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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호 한국형 교육시장창출전략 해부

2001.07.12 14:31

손지희/홍은광 조회 수:1570 추천:7

한국형 교육시장 창출 전략 해부

한국형 교육시장 창출 전략 해부

손지희(교육이론분과), 홍은광(대학교육분과)

Ⅰ. 어디까지 왔니? 여기까지 왔다!
- 새로운 교육시장의 창출과 사교육 시장의 팽창

90년대 중반이후 현재까지의 교육재편 흐름을 관통하는 기조는 "신자유주의"이다. 신자유주의적 교육재편 시나리오는 다음과 같이 정리된다.

방향

교육시장화

담론
혹은
수사

경제 이데올로기 - 세계화, 정보화, 지식기반사회, 경쟁력, 신지식인 수월성, 수요자 중심, 다양성, 선택
자율-책무

핵심기제

- 공급자 간의 경쟁 유발
(학교 및 교사간 경쟁 강화, 평가 강화)
- 소비자의 선택권 확대 (교과, 교사, 학교)

주요

정책

교육과정개편(7차 교육과정)
교직에 대한 구조조정
(교직발전종합대책안, 양성기관 구조조정, 교원수급의 유연화, 다단계화, 비정규직 비율 확대, 성과급 등 교사 간 경쟁 유발책)
자립형사립고, 국제고, 특성화고, 공립대안학교 도입.(서열화)
대학구조조정(대학입학전형의 다양화, 대학분화(연구중심/교육중심/직업중심), BK21사업)
"자율적"운영기구의 제도화와 "평가-지원"연계 시스템 구축

귀결점
(교육의 공공성 파괴)

교육체제의 수직적 분할 및 이로 인한 교육기회의 차등적 배분
구매력이 교육기회 획득의 유일한 지표로서 자리잡음.
시장이윤 창출을 위한 학교의 도구화
평생 학습 경제 사회의 도래

사회재생산
자본-교육

"돈-교육"간의 강력한 연관 창출
(20대 80의 불평등한 사회 재생산메커니즘의 안정화로 계층간의 불평등 세습 노골화.)
교육의 상대적 자율성은 극도로 저하
(기간교육체제의 對자본 종속 심화, 자본의 교육시장 장악)

신자유주의적 교육재편시도는 교육에 대한 폭넓은 불만과 '이런 문제투성이 교육을 개혁한다'는 선언에 대한 대중의 기대감을 등에 엎고 승승장구해왔다. 이 땅에 '교육시장'이 창출될 날도 이제 머지 않았다.

지금까지 신자유주의적 교육정책들은 본래 취지를 100% 달성하며 '무난하게' 진행되진 않았다. 때로는 교육주체들의 저항에 밀려, 때로는 '구태의연한' 관료주의적 관행 탓에 본래 구상대로 착착 진행되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불협화음을 근거로 '신자유주의 교육재편은 실패할 것이다'라는 전망을 품기에는 상황이 만만치 않다. 실제로, 신자유주의적 교육정책마다 논란과 부분적인 저항은 끊이지 않고 일어났지만 다소 미뤄지거나 축소될지언정 계획 자체가 백지화된 사례는 없었다.

붕괴라는 자극적 용어를 빌어 표현되기 시작한, '더 이상 교육이 되지 않는다'는 위기감이 팽배하게 된 근원에는 공교육의 개념과 틀 자체를 뒤바꾸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한 가지 짚고 넘어갈 일이 있다. '붕괴'로 표현되는 현상은 결코 불평등한 사회재생산 메커니즘의 붕괴를 의미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무너질 것은 무너져야 된다'며 '붕괴'를 반기든, '붕괴'를 막겠다며 신자유주의적 해법을 강하게 들이밀든, 결국 남는 것은 '가진 자만을 위한 교육'이요 '교육의 공공성 파괴'다.

신자유주의적 교육재편은 그간 제도교육이 '은연중에' 행해온 불평등의 재생산 기능을 안정화, 체계화, 노골화하겠다는 발상을 깔고 진행되고 있다. 한편으로는 위기론을 부추기면서, 한편으로는 지식기반사회와 경쟁력을 앞세우며 추진되어온 신자유주의 교육재편은 자본주의의 사회재생산메커니즘을 '새롭게' 구축하려는 전략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이 글에서는 지난 6년 간의 신자유주의적 교육재편이 어떤 전략들을 통해, 어느 지점까지 도달했는지를 논의한다. 신자유주의적 교육재편 전략의 목표지점인 '교육시장화'가 판단의 준거이다. 이후에서는 두 가지 영역을 동시에 다룬다. 공(public)적영역과 사(private)가 그것이다. 전자는 교육시장이 창출되려 하는 영역이며, 후자는 이미 시장 존재하는 영역이다. 신자유주의적 교육재편을 통해 두 영역의 시장화가 어떻게 진행되는지를 다룬다. 먼저 기간교육체제 내부의 시장 창출을 초중등과 고등교육으로 나누어 Ⅱ장과 Ⅲ장에서 각각 다룬다. 주된 관심은 한국에서의 교육시장화 전략, 현재까지의 추이 그리고 전망이다. Ⅳ장에서는 이미 존재하는 시장인 사교육시장의 팽창 및 자본의 교육 진출전략을 다룬다. Ⅴ장에서는 앞부분의 논의를 모아 각 영역의 신자유주의적 교육정책이 서로 어떻게 연결되는지 간략히 정리한다. 마지막으로 Ⅵ장에서는 교육시장화가 그려낼 암울한 미래를 전망해본다.

Ⅱ. 중등교육의 신자유주의적 재편전략과 추이

1. 너희들의 Rhetoric. 그 속내를 까발려주마!

가. 개혁의 본질

1995년 5.31 교육개혁안에서 '신교육체제'의 지향점은 기존의 교육체제에 대한 anti 테제 형식으로 제시되었다. 이를테면, 단순암기위주의 획일적 교육 → 창의성을 배양하는 다양한 교육, 공급자 중심 → 수요자 중심, 수요자 간 경쟁체제 → 공급자 간 경쟁체제, 규제위주→자율과 참여위주 등이다.

재구조화의 방향을 규정하는데 동원된 핵심 수사는 "자율과 책무", "수요자 중심"이었다. 95년부터 시작된 교육개혁의 기본구도는 "다양화와 선택"인데, '다양화'의 책임은 공급자에게, 선택의 권한은 소비자에게 있다는 의미였다. 이런 슬로건은 교육 시장화의 전제조건에 해당하는 것이었지만, 획일적인 국가통제와 행정관료주의 덕에 형편없이 낮아진 교육의 질을 제고하는 전략으로 포장되었다.

95년부터 진행된 교육개혁은 교육주체간의 관계를 경제적 관계(소비자-공급자)로 환원시키면서 시장 메커니즘의 도입을 합리화하였는데, 이는 '소비자'인 대중의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왜냐하면, 그간 억눌려왔던 권리행사가 가능해지리라는 환상을 품게 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수사들과 수사의 적절한 사용은 교육에 대한 일반대중의 상식을 바꾸어놓는 이데올로기적 효과를 발휘했다.

이처럼 신자유주의적 교육개혁은 '학습자 중심', '선택권 확대' 등 고객지향을 변화의 방향으로 천명하며 출발하였다. 기존 교육에 대한 안티테제를 새로운 교육의 상으로 설정함으로써, 신자유주의적 교육개혁은 그간 억눌려왔던 학습자의 권리행사를 강화함으로써 '교육민주화'가 앞당겨질지도 모른다는 오해를 낳기도 하였다. 여기에서 교육소비자는 '학생'과 '학부모'만은 아닌데, 새로운 노동력 공급을 필요로 하는 자본 역시 중요한 고객이다. 이는 교육부의 명칭을 '교육인적자원부'로 바꾼 데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교육주체인 학생과 학부모를 소비자로 규정하는 것에는 '구매력'의 차이에 따라 대접이 달라진다는 의미가 들어있다. 뿐만 아니라, 교육은 자본의 '인적 자원'에 대한 요구에 철저히 종속된다.

한편, 소비자의 '선택'을 가능하게 하려면 '다양한 상품'의 존재가 필수적인데, '다양한 교육상품의 창출'은 공급자의 절대적인 사명이 되어버린다. 교육활동과 내용은 보편적인 교육적 가치보다는 '상품적 가치'에 의해 규정된다.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그래야 한다.

공급자가 수요자의 요구에 민감하게 반응하여 '다양한' 교육상품을 만들어내려면 공급자는 새로운 규율로 무장해야 한다. '다양화'의 책임을 떠맡게 된 단위학교 및 교사에게 제시된 행위지침은 "자율과 책무"였다. 권한이양(분권화)으로 표현되기도 하는 학교 운영의 자율성 확대가 강조된 진짜 이유는 단위학교, 혹은 교사가 '소비자'의 요구에 민감하게 대처하기 위해선 유연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신자유주의적 교육재편에서 말하는 자율성 확대는 바로 경쟁이라는 전제 하에서만 허용되는 특정한 의미의 자율성에 불과하다.

신자유주의적 교육개혁은 "교육의 질 제고"라는 명분으로 공급자 간의 경쟁과 소비자의 선택을 정당화해왔다. 공급자들 사이에서 '질 높은 교육'을 향한 경쟁이 일어나려면 각종 규제는 거추장스럽기 때문이다. 결국, 교육공급자가 내면화해야 하는 제1의 지침은 경쟁과 경쟁에 필요한 유연성 갖추기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교육소비자는 자신이 원하는 교육보다는 능력(돈)에 따라 교육을 '선택'하게 된다.

요컨대, 95년부터 시작된 교육개혁은 그 지향점이 교육의 시장화에 있는 신자유주의적 성격의 교육재편으로 규정할 수 있다. 개혁안에서 빈번히 사용된 '다양성', '선택' 등의 수사는 신자유주의적 교육재편이 지향하는 '교육시장화'의 맥락에서 사용됨을 간파해야 한다.

나. 구체적 기제들

"교육시장화"라는 귀착점을 염두에 두고 사용된 수사들 때문에 대중들은 혼란을 일으켰다. 다양성, 선택, 자율성 등 하나같이 긍정적 뉘앙스를 풍기는 용어들로 가득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개혁 슬로건들이 정책으로 하나둘 그 실체를 드러냄에 따라 신자유주의적 교육개편의 실상이 무엇인지 분명해지고 있다. 1999년 이전까지 교육개혁의 추진은 주로 산발적인 과제의 형태로 진행되어 교육현장을 어수선하게 만든 정도였다면, 7차 교육과정의 시행으로 "교육시장화"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여기에서는 1995년 이후의 교육정책 중 의미있는 변화를 유발하고 있거나 유발하게 될 것들을 '교육시장화'라는 맥락에서 살펴본다.

(1) 자율과 책무를 위한 기제 - 공급자를 규율하는 원리와 기제들

① 학교운영위원회 - "자율적" 운영기구의 제도화

교육개혁이 추진된 후로 나타난 현상 중의 하나는 학교 내에 각종 위원회가 설치되었다는 것이다. 이는 단위학교에서 "자율적이고 민주적으로 의사결정"을 하게 만든다는 취지로 나타난 행태였다. 그러나 여전히, 위원회라는 민주주의적 형식으로 포장한 채 관료적이고 비민주적인 방식의 의사결정이 계속되고 있다. 노사정 위원회가 그렇듯이 '허구화'된 민주주의에 불과하다. 힘의 관계가 온존하는 상황에서 위원회 몇 개 만든다고 해서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나진 않는다. 오히려 '절차'를 거침으로서 소수에 의한 의사결정이 정당한 것으로 비추어진다.

가장 핵심적인 것은 학교운영위원회이다. 1996년 처음 도입된 "학교운영위원회"는 비민주적인 의사결정구조를 개선하고 관료의 독선을 견제할 수 있는 장치라는 점에 의미가 부여되어 많은 주목을 받았다. 본래 학교운영위원회는 '단위학교책임경영제'의 하위 요소로 제시된 것이다. 여기서는 기업과 마찬가지로 학교조직을 '경영'의 관점, 즉 투입-산출 논리를 근간으로 하는 경제적 관점으로 학교조직을 바라본다. 경영권을 학교에 주되, 투입된 자원에 대한 결과를 단위학교는 평가받고 책임져야 한다. 그리고 경영에 대한 평가 결과는 소비자의 선택에 필요한 정보로 제공되고 소비자 선택의 결과에 따라 학교는 차등적인 지원을 받게 된다.

각 주체들의 동상이몽1) 속에서 도입된 학교운영위원회에서 주목할 사항은 첫째, '소비자'(학부모와 지역사회인사)가 학교운영에 개입할 수 있는 합법적 공간을 마련하는데 목적을 둔 제도라는 점이다. 학교운영위원회를 통해 가장 권력이 강화된 집단은 '학부모'이며, 교장의 권력은 거의 약화되지 않았다.2) 반면 학교운영위원회 도입으로 의사결정에 대한 학생과 교사의 참여가 확대되었다는 증거는 발견되지 않는다. 본질이 이러함에도, 학교운영위원회는 선거라든가 회의, 표결 등의 의회민주주의적 절차를 적용함으로써 '민주적인 제도'로 인식되고 있다. 무엇보다도, 학교운영위원회의 의사결정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은 '수요자'의 입장을 수용해야 한다는 점이다.

요컨대, 교육시장화의 측면에서 보았을 때, 학교운영위원회는 상부기관이 독점하던 의사결정권의 일부를 단위학교에 떼어줌으로써 교육수요자의 요구에 학교가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공급자를 재규율하는 "유연화 장치"의 일종이다.

현재까지 학교운영위원회는 상충하는 두 의도(신자유주의와 학교민주화) 사이에서 어정쩡한 모습을 유지하고 있을 뿐이지만, 이는 아직 공교육체제 내부의 '교육시장'이 아직 완성되지 않은 탓일 뿐이다. 공교육 체제 내부에 교육시장이 창출되면 학교운영위원회는 지금의 어정쩡한 모습이 아닌 신자유주의적 교육재편구상에 부합하는 형태로 자리를 잡아갈 것이다.

학교운영위원회 도입과 함께 음성적으로 이루어지던 학부모의 재정적 후원이 "학교발전기금"의 형태로 합법화되었다는 점도 중요하다. 서열이 분명한 대학체제에서는 이미 서열에 따라 "학교발전기금"의 액수가 큰 차이를 보인다. 미국의 대학 총장들은 발전기금을 모으러 다니느라 분주하고 근무시간 중 상당부분을 여기에 투여한다고 한다. 잘 사는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의 학부모들은 자식이 좀더 근사한 환경에서 공부에 매진하도록 거액을 기부금을 턱턱 내놓으며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고, 그렇지 못한 대다수의 학교는 운영 난에 시달리면서 최소한의 교육여건조차 갖추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질 것이다. 앞으로 기간교육체제 내부에 교육시장이 창출되고 학교운영기금을 학교단위에서 마련해야 한다면 학교간의 격차는 심화될 수밖에 없다.

교육시장화라는 맥락을 떠나서라면 학교운영위원회는 분명 필요하고 긍정적인 제도이다. 그러나 교육시장화라는 맥락에서 제기되어 도입된 학교운영위원회는 앞으로 교육에 대한 책임을 단위학교로 전가하고 학교 간의 교육자원 격차를 합리화하는 장치로서 기능하게 될 것이다.

② 학교평가, 교사평가, 학업성취도 평가 : 평가 → 책무성 → 교육의 질

학교운영위원회가 "자율성"을 강조하며 도입된 것이라면 학교평가는 "책무성" 강화를 위해 도입된 제도이다. 학교평가는 1996년 시·도교육청 평가를 시작으로 계속 확대 강화되는 추세에 있다. 평가의 강화를 정당화하는 담론 가운데 하나는 "공(公)이든 사(私)든 경쟁상황 하에서 효율성은 높아진다"라는 경쟁에 대한 신념이다. 평가는 '경쟁'을 전제로 하며, 한편으로는 피평가자의 평가자에 대한 예속과 통제의 강화를 함의한다. 평가는 평가로 그치지 않고 이후의 피평가자의 행위에 영향을 미친다. 평가-지원을 연계하려는 시도는 아직 널리 퍼지지 않고 있으나 기본적으로 학교평가의 의도는 평가결과에 따라 지원상의 차등을 두는데 그 목적이 있다.

교육개혁안에서 누누이 강조된 "책무성"을 뒷받침할 수 있는 장치로 제기된 학교나 교사에 대한 평가는 학교운영위원회와 마찬가지로 아직까지는 그 '진정한' 의미가 무엇인지 제대로 드러나지 않고 있다. 왜냐하면 현재까지 실시된 학교평가는 신자유주의적 교육개혁에서 본래 구상한 바와는 다소 거리가 있기 때문이며, 교육시장이 완전한 모습을 갖추지 못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현재 학교평가는 교육청의 지시사항 이행여부를 확인하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식의 '불완전한 평가' 만으로도 '평가'의 문제점은 충분히 드러나고 있다. '자율성'은 강조되었지만, 평가자에 해당하는 상부기관의 '눈치보기' 현상, 즉 관료주의의 횡포는 더욱 심해졌고, '형식적인 문서작업'을 포함한 잡무성 업무들이 교사들을 짓누르고 있다. 대부분의 교장들은 평가를 의식하여 하지 않아도 될 일까지 무리하게 추진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교육개혁 추진과제의 실시여부를 평가 항목에 포함시킴으로써 '평가'는 정책 추진의 동력이 되고 있다. 신자유주의적 교육개혁은 기존의 관료적 통제 구조를 온존시키면서, 정확하게는 이를 최대한 활용하면서 여기에 '평가'라는 압력기제를 덧붙여 정책의 추진 동력을 확보하였다.

요컨대, 신자유주의 교육개편에서의 '자율성-책무성'틀은 '책무성'을 위해 '자율성'이 동원된 것으로서 "우리는 평가할 테니 너희들은 알아서(자율성) 기어라"는 식의 새롭고 강력한 그러면서도 여전히 관료적인 통제방식이다. 이 점에서 신자유주의가 '관료주의의 폐해를 극복할 지도 모른다'는 기대는 착각에 불과한 것이다.

더불어, 교사에 대한 평가도 강화되는 추세에 있다. 평가를 비롯 연수학점제 및 성과급, 나아가 교직발전종합대책안은 이미 시행 중이거나 시행을 앞두고 있는 교원정책들로서 교사간의 경쟁 유발을 도모하는 장치들이다. 근무평정이 가진 폐해를 극복하기는커녕 교육시장화와 결합되면서 기존의 폐해를 확대재생산할 것이 불보듯 훤한 제도들이다. 이러한 제도들은 평가라는 장치를 주로 활용하면서 교직 내부의 경쟁과 분할을 강화함으로써 결과적으로 교사에 대한 통제는 보다 강화된다. 교사들은 서로 경쟁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되어 상부의 평가를 지금보다 더 많이 의식해야 하는 구조 속에 편입된다. 이로써, 교사간의 수평적 유대는 매우 약화되는 반면 평가권을 쥐고 있는 상부단위와의 수직적인 결합은 강화된다.

얼마 전 실시된 학업성취도 평가는 앞으로 계속 확대 강화되면서 학교의 질을 판단하는 지표로 활용될 것이다. 이는 곧 학교 간 비교에 활용되어 학교의 서열을 알려주는 자료가 될 것이고 이후 학교선택에 필요한 정보로서 소비자들에게 일목요연하게 제시될 것이다. 게다가 학업성취도평가는 사회적, 경제적 격차가 반영된 성취도의 차이를 학교와 교사의 책임으로 전가하는 구실을 한다. 뿐만 아니라,'성취도 수준을 높이는 방향' 즉, 성취도 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얻어 소비자의 선택을 유도하는 방향으로 학교와 교사의 행위를 이끌어갈 것이다.

불행히도(!) 이런 식의 기제들은 중등에서는 큰 변화를 유발하지는 못하고 있다. 왜냐하면, 중등은 사립의 비중이 높고 서열화가 분명한 대학체제와는 달리 '공립'의 비중이 높고 사립 역시 납입금 및 교육내용, 선발방식 등에서 공립과 차이가 없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더 중요하게는 학교간 격차, 즉 서열화가 대학처럼 명료하게 진행되지 않은 탓에 이런 식의 기제(공급자 간의 경쟁유발책)로는 근본적인 변화가 나타나기 어렵다. 대학보다 '공교육'으로서의 성격이 강한 초·중등 교육에 근본적인 변화를 유발할 가능성이 있는 전략은 '교육과정개편'이다. '교육과정'(curriculum)의 변화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게 7차 교육과정의 특징이다. 7차 교육과정에는 교육 내용의 변화는 물론 교육과정 운영의 메커니즘 자체를 변화시킬 요소들이 가득 차 있다. 뿐만 아니라, 7차와 더불어 추진되는 아니 더불어 추진되어야만 하는 입시제도 변화, 자립형 사립고 도입 등의 고등학교 재편정책과 교원정책은 7차를 계기로 나타날 폭넓은 변화를 짐작케 한다.

2. "7차 체제" - 20대 80의 사회구조 고착화를 향한 교육시장 창출 전략

① 교육과정 개편을 통한 재구조화 시도로서의 7차 교육과정

7차 교육과정은 기존의 교육과정 개편과는 질적으로 다르다. 교과서가 바뀌는 수준의 교육과정 변화가 아니다. 기존의 학교체제를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으면 현실화가 불가능하다는 사실에서도 이 점이 드러난다. 7차를 '제대로' 시행하려면 교원의 수급방식, 학교의 공간 구조, 학습집단 조직방식 등 학교교육과정이 운영되는 틀 자체를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 이처럼, 7차 교육과정은 단지 교과 내용을 바꾸는 것에서 끝나지 않으며 교직, 학교체제, 상급학교 진학 등 교육체제 전반에 폭넓은 변화를 유발하는 요소이다.

나아가, 7차 교육과정은 중등교육 내부의 교육시장 창출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학교교육의 핵심인 교육과정을 개편하면 공급자에 대한 압력기제만으로 이끌어내기 어려운 변화들을 꾀할 수 있게 된다. 7차 교육과정을 기점으로 일어날 변화는 교원과 전체 학교구조 개편까지 포함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7차 교육과정의 도입과 시행에는 교육시장화로 가는 물꼬를 튼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이처럼 7차는 교육과정을 중심으로 하여 공교육 체제의 변화까지 아우르는 포괄적인 성격의 개편전략이므로 이를 "7차 체제"라 명명할 수 있다. 7차 체제는 한 마디로 한국형 교육시장의 창출 전략이라고 볼 수 있다. 이는 교육에서 시장 논리가 전면화된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② 7차의 핵심 원리 - "분할"과 "선택" 그리고 "경쟁"

교육부는 7차를 "학습자 중심의 교육과정"이라고 성격을 규정하면서 교육과정 구성과 운영의 역할분담체제를 구축하여 단위학교와 교사의 자율적 권한을 높이는데 그 의의가 있음을 강조한다. 7차 교육과정은 기존의 공급자 중심의 획일적 교육과정과는 달리 공급자를 유연화시켜 수요자의 요구에 민감하게 반응하게 함으로써 결과적으로 교육의 다양성을 보장할 수 있다고 본다. 7차는 10년간의 국민 공통기본교육과정, 재량활동 신설 등 여러 가지 내용을 담고 있지만, 7차를 구성하는 내용 중 가장 주목해야 할 부분은 수준별 교육과정 및 선택형 교육과정의 도입이다. 이런 식의 교육과정을 운영하려면 학습집단을 조직하는 방식, 교원의 수급 및 조직방식, 그리고 학습자와 교사가 매개되는 틀을 전면적으로 개편해야만 한다.

수준별 교육과정과 선택형 교육과정 운영을 기본틀로 하는 7차 교육과정의 기본원리는 "분할"과 "선택" 그리고 "경쟁"이다.

분할이란 학습집단과 교사, 교육내용을 가능하면 잘게 쪼개는 것이다. "분할"은 개념상 수직적 분할과 수평적 분할로 분류할 수 있다. 수직적 분할이 선택의 원리와 연결되면 이는 곧 서열화를 의미한다. 반면, 수평적 분할은 동등한 내용물에 대한 선호에 따른 선택이므로 다양성을 내포한다. 7차에서 표방한 원리는 "다양성"이지만, 현실적으로 그리고 7차의 구성내용을 보면 "서열화"나 마찬가지임을 알 수 있다.

학습집단을 쪼개는 근거는 성적에 의해서일 수도 있고 관심과 적성에 의해서일 수도 있다. 수준별 교육과정에서는 학습자 집단을 성적에 따라 가능한 수만큼 쪼개고 집단별로 교육과정을 차등적으로 배분한다는 원리를 담는다. 7차는 이를 '맞춤식' 수업으로 설명하면서 각 집단간의 학업성취도 격차가 줄어들게 된다며 근거 없이 그 효과를 부풀린다. 그러나 수준별 교육과정을 시행해온 외국의 사례에 따르면 집단 간의 격차가 줄기는커녕 오히려 해가 갈수록 벌어진다고 한다. 오히려 능력별 학습집단 편성이나 트랙킹을 해체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능력별 집단편성에서 가장 유리한 것은 상위집단이며, 하위집단으로 분류된 학생은 '자신의 수준에 맞는 수업'을 받는데서 그치지 않고 잠재적 교육과정에 의해 정서적인 손상마저 입게 된다. 그리고 교육자원의 할당은 '상위집단'에 집중됨으로써 결과적으로 빈익빈부익부로 귀결된다.

7차의 선택형 교육과정에서 표방한 바는 학습내용의 선택에 따른 학습집단의 분할이다. 선택형 교육과정은 조만간 추진될 고등학교 체제 개편의 과도기적 형태임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선택형 교육과정은 7차에서 제시된 내용만을 보아서는 동등한 내용 간의 수평적 분할, 즉 다양성을 지향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차등화'와 '수직적 분할' 즉 서열화로 이어진다. 물론 선택형 교육과정에서 표방한 논리만으로는 '서열화'를 단정지을 수 없다. 형식논리보다는 이런 논리가 수용될 현실 맥락을 고려하면 결국 이는 '서열화'로 귀결됨을 예상할 수 있다. 더군다나 7차에서는 선택의 다양한 대상 중 선택의 논리가 적용될 경우 그 폐해가 심각할 '교과'를 주요 대상으로 하고 있다. 교과활동은 학교 내 평가 및 상급학교 진학과 직접 연결된 부분이기 때문에, 7차 식의 선택 원리 도입은 '진정한 선택권의 보장'보다는 '입시에 대응하기 위한 선택 촉진'으로 귀결되어 버린다. 즉 입시에 유리한 방향으로 선택의 양상이 나타나기 때문에 '경쟁'에 의한 배치가 가미된다. 결국 교과 선택에서도 학생집단의 위계적 분할과 학습자 간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진다. 더군다나 7차에서 구상한 선택형 교육과정 운영은 현재의 학교체제에서는 100% 실현 불가능하다. 7차에서 표방한 '선택'을 온전히 보장하려면 그때 그때의 수요(학습자의 선택)에 따라 교육자원을 유연하게 배분할 수 있어야 한다. 더군다나 현재의 평가체제가 유지될 수밖에 없는 한, 7차의 교과선택제를 수용하기는 힘들다. 결국, 선택형교육과정은 도입되더라도 파행에 이르거나 '선택'을 제대로 보장해 줄 수 없다는 식의 비판에 직면하게 된다. 그렇다면? 선택교육과정 운영의 '실패'는 이후 학교선택기제 도입의 조건과 정당화 근거로 역할을 하게 된다. 결국 7차는 학교 선택제로 가는 교량의 역할을 하게 된다는 점에서 '교육시장' 창출에서 중대한 의미가 있다.

5.31 교육개혁안에서는 과거의 교육에서 공급자는 경쟁의 무풍지대에 안주한 채 수요자들끼리 힘겨운 경쟁을 하느라 시달렸지만 앞으로의 교육에서는 경쟁은 공급자의 운명이고 선택은 수요자의 몫이라고 이야기했다. 다시 말해, 공급자끼리는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수 있도록 질 높은 교육을 공급하기 위해 경쟁을 벌이고 수요자는 그것을 적절히 '선택'만 하면 된다는 식으로 논리를 전개하였다. 시장에서 모든 소비자가 원하는 상품을 마음대로 고를 수 없듯이, 교육시장이 형성되어도 이는 마찬가지다. 대형 백화점에서 마음놓고 상품을 고를 수 있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이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은 바깥에서 구경만 해야 하거나 그야 말로 '시장'에 가야할 처지에 있다. 이것이 자본주의 상품경제의 현실이다.

이처럼 선택은 양방향에서 일어나게 되어 있고 경쟁 역시 양쪽에서 동시에 일어나지만, 공급자간의 경쟁 이면에 존재하게 될 더욱 격화된 '수요자끼리의 경쟁'은 거론조차 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어쩔 수 없이 '배제당할 다수'의 존재를 삭제해버렸다. 뿐만 아니라, 신자유주의적 교육개편에서는 '수직적 분할'을 체제개편의 기본방향으로 삼고 있고, 수직적 분할 체제에서의 선택은 경쟁이 필요없는 선호에 따른 선택이 불가능하다. 수직적 분할에서의 선택은 서열이 분명한 구조 속에서 경쟁을 거쳐 자신의 처지에 맞는 영역으로 배치받는 것을 의미한다. 서열이 분명한, 다시 말해서 비싼 상품과 값싼 상품이 수직으로 줄을 서 있는 상황에서 선택권의 행사는 곧 구매력의 차이로 판가름나기 때문이다. 물론, 교육에서는 구매력의 차이가 곧바로 선택권의 차이로 연결되지는 않는다. 여기에서 학생의 사회경제적 지위 및 소유한 문화자본이 반영되어 나타나는 학생의 학업성취도는 이 둘 사이에서 연결고리 구실을 한다.

7차 교육과정의 시행은 냉각장치 없이 계속 과열되기만 해온 상급학교 진학 경쟁에 기름을 붓는 격이다. 과열 경쟁 분위기는 학교 안이나 학교 간 보다는 학교 밖 사교육 시장을 중심으로 형성되고 있다. 교육부가 틈만 나면 입에 올려온 과외비 해소 의지와는 너무도 거리가 먼 현상이다. 왜 그런가? 새로운 교육과정 구성원리 자체가 경쟁적인 구도임을 이미 간파한 영리한 학부모와 학원의 발빠른 대응 탓 아니겠는가? 7차 교육과정은 원리상 초등 단계부터 학습집단의 분할이 시작된다. 실행이 지지부진한 현재 상황과는 달리 학교선택국면과 맞물리게 되면 7차는 새로운 교육과정 운영의 원리로서 자리를 잡아갈 것이다.

이런 저런 이유로 7차가 '파행'으로 치닫는 과정에서 '경직된 공급구조'가 '파행'의 원인으로 지목될 것이다. 그러면서 교사라는 공급자에 대해서는 교직 유연화가, 학교라는 공급자에 대해서는 학교선택제가 처방으로 제시될 것이다. 7차에서 말하는 대로 수요에 따라 공급을 조절하려면 지금과 같은 교원 공급 구조로는 어림도 없다. 수요에 따라 그때그때 고용과 해고를 할 수 있는 고용구조를 만들어야 하므로 교직 역시 다른 부문과 마찬가지로 비정규직이 확대될 것이다. 한편, 공급자 간의 경쟁은 여러 형태로 촉진된다. 민간 부문과의 경쟁, 공/사립 간의 경쟁, 교사 간 경쟁 등으로 나타날 것이다. 구조조정이 중등보다 먼저 진행된 대학의 경우는 선택의 결과에 따라 학과의 존폐가 판가름나기도 한다. 중등의 경우, 특히 의무교육연한에 포함이 되지 않고 있는 고등학교에 대한 구조조정이 곧 시작되려 하고 있다. 고등학교 역시 대학과 유사한 선택형 체제로 감으로써 학교 혹은 교사 혹은 교과의 존립이 선택에 의해 좌우될 것이다. 이때, 살아남기 전략으로 공급자가 택하는 방법은 수요자의 욕구를 읽어내고 거기에 적응해가거나 자신의 상품가치를 높이는 전략을 취하게 된다. 학교가 가장 쉽게 상품가치를 높이는 방법은 '가정 형편이 좋으면서 우수한 학생'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방식을 쓸 수 있는 학교는 한정되어 있다. 아마도 자립형 사립학교가 그 모델이 될 것이다. 이후 학교선택제가 전면화될 경우 자립형 사립고는 서열화된 고등학교 체제의 최상층에서 '엘리트 명문 학교'로 군림하게 될 것이다.

앞서 지적한 대로 현재 7차의 전면 시행을 앞두고 있는 현재 국면은 학교선택제가 도입되는 길목이기도 하다. 신자유주의적 교육재편에서는 "선택"을 크게 부각시키면서 마치 '선택권 보장=교육권 보장'으로 사람들의 인식체계를 재구조화했고 소비자로서의 권리 행사가 교육권의 전부인 양 왜곡했다. 이때, "선택"의 대상이 되는 것은 교과 뿐 아니라 교사와 학교에 이른다. 7차는 내용상 교과 선택과 교사 선택까지 포함하고 있다. 앞으로는 학교에 대한 선택권 보장이 선택권 보장을 밀어붙이는 핵심내용이 될 가능성이 높다. 물론, 이 과정에서 7차는 학교선택국면으로 연결시켜주는 중간고리나 마찬가지다.

③ 학교선택 국면으로의 이행 - 소비자의 학교선택과 교육자본의 소비자선택

자립형 사립고 도입은 평준화 체제를 근본부터 흔드는 정책이다. 자립형 사립고 도입에서 강조되는 가치는 평등성보다는 수월성이다. 자립형 사립고 도입의 정당화 근거로는 기존의 교육이 변화된 사회체제의 요구와 맞지 않는다는 점(문명사적 변화, 다품종 소량생산체제)과 교육수요자의 교육에 대한 관심이 양보다는 질에 집중될 뿐만 아니라 욕구도 다양해졌다는 점을 꼽는다. 두 가지 모두 결국은 교육소비자의 요구에 맞춰 교육이 변화해야 한다는 이야기인데, 전자에서 배려해야 한다고 보는 소비자는 다름 아닌 '자본'이며 후자에서 의미하는 소비자는 특정 계층이다. 다시 말해 교육을 특정 계급의 이익에 근거하여 수월성 있는 교육으로 개편해야 한다는 논리로 읽힌다. 이러한 숨은 논리에 근거하여 자립형 사립고는 기존의 획일적인 고등학교 체제를 다양화하고 소비자의 선택권을 보장해 줄 수 있는 효과를 동시에 지닌 것으로 옹호된다.

학교에 대해서 선택원리를 적용하는 경우에도 '분할'의 원리가 작동한다. 자립형 사립고의 도입은 분할을 제도화하는 첫 시도에 해당한다. 자립형 사립고의 경우, 교육과정 운영과 학생선발, 등록금 책정 등에 있어서 '자율성'이 폭넓게 보장되므로 학교에 의한 학생선택이 진행된다. 학교는 자신이 원하는 소비자만을 '가려뽑을' 수 있게 된다. 이것이 바로 학교 선택의 현실이다. 자립형 사립고가 현실이 되어버릴 경우, 고등학교체제는 지금의 대학체제처럼 서열이 명료해진다. 자립형 사립고와 특수 목적고, 일부 공립 명문을 정점으로 하여 피라미드형의 수직적 계층화가 진행된다. 재정적 능력이 뒷받침되는 학생의 경우 최정점의 학교로 몰려들 것이고, 그렇지 못한 학생은 비평준화 시절의 '하류고'로 수용된다. 그리고 이러한 서열화된 고등학교로의 배치는 서열화된 대학으로의 배치 나아가 불평등한 분업구조로의 배치로 이어지게 된다. 결국, 서열화의 시기를 대학에서 고등학교까지 확장시킴으로써 부유층은 더욱 안전하게 명문대를 장악할 길이 열린다.

더불어 입시제도의 '다양화'는 이를 강력히 뒷받침하는 힘이 되어준다. 그간의 경험으로 볼 때 교육과정의 개편보다 학교수업에 영향을 강하게 행사한 것은 입시제도의 변화였다. 다양화된 입시제도에서 가장 유리한 계층은 어릴 적부터 native 수준의 영어 구사 능력을 갖출 수 있도로 지원해주고, 심층면접 대비능력을 키워줄 수 있는 고액과외를 감당할 정도의 경제적 문화적 자본을 소유한 계층이다. 다시 말해 '다양해진' 입시제도 하에서는 돈 있는 계층의 우위가 확실히 보장된다. 이미 고등학교의 다양화보다 앞서 입시제도의 다양화가 진행되고 있는 상태이다. 현재의 학교구조는 변화된 입시제도와는 맞지 않는 상태이다. 결국 사교육비 지출이 늘어나게 되면 언제나 그랬듯 공교육에 대한 만족도를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게 된다. 따라서 사교육비 문제를 푸는 해법은 고등학교의 "다양화"로 귀결될 것이다. 이처럼 7차는 단순히 협소한 의미의 교육과정만이 아니라 고등학교 체제의 변화 및 입시제도의 변화와도 맞물려 있다.

더불어 7차 체제에서는 교직의 구조조정이 더욱 가속화되는데, 핵심은 바로 '유연화'이다.

④ 교직의 구조조정 : 유연화

앞서 말했듯이 고등학교 구조가 체제개편을 겪는 동안 구조조정 주요 대상이 되는 것은 바로 교사들이다. 그 대상은 고등학교 교사에만 한정되지 않는데, 이미 통합자격증이 논의되고 있는 초등학교와 중학교 교사 역시 구조조정의 칼날을 비껴갈 수 없다. 결국 7차 체제는 교직의 지각변동을 수반한다. 이미 교직 개방, 부전공 연수, 순회교사제, 기간제, 계약제 등이 수면 위로 부상한 상태이고, 기존의 안정적 일자리를 누리던 교사들 그러나 힘겨운 노동을 감내해온 교사들도 불안정과 더욱 강화된 노동강도, 경쟁의 압력에 시달리게 된다. 교육과정 개편의 규모가 크면 클수록 교직에 대한 변동의 폭도 커지는데, 7차에서 시도하는 선택형 교과제의 운영은 이런 지각변동을 수반하는 원인이되고 있다.

교육이 신자유주의적 재구조화 과정에서 교사들이 겪어야만 하는 고통을 정당화하는 데 사용된 논리는 '학생이 원하는 교육을 위해서라면 밥그릇 내놓는 건 어느 정도 감수해야 한다'라는 것이었다. 학생의 선택권 보장 논리는 교직의 구조조정을 밀어붙이는 수사에 그치고 만다. 앞서 지적한 대로, 7차에서는 '교과'와 '교사'만을 선택의 대상으로 했을 뿐 학생들이 정말로 목말라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함구한다. 이에 대해서는 별반 관심이 없다. 교과를 선택의 대상으로 한다는 의미는 곧바로 교직에 대한 구조조정의 필요성으로 이어지며, 학교를 선택의 대상으로 한다는 의미는 교사간의 서열체제가 구축됨을 의미한다. 교과선택제든 학교 선택제든 교사들이 받아들여야 하는 것은 '불안정 고용구조'와 '교사 간 경쟁의 격화', 무엇이든 던져주는 대로 가르칠 수 있어야 하는 '다기능화'이다. 서열화된 학교체제에서 교사의 '품질'은 어느 학교에 근무하느냐에 의해 판가름난다. 층화된 학교 구조는 바로 층화된 교원구조를 함의한다. 결과적으로 교사들은 '좋은 학교'로 가기 위한 경쟁을 벌이지 않을 수 없다.

요컨대, 7차 체제를 관통하는 "분할", "선택", "경쟁"의 원리는 교육과정, 학교체제, 교직 등 시장원리에 맞추어 재구조화하는 전략에 다름 아니다. 제도교육이 그간 행해온 불평등 재생산 기능은 경제적, 문화적 자본이라는 심층기제의 작동에 의해 나타난 '의도되지 않은' 결과의 성격이 있었다. 그러나, 신자유주의적 교육재편에 의한 교육시장화는 불평등의 재생산을 굳이 숨기려고 하지 않으며 이를 '의도'한다.

3. "다양성"과 "선택"의 실체

(1) 수직적 분할을 통한 서열화- '가진 자'에게만 유리한 경쟁체제 구축

신자유주의적 교육재편이 애초의 시나리오대로 진행되어 '교육시장화'가 관철되면, 전체 교육체제는 소수의 "잘 팔리는"학교와 다수의 "안 팔리는"학교로 양분되어버린다. 이는 신자유주의적 교육시장화가 교육의 상품화 및 교육상품간의 서열적 체제를 함의하기 때문이다. 교사 역시 이러한 체제 개편 속에서 소수의 "유능한 교사"와 다수의 "무능한 교사"로 분화되어 버린다. 수직적 분할은 "선택"의 원리와 결합되면서 교육기회는 계층에 따라 불평등하게 배분된다. 불평등한 교육기회 배분구조에서 학생들은 신지식인이 될 소수의 "엘리트"와 다기능 노동자가 될 "탈락자"로 양분된다. 이는 기존의 경쟁체제를 "가진 자들"에게 보다 유리한 방식으로 재조직하는 것에서 비롯된다.

이처럼 신자유주의적 교육재편의 중심축인 "다양성"과 "선택"은 "가진 자들의 교육권"만을 배타적으로 보장해 줄 뿐, 교육에 대한 보편적 권리행사를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게 만들어버린다. 이것이 바로 신자유주의 교육재편의 실체이다.

(2) 암울한 자화상 : 민중의 교육권 박탈

신자유주의적 교육개편은 교육주체 간의 관계를 재설정하는 일에서 시작되었다. 이는 상당한 효과를 거두었는데, 현재 학부모나 학생은 스스로를 '소비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는 배타적 성격의 교육권 의미가 자리잡는 과정이기도 했다. 먼저, 신자유주의적 교육개편에서는 학생의 학습권과 교사의 권리는 양립할 수 없는 상호 배타적인 권리로 규정된다. 둘째, 학습권은 "사고 파는 과정에서의 권리 행사"만을 의미한다. 즉 학습권을 행사하는 주체들 내에서도 상호 배타적인 관계가 성립된다. 즉 이는 경제적 자본의 소유정도를 전제로 하는 권리부여일 뿐이다. 따라서 학습권의 행사는 소유한 자본에 따라 차등화 된다. 요컨대, 신자유주의에서는 학습권을 포함한 교육권은 인간의 보편적 권리로서 보호받지 못한다. 이는 구체적으로 국가가 교육에 대한 책임을 방기함으로써 그렇게 된다. 신자유주의에서는 '교육권=소비자의 권리'이기 때문에, 교육기획 획득 및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개인의 몫으로 남으며, 공급의 책임은 학교와 교사에게로 전가된다.

Ⅲ. 신자유주의적 고등교육 재편 과정과 그 방향

1. 신자유주의적 고등교육체제 재편 과정

(1) 신자유주의 대학 재편 담론의 태동과 선언까지 ( ∼1995년)

'지식기반사회'와 '신지식인'으로 대표되는 현재의 신자유주의적 교육재편은 경제적 차원에서의 요구를 보다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상황이며 이 요구는 직업 구조와 직접적인 관계에 있는 대학교육 영역에서 보다 강하게 제기되어 왔다.

5. 31 개혁안이 갑자기 생긴 것이 아니라면 신자유주의적 교육 재편은 90년 이전에도 담론상으로나마 맹아를 갖고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신자유주의가 본격적 흐름으로 자리잡은 90년대 이전에 이른바 '실험대학안'이라는 것이 있었다. 실험대학안은 현재의 신자유주의적 대학 재편과 완전히 동일하지는 않지만 유사한 내용을 담고 있다. 구체적으로, 실험 대학안은 '산업화'에 필요한 중급 산업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정책으로, 경제 체제와 관련하여 경직된 대학 체제를 보다 유연화하려는 목적으로 제출되었다. '실험 대학안'의 결과로 나타난 모습은 실험 대학계와 비실험 대학계로의 이원화였다. 당시의 대학 교육 정책이 '신자유주의적' 흐름에 포함될 만한 것이었는지는 좀더 꼼꼼히 따져봐야 될 문제이긴 하다. 이 점을 감안하더라도, 교육 체제를 경제적 요구에 보다 밀접하게 연결하기 위하여 대학교육의 유연화를 추구하였다는 점에서 현재의 맥락과 닿아 있으며 당시의 재편 결과에 대한 평가가 이후 신자유주의적 대학재편의 방향을 정하는데 일정한 준거로서 작용했다는 점은 확실하다.

80년대 이후의 대학정책은 불안정한 정치적 상황과 정당성을 결여한 정권의 정치적 필요에 따라 진행되었다. 경제적 요구보다는 당면한 정치적 요구가 당시의 교육정책에 있어서 중요한 고려의 대상이었으며, 교육에 대한 사회적 요구를 일부 수용하는 방식으로 정치에 대한 불만을 무마하려 했다. 대학입시, 재수생 누적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자 당시 정권은 '대학교육기회 확대'로 이를 해결하고자 하였다. '졸업 정원제(80년 7.30조치)'가 그 대표적인 정책이었다. 이처럼, 80년대 교육정책의 방향은 기본적으로 '경제적 요구'와 직접 연결되었다기 보다는 다분히 정치적인 요구에 준하고 있었다. 이와 같은 경제 체제의 요구와 맞지 않는 '고학력 체제'의 문제는 90년대에 들어 고등교육 체제 전반을 경제적 입장에서 구조조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게 만드는 중요한 원인으로 작용했다.

93년 이후 95년까지는 '신자유주의'적 대학 정책의 도입기로서 정치적 안정이 어느 정도 이루어지면서 전체 교육체제의 변화 방향을 총괄적으로 수립한 과정으로 볼 수 있다. 93년 이후 김영삼 정권은 교육체제를 경제적으로 재편할 필요성을 제기하며 이를 '교육개혁 위원회'를 중심으로 정책 수립에 돌입하였다. 교육개혁 위원회는 95년 '신교육 체제 수립을 위한 교육개혁 방안'을 제출하였는데, 여기에서는 '학습자 중심 교육, 다양화, 수월성 추구, 정보화, 지식 사회' 등이 주요 담론으로 제시되었다. 대학 교육에 있어서는 운영자에게 학생 선발과 등록금 책정 등 운영상의 상당한 자율권을 부여함으로써 교육 기회 분배와 획득을 수요-공급 논리의 시장형태로 형성하려고 꾀하는 한편, 학부제와 대학교육과정 개편을 통해 대학의 교육과정을 자본이 필요로 하는 노동력 구조와 밀접하게 연동시켜 나가려 했다. 물론 이 개혁안은 당시에는 하나의 체계로서 정합성을 갖추지는 못했지만 신자유주의적 교육 재편의 전체적인 방향을 제시했다는 의미가 있으며, 이후 교육 재편의 지침구실을 하게 된다.

(2) 신자유주의 대학재편을 위한 기초적인 법적·제도적 차원의 구축기(1995년∼1998년)

5.31 개혁안 이후 정권은 2차 교육개혁위원회를 설치하고 96년 2월 2차 교육개혁 방안, 96년 8월 3차 교육개혁방안, 97년 7월 4차 교육개혁안을 연이어 내놓는다. 이는 5.31 개혁안을 기본틀로 하여 이후 교육재편의 방향을 단계별로 구체화하고 여러 영역으로 확대시킨 것이었다. 이 과정에서 "수요자 중심 교육의 가속화 강조, 직업 교육의 강화, 교육과정의 다양화 및 선택권의 확대, 사학의 자율성 확대, 전문대학원제 도입, 교원 노동 조건의 유연화, 대학 평가와 재정 지원의 연계" 등의 정책이 제시되었다. 이 가운데 대학교육에 있어서는 학부제를 근간으로 한 학제 개편 실시, 연구중심대학·교육 중심 대학으로의 이분화, 전문 대학원제 도입 추진, 대학평가와 재정 지원 연계, 교수노동 유연화, 실용적인 과목을 중심으로 하는 교육과정 재편, 산학 협동의 틀 강화, 총장 직선제 폐지와 외부 경영인사의 영입 등이 제안 혹은 추진되었다. 이 시기에 실시된 정책의 방향을 살펴보면,

첫째, 대학재정충원방안으로 등록금 인상, 학교채권발매, 교수채용중단, 교직원축소, 신입생·편입생 유치전략 강화, 산학연계시스템 강화, 직업교육활성화를 통한 기업의 직접 투자 허용 방침 등등으로 대학의 재정난 해결을 위한 대학자체의 자구책을 법적·제도적으로 허용하게 된다. 둘째, 학부제를 위시한 대학의 학제 개편과 복수전공, 다전공, 최소전공인정학점제를 도입하게 된다. 셋째, 대학교육의 대중교육화·직업교육화·대학원교육의 엘리트 전문화(학부와 대학원교육의 가치의 이원화), 편입학 확대방안 및 해외유학생의 국내유인대책마련 등이다. 넷째, 교수사회의 경쟁기제 도입이다.

(3) '신자유주의적 대학 재편의 실물화기'(1999년∼현재)

1998년까지의 대학개혁이 신자유주의적 대학교육의 제도적 틀을 마련한 것이었다면 1999년부터는 신자유주의적 대학교육의 안정화를 위하여 국가 주도로 대학교육 재편을 본격적으로 시도한다. 대표적인 대학개혁사업이 바로 두뇌한국21사업(이하 BK21사업)이다. 교육부는 "입시위주 교육과 사교육비 지출의 근본원인이었던 대학입학제도를 근본적으로 개혁하여 초·중등 교육을 바로잡고, 고등교육체제의 고도화와 기능분화를 통해 국제경쟁력을 갖추도록 하여 21세기 지식기반사회에서 한국을 주도할 재능과 실력을 갖춘 인재를 양성하는 정책"이라는 명분으로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BK21사업은 그동안 추진을 시도해온 신자유주의적 대학교육정책을 총망라했을 뿐 아니라 대학구성원의 반발에 부딪쳐 관철이 무산되었던 대학구조조정정책들을 각 대학이 경쟁적이고 자율적으로 도입하게 만드는 신자유주의 대학교육정책의 중추이다. BK21사업의 핵심은 발전가능성이 높은 대학을 집중 지원하는 동시에 예산지원을 미끼로 대학이 스스로 구조조정을 하도록 만든다는 데 있다. BK21에 따른 주된 제도변화는 학사정원감축, 모집단위 광역화, 중앙 집중식 예산 관리 등이며, 간접적으로는 입시 변화까지 초래하게 된다.

교육부는 BK21사업을 통하여 대학을 선별 육성하고, 나아가 자본축적에 용이한 특정학문분야를 집중 육성하려고 한다. BK21사업은 과학기술분야/인문사회분야/지역대학육성사업/특화분야/핵심분야/학술진흥기반 등 6개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전체적으로 1년에 2000억, 7년 동안 1조4천억원을 지원한다. 이 사업에 참여하려는 대학은 반드시 제도개혁계획을 제출하여야 하고 선정된 대학은 교육부와의 '협약사항'을 준수하는지 계속 평가받아야 한다. 협약이 지켜지지 않으면 재정지원이 중단되기 때문에 대학구성원의 요구와는 상관없이 대학개혁이 이루어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사업자로 선정된 대학은 교육부가 요구하는 학사정원감축, 모집단위광역화, 교수계약제, 교수연봉제 등을 먼저 실시해야 한다. 학교평가인증제는 기업이 대학을 직접평가하고 인정받은 대학에게 지원을 해주는 장치이며, 교수업적평가제는 BK21사업에 참여하는데 필요한 평가장치이다. 이 때문에 각 대학에서는 두뇌한국21사업에 참여하기 위하여 신자유주의 대학교육정책을 아주 적극적으로 수용하려고 한다. BK21사업뿐 아니라 대학평가인증제, 교수업적평가제 등은 바야흐로 미국식 평가대학으로 변모해가게 하는 제도이다.

이전까지의 대학재편이 다분히 제도 및 법적 장치의 측면에서 이루어진 것이었다면, 현 시기의 대학 재편은 재정을 중심으로 한 물적 조건을 동반하는 재편이며 따라서 신자유주의적 대학재편이 실물화되어 간다고 볼 수 있다. 요컨대 지금의 대학개편 흐름은 '95년에서 98년까지의 법적, 제도적 차원의 구축 중심기'에 이은 '신자유주의적 대학 재편의 실물화기'로 그 성격을 규정할 수 있다.

2. 신자유주의적 대학 재편의 방향

(1) 고등교육에서의 (불평등)경쟁 체제 구축을 통한 소수 두뇌 인력 생산 체제 마련

신자유주의적 대학 재편의 기본방향은 "대학 체제의 경쟁 구조 마련을 통한 경제적 필요에 맞는 대학 체제 구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것의 핵심 지점은 '대학 체제의 수직적 기능 분화' 정책이다. 그 내용은, 연구/교육/직업이라는 중심영역에 따라서 대학교육의 내용을 수직적으로 분화하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지식기반사회'와 '신지식인'론으로 기능분화의 필요성을 정당화하고 있다. 따라서 신자유주의적 입장에서 보면 모든 대학을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어느 정도의 물적 조건을 가지고 있는 대학을 중심으로 '신지식인(=두뇌인력)'을 생산하게 만들게 하여 공급받는 것이 중요한 과제인 셈이다.

지식 기반사회에서는 소수의 핵심 '두뇌인력'들과 다수의 보통 '기능인력'으로의 분화를 요구한다. 이를 위해 신자유주의적 교육 재편에서는 소수의 연구 중심 대학을 지원하는 반면 나머지 대학은 방기하는 식으로 대학재편을 진행하고자 한다. 결국, 지식을 생산할 수 있는 자원을 갖춘 소수의 연구중심 대학만이 신지식의 발원지가 되며, 이는 사회적 계급분화로까지 이어진다. 이런 구조 속에서 나머지 대다수는 신지식인의 들러리일 뿐이다. 또한 새로운 경쟁 체제는 기존의 불평등한 대학 경쟁 체제 하에서 누적되어온 물적 조건의 차이를 완화하는 아무런 보완책도 없이 출발한다는 점에서 '불평등 경쟁 체제'이다. 그들에게는 경쟁의 결과가 중요할 뿐이지 경쟁의 조건이나 과정은 중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특정대학을 연구중심대학으로 재편하여 중점 육성하고, 나머지 대학들은 교육중심대학이라는 명분 하에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대학별로 알아서 특성화를 꾀하라는 언명이다. 그나마 특성화에 성공한 학교는 그리 많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의 교육중심대학은 교육기관으로서의 역할을 거의 포기하고 있는 상태이고 학문 전략 없이 학생들의 구미에 맞는 강좌를 중심으로 운영함으로써 사설학원처럼 전락하고 있다. 결국 연구중심대학은 자본의 이윤증식에 필요한 핵심두뇌인력을 양성하는 역할을 맡게 되고 교육중심대학은 주로 기업문화를 습득하는 장소로 전락하고 만다. 그리고 전문대학은 서비스 업종에 관련된 인력을 재생산하게 된다.

신자유주의는 '지식기반사회'라는 사회상, '신지식인'이라는 인간상, 연구중심 대학 위주의 '대학간 불평등 경쟁 체제 도입' 등을 통해 대학을 변화시켜 '소수의 두뇌 인력 집단 생산 체제 구축'이라는 목표에 도달하려 한다.

(2) 대학 교육, 지식의 사적 영역화 및 자본화

신자유주의 하에서 교육은 더 이상 공적 영역이 아니다. 교육 기회를 얻는 과정에서 개인의 출신 배경이 가장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게 되며, 교육을 위한 재정부담은 개인의 몫으로 떠넘겨진다. 신자유주의에서는 교육 내용의 선택 또한 표면적으로 '사적 영역화'하며, 실제적으로 이는 문화·경제적 차원의 강제를 받는다. 교육 결과에 대한 책임도 어디까지나 '개인'에게 있을 뿐이다. 교육은 이제 사회적으로 보장되고 비판적으로 논의되어야 하는 영역이 아니라 오로지 개인의 문제로 되어버린다. 겉으로는 '선택권'과 '수요자 중심'을 말하지만 사실상은 '강제된 선택'과 '개체화된 교육 소비자'를 만들어낼 뿐이다. 또한 지식에서 사회성은 탈각되고 경제적 기준에 의해서만 그 가치가 판명된다.

대학 교육 영역에서는 '공공영역의 축소와 민영화'라는 신자유주의적 전략이 보다 철저히 진행된다. 교육 자원의 철저한 불균등 배분을 통하여 일부 대학을 제외한 대다수 대학에서는 재정적 자구책을 구해야 한다. 이는 등록금 상승으로 이어지고 대학은 수익사업을 열심히 진행하게 된다. 결국 신자유주의적 대학시장화는 대학교육에 대한 접근기회를 거의 전적으로 개인이 소유한 경제적 자본에 의해 결정지어 버린다.

교육 내용에 대한 선택은 형식적으로는 개인에 의해 이루어지는 듯 하지만 사실상 이는 문화·경제적 차원에서 규정되는 것이나 다름없다. 결국 개인은 자신의 선택에 대해 아무런 반성적 고찰도 없이 부과된 내용 가운데 자신의 경제적 상황에 맞게 선택할 것을 강요받는다.

한편, 신자유주의에서의 지식은 '자본화'를 추구한다. 이전의 지식이 가치를 평가하는 준거로서의 역할을 했었다면 신자유주의에서는 이와 반대로 '경제적 가치'라는 준거에 의해 지식이 평가받게 된다. 이제 지식은 '가치 척도의 규준'이 아니라 그 자체로 하나의 축적 수단으로서 '지식 자본화'하려는 과정을 밟고 있다.

'지식 자본화' 과정은 지식이 이윤 축적에 있어서 중요한 수단으로 바뀌어 가는 것을 말한다. 이는 어떤 지식이 정보화 기술을 통해 정보로 바뀌고, 이 정보가 다시 지식으로 바뀌어 새로운 생산·경영 기법 등의 위치를 차지해가는 과정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지식의 자본화'를 위해 '지식에 대한 사적 소유'를 보장하는 제도 즉 '지적 재산권(Copyright)'을 제도적으로 정착시키고, 지식을 교환할 수 있는 가치 척도 기준(지식·학력에 대한 국가간 상호 평가 규준 마련 작업)을 마련하는 한편, 정보화 기술을 통해서 지식이 거래되는 시장을 구성하여야 한다. 전 세계적인 '지식 시장'을 구성하게 되고, 지식은 이제 사적으로 소유되며, 이윤을 추구할 수 있는 교환가치로서 그 의미를 가지게 되는 '지식 자본화' 과정을 겪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흐름에서 대학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대학의 물적, 인적 인프라는 '지식 자본화'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대학 내에 갖가지 벤처산업을 들여오고, 지식 경영 기법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일어나고, 지식 시장 구성을 위한 네트워크가 구성되고 있는 것은 이런 맥락에서이다.

신자유주의에서는 지식을 사적으로 소유하고, 생산, 교환하여 이윤을 창출할 수 있게 하는 지적 자본화 과정의 일부로 대학개편을 추진하려 하고 있으며, 이는 대학에서의 지식에 대한 평가는 이제 더이상 사회적 가치와 학문적 가치에 의해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Ⅳ. 사교육 영역의 팽창과 거대 자본의 야심

1. 사교육의 발빠른 대응 : 계급 재생산의 강화

이미 시장원리에 따라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는 사교육시장에서의 교육기회(양과 질 모두에서) 획득은 100% 경제력에 의해 결정된다. 신자유주의적 교육재편이 시도된 이후 사교육시장은 엄청난 규모로 팽창했으며, 성적과 사회경제적 지위를 더욱 밀착시키는 결정적 구실을 하고 있다. 물론 학업성취도에 대한 사회경제적 배경의 영향력은 학교 제도가 등장한 이래로 언제나 존재했다. 중요한 것은 신자유주의 교육재편이 시작된 후로 이 둘이 더욱 밀착되었다는 점이다. 그 이유로는 사교육의 팽창과 공교육의 상대적인 약화 및 평가체제의 변화를 들 수 있다. 이로 인해, 얼마나 많이 그리고 얼마나 비싼 사교육을 받을 수 있는가를 판가름하는 경제적 자본의 소유 여부가 학생들의 성취도수준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게 되었다. 또한 입시 내용의 변화는 문화 자본의 영향력을 강화시켰다. 경제적 불평등 뿐 아니라, 문화적 불평등 역시 분명히 존재하는 상황에서 이러한 교육 평가 방향은 성취도의 계급적 분화를 촉진, 강화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입시제도의 변화는 상위계층의 입시 대비 전략의 변화를 야기한다. 이 변화 속에서 가장 발빠른 대응은 역시 사교육 영역에서 시작된다. 이들은 그야말로 '유연'하게 대처한다. 현재의 학교체제 안에서 특기전형과 심층면접을 준비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이에 소수의 학생들은 많은 돈을 들여 최신 입시 대비 학원에 몰린다.

계급 분포와 입시 성적의 상관성의 강화는 대학입시에서의 평가내용의 변화(학력고사→수학능력 시험→무시험 전형), 사교육비의 증가, 다양한 특기에 의한 선발(특기전형) 등에 의해서 강화되어 왔으며 최근에는 수시 모집과 심층면접 방식까지 진행되고 있다. 수능체제에서는 이전의 학력고사체제보다 학력이 "문화자본"(부르디외의 용어)과 강하게 매개된다. 학력고사가 교과서 내용 중심의 암기와 기초적인 사고력을 요구하는 평가형식이었다면, 수학능력 시험은 지식의 조직, 응용에 초점을 맞춘다. 지식의 조직과 응용에는 문화적 자본의 뒷받침이 많이 요구되는데, 이는 학교 이외의 불균등한 교육자원 분배에 의해서 더욱 불평등하게 배분된다. 물론 학력고사가 더 좋다는 의미는 아니다. 불평등한 사회현실과 평가가 분리된 상황이라면 수능 같은 시험이 더 긍정적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사적인 영역의 문화적 불평등의 문제를 개선하지 않고서는 수능과 무시험 전형이 계급과 성적의 상관성을 높여주는 역할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지출가능한 사교육비 규모가 계층별로 다른 상황에서 사교육비의 투여 정도는 성적과 계급의 상관성을 높여준다. 근래의 입시 정책에서의 고교장 추천, 특차전형의 경우에는 그 긍정적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개인의 여러 능력을 계발하는 과정이 완전히 사적인 시장원리에 지배되어 있기 때문에 부에 의한 성적의 분화 혹은 대학선발에서의 불평등은 확대되었다. 최근의 심층 면접은 영어 능력 중심, 대학 수준의 전공 기초에 요구를 하고 있으며, 이는 기존의 공교육 체제 내에서가 아니라 사적인 영역에서만 담당할 수 있는 영역이다.

2. 평생 학습 경제 사회의 도래 - 인적 자원 개발 체제의 구축

"열린학습 사회, 평생학습 사회"(edutopia)는 5.31 교육 개혁안의 주요한 방향으로 제시되었다. 당시의 평생학습 담론은 낭만적이고 추상적인 수준에서 제시되었지만 이후의 정책 추진과정에서는 직업 능력의 개발과 노동 능력의 유연화에 중심을 두게 되었다. 초기의 문제의식이 다분히 UNESCO의 평생학습론을 중심으로 구성되었다면, 이후의 과정은 OECD의 평생 학습 경제론을 중심으로 변화하였다. UNESCO가 학습 사회 건설을 위한 국가의 역할을 중요시하고 인간주의적, 이상주의적, 민주주의적인 통합형 학습 사회론을 주창하였다면 OECD는 시장의 역할을 강조하면서 지속적 경제 성장을 위한 다기능 노동력을 양성하기 위한 순환교육(Recurrent Education)을 주창하였다. 한국의 평생교육 담론은 이러한 UNESCO적 입장과 OECD담론 중 후자에 중심을 두면서 실제로는 '평생 학습 경제 사회'를 구축하고자 한다. 학습 경제론은 소위 '지식 기반 사회'에 걸맞는 노동인력 수급 대책이 주된 관심이므로 여기서 초점을 맞추는 교육의 기능은 '인적 자원의 개발'이다. 따라서 "학습 경제론"에서는 '학습'보다는 '인적 자원 개발'이 더욱 중요한 목표이다. 평생학습·교육은 국가 인적 자원 개발을 위해 복무하는 하위기제로서 간주되며, 삶의 질 제고가 아니라 효율적인 인적 자원 개발·관리가 평생학습의 이념이 된다.

학습 경제 사회의 도래는 삶의 전 영역을 인적 자원 개발을 목적으로 하는 강제학습 상황에 밀어 넣으려 하고 있다. 또한 평생 학습 기회 자체도 학력 수준에 따라, 경제적인 여건에 따라 불평등하게 분배되기 때문에 기간 교육 체제에서의 불평등이 삶의 전 과정으로 확대되고 만다. 평생학습론에서 주장하는 '자기 주도적 학습(Self-Directed Learning)'은 변화하는 사회에서 적응을 위한 제한된 주도일 뿐이며, '주도'는 있되 '자기'는 사라져버린다.

신자유주의는 경제적인 기준에 의해서 교육·학습의 가치를 판단하려 하며, 경쟁과 생존을 위한 투쟁으로 삶의 전 영역을 덮어씌워버린다. 학습 경제론에서는 교육·학습 자체가 갖는 비판적이고도 반성적인 요소는 사라져 버린다. 신자유주의는 오로지 변동의 폭이 더욱 커진 경제 체제에 어울리는 노동력 생산 체제를 구성하려고 한다.

3. 거대 자본의 교육에 대한 직접 지배 사례와 한국에서의 전망

신자유주의가 시도하는 교육시장화의 완결판은 교육에 대한 자본의 직접 지배이다. 학교 안에 형성된 시장은 부분적이긴 해도 이미 교육에서 이윤창출을 노리는 자본에 의해 잠식당해 왔다. 교과서, 학습 자료, 교수-학습 지원 설비 등을 놓고 벌어진 기업의 공략은 이미 많이 진행된 자본의 교육시장 진출 사례이다. 미국 학교에서의 '채널 1'의 경우와 최근의 '한미르 강제 가입 사건'의 경우, 학생들을 잠재적 소비자로 만들고자 한다. 자본의 교육시장 창출은 아직은 중소자본에 의해 분절적인 형태로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이제 이러한 흐름은 보다 거대자본화하고 학교 전체를 이윤 창출의 공간으로 만들려고 하는 전략으로 이행하고 있다.

외국의 경우에는 이러한 일들이 구체적으로 진행되고 있는데, 학교를 투자 대상의 일종으로 간주하고 기업 및 개인투자자의 자본 출자를 통해 학생을 모집하고 그 학교를 주식회사 형태로 상장하여 주식 배당금을 출자자들에게 배분하는 형태를 띤다. 미국의 '에디슨 프로젝트'(www.edisonschools.com)는 1995년 이후 꾸준한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기업형 학교 그룹이다. 이는 공립학교를 민간 영리법인에 위탁하는 방식으로, 에디슨 학교들이 어느 정도 성과가 나타나면서 1999년부터는 주식시장에 상장하고 이후에는 교사들과 학교 운영자, 교원에게 스톡옵션(stock-option)까지 배당하는 등의 말 그대로의 교육 기업이 탄생하였다. 이후 이 학교에는 거대 자본의 투자가 진행되었다. 교육 사업은 거대 자본에게도 투자 가치가 적절히 보장되는 새로운 먹잇감인 셈이다.

미국에서는 성인이나 직장인을 상대로 한 온라인(online) 대학 형태로 기업형 대학이 번성중이다. 미국 유넥스트닷컴(UNext.com)社는 사이버대학인 자회사 카딘 유니버시티를 통해 스탠포드대학, 카네기멜론 대학, 콜롬비아대학 등과 공동으로 개발한 교육콘텐츠를 판매하여 그 수익금을 나눠 갖기로 했으며, 성인중심의 영리형 대학인 피닉스대학은 MBA프로그램 등으로 5만여 명의 재학생을 확보하고 있다. 이들은 교육에 대한 거대 자본의 직접 지배 모델들이다. 미국의 초국적 자본인 모토로라는 지역 개방대학에 '모토로라 코스'를 개설하였으며, 기업들의 연합 형태로 대학을 설립하는 사례(내셔널 테크놀로지 대학)들도 늘고 있다.

우리 나라의 경우에는 아직까지 자본의 직접지배 사례가 본격적으로 등장하지는 않고 있지만, 앞으로 신자유주의적 교육 재편이 가속화되면서 이러한 흐름이 나타날 것을 예상할 수 있다. 조만간 우리나라에도 돈벌이 자체가 목적인 기업형 대학이 등장할 전망이다. 기업형 대학(University Company 또는 For-profit University)은 사기업처럼 설립자 또는 투자자들이 투자 후에 이익을 내면 배당 등을 통해 이익금을 가져갈 수 있다. 교육사업에 관심있는 돈 많은 투자자들이 대학에 돈을 투자할 길이 열리는 것이다. 최근 교육인적자원부는 " '국가인적자원개발 비젼 및 추진전략연구팀'에서 대학 형태의 다양화를 내용으로 하는 '대학 지배구조 개선안'을 마련했다"면서 기업형 대학에 대하여 "부처간 협의와 여론수렴을 거쳐오는 9월중 확정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기업형 대학은 수익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하기 때문에 시장수요에 맞는 경쟁력 있는 프로그램을 신속히 개발하거나 학과를 개설하고 수요가 줄어들 경우 언제든 폐과하는 등의 경영기법을 사용할 것이다. 기존의 대학도 기업형 대학으로 전환할 수 있다. 또한 각종 사내 대학, 사이버 대학은 이러한 기업형 대학으로의 발전을 꾀하고 있다.

기업형 대학·학교의 형태로 나타나고 있는 거대 자본의 교육에 대한 직접 지배 이유는 1.학교 교육의 낮은 경제적 효율성 2.학교 공간의 시장화를 통한 이윤 창출 가능성에 있다. 이는 그나마 사회적 인프라라고 여겨져 왔던 <교육설비의 사유지화>, <교육이 갖는 사회적 위상의 변화와 경제적 요구에의 종속> 나아가 <자본주의적 인간형 창출>이라는 문제를 가지고 있다. 더 이상 교육은 없고 이윤만 있을 뿐이다.

Ⅴ. 조각 맞추기

1. 전체 교육 체제의 '이원화'

이제까지의 신자유주의적 교육 재편은 고등교육을 중심으로 이루어져 왔다. 대학교육이 초·중등교육보다는 상대적으로 직업 체제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대학교육에 대한 재편의 필요성을 강하게 가지고 있었으며, 이데올로기적인 싸움에서도 용이하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제 일정 수준 변화하고 있는 대학교육 체제와 그에 상응하지 못하고 있는 초·중등 교육체제와의 수직적 연계성을 보다 확보하기 위하여 초·중등 교육도 신자유주의적 재편을 가속화하고 있다.

대학교육의 대중화는 학교제도의 서열화와 교육의 불평등의 심화 속에서 노동력의 재구조화를 위한 정책을 필요로 하게 된다. 즉 대다수의 대학을 교양수준으로 만들면서 소수 대학을 연구중심대학으로 집중육성해서 필요한 인재만을 따로 재생산하기 위하여 초·중·고 교육과정의 변화와 입시제도의 변화가 일어나게 된다. 앞으로는 국민공통교육연한을 중등교육에서 대학의 학부(특히 교육중심대학)로 연장하고 사회에 필요한 엘리트는 연구중심대학으로 재생산할 것이다. 또한 다양한 실무자를 배출하는 교육중심대학과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연구중심대학이라는 이분화는 창의적이고 전문적인 인간을 일찍부터 선별할 수 있는 선택형 중심의 교육과정이 필요하며 선별해 놓은 학생을 뽑을 새로운 입시제도가 필요하다. 현재에도 진행되고 있고 앞으로도 더욱 확산될 조짐이 있는 입시제도의 다양화 및 조기선발제도는 바로 이러한 대학 재편 속에서 나온 정책이다.

입시제도의 하나인 무시험전형은 교과성적 외에 특기사항, 특별활동, 수상경력, 인성 등을 전형에 반영하는 획기적인 입시제도이며 사교육비를 줄일 수 있다고 말하고 있지만, 현실은 그와 반대다. 교과성적 외에도 경쟁적으로 개별 능력을 키워야 하기 때문에 오히려 지금까지와는 다른 형태의 사교육비가 증가되고 있다. 입시제도의 다양화는 선택형중심인 7차 교육과정과 교양대학과 연구대학이라는 이분화된 대학구조를 연결할 수 있는 중심고리이기 때문에 앞으로는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초·중등교육에서의 신자유주의적 교육 재편은 7차 교육과정 도입(수준별 교육과정:2001년 도입 시작), 자립형 사립고교의 도입 추진, 영재 교육법 제정 추진, 교원 자격의 개방, 평준화 해제, 입시제도 변화 등의 흐름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는 교육 체제를 소수의 두뇌집단을 양성하는, "영재 교육, 자립형 사립고교→ 연구 중심 대학→연구 중심 대학원"체제와 "황폐화된 초·중등 공교육→일반 교양·직업 중심 대학에서의 질 낮은 교양 교육"체제로 이원화하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신자유주의적 교육 재편은 이러한 방향을 목표로 진행되고 있다.

2. 고등교육의 체제 재편 과정과 교원양성 체계의 변화

신자유주의는 모든 교육을 이끌고 가려 하지 않으며 그럴 필요성 또한 느끼지 않는다. 신자유주의에서 확보하고자 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소수의 핵심 두뇌 인력을 생산할 수 있는 학교 유형이며 그 이외의 공교육 체계에서는 최소한 질에 한정되는 교육 서비스에 한정할 것이다. 따라서 이에 따라 각 학교 유형에 적절한 임용 양성체계의 마련이 필요하며, 이를 임용 양성 체계의 이분화를 통해서 해결하고자 할 것이다. 이는 현재의 사범대 교원대 교대의 구조조정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 양성체제의 변화의 방향은 1.개방화 2.이분화 3.기능적 다양화라고 할 수 있다. 개방화와 이분화는 교원 자격에 대한 개방화와 교원 자격의 이분화를 전제로 한 구조조정의 방향을 제시하게 될 것이며, 기능적 다양화는 교원 자격에 여러 양식과 교과과정의 변화를 통해서 이루려고 할 것이다.

개방화와 이분화는 교원 자격 취득의 개방화와 높은 수준의 교원 양성을 위한 양성체제라는 특성을 가질 수 있다. 즉, "연구 중심대학에서의 고급 교사 인력의 양성, 높은 수준의 학위 과정을 마친 인사나 전문가 인력에 대한 개방형 임용 → 특수 국공립학교·자립형 사립 학교 교원 수급 / 개방형 양성 체제 도입과 기존 임용고사의 존속→ 일반 국공립 학교 교원 수급" 체제로의 이원화 될 가능성이 있다. 신자유주의의 입장에서 본다면 "4+2 형태의 전문대학원 제도"를 통한 전문적인 과정을 통해서 배출된 (교육자이기보다는 교과 전문가인!) 소수의 질 높은 교사와 공부 잘하는 학생을 중심으로 교육체제를 운영하려 할 것이다. 그리고 나머지 일반 국공립학교와 부실 사학의 교원은 불안정하고 단편적인 기능을 중심 기준으로 임용한 교원이나, 기간제 시간 강사 등의 비정규직 교사를 통해서 운영하고자 할 것이다. 학교 유형 자체의 이분화는 교원의 신분 자체의 이분화를 가져올 것이다. "1등 교원"과 "2등 교원"이 어떤 학교에 재직하느냐에 따라서 구분되는 것이다.

최근의 사범대학이나 교대의 구조조정은 이러한 목적 하에 진행되고 있다. 특히 교·사대가 국립이 많기 때문에 '국립대발전계획'은 교·사대의 재편에 직접적인 강제로서 작용하고 있다. '국립대 발전계획안'은 △권역 내 국립대 중 유사 중복학과 통폐합으로 국립대 연합대학체제 구성(현재 44개 국립대를 각 도별로 7개 권역으로 중복학과가 많은 대학 통폐합, 대학별 단과대나 학과를 교환 통폐합) △2002년부터 특별회계제 도입 △교수 연봉제, 계약제 실시 등을 핵심으로 하고 있으며, 여기에서 첫 번째 항목은 교·사대 통폐합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으며, 이러한 주장이 교육부 내에서 심심치않게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교원 양성 체계에 대한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대책이 없이 개방형과 이분화로서의 양성체제의 재편은 교과 교육과 교원의 전문성을 기능적 전문성으로 추락시킬 것이다.

기능적 다양화로의 양성 체계의 변화는 현재 사범대학과의 재편을 강제하고 있으며, 복수전공, 부전공 등의 교육과정 이수를 권장하며, 또한 교원의 개방형 임용을 통해서 이를 해결하고자 한다. 그러나 현재의 복수전공과 부전공은 가산점을 얻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것에 가까우며, 학문적인 연계보다는 행정적인 통합과 장기적인 구조조정의 목적 하에 진행되고 있다.

Ⅵ. 잃어버릴 100년

"… 서울 난곡 지구 산동네의 고단한 삶은 우리를 몹시 우울하게 한다. 그곳의 빈곤 3대 20가구의 가계를 추적한 조사에 의하면, 1대 20명 가운데 초등학교 졸업 이하가 15명이었고 3대 12명 가운데에도 대졸자는 전무했다. 그리고 옛날이나 지금이나 무직자의 비율이 70% 가량이었다. 하층계급은 자신의 현재 처지만을 슬퍼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의 '숨은 상처(hidden injuries)'는 자녀 역시 교육에 의한 세습사회의 피해자가 될 것이라는 절망감이다." (문화일보 2001년 4월 24일 '지위세습 부추기는 교육', 전상인 한림대교수·사회학)

우리의 현실은 이러할진대, 신자유주의 교육재편은 어디까지 왔는가? 지금 교육시장 창출의 서막이 열리고 있다. 교육시장이 창출되면, 결점은 많지만 "배경에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교육기회를 보장하는 데 기여해 온 공교육이 뿌리부터 흔들린다. 공교육이 흔들리게 되면 고단한 삶을 이어온 민중의 교육권은 아예 송두리째 뿌리뽑힌다. 신자유주의는 IMF사태 이후 사회개편을 통해 빠르게 진행된 20대 80의 불평등 구조의 '세습'을 교육재편을 통해 도모하고 있다.

인간의 보편적 권리인 평등한 교육권에 대해서는 낡은 이념이라며 공격을 퍼붓고 교사의 권리는 신자유주의 교육재편의 장애물 취급을 받았다. '소비자'의 권리가 최상의 가치로 추앙되었다. 이는 "가진 게 없는 자여, 배우지도 말라!"는 외침이나 마찬가지다.

그들은 말한다.

"고통을 감내하라. 국가경쟁력을 위해서는 우리를 먹여 살릴 확실한 20에 투자해야 되니까!"(수월성, 20대 80의 사회구조 고착화)

가진 자들은 말한다.

"다 알면서 왜 그래. 언제는 우리 사회가 정의로왔나? 언제는 우리 교육이 공정했었나? 누가 뭐라 해도 '자본주의' 아닌가! 불평등은 어차피 있는 거라고. 돈이 최고야! 평등? 교육권? 언제 그런 거 있었나? 다 시늉이고 말 뿐이었지. 이제 그런 건 포기하고 갖다버리시지. 그래야 서로 편하지 않겠어? 어차피 끼리끼리 모이는 거 아닌가. 나는 내 아이를 당신 자식과 같은 교실에서 어울리게 할 수 없어!"(교육체제의 양분, 교육을 통한 계급재생산)

대학에서부터 본격화된 신자유주의 교육시장화는 이미 보편교육단계로 이동했다. 7차 체제는 대학에 비해 시장원리 도입이 어려운 초·중등 교육의 신자유주의적 재편 전략이다. 한국형 교육시장 창출 전략에 다름 아니다.

신자유주의적 교육재편에서 강조한 '다양화'와 '선택'의 실체는 바로 '서열화에 따른 교육기회의 차등적 배분'이다. 이는 노동시장 구조와 연계되어 소수의 신지식인과 다수의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다기능 노동력의 창출로 이어진다.

교육시장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지금까지의 신자유주의적 교육재편전략이 만일 '지지부진'함을 면치 못하는 듯 보였다면 이는 '시장화'라는 조건이 성숙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일단 교육시장이 만들어지고 나면, 교직 유연화, 학교 서열화, 학교간 격차 심화, 교육주체간의 경쟁의 격화는 폭발적인 양상으로 전개되면서 감당할 수 없을 정도가 된다. 평준화가 해체되고 교육시장이 완성되어버리면, 민중의 교육권은 설자리를 잃어버린다. 이들은 시장 바깥에서 교육을 사고 파는 걸 구경만 하고 있어야 한다. 최악의 경우 기회보장조차 불투명해진다.

기간교육체제가 시장화되고 학교설립에 대한 규제가 완화되면, 자본은 본격적으로 교육시장에 뛰어들 것이다. 이들은 '교육'에는 별로 관심이 없고 교육을 통한 이윤창출에만 관심이 있기 때문에, 기업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방향으로 투자대상을 발굴하고 수익성이 높은 학교모델을 만들어 이를 거래의 대상으로 삼는다. 이미 미국에선 학교를 여러 개 소유한 교육자본이 출현하고 있고 이들 기업은 주식시장에 상장까지 한다. 교육시장화라는 환경 속에서 학교가 자본의 돈벌이 수단이 되어버리는 극명한 사례이다. 교육자본의 입장에서 보기에 상품성이 있는 학교는 결코 가난한 노동계급의 자녀, 공부 못하는 아이, 자유분방한 아이가 다니는 학교가 아니다. 이들은 조금만 투자해도 금방 학교의 상품가치를 금방 높일 수 있는 계층의 아이들만을 대상으로 하고 싶어할 것이다. 그리고 학생들을 기업의 가치를 높이는데 동원하려 들 것이다. 뒤가 구린 사학이 벌인 상식을 벗어난 입시위주 교육의 행태와 뭐가 다를까? 아니 교육자본은 특유의 경영기법으로 체계적인 학교이미지 제고전략을 영리하게 추진해 나갈 것이다. 이미 한국에서도 일부 학원은 고급화 전략을 표방하며 학생들을 가려뽑고 있다. 학교보다도 더 보수적인 기준으로 아이들을 관리하며 학원의 '이미지'를 유지하는 전략을 채택한다. 그래야 돈 많은 학부모가 안심하고 자기 아이를 맡길 테니까.. 돈벌이가 될만하다고 생각하면 이들은 얼른 외국의 교육과정을 들여온다. 그리고 아주 비싼 값에 거래를 한다. 무국적 교육이 한국교육을 멍들게 한다.

결국, 기존의 공교육체제가 완전히 시장화되어 교육자본이 탄생하면, 수많은 아이들은 여기저기서 거부당하고 만다. 이것이 신자유주의가 말하는 수요자 중심의 교육인가? 이것이 선택이 추구하는 가치였던가? 이것이 다양해진 교육의 모습인가?

신자유주의에서 합리성의 잣대는 오직 하나이다. 그것은 바로 경제적인 합리성의 잣대이다. 학생들은 오직 인적자원으로만 인식된다. 교육은 목적은 오직 하나. 경제를 돕는데 있다. 교육이 지향해야 하는 가치는 수월성이다. 이들은 세상이 사고 팔 수 있는 자원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관점을 가지고 있으며 교육 또한 그렇다고 본다. 이들의 눈에는 세계가 거대한 시장으로 보이며, 학생, 교사, 학부모들은 시장에 내던져져야 한다. 이들은 조직화된 교사를 반기지 않으며, 교사들을 서로 격리시키려고 애쓴다.3)

그들은 이렇게 말할 뿐이다.

"우리는 너희들에게 선택의 권리를 주었다. 그러므로 이것은 너희들의 책임이다. 우리의 책임이 아니다!"
주--------------------------
1) 학교운영위원회를 놓고서 상충하는 두 입장이 존재하는데, 하나는 교사 일반이 가진 인식으로써 의사결정의 민주화를 구현하는데 학교운영위원회를 이용하려는 입장이다. 그러나 학교운영위원회 역시 신자유주의적 교육개혁의 흐름 하에 놓여 있는 제도의 일종으로써, 정책입안자들은 이른바 '공급자'와 '소비자'의 관계를 재규정한다는 점에 의미를 부여한다.
2) 대부분의 교장은 학교운영위원회 도입으로 자신의 입지가 약화될 것을 상당히 우려하였다. 그러나 아직까지 학교운영위원회의 권한은 교장의 권한을 능가하지 못하며, 교장은 당연직 위원으로써 학교운영위원회에서 권한을 행사한다. 일부 교장은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학교발전기금의 규모를 늘이고자 한다. 합법적으로 학부모의 재정적 후원을 독려할 수 있다는 점도 학교운영위원회 도입이 설정한 중요한 목적의 하나였다.
3) 2001년 4월 23일, 진보교육 9호, 마이클 애플 초청 강연회 후기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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