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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2]
다면평가에 맞서 교문 앞 피켓 시위를 하다
윤여강 (구의중)

무기력증과 무관심에 빠진 분회
성과급투쟁에 대한 이해할 수 없는 대대결정, 그리고 지회 분회장 총회에서 듣는 교선이나 여러 분회장들의 얘기도 들으면 들을수록 머리만 아파올 뿐 뚜렷이 보이는 게 없다. 그동안 우리 학교 분회는 신문 나눠주고 시험 때 분회에서 놀러가는 것 외에 한 일이 없었다. 성과급에 대한 선전지 돌린 게 활동의 전부! 나역시...3학년 담임이라 바쁘고 건강이 안 좋다는 핑계로 신경 끄고 살았다.

결국 교감의 기습공격에 맥없이 당하다
‘다면평가와 성과급’에 대한 교감연수를 마치자마자 학교로 달려온 교감. 11월 7일직원회의를 통해 기습적(?)으로 ‘인사자문위원회’에 위임하는 안을 제안, 통과시켰다. 교감은 ‘승진규정이 개정되었다’ 그래서 ‘다면평가를 실시한다’ ‘올해는 승진점수에 포함되지 않는다’ ‘가장 비슷한 일을 하는 인사자문위원회가 맡는게 좋겠다.’ ‘선생님들의 의견을 말해달라. 의견이 없으면 찬성하는 것으로 알고 통과시키겠다’고 한다. 선생님들은 예의 무관심 속에 아무런 반응도 없었고 조합원 누구도 문제 제기 않자 무사통과!
분회가 문제제기 할 것에 대해 교감은 준비도 했다는데... 난 내용도 잘 모르고 워낙 치밀한 교감이라 어떻게 대응하나 고민하다 그만 아무소리 못하고 직원회의에서 통과되도록 하는 실수를 저질렀다. 신문에 끼워 보낸 다면평가 선전지가 있었지만 전교조 상부 어느 단위에서도 다면평가에 대한 분회의 준비나 대응에 대해 알려주지 않아 선전지에 눈길이 가지 않았고 저들은 자신들의 계획을 밀어부쳤다.  
난 실수를 만회하고 싸움을 해야 되겠다고 생각했다. 우선 내용부터 알아야겠기에 여러 싸이트에 들어가 ‘다면평가’에 대한 자료와 다른 학교 상황도 보며 ‘다면평가’의 문제점과 대응논리를 정리했다.

다면평가 투쟁 시작하다
우선 인사자문위원인 조합원 두 분께 ‘다면평가’의 문제점을 얘기했더니 다면평가단에서 사퇴하였다. 그리고 메신저로 조합원들에게 다면평가의 문제점을 알리고 교장에게 면담을 요청했다. 교감이 직원회의에서 ‘다면평가’에 대해 제대로 설명하지 않은 점과 두 분 선생님이 사퇴했으므로 인사자문위가 맡기로 한 결정은 취소되어야 한다는 논리로 대응했다. 교장과의 면담이 이런 저런 이유로 계속 연기되고 이때도 나는 적극적인 투쟁의지가 없었다. 그러다가 지회 홈페이지에 올라온 용곡중 분회장의 글을 읽는 순간 반성과 함께 처음으로 투쟁의지를 분명히 하였다. 한 사람의 투쟁의지가 다른 사람에게 전염되는 순간이다.        
직원회의 결정을 근거로 교감은 일사불란하고 신속하게 평가를 진행하였다. 교감은 자기실적평가서가 다면평가의 중요 근거자료임을 알리지 않은 채 교육청 일정보다 앞당겨 11월 12일(월)까지 자기실적평가서를 기일 엄수해 꼭 제출하라고 한다. 그런데 학교 일이 바빠서 설마 다 제출할까 방심하고 메신저를 미처 못보냈더니 조합원 선생님들조차 몇 분이 내고 말았다. 학교장 면담도 아직 못했는데 오후에 “다면평가위원회” 회의를 연다고 한다.  
우선 교감에게 ‘교장면담 하고 문제제기 할 게 있으니 다면평가위원회를 중지해 달라’고 했다. 여기에 화가 난 교감은 교장 면담자리에서 교감도 참석하라고 하는데도 다면평가위원회 회의를 해야 한다며 가버렸다.

교장과의 대화
교장 왈 “다면평가는 교육부 가서 얘기해라, 그리고 직원회의에서 결정되었는데 나중에 와서 몇 사람이 반대한다고 다시 할 순 없다. 얘기 잘 들었으니까 내가 알아서 결정할 테니까 나가봐라”고 하고 우리는 “지난번 직원회의에서 다면평가에 대해 제대로 알려주지 않았으니 먼저 선생님들한테 사실을 제대로 알려라. 두 분 선생님이 못하겠다고 나온 만큼 인사자문위가 맡기로 한 결정 역시 다시 해야 한다” “알아서 결정하겠다고 하셨으니 잘 해결해 주실거라 믿는다”고 하고 나왔다.  
다면평가위원회 회의 하는 곳으로 갔다. 교감이 “교장 선생님이 가라고 한 게 아니면 이 자리에서 당장 나가라!” “자신들도 인권이 있는 사람인데 인권탄압 하지 마라!” 등등 자기가 오히려 큰소리치며 화를 낸다. 직원회의에서 문제제기 못한 잘못과 형식적 절차만으로 본다면 하자가 없을 수 있지만 다면평가의 문제점을 짚으며 다시 제고되어야 한다고 했다. ‘도대체 교사의 자질이나 태도를 누가 어떻게 평가할 수 있냐?’고 했다. 저들도 ‘신도 할 수 없다’ ‘다면평가에 대해 자신들도 잘 모른다’고 했다. ‘문제는 있지만 교육청 지시사항이고 이미 결정되었으니 해야 한다는’게 저들의 주장이었다. 우리의 요구를 들어줄 생각은 전혀 없어 보였고, 강행하면 우리도 나름대로 대응하겠다는 말로 마무리하고 나왔다.

이튿날, 선전과 서명 작업 돌입
지부 선전지에 학교 상황을 조금 정리해 선생님들께 돌렸다. 교감이 자신의 행태에 대해 쓴 부분을 가지고 큰 소리를 쳐서 교무실이 소란해졌다. 메신저를 통해 다면평가와 관련된 목포소식, 오마이뉴스 기사, 교육청의 일정 등 시기마다 필요한 내용을 메신저를 통해 전 교사에게 보냈다. 그리고 다면평가에 대한 반대서명을 조직하기 위해 그동안의 상황을 정리하고 서명을 부탁하는 분회장 명의의 글을 돌렸다. 선생님들의 반응이 호의적이었고 분회원들도 서명을 적극 조직하기로 결의했다.
동부지회 분회장 총회에서에서도 다면평가 싸움을  결의하였다. 각 학교의 상황을 공유하며 현재 싸움이 진행 중인 용곡중과 구의중에서 만든 자료나 글, 서명지등을 홈페이지에 올리고 다른 학교도 선전작업과 함께 반대서명 등 분회에서 가능한 대로 방법을 찾아 진행하기로 결의했다. 지회에서 플랑카드를 일괄제작해 분회로 보내고 가능한 학교는 1인 시위나 점심 단식 등의 전술도 써보기로 결의했다. 분회장들 모두 진지했고 이후 선전과 서명하는 학교가 점차 늘어났다.    

평교사 40명 중 30명 서명
수요일 직원회의 자리. 교장, 교감은 마치 아무 일도 없다는 듯 딴소리만 한다. 교육청의 일정과 현재 우리학교의 다면평가 진행과정, 평가에 참여하는 분이 누구인지 밝혀달라는 질문에도 교감은 “공문대로 했다, 공문보라” 평가를 어떻게 했으며 평가는 했냐? 는 질문에도 “준비하고 있다”며 회피와 묵살로 일관한다. 교장편 평교사가 ‘직원회의 끝냅시다’라는 말을 신호삼아 교무부장이 직원회의를 마치겠다며 사회자의 권한으로 마이크를 꺼버렸다. 큰 소리로 항의하자 교장은 “자기가 전부 책임질테니 교장실에 와서 얘기하라”며 교장실로 가고 교감은 인사자문위가 있으니 회의해야한다며 나가려고 한다. 나중에 알았는데 이미 평가작업은 끝났고 바로 이튿날 그 어느 학교보다 빨리 교육청에 보고를 했다.
교사들의 의견을 완전히 묵살하고 최소한의 인간적인 모습마저 보이지 않은 교감의 무책임하고 독선적인 태도에 많은 선생님들이 분노했다. 마이크를 꺼버렸는데도 꼼짝 않고 자리를 지킨다. 결국 내일부터 1인 시위를 포함해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찾아서 대응하겠다는 말을 끝으로 직원회의를 마쳤다. 교무부장도 교감도 당황했고 실수했음을 깨달았을 것이다.      
교문 앞 피켓 시위, 소중한 성과를 얻다
직원회의 다음날인 11월 22일부터 지금까지 하고 있는 교문 앞에서의 피켓시위. 두 번째 날 제가 혼자 피켓시위를 하자 조합원 중에 한분이 커피를 갖고나와 마시는 동안 자신이 들고 있겠다며 들고 있는데 교장선생님이 출근하다 보시고 차에서 내려 이게 무슨 짓이냐며 그만두라고 하는 것 같았다. 평소에 교장선생님을 존경하고 좋아하던 조합원이라 많이 불편해 했다. 제가 다시 들고 시위를 했고 결국 4분의 조합원이 피켓을 들고 시위를 하게 되었다.
교감이 이런 식으로 하면 촬영을 하겠다고 해 마음대로 하시라고 했더니만 이 말을 빌미로 허락받고 찍은 거라고 한다. 교장이 다시 나와서 교장의 지도라며 구두경고를 했고 여기에 맞춰 교감은 갖고 있던 핸드폰으로 촬영을 하였다. 이 과정에서 큰 소리가 아이들 앞에서 났고 몇 번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들어오자마자 이 사실을 메신저로 전 교사에게 알렸습니다. 교장, 교감이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사태를 악화시키는 것에 대해 대부분의 선생님들도 심하다는 반응이었습니다.  
아이들이 지나가면서 선생님 화이팅!을 외치기도 하고 따뜻한 음료를 사갖고 와서 추운데 드시고 하라고 주시도 했습니다. 선생님들도 많이 미안해하시면서 이것저것 물어보시기도 하고 힘내라는 얘기와 함께 뭘 도와주면 좋겠냐는 얘기도 하셨습니다. 교문 앞 피켓시위는 수고에 비해 그 성과가 기대이상이다. 무관심하고 자신의 잘못에 당당했던 선생님들이 달라졌다. 미안해하고 관심 갖고 질문하며 걱정과 격려를 해준다. 토론이 벌어지기도 한다. 아이들이 수업시간에 질문을 한다. 대답해주면서 아이들과 학부모에게도 다면평가의 부당함을 알릴 수 있었다. 말썽쟁이 잠꾸러기들도 자지 않고 수업을 열심히 듣는다. 분회원들 간의 관계도 훨씬 가까워졌다. 늘 교육청의 지시라면 할 수 밖에 없고 윗사람이 시키면 하기 싫어도 하던 선생님들도 스스로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진정국면에 학부모가 끼어들다
피켓시위가 계속되자 사태 수습을 위해 모 부장이 나서서 면담을 주선했다. 교무, 교장, 교감과의 대화를 통해 개인적으로는 일정부분 사과의 말을 들었고 이후에는 잘하겠다고 약속도 한다. 공식적인 사과를 하기 전에는 그만둘 수 없다고 했다. 거의 공식사과를 할 분위기이다.
그런데 12월 1일 아침 일찍 학부모들이 탄 차들이 들어왔고 생활지도부장과 함께 교장실로 들어가더니 1인 시위를 끝낼 즈음 4명의 학부모가 저를 에워싸고 돌아가며 항의를 했다. 말인즉슨 내용은 자기들이 알바 아니고 아이들을 이용하지 말고 그만큼 어필했으면 그만두라는 것이었다. 시험도 얼마 안남아 공부에 전념해야 하는데 아이들에게 피해를 준다면서. 교장실을 점거하든지 밖에 나가서 알리든지 교육청에 가서 하지 왜 애들 앞에서 이런 걸 하느냐고도 했다.
끝내고 들어가서 바로 선생님들께 메신저로 이 사실을 알렸고 메신저를 받은 조합원들이 이 사실에 분노하면서 조합원 한분이 학부모들의 잘못된 행위에 항의하고 교장선생님에게 이 상황을 책임지도 해결하라는 내용으로 메신저를 보냈고 1인 시위는 계속하기로 했다.
서울지부에서는 12월4일 수석부지부장과 교권국장이 학교를 방문하여 학교장과 면담을 하며 강력 항의하고 학부모가 개입하지 않도록 요청하였다. 아무리 학부모들이 자발적으로 한 행위라고는 해도 교장이 이 문제를 잘 해결했어야 했다.
    
싸움은 아직도 진행중
교육청 보고를 막지 못했다 해서 실패한 싸움은 아니다. 교육청 보고는 막지 못했지만 다면평가에 대한 선전과 대화가 교원평가에 대한 논의를 열어주는 계기가 될 것이다. 침체된 분위기도 살아날 듯하다. 조용히 저들끼리 지멋대로 평가해 보고한 학교는 그 파행성과 비민주성으로 인해 앞으로 더 큰 싸움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승진규정개정을 막아 냈으면 이 싸움이 없었겠지만 이 싸움은 오히려 우리에게 좋은 기회가 온 것이다. 99% 우리에게 명분이 있고, 대부분의 선생님들의 동의와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으며 이미 많은 학교에서 싸우고 있다면 ‘실기했다’는 단정 속에 소극적 대응이 아닌 본부와 지부가 전력투구하여 승리하는 싸움으로 마무리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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