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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호 [맞짱칼럼] “교원능력평가가 유감인 까닭”

2011.04.10 16:26

진보교육 조회 수:1201

“교원능력평가가 유감인 까닭”
-- 이명남(영림중)


교사 통제하려는 감정섞인 점수가 유감

“교원능력개발평가 결과에 따른 장기능력향상연수대상자로 선정되셨습니다. 영림중
소명자료는 1월17일까지 교감 샘께 제출할 수 있으며 관련파일은 쿨 메신저 열어보세요“

이것이 지난 1월 14일 오전 연달아 제게 온 문자 내용입니다. 교원평가에 관심이 없었기에 평가 후 조치에 대해서 잘 모르고 있던 저는 이게 뭐야! 황당하기 그지없는 문자.... 아니 내가 장기능력향상 연수 대상자? 무슨 의미야? 그러다 퍼득 정신이 들었습니다. 혹시 교원평가 관련...... 지회장에게 전화할 때까지도 설마하면서 헛웃음은 계속 나오고... 그러다가 기가 막히고 화도 나고..... 학교로 갔습니다. 동료교사가 당한 난감하고도 황당한 일에 대해 자세한 설명이나 위로 한 마디 없는 지극히 사무적인 연구부장, 그 옆에서 쳐다보지도 않는 교감. 그게 교원평가입니다.  
학교에서 교원평가를 추진하고 담당하는 연구부장이나 교감 입장에서 보면 교직원회의에서 교원평가 반대 발언, 수업 비공개, 평가 불참 등의 제 행동이 불편했을 겁니다. 그런 감정상의 불편을 평가에 반영한 결과 교감선생님이 수업과 생활지도 모든 부문에 걸쳐 매우 미흡을 주어 제가 대상자가 된 것입니다. 실제로 제 수업을 받은 학생들의 평가자수는 63명이고 평균은 4.19 ( 학교평균 3.72 )였습니다. 수업을 받은 학생들과 수업을 보지 않은 분의 평가 중에 무엇이 진실에 가까울까요? 다분히 보복성으로 보이는 감정 섞인 편파적 점수로 교사 통제수단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교원평가가 유감입니다.
(저는 동료평가자 2명의 평가로 평균 2.6 (학교 평균 4.66)이었습니다. 그런데 무슨 이유인지 저를 대상자로 교감이 올린 것입니다. 행정 착오(대상기준 동료평가 2.5미만)로 교감은 경위서를 썼고 며칠 간의 마음고생에 대한 보상도 없이 저는 죄송하게도 대상자가 아니라는 짤막한 말만 들었습니다.)  

이번엔 교사가 문제라는 전제가 유감

ㄷ신문 기사의 일부입니다. 『경력 20년 이상이 절반… “학생과 소통 부족”
‘경력 20∼30년, 고교 재직, 학생과 소통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지난해 처음 전국적으로 시행한 교원능력개발평가에서 낮은 점수를 받은 교원들의 두드러진 특징이다. 이들의 48.2%(393명)가 교직경력이 20년 이상 30년 미만인 중견교사들이었다. 30년 이상 교사도 22.2%(181명)를 차지했다. 학교별로는 고교교사가 60.3%(492명)였다.』

학생소통부족이라 기사를 쓴 사람들은 어떤 기준으로 말한 것일까요? 참 기자들은 편리합니다. 만약 이것이 체벌금지로 학교 붕괴.. 뭐 이런 헤드라인이라면  “요즘 10대 무섭다!” 라는 주제로 아마도 아이들 언어 거칠다, 통제가 불능이다 뭐 이런 내용이 아니었을까요?
그런데 이번 희생양은 교사입니다. 소통 부재를 쌍방 누구의 문제인지 파악도 없이 교사만의 문제로 몰아갑니다. 그래서 교사는 왜 안 되는지, 아이들은 왜 안 되는지 이렇게 된 이유는 무엇인지는 전혀 관심이 없습니다. 단지 학생소통이 안 되는 교사들이 낮은 점수라네.. 이렇게 선정적으로 던져버리는 기사야말로 참으로 독자와 소통불능이니 모순입니다.
소통이 안 되는 교사는 인권, 대화법 등의 맞춤 연수나 수업장면의 컨설팅으로 실제적 도움을 주든지, 소통이 안 되는 게 아이들도 문제가 있다면 교육과정 속에 평화적 갈등 해결 방법, 인권교육 등을 넣어야 한다는 해법은 없습니다.
학력신장 위주의 교육 풍토가 얼마나 교사와 학생 사이의 소통을 가로막는지 제대로 문제를 볼 줄도 모릅니다. 해결책은 더더욱 관심도 없습니다. 다만 신문이 팔리기 위한 흥밋거리로 항상 누군가는 희생을 만들 뿐입니다.
고교 교사가 60%를 넘는다는 것은 입시교육으로 단시간에 점수를 올려야하는 일사분란한 일제식 수업을 위해서 교사는 한 반에 40여명이 넘는 아이들을 통제해가면서 수업을 할 수밖에 없었을 테니 당연한 결과라고 보여집니다. 때로는 아이들이 대학 가는데 불필요(?)한 과목은 아예 듣지도 않는 풍토에서 교사들은 아이들을 통제할 방법은 없고 또한 수업을 통해 좋은 관계를 맺을 기회가 없으니 학생 평가에 반영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런 구조적인 문제는 덮어버리고 모든 것이 교사의 자질이 문제인양 말하는 교과부의 책임전가, 그리고 언론의 선정적인 매도와 기사 부풀리기가 유감입니다.

고민 없이 연수시간으로 때우려는 해결 방식이 유감    

학생 평가 2.0 미만, 동료교사 평가 2.5 미만인 경우에  1년 간 240시간의 연수 계획을 마련한 뒤 연수를 받아야 합니다. 그런데 시간만 채우면 되는 방식으로 보입니다.
학생이 잘못했을 때 깜지 잔뜩 쓰게 하던 옛날 학생 지도 방식이 떠오릅니다. 마치 무엇이 잘못인지 알지도 못하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려주지도 않은 채 무조건 잘못했으니 고통을 주면 잘 하겠지 벌을 주는 것과 같은 방식입니다.
깜지를 쓰는 고통 때문에 교사 앞에서는 그 행동을 안 할지는 모르나 깜지를 쓰는 동안의 고통은 교사와 학교에 대한 분노가 되고 무엇이 문제였는지 전혀 알지 못한 채 끝나는 벌처럼 교사도 무엇이 문제인지 모르기에 연수 시간만 채울 뿐이지 다시 같은 행동을 반복할지도 모릅니다.
평가보다는 좀더 효과적이고 실질적인 교사양성교육을 고민하는 것이 더 급한 일임에도 240시간 개인이 계획한 연수로 새로운(?) 교사를 만들어 교육의 질을 높이겠다는 안일하고 고민없는 교과부 방침이 유감입니다.

시행과정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 없이 다시 밀어붙이기식이 유감

수업시간에 교사 앞에서 평가를 하거나, 수행평가에 반영하면서까지 강제로 평가를 했다는  파행과, 결과마저 신뢰성이 없는 교원평가에 대한 책임을 묻거나 제대로 된 평가도 없이 교과부는 이제는 국회의 입법도 거치지 않고 대통령령을 고쳐 올해부터는 일방적으로 교원평가를 실시키로 한다니 참으로 걱정스럽습니다. 교원평가로 교사와 학교를 경쟁시키면 교육의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진짜 믿고 있는 건 아닌지 의심이 될 지경입니다.
지난달 개정된 대통령령의 ‘교원 등의 연수에 관한 규정’을 전국적 교원평가 의무화의 법적 근거로 삼았다지만 개정 대통령령은 말 그대로 ‘연수’에 관한 규정에 교원평가를 끼워 넣은 것에 불과해 학교 현장은 교원평가로 인해 또 다른 파행이 생겨날 것이 뻔합니다.
교원의 전문성 제고와 수업의 질적 개선이라는 교원평가의 취지는 퇴색하고 장기단기직무연수 연수자 선발을 위한 수단으로 전락하여 저처럼 관리자에게 밉보여 장기능력개발연수대상자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아이들을 위한 교육이나 합리적인 학교운영에 관심 갖기 보다는 평가자의 눈에 잘 보이기 위한 일에만 매달려, 교육은 실종되는 학교 현장의 피폐화가 심히 우려될 뿐입니다.
이렇듯 질적인 개선이 전혀 담보되지 못한다는 것이 뻔히 드러난 현행 교원평가를 계속 밀어붙이는 교과부의 억지 힘쓰기가 유감입니다.

강 건너 불 보듯, 엉거주춤한 전교조와 급한 불 껐다고 무관심한 우리 모두에게 유감

저는 저에 대한 평가를 제 나름대로 합니다. 학급담임으로서, 수업 담당교사로서 매학기마다 아이들에게 서술형이나 설문지 형태로 제 평가를 스스로 받고 있습니다. 그 평가를 바탕으로 잘하는 점은 격려받고 부족한 면은 보완하려 수업 방법을 바꿔보거나 적당한 연수를 찾게 됩니다.
그러나 지금의 교원평가는 교사 각자의 장점은 무엇이고 보완할 점은 무엇인지 전혀 피드백  되지 않아 결국 수업과 생활지도에서 혁신을 가져올 수 있는 평가는 아닙니다. 오히려 교사들의 화합과 수업 자료를 공유하는 풍토도 사라지게 할 것이며 간혹 점수로 교사를 통제하려는 관리자와의 갈등이 양산될 우려가 많습니다.
요즘 경기도 혁신학교에서 전문적인 수업 컨설팅을 받은 교사들의 수업이 개선되고 학생들의 만족도가 높아진다는 말을 들으며 교원평가의 목표와 방향이 각 교사들의 장점을 살리고 북돋울 수 있는 방식이 되어야 교과부에서 추구하는 수업의 질 개선과 학생들의 만족도가 향상될 것이라는 생각이 더욱 확고해집니다.  
저는 원래 대상자가 아니었고, 단순한 점수로 연수대상자를 선정한 방식이 문제가 있음이 드러나 연수 대상자가 줄었다는 소식만 그 후에 들었는데 그 다음엔 어찌 진행되었는지 모릅니다. 어디에 물어봐도 잘 모릅니다.
이건 우리 마음속에 이미 현행 신자유주의 경쟁에 둔감해지고 간혹 주변 교사들의 모습에서 필요성을 인정하며 나는 아닐 거야 라며 일상에 묻혀 지나치고 있는 건 아닌지 걱정입니다. 그래서 다시 평가가 시작되고 결과에 따라 대상자가 나오면 그때서야 또 문제가 있으니 안 된다고만 할 것인지 걱정입니다. 바로바로 해결해야 할 시급한 문제가 계속 밀려오고 있고 지금은 힘이 많이 빠진 상태임을 알아 그럴 수밖에 없음을 이해하지만 교원평가에 대한 지금 입장은 무엇인지 엉거주춤, 명확하지 않은 전교조의 태도와 급한 불이 꺼지고 나면 다시 무관심해지고 시들한 우리 모두의 태도가 유감입니다.
장기능력개발연수대상자가 되었다는 차갑고 섬뜩한 문자로 시작한 며칠간의 어이없고 황당한 경험은 그러한 상황에 처하게 된 동료교사의 좌절과 수치감을 남보다 더 많이 이해하게 했겠지만 마음을 이해한다는 위로만으로는 지금 어디선가 연수를 받고 있을 동료교사들에게 괜스레 미안합니다. 어쩌면 전교조교사들 마음에도 알게 모르게 신자유주의의 경쟁이 자리잡아 이에 대한 감수성이 없어진 건 아닌가 해서 더욱 우울합니다.
관련법 법제화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시작된 교원평가와 동료 평가 참여는 교육청 교원평가 규칙에도 없는 조항인데 그것 때문에 더 이상 억울한 장단기연수대상자가 나오지 않기를 바라며 절대 아이들에게도, 교사들에게도 도움이 안 되는 교원평가의 문제점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기회가 되었으면 하는 생각으로 부족한 글솜씨로나마 글을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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