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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케치]          
5․19 전국교사대회 참가기 - 조직활동의 꽃, 집회?

홍정수 /  목포공고

머나먼 서울 천리길, 누가 갈꼬?
89년 결성 이후 전교조의 역사 속에서 해마다 5월에 열리는 전국교사대회는 많은 조합원들이 그나마 1년에 한 번 정도는 참가한다는 일종의 묵계 비슷한 것을 가지고 있었는데, 전교조에 투쟁의 기운이 사라진 지 오래인 요즘에 와서는 5월 전국교사대회 참가자 한 명, 한 명씩 조직하는 데에도 지부, 지회, 분회 등 각 단위에서 허덕대는 것이 작금의 실정이다.
목포에서는 버스 2대로 올라갔다. 목포 초등-중등-사립 3개 지회와 무안 등 인근 지회까지도 함께 말이다.    이미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참가자 숫자 등이 너무 적어져 버렸다.
예전 같으면 목포중등지회만 해도 최소한 중학교 1대, 고교 1대 정도는 됐었는데, 이번에는 겨우 25명 정도.
전교조, 민주노총 등 제대로 투쟁하지 않는 지도부가 집권한 이후 지속적으로 싸워야 할 때 싸우지 않고 조금 더 편한 길을 찾아서 회피하는 것들이 너무 습성화돼서 현장의 조직력은 완전히 바닥을 치고 있고, 그나마 옛 활동가들중 일부가 버티는 모양새가 아닌가 말이다.
목포를 8시 20분경에 출발한 버스는 집회 장소인 서울역 도착 시간을 단축하기 위하여 종전에 해왔던 휴게소 점심식사도 하지 않고 강행군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도착 시간은 무려 5시간이 지난 오후 1시 20분. 민생고는 해결해야겠기에 근처 식당에서 점심 식사를 마치고 지회 깃발 앞세우며 집회 대열에 진입하는 시간은 오후 2시경 사전대회가 거의 끝날 무렵이었다.

헛발질 우려, 생뚱맞은 '교육개혁입법 쟁취 투쟁'
본부가 실수 참가 인원 6천명을 계획했던 이날 본 대회는 목표 인원 6천명의 절반 정도인 3천여명에도 못미치는 정도가 참가한 듯했고,‘개회-민중의례-지부 소개-외부단체,인사 소개-축사-참교육상 시상-공연-대회사-결의문 낭독-폐회’순으로 진행이 됐다.
그런데, 이번 집회는‘전교조 결성 23주년 기념 행사’라는 것을 제외하면 여러모로 부족한 점이 많은 의례적인 집회이었던 듯하다. 본부 차원의 예산만 수천만원에다가 각 지역에서 교통비, 밥값 등 상경한 비용까지 합하면 거의 억 단위의 행사일 것이므로 들인 비용이 아깝지 않도록 했어야 하는데 과연 그랬는지 의구심이 드는 것이다.
‘조직활동의 꽃이 집회’라는 대명제처럼 힘 있고 활기찬 집회를 통해 참가자 모두가 서로 강력한 힘을 주고받고, 그 힘을 바탕으로 학교 현장에서 제반 현안들에 대해 대응하고 조직내 단결투쟁의 기운을 드높이는 계기로 삼아야 하는 것이 노동조합인 전교조 조직활동의 ABC가 되어야 한다.    그런데, 갈수록 그런 원칙은 배제된 채 기조도 목표도 불분명한 집회가 단순하게 배치되는 것은 조직에 대한 해악을 끼치는 것이다.
그런 사례 중의 하나가 바로 과도하고 주관적인 정세 전망의 실패로 4.11 총선 이후 개최되어 전교조 최악의 헛발질 집회로 혹평을 받는 지난 4월 21일의 서울 종각집회였다.
그런데, 더욱 더 큰 문제는 그런 류의 본부 주최 집회에서조차 나름대로 일관성도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지난 4월 21일의 서울 종각집회에서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자못 비장하게 출범을 선포한 이른바‘교육개혁입법 실천단’은 총선 이후 변화된 정세 속에서 무엇을 하자는 조직인지 감이 지금도 안잡히며 생뚱맞기까지 하지만, 이번 5.19대회에서는 그 실천단에 관한 언급조차도 전혀 없었다. 과연 본부는 뭘 하자는 것인지 모르겠다.
     노동조합의 기본을 따지기 전에 상식이 먼저 통하는 그런 집행부였으면 좋겠다. 진중하게 고민도 할 줄 알고, 잘못을 인정할 줄도 알고, 비판적인 의견을 내는 다른 사람들을 존중할 줄도 아는 그런 정도의 상식만이라도 갖추었으면 한다.
말로만 하는 투쟁, 구호뿐인 투쟁만 남발되니 집회 가면 일상적으로 보여지는 각종 문예 공연 등도 예전처럼 그리 큰 감동을 주지 못하고, 온갖 모순이 집적되어 우리 교사들을 괴롭히는 학교현장과 괴리된 채 막연한 이상향만을 보여주는‘꿈꾸는 공연’으로 흘러버리는 것이다.
아울러 위원장의 대회사에서 모처럼 언급된 일제고사 투쟁뿐만 아니라 교평, 성과급 등 제반 현안 등에 대해서 현장의 의견을 듣는‘현장 발언’순서가 없었다는 점도 아쉬웠다. 전교조 집회가 너무 일찍 끝나버려서 그 이후 같은 장소에서 예정됐던 쌍용차 범국민추모대회까지 30분간을 아무 것도 안하고 참가자 모두가 허비했던 것을 생각하면 더 더욱 아쉽기만 하다.

파견 국회의원? 씁쓸하고.... 통진당? 왕짜증!!.....
최근의 통합진보당 사태 때문인지 관련된 사람들은 코빼기도 안보이더군. 민주노총이든 전교조든 위원장들도 연설 가운데 전혀 언급하지 않고 말야. 장석웅 위원장은 복장부터 집회와는 걸맞지 않는 양복에 노타이 차림으로 대회에 임하던데, 들리는 말로는 장위원장이 민주노총 중집에서 “통합진보당 지지 철회하면 아니~아니 아니~되오!”라면서 안 된다고 가장 강력하게 주장했다고 한다.
그런데, 그 점에 대해서 분명히 전교조 중집에서도 논의된 바가 없고, 전교조내 어느 공식 단위에서도 논의된 바가 없이 개인 소신으로 발언했다는 것이다. 그러다가 지난 전교조 중집에서 의견 수렴 절차 없었던 것에 대해 유감 표명 했다고 하던데, 참 씁쓸하구먼......
장위원장은 대회사에서 “우리가 국회에 파견한 동지들과 함께~~...”라고도 하던데, 누구를 파견했다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나중에 대회사 원고를 보니 정진후, 도종환 당선자를 실명으로 거론했던데, 막상 대회장에서는 왜 이름을 말하지 않았을까? 과연 그 두 사람은 자기들이 ‘전교조 파견 국회의원’이라고 생각하기는 할까?
통합진보당 사태를 보며 여러 가지로 짜증이 나는 것은 단지 옛 당권파의 패권주의나 비례대표 경선 과정상의 부정 의혹, 그리고 정진후 당선자의 민주노총 성폭력 관련 건 뿐만이 아니다. 애초부터 권력욕에 눈이 멀어 야합의 성격을 갖는 3당 합당을 한 것부터가 근본 문제이니 소위 혁신비대위도 그 한계가 뻔하다는 것에 가슴이 쓰리고 아프다.
예전 민노당 시절, 한때는‘진보정치의 희망’으로 나 스스로 많은 이들에게 전파했었고, 그 결과가 오늘날 우리 부부가 동시에‘민노당 후원 건’으로 재판 받는 것까지 생각하면 그야말로 왕짜증이다.
얼마전 목포 지역신문에는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당선자 이석기, 전남교육감 선거 관여, ‘충격’”이라는 선정적인 제목의 기사가 뜨기도 하면서 그 내용 중에 “이러한 비난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사퇴를 거부하고 당권을 유지하려는 배경 뒤에는 과거부터 내려오는 재야운동권의 조직 보위 이론 때문이다. 2008년 전교조 여교사 성폭행 사건 등에서도 드러났듯이 조직내 비리, 부정이 발생해도 외부 탄압의 빌미가 될 수 있다며 사건을 은폐하거나 비리 연루자를 감싸는 것이 재야운동권 일부의 고질적 병폐로 지적돼 왔다”라는 것도 있었다. 한 마디로 “어물전 망신은 꼴뚜기가 시킨다”라는 말처럼 이런 지방에서도 진보를 위해 헌신해온 애꿎은 사람들까지 싸잡아서 욕 먹이고 있는 것이다.

또 다시 되풀이 되는 희망 찾기 숨바꼭질...
오후 5시가 되자 갈 길이 머니 여기저기서 가자고들 한다. 개인적으로는 쌍차 분향소가 있는 대한문까지 갔다가 내려가자고 하고 싶지만, 지회장도 아니면서 월권하는 듯하여 가만히 있었다.
귀향하는 버스에서는 예전처럼 참가자들 소감 말하는 시간 등 버스 속 뒷풀이도 없이 그저 다들 피곤한 몸을 기댈 뿐이었다.
전남도교육청에 파견했다고 하는 조합원들은 그날 보이지도 않던데, 목포에서 참가한 동지들은 대부분  그런 집회에 이골난 이른바‘전교조 무한성실파’들이니 그런 성실파 동지들이 전교조를 지켜가고 있는 것이다.
밤을 달려 다시 목포에 도착한 시간은 역시 다른 때처럼 밤 11시가 넘었더군.
아, 우리는 언제까지 어떤 희망을 찾으러 이런 숨바꼭질을 계속해야 하는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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