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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호 이규환교수와의만남

2001.04.26 15:39

박영진 조회 수:1966 추천:2

진보적 교육학자와의 만남

진보적 교육학자와의 만남
-첫번째, 이규환 교수님 편

박영진

이번 회보부터는 진보적 교육학자의 세계관과 이론을 소개하는 '진보적 교육학자와의 만남'을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교육실천을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교육사회학 이론의 중요성을 공감하고 있음에도, 한국 학자중에 객관적으로 사회를 분석하고 교육이 변화되어야 할 방향에 대해 진지하게 연구하는 분들이 드문 것 같습니다. 그 가운데에서도 사회변화의 바램을 고집스럽게 지켜오면서 교육사회학을 연구하는 분들을 만날 때마다 가뭄속에 단비를 만나는 느낌입니다. 진보교육연구소는 각 지역 곳곳에서 올바른 교육개혁을 구상하며 사회변화에 기여하고자 했던 교육학자들과의 만남을 '진보교육'의 지면을 통해 공유하고자 합니다.  

그 첫 번째로써 한국 교육사회학의 장을 열었다고 할 수 있는 이규환 선생님을 찾아뵙게 되었습니다.

이규환 선생님 이력

경성사범학교 보통과를 졸업하고 50년에 서울사대 영어교육학과를 졸업한뒤 중학교 교사 4년재직.
미국 워싱턴대학원 교육사회학 전공후 성균관대 강사를 거쳐 이후 이화여대 교육학과 교수로 재직
대표적인 저서로는 『비판적 교육사회학(한울, 1988년)』, 『사회교육론(배영사, 1992년)』, 『한국교육의 비판적 이해(한울, 1993년)』와 번역서 『자본주의와 학교교육(보울즈, 진티스지음, 사계절, 1896년)』등이 있다.

1. 교사로 재직하시다, 유학을 결정하게 된 계기는?

대학을 졸업하고 학교현장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은 무엇보다 보람있는 일이기는 하지만 영어교사 라서인지 해석, 문법설명만을 반복하는 수입이 재미없기도 하고 인간형성의 가치나 의식화에 대한 교육적 욕구를 풀어내기 힘들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참된 교육이 무엇인지에 대한 의문도 생기도 좀더 공부해서 교육적 진리를 찾아내고 싶어 유학을 결정하게 되었지요.

당시 한국에서는 교육학 대학원이 거의 없었고, 교육학을 제대로 공부하기 어려운 상황이었기 때문에 내린 결정이였습니다.

2. 맑스주의에 대해 접하게 된 계기는 언제였습니까? 일제시대에도 맑스주의에 대해 몰래 공부하는 모임도 있지 않았나요?

제가 맑스주의에 대해 접했던 것은 워싱턴대 유학시절 도서관에서 서적을 통해 처음 접했고, 대학원 강의에서 '극동정치학'을 수강했는데, 이때 '러시아혁명사' 강의를 듣게 되면서 맑스주의에 대해 공부하게 되었습니다. 한국에서는 일체 접할기회가 없었구요.

당시 미국에서도 메커시즘이 기승하고 있었을 때였으므로 진보적 학자들이 대학에서 대거 퇴출당하기도 했기 때문에 맑스주의에 대해 공부하려면 직접자료를 찾아서 해야돼요. 그 와중에 러시아 혁명사 강의는 워낙 명강의라서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3. 맑스주의 교육사회학자로서의 길을 걷게 된 시기는 언제부터입니까?

유학후 성균관대에서 잠깐 강사를 했지만, 맑스주의 교육사회학을 강의했던건 이화여대에서 교수가 되었을 때부터입니다. 당시 한국에서는 60년대부터 서울대 진원중 교수가 교육사회학을 강의했었지만, 이 내용속에 맑스주의 관점에서 이론화된 교육사회학 내용은 거의 없었어요. 저도 60년대에는 미국의 교육사회학을 소개한 정도였고 박정희 정권때부터 맑스주의 교육사회학을 소개하게 되었는데, 70년대에 배영사를 통해 대학교재로 '교육사회학'을 저술하면서 한 부분으로 맑스주의 교육사회학을 소개했습니다. 이후 80년대 후반에 '비판적 교육사회학'을 발표하여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인간소외와 교육, 사회변동과 교육, 교육의 계급성등을 다루기 시작했죠.

생각해보면, 이화여대에 있었기 때문에 이런 활동이 가능했었지 서울대학에서 있었으면 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당시 이화여대도 보수적인 분위기가 만연했지만, 일단 정권에 대한 친화력이 서울대보다는 덜했기 때문에 학교에서 저의 활동에 깊이 간섭하지 않았고, 정권에서도 마찬가지였거든요. 이러한 이유로 한국에서 맑스주의 교육사회학을 처음 소개하게 된곳은 이화여대가 되었습니다.

4. 86년에 보올즈와 진티스 공저의 '자본주의와 학교교육'을 번역하셨는데, 지금도 교육학을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특히 맑스주의적 관점을 지닌 사람이라면 누구나 읽어보는 책이 되었습니다. 물론 절판되어 저희 연구소도 제본으로 된 책만 있는데요.... 번역하시게 되 이유는?

대학원 강의때 교재로 사용하기 위해 합동적으로 번역했습니다. 제가 유학시절 참 좋은 책이라고 생각했었거든요? 보올즈 진티스 이론은 맑스주의 사상에 입각하여 사회적 생산관계에 학교가 어떻게 기여하고 있는지 말하고 있습니다. 재생산 이론중 맑스주의에 가장 가까운 이론이라고 생각합니다.

5. 교육이론 지형내에서 보올즈 진티스의 대응이론에 대해 주체의 의지의 결여와 대응되지 않는 재생산에 대해 이론적 한계를 갖고 있다고 평가되는 것 같습니다.  

보올즈 진티스의 이론은 거시적 구조에서 재생산을 밝히고 있고, 이들도 반드시 이렇게 대응되지 않는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다만 애초에 연구대상이 교육과 계급재생산의 문제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어떠한 경로로 계급재생산이 이루어지는지를 말하고 있지만, 변증법적 사고에 기초하여 주체의 의지나 교육구조에서의 일탈자들에 대해서도 서술하면서 교육구조속에서의 변증법을 말하고 있다고 봅니다.

6.한국에서는 교육학이 지나치게 세분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교육사회학도 교육학의 하나의 영역으로 구분될 뿐 교육학의 다른 분야와 잘 융화되지 못하고 있는데, 교육사회학의 의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현대에서는 노동이 분업되듯 학문이 분업되어가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이러한 흐름이 교육학에서도 나타나는데 이 때문에 교육학의 '탈정치화'가 일어나고 있죠. 참된 교육학은 통합적 학문이 되어야 합니다. 교육의 목적이 과연 무엇인가요? 그야말로 참된 인간을 형성하는 것입니다. 올바른 인간은 경제적이고 정치적인 의식이 바탕이 되어야 하기 때문에 교육학도 정치학이나 경제학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가장 이상적인 교육제도는 정치, 경제체제와 연관되어서 이야기 할 수 있어야 하겠지요. 교육학, 사회학, 정치학, 경제학으로 분화되는 것도 문제가 있는데 교육학 내에서 교육철학, 사회학, 방법, 평가등으로 분화된다면 참다운 교육학이라고 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요즘 교육학은 월급타기 위한 학문으로 어용화 되어 가고 있는 것 같아 참 안타깝습니다. 저는 분화상태의 교육학에서 교육사회학이 핵심, 중추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회과학에 근거하지 않은 교육이론은 환상, 허구로 흐를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교육이 바뀌어야 한다면 이는 이론과 실천의 괴리를 극복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회과학에 기초하지 않는 교육이념은 환상적이고 모순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현실의 변화의 가능성을 찾아내고 실천을 바란다면 교육사회학에 기초한 교육학 연구가 필요합니다. 그러나 지금처럼 지나치게 서구이론을 추종하는 경향이 있다보니, 한국사회 현실에 맞지 않는 이론을 남발하기도 합니다. 과학적 인식론을 바탕으로 한국상황에 맞는 교육사회학이 발전될 필요가 있겠지요.

7. 교육사회학 이야기를 하다보니 좀더 포괄적인 질문을 드리고 싶네요. 교육학이 실리위주로 변화되듯 요즘 대학에서는 교육학뿐만이 아니라 인문학자체가 쇠퇴되거나, 실용적인 학문만이 살아남는 경향이 있습니다. 선생님이 생각하기에 대학이 사회를 제대로 분석하고 참다운 진리를 추구하는 학문연구를 지향하기 위해서 해야할 일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자유경쟁의 원리에 의해 학문의 시장성(또는 상품성)이 자연스럽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학문의 가치도 자유경쟁에서 연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때는 어학에 있어, 독일어가 불어보다 인기가 많았어요. 이유는 공부를 하면서 독일원전을 읽고 싶은 욕구때문이였지요.

그러나 지금은 학문을 위해서 공부를 하는 것이 아니라, 실리추구를 위해 공부를 하게되는 것 같습니다. 이는 자본주의 변화와도 연관이 있다고 봅니다. 자본주의 이전에는 학자라면 기본적으로 철학, 정치, 경제, 어학, 자연과학등등을 두루두루 공부하였는데, 자본주의 시대가 도래하면서 노동분업에 따른 학문의 분업이 일어나더니, 이제는 노동의 유연화에 따른 학문의 유연화가 진행되는것 같습니다. 노동의 유연화 과정에서 학문이 설자리는 응용학문이나, 간학문만이 인정되고 그외 학문은 사양길에 접어들 수밖에 없죠.

또한 학문을 하려는 사람들중 몇몇을 제외하고는 보수체계가 없기 때문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보수체계의 평준화가 필요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전통도 없었던 한국의 대학에서는 사회변화에 휩쓸리기 십상입니다. 예를 들어 스웨덴처럼 박사학위소유자 , 석사학위 소유자는 어떠한 직업을 갖든 평준화된 보수체계가 있습니다. 직업의 평등과 직업선택의 자유가 학문간의 서열화를 해결할 수 있을 것입니다.

8.교육사회학을 공부하려는 후배학도들에게 하고싶으신 말씀은?

현상태로써는(내생각이지만) 교육사회학을 공부하려는 학생들에게 우선 어떤 세계관(관점, 시각)을 가질 것인가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학문을 해서 돈을 벌려고 할 것인가? 아니면 세계를 개관적으로 분석해내며, 변화를 촉진하려고 할 것인가 하는 것 말이죠. 학문에 대한 과점, 세계에 대한 관점등 사회를 변화시키려는 의식이 필요합니다. 또한 급진적이고 진보적인 교육사회학을 연구하기에 현재의 대학은 매우 어려운 점이 많습니다. 학문의 방향을 잘 설정해줄 교수도, 이론서도 부족하기 때문이죠. 따라서 주체적인 교육의 참여가 필요하며 끊임없는 자기교육이 필요하다. 자신이 스스로 이론서를 구하여 공부한다든지, 뜻이 같은 동료를 모아 같이 학습팀을 꾸린다든지 해야할 겁니다. 저도 그렇게 시작했지만, 제가 공부할 때나 여러분들이 공부 할 때나 크게 변한 건 없는 것 같습니다.

9.선생님이 말씀하신 자기교육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개개인이 자기교육을 하기에 어려운 부분도 많습니다. 우선 맑스주의를 공부하는데에도 체계가 필요하고 또한 교육학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진보교육연구소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진보교육연구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진보교육연구소는 비판능력은 많은 곳입니다. 그런데 좀더 이론화 작업이 필요합니다. 비판능력으로서는 다른 단체보다 우위에 있지만, 이러한 내용을 이론화하여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또한 교사들이 주로 회원인 단체이므로 교사들의 진보적 학습활동에 많은 도움을 주었으면 합니다. 교사 또한 주체적인 자기교육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10. 현실적인 고민에 대해 한 말씀 묻고자 합니다. 요즘 공교육의 위기를 언론에서 부추키고 있습니다. 학교가 붕괴되었다는둥, 교육이민이 늘어나고 있다는둥 하면서 과도하게 여론화 작업을 하여 공교육을 파괴하려는 여러 책동이 보이고 있습니다. '공교육의 위기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신자유주의적 사회재편전략은 공교육을 정상화시키는 것을 바라지 않을 겁니다. 미국의 교육개혁의 목표는 교육의 산업화인데, 한국의 신자유주의 교육정책도 곧 그렇게 될 것입니다.

교육산업화는 지금의 공교육구조가 걸림돌이 되기때문에 공교육을 차별화하고, 서열화하면서 교육상품으로 전락시키려 할 것입니다. 만약 이렇게 된다면 교육의 평등성은 사라지고 교육도 재력이나, 능력에 따라 차별적으로 받게 될 것입니다. 따라서 공교육의 확대발전은 민주주의 확대발전을 의미한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교육실천가들이 사교육증가나 해외유학의 경향을 반대하고 사학을 국립화로 꾀하여 공교육을 확대해야 할 것입니다.

현 교육제도에서 형성된 주체가 민주주의를 위해 기여할 수 있을 것 같습니까? 통일을 민주적으로 할 수 있는 주체가 형성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까? 공교육의 확대는 민주주의를 위한 주체형성과도 맥이 닿아있다고 생각합니다.

11. 앞으로 남은 여생동안 하고싶은일은?

참된 교육적 진리를 찾고자 여전히 노력하고 싶습니다. 참된 교육적 진리는 사회적 진리탐구이며, 교육을 통한 사회변화의 방법을 모색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한 교육학자의 역할을 남은 여생동안 하고 싶고, 진보교육연구소에서도 많이 배워야 하겠지요...

인터뷰를 마치며...

노령의 연세에도 불구하고 몸도 마음도 참 건강하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인터뷰를 요청했을 때 흥쾌히 허락해주시고, 직접 연구소까지 방문해 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한국 현대사의 격동기를 살아오신 분이 매시기마다 좌절하지 않으시고, 진리를 위해, 교육을 위해 곧게만 걸어오신것 같아 배울점이 많았던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