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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교육] 63호 (2016.12.21. 발간)


[특집]

2017 한국사회 전망과 교육노동운동의 방향

2. 전교조 선거결과의 의미와 

교육노동운동의 향후 투쟁방향

 

진보교육연구소 정책팀

 

 



투쟁이 필요함을 확인시켜주는 역동적 정세가 펼쳐지다

 

129일의 탄핵안의 가결은 향후 정세의 역동성을 보여주는 분기점이 되었다. 지배 권력은 최소한의 정당성마저 상실하면서 후퇴를 하고 있으며, 대중의 진출은 가속화될 것이 예상된다. 경찰은 시위대에게 광화문 광장을 순순히 내 주었으며, 읍소에 가까운 해산 방송을 내보낸 반면, 시위대의 분노와 열기는 매우 높은 상황이다. 특히 예상을 뛰어 넘는 시위대의 규모와 구성은 매우 의미 있는 현상이다. 지난 집회는 조직된 대중이 중심이기 보다는 청소년들, 대학생들, 가족단위 참여자들의 구성 비율이 매우 높았으며 이는 이후 대중의 진출이 매우 빠르고 폭넓게 전개될 것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현 상황이 일어나게 된 가장 표면적인 이유는 박근혜와 최순실의 국정농단이다. 이전에도 권력형 비리와 대통령 측근 세력에 의한 인사 개입은 존재했지만 이 번 사건은 사적 개인과 그를 중심으로 하는 사적 네트워크가(더욱이 그들의 삶의 행태는 지극히 반사회적이고 패륜적임) 대통령의 권력과 권한 전체를 사유화하고 이를 멋대로 주물러댄 초유의 새로운 사태이다. , 공화국의 최소한의 규범마저 무너뜨리며 패륜적이고 함량미달의 몇몇 개인들이 국가권력 전체를 사적으로 농단하였으며, 대다수의 여당 정치인, 고위행정관료, 고위 검찰 관료 등이 이들에 빌붙어 권력의 단맛을 공유한 것이라고 규정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더 근본적인 사회경제적 문제가 놓여 있다. 세계 자본주의와 한국자본주의의 만성적이고 구조적인 위기이다. 신자유주의적 처방이 오히려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지만 이에 벗어나기 위한 실효적인 대책을 마련할 수 없는 자본과 지배세력의 무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이로 인한 소수 1%의 특권세력과 10% 안정세력을 제외한 90%의 일반 사람들의 점증하는 불안과 고통들. 노동자, 농민, 빈민, 자영업자, 청년, 여성, 실업자 등등의 삶의 와해와 고통들이 내재되어 있다.

 

따라서 현재의 상황은 지배 권력의 정당성의 완전한 붕괴라는 정치적 위기와 대다수의 사회구성원들의 삶의 파괴라는 사회경제적 위기가 맞물려서 나타난 것이다. 지난 집회에서 많은 청년 학생들이 쏟아져 나온 것은 그들의 예민한 정치적 감수성보다는 자신의 삶의 처지에 대한 분노가 근본적인 동력으로 작동한 것이며, 참여한 대다수의 사람들도 자신의 삶에 대한 불만과 권력에 대한 분노가 결합되어 집회에 참여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우리의 투쟁은 지배 세력 내부(자유주의 야당도 포함됨)에 권력 재편에 머무를 수 없으며, 몇몇 권력자들의 얼굴 교체에 그칠 수 없음을 확인시켜 주고 있다. 우선 박근혜정권에 의해 자행된 모든 조치를 무효화하는 투쟁을 전개해야 한다. 정당성과 합법성이 부재한 박근혜정권이 내린 모든 조치는 무효화되어야 한다. 전교조의 경우 법외노조 조치와 역사교과서 국정화 조치가 당연히 무효화하여야 한다. 일차적으로는 행정부가 이차적으로는 입법부와 사법부가 무효화 조치에 적극 나설 수 있도록 투쟁해 나가야 할 것이다. 각 분야별로 무효화시켜야할 것을 정리하고 이를 총체적으로 정리하여 대사회적으로 발표하고 압박을 해야 할 것이다.

 

둘째, 박근혜정권에 부역한 특권 세력 퇴출 운동을 전개해야 한다. 우선 미르와 K 스포츠에 돈을 낸 모든 재벌 총수들, 권력에 부역한 청와대-고위관료들, 국가기관-공공기관 사장들을 축출해야 한다. 박근혜를 대통령 후보로 옹립한 새누리당을 해체시켜야 한다. 특히, 함량미달의 박근혜의 대통령 만들기 작업을 하였으며, 포스트-박근혜의 자리를 차지하기 위하여 권력투쟁을 하다가 측근세력에게 밀려난 유승민-김무성 등 극우반공-신자유주의 세력의 실체를 폭로하고 몰아내야 할 것이다. 권력에 부역한 사법부 인사들(특히 검찰), 문화계 인사들, 대학 교수들(특히 총장들) 등등 각 분야별로 대대적인 축출 운동을 전개해야 한다(예를 들어 공공운수노조는 성과연봉제 저지라는 수세적 투쟁을 넘어 박근혜가 임명한 공공기관 사장들의 동시적 퇴출을 요구하는 투쟁을 전개하고, 대학주체들 또한 어용 총장 퇴출 투쟁을 전개하고, 전교조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저지를 넘어 교육부 장관과 국사편찬위원장 등의 퇴출 운동을 전개해야 할 것이다).

 

셋째로, 신자유주의를 철폐하고 민중의 안정적인 삶과 평등한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투쟁을 전개해야 한다. 사실은 위에서 언급한 모든 투쟁은 박근혜정권에 의해 비정상화된 것을 정상화하는 것에 불과하며 현재 노동자-서민-청년들이 당면하고 있는 삶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전혀 아니다. 당연히 반박근혜 투쟁은 반신자유주의-민중평등권 보장을 위한 투쟁으로 발전해야 한다. 이 지점에서 자유주의 세력과 커다란 분기점이 발생할 것이며 과연 진보진영이 어떻게 주도권을 잡아나갈 것인가가 중요하다(반신자유주의-민중평등권 보장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서는 무수히 많은 논란이 발생할 것이다. 시간이 다급한 상황에서 완전한 일치를 주장하기보다는 최소한 공동요구 수준으로 방안을 정리해 나가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진보진영의 최대의 무기는 대중투쟁이다. 대중 투쟁의 파고를 최대한 높여나가 지배 권력을 압박하고 주체 역량의 강화를 위한 토대를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다. 대중투쟁은 전체적인 집회투쟁뿐만 아니라 각 부문별 투쟁도 활발하게 조직해야 나가야 한다. 특히, 노조들의 위력적인 파업 투쟁 등이 결합되어야 할 것이다.

 

현재 투쟁 국면은 앞선 촛불집회의 오류를 다시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 좀더 치밀한 정치적 기획이 필요하다. 탄핵 이후의 국면을 지금부터 빠르게 준비해야 나가야한다. 헌재결정을 기다리지 말고 박근혜 퇴진 총궐기 투쟁 지속시켜 나갈 수 있는 대중운동과 정치적 기획을 포괄할 수 있는 조직(또는 네트워크)를 건설해야 한다. ‘(가칭) 박근혜 퇴출-민주주의 회복 / 특권세력 축출-민중평등권 보장을 위한 시국회의 및 범국민행동등을 건설해야 할 것이다. 이 조직체를 통해 우리의 투쟁이 지배세력 내부의 정치적 재편에 머무르지 않도록, 위에서 언급한 무효화 투쟁, 특권세력 축출 투쟁, 반신자유주의-민중평등권(생존권) 보장 투쟁 등의 전개를 천명하고 대중행동을 조직해 나가야 할 것이다.

 

위의 국민행동은 일시적이고 제한적인 대중의 흐름을 넘어 최소한 내년 대선까지를 전망하면서 운영되어야 한다. 상층 중심의 운영방식을 과감히 떨쳐 버리고 대중이 참여를 확대할 수 있는 플랫폼 건설을 통한 참여-직접민주주의를 의식적으로 확대해 나가야 한다. 결국 대중투쟁과 대중행동의 결과들이 축적되어 대선의제 선정 작업으로 이어지고 대선에 대한 공동 대응으로 발전해 나갈 수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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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를 중심으로 본 교육노동운동진영의 상황


꾸준히 성장해온 교육노동운동 진영의 상황을 살펴보기에 앞서 전교조 결성과 성장과정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전교조의 결성과 성장 과정에는 두 가지 결정적인 계기가 존재한다. 우선 1987년 민주항쟁과 노동자 대투쟁이 전교조 결성의 핵심적인 계기이며, 1997년 정권교체와 자유주의 세력의 집권을 통한 전교조 합법화가 성장의 중심적인 계기였다. 이 두 계기는민주화가 한국사회의 헤게모니적 이념으로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전교조는 합법화와 단체교섭 등을 매개로 2003~4년까지 조합원이 급증하여 최고 정점에 이르렀다. 자유주의 정권의 출범, 전교조 합법화, 교육 관료들의 위축 등이 맞물리면서 약간의 거품이 형성되었다고 볼 수 있을 정도로 가파른 증가였다. 전교조는 출범 때부터 교육운동과 노동운동의 결합적 성격이 강하였으며, 단순히 노동자로서의 경제적 이해의 보호와 증진보다는 이념 지향성이 강하기 때문에 조합 가입의 문턱이 높은 상황에 비추어 볼 때 그런 것이다.

 

민주화 이념의 퇴조와 신자유주의의 헤게모니 강화, 전교조와 자유주의 정권과의 갈등의 고조, 진보정치 운동과 노동운동 등 진보운동의 약화, 교직의 상대적 안정 및 이로 인한 교사사회의 보수화 경향, 신규교사들의 개인주의 문화 등이 맞물리면서 전교조 조합원의 감소 추세가 지속되고 있다. 특히, 시대적 분위기와 동료교사와의 관계 속에서 조합에 가입하였던 분들이 탈퇴하는 현상이 확대되었다. 자유주의 정권이 물러나고 2008년 수구보수적인 MB 정권이 들어서면서 전교조는 더욱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된다. 전교조에 대한 공세와 탄압이 강화되고 자사고 도입, 교원평가 실시, 대입자율화 등 신자유주의 공세도 확대되었다. 하지만 당시 전교조 집행부는 적극적인 대응 투쟁을 조직하지 못하면서 계속 수세적인 입장을 취하였다. 중앙의 단체교섭은 사실상 유명무실한 상황이 되었고 교육문제에 대한 전교조의 개입력은 축소되고 존재감도 점차 약화되어 갔다.

 

2010년 지방 선거에 6명의 진보교육감의 당선을 계기로 당시의 집행부는학교혁신운동을 내세우면서 학교현장의 교육실천이나 교육청과의 협력 사업에 중점을 두는 모습을 보였다. 대중투쟁 회피적인 경향성이 있는 당시 집행부로서는 보수정권에 대항하는 중앙전선 구축보다는 진보교육감과의 협력 사업이 더욱 취향에 맞는 것이었다고 볼 수 있다. 혁신학교로 대표되는 이런 사업들이 일부의 활동가들의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었지만, 대다수의 조합원들은 전교조의 약화에 대한 우려를 갖게 되었고, 지도부의 무책임과 무능에 대한 문제의식을 키우게 되었다. 결국 이런 상황에서 2012년 선거에서 지난 6년 동안 연속적으로 집권한 우파 의견그룹 집행부에 대한 심판이 이루어지면서 좌파 의견그룹 집행부로의 교체가 이루어졌다.

 

이후 정세의 흐름은 전교조 내부의 경향성의 차이를 더욱 확대시키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중앙 정부는 MB보다 더욱 강성 보수인 박근혜정권이 들어선 반면에 2014년 지방선거에서는 13명의 진보교육감이 당선되면서 매우 이질적인 두 공간이 동시에 형성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권력의 비대칭성 때문에(한국교육에서 중앙권력의 권한 압도적으로 우세함) 이중권력으로 칭하기는 어렵기는 하지만 교육감의 권한에 기초한 독자적 공간 창출 및 정책의 수행, 중앙정부 정책의 부분적인 수정 보완 등을 할 수 있는 조건이 마련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전교조 본부와 다수의 지부의 집행부를 담당하고 있는 좌파 의견그룹은 대정권 투쟁에 집중하고, 반면에 우파 의견그룹은 대교육청 사업에 집중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박근혜정권의 몰상식한 법외노조 공세, 유신회귀적인 역사전쟁(교학사교과서 파동과 역사교과서 국정화 추진), 세월호 참사에 대한 무능과 무책임, 계속 드러나는 전근대적 통치 행태들과 경제위기와 사회관리 능력의 부재에 의한 대중의 삶의 와해 위기 등등은 지식인적 성격이 강한 전교조 조합원들에게는 저항의식을 강화하고 교육과 사회 문제에 대한 관심을 고조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특히, 전교조가 법외노조 공세 자체를 저지하지는 못하였지만 대중적인 힘과 동의를 바탕으로 조직 안정화에 성공하였으며 전선을 유지하고 확대하는 성과를 거두었고, 박근혜정권의 퇴행적이고 반동적인 행태와 이에 대응하는 전교조의 투쟁이 지속되면서 조합원 감소 추세가 중단되었으며, 조직 활성화까지는 아니지만 조직의 활력이 부분적으로 복원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진보교육감의 대거 당선도 전교조의 위상을 높이고 전교조의 활동 공간을 확대하는데 기여하면서 이런 현상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지금 교사들이 사회위기와 통치의 문제를 체험하는 방식은 매우 간접적이다. 교사에 대해 연금개악, 성과급-교평 강화 등 압박을 가하고 있지만 다른 사회계층의 추락 속도가 더욱 빠르기 때문에 교사들이 느끼는 상대적 안정감은 강화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또한 박근혜정권의 통치 행태도 진보교육감을 거쳐 학교 현장에 전달되기 때문에 학교 관리자들의 강한 압박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교사들의 문제의식이나 분노가 실천과 행동으로 연결되는 고리가 강하지 못하고 특히, 법외노조 투쟁 등 전교조의 중심 투쟁이 장기화되고 반복성을 띠면서 투쟁 동력이 약화되는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조합원 감소 못지않게 활동가의 재생산의 실패도 커다란 문제이다. 전교조는 수천 개의 분회로 분산되어 있는 조직이다. 따라서 중간 허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조직이 위와 아래로 분리될 가능성이 높다. 전교조 결성 초기에는 주로 학생운동에서 단련된 활동가들이 꾸준히 충원되었으나 전교조 내에서의 활동가 재생산의 구조는 매우 취약한 상황에서 학생운동이 쇠퇴하고, 진보정치와 노동운동 등 진보운동이 약화되자 활동가의 재생산에 매우 커다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따라 많은 지회에서 지회장 선출과 지회 집행부 구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분회도 많은 경우 분회장을 제대로 선출하지 못하거나 분회 운영위 등을 사실상 조직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고 있다. 또한 조합원 감소로 인한 소수 분회 증가도 분회활동력을 더욱 위축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진보교육감의 확대로 인한 교육청과의 협력 사업의 증가 (대표적으로 혁신학교)는 전교조 사업을 다양화하고 풍부화하는 장점도 있지만 역량을 분산시키고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특히 혁신학교 사업이 전교조 조직과 유기적으로 결합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제2기를 선언한 혁신학교 운동의 주요 고민거리이다.

 

최근에 SNS의 활용으로 정보 유통의 양과 속도는 증가하였지만, 조직의 민주주의 즉 구성원들 간의 소통(논의와 토론)의 질을 높이고, 권리를 증가시키고(결정권의 확대), 참여를 확대시키는데(구성원들의 연대의 강화와 실천과 행동의 통일성의 증대) 크게 기여했다고 볼 수는 없다. 오히려 전교조 사업장의 분산성 및 전교조 사업 영역의 다양성이 활동가 부족에 의한 중간벨트의 취약성과 맞물리면서 상층에서의 의사결정과 현장에서의 실천 및 투쟁의 간극이 더 벌어지는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현장에서 많은 활동가들과 조합원들은 사업이 갑자기 위로부터 내리매김 식으로 떨어져 내려오는 느낌을 갖게 되었다. 이는 일련의 과정들이 생략된 채 맥락 없이 사업들이 단절적으로 진행되는 느낌의 경험으로 이어지게 되었다. 또한 상층 투쟁과 현장 투쟁의 연결성도 입체적으로 실감할 수 없게 되면서 중앙과 현장이 따로 움직이는 인상을 받게 되었다. 이는 현장 활동가들과 조합원들을 더욱 소극적으로 변화시키고, 조합원들의 정체성과 통일성을 약화시키고, 지도부와의 분리를 확대시키면서 전교조를 더욱 침체시킬 가능성이 높아 시급히 대책이 필요한 조건이다.

 

정리하면, 전교조는 박근혜 정권 출범 이후 법외노조 대응 투쟁, 역사교과서 투쟁, 세월호 참사 대응투쟁, 연금 대응투쟁 등을 통해 상승 흐름을 탔으며, 2014년 지방선거에서 진보교육감 대거 당선도 전교조의 상승 흐름을 부추기는 것이었다. 우파 의견그룹 집행부 시기의 무기력한 대응에 실망한 조합원들의 호응을 얻어내기도 하였지만 위에서 지적한 것처럼 활동가들이 부족한 상황에서 사업들의 하중이 커지면서 활동가들의 피로감이 증가하였으며, 법외노조 투쟁 등이 장기화되고 반복되면서 조합원 대중의 투쟁 동력이 약화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재편 모임의 등장도 경계심을 높여주는 효과도 있지만, 전교조의 분열에 대한 우려와 전교조 미래에 대한 불안한 전망을 키워주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많은 사업들이 배치되고 이것이 충실하게 현장과의 연결고리를 갖지 못하면서 조직역량의 객관적 한계보다는 지도부의 주관적 문제로 인식되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의 정세는 박근혜정권의 위기가 가파르게 고조되고 대중의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전교조의 전체적인 분위기도 고양되고 있다. 이 싸움들이 전체적으로 어떻게 마무리되고, 전교조가 현 정세에서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상승세의 폭과 지속성이 결정될 것이다. 예를 들어, 법외노조 투쟁과 국정화 투쟁에 일정한 성과를 거두면 다시 상승세를 일정 기간 동안 이어나갈 수 있을 것이 예견된다.

   


                                 2016 전교조 선거 결과와 의미

 

박근혜 퇴진 국면이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4년간 집행부를 맡아왔던 좌파 의견그룹의 후보가 당선되었다. 지난 4년 동안 전교조는 가장 치열하게 반박근혜 투쟁은 전개해왔으며, 박근혜 퇴진 국면의 고양은 전교조의 반박근혜 투쟁의 정당성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이는 지난 4년의 좌파 의견그룹 집행부에 대한 평가에 긍정적 요소가 되면서 이 번 선거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다. 또한 법외노조 투쟁을 중심으로 하는 반박근혜 투쟁이 장기화되고, 법외노조 소송이 고법에서 패소하고 전임자 해직사태가 현실화되었으며, 새 노조 움직임이 가시화되는 등 전망이 불투명해지고 활동가와 조합원들의 피로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전교조의 침체 또는 하강의 분위기가 점차 강화되고 있는 상황이었지만,  박근혜 퇴진 국면이 전개되면서 전반적인 분위기 상승은 물론 노동권 회복, 역사교과서 국정화 저지 등 현안 문제의 승리의 전망이 높아지면서 전교조가 다시 활력을 찾을 수 있는 정세가 형성되었고 이러한 조건은 다시 한번 좌파 의견그룹의 후보가 당선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전까지 전교조 선거는 의견그룹의 대립 축을 중심으로 전개되어 왔다. 대부분의 활동가들이 자신들의 지지하는 의견그룹을 선택하고 주변의 조합원들의 선택에 영향을 미치는 공식적-비공식적 선거운동을 전개하는 양상이었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의견그룹의 대립 축은 부차화 되었고, 좌파 의견그룹이 담당하였던 지난 4년간의 전교조 운영에 대한 활동가들과 조합원들의 평가가 중심축이 되었다. 우선, 지난 4년 동안 초기 법외노조를 둘러싼 대응에 대한 격렬한 대립 이후에 의견그룹간의 대립이 격렬하게 표출되거나 쟁점으로 부각된 사안들이 거의 없었다. 따라서 선거 과정에서 기본적인 방향과 대안을 놓고 격렬한 노선 대립이 발생할 가능성이 적었다. 둘째로,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우파그룹의 활동력이 상당히 약화되어 있는 상황이었다. 기존의 우파그룹 핵심 활동가들은 전교조보다는 오히려 제도 공간에서 지위확보에 더 큰 관심을 가지면서 전교조 선거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약화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우파그룹은 전교조의 운동에 대한 새로운 노선이나 방향을 적극적으로 제출하지 못하였다. 셋째로, 박근혜정권의 후퇴와 와해의 위기 상황에서 박근혜정권과 치열하게 싸워왔던 좌파 의견그룹의 지난 4년간의 투쟁노선을 비판하기 어려운 정세가 형성되었다. 박근혜 탄핵 정국은 그간 전교조 투쟁의 정당성을 부여해 주었고, 이는 전교조 선거로 연결되었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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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전교조 선거는 조합원들과 함께 법외노조 대응투쟁을 중심으로 전개되어 왔던 지난 4년을 성찰하고 향후 전망을 함께 열어 나가는 선거가 되었다. 역동적 정세에 적극적인 투쟁을 전개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였다. 향후 박근혜 교육정책의 전면 철회를 전개할 수 있는 동력을 확보했으며 이를 토대로 법외노조 조치 철회,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폐기 등의 성과를 가져올 수 있는 동력을 확보했다고 볼 수 있다. 광장의 경험은 직접민주주의의 필요성을 확대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러한 흐름을 이어 전교조 역시 직접민주주의를 적용하는 활동이 전개되어야 할 것이다.

 

전교조는 지난 4년 동안 박근혜 정권과의 투쟁에서 항상 맨 앞자리에 있었다. 동료를 버리라는 법외노조 공세에 맞서 노동기본권의 기초인 자유로운 단결권을 지키고, 노동조합의 기본정신인 자주성과 연대정신을 지키기 위해 굴하지 않고 싸워왔다. 수구 세력들이 미래를 장악하기 위해 벌인 역사교과서 투쟁에서 친일과 독재를 미화한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를 퇴출시키고,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막기 위해 앞장서서 투쟁했다. 4.16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감추려는 추악한 박근혜 정권에 맞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해 헌신적으로 노력해왔다. 전교조는 지난 2014, 가장 먼저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주장하면서 지금까지 싸워왔다. 이번 선거의 결과는 지난 4년 전교조의 자랑스러운 투쟁을 이어가라는 전교조 조합원의 선택이었다. 박근혜 퇴진을 승리로 마무리하고, 박근혜정권에 빌붙어 부당한 특권을 공유하였던 부역 세력들을 쫓아내고, 박근혜 정권에 의해 망가진 교육과 세상을 바로잡는데 전교조가 앞장서라는 조합원의 명령이기도 하다.

 

전교조 조합원을 비롯한 교사들은 여전히 비교육적인 업무에 시달리면서 교육활동과 학생들의 관계에 대해 성찰하고, 사유하고, 준비할 시간을 갖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교원평가와 성과급 등 경쟁중심의 교원정책으로 상처를 받고 있으며 교장의 권력은 여전히 막강하고 교사들은 학교운영에서 소외되어 있다. 대부분의 학교에서 입시경쟁의 압력 때문에 학생들의 전인적 발달을 추구하고 학생들을 민주시민으로 성장시키는 교육은 요원한 상황이다. 이번 선거는 중단 없는 학교민주화 투쟁과 더불어 세상을 바꾸는 교육혁명을 현실화해야 한다는 과제를 도출했다. 새로이 선출된 전교조 집행부는 역동적 정세에 부응하는 투쟁을 통해 인간해방의 길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교육노동운동의 투쟁방향

 

박근혜 교육정책의 전면 무효화

교육노동운동 진영의 가장 긴급한 과제는 지난 4년간 전개해온 법외노조 대응투쟁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여 노동기본권을 확대하는 것과 교육의 최대 현안인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저지하는 것이다. 우선 부당하게 빼앗긴 노동기본권을 되찾아야 한다. 박근혜정권의 전교조 법외노조 조치는 박근혜 정권의 국정농단의 걸림돌이었던 전교조를 무력화시키기 위한 불법적 통치행위임이 드러났다. 정부에 법외노조 통보를 철회하도록 강력하게 압박해야 할 것이다. 또한, 불법적인 박근혜정권의 법외노조 조치의 무효화를 위해 국회에게 입법 활동을 서두를 것을 요구해야 한다. 국회의 임무는 탄핵에 그칠 수 없다. 박근혜 정권에 의해 저질러진 부당한 조치와 탄압에 의해 발생한 폐해를 회복하기 위해 입법권을 최대한 발동해야 한다. 이미 두 개의 교원노조법 개정안이 발의된 상태이다. 자유로운 단결권 보장을 넘어 단체교섭과 단체행동권을 확대하는 입법이 이루어져야 한다. 나아가 교원과 공무원의 정치기본권 보장을 위한 입법도 필요하다. 광장시민의 핵심 요구는 민주주의의 확대이다. 교육은 민주시민교육의 강화를 통해 이에 응답해야할 의무가 있다.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철회시켜야 한다. 한국사 국정화는 박근혜정권의 국정농단의 핵심이다. 자신의 아버지인 박정희를 복권하고, 수구세력의 탯줄인 친일과 독재세력을 미화하는 의식을 어린 학생들에게 심어주어 영원히 권력을 장악하려 했던 음흉한 음모의 소산이다. 광장시민들과 연대하여 정부 스스로가 국정화를 철회할 수 있도록 투쟁해야 할 것이며, 국회에서 국정화 금지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도록 압박해야 할 것이다. 만약 정부가 대다수의 국민들의 의사에 거슬러 국정교과서를 학교 현장에 배포한다면 교학사 교과서를 학생과 학부모와 연대하여 퇴출시킨 것처럼, 학부모 그리고 학생들과의 광범위한 논의와 연대를 통해 학교 현장에서 퇴출시켜야 한다. 교육주체의 힘으로 국정교과서를 폐기해야 할 것이다. 나아가 한국사 국정화에 부역한 책임자들을 처벌하고 퇴출하는 운동을 전개해야 한다. 박근혜 탄핵에도 불구하고 한 사람도 자신의 책임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사람이 없다. 이들의 손에 다시 우리 교육을 맡길 수는 없다. 불의의 뿌리를 뽑아야 하고, 곪은 상처를 도려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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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자유주의 교육정책을 근본적으로 바뀌기 위한 교육혁명에 나서야 한다

교육노동운동은 교육과 학교를 바꾸어 참교육을 하는 것이다. 비인간적 입시경쟁 교육, 부모의 경제력에 따라 차별받는 교육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 모든 아이들의 발달과 협력이 가능한 교육, 모두가 차별받지 않는 평등 교육, 이제 현실이 되어야 한다. 우리 교육의 현실은 고통스럽다. 학교 현장은 여전히 답답하다. 교육노동운동진영은 교육을 바꿀 수 있는 훌륭한 대안과 전망을 가지고 있다. 교육노동운동진영 동지들의 피땀 어린 실천으로 많은 경험과 사례를 축적하여 왔다. 이제 남은 것은 국가의 제도로, 교육청의 정책으로 현실화시키는 것이다. 이를 통해 모든 학교를 발달과 협력의 교육이 가능한 곳으로, 민주주의가 넘치는 곳으로 만들어야 한다.

 

입시폐지-대학평준화, 이제 먼 미래의 일이 아니다. 보수정권 10년의 통치가 막을 내리려 하고 있다. 그 동안 사회와 교육 모두 엉망진창이 되었다. 광장의 촛불에서 나타나는 것처럼 변화의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차기 대통령선거는 교육혁명을 현실화시킬 절호의 기회이다. 교사가 먼저, 그리고 모든 교육주체 함께 외친다면 교육혁명은 현실화될 수 있다. 우선 전교조에 교육혁명위원회를 설치하고 전교조 조합원들의 직접 참여를 통한 핵심의제 선정해야 한다. 교육노동운동진영은 교육단체들과 함께 ‘(가칭) 새로운 교육체제 수립을 위한 사회적위원회를 구성해야 할 것이다. 이후 주요의제에 대해 대선공약화를 추진해야 할 것이다. 이후 차기정권의 핵심정책으로 교육혁명이 현실화될 수 있도록 정책의제 확립 및 대중운동을 전개해 나가야 한다. 또한 2018년 시도교육감선거에서 교육혁명의 내실화를 위한 정책협의, 단체교섭 및 대중운동을 전개해야 할 것이다.

 

박근혜정권의 퇴진을 넘어 사회와 교육의 근본적인 변화로 나가라는 것이 촛불 광장시민들의 민심이다. 교육노동운동진영은 광장 시민들과 함께 교육혁명으로 나가야 한다. 한국교육의 고유한 문제인 과도한 입시경쟁교육에 지난 20여년의 경쟁 중심의 신자유주의 교육정책, 지난 10여년의 수구-보수정권의 교육 불평등 확대 정책이 맞물리면서 한국 교육은 엉망이 되었다. 입시경쟁 교육은 더욱 강화되었다. 단지 이전에는 대다수의 학생들이 경쟁에 참여하였다면, 이제는 가정의 지원이 가능한 중상류층 학생들만 경쟁에 참여하고 그렇지 못한 학생들은 방치되고 있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교육은 시대에 더욱 뒤떨어지고, 교육 불평등은 더욱 확대되고 있다. 모든 학생들의 성장을 방해하고, 시대의 요구에도 역행하며, 교육 불평등을 확대하는 입시경쟁교육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 공동선발-공동학위 중심의 대학통합네트워크를 건설하고 절대평가-논서술형 중심의 대학입학 자격시험을 도입하여 입시혁명을 이룩해야 한다.

촛불 광장의 시대정신은 민주주의이다. 교육과 학교의 민주주의 확대를 위하여 노력해야 한다. 잦은 교육과정 변경과 현장에 맞지 않는 교육정책으로 학교 현장은 몸살을 앓고 있다. 전문성도, 교육경험도, 책임감과 열정도 없는 교육 관료들에게 한국 교육을 맡겨 놓을 수는 없다. 교육주체의 민주적 참여가 보장되는 국가교육위원회사회적 교육과정 위원회를 조속히 구성해야 한다. 학교 민주주의를 위해 반교육적 경쟁정책인 교원평가와 성과급 제도를 폐지해야 하며 교장선출보직제를 도입하고 학교자치위원회를 구성해야 민주주의가 살아 숨 쉬는 학교현장이 가능해질 것이다.

 

교육혁명은 교육노동운동진영의 교사들만의 힘만으로는 불가능하다. 이번 광장 민주주의는 새로운 주체형성의 시작이라고 볼 수 있다. 그들과 협의하고, 토론하고, 연대하고, 함께 결정하여 시민의 힘으로, 교육주체의 힘으로 교육혁명을 쟁취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를 토대로 진보교육감 3기를 실현해야 할 것이다. 교육노동운동진영은 수많은 실험과 실천을 통해 새로운 교육이 가능함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아직 지역별, 학교별 편차는 매우 큰 상황이다. 학교의 변화를 뒷받침할 수 있는 제도화의 수준이 낮기 때문이며 서로의 경험과 사례를 교류할 수 있는 소통체제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새롭게 시작될 진보교육감 3기 시대에는 교육노동운동진영이 교육청-학교 간 협력과 교류를 주도하여 진보교육을 한 단계 더 상승시켜야 한다.

 

정권이 교체되면, 교육감들의 자율적 권한은 더욱 커질 것이다. 교육감들과의 연대와 견인을 통해 학교현장의 구체적 변화인 학교 혁신을 현실화해 나가야 할 것이다. 우선 불필요하고 비교육적인 업무를 대폭 감축해야 한다. 전시성 행사, 불필요한 공문, 네이스 과다 입력 문제를 해결하는데 집중해야 할 것이다. 학교자치조례-학생인권조례의 제정과 내실화를 통해 학교민주주의의 실질적 개선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교육감들과 협력하여 중앙정부를 압박하여 교육재정을 학급당 학생수 감축에 우선 배정해야 한다. 이를 통해 수업혁신의 기반을 마련하고 학생들의 발달과 협력이 가능하고 학생들을 민주시민으로 양성할 수 있는 수업혁신을 확산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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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민주주의 및 제2의 참교육운동의 실천으로 전교조에 활력을

정세의 하강기로 말미암아 전교조와 교육노동운동 진영은 활동가 재생산의 어려움 때문에 조직의 활력이 약화되고 집행부와 현장이 분리되는 경향성이 확대되고 있었다. 이에 전교조와 교육운동진영은 좀 더 민주적이며 참여가 활발한 조직을 새롭게 구성해야 하며 젊은 조직으로 바뀌어야 한다. 전교조의 경우 직접-참여민주주의로 전교조의 운영 방식을 확 바꾸어야 한다. 지회장을 세우고 지회집행부를 꾸리는 것이 쉽지 않은 지금, 더 이상 소수가 결정하고 따라오라 할 수 없는 조건이다. 모두가 함께 고민하고, 결정할 때 전교조는 활력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직접-참여민주주의 확대는 구호에 머물면 안 된다. 구체적인 사업으로 표출되어야 한다. 지부-지회 참여 예산제를 시작으로 조합원이 의제와 프로그램을 결정하는 정책대의원대회와 조합원 캠프 등의 사업을 전개해야 할 것이다. 나아가 현장 중심의 조직 운영을 위해 현장교사 모니터링 단을 운영하여 본부-지부-지회-분회-조합원의 유기적인 소통의 끈을 놓쳐서는 안 될 것이다. 이번 촛불광장의 민의는 대의제 민주주의를 넘어서서 시민들이 선거 때만이 아니라 항상 정치의 주체, 권력의 주인이 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전교조는 직접-참여민주주의 실험에 나서야 한다. 온라인 플랫폼을 기반으로 하는 직접민주주의의 실험, 오프라인에서 현장 조합원들의 참여를 활성화시킬 각종 제도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이를 통해 한국 사회의 새로운 민주주의의 도입을 선도해야 할 것이다.

 

지속가능한 전교조와 교육노동을 위해 청년교사 사업을 통해 활력을 불어 넣어야 한다. 교사를 중심으로 한 사업을 전개하되, 년교사 사업에 집중해야 한다. 청년교사들이 전교조와 교육노동운동진영에서 멀어지면 미래가 없기 때문이다. 우선 그들을 실질적으로 도울 수 있는 구체적인 사업이 마련되어야 한다. 현장교육실천지원과 교권보호를 위한 연구활동, 각종 연수, 맞춤형 지원 체제(케이스 컨퍼런스) 마련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전국 단위 청년 교사 모임을 건설하고 전교조 지부 단위에 예비교사 지회 설치하여 예비교사 조직화와 교육 사업에 집중해야 할 것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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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자유주의를 넘어서 대안사회로 나아가야 한다

한국 사회는 사회구성원의 절대다수가 자신의 생존을 불안해하는 곳으로 변하였다. 10%만 삶의 안정을 보장받고, 1%에게 모든 특권이 집중되는 사회가 되었다. 절대적인 부가 부족한 것은 아니다. 저성장시대인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경제체제가 붕괴하였거나 축소 재생산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왜 이런 극단적인 생존의 불안과 공포가 지배하는 사회가 된 것일까? 그것은 사회 시스템의 문제이다. 소수가 모든 부와 자원을 독점할 수 있는 이른바 신자유주의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다. 반면에 다수는 최대한의 수탈과 착취가 가능하도록 불안정 노동자인 비정규직으로, 하청노동자로, 알바노동자로 내몰리고 있다. 건물주의 높은 임대료와 체인점 본점의 갑질에 수많은 영세자영업자들이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 값싼 외국산 농산물의 범람과 정부의 책임방기로 다수의 농민들은 생존의 위기로 내몰리고 있다. 폭등하는 전월세, 교육비 때문에 신음하는 수많은 서민들과 청년학생들이 있다. 자본의 이윤 확보와 부자들의 재산 증식만을 중시하고 모든 부담과 위험을 일반 사람들에게 전가하는 지배논리와 사회시스템이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1090, 199 사회는 단지 은유적 표현이 아니라 실제 현실을 정확하게 반영하는 표현이 되었다. 그리고 매일 같이 90%의 사람들이 처한 삶의 비참한 현실을 드러내주는 사건들이 일어나고 있다.

 

한국 사회에서 개인의 노력으로 1%의 특권세력에 들어가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이미 특권 1%는 태생적으로 금수저 출신만이 진입 가능한 폐쇄적인 귀족사회를 형성하고 있다. 따라서 대다수의 사람들의 꿈은 10%의 안정 계층으로 진입하는 것이다. 대기업 정규직으로 대표되는 10%의 안정 계층으로의 진입이 모든 이의 꿈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가장 유력한 수단(하지만 소수에게만 열려있는)은 교육이다. 이 꿈을 실현하기 위해 교육에서 미친 경쟁이 시작된다. 여기서도 다시 한 번 계층적 장벽이 설치된다. 도시 중산층 이상의 자녀들만 경쟁을 위한 지원을 충분히 받는다. 나머지는 가정의 충분한 지원이 부족한 상태에서 혼자의 힘으로 고군분투한다. 1단계 경쟁은 자사고, 외고, 과학고 등 특목고를 가기 위한 고입 경쟁이다. 2단계 경쟁은 대입 경쟁이다. 여기에서 2등급(수능과 내신 2등급은 상위 11%까지이다.) 이내에 들어야 서울의 중위권 대학이나 지방대의 인기학과에 입학하여 10% 안정 계층에 진입하기 위한 경쟁을 지속할 수 있다. 3단계 경쟁은 취업 경쟁이다. 최근에는 소위 명문대를 나와도 절반이 백수라는 말이 나돌 정도로 취업경쟁은 대입경쟁 이상으로 가혹하고 치열하다. 이렇게 세 단계의 관문을 뚫어야 10%의 안정 계층에 진입할 수 있는 자격을 획득한다.

 

극단적인 불평등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교육에 가해지는 미친 경쟁의 압력은 감축될 수 없다. 초중등교육은 물론 대학교육까지 미친 경쟁에 휘둘리고 있다. 개인의 성장과 발달, 건강한 사회적 주체의 형성이라는 교육의 고유한 가치는 사라지고 경쟁에서의 승리하려는 몸부림만 남는다. 진보 사회가 만들어지면 좋은 교육이 자동적으로 이루어질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이 어리석은 것처럼, 사회의 변화 없이 교육적인 노력만으로 교육문제가 온전히 해결될 것을 기대하는 것도 현실적이지 못하다. 또한 우리 교사들이 미친 경쟁의 압력을 이겨내고 좋은 교육을 위해 노력해도 학생들이 사회에 나가 마주하게 될 생존의 불안과 공포는 교육의 효과를 거의 무력화시킬 것이다. 더 나아가 절대 다수의 학생들이 처하게 될 고통스런 삶의 현실을 외면하면서 좋은 교사라 자부할 수 있을까? 소수의 특권과 자본의 이윤을 위해 대다수의 사람들의 삶을 쓰레기로 만드는 야만의 시대에 학교 안에서만 좋은 교사로 머무를 수 있을까? 새로운 사회를 만들기 위한 관심과 노력은 한 사람의 시민으로서 그리고 교사로서 더 이상 비켜갈 수 없는 과제가 되고 있다.

 

사람은 누군가가 대신 해방시켜줄 수 없다. 혹시 그런 해방이 있다면 그 해방은 곧바로 억압으로 전환될 것이다. 따라서 현재 한국 사회에서는 삶의 존엄성과 생존의 안정성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90%가 해방의 주체로 나서야 한다. 그들이 해방의 주체로 나설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공간은 그들의 일상적인 삶이 이루어지는 곳이다. 그곳에 그들은 모임을 만들고 절박한 요구를 내세우며 단결하고 투쟁한다. 노동조합, 농민회, 학생회처럼 지속이고 공식적인 조직이 존재할 수도 있고 일시적이고 비공식적인 모임이 만들어질 수도 있다. 최근에는 온라인 공간도 사람들이 서로 소통하고 집단적 의지를 형성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 사회에서 대중운동의 공간은 여전히 협소하다. 노조 조직률은 10% 내외에 머물고 있으며, 열악한 조건의 노동자일수록 노동조합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비정규직 노조가입률 2%) 수백만의 영세 자영업자들은 자신들의 공통의 이해를 실현할 수 있는 모임 자체를 만들기 어렵다. 그들은 고립된 채로 온갖 갑질을 견뎌야 한다. 청년학생들도 자신들의 이해를 보호할 수 있는 조직을 건설하기 쉽지 않다. 따라서 대중운동의 공간을 확대하는 것은 여전히 한국 사회에서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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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대중운동의 확대로 모든 문제가 해결될까? 현대 사회는 국가의 기능이 비대화되면서 매우 세부적인 사안까지 법과 제도로 규정되어 있다. 전교조 운동의 경우에도 대부분의 사안들이 결국 법과 제도를 바꾸는 문제로 귀결된다. 사회모순이 심각해지고, 대중의 삶이 불안정해질수록 자발적인 대중투쟁이 빈발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사회적 변화를 강제할 정치적 힘이 부족하거나 정치적 전망이 부재할 때, 대중투쟁의 전진은 매우 어렵다. 대중투쟁의 목표는 직접적 이해관계의 실현으로 제한되면서 각각의 투쟁은 고립적으로 전개될 것이다. 대중투쟁이 거세게 일어나도 실제적인 변화와 성과를 얻는 데까지 나아기지 못하는 사태가 반복될 위험성이 존재한다.


결국 대안사회의 모색은 대중운동의 확대와 함께 새로운 정치운동의 건설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이 양자가 결합할 때 상호 상승적인 흐름이 나타날 수 있다. 정부와 자본은 경제 위기의 모든 책임을 노동자에게 돌리고 있다. 노동자 서민들의 희생과 고통만을 요구하고 있다. 2015년 연금법 개악, 2016년 성과연봉제와 성과퇴출제 도입은 이러한 맥락에서 강행되고 있는 박근혜 정권의 정책들이다. 현재 한국 사회는 사회구성원의 절대다수를 생존의 불안과 삶의 고통으로 몰아넣고 있다. 이는 한국만의 현상이 아니라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세계적인 현상이다. 자본주의 경제체제를 근간으로 하는 현대사회가 쉽게 벗어날 수 없는 한계에 봉착했다는 징후를 보여주는 것이다.

 

우선 자본주의의 경제적 무능력이 심화되고 있다. 자본주의의 매력은 빠른 성장 속도에 있다. 불평등이 존재하지만 빠른 성장 속도로 그 폐해를 상쇄하겠다는 것이 자본주의의 약속이다. 하지만 최근의 자본주의는 성장은 둔화된 반면, 불평등만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성장이 느려지면 불평등을 완화시켜 저성장의 고통을 분산시켜야 하는데 현실은 정반대로 가고 있다. 1%의 소수가 모든 자원과 부를 독점하는 세상이 만들어지고 있다. 경제위기를 극복하겠다는 각국정부의 정책은 결국 다수에 대한 수탈과 착취를 강화하여 소수의 부와 특권을 보호하는 것으로 귀결되고 있다. 절대다수의 빈곤과 생존의 불안은 커져가지만 이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는데 무능하다.

 

현대사회는 사람들의 일상적인 삶도 파괴하고 있다. 자본주의가 강요하는 삶의 양식이 사람들을 피폐화시키고 있다. 근대사회는 중세의 신분적 족쇄로부터 해방된 자유로운 개인 중심의 문명을 만들어냈다고 자랑하였다. 하지만 점차 자유로운 개인은 자유롭게 경쟁하는 개인으로 변질되었고, 급기야는 무한경쟁의 한복판 남겨진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었다. 경쟁 결과에 대한 모든 책임을 개인이 떠안아야 한다는 논리가 횡횡하고 있다. 사회적 유대 영역은 계속해서 상품의 영역으로 흡수되고 있다. 돈 있는 자는 모든 것을 누릴 수 있지만, 돈 없는 자는 최소한의 돌봄과 보살핌도 받지 못한다. 개인들은 과도한 경쟁으로 소모되어 가고 사회적 유대의 파괴로 고독해진다. 인간으로서의 존엄성과 생존의 안정성 모두가 위협받으면서 소수를 제외한 나머지 대다수의 사람들의 삶이 문자 그대로 쓰레기가 되어 가고 있다.

 

자본주의에 의한 생태적 위기도 역시 한계 지점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기후변화, 환경오염, 핵위기, 생물종의 멸종 급증 등 지구와 인간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점차 커지고 위기가 현실화되고 있다. 자본의 이윤이 지고지선인 사회에서 생태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무한경쟁으로 불평등이 극대화되는 사회에서 생태적 삶을 위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은 쉽지 않다. 생태문제 역시 사회의 근본적 전환 없이 해결될 수 없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수탈과 혐오도 계속 증가하고 있다. 여성, 외국인 노동자, 청소년들, 저학력자들은 노동시장의 최하층에 배치된다. 그들은 대부분은 생산직과 서비스직의 비정규직, 파견노동자, 알바노동자가 된다. 사회적 불평등과 불안의 심화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혐오를 확산시킨다. 자신의 불안을 약자에 대한 혐오를 통해 보상받으려 한다. 또한 지배세력들은 공격의 화살이 자기들에게 향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 끊임없이 혐오 대상을 의도적으로 생산한다.

 

위에서 언급한 것 이외에도 동북아시아에서의 점증하는 전쟁의 위기를 막고 평화체제를 수립해야 하는 과제 등 한국 사회는 수많은 문제들을 안고 있다. 그리고 이 문제들의 뿌리는 굉장히 깊다. 피상적인 처방으로는 치료할 수 없는 질병들이다. 따라서 진보정치는 근본적인 대전환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하지만 이것이 항상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문제만을 고민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지금은 누구도 우리가 지향해야할 궁극적인 목표와 거기에 도달하기 위한 일련의 경로를 자신 있게 제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더 많은 실천과 더 많은 논의가 쌓여야지만 우리가 가야할 길이 좀 더 명료해질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섣부르게 닫혀 있는 완결된 입장을 주장하기보다는 근본적 방향에 대한 모색 속에서도 현안에 대한 이론적 실천적 개입을 부지런히 전개해 나가야 한다. 그리고 이런 과정이 매우 개방적이고 대중적인 공간에서 진행되어야 한다,

 

정치기본권이 부재한 교사들에게 진보정치와 대안사회의 논의에 적극 참여하는데 많은 제약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우리는 법외노조 시기 기본과제인 노동기본권 쟁취와 함께 정치기본권 쟁취 투쟁을 힘차게 벌여 나가야 한다. 특히 2017년 대선국면에서 정치기본권 문제를 최대한 사회적 이슈로 부각시켜야 한다. 교사-공무원의 노동기본권 제약 못지않게 정치기본권의 완전한 박탈도 근대사회의 규범과 상식에 어긋나는 것이기 때문에 충분히 유리한 여론 지형에서 싸움을 벌일 수 있다.

 

하지만 진보정치 재구성과 대안사회 모색을 위한 고민을 정치기본권 쟁취 이후로 마냥 미룰 수만은 없다. 교사들은 전국의 모든 지역에서 활동한다. 지역사회의 여론을 주도할 수 있는 유리한 여건을 가지고 있다. 또한 많은 공식적-비공식적 관계망을 형성하고 있다. 진보정당에 직접 가입하여 활동하기는 어렵지만, 진보정치 재구성과 대안사회 모색을 위한 논의 모임에는 얼마든지 참여하여 활동할 수 있다. 교사들이 우선적으로 고민해야하는 것은 교육문제이다. 하지만 시야를 넓혀 진보정치와 대안사회의 문제에도 적극적인 관심을 가질 때, 교육운동가로서 올바른 방향성과 활력을 유지할 수 있다. 우리의 시야와 관심을 교육문제로 좁히지 말고 전체 사회적인 맥락 속에서 교육문제를 볼 수 있는 힘을 키워나가자. 그러기 위해 교사 사회 내부에서부터 진보정치와 대안사회에 논의를 활성화시키기 위한 다양한 공간들을 만들어 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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