세 스케치> 격동의 2024 정세 훑어보기 file 진보교육 2024.01.15 16
1502 [특집] 3. 교육권 투쟁의 성격과 의미, 과제와 방향 file 진보교육 2024.01.15 16
1501 담론과 문화] 삶의 ‘기쁨’을 위한 ‘자유’의 노래가 여전히 필요한 이유 file 진보교육 2023.07.13 17
1500 [번역] 배우의 창조 활동의 심리에 관한 문제 file 진보교육 2022.11.20 18
1499 현장에서> 지금 전교조는 file 진보교육 2023.07.13 18
1498 [책이야기] 연결된 위기 file 진보교육 2024.01.15 18
1497 <현장에서> 걱정이 끝나는 곳에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file 진보교육 2023.10.23 19
1496 현장에서> 기간제교사의 교권, 생존권의 걸림돌 ‘계약해지’ 조항 file 진보교육 2024.01.15 19
1495 < 책소개 > [참·뜻·말]을 소개합니다 file 진보교육 2022.11.20 20
1494 지금 전교조는.. file 진보교육 2023.10.23 21
1493 지금 전교조는... file 진보교육 2024.01.15 21
1492 <현장에서> 손뼉 치는 병아리의 일기 file 진보교육 2022.08.04 22
1491 <만평> 야만의 시대 file 진보교육 2022.11.20 22
1490 <포커스> 수능 관련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 - 배경과 실효성에 관한 분석 file 진보교육 2023.07.13 22
1489 <만평> 잊지 말아요 file 진보교육 2023.10.23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