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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국민운동본부’, 입시폐지-대학평준화로 교육변혁의 대장정에 나서다!
--------------이현 (자운고)

국민운동본부, 몇 개의 길이 만나다.

한국사회의 참을 수 없는 고통과 질곡 : 학벌사회, 입시지옥
최근에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번지고 있는 학력위조 사태는 학벌중심 사회의 심각한 병폐를 보여주는 반영물일뿐이다. 봉건적 신분제가 해체된 이후 한국 사회에서는 학벌과 학력이 새로운 신분으로 등장하였으며, 봉건적 신분이 태생적인 것이라면 학벌 신분은 10대 후반에 결정된다는 차이만 있을 뿐이다. 그나마 최근에 들어서 학벌 신분도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에 의해 태생적으로 결정되는 경향성이 점차 강화되고 있어 결국 혈통에 의한 신분의 유전이라는 신분제 고유의 성격으로 점차 수렴되고 있으며, 학벌 신분이 마치 개인의 자유로운 경쟁에 의해 획득되는 것처럼 외양을 띰으로서 봉건적 신분보다 훨씬 강력한 정당성을 획득하고 있다.
학벌이 신분이 되는 사회에서 학벌획득 경쟁은 사활적일 수밖에 없다. 한국 사회에서 학벌이 결정되는 결정적인 지점은 대학입시이며 따라서 학벌경쟁은 대학입학시험 경쟁으로 집중된다. 사활적이라는 표현은 단순히 과장된 수사가 아니다. 일년에 수백 명의 학생들이 입시 압박에 못 이겨 스스로 목숨을 끊고, 대다수의 학생들이 좌절과 무기력감에 빠져 실패자의 낙인을 가슴에 품은 채 평생을 살아간다. 아프간의 인질 사태에 대해서는 폭발적인 관심을 보인 우리들은 그보다 더욱 정치적이고 구조적인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정작 학생들을 죽음으로 몰아가고 대다수의 학생들에게 평생 지울 수 없는 실패자의 낙인을 찍는 거대한 사회적·정치적 폭력 앞에서 침묵하고 있다.
자녀의 학벌신분이 학부모의 능력과 뒷받침에 의해 좌우되는 현실 속에서 학부모들 또한 자녀의 학벌신분 획득 경쟁에 자신의 대부분의 에너지를 투여할 수밖에 없다. 학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에 따라 투여할 수 있는 에너지의 양과 질이 다를 뿐이지 그 누구도 한국사회에 사는 한 자녀의 입시경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우리 사회에서 사교육비의 규모는 너무나 방대하기 때문에 공식적으로 추산하기가 불가능할 지경이다. 조사 기관에 따라 20조에서 70조원까지 들쑥날쑥하지만 경제력이 없는 서민일수록 사교육비에 대한 압박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남성 노동자들의 잔업과 특근, 주부노동자들의 비정규 취업 등 부모 모두가 발 벗고 나서지만 사교육비를 충당하기 힘들며 결국 상류층들의 투자에 비해 양과 질에 뒤떨어질 수밖에 없다. 모든 희생을 감수하고 심지어는 가정이 해체될 지경에 이르기도 하지만 그들에 앞에 주어지는 결과는 실패자로 낙인찍힌 자녀들의 삶이다. 뻔한 실패가 예견되지만 가느다란 희망을 매달려 무모한 희생을 감수할 수밖에 없는 것이 서민 학부모의 서글픈 처지인 것이다.
학벌사회-대학서열화-입시지옥은 하나의 원환 고리를 형성하고 있다. 학벌은 출신대학에 의해 결정되며 대학들은 일렬로 서열화되어 있다. 따라서 좋은 학벌을 얻기 위해서는 상위 서열 대학에 입학해야 하고 이에 따라 피나는 입시경쟁을 해야만 한다.
그렇다면 뒤엉켜 원환을 형성하고 있는 세 가지 문제 중에 풀어야할 매듭은 어디에 있는가? 대답은 단순하다. 학벌과 입시지옥을 생산하는 매개 고리가 대학서열화이기 때문에 대학서열화를 해체하면 학벌 문제와 입시문제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 대학서열화의 가장 명료하면서도 근본적인 해결 방법은 대학 평준화이다. 이는 별도로 대규모의 예산이 필요한 것도 아니며(현재 대학진학률은 80%를 상회하고 학생수가 계속 감소하기 때문에 지금도 대학 정원이 고교 졸업자 수를 상회하고 있다.), 엄청난 초기 투자가 요구되는 것도 아니다. 오로지 정치적 결단과 국민의 합의만 있다면 충분히 추진 가능하며, 우리는 이미 중학교와 고등학교 평준화를 일시에 실시한 경험도 가지고 있다. 국민운동본부는 대다수의 국민을 고통으로 몰아넣고 있는 학벌사회-대학서열화-입시지옥의 삼각 편대를 대학평준화로 해체하려고 한다. 국민들의 광범위한 합의만 이끌어낼 수 있다면 소수의 학벌기득권층(비록 그들이 사회적 지배층과 상류층을 형성하고 있지만)의 반발을 억누르고 대학평준화를 현실화시킬 수 있다.

교육운동, 입시문제 해결 없이 한 발짝의 전진도 어렵다!
대중적인 교육운동이 시작된 지도 벌써 20년이 넘었다. 87년 대투쟁의 격변 속에서 대중적 교육운동이 탄생하여 교육민주화 운동과 참교육 실천이라는 양 날개로 힘찬 비상을 계속해 왔다. 하지만 사회적 민주화 운동이 신자유주의적 재편을 막는데 성공하지 못하였듯이 현재 대중적 교육운동도 교육의 상품화와 시장화로 대변되는 신자유주의적 교육재편을 제대로 막아내고 있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우리 사회에서 교육민주화가 지체되고 참교육실천이 유실되며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이 팽창할 수 있는 기저에는 과열 입시 경쟁체제가 놓여 있다. 학생과 학부모가 개별적인 입시경쟁자로 호명되는 상황에서 학생과 학부모는 교육을 통한 개인적 계층 상승이라는 사적 이해를 뛰어 넘을 수 없다. 입시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입시경쟁자로서의 정체성이 다른 정체성을 압도하며 교육문제를 바라보는 시각도 입시라는 프리즘으로 단일화된다. 치열한 경쟁의 한 가운데 있는 사람들에게는 경쟁의 소모적인 상호성이나 시장적 선택권의 허구성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우선 우리 아이가 다니는 학교에서 더 많은 입시 교육을 시키고 자신이 사교육비에 더 많이 투자하면 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하는 환상에 빠진다.(남들은 이를 뛰어넘기 위한 더 많은 투자를 감행한다는 경쟁의 소모적 상호성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 것이다.)
또한 시장적 선택권을 부여하면 마치 자기 자녀만 더 좋은 기회를 얻을 것이라는 환상에도 쉽게 빠진다.(시장적 선택의 확대는 결국 기회의 계층적 불평등을 심화시킬 것이 뻔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쉽게 인지하지 못한다.) 사실은 대부분 학부모들은 그것이 환상이며, 오인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단지 쉽게 환상과 오인을 횡단할 수 없는 데 그것은 환상이 주는 심리적 위안과 안정감 때문이며, 환상과 오인을 횡단했을 때 대면할 수밖에 없는 불안한 현실 때문이다. 따라서 ‘환상과 오인에 빠졌다’고 아무리 계몽해보았자 그들은 결코 환상과 오인에서 탈출할 수 없다.
환상을 횡단하기 위해서는 주체적 위치의 변화 가능성이 주어져야 한다. 입시경쟁자라는 중심적인 정체성을 벗어던질 수 있는 새로운 주체적 위치의 가능성을 발견할 때 환상의 횡단은 가능해진다. 국민운동본부는 입시폐지-대학평준화의 대안을 제시하여 학생과 학부모가 입시경쟁자로서의 주체적 지위를 벗어날 수 있는 가능성과 전망을 제시해 나갈 것이다. 학부모와 학생의 주체적 위치를 바꾸려는 노력이 없으면 교육민주화투쟁·참교육실천·반신자유주의 투쟁 등은 끊임없이 학생과 학부모들과 유리될 것이며, 결국 교사들만의 고립적인 투쟁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일부에서는 입시폐지-대학평준화 운동을 모든 교육문제를 입시와 대학평준화 문제로 환원시키려는 환원주의적 운동, 그리고 제도의 변화 전까지는 일체의 일상적 실천활동의 의미를 부정하는 제도개혁 만능주의로 오해하는 경향이 있다.
국민운동본부는 입시폐지-대학평준화가 교육문제 해결의 만능키가 아니라는 사실을 정확하게 인지하고 있으며, 일상적 실천활동-특히 우리 시대 상황을 가로지르는 참교육실천-과 함께 갈 때 더욱 강력한 운동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새로운 주체 형성의 전망이 없는 교육운동은 필연적으로 타협과 타락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다. 최근에 자율적 교원평가 수용론이나 성과급 사회기금 조성론 등은 학생과 학부모의 주체적 위치의 변화 불가능성을 인정한 속에서 그들의 신자유주의적 요구나 개량적 요구에 타협한 결과이다.
입시폐지-대학평준화 운동의 효과는 제도화가 완성된 이후가 아니라 그것이 대중적 요구로 발전하는 순간부터 발생한다. 입시폐지-대학평준화가 대중의 전망으로 전화하는 순간 대중은 새로운 주체의 위치를 갖게 되며, 교육민주화운동-참교육실천-반신자유주의 투쟁 등을 새로운 주체적의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게 된다. 따라서 입시폐지-대학평준화 운동은 먼 미래의 결과를 위해 투자하는 장기적 운동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의 운동의 지형을 바꾸는 현재적 운동이며, 교육민주화운동-참교육실천-반신자유주의 투쟁의 대중적 기반을 급격하게 확대하기 위한 주체형성의 과정이다.

사회운동과 지역운동의 새로운 길을 모색하다!
현재 사회운동은 한미FTA 저지투쟁에서 비정규직투쟁까지 반신자유주의 투쟁으로 집중되고 있다. 노동자-민중을 배제하고 그들의 생존을 위협하는 신자유주의 정책의 결과가 가시화되면서 반신자유주의 투쟁의 대중적 저변은 확대되고 있다. 현존하는 질서를 부정하고 이를 지양하려는 운동(반신자유주의 투쟁)은 기존의 질서를 벗어난 새로운 삶의 방식과 사회 제도가 가능하다는 전망과 이를 실현하기 위한 실천이 수반될 때 더욱 확대·발전될 수 있다. 현재의 주·객관적 조건에서 전면적인 사회변혁을 위한 전망을 제시하고 이를 위한 실천을 조직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는 역량을 집중할 전술적 중심 고리를 설정해야 한다.(대중적인 관심과 이해가 가장 집중되는 부문, 사회적  모순이 가장 첨예하게 축적되는 부문, 반면에 신자유주의적인 질서를 벗어난 새로운 대안적 체계를 실현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은 부문이 바로 전술적인 핵심고리이며, 교육부문에서는 입시폐지-학벌폐지-대학평준화인 것이다.) 이를 통해 신자유주의 질서를 벗어난 새로운 삶의 질서와 사회적 관계가 형성될 수 있음을 가시화시켜야 한다. 특히 교육부문은 신자유주의적 자본축적의 핵심 동력(경제-교육-과학기술의 융합, 특히 인적 자원의 양성의 중요성)이며, 신자유주의 질서를 정당화하는 핵심적인 이데올로기적 기제(사회적 불평등을 개인적 능력으로 환원시키는 핵심적인 기제, 잘 교육받은 한 사람이 수만 명을 먹여 살린다는 신자유주의적 교육담론 등등)라는 점에서 교육을 공공성의 관점에서 새로운 규정하고 새롭게 질서지우는 운동은 신자유주의 질서 전반을 뒤흔드는 효과를 창출할 수 있다. 따라서 입시폐지-대학평준화 운동은 단순히 교육내적 모순을 해결하기 위한 중심 고리를 넘어 신자유주의 질서 전반에 파열구를 낼 수 있는 위상을 가지고 있다. 국민운동본부는 입시폐지-대학평준화 운동이 사회 전체를 신자유주의적으로 재편해나가는 자본의 운동을 저지하고 공공성의 관점에서 사회를 새롭게 조직해 나갈 수 있는 반전의 계기를 마련하는데 기여할 수 있는 운동, 즉 수세적 반신자유주의 투쟁에서 공세적인 공공성 강화운동으로 전환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한편 국민운동본부의 결성에는 지역운동의 고민도 녹아 있다. 노동자-민중의 기층 운동은 현장(사업장)중심의 조합주의적 운동 단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중간층 중심의 시민운동은 대부분 국가-자본에 포섭되어 있는 상황에서 노동자-민중의 중심이 되는 사회운동의 활성화는 매우 중요한 과제이다. 노동자-민중의 기층 운동이 조합주의를 뛰어 넘을 수 있는 경험과 실천을 제공할 수 공간이 바로 지역운동이다. 노동자의 요구가 오로지 임금상승이나 노동시간 단축 등 임금노동자로서의 권익에만 붙들려 있어서는 노동자에 이해 맞게 사회를 개조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노동자의 권익조차 보호하기 힘들다. 노동자-민중들이  생산 현장의 울타리를 넘어 상호 교류하고 서로의 문제에 대하여 연대하고 나아가 공통의 과제를 설정하여 공동의 실천을 조직할 수 있는 공간이 바로 지역운동의 공간인 것이다. 이는 현장을 튼튼하게 한 다음에 지역연대운동을 활성화시키는 단계론적인 과제가 아니라 현장운동과 지역운동이 상호상승적인 관계를 형성해야 하는 동시적인 문제인 것이다. 교육문제는 지역 운동이 해결해야 하는 가장 일반적인 공통 과제-지역수준의 문제이든, 전국차원의 문제이든-인 경우가 많다. 따라서 국민운동본부는 입시폐지-대학평준화 운동을 매개로 노동자-민중이 참여하는 새로운 지역운동의 공간을 만드는데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지역현안과 전국적인 사안을 동시에 아우를 수 있는 지역운동의 활성화, 투쟁-교육-문화가 어우러지는 지역 공간의 형성 등이 국민운동본부가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하는 중심적 과제이다.

국민운동 본부. 대장정의 첫걸음을 내딛다.

의례적인 연대의 관행을 넘어 공동실천과 공동행동으로!
입시폐지-대학평준화 국민운동본부는 두 가지 점에서 기존의 연대 운동과는 구별된다. 우선 기존의 교육 연대 운동이 교육문제의 전반적인 사안을 다루거나(교육개혁시민운동연대, 범국민교육연대 등), 정세에서 의해 주어지는 단기적 과제(사학국본 등 단기 사안 중심의 다양한 연대 등)를 중심으로 전개되었다면 새로운 국민운동본부는 입시폐지-대학평준화라는 중기적 과제를 명확히 내걸고 이를 실현할 때까지 지속한다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해결해야할 핵심 과제를 운동본부의 명칭에 명시적으로 표현하였기 때문에 운동본부의 지향성과 과제를 대내외적으로 명확히 하는 효과를 생산할 것이다. 둘째로는 기존의 연대운동이 대부분 단체가입을 중심으로 하기 때문에 형식적인 연대로 떨어지거나 단체 간의 이견을 좁히지 못하여 결국 최소한의 합의에 기초한 소극적인 운동에 머물기 일쑤였다. (연대 운동이 강화되기 위해서는 좀 더 많은 단체의 가입이 필요로 하고 이에 따라 연대체 내부의 합의 수준은 더욱 더 낮아지는 딜레마를 벗어날 수 없었던 것이 기존의 연대운동의 고민이었다.) 따라서 새로운 국민운동 본부는 이런 문제점들을 극복하기 위하여 운동본부의 사업에 동의하는 개인 참여를 중심으로 하고 단체 참여의 경우에는 내부적 통일성 강한  단체로 제한하기로 하였다. 이를 통해 정세 속에서 주어지는 현안문제에 대한 공동의 입장을 표명하는 소극적 연대를 넘어 새로운 지형과 정세를 창출하기 위한 공동 실천과 행동을 조직해나가는 능동적 운동을 전개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국민운동본부의 첫 사업, 자전거 전국일주로 막을 올리다!
정진상 경상대 교수가 8월 30일부터 9월 20일까지의 일정으로 전국 자전거 투어에 돌입하였다. ‘입시폐지-학벌철폐-대학평준화’를 내건 그의 행동과 실천은 문제적이다. 대학교수의 일상적 실천의 양태는 대개 말과 글을 통한 이론적 실천이다. 그런데 그는 말과 글이 아닌 몸을 통한 실천을 결의하였고 이를 행동으로 옮기고 있는 중이다. 물론 대학교수가 이론적 실천을 방기한 채 몸의 실천만 중시한다면 그것은 본말이 전도된 도착적인 행위이다. 하지만 그는 이미 학벌폐지-대학평준화를 위한 이론적 방안 마련과 이를 확산시키기 위한 수많은 강연을 하여왔다. 일상적인 이론적 실천을 꾸준히 하면서도 거기에 머무르지 않고 몸의 실천을 행동으로 옮겼을 때, 주체의 행동은 일상적인 인과의 연쇄 고리에 용해되는 것이 아니라 인과의 연쇄고리를 흘러넘쳐 새로운 흐름들을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그의 행동은 국민운동본부의 향후의 운동 방향에 매우 상징적인 시사를 던지고 있다. 기존의 일상적 실천을 뛰어 넘는 새로운 실천을 결의하고 행동하기! 이를 통해 기존의 질서를 재생산하는 인과의 연쇄고리를 흘러넘치는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 내기!
(하지만 그의 이러한 행동이 자연스럽게 나온 것은 아니다. 그가 온 몸으로 우리사회의 문제와 교육문제를 고민해 왔고 입시폐지-학벌폐지-대학평준화 운동이야말로 이 문제들을 풀어나가는데 중심적 고리라고 그가 확신하고 그 만큼 절박하게 그것을 느꼈기 때문에 그의 결단과 행동이 가능했다.)  

국민운동본부, 새로운 길을 함께 열어나간다!

우선은 함께 걸어갈 기본적인 대오가 필요하다.
입시폐지-대학평준화 운동은 교육의 지형을 근본적으로 뒤바꾸는 운동이다. 결코 단기적으로 성과를 낼 수 있는 과제가 아니며, 우리 사회의 기득권 세력의 완강한 저항을 극복해야 성취할 수 있는 과제이다. 입시폐지-대학평준화는 학벌사회의 병폐와 입시지옥이 나날이 강화되는 현실에서 매우 폭발적으로 확산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니고 있는 반면에 그것의 실현을 위해서는 거대한 대중운동의 흐름이 필요하기 때문에 자칫 현실적인 실천 과제로 설정하는 것을 주저할 수 있다.
하지만 일부의 보수적인 대선 후보들조차도 대학평준화 문제를 거론하는데서 알 수 있듯이 대학평준화는 현재 한국 사회의 교육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상식적이면서 유일한 현실적 대안이다. 따라서 입시폐지-대학평준화의 대장정을 함께 할 기본 역량이 꾸려져서 초기 흐름을 일정하게 형성할 수 있다면 이후에 대중적 흐름으로 급격하게 확산될 수 있다.
오는 9월 20일 국민운동본부 준비위원회가 공식적으로 출범한다. 준비위원회 출범을 전후하여 입시폐지-대학평준화 운동에 대한 깊은 열정을 지닌 많은 사람들이 준비위원회에 참여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특히 말 그대로 국민운동으로 발전해 나가기 위해서는 교사뿐만 아니라 사회각계각층의 참여가 필요하다. 처음부터 양적인 숫자가 중요하다기보다는 확실한 운동의 구심을 확보하는 것, 그리고 교육운동을 넘어 사회운동과 민중운동에까지 확산될 수 있도록 다양한 주체의 참여를 조직하는 것이 중요하다.

입시지옥의 최대 피해자, 학생들의 주체적 참여가 필요하다.
학생들의 참여 문제는 항상 논쟁적인 사안이다. 그것은 우리 사회의 지배적인 시각이 학생들을 스스로 판단할 수 없는 수동적인 대상, 보호받아야할 미숙한 존재로 몰아붙이면서 학생들의 자율적인 선택과 행동을 불온한 것으로 여기 왔기 때문이다. 또한 학생들은 오로지 입시 준비에 매진해야 한다는 치열한 입시경쟁 풍토가 이런 흐름을 강화하는데 한 몫 하고 있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학생들은 입시 지옥의 최대의 피해자이다. 그들의 현재적 삶 속에서 최소한의 인간으로서의 기본적인 권리를 끊임없이 박탈당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뿐만 아니라 입시 경쟁에서 대부분의 학생들이 실패자로 낙인찍히면서 패배자로서의 삶을 강요받기 때문이다. 다양한 가능성을 개발하는 과정으로서의 교육이 아니라 단일한 척도에 의해 학생들의 인격과 능력을 일렬로 서열화시키는 수단으로 기능하는 교육은 거대한 폭력일 뿐이다.
자기를 둘러싸고 있는 현실을 올바로 인식하고 그를 통해 자기 삶과 행동의 방향을 결정할 수 있는 힘을 키우는 것은 교육의 본령이며, 자기의 삶을 억압하고 파괴하는 폭력에 저항하는 것은 삶의 본질이다. 항상 모든 변화는 억압받는 자, 피해를 당하는 자의 절규로부터 시작한다. 억압받는 당사자의 한 마디 절규는 제3자의 훌륭한 이론보다 더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다.
학생들에게 박제화된 지식을 주입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과 함께 자기를 둘러싸고 있는 현실의 문제를 토론하는 것, 억압적인 현실을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을 함께 이야기하고 실천하는 것. 그것은 학생들의 주체적 삶을 가능하게 하는 출발점이며, 참교육이 지향하는 기본적인 목표점이다.

대선 국면, 적극적인 담론투쟁과 정치적 대중운동을 시작하자!
입시폐지-대학평준화 운동은 격렬한 이데올로기 투쟁을 수반할 것이다. 그것이 맹목적인 자본 축적을 위해 지배세력이 내세우는 경쟁과 효율성 중심의 신자유주의 논리에 전면으로 배치는 되기 때문이다.. 입시폐지-대학평준화는 인간다운 삶에 기여할 수 있는 새로운 교육에 대한 대안이며, 사회구성원 전체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지식생산과 공유 체계의 재구조화를 추구하는 새로운 구상의 출발이다. 막강한 선전력을 지니고 있고 대부분의 언론 매체를 장악하고 있는 지배세력과 주류언론들은 아예 입시폐지-대학평준화의 공론화 자체를 막으려 할 것이다.
국민운동본부는 이런 지배세력의 공세에 맞서 대학평준화가 매우 현실적인 대안이며 정치적인 합의만 존재한다면 얼마든지 실현가능한 정책이라는 사실을 여론화해야 한다. 대학평준화가 자연스런 하나의 대안으로서 공론장의 입장권을 지닐 수 있도록 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다양한 선전 작업과 공동행동 등이 필요하다. 다행스럽게 올 하반기는 대선 국면이며 다양한 정책들이 공개적으로 경쟁하는 장이 마련될 것이다. 진보적인 대선후보에 의해 입시폐지-대학평준화가 정책으로 제시되면 공론화에 유리한 국면이 조성될 것이다. 하지만 지배적인 언론들이 의도적으로 입시폐지-대학평준화의 공론화를 외면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사회·정치적 공동 행동들을 조직해 내야 한다.
최근의 학력 위조 사태는 학벌사회에 대한 대중적 관심을 고조시키면서 입시폐지-학벌철폐를 위한 대학평준화 운동에 유리한 정세를 형성하고 있다. 정진상 교수의 자전거 일주에 대한 주류 언론들의 관심과 진보언론들의 적극적인 보도는 대학평준화 운동의 공론화가 결코 불가능한 일이 아님을 보여주고 있다.

하반기 국민운동본부의 과제

첫째, 국민운동본부 참여자를 꾸준히 확대해나가는 사업. 교사나 학부모 등 직접적인 교육주체뿐만 아니라 노동자-민중의 참여를 지속적으로 확대하여 이름 그대로 국민운동을 발전시켜 나갈 수 있는 주체적 토대를 마련하는 일
둘째, 다양한 온라인 선전, 교육·강연·토론회 등을 통해 입시폐지-학벌폐지-대학평준화를 사회적인 공론장의 핵심적인 쟁점으로 부각시켜 나가는 것
셋째, 학술대회, 토론대회 등을 통해 정책과 대안을 가다듬고 구체화하여 사회적인 신뢰성을 높여 나가는 것
넷째, 각계각층 선언 조직, 범국민대회 개최, 대규모 문화제 개최 등을 통해 입시폐지-학벌철폐-대학평준화 운동을 현재적인 정치적 문제로 상승시켜나가고 국민 다수의 요구임을 확인시켜 나가는 것 등이다.

입시폐지-학벌폐지-대학평준화는 분명 단기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목표이다. 따라서 끈기를 가지고 지속적이고 완강하게 운동을 전개해 나가야 한다. 하지만 초기 흐름을 제대로 만들어내지 못하면 영영 대중적인 운동으로 발전시켜 내지 못할 수도 있다. 최근에 벌어지고 있는 학력위조 사태와 대선과 총선으로 이어지는 정치적 국면은 입시폐지-학벌폐지-대학평준화 운동의 대중적 확산을 위한 유리한 조건이다. 따라서 한 때 반짝하고 소멸되는 운동이 아니라 비가역적인 운동으로 만들어 낼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국민운동본부의 활동은 새로운 길을 열어나가는 운동이다. 신자유주의 공세에 대한 수세적인 방어를 넘어 새로운 대안적 세계와 체제를 만들어 나가는 운동이며, 기존의 단체 중심의 연대의 관행을 넘어 개인 참여를 중심으로 하면서도 전국적인 운동망을 구축해 나가는 운동이다. 기존의 길을 따라가는 운동이라면 그리 힘들지 않겠지만 새로운 길을 열어나가는 운동은 주체적 결단과 열정 그리고 창의성을 요구한다.  
입시폐지-대학평준화의 대장정을 통해 새로운 교육의 세계를 열어나가는 동시에 야만적인 신자유주의 광풍을 잠재울 수 있는 새로운 길을 열어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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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1 [진보칼럼] 지금은 진보대통합이 아니라 노동자계급의 투쟁이 필요하다 file 진보교육 2011.04.10 954
620 [담론과문화] 1. 현실교육학(1) 하고지비선생과 그 소외된 열정 file 진보교육 2011.04.10 1441
619 [담론과문화] 2. 주변을 경계하라 - 공포의 생활화와 잔혹성의 일상화 file 진보교육 2011.04.10 1245
618 [담론과문화] 3.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file 진보교육 2011.04.10 1512
617 [담론과문화] 4. 윤리적인 아름다움, 쇼스타코비치 file 진보교육 2011.04.10 2233
616 [현장에서] 1. 혁신학교, 누구와 소통하나요 file 진보교육 2011.04.10 1152
615 [현장에서] 2. 해고자 근무기강 논쟁 유감 file 진보교육 2011.04.10 883
614 [현장에서] 3. 학교 축제 공연 최우수상 수상 뒷이야기... file 진보교육 2011.04.10 1193
613 [현장에서] 4. 유일한 희망은 자본주의를 끝장내는 것이다 - 투쟁사업장 방문 자율연수를 다녀와서 file 진보교육 2011.04.10 1159
612 [맞짱칼럼] “교원능력평가가 유감인 까닭” file 진보교육 2011.04.10 1201
611 [해외동향] 북아프리카와 아라비아반도의 반정부 시위의 양상과 본질 file 진보교육 2011.04.10 1092
610 [기고] 1.여성의, 여성에 의한, 여성을 위한 활동을 위하여... file 진보교육 2011.04.10 817
609 [기고] 2.그들이 말하지 않은 23가지, 그리고 그가 말하지 않은 몇 가지 file 진보교육 2011.04.10 8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