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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아이들을 죽였는가!’

강수정(광희중) 


"아들아, 왜 그렇게 떨고 있느냐?"

"아버지, 저기에 마왕이 보이지 않으세요?"

"아들아, 저건 그냥 자욱한 안개란다."

"귀여운 아가야, 내게 오려무나. 함께 재밌게 놀자꾸나. 바닷가 에는 화려한 꽃들이 피어있고

내 어머니도 황금 빛 옷을 입고 널 반기고 있단다."

"아버지! 마왕이 저를 유혹하는 소리가 들리지 않으세요?"

"아들아, 걱정 말거라, 저건 마른 풀잎에 바람에 흔들리는 거란다."

"귀엽고 사랑스러운 아가야, 나랑 같이 가지 않으련? 내 딸들이 밤마다 축제를 열자고 하는구나. 너를 위해서 밤마다 춤추고 노래를 부를 거란다."

"아버지, 보이지 않으세요? 저 음침한 곳에 서 있는 마왕의 딸들이?"

"아들아, 진정하거라. 저건 그냥 낡은 잿빛 버드나무 가지란다."

"너의 아름다운 모습에 반했단다. 네가 오기 싫다면 나는 너를 억지로라도 데려가겠다!"

"아버지, 절 꼭 안아 주세요! 마왕이 제 팔을 잡고, 저를 끌고 가요!"

 

아비는 공포에 질려 급하게 말을 달렸네. 신음하는 아이를 팔에 안고 두려움에 떨면서 집에 왔더니, 아들은 품속에서 죽어있었다네.

-슈베르트의 마왕중에서

 

그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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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본 그림의 크기: 가로 232pixel, 세로 336pixel

프로그램 이름 : paint.net 4.0.21 ‘SKY 캐슬얘기를 해야겠다. 첨에는 안 보려고 했다. 제목과 포스터만 봐도 딱 막장각! 자식 대학 보내려는 부자님 마나님들의 삐뚤어진 욕망을 그린 빤한 드라마. ‘교육이라 쓰고, ‘전쟁이라 불리는 폭력적인 입시 시스템은 언감생심 뒷전, 그 속에서 아등바등 거리며 서로를 향해 수평폭력을 행사하고 있는 가엾은 인간 군상들, 그 중에서 특히 여자, 거룩한 모성애로 포장된 뜨거운 교육열에 미모와 재력 그리고 양념으로 불륜 자식 좀 나오고 모... 이런 시츄에이션이 예견됨. , 빠짐! 교사들 욕도 좀 섞어줘야 진정 완성! 요즘, 핫한 성적비리 얼마나 뜨끈뜨끈해? 안 그래도 속수무책 속만 터지는 입시 정책 꼬라지도 지겨워 나라를 버리고 싶은 판에 드라마까지 보면서 스트레스를? 절대 사양! 근데... 여기저기서 살곰살곰 ‘SKY 캐슬이야기가 심심찮게 들리더니 마침내 사람들의 밑바닥 정서를 장악해서 엄청난 회로를 형성하며 빠르게 직진, 고공 행진 중이란다! 이 와중에 교육자라는 명함을 건 약삭빠른 장사치들은 때를 놓치지 않고 학종 폐혜 종합세트를 내놓으면서 쏠쏠하게 챙기고 있는 중이라니! 이 정도 대중문화는 공유하는 것이 기본! 23일을 몰아붙여 1편에서 10편까지 내달렸다.

 

대한민국 상위 0.1%가 모여 사는 SKY 캐슬 안에서 남편은 왕으로, 제 자식은 천하제일 왕자와 공주로 키우고 싶은 명문가 출신 사모님들의 처절한 욕망을 샅샅이 들여다보는 리얼 코믹 풍자극

 

리얼 코믹 풍자극이란다. 하나밖에 없는 자식이 모두가 부러워하는 욕망의 탑 꼭대기에 있는 S의대에 합격하는 순간에 정작 엄마는 하얀 눈, 맨 발, 연못, 적막한 어둠을 배경으로 권총 자살을 하는데? 벼랑 끝에 매달린 꽃 같은 영혼이 살려 달라는 눈신호를 끊임없이 보내다가, 마침내 더 이상은 버틸 수 없어 달려오는 트럭에 뛰어들어 목숨을 끊어버리는 장면이 서서히 클로즈업 되는데? 수억대에 고용된 입시 코디가 숨 막히는 죽음의 경주곡인 슈베르트의 마왕을 듣는 장면이 깔리면서 자신이 관리하던 아이나 가족이 하나 둘씩 죽어가는데? 그리고 무엇보다 또 다른 죽음을 예고하면서 직진하고 있는데? 이게 리얼 코믹 풍자극이라니...? 이건 호러(horror)!

그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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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본 그림의 크기: 가로 482pixel, 세로 339pixel

 

드라마의 배경은 캐슬에서 시작된다. 요즘 돈 나가는 집들은 웬만하면 캐슬아니면 팰리스. 누구는 시모부 못 찾아오게 하려고 그렇게 짓는다는 우스개 소리도 하고, 미국의 모 대학에서 한국 유학생에게 장학금을 주려고 주소를 봤더니 다들, (Castle)과 궁전(Palace)에 살고 있어 공원(Park)에 사는 학생을 선정했다는 웃픈 이야기도 떠돈다. 암튼, 난다하는 문화 전문가는 누구나 왕과 왕비, 그리고 내 자식은 왕자와 공주를 만들고 싶은 계급 상승의 시대적 욕망을 반영한 이름이라고 한다. 천박하고 슬픈 우리들의 모습을 빼닮은 건물 이름이다. 배경이 된 장소는 주거지역이 아니라 세컨하우스(second house)로 이용되는 모 컨트리클럽이라는데 그나저나 저게 진짜 주택이면 두부 한 모 사려면 족히 30분은 더 걸릴 듯~ ㅠㅠ

진지하게 내용을 들여다보자! 3 담임도 모른다는 복잡한 입시정보 탓에 입시전문가는 옛날옛적에 학원의 몫이 된지 오래지만, 여기는 점1%의 세계다 보니 그 수준에 맞는 1인 컨설턴트라는 수억대 입시코디가 등장한다. 그리고 그 코디와 연관되어 사람이 죽는다는 것이 큰 줄거리다. 죽음을 촉발하는 요인은 입시를 둘러싼 비뚤어진 욕망! 욕망의 주체는 돈 많은 할머니, 엄마직업을 가진 전업주부, 사이사이 어른을 능가하는 딸들의 적극적인 암투도 삽입된다. 욕망의 전유물이 남성에서 여성으로, 어른에서 아이들의 세계로 평행 이동했다는 것이 관전뽀인트 중의 하나! 이걸 기뻐해야 돼, 말아야 돼?

비교과 전형에 기록을 남기기 위해 부모들과 함께하는 독서토론회를 만들고, 학생회장에 입후보하는 것까지는 그렇다 치자. 그기에 더 보태어 컨설턴트가 개입하여 상대방 후보의 약점을 파악하여 사퇴를 시킨다. 3대 의사집안을 꿈꾸는 할머니의 봉사활동에 함께 가서 체험학습을 하고, 생과 사를 오가는 수술실에 들어가 의사아버지의 수술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보고서를 작성한다. 겨우 중학교 1학년인 아이가 학업스트레스로 마트에서 물건을 훔치는데, 그 사실을 알면서 아이 몰래 마트주인에게 돈을 지불하면서 맘껏 훔치게 하는 장면은 상상불허다. ‘설마라는 말로 위안을 삼고 싶을 지경이다. 하지만 현실을 과장한 뻥튀기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어쩌면 현실에 비하면 그저 껌일지도. 이 드라마의 내용을 채우고 있는 D동네에서 아들을 S 의대를 보낸 사람에게 생생한 스토리를 들은 적이 있다.

수학을 1,2 등 하는 아이 두 명이 예상치도 않은 아이가 점수를 더 높게 받자 두 명이 한 아이를 창문으로 밀어 팔을 부러뜨렸는데, 놀랍게도 부모가 나무라지 않았다는 이야기. 내신 스팩을 위해 판검사집 아이들이 실제 재판 판결을 결정하는 회의에 들어간 이야기. S의대 교수가 공부를 잘하는 아이한테 자기 아들과 스터디를 같이 해주면 수술방에 넣어주겠다고 제안한 이야기. 시험날, 경쟁하는 친구의 안경을 깬 이야기. 회사 기획회의에 사장 아들을 참석시키라고 요청받았다는 이야기. 이거는 실제 당사자의 아이가 전교회장에 당선되었을 때 이야기인데, 어떻게 알았는지 컨설턴트에서 1억에 내신 관리해주겠다는 제안을 했다는 이야기.’ 등등 입시에 유리한 스팩쌓기와 1등을 향한 영혼 없는 투쟁사는 전쟁기념관에 걸어도 손색이 없다. 아물러, ‘SKY 캐슬의 입시 잔혹사는 슬프게도 REAL STORY임을 밝힘다.

‘SKY 캐슬누가 이 여자를 죽였는가를 놓고 결말을 향해 더욱 촘촘하게 질주하고 있다. 슬픈 것은 드라마는 곧 끝나겠지만, ‘SKY 캐슬이라는 매트릭스는 계속 작동한다는 것.

대한민국의 모든 아이들이 이미 고3이며 일상이 입시 전쟁이다. 올해도 1학년 담임을 맡아서 5년째 자유학기제를 하고 있지만, 미친 입시 광풍은 자유학기제의 자유를 실종시키는데 성공했다. 시험없는 느슨한 학교를 틈타 종일부진 학원뺑뺑이가 계속된다. 학교를 마치면, 밥은 편의점에서 핸드폰을 보며 삼각 김밥으로 때우는 것은 기본. 시험기간에는 학교에서 7교시, 학원에서 8교시로 하루에 15교시를 한다. 주말도 없고, 방학도 없는 똑같은 일상의 반복, 미치지 않는 것이 오히려 비정상이다. 그러니 그 영혼이 얼마나 피폐할 것이며, 삶이 얼마나 고달플 것인가? 주말이 싫고, 방학이 무섭단다! 이제 겨우 중학교 1학년짜리가 스팩쌓기 한답시고 고등학교 수준의 영어독후감을 들고 와서 생기부에 적어달라고 하질 않나, 수학은 이미 고등하교 2학년 진도를 끝냈다는 아이도 있다. 수업시간에 학원 숙제하느라 여념이 없거나, 심지어는 수업시간에 자둬야 학원에서 공부할 수 있다고 늠름하게 말하는 아이들도 있다.

 

중학교 1학년 때, 겨울방학이 되면 꼭두새벽에 일어나 친구들과 온종일 스케이트를 타고 놀았다. 여름에는 장마로 불어난 동네 샛강의 흙탕물을 타고 위험천만한 물놀이에 도전하면서 자연을 친구삼아 놀았다. 친구들을 꼬셔서 갈 수 있는데 까지 가보자면서 자전거를 타고 하루종일 목적지없는 길을 떠나기도 했다. 원 없이 놀았다. 그래도 세상은 여전하며 우리 모두 각자 자기 몫을 하면서 살지 않는가. 그때가 없었으면, 선생님의 어린 시절에 귀기우리며 두 눈을 반짝이는 아이들의 모습은 없었다. 가끔 생각한다. 내가 전교조 교사가 된 것은 절묘한 우연이 빚은 인생 사건이지만, 유년시절에 대한 필연일 거라고. 얼굴도 모르는 옆 학교 선생님이 빨갱이로 몰렸다기에 도우러 갔다가 전교조 교사가 된 것이다. 모던 타임즈(챨리 채플린, 1936)에서 나사를 조이던 단순노동자 찰리 채플린이 우연히 빨간 깃발을 주워 주인 찾아주려다가 데모주동자가 된 것처럼. 벌써 30년 전의 일이다. 내가 선택하지 않았는데 나에게 씌워져있던 노동, 노동조합, 노동자라는 오래된 미래의 기호들을 인정하기까지 징그럽도록 나 자신과 싸웠다. 마침내, 이 기호들이 자유롭고 평등한 세상을 열어 제치는 마법이라는 것을 알았고, 아이들을 사랑하는 길을 찾았다.

아이들에게 자신을 둘러싼 낡은 세계를 걷어내고 스스로 자신의 세상을 만들 수 있도록 시간을 돌려줘야 한다. 해마다 성적비관으로 200명이 넘은 아이들이 꽃다운 생명을 던지고 있다. 지금도 성적 때문에 죽고 싶다는 글이 수시로 SNS에 올라온다. 수능 다음날 검색 키워드 1위가 <수능날 자살>이다. 입시 경쟁과 그기에 포섭된 학모부의 공포와 욕망의 사슬에 묶인 채 점점 괴물이 되어가는 아이들. ‘살려 달라고 아우성치는 아이의 절규에 답해야 한다. ‘누가 아이들을 죽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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