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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호 특집_노무현 정부의 성격과 2004년 교육정세

2004.01.09 14:11

jinboedu 조회 수:1267 추천:4

노무현 정부의 성격과 2004년 교육정세

노무현 정부의 성격과 2004년 교육정세

특집팀

 

2004년도에 교육의 전반적인 시스템 재편을 둘러싸고 거대한 충돌이 일어날 수밖에 없음을 직감한다. 김영삼 정권시절부터 시작된 신자유주의 교육재편 시도가 부분적이고 제한적인 차원을 넘어 전면적인 양상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미 지배 세력의 일부는 평준화 해제를 비롯한 교육의 시장화 상품화 논리를 노골적으로 주장하고 있으며, 노무현 정권도 시장화, 개방화, 분권화를 기본 축으로 교육을 재편하고자 하는 신자유주의적 처방을 교육정책의 기본기조로 삼고 있다.

특히 2004년 말이 WTO 협상시한이며, 총선 이후 정치적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은 시기이기 때문에 지배세력은 2004년 말까지 신자유주의 교육 재편의 기본 구상을 완성하고 이를 추진할 수 있는 토대를 구축하려 할 것이다. 따라서 2004년에는 그 어느 때보다도 교육체제 전반의 재편을 둘러싼 담론 투쟁이 격렬하게 진행될 것이다. 즉 지배세력의 신자유주의적 '교육개편안'과 진보진영의 '공교육 개편안'의 한 판 싸움이 예상된다. 물론 지배세력은 자본 축적의 위기로부터 추동되는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을 국가 경쟁력 향상을 통한 국민의 복리 증진, 다양한 교육적 요구의 충족, 사교육비 획일적 입시교육 등 한국교육의 병리적 현상의 치유책 등으로 포장하려 할 것이다. 진보진영은 이러한 지배세력의 담론의 허구성을 폭로하고 나아가 교육의 공공성 강화와 민중교육권의 확대를 핵심으로 하는 새로운 교육체제에 대한 대안을 제시함으로써, 신자유주의 교육개편의 흐름을 차단하고 올바른 교육체제 개편의 물꼬를 새롭게 터 나가야할 것이다.

결국 2004년은 신자유주의 교육재편이 대세화될 수 있는 위기의 시기이자, 오히려 교육체제 전반의 재편문제가 국민적 관심사가 되고 지배세력과 진보진영간의 담론투쟁이 전면화되면서 올바른 교육재편의 국민적 동력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의 시기이기도 하다. 2004년이 위기의 시기일지, 기회의 시기일지는 순전히 주체 역량의 몫이다. 위기를 기회로 전화시키기 위해 우리들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2004년 정세의 흐름을 냉철하게 읽어 내는 것과 공공성과 민중교육권 강화를 기본축으로 하는 교육개편안에 대한 광범위한 합의를 도출해내고 이를 추동해나갈 수 있는 대중적 의지를 확대해 나가는 것이다.

이 글은 출범 1년이 지난 노무현 정권의 본질적 성격을 규명함으로써 향후 예상되는 노무현 정권의 정책 방향을 가늠해보고, 교육 부문에서 형성될 구체적 정세의 지점들을 살펴볼 것이다.


1. 노무현 정권의 성격과 전체 정세

1-1. 종속적 신자유주의의 전면화

신자유주의는 구조적이고 전반적인 축적 위기에 빠진 국가독점자본주의의 산물이다. 따라서 한국 사회의 신자유주의를 미국에서 이식된 것, 또는 IMF가 강요한 것 등으로 이해하는 것은 극히 현상적인 이해일 뿐이다. 한국 사회에서 신자유의주의의 전면화는 두 가지 요인에 의하여 추동되었다. 우선 신자유주의화의 보편적인 추동력인 국가독점자본의 축적위기이다. 한국의 국가독점자본은 구조적인 축적위기에 빠져 있다. 97년의 이른바 IMF 사태는 한국 독점자본의 과잉 축적과 과잉 생산에 원인을 둔 생산 공황의 성격과 초국적 금융자본의 투기적 운동에 의한 금융 공황의 성격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 당시에 유행하였던 워크아웃이니, 구조조정 등의 용어는 과잉 생산력의 강제적 정리에 다름아니었다. 하지만 IMF사태 후 6년이 지났지만 한국 독점자본의 재생산의 위기는 전혀 극복되지 못하였다. 신자유주의 공세를 통해 노동계급에 대한 착취를 강화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독점자본은 이전의 활력을 찾고 있지 못하다. 미국과 유럽의 선진 자본주의 국가들이 1970년대 중반이후 지금까지 장기적인 위기의 국면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처럼 한국의 독점자본도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위기의 국면에 빠져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결국 자본 세력들은 노동계급에 대한 총체적이고도 전면적인 공격을 통하여 자본의 축적 위기를 모면 또는 지연시키려할 것이며, 그것이 바로 신자유주의의 본질이다.

한국 사회의 신자유주의 전면화의 두 번째 요인은 초국적 자본의 요구이다. 1970년대 중반 이후 과잉 생산에 의한 축적 위기에 빠진 선진국의 자본들은 더 이상의 생산적인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대규모의 투기적 금융자본으로 전화되었다. 이들 투기적 금융자본들은 국경을 넘어 초국적 자본의 성격을 띠면서 세계 각국에서 환투기, 주식투기, 적대적 기업 인수 및 매각 등 주로 단기적 차익을 노리는 금융투기에 몰두하였다. 이들은 초국적 금융자본의 자유로운 운동을 위하여 세계 각국의 금융시장의 개방을 강압적으로 관철해 나갔으며, 나아가 인수기업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또는 자본 투자 조건으로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을 요구함으로써 신자유주의의 확산에도 앞장섰다.

이렇듯 한국 사회의 신자유주의는 한국의 독점 자본의 구조적 위기로부터 추동되는 내적 요인과 초국적 자본의 강압적 요구에 의한 외적 요인의 결합에 의해 전면화되고 있으며, 초국적 자본의 요구에 굴복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에서 종속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다. 특히 금융개방 이후 초국적 금융자본의 투자 및 투기가 급증하면서 초국적 금융자본에 의한 주식 시장 장악, 은행과 기업 등의 인수 합병의 활성화 등이 급격히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초국적 자본의 요구를 반대하는 것이 점차 어려워지고 있으며 그만큼 종속성이 강화될 수밖에 없다.

노무현 정권이 정치적 수사나 은폐도 없이 국내의 독점자본과 초국적 자본의 편임을 노골적으로 드러낼 수밖에 없는 것은 그만큼 자본의 축적 위기가 심화되었고 초국적 자본에 대한 종속이 강화되었음을 의미한다.(평상시에 국가권력은 모든 계급의 중재자의 역할을 하는 것처럼 보이기를 원한다. 하지만 자본 축적의 위기가 심화될수록 또는 노동계급을 비롯한 민중들의 저항이 거세질수록 자기의 계급적 본질을 노골적으로 드러낼 수밖에 없다.)

따라서 노무현 정권이 국내의 독점자본과 초국적 금융자본의 이해대변자의 지위를 포기하지 않는 이상 신자유주의 정책을 지속시키며 오히려 이를 강화하려 할 것이다. 즉 신자유주의 정책은 집권세력의 임의적인 선택이나 정책적 판단의 문제가 아니며, 자본운동의 필연적인 산물인 것이다. 오로지 민중의 거센 저항과 투쟁만이 신자유주의를 극복할 수 있는 길을 열 수 있다.

1-2. 개혁 동력의 소진과 부분적인 파시즘화

1987년 대투쟁 이후 제도 정치권의 최대 화두는 '개혁'이었다. '개혁'이라는 막연하고 추상적인 용어는 대략 군부 파시즘(또는 권위주의적 군사정권) 체제에서 형성되었던 사회 각 분야의 특권적 카르텔을 해체하고, 법과 제도 분야의 군부 파시즘의 잔재를 청산함으로써 국민의 기본적 권리를 확대하고 기회의 평등성을 확대하겠다는 정치적 이데올로기적 경향성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이러한 개혁 담론은 한국 사회의 계급 지형을 특권적인 수구보수 세력(개혁의 대상)과 이들에 반대하는 범민주세력(개혁 동력)으로 양분하고, 개혁 동력의 중추는 개혁적인 부르조아 정치인들과 부르조아 개혁정당일 수밖에 없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이렇듯 한국 사회에서의 개혁은 군부 파시즘에서 부르조아 민주주의로 이행하는 객관적 현실을 반영하는 개념임과 동시에 개혁적 부르조아 정치세력의 헤게모니를 강화하는 핵심적인 이데올로기였다. 즉 지속적인 반격을 가하는 파시즘의 잔재 세력을 효과적으로 제어하고, 아래로부터 치고 올라오는 노동 계급을 비롯한 민중의 요구를 포섭할 수 있는 유력한 무기가 바로 개혁 이데올로기였다. 실제로 김영삼과 김대중 정권 시절에 군부특권세력 해체, 금융실명제 실시, 지방자치제 확대, 부분적인 재벌개혁 시도, 각종 악법의 부분적 개선, 지역차별화 현상의 완화, 남북화해를 통한 냉전약화 등 부르조아 민주주의의 일정한 진전이 있었다. 비록 수구세력과 비겁한 타협, 개혁주체세력의 부패와 무능 등으로 개혁적 부르조아 정치세력의 일부 분파들의 부침이 거듭되었지만 개혁적 부르조아 정치세력의 전반적인 헤게모니가 강화되었던 것은 사실이다. 결국 지난 선거에서 개혁적 부르조아 정치세력의 가장 진보적인 분파였던 노무현 세력이 집권하는 데까지 나아갔다.

그런데 의아하게도 가장 급진적인 개혁을 실시할 것으로 예상되었던 노무현 정권은 오히려 이전의 정권들보다 개혁적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국민 대중의 관심과 동의를 이끌어 낼 수 있는 개혁의제를 전혀 설정하고 있지 못하며 이라크 파병, 네이스 문제, 부안 사태 등에서 보여주는 것처럼 노동계급에 대한 공격은 물론 부르조아 민주주의마저 후퇴시키려는 조짐을 곳곳에서 보여주고 있다.

왜 그럴까? 노무현의 개인적인 변절인가? 아니면 소수 정권의 한계인가? 그렇다면 내년 총선에서 다수 세력을 만들어 주면 다시 개혁의 동력이 강화될 것인가?

첫 번째 원인은 김영삼과 김대중 정권 10년을 거치면서 부르조아 정권으로서 할 수 있는 개혁은 어느 정도 실현되었다는 점이다. 이미 군사 파시즘 하에 형성되었던 특권 세력들은 상당히 해체되었으며, 형식적 민주주의도 상당 정도 진전되었다. 하지만 더 이상의 민주적 변혁은 부르조아 정권의 계급적 성격을 뛰어 넘는 지점이다. 교육현장을 예로 들면 개혁적 부르조아 정권으로서 학교운영위원회는 설치할 수 있지만 교장선출보직제를 수용하는 것은 그들의 지배에 균열을 낼 수 있는 위협적인 요소인 것이다. 광범위한 대중투쟁에 밀려 교장선출보직제를 수용할 수는 있겠지만 그들 스스로 교장선출보직제를 개혁의제로 설정하여 추진할 수는 없는 것이다. 노무현 정권의 개혁의제가 놀랍도록 빈곤한 것은 사실상 그들이 국민들의 지지와 동력을 이끌어 낼 수 있는 마땅한 개혁의제를 찾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들이 유일하게 추진하고 있는 정치개혁은 지배계급의 분파간의 주도권 다툼일 뿐이지 전혀 개혁의제로서 국민들에게 다가가지 못하고 있다.

두 번째 요인은 앞에서도 강조한 것처럼 세계 자본주의와 한국 자본주의의 구조적 위기 때문이다.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의한 노동계급에 대한 착취 강화, 농민 삶의 파탄, 실업자의 대량 창출, 350만이 넘는 신용불량자 등 민중의 생존위기는 심화되고 있으며, 이에 대한 민중의 저항이 거세지는 것은 필연적일 수밖에 없다. 노무현 정권은 이러한 민중의 생존의 요구를 포섭할 수 있는 물적기반이 취약하며, 따라서 민중의 생존의 요구를 강압적인 방법으로 봉쇄할 수밖에 없다. 최근에 부안 사태, 노점 철거, 시위 진압에서 볼 수 있는 정권의 폭력적 모습과 노무현 정권이 시도하고 있는 테러방지법, 집시법개정안 등을 통해 노무현 정권의 부분적 파시즘화의 현상을 목격할 수 있다. 즉 부르조아 민주주의의 전반적인 틀을 부정하지는 않겠지만 민중의 요구와 투쟁을 봉쇄하기 위하여 강압적이고 폭력적인 기제를 동원하려는 시도를 계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노무현 정권은 김영삼 정권이나 김대중 정권이 그러했던 것처럼 개혁 이데올로기를 통해 광범위한 국민 대중의 지지를 확보하고 민중의 요구를 형식적으로 포섭하는 정치적 헤게모니를 행사하지 못하고 오히려 노골적으로 초국적 자본과 국내의 지배계급의 이해를 대변하는 반민중적 모습을 가시적으로 드러내면서 민중의 요구와 투쟁을 철저히 배제하고 탄압함으로써 정권과 민중진영간의 대립을 더욱 더 격화시켜 나갈 것이다. 2003년 하반기에 열사정국으로 표현되었던 정권과 민중의 대립전선은 일회적이고 우발적으로 나타난 현상이 아니다. 오히려 내년에는 더욱 확대되고 격화된 양상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이다.

1-3. 지배 계급 분파간의 권력 분점과 내부 주도권 투쟁의 격화

노무현 정권은 지배계급 내부에서 소수분파이다. 의회권력은 거대야당인 한나라당이 다수를 점하고 있으며, 집권여당이었던 민주당 내에서도 확고한 주도권을 장악하지 못하였기 때문에 분당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었고 결국 더욱 협소한 정치적 기반을 갖게 되었다. 비록 노무현 정권이 행정권력을 장악하고 있지만 지금의 소수정권의 상태로는 통치력을 제대로 행사할 수 없으며 따라서 정치적 주도권을 잡기 위하여 지배계급 내의 타분파와 치열한 권력투쟁을 전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재신임 카드와 대선자금 정국은 노무현 정권이 자멸할 수 있는 위험성을 무릅쓰고 감행할 수밖에 없는 정치적 도박이며, 이런 도박을 하지 않고서는 소수정권으로부터 탈출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음을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총선까지 지배계급의 각 분파들의 사활을 건 대치전선은 지속될 것이다. 지배계급 분파간의 투쟁이 격화될수록 그들의 부패와 무능력은 더욱 가시화될 것이며, 정치세력과 자본의 결탁이라는 본질이 드러나면서 지배세력의 계급적 본질이 폭로될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정세의 흐름이 새로운 대안정치에 대한 대중적 지지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정치에 대한 광범위한 냉소와 무관심을 확대시킬 가능성이 높다. 그것은 진보정당이나 민중정치세력이 아직 현실적인 대안 세력으로서의 위상을 지니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한편 노무현 정권이 총선에서 지금보다는 일정하게 세력을 확대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의회 내에서 다수를 차지하지는 못할 것이다. 따라서 총선 이후의 정치 정세는 크게 두 가지 가능성으로 나타날 수 있다. 첫째로 과거 노무현 정권의 모습처럼 소수 정권으로서 보수세력과 진보세력의 틈에 끼어 정치적 무능과 통치력 부재의 모습을 지속하는 경우를 예상할 수 있다. 둘째로는 행정권력의 분점을 매개로 하여 지배세력 내의 일정한 타협을 이끌어 내는 경우를 상정할 수 있다. 책임총리제 또는 분권형 대통령제 등 권력형태의 변화를 고리로 정치질서의 재편을 꾀할 수도 있을 것이다. 특히 후자의 경우 정권의 민중진영에 대한 공세는 더욱 강화될 것으로 판단된다.

1-4. 민중의 생존권 투쟁의 격화와 민중 운동의 변혁성 강화

노동운동의 개량화 국면에서 전개되었던 자본의 신자유주의 공격은 노동계급의 위축과 분열, 후퇴를 야기하였다. 집단적 저항보다는 개별적인 살길을 모색하였으며, 자본이 그어놓은 분열의 선에 따라 서로 대립하고 반목하였다. 투쟁으로 자본의 공격을 돌파하기보다는 오히려 어용 지도부를 뽑아 자본과 타협을 통해 그들의 지위를 보존하려 하였다.

하지만 이제 서서히 노동계급을 비롯한 민중의 자각이 시작되고 있다. 우리 사회의 위기가 단기적인 것이 아님을 직감하고 있다. 오히려 민중의 생존위기는 더욱 심화되고 있으며, 현재의 고통을 감수하게 할 수 있는 미래의 희망이 부재하다는 것을 절감하고 있다. 다른 대안이 없는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받아들였던 신자유주의가 노동자와 농민의 희생 위에 국내 독점 자본과 초국적 자본의 살을 찌우기 위한 자본의 책략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깨우치기 시작하였다. 민중의 정치적 대변자로 자처하던 개혁적 부르조아 정치인들이 독점자본과 초국적 자본의 대리인임이 명확해지면서 그들에 대한 지지와 기대를 거두어들이려 하고 있다. 즉 민중이 처한 객관적 모순은 심화되는 반면, 지배계급의 정치적 헤게모니는 점차 약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민중의 생존권 투쟁은 더욱 격화될 것이며, 현실 사회주의 사회의 붕괴 이후 개량화의 미망에 빠져 있던 변혁 세력들도 객관적 모순의 격화에 직면하여 새로운 대안 세계의 창출을 위한 근본적인 방향을 모색하는 길로 접어들 수밖에 없다. 올 하반기에 전개되었던 농민의 반세계화 투쟁, 빈민들의 격렬한 생존권 투쟁, 부안 주민들의 영웅적인 투쟁 그리고 노동운동의 전투성 회복은 일방적 수세에 몰렸던 민중과 변혁세력들의 반격이 개시되었음을 보여주는 징후이다.

올해에도 이라크 파병, 한 칠레 FTA비준, 테러방지법 및 집시법 개악, 신자유주의적 노동 정책의 강화, 교육 부문 등 사회 각 분야의 각종 반민중적 사회 정책 등을 둘러싸고 민중의 생존을 위협하는 자본과 이를 돌파하려는 민중세력간의 대립과 긴장은 한층 강화될 것이다.

1-5. 정리

한국 자본주의는 IMF 사태 이후 구조적 위기에 빠져 있으며, 초국적 자본에 대한 종속성이 더욱 강화되었다. 신자유주의는 한국 자본의 구조적 위기의 산물이자 종속성의 결과이다. 따라서 자본 축적 국면의 획기적인 변화나 종속성의 약화 등 구조적 변동이 일어나거나 민중의 투쟁을 통한 신자유주의 저지가 이루어지지 않는 이상 신자유주의 정책은 계속 강화되어 나갈 것이다.

노무현 정권의 개혁성 상실은 구조적 요인에 기인하고 있다. 정권의 계급적 한계에 의한 개혁의제 설정의 제한, 한국 자본주의 물적 기반의 취약 등은 개혁 이데올로기를 통한 정치적 헤게모니 행사를 크게 제약하고 있다. 신자유주의 정책에 의한 민중생존의 위기와 노무현 정권의 정치적 헤게모니의 약화는 민중의 거센 저항과 투쟁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다. 작년 하반기 열사정국과 부안 사태는 바로 이런 상황의 필연적인 귀결인 것이다. 노무현 정권은 민중의 이러한 저항을 배제와 탄압으로 짓누르고 있다. 즉 민중의 거센 저항에 직면하여 국민의 지지를 조직해 낼 수 없는 노무현 정권은 폭력적 수단, 즉 파시즘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

지배계급의 일분파가 확실한 주도권을 장악하고 있지 못한 현재의 정치 상황은 지배계급내의 헤게모니 투쟁을 격화시키고 있다. 재신임 카드, 대선자금 정국 등은 지배계급의 정치적 분파들간의 대립이 사활을 건 투쟁으로 격화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으며 이는 총선까지 계속 강화되어 나갈 것이다. 총선 이후에는 정치적 분파간에 정치적 타협을 통한 지배질서의 안정화를 추구하거나, 노무현 정권이 소수정권으로 계속 남아 있으면서 지배계급 내의 갈등과 분열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무능 정권의 양상을 띠어 갈 가능성도 있다.

자본의 공세에 밀려왔던 노동계급과 민중의 반신자유주의 세계화 투쟁의 파고가 거세질 것이다. 민중들의 자생적인 생존권 투쟁은 고조될 것이며, 변혁 운동 세력들도 역량을 재정비하면서 수세에서 공세로 반전을 꾀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 나갈 것이다. 비록 단기적인 승리는 불가능하겠지만 민중의 폭발하는 자생적 열망을 기만적인 타협을 통해 지배계급의 헤게모니 아래 포섭시키려는 개량적인 흐름을 차단하고 변혁적인 열망으로 전화 발전시켜내는 것이 민중운동 세력의 주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2. 교육정세

2-1.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의 기본 동인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은 자본의 전반적인 신자유주의 정책의 일환으로 추진되었다. 축적의 위기에 빠진 자본은 이를 벗어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는 가운데 기존의 교육체제의 비효율성을 공격하게 된다. 특히 자본 축적의 위기가 가장 심각하였던 영국에서 자본의 경쟁력의 약화의 주요 원인으로 교육문제를 꼽으면서 신자유주의적 교육정책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게 되었다.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의 본질은 국민의 기본적 권리로서 그리고 인간의 보편적 발달의 수단으로써의 교육의 의미를 부정하고 자본의 이해에 직접적으로 봉사하는 교육의 기능을 강화하려는 시도이다. 물론 근대 공교육 체제가 성립한 이후 교육은 자본이 필요로 하는 노동력 양성을 주요한 목적 중의 하나로 추구하여 왔다. 하지만 근대적 국민국가가 공교육의 목표로 내세운 것은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언제나 인간의 전인적 성장과 발전이었으며, 실제로도 교육의 이러한 보편적 기능이 근대적 공교육 체계에 녹아 있었음을 부정할 수 없다. 즉 근대 국가가 내세우는 교육이념에서나, 교육 행위의 주체인 교사의 의식에서나, 학교를 보내는 국민들의 요구에서나 교육은 인간 개개인의 성장과 발달을 추구하는 것이 언제나 우선이었으며, 자본의 이해는 은폐되거나 부차적인 것으로 간주되었다. 하지만 신자유주의 교육이념은 교육이 자본의 이해에 종속되어야함을 공공연하게 주장한다. 교육은 국가의 경쟁력 강화, 좀 더 정확히 표현하면 자본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직접적으로 봉사해야 하며 그러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교육은 더 이상 존재의 이유를 지닐 수 없다고 주장한다. 이제 자본의 요구에 제대로 부응할 수 있는 것은 선이요, 그렇지 못한 것은 악으로 간주된다. 교육의 맨 꼭대기에 자본의 이해가 당당하게 서있게 된 것이다.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에서 교육의 핵심적인 이념도 변화되었다. 평등성 대신에 수월성이, 공공성 대신에 효율성이, 국가의 책임 대신에 시장의 논리가 주요한 위상을 차지하게 되었다. 신자유주의의 논리에 의하면 기존의 교육체제가 '비효율적'이었던 이유는 교육을 공공성의 원리에 입각하여 운영하였기 때문이다. 이제 공교육 체제에 자본주의적 시장 경쟁의 원리를 도입함으로써 교육은 자본이 요구하는 가장 적합한 인적자원과 기술인력, 즉 노동력을 생산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초 중등 교육은 교사간 학교간 경쟁 체제의 도입과 평가체제의 강화를 통해 학생들의 기초학력 신장과 우수한 인력양성을 위한 책무성을 높여야 하며, 고등교육은 자본의 직접적인 요구에 따라 학제와 교과과정을 개편해야 한다.

이러한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이 과연 원하던 바의 효율성을 지닐 수 있을까? 다른 수많은 문제를 제외하고 오로지 효율성의 측면에서만 보더라도 설혹 단기적인 효율성을 높일 수는 있겠지만 오히려 자본의 단기적 요구에 의해 교육이 좌우됨으로써 장기적인 사회적 생산성의 발전에는 저해가 될 가능성이 높다.  

2-2. 한국에서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의 수용과정

한국 사회에서 신자유주의 교육 정책이 본격적으로 거론되기 시작한 것은 김영삼 정권의 1995년 5.31 교육개혁안부터이다. 당시 신자유주의 교육 담론의 수용 배경은, ①당시 신자유주의 정책은 글로벌 스탠더드로 신봉되는 미국의 선진적 경영기법 정도로만 인식되었으며, 신자유주의 교육담론도 선진적인 교육정책의 수입(또는 수용)의 의미가 강하였다. ②하지만 이미 WTO 체제가 출범하였으며, 개방화와 세계화의 압력이 강한 상황에서 교육개방을 대세로 인정하고 이를 수용하기 위한 조건을 마련함과 동시에 자본간의 경쟁이 격화되는 상황에 대비하여 교육의 전반적 재편을 추진해야 될 필요성이 강화되고 있었다. ③자본의 이해를 노골적으로 대변하기보다는 소비자 주권을 앞세우면서 획일적이고 관료화된 공교육을 공격하는 모습을 취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정리하자면 이 시기의 신자유주의 교육재편의 담론은 자본의 요구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기보다는 한국 공교육의 병리적 현상에 대한 개혁과 공급자 중심에서 소비자 권리의 강화를 명분으로 내세우면서 무한경쟁시대에 국가 경쟁력강화를 통해 살아남기 위해서는 선진적인 교육개혁의 모델인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을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었다. 이 시기에 세계화 시대에 경제적 생존과 한국 교육의 병리적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대대적인 교육재편이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확대되었으며, 학교 운영위원회 설치, 종합생활기록부 도입, 7차 교육과정 입안 등 신자유주의 교육재편의 이데올로기적, 제도적, 법적 기반이 마련되었다.

신자유주의 교육재편이 자본편향의 경향성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은 김대중 정권에서이다. IMF사태라는 한국 자본주의 공황상태로부터 출발한 김대중 정권은 자본에 요구에 부응할 수 있는 교육의 재편이라는 신자유주의 논리를 훨씬 강하게 드러낼 수밖에 없었다. 이른바 '신지식인론', '지식 강국론'과 교육부의 인적자원부로의 개편에서 상징적으로 드러나듯 신자유주의 교육재편이 기업과 자본의 요구에 부응하는 것이고 자본의 이윤창출논리에 최대한 봉사해야 한다는 것을 명시적으로 표출하였다. 초 중등 교육에서 7차 교육과정 실시, 성과급, 자립형사립고 자율학교 도입 등 시장경쟁 기제를 강화하였으며, 고등교육에서는 BK21에서 볼 수 있듯이 '선택과 집중'을 통하여 자본의 요구에 부응하는 강력한 구조조정을 실시하였다. 하지만 김대중 정권은 초 중등 교육부문만큼은 전교조 등 교육운동세력의 반발과 국민 대중의 반대에 의한 정치적 부담 때문에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에 대하여 부분적인 후퇴와 속도조절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2-3. 시장화, 개방화, 분권화를 앞세운 신자유주의 공세의 강화

교육부문에 있어 개방화와 시장화는 상호 친화적이다. 외국교육기관의 개방은 필연적으로 시장화를 촉진시킨다. 외국교육기관의 자유로운 활동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교육체제에 시장시스템을 도입시키지 않을 수 없다. 또한 시장화의 논리는 개방화를 내포하고 있다. 시장시스템이 원활하게 작동하기 위해서는 경쟁주체의 자유로운 참여를 보장해야 하며 따라서 개방화는 시장 시스템의 활성화를 위한 필요조건이 된다. 열린 시장의 효율적 기능성을 신뢰하는 것 그것이 바로 신자유주의의 본질 중에 하나이다.

노무현 정권이 들어서면서 시장화와 개방화에 분권화가 추가되었다. 노무현 정권의 분권화 이데올로기가 권력의 아래로의 분산, 즉 민중 통제력의 강화와 거리가 먼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노무현 정권의 분권화는 공공부문을 유지하고 강화해야 할 국가의 책임을 축소하고 그 책임을 지방에 떠넘김으로써 국가의 지원과 통제를 받지 않는 지자체 단위와 개별 교육자본이 시장적 경쟁주체로 나서게 만드는 시장화 정책의 보조적 개념에 불과하다. 결국 시장화, 개방화, 분권화가 상호 상승작용을 하면서 신자유주의적 교육정책이 총체적으로 밀려드는 형국이다.

2-4. 2004 교육정세의 지형 : 신자유주의 교육담론과 교육공공성 강화론의 전면적 충돌

지난해 3월 교육개방 양허안 제출을 시작으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각종 법안 및 정책들 그리고 다양한 지배세력들로부터 쏟아지고 있는 수많은 교육담론들은 그 변화의 추이를 따라잡기조차 힘들 지경이다. 바야흐로 교육 정책에 대한 백가쟁명 시대가 도래한 듯하다. 하지만 이것이 교육에 대한 다양한 논의들이 자유롭게 꽃피고 있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이러한 어지러운 양상들의 이면에는 뚜렷한 흐름들과 경향성이 자리잡고 있다. 일견 어지럽게 보이는 교육정세를 관통하고 있는 흐름들의 특징은,

첫째, 다양한 듯 보이는 교육담론들이 지배세력의 신자유주의 시장화 교육담론과 민중진영의 교육공공성 강화와 민중교육권 확대담론의 대결로 정리되고 있다. 지배세력의 담론과 민중담론의 중간적 위치에서 일정한 세력을 형성하고 있었던 자유주의적 교육담론들은 신자유주의 교육담론의 공세가 강화될수록 비현실성과 관념성이 드러나면서 입지가 축소되고 있다. 신자유주의적 교육공세가 강화될수록 지배세력의 담론과 민중진영의 담론간의 대립이 첨예화되는 동시에 계급적 성격도 더욱 강화될 것이다.

둘째, 교육체제의 전반적인 재편을 둘러싼 담론지형이 형성되고 있다.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은 부분적인 제도의 손질이나 개편이 아니라 교육 시스템의 전반적 재편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따라서 대항담론도 소극적인 반대나 사안별의 대안이 아니라 교육재편에 대한 총체적 대안 제시에 중점을 둘 수밖에 없다. 또한 최근의 교육담론은 단순히 교육 내적인 문제해결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경제적, 사회적 의제와 긴밀히 결합된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결국 교육재편을 둘러싼 담론투쟁의 지형은 사회의 전반적인 재편의 방향성을 둘러싼 입장의 차이와 긴밀히 연동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결국 지배 담론과 대항 담론의 충돌 속에서 교육체제 전반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고조되는 가운데 향후 교 재편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격렬한 대결이 지속될 것이며, 이는 향후 사회 질서 재편의 향방에도 커다란 영향을 끼칠 것이다.

셋째, 교육담론의 생산주체들의 폭이 넓어지고 있으며, 이에 따라 대립 전선도 교육부문을 넘어 사회적인 총체성을 띠어 나가고 있다. 지금까지 지배세력의 교육담론 생산은 교육관계기관이나 일부 보수언론에 의해 이루어져 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경제관료, 정치인, 지자체장, 보수적 학자 및 시민단체 등 지배세력이 총동원되어 신자유주의적 교육재편을 주장하고 있다. 신자유주의 교육재편의 논리적 근거도 교육 자체의 문제해결보다는 경제적 경쟁력 강화, 부동산 문제해결, 지역발전 추구 등 교육외적 요인들을 제시하면서 교육문제와 사회문제가 긴밀히 연동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한편 민중진영은 기존의 교육운동세력을 제외하고 교육문제에 대한 조직적이고 집단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지 못한 상황이다. 하지만 신자유주의 재편 과정이 가시화되고 교육운동 진영의 대항 투쟁이 활성화되면서 교육문제가 사회적 핵심 의제로 등장하게 되면 교육문제를 중심으로 광범위한 민중진영의 결집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정리하면 2004년 교육정세지형의 핵심적 특징은 지배계급이 교육체제의 전면적 개편을 위한 법률적, 제도적, 물질적 조건을 마련해가는 가운데 지배계급과 민중진영이 국민 대중의 지지와 공감을 얻기 위하여 치열한 담론투쟁이 전개될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담론투쟁의 전선은 첨예화-지배담론과 민중담론의 대립격화와 계급적 성격의 가시화; 전면화-교육체제의 전면적 재편 지향; 총체화-교육의 직접적인 당사자를 뛰어넘어 지배세력과 민중진영간의 대립으로-의 특징을 지니고 있다.   

2-5. 2004년 정세의 주요 지점

가. 평준화 해체와 사수의 대립

기존의 교육체제 중에서 신자유주의자들이 가장 집요하게 공격하는 부문이 고교평준화제도이다. 지금까지 지배세력들의 평준화 공격논리는 상위권 학생의 학력저하, 즉 수월성 교육침해, 학생 학부모의 학교선택권 제약 및 사립학교의 학생선발권 제한, 학교간 경쟁의 부재로 인한 공교육의 부실화 초래 등 비교적 교육내적인 논리였다. 하지만 최근의 평준화 해체 논리는 이를 뛰어넘고 있다. 경제관료나 정치인 그리고 보수적 학자와 언론들은 국가 경쟁력 향상의 걸림돌로, 부동산 폭등의 원인으로, 사교육 팽창 나아가 교육 불평등을 초래하는 주범으로 평준화 제도를 공격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일부 지자체들은 지역인재의 양성과 지역개발과 성장을 위해 평준화 해체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집요하게 펼치고 있으며, 지역주민의 지역이기주의를 자극하여 이들을 평준화 해체의 동력으로 활용하려 하고 있다. 즉 지배 세력의 평준화에 대한 공격이 훨씬 입체화 총체화되고 있는 것이 지금의 실정이다. 하지만 지배세력들의 평준화 제도에 대한 공격은 겉으로 내세우는 화려한 수사에도 불구하고 과거의 명문고 시절에 대한 시대착오적인 향수이고, 소수의 뛰어난 인재가 다수의 평범한 사람보다 훨씬 더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신봉하는 삐뚤어진 엘리트주의 표현이며, 상층 계급들이 공교육 내에서 자기들만의 분리된 트랙을 만들기 위한 계급적 욕망의 표출일 뿐이다. 지배계급의 평준화 제도에 대한 공격은 계급적 본능의 표현이자 자본주의적 세계관의 반영일 뿐이다.

한편 노무현 정권은 분권화와 자율화의 이데올로기를 내세우면서 평준화 해체의 정치적 부담을 지자체나 교육자본에 분담시키려는 술책을 쓰고 있다. 지자체나 교육자본이 특수목적고나 자립형사립고 설립을 추진하고 보수 언론, 보수적인 정치인 및 학자들이 이를 정당화시키는 나팔수의 역할을 하는 가운데 정부와 교육당국은 이러한 대세를 추인하는 식의 역할분담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는 평준화 해체 추진세력에 대한 공격의 지점을 분산시킴으로써 저항의 힘을 집중하는 것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하지만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의 핵심 고리가 평준화 해체이듯 이를 막아내는 것이야말로 신자유주의 시장화 공세를 저지하는 핵심 과제일 수밖에 없다. 고교 평준화의 해체는 교사, 학생, 학부모 전체가 시장화와 경쟁논리에 휘말리면서 공교육을 완전한 시장판으로 만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또한 공교육 체제 내에서 그나마 유지되어 왔던 형식적 평등성마저 완전히 무너지면서 교육의 불평등 현상은 더욱 심화될 것이다. 나아가 평준화 해체가 초래할 입시경쟁의 조기화와 강도의 강화는 그나마 미약한 교육의 공공적 기능을 완전히 소멸시키고  이윤추구에 혈안인 교육자본, 오로지 교육을 개인의 출세의 수단으로 삼으려는 학생과 학부모, 입시 기술자인 교사가 어우러지면서 교육의 상품화와 시장화 현상은 극에 이를 것이다.

교육운동 진영에서는 평준화 해체론자들의 논리를 공격할 수 있는 대응 논리를 개발하여 담론 투쟁에서의 우위를 확보하고 평준화 해체 움직임에 대한 신속하고도 완강한 투쟁을 전개함으로써 평준화 문제를 사회적 의제화시키는 작업을 진행하는 동시에 평준화 해체에 반대하는 대중적 동력을 결집해 나갈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나. 교육개방의 대세론과 저지 투쟁

초국적 자본에 철저히 종속되어 있고 반도체 전자통신 자동차 조선 철강 등 소수의 독점자본의 이해를 철저히 대변하는 한국의 지배세력은 초국적 자본과 제국주의에 의해 추동되는 자유무역질서와 시장적 세계화의 흐름을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받아들이고 있다. 오히려 그들은 개방화와 세계화의 흐름을 수동적으로 수용하는 것을 넘어 자발적으로 이런 흐름에 편승하려 하고 있다. 그들에게 교육이나 농업분야는 독점자본의 이익을 지키기 위하여 적당한 시기에 버려야할 카드에 불과하다.

노무현 정권은 지난해 3월 이미 교육 개방 양허안을 앞장서서 제출하였으며, '외국 교육기관 특별법', '외국인학교운영규정 개정', '지역특구법' 등을 통해 자발적 자유화 조치를 취하고 있다. 앞에서 이야기했듯이 교육개방은 외국교육기관의 국내침투를 허용하는 것을 넘어 국내 교육시스템의 시장화를 촉진할 수밖에 없다. 외국교육기관이 어떤 공공성도 지니지 않은 채 자본의 논리에 따라 이윤추구에 매몰될 것은 뻔하며 이런 외국교육기관의 자유로운 운동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교육체제를 전반적으로 시장체제로 전환할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이다. 특히 2004년은 WTO 협상이 마무리되는 해이기 때문에 내년 하반기에 정부는 더욱 빠른 속도로 개방화를 위한 법률과 제도정비를 서두를 것이다.   

교육운동진영은 지배세력의 개방화의 필연성과 대세화의 논리에 맞서 개방저지를 위한 총력투쟁을 전개해야 한다. 실제로 세계 여타 국가들에서 교육개방은 대세도 아니며 모든 나라들이 이를 수용할 태세를 갖추고 있지도 않다. 오히려 종속적이고 독점자본의 이해대변에 충실한 노무현 정권이 개방을 자발적으로 서두르고 있음을 폭로해야 한다. 2004년에는 생존의 문제가 걸린 농업개방저지투쟁과 연대전선을 구축하여 개방화 대세론을 차단하고 개방화 세계화의 흐름을 역전시킬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다. 입시교육의 해체와 대학 평준화

평준화 해체 저지와 교육개방 저지투쟁은 모두 방어적 성격의 투쟁이다. 시장화 개방화를 축으로 하는 신자유주의 담론이 지니고 있는 계급적 본질과 허구성에도 불구하고 많은 국민들이 이에 현혹당하는 것은 현재 한국의 공교육의 병리적 현상과 공공성의 결여가 심각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신자유주의자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한국 공교육이 공공성이 과잉되어 있기 때문에 국민들이 공교육을 불신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정반대이다. 무늬만 공공적인 한국의 공교육은 공공성이 철저하게 결핍되어 있다. 하지만 신자유주의자들은 국민대중들의 공교육에 대한 불안과 불신을 철저히 활용하면서 마치 그들의 대안이 공교육의 모든 문제들을 해결해 줄 것처럼 국민 대중을 유혹하고 있다.

과잉 입시경쟁 - 과중한 교육비 부담 - 철저한 입시위주의 교육 - 교육의 개인적 지위상승 수단으로 전락 - 교육의 공공성 결핍이라는 서로가 원인과 결과로 작용하면서 악순환을 확대·재생산해온 것이 한국 교육의 역사이다. 이런 소모적이고 낭비적인 경쟁의 악순환은 교육내부의 병리적인 현상을 넘어 사회 병리적인 현상으로 발전하고 있다.

이런 악순환을 내파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야말로 향후 교육재편의 주도권을 장악할 수 있는 길이다. 방어적 투쟁만으로 현재의 교육시스템으로 고통받고 있는 국민 대중의 적극적인 지지와 동의를 얻을 수 없다.

과열 입시경쟁을 타파하고 입시교육을 해체함으로써 학부모에게는 과도한 교육비 부담의 경감을, 학생에게는 유익한 공부와 즐거운 학교생활을, 교사들에게는 참다운 교육노동의 기쁨을 누릴 수 있는 조건을 제공해야 한다. 나아가 교육이 학생들을 선별하고 배제하는 기능을 극복하고 개인의 전인적 발달과 사회의 진보에 기여할 수 있는 교육 본연의 공공성을 회복해야 한다.

2003년에 이미 강남부동산 폭등과 사교육의 관련 문제와 수능 출제의 공정성 시비 등을 계기로 입시제도와 과열 입시경쟁의 문제가 사회적 의제로 떠오르고 있다. 또한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신자유주의자들은 자기들이 제출하는 방안이 한국 교육의 병리적 현상을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인 것처럼 떠들어 대고 있다. 이제 우리들의 대안을 적극적으로 제출해야 할 때이다. 사교육비 대책 논쟁과 수능 출제의 시비 과정에서 수능의 자격고사화가 쉽게 지지세를 확보해 나간 것처럼 과열 입시경쟁의 타파와 입시교육의 해체, 새로운 교육과정의 정립문제는 강력한 인화성을 지닌 사안이다.

수능 자격고사화를 기본으로 하는 입시제도의 근본적인 개선안과 과잉 입시경쟁을 근본적으로 완화할 수 있는 국공립대 평준화 방안 그리고 인간의 전면적 발달과 사회의 진보를 담보해 줄 수 있는 새로운 교육과정을 공세적으로 제출해야 한다. 과거처럼 사안이 터졌을 때 임기응변적인 일회적 대응을 지양해야 한다. 우리의 방안을 체계화하고 지속적이고 완강하게 우리의 대안을 실현시키기 위한 투쟁을 전개해야 한다. 이러한 공세적 대안 투쟁이 평준화 해체 반대투쟁과 교육개방 저지투쟁이라는 방어적 투쟁과 결합하였을 때 상호 상승작용 속에서 교육의 전면적 재편기에 주도권을 장악할 수 있을 것이다.

라. 기타

 학교자치의 확대

: 교사회 학부모회 학생회 법제화, 교장선출보직제

 학교 운영 과정의 직접 민주주의 확립, 교육 공공성을 획기적으로 강화할 수 있는 운영 시스템 확보, 공모제 또는 보직제 등의 왜곡을 통한 자율 경영제 확립 의도 경계

 교원정책 방안과 교원양성 과정

: 교원의 지방직화, 부적격 교원 퇴출, 계약직 교사 확대, 임용제도의 다양화와 승진제도의 개편, 교 사대 통폐합

 교사 및 예비교사의 이해와 밀접한 연관. 교사 대중투쟁으로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 높음

 사립학교법 개정과 유아교육법 제정 :총선 공약화를 위한 투쟁

 대학개혁 투쟁

: 국립대학 민영화, '선택과 집중'을 통한 대학 지원, 자본에 의한 대학 지배력 강화, 청년실업의 증대 등 대학의 신자유주의 구조조정 심각   대학 주체들의 격렬한 투쟁이 폭발할 가능성 높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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