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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강림41 ‘좋은숲동무들’ 살아가는 이야기>

 

임성무(진보교육연구소 회원)

 

148일차 - 주어를 잘 가르치면 서술은 분명해 진다.

주어가 없는 말을 한 대표적인 인물이 이명박과 나경원이다. 주어를 말하지 않는 것은 말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것이다. 4학년 국어에 1,2학기 모두 문장의 짜임을 배우는데 ‘누가(무엇이) / 어찌하다, 누가(무엇이) / 어떠하다’ 라는 단순한 문장의 짜임을 배운다. ‘짠다’라는 말을 아이들이 좋아하는 ‘조립한다’로 바꾸고 설명했다. 낱말을 잘 이으려면 풀이나 못처럼 토씨(조사)가 필요하고, 낱말을 더 정확하게 표현하려면 꾸밈씨와 어찌씨를 잘 써먹어야 한다. 하지만 글의 알맹이는 주어와 서술어이다. 글을 읽고 주어와 서술어를 나누면 내용이 분명하게 이해가 된다. 서술어 보다는 주어를 찾아서 동그라미를 친 다음에 읽으면 내용을 더 잘 알게 된다. 읽고 쓰고 듣고 말하는 국어공부에서 아주 중요한 방법이다. 교과서에도 있지만 글을 읽고 짝끼리 한 명이 주어를 말하면 서술어로 답하면서 글의 내용을 정리하는 것도 재미있는 공부이다.

퇴근하고 범물초등학교에 가서 150여명에게 천체관측을 지원하고 천문강의도 했다. 나는 초등학교 교사여서 직업병처럼 아이들에게 열심히 설명을 한다. 중고등학교 교사나 일반 전문가들이 내가 하는 것을 보면 내가 아이들이 잘 듣지도 않는데 지나치게 설명하는 것으로 보이나 보다. 나는 아이들이 안 듣는 것 같아도 듣는 아이들이 있고, 무엇보다 뭐라도 열심히 하는 모습을 기억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파동초도 그랬지만 범물초도 교장들이 얼마나 정성껏 참여하는지 마음이 참 편안했다. 그래서 학교 전체가 다정다감했다. (2019. 11. 12. 화)

 

149일차 - 지구를 구하는 경제교육이 절박하다.

사흘 전부터 아이들이 이야기를 만들어 책으로 꾸민 것을 오늘 서로 바꾸어 읽었다. 아이들이 동화 작가가 쓴 이야기도 좋아하지만 친구들이 쓴 이야기를 더 재미있게 읽는다. 하긴 내 이야기니깐 그런 게 당연하겠지?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들도 그게 공부든 뭐든 자기가 등장해야 의미가 있다. 세계도 그럴 것이다. 4학년 사회부터 경제를 가르친다. 성취기준이 “자원의 희소성으로 경제 활동에서 선택의 문제가 발생함을 파악하고, 시장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생산, 소비 등 경제활동을 설명한다.” 와 “우리 지역과 다른 지역의 물자 교환 및 교류 사례를 조사하여, 지역 간 경제 활동이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음을 탐구한다.”이다.

하지만 경제적 불평등이 줄어들지 않고, 기후위기로 일만 명이 넘는 세계 과학자들이 기후위기를 막을 시간이 절대 부족하다고 하는데도 교육과정에는 별로 반영하지 않고 있다. 4학년에 나오는 경제 용어는 희소성, 자원, 돈, 생산, 교환, 소비, 선택, 가격, 품질, 시장, 교류를 가르친다. 그나마 부분적으로 착한 소비, 공정 무역을 가르치지만 모든 생산의 바탕이 되는 지구에게 닥친 심각한 문제를 생각하도록 구성되어 있지 않다.

나는 경제를 처음 배울 때부터 공정을 강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람과 자연 사이의 공정, 국가와 국가 사이의 공정, 기업과 기업 사이의 공정, 사람과 사람 사이의 공정에 대한 분명한 생각을 가져야 지구와 국가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 공정은 이익을 나누어 갖는 것이다. 그래서 누구라도 지나치게 손해를 입어 불평등하지 않도록 분배하는 것이다. 경제적 교류를 가르칠 때 맨 먼저 나오는 것이 나라마다 자연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생산되는 물건이 다르다고 가르친다. 자연환경을 말하려면 당연히 자연의 소중함도 같이 가르쳐야 한다. 사람이 자연으로부터 필요한 자원을 얻을 때 자연에게 손해를 입히지 않는 지속가능한 경제를 생각하도록 해야 한다. 경제활동을 하면서 지구를 생각하고, 가난한 나라를 생각하고, 가난한 이웃을 생각하게 해야 한다. 더구나 세계에서 경제 수준이 10위권에 드는 한국의 시민들이라면 더더욱 지구의 기후위기를 걱정하면서 자발적으로 가난을 실천하기 위해 소비를 줄여야 한다고 마음먹고 행동해야 하고, 또 그렇게 가르쳐야 한다. 그리고 가난한 나라를 걱정하면서 공정 무역 상품을 구입하고 착한 소비를 해야 한다.

나는 초등학교 경제교육부터 지구를 구하는 경제와 공정을 경제 지식보다 더 중요하게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지식이 필요한 이유가 생기고, 경제 공부도 더 재미있고, 지구도 보존하고 이웃 나라와 이웃 사람들과 더불어 모두가 행복한 경제생활을 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학년이 높아지면서 나중에 배우고 가르치면 된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글쓰기 교육이나 생태적 감수성 교육을 해보면 잘 받아들이는 나이 때가 있다. 예를 들어 시를 가르쳐 보면 6학년보다 3,4학년이 훨씬 잘 받아들인다. 6학년이 되면 머리가 굵어져서 그냥 배운 대로 하던 대로 하려하기 때문이다. 공부를 잘 한다고 인정받은 친구들일수록 더 힘들다. 물론 머리 좋은 친구들이 제대로 받아들이면 더 잘 하게 된다. 머리 좋아서 높은 자리에 간 인간들 중에 답답하기 짝이 없는 꼴통 같은 인간들이 있는데 이것은 아마도 어릴 때 잘 못 받아들인 생각이 굳어져서일 것이다. 그러니 어릴 때 제대로 잘 가르쳐야 한다. 어릴수록 가르치는 게 좋다고 해서 발달과 관계없이 무조건 조기교육 선행교육을 해서는 안 된다.

‘문제는 경제다’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우리 교육은 여전히 자본주의 경제, 시장경제만 가르치고 있다. 사회적 경제, 협동조합, 공유 경제가 사회에 뿌리를 내리고 있어서 반갑지만 기후위기의 시대인 지금이라도 지구를 구하는 경제를 가르쳐야 한다. 지구는 하나밖에 없다. 지구별은 고맙게도 수성, 금성처럼 너무 태양 가까이에 있지도 않고, 화성처럼 멀어서 춥지도 않고, 목성이나 토성처럼 가스 덩어리도 아니다. 태양계 밖에 지구 같은 별이 많다 손치더라도 인간이 그 곳까지 가기도 전에 지구가 먼저 뜨거워져 대멸종이 일어날 지도 모른다는 것이 과학자들의 주장이고, 2015년 파리에서 세계 지도자들이 모여 협약을 맺었지만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 얼마 전 이탈리아는 모든 교과목에서 기후위기를 가르치겠다고 발표했다. 이제 우리나라 경제교육부터 지구를 구하는 교육이 되도록 전면 개편해야 한다. 더 늦기 전에. (2019. 11. 13. 수)

 

152일차 - 스산한 하루

비가 그치고 나자 날씨가 스산하다. 아침부터 공기가 착 가라앉아서 그런지 교실도 가라앉아있다. 며칠 전에 이성우 선생이 날씨가 추워지면 아이들이 더 떠드는데 그 까닭이 생체리듬을 맞추기 위해 몸을 더 활발하게 움직이는 것이라는 분석을 했는데 그런 것 같다. 추운 겨울이 되면 옷을 아예 두툼하게 입으니 적응이 되지만, 지금 같은 계절이 바뀌는 환절기에 나타나는 생존본능인 셈이다. 아무튼 시끄럽다. 날이 추우니 아이들이 바깥 활동이 줄어드는 것도 이유가 될 것이다. 결국 교실에 온풍기를 살짝 켰다. 일요일 푹 쉬고 왔는데도 몸이 상쾌하지 않다.

토요일 대구민주운동 답사를 했다. 민주시민교육으로 대구민주운동 답사 프로그램을 개발하기 위해서다. 코스를 2.28 민주운동기념관 ㅡ 전태일 열사가 가장 행복했다고 한 청옥학교와 집 ㅡ 유스티노 신학교 ㅡ 이상화 고택 ㅡ 3.1만세운동길 ㅡ 계산성당 ㅡ 제일교회와 교남Yㅡ 희움 일본군 '위안부' 역사관 ㅡ 중부경찰서(일제 대구경찰서) ㅡ 대구근대역사관(일제 조선은행) ㅡ 경상감영과 구 경북도청 ㅡ 공간7549(대구민주화운동계승사업회) ㅡ 10월항쟁 현장(전평 사무실, 대구역) 까지 마무리했다. 대구백화점 광장과 2.28중앙공원, 국채보상운동기념관은 생략했다. 집에 와서 강태원 선생이 보내 준 자료를 읽고, 49인혁재단에서 받은 자료를 보니 내가 아는 게 너무 없다. 공부가 많이 필요하다. 강의로 배우는 민주시민교육도 좋지만 민주운동의 현장을 체험하는 답사가 학교에 뿌리 내리기를 바라면서 퇴근하고 남아서 자료를 더 정리했다. 대구지역 학교에서 민주시민교육으로 가는 길은 멀고 먼 것 같지만 꼭 가야할 길이다.

국어 시간에 의견을 갖게 되는 과정을 정리했다. 어떤 상황을 본다(감각한다)-유심히 본다(관심)-관찰하면서 문제를 인식한다-원인을 찾는다-골똘히 사고한다-판단한다(의견을 갖는다)-몸에게 명령한다-행동한다(직접 손발로 해결, 말하기와 글쓰기). 이렇게 정리해 놓고 교과서에 제시된 사진을 보면서 나는 어떤 의견을 갖게 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명령을 내릴지 따져보았다. 휴지가 버려져 있는 것은 과포장으로 인한 쓰레기 때문인지, 버린 사람 탓인지, 버린 사람을 잘 못 가르친 부모나 교사 탓인지, 휴지통이 없어서 그런 것인지 등을 따져보는 식으로 공부를 하는데 아주 재미있었다. 이렇게 꼼꼼하게 따져보아야 아이들은 문제를 정확하게 인식하게 되고 의견을 갖게 된다. 이렇게 가르치고 나면 나도 불편하다. 아이들이 얼마나 따지고 드는지 불편하지만 아이들이 주권자로 당당하게 살아가는 태도를 갖게 되어서 한편 기분이 좋다. 여기에다가 예의 있게 말하기, 상황에 맞게 말하기 등을 가르치면 될 일이다.

전기문 공부를 시작하면서 도서관에 가서 먼저 우리나라 인물의 전기를 한 권씩 빌려와서 읽었다. 전기문은 한 인물의 한살이를 기록하여 전하는 글이라고 풀어서 설명하면 쉽게 이해하게 된다. 아이들이 어떤 인물을 골랐는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수학 소수 평가를 했더니 다들 만족한다. 55점을 받고 스스로 뿌듯해 하던 **은 오늘은 꼴찌를 면하고 무려 85점을 받았다. 난생 처음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신이 났다. 수직과 수선을 공부하면서 오늘은 밀린 수업시간으로 쉬는 시간이 줄어야 하지만 수직으로 걸어가는 수학놀이를 했다. 과학 시간에 거울과 빛의 반사 놀이 계획을 세웠다. 그림자 연극은 아무래도 12월에나 가야 가능할 듯하다. 아침부터 4반 아이들이 지난 목요일에 못한 학예회 발표를 언제 하느냐고 자꾸 물어서 오늘 5교시 때 했다. 시청각실로 가면서 가방을 메고 시청각실에서 마치자고 하니 아이들이 선생님이 멋지다고 말한다. 집에 일찍 보내주어도 교실에 와서 노는 아이들이 여럿이다.

밀린 환경동아리 정산 작업을 했다. 복지 포인트 차감 신청도 했다. 11월 말까지 마무리해야할 일이 가득하다. 시간외근무를 달고 민주시민교육 사례를 정리했다. 영남일보 칼럼이 보이지 않아서 왜 그런지 봤더니 수능 기사가 넘쳐 다음 주로 미루어졌다고 했다. (2019. 11. 18. 월)

 

161일차 - 즐거운 보고서 쓰기

어제 오늘 환경부 지원 환경동아리 결과보고서를 작성하느라 시간외근무를 했다. 지원금은 150만원인데 보고서 쓰는 게 체험프로그램 두 세 번 하는 것보다 더 힘이 든다. 재미도 없다. 활성화를 하려면 지원은 하되 행정절차를 간소화해야 하는데 아무리 국고 사업이지만 이렇게 까칠하게 운영하니 누가 나서서 하겠나 싶다. 교사에겐 어떤 수당도 없는 사업이니 오직 교사들의 봉사만으로 운영하는 것은 문제이다. 오늘부터 학교농장 조성사업 보고서도 작성하기 시작했다. 지원금이 160만원인데 3년째 하고 있다. 환경부에 비하면 행정절차가 십분의 일이다.

올해 가르친 우리 반과 글쓰기동아리 아이들의 시 문집 <지구를 지키는 아이들>이 대구교육청 책출판 지원 사업에 선정이 되어서 300만원을 지원받게 되었다. 앞으로 문집 글을 더 나은 글로 바꾸고, 산문을 더해서 편집을 하고, 출판사와 계약을 하고, 출판하고, 판매까지 하는 일이 내 앞에 쌓여있다. 그래도 두 번째 하는 일이어서 마음이 급하진 않다.

작년 아이들이 쓰고 올 2월에 출판한 어린이 시집 <우리 진짜 시인이 되겠다>가 알라딘에서 판매 되는데 주문이 여러 권 들어왔다고 한다. 내친김에 여러 밴드에 책 홍보를 했다. 나에겐 최고의 책이지만 다른 분들도 좋은 책이라고 알려주지도 않고, 또 출판사가 장사를 좀 하면 되는데 동네 작은책방 협동조합 출판사여서 장사를 하지 않는다. 그래도 올해는 대한출판문화협회에서 추천되어 [한국도서 해외전파사업]으로 몇몇 나라로 보내진다.

이렇게 내가 올 한해 열심히 한 일들이 마무리 되고 있다. 아이들에게 피가 되고 살이 되기를 바라며 한 일이지만 한편으로 너무 욕심이 많았나 싶기도 하지만 나로서는 일상적으로 수업으로 하는 일이어서 피곤하지 않고, 힘들고 품이 많이 들고, 시간도 많이 들지만 지나고 보면 참 즐겁다. (2019. 11. 29. 금)

 

167일차 - 사회 변화로 인한 우리 생활의 변화 인식하기

사회변화가 우리의 삶에 어떤 영향을 가져다줄지에 대해 공부하고 있다. 교과서에는 저출산 고령화, 정보화, 세계화를 제시하고 있다. 나는 환경교육을 중요하게 여기는 교사로 당연히 기후위기를 가르쳤다. 사회교과서가 수정되어야할 지점이다.

우리 반에 들어와 있는 세계화 수준을 알아보았다. 아이들의 옷엔 온통 외국어만 있다. 체육복을 입은 아이들 셋만 한글이다. 김치 된장 고추장이 들어 간 음식을 더 좋아한다는 아이들이 14명이다. 10명은 외국음식을 더 좋아 한다. 외국을 나가 본 아이들이 8명, 그 중에서 4번 이상 나가 본 아이는 2명이다. 반면에 비행기를 한 번도 타 보지 않은 아이도 7명이다. 우리 집에 있는 물건의 원산지를 조사하여 붙인 세계지도를 보면서 얼마나 많은 나라의 물건이 들어왔는지 조사하니 29개 나라였다. 아시아 8, 유럽 10, 남아메리카 4, 북아메리카 3, 아프리카 2, 오세아니아 1개 나라이다. 모둠별로 과자 한봉지씩 먹기 전에 조사하니 츄러스 7, 카라멜콘 6, 조리퐁 2개 나라가 들어있다. 다음은 최근 열린 한・아세안 정상회담에 참여한 12개 나라를 통해 대통령이 어떻게 세계와 교류하는 지도 살펴보았다. 다음 시간에는 세계화의 긍정, 부정, 고쳐야할 점에 대해서 토의하기로 했다.

국어 시간에 모둠별 독서 토론을 했다. 오늘은 토론할 주제를 액션러닝 방식으로 3가지를 정하고 토론을 하고, 토론 끝에는 상호 평가를 했다. 지금까지 상호평가를 하지 않았다. 이젠 친구의 성장을 바라는 마음으로 칼같이 평가하기로 하고 했다. 내가 남은 4학년 동안 할 일은 아이들이 자기 말을 자신 있게 하도록 하는 것인데 이젠 좀 더 세련되게 하게 만드는 것이다.

학교폭력기여도 가산점을 어떻게 누구에게 줄 것인지로 여러 번 의논을 한다. 나로서는 참 가소롭지만 승진 점수를 따는 이들에겐 아주 중요한 모양이다. 오늘은 동점자가 나오면 어떻게 할지 의논해야 한다고 해서 내가 제비뽑기나 가위바위보로 하라고 했다. 학년 곤란도 순위를 정해야 하는데 곤란도란 교사개인의 성향이나 문제 행동을 하는 아이가 있느냐에 따라 다른 것이니 학년을 맡을 때 가장 희망하지 않은 학년으로 간 교사에게 주자고 했다. 그냥 비아냥거린 것이기도 하지만 차라리 이게 더 객관적이라 생각한다. 질적으로 평가를 하면 올해 전교 곤란도가 가장 심각했던 학생을 지도하느라 애를 쓴 나에게 1등을 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아무튼 교육의 성과를 승진 가산점이나 성과급으로 정리하는 현실이 참 우습다. (2019. 12. 9. 월)

 

171일차 - 삶을 가꾸는 평가

1단원부터 다시 단원 평가를 하면서 수행평가를 조정하고 있다. 목표는 도달이다. 평가는 잘함, 도달, 노력요함으로 나누는데 교사인 나는 잘함에는 관심이 적고 오직 모두를 도달 시켜야 한다는데 관심이 크다. 그래서 시험은 도달할 때까지 계속 한다.

시험의 목표가 도달이지 순위가 아니라는 것을 아이들이 알고 있고, 그것이 정말이라고 믿으면 아이들은 누구나 서로 잘 되도록 돕는다. 혹시라도 시험을 쳐서 도달하지 못해서 노력요함이 나오면 부끄러워해야 하지만 누구도 놀리거나 그걸로 불이익을 당하지 않는다. 그리고 내가 수학을 못하면 다른 무언가를 잘 하도록 만들어져 있기 때문에 그걸 찾아서 잘 하면 된다. 하지만 70점이라는 목표에는 도달해야 한다. 점수가 너무 낮게 나와서 무식하면 친구들과 대화에서 말귀를 잘 못 알아듣게 되어 멀어지게 되니 적어도 어떤 시험이든 60점은 받도록 해야 한다고 말해 준다. 내가 정말 노력을 하는데도 잘함에 이르지 못하는 것은 부모님이 시험을 잘 치도록 DNA를 물려주지 않았기 때문이지만, 도달에 이르지 못하는 것은 내 탓이 크다. 내 노력과 내 학습태도를 반성해야 한다.

이런 식으로 시험을 두고 가르치면 아이들은 크게 부끄러워하지도 않고, 크게 실망하지도 않고, 친구들에게 묻는 것도 자연스러워지고, 잘 하는 친구들도 친절하게 가르쳐 준다. 그리고 시험을 다 드러내 놓고 쳐도 편법을 쓰지 않고 아주 당당하게 틀린다. 그리고 도달 할 때까지 한 문제라도 더 맞추려고 노력하고 어쩌면 시험이 힘들지만 놀이처럼 즐기게 된다. 그렇게 아이들은 수많은 시험을 거치며 성장하는 것이다.

그러니 굳이 일제 고사, 기말고사, 중간고사가 없어도 되고, 핀란드처럼 시험을 치면서 친구를 가르쳐 줘도 된다. 시험의 목표는 경쟁과 서열이 아니라 모두의 성장을 통한 공동체의 행복이기 때문이다. 모두가 행복해지는 삶을 가꾸는 평가가 절실한 이유이다. 적어도 초등학교와 중학교는 그래야 한다. 그래야 배움이 즐거운 학교가 될 수 있다. 그래야 앎과 삶이 하나인 공부가 이루어진다. 교사에겐 이런 확신과 믿음이 필요하다. 어른이 되어 보니 알지 않은가? 돈이나 권력만 빼면 학벌이 아무 것도 아니라는 것을, 문제는 돈과 권력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를 정하면 된다. 다행히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민주주의 헌법의 이념이 상식화 되어 가고 있다. 마지막 권력자들이 손에 잡은 권력을 내려놓지 않고 있을 뿐이다. 언젠가 대통령을 시장 막걸리 집에서 만날 수 있고, 자전거로 출근 하는 대통령을 보는 게 전혀 낯설지 않을 때가 올 것이다. 서른넷의 대통령이 나와도 걱정되지 않는 나라가 될 것이다.

문제는 돈이다. 생산으로 얻은 물건과 이익이 큰 차이가 나지 않는 이정도면 좋다는 분배정의가 이루어진다면, 집값이 터무니없이 올라 나도 부동산 투기를 할 걸 하고 후회하지 않도록 하거나, 집값이 이렇게 오르면, 나야 평생 벌어서 겨우 집 한 채 갖게 되었지만 내 자식은 언제 돈을 벌어서 5억 10억이나 되어버린 집에서 가족을 만들어 살 수 있을지 암담해지지만 않아도 되도록 성장만큼 분배도 평등까지는 아니더라도 절망하게는 만들지 않도록 되면 좋겠다.

세상이 이렇게 경제적 불평등과 차이로 인한 차별이 줄어들고, 차별이 혐오까지 가지 않도록 만들어두지 않고 내 자식에게, 우리 반 아이들에게 경쟁에서 이기는 법을 여전히 가르친다면, 4차 산업이 삶을 풍요롭게 하는 게 아니라 두려움으로 가르친다면 우리 삶이나 교육이 무슨 희망이 될 수 있을 것인가? 학교가 감옥이 되지 않는 성장과 발달의 학습놀이 공동체가 되는 새해가 되면 좋겠다. 그나저나 이 모든 희망과 꿈도 지구가 처한 기후 위기를 두고는 무슨 소용이 있을까? 당장 닥칠 위기를 견디고 고쳐낼 수만 있다면 바라고 노력하는 대한민국을 요구한다. (2019. 12. 13. 금)

 

172일차 - 꺾은선 그래프 예민하게 읽기

시간은 금이라는 말은 나이가 들면서, 어떤 일의 끝이 다가올 때 절감한다. 이제 7일이 지나면 방학이고, 개학 뒤에도 12일 수업을 하면 190일의 4학년 수업일수도 마무리가 된다. 30년 넘게 한 일인데도 해마다 그렇지만 이제 내가 뭘 더 어떻게 아이들을 위해서 할 시간이 없어서 조급하다. 며칠째 나는 2학기 동안 가르친 내용을 평가해보고 보충하는데 시간을 보내고 있다. 늘 생각하지만 아이들을 2년간 가르치면 좋겠다 싶다. 2년 이상 가르쳐 본 적이 없으니 나도 알 수 없는 일이다.

꺾은선그래프를 가르치면서 ‘변화’에 주목을 했다. 아이들에게서 변화는 성장과 발달이다. 지덕체로 나누어 아이들에게 자신은 성장하고 발달하고 있는지 물어봤더니 자신만만하다. 지적 성장에 대해서 확인하기 위해서 4학년인 지금 3학년 시험을 치면 어떨까 하고 물었더니 다들 쳐보자고 했다. 그래서 3학년 수학 기말평가지를 복사해서 주고 쳐 보았다. 만점은 소현이 혼자다. 50점 아래도 여럿이다. 아이들은 당황을 했다. 왜 이럴까 이야기 해 보았다. 나는 겸손할 것을 권했다. 그리고 학원에서 익혀서 알지 말고 스스로 힘으로 지식을 알아내야 오래 간다고 했다.

4학년이 끝나가자 아이들이 잘하고 못하는 교과목이 드러난다. 이것도 스스로 인식하도록 했다. 공부를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 학습에 대한 자신의 기호나 수준을 정확하게 아는 것도 중요하다. 어떤 아이들은 자신감을 갖기도 하지만 어떤 아이들은 자신의 학습 태도를 돌아보게 해 주어야 한다. 문제는 그 다음 자신이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에 대한 생각을 갖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

교과서에는 같은 자료로 서로 다르게 그린 그래프가 나온다. 미디어리터러시 차원에서 보면, 같은 사실이라도 그래프의 세로축을 어떤 크기로 보여 주느냐에 따라 변화나 차이가 크게 보일 수도 있고, 별 변화나 차이가 없다고 볼 수도 있다. 마치 루페로 작은 것을 들여다보듯이 자세하게 들여다보면 미세한 변화이지만 정확하게 볼 수 있다. 요즘 정치권을 보면 자신들의 이익에 따라 의도적으로 보여주는 속셈도 읽어낼 수도 있다. 과장, 왜곡, 침소봉대, 과공비례, 가짜뉴스 등 무엇도 바람직하지 않다. 그래프를 그리고 사실을 읽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래프를 그려서 보여주려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오늘 대통령에 대한 긍정적 지지도가 부정평가를 넘어섰다고 한다. 변화에 일희일비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지만 변화를 미세하게 읽어내는 것도 중요하다. 그레타 툰베리가 COP25 회의에서 한 연설을 보았다. 툰베리는 과학자들이 그려낸 기후변화를 아주 예민하게 받아들이지만 나처럼 많은 어른들이나 정치인들은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인다. 툰베리는 기후위기에 대한 최소한 어느 정도의 ‘패닉감’도 없이 반응하는지, 어떻게 조금도 화내지 않고 반응하는지 물었다. (2019. 12. 16. 월)

 

178일차 - 겨울방학

오늘은 크리스마스 이브여서 크리스마스에 대해서 설명했다. christ + mas를 따로 설명하면서 성탄절 이야기와 왜, 누가 더 많이 아기 예수를 기다리는지? 지금 우리들에게 아기 예수가 어떤 희망이 되면 좋을지 이야기 했다. 예수의 탄생 이야기는 아이들에게 흥미진진하다. 성탄절 이야기를 마치고 이런 이야기를 들어 봤는지 물으니 겨우 서너 명이 아는 정도이고 모두들 처음 들었다고 한다. 나는 늘 부처님오신 날과 크리스마스 전에 한 시간씩 수업을 한다. 붓다와 예수만큼 누구나 제대로 알아야 할 인물이 어디 있는가? 종교를 떠나서 제대로 가르쳐야 한다. 따로 크리스마스 휴전 이야기도 들려주었다. 피아노 캐럴이 점심을 먹는 동안 잔잔해서 좋았다.

이런 저런 밀린 일을 하고, 학년 교사들과 차를 마시고 연구실을 정리하고 교무회의로 마무리 했다. 나는 교실에 와서 학부모 카톡방에 방학 인사를 했다.

 

“겨울방학을 했습니다. 돌아보면 늘 그렇지만 아이들을 위해 더 잘 하지 못한 것이 후회가 됩니다. 12월 들면서 얼마 남지 않은 수업일수가 교사의 마음을 압박하면서 그동안 배운 것을 확인하고, 다지느라 엄하게 대했습니다. 이제 방학이니 아이들이 여유 있게 시간을 보내면서, 여유 속에서도 알찬 시간 계획을 세우도록 해서 더 즐거운 자기주도학습 시간을 갖도록 해주세요. 방학동안 특별히 책읽기 동아리를 만들어 주1회 도서관을 방문하도록 했습니다. 챙겨주세요. 또 5학년이 되면 사회가 우리 역사를 배우니 도서관에서 역사책(만화도 좋아요)을 완독하도록 하면 좋을 듯합니다. 방학동안 나는 우리 반 문집을 책을 출판해야 합니다. 그래서 아이들이 하루쯤 학교에 나오라고 할 겁니다. 참 아이들에게 전자 우편으로 자기가 고른 일기를 나에게 보내라고 했는데 보내는 방법을 가르쳐주세요. 가난한 이들의 구세주인 예수가 나신 성탄절입니다. 기쁜 성탄 되시고, 쥐띠 해 새해에도 온 가정이 행복하길 바랍니다.”

 

대구 북구에서 한 가족이 한꺼번에 생활고로 세상을 등졌다는 뉴스가 성탄절 이브를 슬프게 한다. 세상에 빛이 들지 않은 사각지대가 너무 많다. 그리스도 예수님 다 할 수 없는 일이 많다. 결국 우리 모두가 예수가 되어야 한다. 나는 예수처럼 살고 있는가?

책에 들어 갈 자기 소개서를 쓰고, 방과후를 기다리는 민지가 아이들 시 24편을 워드로 쳐 두고 가서 고맙다. 한 해 동안 178일 동안 나도 참 수고했다. 설 쇠고 나면 12일이 남는다. 남은 12일을 잘 마무리하면 한 학년도 끝이 난다. 끝이 아름다워야 하니 푹 쉬면서 준비해야겠다. (2019. 12. 24.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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