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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간제교사 운동의 궤적과 이후 과제

 

박영진(전교조기간제교사모임)

 

 

0. 기간제교사 운동의 궤적을 살펴보는 이유

 

기간제교사 운동을 대중들이 인식하게 된 계기는 작년 전국기간제교사연합회(이하 전기련)의 기간제교사 정규직화 투쟁이 시작되면서부터 일 것이다. 기간제교사 문제는 제도가 만들어진 90년대 후반부터 지속적으로 제기해왔지만 대중적인 운동으로 표현되지 못했었다.

전교조에서도 기간제교사의 차별 문제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제기해왔으나 기간제교사 문제는 차별 해소만으로 해결될 수 없음에도 기간제교사 스스로 다른 대안을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들 스스로 기간제교사가 정규직화 되는 길은 임용시험에 통과하는 길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또한 기간제교사 운동이 본격화되기 어려웠던 이유는 기간제교사 운동을 할 수 있는 운동단위의 부재도 있다. 전교조 내에서 기간제교사 처우개선과 차별철폐에 대한 운동이 있었지만, 몇몇 기간제교사 중심으로 차별에 대한 사례를 모아 교육청과 인권위에 전달했을 뿐 기간제교사 집단행동이 시작된 것은 얼마되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기간제교사 제도가 생겨난 지 2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고, 이 사이 기간제교사로 20년 이상 근무하는 교사들도 생겼다. 전체 기간제교사들 중 5년 이상 근무자가 절반 가까이 되고 10년 이상 근무자도 1만명에 달한다. 이는 기간제교사 일자리가 더 이상 임시직이 아니라는 의미이며, 장기 연속 근무하는 기간제교사에게 임용시험을 통한 정교사만을 강요할 수 없음을 의미한다. 10년 이상 근무자 중 상당수는 이미 가정을 꾸리고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위치의 사람들이다. 또한 이들은 젊은 시절 기간제교사로만 살아왔기 때문에 갑자기 다른 직종으로 바꿔 일할 수도 없다. 외국의 경우에도 10년 이상 비정규직 교사를 정규직 교사로 임용하는 사례는 심심치 않게 존재한다.

그동안 전기협-전기련 활동을 통해 기간제교사의 처우개선과 차별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고용안정 및 정규직화만이 해답이라는 것이 드러났다. 이러한 조건이 다시한번 기간제교사 운동을 대중적으로 만들어야 할 시기이다.

 

 

1. 기간제교사 운동의 시작

 

그동안 전교조에서 기간제교사 운동은 차별시정과 처우개선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전교조는 2003년에 기간제교사들의 모임을 꾸려 기간제교사의 차별사례를 모으고, 특히 사립학교를 중심으로 학교장의 부당한 업무지시에 대응하거나 정교사를 시켜주겠다고 ‘희망고문’을 한 부분에 대해 시정을 요구 했다. 또한 사립학교의 투명한 기간제교사 채용과 일정기간 근무한 기간제교사의 고용안정에 대한 요구를 중심으로 기간제교사 운동이 진행되었다.

그러나 당시 기간제교사의 급증에도 기간제교사 자체가 세력화되지 못한 조건에서 전교조는 기간제교사 문제 해결을 계약직 교사를 줄이고 교원증원으로 풀어나가려 했다. 때문에 기간제교사 처우개선과 차별철폐에 집중하기 보다는 교원증원 확대와 계약직 교원 축소에 집중했다. 또한 전교조와 함께 운동하던 기간제교사들은 기간제교사의 정규직화 전망이 없음을 느끼며, 임용시험을 준비하게 되고, 이중 몇몇은 이직하여 더 이상 기간제교사 운동을 이어나가기 힘들었다.

이후 교원 성과급지급에서 기간제교사들이 배제된 것에 대한 항의로 기간제교사에게 성과급 지급을 요구하는 투쟁이 생겨났다. 전교조는 기본적으로 교원 성과급 제도를 반대하지만, 도입된 상황에서 정규직 교사보다 더 열심히 일한 기간제 교원에게 성과급을 지급하지 않는 것은 명백한 차별이라고 생각하여 ‘기간제교사 성과급 집단 소송’을 진행한다. 이를 계기로 전국기간제교사연합(이하 전기련)의 전신인 전국기간제교사협의회(이하 전기협)이 발족된다.

 

 

2. 기간제교사 운동의 실질적 출발기-전국기간제교사협의회(이하 전기협) 결성

 

2012년 8월 1일에 발족한 전기협은 그해 6월 28일 1심 승소한 성과급 소송과 관련이 있다. 그해 5월 전교조의 기획 소송으로 기간제교사 4명이 “기간제교사에게도 성과급을 지급하라”는 취지의 소송을 제기해 승소했다. 이 성과를 바탕으로 7월 12일 전교조는 “기간제교사들이 자발적으로 나설 경우 집단 소송을 지원하겠다”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했다. 이후 전·현직 기간제교사 6명이 집단소송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전기협이 구성된 것이다.

현재 전국기간제교사노조로 전환된 온라인 카페도 바로 이 시기에 생겨난 것이다. 당시 기간제교사의 성과급 소송은 전기협을 탄생시키는 동력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전기협 카페에 회원들이 급증하는 계기도 만들었다. 성과급 소송은 기간제교사로 3년 정도 일했던 김모 교사가 기간제교사제도에 대해 환멸을 느끼며 대안학교로 근무지를 옮기고 성과급 소송 원고로 참여하게 되면서 시작되었다. 김모 교사도 교사의 성과급제도를 반대했지만, 그럼에도 성과급 소송에 참여하게 된 이유를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기간제교사 성과급 지급 배제는 법적 근거가 없는 명백한 차별이기 때문이다. 일반 회사가 연말에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것처럼 2001년부터 학교도 성과급을 지급하고 있다. 사실 나는 이런 방식 자체에 동의하지 않는다. 그건 교과부의 성과급 지급 방식이 교사들의 등급을 나누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생각을 가진 내가 기간제교사에게 성과급을 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어쩌면 모순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식의 성과급 지급 제도도 문제지만 비정규직이란 이유로 기간제교사들 자체를 성과급에서 배제하는 것은 더 큰 문제라고 생각했다.”

 

기간제교사 성과급 지급 투쟁은 기간제교사들만 진행한 것은 아니다. 2010년 5월 15일 ‘비정규직’ 교사인 기간제교사들이 모여있는 인터넷 카페에 정교사 안모 교사가 찾아와 “기간제교사들에게도 성과급을 지급하라는 취지의 소송을 하고 싶으니 원고가 되어 이들은 연락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안교사의 끈질긴 설득으로 2년 뒤인 2012년 ‘기간제교사 성과급 지급 소송 1심 승소’라는 성과를 거뒀다. 이렇듯 기간제교사 차별을 없애는 투쟁은 기간제교사들만 싸웠던 것도 아니고 기간제교사들만 싸울 수 있는 사안도 아니다.

당시 기간제교사에게 성과급을 지급하라는 투쟁은 기간제교사의 다른 차별을 알리는데도 많은 공헌을 했다. 지금과 비교해보면 당시 기간제교사들이 당했던 차별은 훨씬 심하지만, 여전히 존재하는 차별도 많다. 또한 기간제교사들만 방학 중에도 학교를 나와야 하는 차별이나 지금도 완전히 없어지지 않은 일명 ‘쪼개기 계약’ 문제는 심각했다. 현재에도 1년 중 4일 혹은 6일이 모자라 월급, 퇴직금 등을 제대로 받을 수 없고, 호봉에도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기간제교사의 업무는 정규직 교사의 일보다 적어 본 적이 없다. 전기협은 이렇게 산적한 기간제교사 문제를 당사자들이 해결하고자 생겨난 단체이다.

전기협은 기간제교사를 하다가 2011년 사립학교 정교사가 되었던 박은선 선생님과 여섯 명의 정교사 및 기간제교사가 공동대표를 하면서 출범한 단체이다. 전기협의 요구사항은 다음과 같다.

 

▲ 기간제교사 4만의 시대다. 정교사 자리를 최대로 확보해 예비교사의 실업률을 낮추고 교육의 질을 보장하라

▲ 사립의 불투명한 교사 채용은 이미 상식이다. 국가가 나서서 사립학교 교사 채용을 관리하고 철저히 감독하라

▲ 기간제교사도 교사요 교육공무원이다. 기가제교사에 대한 모든 차별을 철폐하라

 

전기협에서는 꾸준히 기간제교사들의 성과급 집단소송을 진행해왔고, 2심까지 승소했으나, 이후 대법원에서 파기환송하여 상고심 진행 중이다. 그러나 사법과 행정은 분리되어 있기 때문에 교육청 차원에서 기간제교사의 사기진작을 위해 기간제교사에게도 일정정도 성과급 지급을 하고 있지만, 여전히 차별은 존재한다. 당시 기간제교사들은 정교사와 차별적인 성과급 지급에 대해 기간제교사가 요구하는 것은 기간제교사의 처우를 시혜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시각에 대해 문제제기하고, 기간제교사제도의 불합리함과 기간제교사와 정교사의 차별을 근본적으로 없애는 것에 대해 요구했었다.

그러다 전기협 대표였던 박은선 선생님이 사립학교 내부고발로 부당한 해고를 당하면서 전기협 활동은 소강상태에 접어들게 된다.

 

 

3. 사회적 관심 형성기-전기련(전국기간제교사연합회) 기간제교사 정규직화 투쟁

 

그러던 중 2016년 2월, ‘세월호 기간제교사 순직 불인정’과 ‘기간제교사 빗자루 폭행 사건’의 여파로 각기 다른 직종에서 일하고 있던 세 사람이 박은선 선생님에게 연락을 한다. 이들은 박대표를 설득하여 기존 공동대표와 함께 기간제교사들만의 조직을 새롭게 꾸리는데, 그 조직이 전기련이다. 전기련은 전기협과 다르게 비영리단체 등록을 마치고, 온라인 카페 속 단체를 넘어 오프라인에서 실질적인 요구를 하려고 결성된 단체이다. 전기련은 기간제교사 문제의 심각성에 공감하는 정교사 등 일반인도 후원회원으로 가입할 수 있게 하여 전기협보다는 활동의 지평을 넓힌다.

그러다가 박은선 대표가 자신의 학교에서 당한 부당해고에 대해 복직투쟁을 포기하고 다른 직종으로 옮기면서 전기련 대표는 지금의 전국기간제교사노조 위원장인 박혜성 대표가 맡게 되며, 전기련 운동의 또 다른 국면이 시작된다. 당시 박혜성 대표가 이끄는 전기련에서 주장했던 주요 요구는 다음과 같다.

 

▲ 기간제교사의 정규직화/ 임용권자 교육감에게

▲ 정교사의 임용방식의 다양화/ 기간제교사제도 폐지

▲ 기간제교사의 고용안정-쪼개기 계약 폐지, 계약기간 준수

▲ 기간제교사의 차별시정-호봉승급, 성과급 지급 표준호봉, 1정연수, 맞춤형 복지 포인트 지급, 공무원연금법 적용

박혜성 대표가 이끈 전기련은 이후에도 전교조와 공조하여 전기협의 주요 사업을 이어오다가 기간제교사 차별을 해소하려면 고용불안을 해소하는 것이 최선일 수밖에 없다고 판단하여 기간제교사 정규직화를 기간제교사 운동의 중요한 과제로 설정한다. 그러나 당장에 기간제교사 정규직화를 요구할 시점이 마련되지 않아, 이슈화 시키지 못하다가 작년에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가이드라인’이 발표 시점에서 가이드라인에 기간제교사가 배제된 것에 항의하는 기자회견을 시작하며 본격적으로 ‘기간제교사 정규직화 운동’을 전개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한다는 듯 취임이 되자마자 공공부문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호언장담 했으나 그 결과는 실망을 넘어 노동자들의 분노를 자극했다. 공공부문 전체 비정규직의 약 절반만 전환대상으로 삼았을 뿐만 아니라 처우개선은 제한적이며, 저임금 고착화 위험이 있는 표준임금체계를 도입한 것이다. 이마저도 기간제교사, 영어전문강사 등은 모조리 제외 시켰던 것이다.

전기협에서 전기련으로의 조직개편은 양적으로 질적으로 기간제교사 운동이 한 층 더 성숙해지는 계기였으며, 최초로 기간제교사들이 거리에 나서서 투쟁했던 역사적인 사건이다. 그러나 사회적 관심사에 비해 거리로 뛰쳐나온 기간제 교사의 수는 매우 미미 했다. 전기련 시절 집회에 모인 최대 인원이 50여명정도 되었는데, 이중 기간제 교사는 절반이 조금 넘는 수준이었다. 이러한 모습은 전기련 투쟁의 의의와 한계를 동시에 보여준다. 결집된 수에 비해 누적된 모순이 너무 깊어 소수의 투쟁으로도 기간제교사 문제를 전 사회적으로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그러나 기간제교사 정규직화를 위한 주체의 동력은 너무 보잘 것 없었던 것이다.

또한 결과적으로 문재인 정부가 기간제교사를 정규직 전환 대상에서 제외함에 따라 기간제교사 운동이 장기국면에 접어들었다. 이는 기간제교사 운동을 지속할 조직정비가 필요하고, 기간제교사를 더 적극적으로 조직할 계기가 필요함을 의미하는 것이다. 정부가 전환심의위에서 기간제교사를 제외할 즈음 전기련 내부에서는 정규직화 방안과 이후 조직 재편에 대해 여러 이견들이 존재했고, 급기야 조직이 이분화 되는 결과를 낳았다.

전기련 대표와 몇몇 회원들은 기간제교사 정규직화에 대한 요구 외에 어떠한 방안도 논의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었고, 이 때문에 다수 집행부가 1차적으로 이탈했다. 또한 전기련 조직 재편을 앞두고 독자교원노조로 갈 것인지, 전교조 내에 들어가서 기간제교사를 정규직교사들과 함께 조직할 것인지를 두고 갈등하다 독자교원노조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2차로 이탈했다. 이 과정에서 다수 회원들은 영문도 모르는 채 전교조는 “기간제교사 정규직화를 반대한다”는 관념이 지배하면서 활동가층이 분열된 것이다.

 

 

4. 기간제교사 운동 성숙기-전교조내 기간제교사 운동의 시작과 함께 전국기간제교사노조 출범시기

 

기간제 교사 정규직화에 대한 전교조의 중집 입장 발표 이후 사회적으로 전교조는 기간제 교사 정규직화를 반대한다고 알려져 왔다. 이를 두고 전교조의 중집 결정이 바뀌어야 전교조 내에서 기간제 교사 운동이 가능하다고 보는 사람들이 있다. 특히 전국기간제교사노조는 이러한 입장을 바탕으로 생긴 노조이다. 그러나 전교조 중집의 결정은 당장에 바꾸기는 어려울 뿐만 아니라, 이는 전교조 조합원들의 기간제 교사 정규직화에 대한 현실적 인식을 담고 있다. 전국 기간제 교사 노조의 전신인 전기련에서 “모든 기간제 교사를 정교사화 하라!” 라는 입장이 전교조 조합원들과 예비교사들을 자극한 것이다.

모든 기간제 교사의 범위는 현직뿐만이 아니라, 기간제 교사 경험이 있는 정교사로 입직을 하지 못한 예비교사들까지 포함하는 의미인데, 이는 예비교사의 입장에서는 기간제 교사 경력이 있는 예비교사의 특혜로 비춰지기 때문에 예비교사의 집단적 반발을 피하기 어렵다. 또한 전교조 조합원의 입장에서도 기간제 교사가 정교사가 되었을 때, 사립의 경우는 한 자리에 2명의 교사가 생기는 것이며, 공립의 경우에도 정원이 교과별로 정해져 있기 때문에 휴직대체 기간제 교사가 정교사가 되었을 때, 휴직했던 사람은 다른 학교로 복직해야 하므로 현재 4년~5년의 순환 근무체제가 깨질 가능성이 있어 찬성하기 어렵다.

이에 비해 전교조기간제교사 모임에서는 단기적으로 휴직등 대체 결원자리를 정규직화 하는 ‘대체전담교사제’를 주장한다. 대체전담교사제는 임용고시생과 정교사의 충돌을 최소화 하면서 기간제 교사를 정규직화 할 수 있는 방안이다. 혹자는 대체전담교사제도를 두고 같은 교사 내 직급분리를 하는 후퇴된 안이라고 비판하지만, 기간제 교사가 주로 맡아 왔던 휴직대체 업무는 없었던 직급을 새로 만들자는 것이 아니라, 원래부터 법령에도 존재하고 우리가 하던 업무에 관하여 정규직화 하자는 방안이다. 즉, 다른 사업장처럼 사업장이 하나인 형태에서 같은 일을 하는데 직급을 분리하자는 것이 아니라, 소규모 사업장인 학교를 계속 옮겨 다니면서 하던 노동형태를 고용안정 하자는 방안이므로 정규직화의 일환이다. 지금 현 시기에 대체전담교사제도를 주장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일반 사업장에서는 휴직자가 발생하는 경우 정규직이 배치되어야 하지만, 중등 교원의 경우 교과 간 장벽이 존재하고 학교라는 사업장이 수십명 단위의 소규모로 분산되어 있어 모든 기간제 교사를 당장 정교사화 하라는 요구는 교육주체의 동의를 얻어내기 힘들기 때문이다.

전국기간제교사노조의 출범은 장기적으로는 교원노조운동의 분리를 의미한다. 한국 사회에서 비정규직 노동자가 세력화 되는 과정 자체가 정규직 노동자들과의 갈등이 많았다. 98년 IMF 경제위기 하에서 노사정위원회를 통한 정리해고, 근로자파견제 수용은 비정규직 확산의 결정적인 계기를 제공했다. 비정규직 문제의 본질은 구조조정과 노동유연화를 통한 노동자 분할 통제와 그를 통한 노동자 착취 강화라는 국가와 자본의 전략에 대한 대응이다. 그러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정규직 노동자들과 연대하지 않고, 각개 약진하여 투쟁한다면 국가와 자본의 전략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없다.

그동안 비정규직 운동을 통해서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동자의 단결 확대를 위한 공동투쟁의 형성의 측면에서 제대로 된 투쟁을 형성하지 못했다. 최근에 여러 사업장에서 정규직 노동자의 실리적인 입장이 문제가 되었다. 현재의 정규직 노동자의 실리적인 입장을 비판하고 바꾸어내야 하지만, 이에 대한 반 편향으로 비정규직 노조만을 강조할 경우 자본의 노동자 분할 전략에 공동으로 맞서기 보다는 자칫 상호 갈등을 확대하거나 적대적인 양상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따라서 비정규직 운동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공동투쟁의 형성과 단결의 확대라는 관점에서 실천하며 신뢰를 형성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기간제 교사 운동이 출발부터 분리주의로 시작한다면, 장기적으로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연대는 요원할 것이다.

 

5. 기간제교사 운동이 어려운 이유

 

앞에서 살펴봤지만, 기간제교사들이 나서서 자기 문제로 인식한지는 거의 기간제교사제도가 생기면서부터이다. 그러나 4만6천 기간제교사들 중 집단행동을 하는 사람은 몇십명 정도가 전부이다. 이는 기간제교사를 규정하는 여러 조건들과 관계가 있다.

우선 기간제교사는 노동법에도 교육공무원법에도 보호받지 못하는 극심한 고용불안정에 시달리기 때문이다. 아직도 채용 시 “전교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묻는 관리자들이 있다. 또한 기간제교사 운영지침에는 계약서를 써도 계약을 중도에 해지할 수 있는 예외 조항이 있다. 계약서를 쓰더라도 예외조항으로 “정교사들의 사정과 교육청의 사정으로 계약기간보다 일찍 계약만료가 될 수 있다”는 조항이 있다. 조항 자체도 문제이지만, 이 조항을 악용하여 기간제교사가 정치적 행동에 나선다는 것은 곧바로 해고로 이어지는 조건이다.

또한 계약기간을 다 채웠어도 다른 학교로 이직할 때 전 학교에서 기간제교사가 어떻게 행동했는지, 교감단들의 네트워크를 통해 서로 정보를 주고받기 때문에 기간제교사는 늘 감시체제 속에서 살게 된다. 따라서 기간제교사가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는 것은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해고를 감수하는 일이다.

과거 전기협이나 전기련으로 활동했던 기간제교사들도 오랫동안 별 성과가 없자, 임용시험이나 이직을 준비했다. 그러나 현재는 고경력 기간제교사가 늘어나면서 과거처럼 쉽게 임용시험을 준비하거나 이직을 준비하지는 못한다. 이는 기간제교사가 하나의 비정규직종으로 구조화된 것과 동시에 기간제교사 운동주체가 안정적으로 생기고 있다는 의미도 될 것이다.

기간제교사의 이해와 요구를 담아낼 운동단위의 부재도 기간제교사 운동을 어렵게 했다. 전교조는 기간제교사를 조합원 대상으로 하지만, 기간제교사를 적극적으로 조직할 계획도 미약했고, 기간제교사의 불안정한 신분에 맞게 조합원 자격을 유지하는 방향에 대한 고민도 부재했다. 앞으로 기간제교사 운동이 전교조 내에서 활발하게 진행되려면 전교조가 기간제교사의 이해와 요구에 맞는 운동단위가 필요하다. 이와 관련해서는 전교조 기간제교사 모임에서 ‘기간제교사 처우개선 및 고용안정과 정규직화 추진을 위한 기간제교사 특별위원회’를 제안한바 있다.

마지막으로 기간제교사 스스로 운동의 주체임을 확신하지 못하는 문제도 있다. 많은 수의 기간제교사는 임용시험준비생이기도 하다. 이들에게 기간제교사 정규직화가 가능하다는 비전을 보여주면 임용시험을 무리하게 준비하지 않고 기간제교사 정규직화 투쟁에 결합할 수 있을 것이다. 때문에 기간제교사 정규직화에 대한 방안을 연구하는 일은 기간제교사들에게 운동의 동기를 제공하는 일이기도 하다.

 

 

6. 전교조 내에서 기간제교사 운동을 시작하는 의미

 

기간제교사보다 먼저 투쟁을 시작한 다른 직종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은 2000년대 초반부터 꾸준히 이어져 왔지만, 3%에 미달하는 조직률이 보여주듯이 주체형성의 성과가 뚜렷하지 않다. 이에 대해 오랫동안 비정규직 투쟁을 연구해온 가톨릭대 조돈문 교수는 자신의 책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은 조건상 수세적·방어적 투쟁의 성격이 강하고 정규직 투쟁에 비해 외부연대에 대한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라는 지적을 했다. 즉 비정규직의 투쟁은 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에 비해 공세적이기 어렵고, 투쟁의 성과가 노조 조직률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얘기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정규직 노조와의 연대 여부가 중요하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기간제교사의 경우도 이에 대한 평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생각된다. 앞서 기간제교사가 운동의 주체로 나서기 어려운 조건에서 정교사와의 연대는 절실할 뿐만 아니라, 기간제교사 운동이 수렴되는 지점도 고려해 봐야 한다.

전교조 내에서 기간제교사 운동을 시작하는 일은 기간제교사에게 전교조가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 달라는 의미이다. 기간제교사 운동은 기간제교사만으로 진행하기도 어렵지만, 바람직하지도 않다. 현재 민주노조운동에서 정규직중심의 노동운동이 지속적으로 문제가 되어 왔다. 조직 내 비정규직 노동자가 없다면 비정규직 교원의 문제를 자기 문제로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다.

과거 전기협이나 전기련 시절에도 전교조가 든든한 후원이 되었다. 이제 후원을 넘어 전교조가 기간제교사와 함께 학교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해 나가자는 의미이다. 기간제교사들이 고용안정만 이루어진다면 그 성과가 전교조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 교육공무직에서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경우도 교육감과 직접 고용이 채결된 후 조합원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노동조합은 조합원들의 노동조건 개선과 함께 급성장하는 것이다.

 

 

7. 전교조 기간제교사 운동의 방향

 

전교조기간제교사모임에서는 기간제교사 운동을 본격화 하기 위해 전교조에 공식적으로 ‘기간제교사 처우개선 및 고용안정과 정규직화를 위한 특별위원회’ 설치를 제안했다. 이 안건은 아직도 논의 중이나 일부에서는 ‘기간제교사 특별위원회’ 보다는 ‘학교 비정규직 특별위원회’를 설치하고 학비특위에 기간제교사 분과를 두자는 입장도 있다. ‘기간제교사 특별위원회’는 교원노조에서 기간제교사가 조합원 대상임에도 비정규직 교원에 대한 사업을 소홀히 하고 적극적으로 조직화 하지 않은 반성에서 출발한다. 또한 기간제교사 정규직화 방안을 연구하며, 전교조 운동에서 이를 실천할 수 있는 전략을 생산하는 기구이다. 그러나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는 따로 속해 있는 노조가 있으며, 각 노조에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위한 실천을 독자적으로 진행한다. 필요하다면 전교조에서 교육공무직과 학비노조와 함께 연대 실천을 위한 연대단위를 꾸리면 될 것이다. 즉, 기간제교사 특위는 학비특위로 대체될 수 있는 기구가 아니다.

따라서 전교조는 기간제교사 조합원들의 뜻을 잘 헤아려 ‘기간제교사 특위’ 구성에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다. ‘기간제교사 특위’가 만들어진 후 다음과 같은 일을 해야 할 것이다.

 

▲ 기간제교사 정규직화 방안 연구 및 연속 토론회/ 정규직화 투쟁

▲ 기간제교사 교권 상담소 운영 및 차별방지 소책자 발간

▲ 기간제교사 조합원으로의 조직화-기간제교사 중 10% 가입 목표

▲ 진보교육감 출마시 기간제 교사 정규직화 정책 제안

▲ 교육주체들과 함께 교원증원 확대 투쟁

▲ 비정규직 교원 양산하는 교육정책 반대 투쟁

▲ 비정규직 없는 학교 만들기 실천

 

신분 불안과 차별로 시름하던 기간제교사들이 전교조 내에서 공식적인 운동을 만들려 한다. 이러한 운동의 흐름은 과거 기간제교사들의 헌신적인 투쟁과 전교조의 지지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하다. 얼마 전 교육주체(전교조, 전교조기간제교사모임, 평등교육실현을위한전국학부모회, 전국교육대학연합, 전국사범대학학생회연합)들이 모여 교원증원촉구를 위한 기자회견을 열고 의견서를 청와대에 제출했다. 우리는 이제 같은 배를 타고 막 항해를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 이제는 기간제교사 운동의 중심이 전교조이길 바란다. 기간제교사의 정규직화의 성과로 비정규직없는 학교만들기를 현실화 하고 전교조가 사회적 연대를 실질적으로 실천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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