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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호 [현장에서] 2008서울교육감선거관련 공판풍경

2009.10.06 16:33

진보교육 조회 수:1284

2008년 서울시교육감선거 관련 공판 풍경

                                                                김영래/가곡초

* 곳 : 서울중앙지방법원 서관 417호 대법정
* 때 : 1차 - 2월 26일(목) 2시 ~~~~~~~~~~~~~
      15차 - 8월 13일(목) 10시

법정에 들어서면, 먼저 느껴지는 게 있다. ‘권위주의’
재판장석이 높다랗게 위치해 있고 아래를 내려다보게 되어 있다. 게다가 판사가 들어오면 앉아 있던 사람들을 모두 일어나라 한다. 판사가 앉으면 그 때서야 앉으라 하고, 휴정이나 공판이 끝나고 판사가 나갈 때도 앉아 있던 사람들을 일어나라 한다. 꼭 그렇게 해야 하나? 일제고사 관련 공판을 하는 행정법원에서는 일어나라마라 소리를 하지 않던데, 형사법정이라서? 기분을 상하게 한다. 그래서 소심한 반항으로 일부러 앉아 있기도 또는 시작이 되고 나서야 나중에 들어가기도, 끝날 시간쯤 되어 미리 나오기도 하였다.
그뿐만이 아니다. 맘대로 웃지도 못하게 한다. 재판과정에서 오가는 말들을 들으면 특히 말도 되지 않는 검찰의 심문에 웃음이 나오는 경우가 있는데, 재판장 왈 “웃지 마세요! 여기는 법정입니다.” 아니 일부러 법정 분위기를 해치고자 웃는 것이라면 몰라도, 자연스럽게 나오는 웃음을 강제로 막고자 하다니!! 기가 찰 노릇이다. 팔짱 끼고 있는 것도 못하게, 다리를 꼬고 앉는 것도 안된다고 한다. 자연스런 모습들이 그들에게는 보기 싫은가보다. 다소곳이 앉아 있어야지 어딜 함부로! 버르장머리 없이!
사진15-교육감선거관련사진
서울시 교육감 선거 관련 공안탄압으로 인해 기소된 23명(2008년 전교조 서울지부 집행부 등 8명, 지회장 13명, 주경복 교수 등)에 대한 재판 법정 - 23명이 피고인으로 앉아 있는 모습은 방청을 하기 위하여 온 분들로 착각을 하게 된다. 왜 검찰은
그 많은 사람들을 기소해야만 했을까? 그 이유는 증인 심문 및 피고인 심문과정에서 알 수 있었다.
검사가 증인 심문을 하는 과정들은 거의 같은 형태로 반복되었다. 어찌 그렇게도 판박이처럼 같은 질문들을 할 수 있을까? 계속 반복하는 질문들에 어느 누구 한 사람이 혹시라도 걸려들지 않을까 하는 심산으로 그렇게 함을 알게 되었다. 한 사람에게 2시간이나 넘게 증인 심문이 이어지기도 하고, 4차 공판은 밤늦은 10시까지 진행되는 등 매우 지루하고 사람을 지치게 하는 공판이었다.
검사의 증인 심문하는 태도는 가관이었다. 마치 증인이 죄인이라도 되듯이 윽박지르는 모습들은 현 정부의 생각을 그대로 표현하는 듯했다. 거의 1년이 다 되어가는 일들에 대하여 잘 생각이 떠오르지 않아 머뭇거리니, 그것도 모르느냐고 비아냥거리며 큰 소리를 쳤다. 통화목록 자료를 들고 나와 ‘이 사람과 어떤 관계냐?’ ‘왜 이렇게 통화를 많이 했느냐?’는 등 피의자 다루듯 하며 프라이버시를 뭉개기도 했다.이에 긴장과 모욕을 느낀 어느 선생님이 이런 분위기에서 더 이상 심문에 응할 수 없을 것 같다고 하자, 재판장이 검사를 대신하여 심문을 하기도 하였다.
검찰측 대부분의 증거 자료인 이메일 관련, 모 사이트의 한 책임자는 증인으로 나와서 7년간의 이메일을 모두 넘겨주었다고 했다. 수사를 빌미로 사생활 침해가 너무 지나치지 않은가? 이제는 편지도 마음대로 주고받을 수 없게 되었다. 이 사회가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인가?

10차까지는 증인 심문이 이루어졌으며, 11차 공판부터 피고인 심문이, 15차 공판에는 구형 및 변론, 최후진술 등이 진행되었다.
검사의 구형, 그동안의 행태들을 봐서 그들의 생각을 어느 정도는 감지하고 있었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깜짝 놀랄 정도로 더 세게 나왔다. 최하 징역 6월에서 최고 징역 2년 2개월의 실형을 구형했다. 예상을 깨는 중형 구형에 재판정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검사가 교육공공성을 거론하며, 내년에 있을 선거에서의 전교조 활동을 생각하면 인정을 베풀 수 없다고 하면서 중형을 구형한 것에 대해 피고인 선생님들이 울분을 참지 못하고 검사에게 항의하였다. “누구는 학원업자, 급식업자들에게 수십억원을 받아서 선거를 하고, 교장, 교감, 교육청을 동원해도 아무 소리도 못하던 검찰이 교사들에게 무슨 교육 공공성을 입에 담으며 징역형을 구형할 자격이 있느냐?” 항의하면서 눈물을 흘리는 선생님도 있었다. 사진16-법원 또는 걸왕개

잠시 휴정 후 변호인의 변론이 끝나고, 최후 진술 시간
“모든 것을 선관위에 물어보고 합법적으로 하고자 하였으나 좀 더 세심하게 신경 쓰고 알리지 못한 나의 잘못이다. 이들의 죄가 있다면 지부장을 잘못 만난 죄밖에 없다. 내가 서울지부장으로서 모든 책임을 질 테니 나만 벌하고 나머지는 모두 선처해 달라.”는 진술을 시작으로,
감정에 북받쳐 눈물을 머금으며 자신의 초년병 시절과 전교조를 가입하게 된 동기를 이야기할 때에는 마음이 찡함을 느끼기도 하였다.
어느 선생님의 검사를 ‘걸왕의 개’에 비유한 진술은 압권이었다.
“걸왕의 개가 짖는 것은 요왕이 어질지 못한 도둑이라서가 아니라 그 주인이 걸왕이기 때문이다. 걸왕의 개는 제 주인이 포악한 사람이었으나, 오직 주인만을 따르기 때문에 주인이 아닌 요왕이 아무리 어질어도 주인의 명에 따라 짖게 되어 있다. 지금 여기 와 있는 우리들과 우리를 기소한 검찰이…….” 이 때 검사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재판장에게 모욕적인 말을 막아달라고 하였다.
재판장은, “최후 진술을 막을 권리는 없다. 최후 진술은 어떤 말이라도 할 수 있지만 다른 사람을 모욕하거나 인신공격하는 것까지 인정되지는 않는다.”는 말을 하고 진정시키고자 하였다.
하지만 선생님이 계속, “걸왕의 개는 짖기만 하지만…….”으로 이어지자 검사는 참지 못하고 퇴정하겠습니다라는 말과 함께 짐을 챙겨서 재판정을 나가버렸다. 이거 검사는 마음대로 퇴장을 할 수 있는 건가? 이때 재판장은 검사를 불러 세워야하지 않겠나? 아니 그렇게 한다면 권위주의적인가? 이럴 때에 권위를 내세우지 않는 판사의 행동에 의아한 마음이 들었다. 한편으로는 우리가 이겼다라는 생각이 들기도~ 걸왕의 개에 대한 비유는 속을 후련하게 했다.
이후 진행된 최후진술 속에 검사의 퇴장에 대한 잘못된 점을 지적한 선생님도 계셨고, 공정택 교육감과 형평성에 어긋나는 것이 아니냐고 항변한 선생님도 계셨다.
어느 분은 지부의 전 정책실장답게 최후진술을 정책 발표하듯이 일목요연하게 정리하여 지적을 하자, 방청석에서 손뼉 소리가 쏟아져 나왔다. 이 때 뒤따라 나왔던 소리 - “박수치지 마세요. 여기는 법정입니다.”라는 재판장의 한 마디가 아직도 귓전에 들린다.
처음에는 대부분 서면으로 대신하고 몇몇 분들만 최후진술을 하자고 하였는데, 막상 진술이 시작되니 구구절절이 이어지며 시간이 많이 흘렀다.

최후 진술이 끝나자, 재판장은 “검토해야 할 사건 기록이 방대하고 함께 신청된 위헌제소사건에 대한 심판도 함께 해야 하므로 시간을 충분히 두어 6주 후인 9월 24일에 선고하겠다.”는 선언과 함께 결심 공판이 모두 끝났다.

사법부는 과연 어떻게 나올 것인가? 정의여 살아오소서!

* 뒷 얘기 - 어느 날 방청석에 계셨던 어떤 분의 말씀에 의하면, 꼬장꼬장했던 모 검사가 본인 후배라고 하시면서 계속 주시를 하니까 알아보고는 쩔쩔매는 것 같더라는 …….

* 편집자주-서울지방법원 형사 21부(부장판사 김용상)는 24일 송원재(전 전교조서울지부장),김민석(전 사무처장)은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 이을재(전 조직국장)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8월, 당시 지부집행부였던 이성대, 김학한, 김진철, 강경표 등은 벌금250만원 형이 선고됐다. 또한 이민숙, 김수영 전지회장은 150만원 형을, 다른 지회장 11명은 벌금 80만원 형을 받았다. 주경복 후보는 벌금 300만원 형과 추징금 1120만원이 선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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