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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호 [특집] 2017 하반기 총력투쟁_3. 문재인 정부 교육정책 난맥상의 요인과 대응방향
2017.10.13 14:29
[진보교육] 66호 (2017.10.16. 발간)
[특집] 2017년 하반기 총력투쟁
3. 문재인 정부 교육정책 난맥상의 요인과 대응방향
정세분석팀
1. 교육정책 난맥상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고 진보교육감의 아이콘이었던 김상곤 장관이 취임했지만 기대했던 ‘교육개혁’의 새바람은커녕 앞으로 교육정책이 어떻게 전개될 지 도무지 오리무중이다. 모두가 당연시했던 특권폐지, 전교조 합법화는 하염없이 뒤로 미루고 있고 입시 절대평가 전환은 논란만 불러일으키다 망신만 당한 채 유예되었다. 교원평가는 폐지가 아니라 개선한다고 한다. 당선 직후 달랑 공문 한 장(그 만큼 마음만 먹으면 개혁이 어려운 것은 아니라는 것) 으로 일제고사를 폐지시킨 이후로 교육 분야에서 그 어떤 개혁적 모습도 보이지 않고 있다. 한 마디로 교육개혁 실종이고 정책 난맥상이다.
교육정책 난맥상은 다른 분야에 비해 유독 심하다. 법조계와 정치권 개혁에 뚜렷한 의지를 보이고 있으며, 노무현 정부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겠다면서 경제 및 부동산 정책에 지속적으로 개입하고 있다. 그런데 교육 분야만큼은 노무현 정부의 실패를 답습하고 있다. 적어도 현재까지는.
왜 그럴까? 일부에서는 여소야대라는 정치적 환경과 관료들의 저항 때문이라고 생각할 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런 해석은 바짝 엎드려 있는 관료사회 분위기와 맞지 않고 개혁 기조를 분명히 하면서 법개정이 필요하지 않은 사안들은 과감히 추진하는 다른 분야와 비교할 때 설명이 되지 않는다. 난맥상의 원인은 문재인 정부 내부에 있다.
지난 몇 개월을 잠시 돌아보자. ‘교육개혁 실종’은 특권학교 폐지를 미루는 것에서부터 시작되었다. 특권학교 폐지는 대표적인 교육공약의 하나였으며 국민적 지지도 높은 사안이었다. 또한 법 개정도 필요 없고 정부 방침에 따라 얼마든지 시행할 수 있는 일이었다. 기득권층의 일부 반발이 있더라도 그것은 이미 예상 범위 안에 있는 일이었고 정권 출범 초기 매우 자연스럽게 실현할 수 있는 일이었다. 모든 사람이 예상하는 일을 추진하는 것은 반대의 힘도 크지 않으며 후휴증도 적다. 문재인 정부는 초기에 특권학교 폐지를 분명히 하면서 순차적 폐지 일정을 내놓으면서 교육개혁의 분위기를 창출하기 시작했어야 했다. 전교조의 법외노조화 문제 역시 마찬가지다. ‘특권학교 폐지’ ‘전교조 법적지위 정상화’ 등을 정권 초기 빠르게 시행해야 할 과제로 설정했던 민주당 내부 플랜 문서의 내용은 개혁을 추진하고자 한다면 정권 입장에서 볼 때 매우 타당한 것이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예상된 일부 기득권층의 반발을 핑계로 슬그머니 뒤로 미루면서 이후 더 큰 반발을 넘어서야 하는 부담을 스스로 키우고 있다.
문재인 정부 교육정책 난맥상의 하이라이트는 입시 방안 논란에서 드러났다. 수능 절대평가 전환은 문재인 정부의 공약일 뿐 아니라 박근혜 정권에서부터 추진한 것이었기 때문에 사실상 기정사실화되어 있었던 것이다. 물론 박근혜 정권 시기에 절대평가 전환의 구체적 준비가 미비했기 때문에, 그리고 절대평가 전환의 전제인 대학 개혁의 상이 국공립대통합네트워크 공약이 표명된 바 있기는 하지만 아직 공유되지 않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는 단계적 방안이 나오거나 심지어 이번처럼 유보될 수조차 있었다. 그렇지만 절대평가로의 전환이라는 방향만큼은 명확하게 할 수 있었다. 그런데 변별력 논란을 거친 후 ‘너무 성급하게 추진하면 안된다’라는 총리의 발언이 있고 나서 사실상 절대평가 전환을 포기하는 2개의 방안이 제출되는 의의의 상황이 빚어진다. 그러자 이번에는 교육단체 및 시민사회의 반발이 크게 일고 급기야 개선방안 확정이 유예되기에 이른다.
교육개혁 실종과 입시방안 논란, 유예 과정은 문재인 정부의 교육철학 및 정책기조 부재, 정권 내부 세력 간 각축을 여실히 보여준다.
2. 철학 부재와 교육 정책 방향을 둘러싼 3각 구도
가장 근본적 요인은 교육철학 부재와 그에 따른 정책기조 혼란 때문이다. 시장주의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진보개혁적 입장을 분명히 하는 것도 아니다. 교육 사안들을 바라보는 일관된 관점과 원리가 전혀 없으며, 그 때문에 상황에 따라 이리 저리 흔들리는 모습이 여실히 드러났다. 문재인 정부의 교육 정책 난맥상은 사실 대선국면 때부터 내재해 있었다. 문재인 정부의 교육공약은 일관된 방향과 틀 없이 성격이 다른 다양한 요구들의 짜깁기로 구성되어 있다. 일제고사와 특권학교 폐지, 전교조 합법화, 국공립대통합네트워크 등 교육운동 진영이 오랜 투쟁을 통해 제출해 온 것과 고교학점제와 같은 자유주의 교육정책 그리고 소프트웨어-스팀교육 강화 등 이전 정부의 교육정책과 맥락을 같이 하는 것들이 혼재되어 있다. 일관된 교육철학과 분명한 정책기조 없이 득표에 도움이 될 만한 것들을 이것저것 모아다 놓았기 때문이며 막상 정권을 잡자 어찌 해야 할지를 모르는 상태인 것이다.
이러한 철학과 정책기조의 부재 속에서 크게 3가지 교육관과 세력이 각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 진보개혁 교육관
우선 교육의 공공성과 평등을 중시하는 진보개혁 교육관과 세력이다. 전교조를 중심으로 민중진영과 교육시민단체들은 지난 20여 년 간 신자유주의 교육시장화와 이명박, 박근혜 정권의 역사퇴행적 정책들에 맞서 싸워 오면서 진보개혁적 요구와 대안들을 제출하고 확산시켜 왔다. 진보개혁 진영은 일제고사, 특권학교, 성과급과 교원평가, 역사교과서 폐지와 교육복지 확대, 서열적 입시 폐지와 국공립대통합네트워크 등을 제기해 왔다. 이러한 진보개혁적 요구는 반신자유주의 투쟁을 이끌면서 주된 흐름으로 형성되어 왔다.
* 자유주의 교육관의 부상
촛불항쟁의 흐름을 이어 받은 대선 초반만 해도 진보개혁적 기조가 중심적 위치를 차지했으나 대선 국면을 거치면서 점차 자유주의 교육정책이 부상하였다. 개인적 선택과 자율을 강조하는 자유주의 교육관은 잠재적으로 광범한 기반을 지니고 있지만 반신자유주의 투쟁 전선에서는 소극적, 주변적 위치에 있었으며 소위 진보교육감들의 진출 이후 차츰 정책적 영향을 발휘하기 시작하다 대선국면 속에서 본격적으로 빠르게 부상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자유주의라는 문재인 정부의 성격과 자유주의 교육의 잠재된 토대에 기인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대선 국면 중반 이후 국공립대통합네트워크가 교육 10대 공약에서 빠지고 고교학점제가 핵심 공약으로 등장한 것이 이러한 흐름을 잘 보여준다.
교육에 관한 한 수구 세력은 문재인 정부 외부가 아닌 내부에 있다고 보아야 한다. 왜냐하면 특권학교와 사립재단 등 교육 엘리트와 기득권 세력이 정권 담당 세력 내부에 상당 정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정권 출범 이후 교육 공약마저 후퇴시키기 위해 적극적으로 개입하기 시작했고 그렇지 않아도 정책기조가 혼란스런 와중에 영향력을 강화하였다. 그에 따라 특권학교, 전교조합법화 문제가 후퇴하였고 기득권 세력의 입김이 작용한 해괴한 입시 방안이 제출되기에 이른다.
먼저 내용의 문제를 살펴본다. 정책 난맥상 속에서 유예된 입시개선 방안 논의를 매개로 전개되는 논의 속에서 문재인 정부 시기 전체를 규정짓는 교육정책 기조가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조만간 다시금 입시 방안을 둘러싼 논쟁이 불붙을 것이다. 이후 논의는 단지 입시방안에 국한될 수 없으며 또한 그래야 한다. 만약 2017년처럼 입시방안에 국한되어 쟁점이 형성된다면 그것은 또 다시 혼란만 야기할 것이 틀림없다. 그것이 대학 서열 구조에 규정받는 한국교육의 구조적 특수성이다. 따라서 향후 논의는 입시와 연계된 대학체제개편, 교육과정 재정립 등의 문제를 총체적으로 진행 되어야 하고 그래야 올바르고 실효성있는 입시방안 마련도 가능하다. 그리고 그를 통해 교육철학과 정책기조, 방향을 잡아나가는 과정이 되어야 한다. 입시 개선 방안과 관련된 향후 논의는 다음과 같이 전개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