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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강림44 ‘좋은숲동무들살아가는 이야기>

방학 - 방학은 교사들에겐 세상을 체험하는 시간이다.

 임성무(진보교육연구소회원)

<80년대 초등 수준에 머문 유치원 교사들의 교육권>

작년에 초등과 다르게 갑자기 젊은 유치원 교사들 100여명이 전교조에 가입을 했다. 오늘은 교사들의 교육권 신장을 위해 유치원을 방문했다. 방문하기 전에 전교조 대구지부와 시교육청의 정책협의가 있었고, 지회와 달성교육지원청 교육장과 협의를 했다. 무엇보다 대립과 갈등보다는 유치원 교육의 안정에 목표를 두고 협의를 진행했다. 이런 과정에서 교사들과 지원청 사이에 협의가 있었고, 전교조 지회와 유치원 원장 원감과도 협의의 시간을 가졌다.

문제가 있어서 만났지만, 사실 그렇게 나쁜 사람들은 없었다. 교사이고 교사였던 누구도 그렇게 나쁜 사람들은 없다. 문제는 학교를 옥죄고 왜곡하는 구조적인 문제와 외부요인이 가장 크다. 그 다음 문제가 학교문화이고, 학교문화를 혁신하기 위한 의사와 감정의 소통 부족이 있다. 또 하나의 문제가 선배와 신참 교사들 사이의 세대 이해와 소통 노력이 부족한 것이 있다.

미래사회 역량이 비판적 사고, 협력, 소통 능력이다. 이걸 교육자들이 먼저 실현해내지 못하는데 아이들에게 길러줄 수 있느냐의 문제가 있고, 이게 또 안 되는데 무슨 창의성을 길러줄 것인가가 걱정이다. 그래서 더 걱정이 되었지만, 다행히 모든 분들이 선하다는 느낌이 들어서 큰 걱정은 하지 않았다. 서로 합만 맟추면 정말 잘 될 것이라는 믿음도 생겼다. 그래도 중요한 것은 서로가 입은 상처를 치유하고 관계를 회복하는 것이 먼저일 것이다. 그냥 비 온 뒤에 땅이 굳어질 것이라는 것을 믿고 싶다. 아쉬움이 많지만 서로를 믿어보기로 했다. 전교조 지회가 학교를 회복시키는 역할을 하면 좋겠다.

 

 

<낙동강 회복은 언제나 될까?>

29일이 독수리 동시 모니터를 하는 날인데 하지 못해, 30일에 고령개진들에 나가 보았다. 까마귀만 보았다. 그런데 현풍을 지나는데 낙동강에 모래톱 넓게 보인다. 함안보 수문을 낮추면서 모래톱이 드러난 것이다. 강 건너 이노정(二老亭 조선 성종 때 유학자인 김굉필과 정여창이 무오사화로 화를 당하여 시골로 내려와 지내면서 가끔씩 만나서 시를 읊고 풍류를 즐기며 학문을 연구하던 곳이다.) 앞도 훤히 드러나있다. 하도 오랜만에 강 가운데 모래톱을 보았는데 새로웠다. 이렇게 수문만 내려도 강이 살아난다. 재자연화에는 큰 돈을 들이지 않아도 된다. 그냥 강물이 막히지만 않으면 강이 알아서 스스로 살린다는 것을 보여준다. 해 지고 고령 회천을 따라 돌아왔다. (2018. 12. 30. )

 

<2018년을 지나며>

 

2018년 가장 기분 좋았던 말은 후배교사에게 "선배님 반은 대안학급 같아요."라는 칭찬을 받은 것이다. 방학하는 날 아이들도 절반 이상이 내년에도 같은 반이 되고 싶다고 말해주었으니 이 정도면 됐다 싶었다.

2018년 가장 아쉬운 일은 대구가 기다려온 혁신교육감을 세우지 못한 것이다. 나는 한참동안 대구에서는 더 이상 교육혁신에 대해서는 생각도 하기 싫어졌다. 내가 교직에 있는 동안 혁신교육감 시대를 경험할 수 있을지? 강은희교육감이 공직선거법위반으로 기소된 재판결과가 권영진시장 1심재판 결과(150만원 구형, 90만원 판결로 시장직 유지)로 대구 사법부가 같은 결과를 낼 것이라는 우려가 크지만, 114일 공판을 시작으로 어찌될지 관심사이 늘어나고 있다.

방학 하자마자 대구사람 전태일열사와 조영래변호사의 정신을 계승하는 모임에 참가했다. 너무 늦었다. 그러는 동안 12월에 대구mbc가 특집방송을 하면서 시민사회에 큰 과제를 주었다. 그래서 더 늦기 전에 기념사업의 초석을 놓기 위해 오늘 대구mbc 7층에 모여서 준비위를 조직했다. 민청학련 등으로 고난을 겪으신 강창덕선생님이 앞장을 서셨다. 나는 특집방송에 반아이들과 출연해서 했던 말에 대한 책임 때문에 꽉 잡혔다. 내년에 사업회가 힘차게 뜰 때까지 몇 달 동안 준비를 돕기로 했다. 새해에는 할일이 차고 넘치는데 피할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니, 더 좋은 분을을 때까지 노력해야 한다. 이 일에 민주노총이 적극 역할을 하도록 심부름도 좀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나저나 욕이나 안 먹도록 노력해야겠다.

 

연말에 가장 짜증나는 뉴스는 대한항공이 비행기에 띄운 지도애서 동해를 일본해라고 표기했다는 것이었다. 나는 술이 취하면 욕을 조금 하는 편인데 맨 정신에도 욕이 튀어나왔다. “초등학교에서 암만 잘 갈채도 헛일이 된다. 개보다 못한 새키들” (2019. 12. 31. )

 

 

<2019, 또 한 번 태양의 공전주기를 시작하며>

201912일 학교뿐 아니라 전교조도 시무식을 하는 날 새벽에 일어나 보니 하늘에는 달과 금성의 최근접이라는 천문현상이 나타나 있었다. 나는 올해 쉰일곱의 나이에 전교조 지회장을 시작했다. 연말에 올해 사무국장을 하기로 한 김경태지회장이 마무리 인사를 했고, 나도 시작 인사를 어떻게 할까 하다가 짧은 시와 사진으로 인사를 했다.

 

그믐달과 샛별처럼

그믐달과 샛별 금성이

서로 꼭 붙어서

새해 새날 새벽 아침을

아름답게 비추고 있다.

 

우리는 모두 서로에게

샛별이다.

서로

그믐달이 되어

새벽이 올 때까지

지켜주고

바라보고

그렇게

아침 해를 맞이하자

 

연초에 가장 우스운 뉴스가 나왔다. 그걸 후배가 개그로 만들었는데 한참 웃었다. 내용을 기록해 둔다. “전두환이 바람을 피워 '민주''주희'라는 혼외자를 낳았다고, 죽기 전에 이순자에게 고백을 한 모양이다. 그런데 기자가 '민주주의'에 대해 질문하자, 이순자가 당황하여 전두환이 민주와 주희의 아버지가 맞다고 실토한 것인데 기자들이 민주 주희민주 주의로 잘못 듣고는 이렇게 보도를 했다는 것이다.” 이렇게 웃고 넘어가는 게 좋다. (2019. 1. 2. )

 

<3.1혁명 100주년인데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아침에 아들을 동대구터미널까지 데려다주고 오는 길에 천주교 대구대교구에서 거의 유일하게 독립운동을 한 정행돈선생의 손자이신 정은규몬시뇰을 찾아뵙고 새해 인사를 드렸다. (안중근을 파문한 뮈텔주교가 서울교구장이었고, 대구는 1911년부터 드망즈주교가 교구장당시는 대목구으로 둘 다 적극 독립운동을 막았다. 대구 천주교나 대구시는 대표 반민족친일인사인 서병조의 아버지 서상돈을 잠깐 국채보상운동에 참여한 것으로 자랑을 하지만, 서상돈은 1913년에 죽었고, 그가 부자가 된 것에 대해서도 일제의 침략과 관련성이 크다고 문제제기 되고 있다. 나는 그의 후손들에 대해 관심을 두고 있다. 이에 반해 정행돈 집안은 독립운동의 길을 걸었다.) 정은규 몬시뇰은 천주교대구대교구의 쇄신을 요구했다는 이유로 작년 1월 아흔 가까운 나이에 대주교에게 '정직'이라는 징계를 받았다. 친일문제제기로 고소를 당한 나와는 쇄신동지인 셈이다. 가문의 영광이라 생각한다.

 

돌아오다가 학교 시무식에 가려다가 나도 나름 혼자 시무를 하려고 앞산아래 '남대영기념관'에 들러 호젓이 유자차 한잔을 마시며 루이 델랑드 신부의 일기와 전기문을 읽었다. 1923년에 한국에 왔어 1972년에 선종했다. 그의 일기는 짧게 썼지만 1941년부터 일기가 나의 관심을 끌었다. 태평양전쟁과 프랑스와 일본의 관계가 나빠지면서 프랑스신부들이 연금되고 무세주교가 사임을 당하고 일본인 주교가 오면서 일제의 교회탄압도 어느 정도 있었던 시기였다. 하지만 그걸 드러낼 정도는 아니다. 아무튼 나의 방학 중 관심은 3.1혁명 100주년을 맞아 천주교대구대교구가 제 역할을 무엇을 했는지 밝히는 것이다. 이건 천주교는 친일을 하지 않았고 단지 교회를 지키기 위해 어쩔 수 없었다는 주장에 대해 내가 교회가 친일을 했다고 언론에서 말했다고 대주교에게 고소당한 내용이기도 하다.

 

남대영신부의 말씀을 다시 묵상한다.

"하느님께서 나를 부르신 목적은 당신을 본받고, 동행하고 재현하게 하려는 것이다."

"사랑을 가지지 않은 사람만이 쓰러질 것이다. 우리는 사랑이 넘쳐야 합니다. 그러므로 우선 사랑이 가득 차야 합니다. 아주 가득 찬 것만이 넘치는 것입니다.“ (2019. 1. 2. )

 

 

<183일차 - 2018년을 마무리 하면서>

 

방학식을 마치고, 아이들과 2018년에 일어난 역사에 남을 중요한 일들을 돌아보았다. 가장 중요한 뉴스는 평창올림픽과 남북정상회담으로 한반도에 드리워져있던 전쟁의 위협이 아주 작아졌다는 것이다. 우리 반은 남북, 북미 정상회담을 실시간 방송으로 다 지켜보았다. 아마도 2018년 가장 멋진 기억이 될 것이다. 하지만 아직도 우리 사회를 어둡게 만드는 폭력과 차별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괴로운 일이었다.

 

올 한해 마지막을 어떻게 보낼까 생각하다가 소나무를 주제로 정했다. 애국가에 담긴 소나무와 독일 민요 소나무, 이원수 시 겨울나무 노래를 배워 불렀다. (물론 이원수선생의 친일 시에 대해서도 들려주었고, 마산의 문학관 입구에 부끄러움을 기록한 것도 알려주었다.) 리코더로 겨울나무를 연주하지 못하면 방학을 하지 않기로 했다. 아이들은 리코더는 3학년 때 전문가 강사가 와서 가르친 것이어서 못하는 것에 대해 다른 변명을 못한다. 또 우리 반은 머리가 나쁘거나 재주가 부족하면 몇 배의 연습으로 채우면 된다는 공부 법칙을 잘 알고 있어서 아직도 못하는 것은 연습부족 탓이란 것을 안다. 멘토-멘티를 정해서 맹연습을 시켰다. 방학을 빨리 시작하고 싶은 것이 동기여서 어느 때 보다도 열심히 했다. 내가 이렇게 방학 날까지 이러는 것은 아이들이 이 노래를 즐겨 부르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평생 소나무와 겨울나무 노래가 아이들에게 용기와 위로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아이들과 ‘2018년 우리들의 11동안 있었던 나만의 5대 뉴스를 만들과 그 가운데 한 가지를 골라서 짧은 글을 써서 신문을 만들었다. 그리고 ‘201912살의 희망을 추가했다. 신문은 사진으로 반톡과 밴드에 올렸다. 아이들이 돌아 간 뒤에 소박한 아이들의 기억과 희망을 읽었다. 그런데 재미있는 희망사항은12살이 되면 부모님 없이 화원까지, 시내까지 가 보는 것이었다. 자연스러운 발달과업이다.

 

‘2018년 즐겁게 공부해서 고마워. 선생님 2018년 잘 가르쳐 주셔서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하고 인사를 하고 방학을 시작했다. 이제 방학이다. 우리들은 1년 동안 얼마나 성장했을까? 2018년의 기억이 아이들을 행복하게 해 주는 밑거름이 되기를 소망한다. 윤아가 늦게 집에 가면서 선생님 방학 동안 공부만 하지 마세요라고 인사를 하고 갔다. 그래 이번 방학은 좀 여행을 많이 했으면 싶지만 이번에도 글렀다. 아무튼 1년 동안 무탈하게 함께 가르치고 배워 온 시간이 고맙다.

 

수고했어 올 한해도.

잘 가라 2018.

즐겁게 오시오 2019. (2018.12.27. )

 

 

<182일차 - 대구에서 가장 완벽한 곳이 대구강림초등학교인가?>

 

철옹성처럼 굳건한 대구교사들의 생각을 바꾸기가 역부족임을 실감한다. 대구교육의 가장 큰 문제는 타 지역에서 해 본 사례를 성급하게 베껴서 하다 보니 타 지역이 심사숙고와 성공 사례를 통해 일반화에 어느 정도 동력이 생겼거나 정착해 나가고 있지만, 대구 교사들에게는 업무지시로 이루어 지다보니 동기유발이 없었고, 결국 실패한 경험으로 튼튼한 거부감이라는 방어벽만 생겨나 있다. 결국 나는 다시 전투 모드가 되거나 이제는 나만 편하게 교직을 마무리 하자는 밑에서 끌어 오르는 마음이 커진다.

 

이런 구조적인 문제에 부닥치면 좌절감만 커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내가 있는 곳이 달성군이고, 승진을 위해 스스로 선택해서 들어온 나름 능력자인 부장교사들이 모여서 그런지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데는 할 말이 없어진다. 수업만 전담하는 교육과정 중심의 학교 시스템을 말했더니 담임과 업무를 겸해도 문제가 없단다. 다 잘하고 있고, 학년 교사들에게는 불만이 없다는 것이다. 문제가 크다고 말한 나만 이상한 교사가 되는 구조이다. 내가 후배들처럼 능력자들이 교감이 되고 교장이 되면 일반 교사들이 얼마나 힘들까 걱정된다고 쏘아부쳤다. 아무튼 절대다수의 교사들이 호소하는 우리 학교교육의 문제는 오직 학부모와 아이들이 별나서 생긴 것일 뿐 업무경감과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곳이 강림초등학교이다. 도무지 정서적으로 주파수가 너무 달라서 대화가 의미가 없어졌다. 히안한 학교에서 내가 근무하고 있다. (2018.12.26. )

 

 

<180일차 - 학년 말 수행평가>

 

크리스마스 캐럴을 틀어두고 찰흙 부조로 자기 얼굴 만들기를 했다. 미술을 아름다움을 만드는 기술로 설명하니 쉽다. 아름답다는 것은 기준이 없다. 그냥 내가 아름다우면 되고, 다른 사람들이 아름답다고 해 주면 된다. 그 다음은 쓸모 있는 것을 만드는 것이다. , , 음식이 가장 중요한 미술이다. 백과사전에서는 미술을 회화와 조각, 건축을 들고 있다. 오늘은 그 가운데 조소 중에 찰흙으로 자기 얼굴 부조를 만들기를 했다. 먼저 눈, 코 입술, 머리카락, 귀가 어디에 있는지, 어디가 들어가고 튀어 나왔는지 자기 얼굴을 눈을 감고 만져 보았다. 이렇게 구체적으로 감각을 하고 표현을 하면 아이들의 표현력이 아주 좋아진다. 작품 작업 중간 중간에 눈을 감고 작품을 만져보고, 친구들 작품을 보고 아이디어를 얻는다. 전체적으로 교사인 내 수준에서 가르친 것보다 아이들 표현력이 훨씬 좋아서 만족했다.

 

음악 수행평가로 짝을 정해서 한 명이 리코더 연주로 반주를 하면, 다른 한 명이 노래를 부르는 식으로 했다. 그런데 그렇게 노래나 리코더 연주를 잘 하던 아이들이 짝을 정해서 맞추어 하는데 서로 빠르기도 안 맞고, 실력 차이도 나서 영 엉망이었다. 그동안 내가 이렇게 가르쳤나 싶어서 열이 났다. 마지막에 김민준과 함민재는 서로 웃느라고 연주를 못해 더 열이 났다. 나는 좋다 6교시 하자고 하면서 점심 때 못했던 양치를 하러 가버렸다. 다시 교실로 돌아와서 정말 실망이다 하고 말하고 미술작품을 모두 책상위에 전시하고 가라고 했더니 신이 나서 가버렸다. 김민준은 미안했던지 다가와서 죄송합니다. 더 연습해서 오겠습니다하고 갔다 마음이 좀 풀렸다. 오후에 남은 신민준, 박은지, 최동원, 정윤아를 보고 다시 노래를 불러보라고 하니 다들 너무 잘 부른다. 내가 괜히 짝끼리 하라고 한 모양이다. 내가 너희들 마음을 모르고 밀어붙인 탓이 크다고 반성했다.

 

어제는 대구지부 19기 집행부와 20기 집행부 이취임식을 했다. 이만호선생님과 퇴임한 선배들이 오셔서 격려해 주셨다. 나도 이 나이에 지회장을 맡았다. 초등 활동가들이 따로 모여서 술을 거나하게 마시면서 기분 좋게 내년 교육운동을 결의했다. 집으로 오는데 지하철 막차를 타고 왔는데 택시 파업으로 상인네거리에서 집까지 땀을 뻘뻘 흘리며 걸어왔더니 세상에 승강기도 수리 중이라고 붙여져 있다. 열심히 걸어서 올라오니 숨이 턱 막힌다. 택시노동자들의 파업에 생각이 같지는 않지만 단결만큼은 대단했다. 택시 한 대를 보지 못했다. 87년 이후 대구 민주택시가 파업을 할 때만 해도 참여하지 않고 운행하던 택시가 뒤집힌 적도 있었다. 대구는 민주택시노조가 아주 약한 곳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위기의식이 컸던지 대단했다.

 

점심 때 팥죽을 먹었다. 남아서 늦게까지 생기부를 작성하려는데 집에서 팥죽 새알 만들자고 전화가 왔다. (2018.12.21. )

 

 

<179일차 - 평화 게임은 어떻게 가능한가?>

 

4학년 2학기 과학에 화산과 지진을 배운다. 지진은 2학년 때인 2016년 경주지진, 3학년 때인 2017년 포항지진을 직접 체험했으니 지진의 무서움이나 위험, 예방과 대피방법에 대해서는 따로 동기유발이 필요 없다. 하지만 화산은 간접 체험을 했으니 화산 분출 실험을 동기유발로 했다. 과거에는 중크롬산암모늄을 모래에 묻고, 석유를 부은 뒤에 불을 붙이는 실험을 했다. 이 실험은 매캐한 가스냄새와 날아다니는 재가 싫기도 하지만 초등학교에서 가장 위험한 실험 중에 하나였다. 이 실험으로 아이들이 다쳐서 여러 교사들이 징계를 받으면서 학교에서 사라진 실험이다. 지금 교과서에서는 마시멜로와 식용색소를 알코올램프로 가열하는 모형실험이다. 이 실험은 위험하지는 않지만 심각한 맹점이 있다. 달콤함이 아이들의 시험 집중도를 깨트린다. 여기저기에서 이 마시멜로를 먹을 수 있을 것인가 이야기가 더 많다. 또 불 조절을 잘 못하면 용암처럼 넘치기도 전에 미리 녹아서 타버린다. 아무튼 달콤한 화산모형실험이 되어버렸다. 아무래도 내일은 마시멜로를 사 주어야겠다.

 

체육시간에 3학년 대 4학년 피구시합을 하다가 우진이와 민재가 공 다툼을 벌이다 이 둘을 떼어 놓다가 교사의 손이 목을 졸랐다는 것이다. 문제는 선생님이 아이 목을 졸랐다고 본 아이들은 넷인데 소문은 심각하다며 나에게 어떻게하면서 전했다. 일단 두 명을 불러서 자초지종을 들었다. 당연히 이 둘은 자기에게 유리하게 말했다. 다음으로 지켜 본 아이들에게 물어 보았다. 차이가 났다. 이번에는 교사가 목을 졸랐느냐 인데 사건을 재구성해 보았다. 교사가 둘의 가슴을 손으로 밀었는데 손이 목에 닿은 모양이다. 문제는 그것이 고의냐 실수냐 이었다. 이쯤 정리를 하고 나서 어떻게 하면 평화 경기를 할 것인가를 두고 빵 나누기실험을 했다. 결론은 빵을 나누는 사람과, 어느 것을 먹을지를 선택하는 사람을 다르게 하는 것이다. 과연 이 실험이 맞는 지 실험을 하면서 초코파이를 먹었다. 일기쓰기로 늦게 들어온 우진이와 신민준을 대상으로 시치미를 떼고 실험을 해 보았다. 심리 실험은 빵도 먹었으니 더 재미있었다. 이 심리를 어떻게 경기에 적용할 수 있을까? 경기에서 만약 만보기를 차고 많이 뛴 팀이 이긴다든지, 아니면 얼마나 골고루 공격을 했는지를 가지고 승패를 가른다면 어떻게 될까를 갖고 이야기를 해 보았다. 그만 도덕수업이 되었다. 빵을 나눌 때 도덕적 판단을 어떻게 내릴 것인가를 두고 아이들도 살짝 멈칫 긴장을 했다. 좋은 수업이 되었다.

 

그나저나 아이들 줄글을 언제다 읽고 퇴고 지도를 하나? 내일은 음악 수행평가를 하는데 아이들이 모두 가장 쉬운 곡을 한다고 해서 나는 같은 곡을 23번 듣기 싫다는 핑계로 내 맘대로 다른 두 곡(파란마음 하얀마음, 소나무)로 바꾸었다. 대신 외워 연주하기 대신 보고연주하기로 쉽게 해 주었다. 감자기 너도나도 유투브로 곡을 듣는다고 교실이 갑자기 파란마음 하얀마음으로 가득찼다. 시간이 많은 미소는 교실에 남아, 오늘 피구 사건을 칠판에 그림으로 그려주면서 설명을 하더니, 터치 핸드벨로 꺼내 혼자서 파란마음 하얀마음을 연습하더니 드디어 멋지게 연주하고는 집에 갔다.(2018.12.20. )

 

<178일차 - 사랑하고 행복한 가족은 내가 만든다.>

 

아침부터 학년 교사들이 기말평가에 대한 학부모 민원으로 화가 나있다. 왜 다른 학년 반은 평가 결과를 알려주었는데 알려주지 않느냐? 어느 과목의 정답처리를 왜 그렇게 했느냐? 우리 아이에게 네가 ○○보다 더 시험을 더 잘 쳤다는 것을 선생님이 말해 달라. 평가 결과를 보러 학교를 방문하겠다. 초등학교 학부모들이 이 정도이니 젊은 담임들의 스트레스가 이만 저만이 아니다. 나는 고 경력 교사여서 그런지, 아니면 교육권에 대한 인정이나 지지 때문인지는 몰라도 민원이 없다. 가끔 상대적으로 어느 정도인지를 조심스럽게 궁금해 하는 부모가 있으면 아주 친절하게 진로상담을 해 준다. 학부모들은 평소 아이의 학급활동을 통해 교사를 판단한다. 학기 초라면 몰라도 학기말, 학년말에 이런 식의 민원을 제기하는 부모가 있다면 구제불능이거나 교사가 경쟁 교육관을 수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가족의 탄생과 구성 형태에 대하여 공부를 했다. 기본이 되는 가족 구성을 놓고, 어떻게 가족이 구성되는 지를 묶으며 공부했다. 그리고 우리 반 아이들이 처한 가족에 대한 다양한 조사를 해 보았다. 우리 반 23명은 모두 핵가족이다. 확대가족은 외삼촌이나 고모 이모 가족 정도였다. 지금 학부모들은 형제자매 구성이 단순한 세대여서 큰집이나 작은집이 많지 않다. 전통혼례에 대해 공부를 하면서 폐백 장면을 직접 본 아이는 2, 부모님 혼인 사진으로 본 아이 15, 6명은 금시초문이다. 보모님의 혼인 동영상을 본 아이들 4, 혼인 앨범을 본 아이 2명이다. 내 짐작과 아주 다르다. 사랑하고 행복한 가족이 되기 위해 대화, 이해, 배려, 협력에 대해 더 필요하다는 질문에 대화 2, 이해 6, 배려 5, 협력 4이고 충분하다가 10명이었다. 가족들이 정기적으로 가족회의를 하는 경우가 월1회로 2가족, 부정기적이지만 하는 경우가 5가족, 부모님들이 결정하는 경우가 11가족이었다. 행복한 가족이 되기 위해 불평불만의 말을 이해와 배려의 말로 바꾸는 연습을 했다. 이것 말고도 아이들과 우리 반을 기준으로 가족의 관계에 대해서 공부를 했다.

특별히 선택한 가족의 탄생과 선택할 수 없이 운명으로 탄생한 가족에 대해서도 분류하면서 공부를 했다. 부부와 부모, 부모의 결혼과 이혼, 재혼에 대한 자녀인 우리의 입장에 대해서도 다시 이야기를 나누었다. 어떤 해에는 학급에 이혼 가정이 많은 경우가 있지만 올해 우리 반에는 딱 한 가족이 이혼가정이다. 여러 번 수업을 해서 있는 그대로 잘 받아들이고, 수업 중에 예로 들어도 얼굴이 굳어지지 않는다.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게 아니니 인정하고 행복해지는 방법을 여러 가지로 생각해 보았다. 갈등에 대해서 어원도 설명하고, 생각과 마음이 꼬이는 것이라고 설명되어 있는데, 선생님은 생각이 꼬여있으면 바르게 풀도록 가르칠 수는 있지만 마음은 스스로 풀거나 상담실에 가면 훨씬 잘 풀리고, 위클래스에서는 마음도 풀어주고 간식도 주니 자주 가라고 했다. 어떻든 우리 반 아이들에게 행복하냐고 자주 물어보면 늘 자신만만하게 그렇다고 대답한다. 이렇게 대답하는 것은 항상 기준을 정하고 생각하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수요일 점심을 먹고 나면 아이들은 종례 없이 바로 가도 되느냐고 일 년 내내 물어 본다. 그냥 가라고 하면 아주 신이 난 얼굴을 한다. 오늘은 그냥 보내주었다. 교실에 와 보니 여기저기 어지럽다. 방과후 교실을 기다리는 친구들이 봉사를 했다.

점심 때 후배교사들과 내년 학교 역할에 이야기를 하는데 불편한 모든 원인은 승진가산점이었다. 승진에 대한 욕심이 학교교육과정을 왜곡한다. 본말이 뒤집혀 있는 학교의 문화를 어찌할 것인가? (2018.12.18. )

 

 

<177일차 - 혁신학교에 대한 우려가 없어질까? 그나저나 대구는?>

 

아침에 어제 독서교실에 가지 않고, 설명도 하지 않은 민재를 혼냈다. 우리 반은 가지 않은 것보다 왜 가지 않았는지를 설명하지 않거나 속이면 혼이 난다. 줄글 5편씩을 고치고 보태고 다듬어 오기로 했는데 전혀 하지 않은 아이들이 7명이나 되었다. 뭐 안할 수는 있지만 안하면 학급 전체의 일정이 어긋나게 된다. 이유를 한 명씩 물었다. 이해할 만한 이유가 없다. 나는 단호해졌다.

어제 교육방송에서 부모성적표라는 프로그램을 봤는데 한 가족의 일상을 보여주면 청소년 판정단 100명이 점수를 주는 것이다. 청소년들이 상황마다 점수를 주면 의자가 점수가 낮아지거나 높아진다. 어제 좀 어머니는 여성보디빌더인데 마치 군대처럼 훈육을 했다. 처음에는 점수가 아주 낮아졌지만 부모의 쿨한 교육관과 자녀 사랑을 인정받았다. 교사나 부모들은 늘 엄격함과 부드러움, 자유방임 사이에서 교육적 행위를 판단해야 한다. 마음이 여려져서 일관성이 없어지면 아이들은 종잡을 수 없게 된다. 나도 그랬다. 며칠 전에도 후배교사로부터 자유방임형 동료교사의 문제점에 대해서 들었다.

오늘 교육부의 혁신학교 성과분석 보고서에 대한 뉴스가 나왔다. 초기 학부모의 우려와 달리 만족도가 81%나 되었다고 한다. 많은 경우 혁신학교가 아이들의 학력에 소홀하고, 체험이나 인권, 민주시민교육을 내세워 자칫 학생들을 방임할 것을 우려하지만 그것이아니라는 연구결과가 나온 셈이다. 우스운 것은 이 보고서에 대구교육청에도 혁신학교가 74곳이나 있다고 나와 있다. 아마도 규모가 작은 학교를 행복학교로 지정한 것을 대구형 혁신학교라고 보고한 듯한데 사실 교사들은 인정하지 않는다. 그런 줄도 모른다고 말해야 한다.

점심 때 교장 교감에게 우리 학교도 교육과정중심 시스템으로 혁신해야 한다고 의논을 했다. 우려가 많다. 하지만 나는 교사들이 토론을 통해 합의해 나가는 과정이 중요하다. 왕도가 없으니 교육과정이라는 법에 맞게 가장 적합하고 현실적으로 선택한다면 부족해도 그렇게 가야 한다고 물러서서 말했다. 무엇보다 교장교감이 의지를 가져야 한다고 했다.

오후에 김수진선생이 강림학교로 이동할지를 정하려고 문의를 했다. 2000년에 도원초에서 같이 근무했으니 다시 근무를 한다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렇게 물어주는 후배가 있으니 좋다.

 

과학시간에 거울놀이를 즐겁게 했다. 입사각 반사각 놀이 제목은 '몸은 멀어져도 마음은 통한다'였다. 마주보고 거울이 되어주기도 재미있고, 만화경으로 들어온 불빛이 별빛처럼 빛나서 신기해 했다.

 

강성이가 써 온 글을 보기글로 퇴고를 하는 연습을 했다. 그런데 강성이 글 가운데 문가연의 잔소리를 읽다가 모두들 크게 웃었다.

<문가연의 잔소리>

오늘은 수요일이여서 기분이 좋았는데 생각해보니까 문가연이 있었다. 문가연 때문에 기분 좋은 수요일을 망칠 것 같다. 오늘은 또 어떤 잔소리로 어진이와 나를 귀찮게 할 것인지 정말 기대가 된다.

수업 시간에 어진이와 떠든다고 잔소리를 할까?

아니면 자기 가방을 차고 다니지 말라고 잔소리를 할까?

어쨌든 결론은 문가연의 잔소리는 지구의 중심에서 우주의 끝가지다.

오늘은 잔소리를 덜하면 좋겠다. (2018.7.18. )

 

아이들의 줄글이 기대가 된다. 각자 그동안 쓴 일기 등의 글을 다 읽고 다른 사람이 읽어도 재미와 감동이 있을 것 같은 글을 5편씩 골라서 와야 한다. 23명이니 모두 115편을 읽어내야 한다. 발간하는 책에 다 넣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내가 쓴 190편의 교단일기에서 얼마를 골라서 묶으면 책이 한 권은 나오겠지만 문집으로 묶을 생각을 하니 큰일이다 싶다. (2018.12.18. )

 

 

<176일차 - 전기문 제대로 공부하기>

 

오늘부터 전기문 공부를 했다. 전기문을 글자그대로 해석하면 한 사람의 삶에 대해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기록한 글이다. 전하려면 기록을 해야 한다. 그런데 기록에서 거짓이 있으면 안 된다. 먼저 신화에 대해 알아보았다. 내가 단군에 대한 이야기를 다시 들려주고, 민재가 사계절이 생겨난 이야기를 그리스로마신화에서 소개해 주었다. 신화야 기원전 이야기이니 지금의 과학으로 보면 우습기도 하지만 그 의미나 재미가 크다. 나는 늘 써먹는 이야기가 임성무가 사실은 아기장수 우투리라는 것이다. 겨드랑이에 숨겨진 날개 이야기를 하면 아이들은 겨털이라고 놀린다. 다음으로 내가 들려 준 이야기는 30년 전 내가 내당초등학교 도서관 담당으로 있을 때 도서실 서가를 꽉 채웠던 전두환의 전기문 황강에서 북악까지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당시 나는 아이들이 이 책을 읽지 못하게 하려고 종이상자에 담아 도서관 벽쪽 서가 뒤에 숨겨 두었다. 혹시나 폐기하면 올 후과가 두려웠다. 87년의 일이다. 이렇게 전기문이 거짓말로 쓰여서는 안 된다. 혹시 도서관에서 전기문을 읽다가 뭔가 거짓일 것 같은 책은 읽지 말고 빨리 신고하라고 했다.

그리고 우리는 도서관에 가서 오늘은 한국인에 관한 전기문을 골라서 읽었다. 책을 골라서 설펴보거나 앞부분을 읽고 나에게 오면 왜 그 책을 골랐는지 말하라고 한다. 그리고 대출을 해서 도서관 여기저기에서 자유롭게 읽게 했다. 중간에 다시 모여 작가가 본인인지? 다른 작가가 있는지를 확인했다. 작가들이 전기문을 쓰려면 어떤 노력을 했는지에 대해서 공부했다. 그리고 아이들은 책 속으로 들어갔다. 다음에는 외국 인물을 고르거나, 역사인물 등 분야별로 골라보도록 할 계획이다. 독후감은 내가 본받고 싶은 내용만 골라서 소개할 예정이다.

 

수학은 마지막 단원 다각형을 공부했다. 음악 시간에는 겨울을 주제로 한 노래를 익히고, 음악을 감상하고, 마지막 악기와 가창 연주 수행평가를 어떻게 할지를 정했다. 겨울 노래 가운데 가장 마음에 드는 곡을 정해서 악기와 노래로 연주하기로 했다.

 

점심 때 미소가 식판 검사를 하는 은지에게 이제 빈그릇 스티커도 끝났는데 왜 팍팍하게 검사하느냐고 했는데, 은지는 자기는 하던 대로 했다고 말했다며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물어서 나는 잘 하고 있다고 칭찬해 주었다. 우리는 상과 관계없이 그게 옳은 일이니 그렇게 해야 한다고 했다.

아이들은 뒤뜰 눈이 언 곳에 모여서 눈싸움에 정신이 없다. 나는 윤아와 맨발 걷기를 하다가 눈 위를 걸어보자고 갔다가 발도 시리지만 아이들의 눈싸움에 집중적으로 당했다. 민준이는 아예 자기 머리만하게 눈을 들고 와서 던지려고 해서 나는 얼른 솔가지를 주어 머리까락을 만들어 주고, 눈도 붙여 주었더니 눈사람이 되었다. 발을 씻으러 1학년 세면실로 갔더니 아이들이 어떻게 세면대에서 발을 씻느냐고 했다. 나는 얼마나 수고한 발인데 왜 차별을 하느냐, 따뜻한 물로 깨끗하게 씻으라고 하니 그제야 씻었다. 오후에 민재와 강성이가 밀린 그림을 그리다 가고, 김민준이와 초연, 혜인이는 독서교실에 가소 함민재는 거짓말을 하고 또 도망을 갔다고 신고했다. 콩 너는 죽었다!

 

직원협의회에서 나는 더 이상 업무중심의 학교시스템으로는 안 된다. 교육과정 중심으로 시스템을 전환하자고 제안했다. 얼마나 먹혀들게 할지 앞으로 힘을 써 보려고 한다. 교장 교감은 전혀 걸림돌이 아니다. 문제는 교사들의 인식이다. (2018.12.17. )

 

 

<174일차 - 아듀! 초등교육에서 사리질 마지막 일제형 학기말학업성취도평가>

 

초임 이듬해인 1987년에 대구시학력고사(?)라는 게 있었다. 평가 결과로 학교 서열을 매기는 평가였다. 어느 정도였는지를 말하면 정말 그런 일이 있었단 말인가 싶을 만큼 놀랄 것이다. 먼저 어느 학교인지 모르는 이웃학교의 교감과 교사들이 조를 맞추어 평가지를 들고 학교에 온다. 맨 먼저 학년마다 어느 학급을 표집할지를 제비뽑기로 정한다. 그러면 교무실은 긴장감이 넘친다. 요즘이야 통신이 발달해서 금세 소식을 알리겠지만 당시에는 학년부장 말고 한 명이 대기하고 있다가 뽑힌 학급이 어느 반으로 올라가서 해당 반 담임에게 알려 준다. 그 순간 그 담임은 한숨을 쉬고 아이들을 다잡는다. 그러는 사이 모든 학년 교사들이 모여서 감독이 아는 사람인지를 확인하고, 감독교사를 아는 교사들을 데리고 온다. 그리고 온갖 방법으로 감독교사와 인사를 나눈다.

시험이 시작되면 부장과 감독보다 선배나 동료였던 교사들이 수시로 교실에 들어가서 수고한다고 말하는 사이에, 5번에 이 잘 안보이네라고 아이들이 다 듣도록 말한다. 그러면 아이들은 이 답인줄 알아챈다. 이 밖에도 다양한 방법이 출현했다. 평가가 끝나면 어느 날 우리 학교가 대구시에서 몇 등인지가 알려지고, 학교장의 짜증과 화를 들어야 한다. 참 대단한 평가였다.

이렇게 치열하고 비장하고 비열하고 부정이 가득한 평가는 결국 시험지유출이라는 사건을 만들어 내었다. 한 번은 시험지를 인쇄한 교학사라는 학습지 출판사에서 유출되었다. 또 한 번은 서대구초등학교에서 발견 된 일인데 시험지가 학원에 유출되어 그 학원 아이들 성적이 죄다 높아서 유출문제가 발각되기도 했다. 사료를 찾아봐야겠지만 당시 아마도 전교협 시절이었을 것이다. 나는 당시 오동희 학무국장과 교섭을 벌여 시학력고사를 폐지시켰다.

몇 년 뒤에 초등교사들은 아주 원시적 요구를 갖고 투쟁을 했다. 교사에게 평가권을 달라는 것이었다. 당시는 중간고사 기말고사 평가지를 몇몇 교사들이 출제위원이 되어 동화사라는 출판사에서 인쇄를 했다. 모든 수업은 일제고사의 진도에 맞추어져야 하고, 수업은 평가에 맞추어 획일화되었다. 이 평가출제권을 달라는 서명운동을 전교조가 했다. 전교조는 이 투쟁으로 많은 교사들이 전교조를 탈퇴하는 출혈을 감내해야했다. 수성구에서 마지막까지 지구장학협의회가 주관하여 일제형 중간, 기말고사를 치르는 방식을 유지했다. 교육청에서는 평가문항 출제 연수회를 열기도 했다. 나도 처음으로 중간 기말고사 평가문항을 출제하는 영광을 얻었다.

 

이런 식의 평가는 이명박근혜 시대가 오면서 다시 전국일제고사로 부활했다. 이 평가로 여러

명의 교사들이 해직되었다. 지난한 투쟁이었다. 몇 년 전부터 진보교육감들이 있는 교육청에서 일제형 평가가 폐지되고, 대구에서도 4,5년 전부터 중간고사가 폐지되고, 작년부터 기말고사도 폐지되기 시작하여 이번 12월 평가로 일제형 성취도평가가 마지막으로 실시된 것이다.

나의 33년간의 지난한 평가정상화 투쟁의 역사도 이제 기록으로만 보아야 한다.

 

아이들은 시험지를 나누어 주려고 하면 여기저기에서 떨린다고 한다. 부모님들의 모습이 눈앞에 아른 거린다고 한다. 벌써 평가 결과가 언제 나오느냐고 묻는다. 점심을 먹으면서 나에게 와서 평가가 어떠했는지 조잘조잘 거린다. 이제 이런 긴장은 중학교, 어쩌면 고등학교, 아니 어쩌면 대학교나 가야 치게 될지도 모른다. 33년이 걸렸다. 아니 일제 강점기 소학교, 초등학교까지 100년은 걸렸을 것이다. (2018.12.12. )

 

 

<173일차 - 산으로 간 수달,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는 유치원>

 

수업을 마치고 차에서 썰매를 꺼냈다. 이 썰매는 사회적 기업으로 만든 앞산마을학교에서 딸이 초등 1,2학년 때 만든 것이니 10년이 넘은 것이다. 그동안 내 차에 늘 실려 있다가 오늘 눈 위로 나왔다. 학교 서쪽은 눈이 다 녹았지만 북쪽 뒤뜰과 동쪽 건물 사이에는 눈이 녹지 않고 얼어있다. 아이들은 서로 썰매를 밀어 주면서 탔다. 겨울이 오면 학교 어느 한 곳에 이렇게 얼음 썰매장을 만들어 두면 좋을 것 같다.

아이들에게 썰매 뒤처리를 부탁하고 나는 급하게 시청 환경정책과 수달보호를 위한 자문회의에 참가했다. 여기에서 나는 놀라운 사실을 알았다. 나만 놀란 것이 아니다. 201716일 내가 사는 마을 도원지 옆 월광수변공원에서 7~8살로 추정되는 수달이 암컷이 병이 들어 발견되어 치료를 했지만 죽었다. 대구시는 문화재청의 허가를 얻어 화장하려 던 계획을 바꾸어 박제를 한 뒤에 달성습지생태학습관에 전시하기로 했다고 결정했다. 그런데 어떻게 수달이 도원지까지 오게 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아무도 정확하게 알지 못했다. 당시 최동학 대구경북야생동물연합회장은 "수달은 겨울철 번식기를 앞두고 영역 다툼이 심하다. 폐사한 수달은 암컷이지만 이들도 영역에서 서로 밀어낼 수 있다. 노쇠한 상태에서 금호강 부근 서식지에서 밀려나 방향을 잃고 도원지까지 온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어제 최동학 회장도 놀랐다. 지난 77일 연구를 위해 잡은 수달에게 칩을 넣어 추적을 했는데 놀라운 결과가 나온 것이다. 신천 중류쪽 장암사 앞에서 잡힌 수달은 금호강에 와서 집을 짓고 살다가 다시 가창댐을 따라 정대까지 와서는 앞산을 넘어 도원지까지 내려 온 것이다. 그런데 이 수달은 다시 앞산을 넘어 금호강까지 갔으니 2017년 설명처럼 방향을 잃은 것이 아닌 것이다.

산을 넘는 수달’. 수달 연구자들도 수달은 물을 따라 이동한다고만 알았지, 수달이 산을 넘어 이동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한 것이다. 추정을 해 보면 작년에 도원지에서 죽은 암컷 수달은 이 번 연구를 위해 잡힌 2살 된 수달의 어미였을 것이다. 어린 수달은 태어나 어미를 따라 이동한 그 길을 잊지 않은 것이다. 어쩌면 죽은 어미를 그리워하며 다녀갔을지도 모른다. 갑자기 늙고 병든 수달을 도원지 옆 나무아래에 남겨두고 다시 먹이를 구해 돌아오려고 했을 지도 모른다. 돌아와 보니 그 사이 어미 수달은 119에 의해 구조(?) 되어 보이지 않았다. 남은 어린 수달 가족들은 눈물을 머금고 되돌아 앞산을 넘어갔을 것이다.

마치 한 편의 동화 같다. 나는 이 이야기를 그림책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뛰어난 유명 작가가 이 야야기를 동화로 쓰면 좋겠다고 시에 제안했다. 정 안되면 나라도 온갖 상상력을 동원해서 동화로 써 보아야겠다 싶었다.

 

산격동 시청 별관에만 오면 나는 3년 동안 생방송을 한 기억 때문에 CBS를 찾아 간다. 지금 대구CBS는 방송국 리모델로 온통 내부 석면제거 공사로 막혀있었다. 겨우 5층 스튜디오만 남아있다. 새롭게 단장된 방송국을 위해 교회의 후원이 절실하다. 가난한 CBS가 대구에서 종교방송을 뛰어넘어 공정방송으로 자리 잡아 가는데 보수적인 대구 교회의 반발이 클 것이다. 이동유피디와 만나 차 한 잔을 하고 나왔다.

 

다시 차를 몰고 현풍으로 왔다. 현풍 찻집에서 유치원 교사들을 만나서 아직도 33년 전 내 초임교사시절 교장 교감 같은 원장 부원장의 횡포에 대해 들었다. 내가 1986년부터 초임학교 때 만난 교장들은 깡패였다. 마치 정복자처럼 군림했다. 심지어 일제 강점기 때 교사였다가 20대부터 교장만 40년을 넘게 한 분들이었다. 그런 그들이 수업에 대해 뭐라고 말할 때는 참 엉뚱하다 생각했다. 그런 시대를 교사로 살아 온 교사가 원장이 되었는데 하는 짓이 딱 자기가 배운 못된 짓을 그대로 하고 있었다. 그것도 신세대 교사들을 상대로. 유치원교사들은 마치 내가 초임교사시절 학교장에게 저항했던 것처럼 그렇게 전교조에 가입하고 불편부당한 것과 화내다가 울기도 하면서 싸우고 있었다. 내일 또 출근을 해야 하는 게 두렵다고 했다.

음력 6일 달이 서쪽하늘을 넘어간다. 현풍 사직단 위에서 비슬산까지 겨울철 대삼각형을 만드는 별들이 반짝인다. 솔직하게 나는 이렇게 눈물 흘리며 싸우는 교사들을 보면 즐겁다. 그 눈물이 교사를 교사답게 만들 것이란 믿음이다. 커피 집에서 작은 소리로 투쟁을 외치며 기록 사진을 찍었다. 투쟁을 시작했으면 승리해야한다. (2018.12.13. )

 

 

<172일차 - 우리 반이 출연한 대구mbc ‘전태일과 조영래’, 늦은 인권선언기념일 수업>



어제가 인권선언기념일이었는데 그냥 보냈다. 밤에 mbc에서 특집으로 대구, 전태일과 조영래를 말하다가 방송되었다. 내가 한 인터뷰와 우리 반 교실수업이 오래 방송되었다. 스쳐가듯이 그림 장면 정도로 나올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무엇보다 우리 아이들이 전태일과 조영래를 영원히 잊지 않을 것 같아서 좋았다. 방송을 보지 못한 친구들이 절반이 넘고, 다시보기가 늦게 올라와서 내일 보기로 했다.

 

인권선언 70주년 기념일 수업은 사회시간에 다양한 문화의 이해와 존중단원에서 공부를 했다. 제목의 뜻만 잘 알아도 이 수업은 끝이 난다. 다양, 문화, 다양한 문화, 이해, 존중을 하나하나 풀어서 알고 나면 그 반대에 있는 편견과 차별이 왜 문제인지 알게 된다. 교과서 그림을 보면 아이들은 모든 사람들이 한국인 아니면 외국인으로 알고 있다. 다행히 얼마 전 사라 버스를 타다도 공부를 하고, 모델 한현민의 유명세로 다양성을 알고는 있지만 어릴 때부터 가진 인식은 11살 아이들에게도 걸림돌이다. 먼저 관심 갖지 않음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누군가 위험에 처했거나 도와달라고 말하지 않는 한 제발 참견이나 간섭이 되는 불필요한 관심을 갖지 말아야 하는 이유를 예를 들어 공부했다.

 

[세계인권선언문 제2] 모든 사람은 인종, 피부색, , 언어, 종교, 정치적 또는 기타의 견해, 민족적 또는 사회적 출신, 재산, 출생 또는 기타의 신분과 같은 어떠한 종류의 차별이 없이, 이 선언에 규정된 모든 권리와 자유를 향유할 자격이 있다. 더 나아가 개인이 속한 국가 또는 영토가 독립국, 신탁통치지역, 비자치지역이거나 또는 주권에 대한 여타의 제약을 받느냐에 관계없이, 그 국가 또는 영토의 정치적, 법적 또는 국제적 지위에 근거하여 차별이 있어서는 아니 된다.

 

다양한 문화를 이해하고 받아들이기가 얼마나 어려웠는지를 성탄절도 다가와서 미리 종교의 자유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다. 로마의 식민지에서 해방되기 위해 구세주를 기다렸던 유대인들, 겨우 부모와 동방박사 정도가 알아주었던 가난하게 태어났던 아기 예수, 그 때 수없이 죽어 간 아기들, 그리고 목숨을 건지기 위해 난민이 되었던 예수 가족의 처지를 들려주었다. 그런 예수가 30년을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마지막 3년 동안 어떤 삶을 살았는지를 여러 가지 성경 이야기로 들려주었다.

예수는 빛으로 오셨다. 과학시간에 빛에 대해 공부를 했다. 왜 예수는 자신을 빛으로 오셨다고 했을까? 빛을 공부하는 날은 흐리다. 오늘은 마침 눈이 내렸다. 어두운 교실에서 랜턴 빛과 노란 모과로 지구가 빛을 어떻게 받는지, 그 빛에 생명들은 어떻게 적응하며 살아가는지 공부했다. 노란모과가 참 좋은 도구였다. 뒤 이어 빛 반사 놀이를 했다. 별지시기가 이 공부를 하는데 아주 좋은 도구이다. 빛을 반사시켜 교실 뒤에 걸린 한반도기, 문재인, 김정은, 트럼프에게 빛을 비추었다. 이어서 빛 선으로 입사각과 반사각이 어떤 각도를 만드는지도 관찰했다. 여기까지는 좋았다. 문제는 지난 번 실패한 빛 반사 놀이를 하는 것은 거울을 고정시키지 못해 다시 실패를 했다. 이 과정을 마치고 나서 도희가 빛이 눈에 들어가서 눈이 따갑다고 해서 덜컥 걱정이 되었다. 조심하도록 소리치고 또 조심했는데 별지시기의 강한 빛이 눈에 비친 모양이다. 다행히 하교 뒤에 병원을 가보라고 했는데 큰일은 없는가 보다.

 

올 겨울 첫눈이 내린다. 수업을 하는 중에 수시로 창가로 나가보고, 중간놀이 시간에도 나가서 눈을 맞았다. 점심때는 얼음 눈이 내렸다. 온 운동장이 눈을 맞는 아이들로 가득하다. 재성이는 쌓인 눈을 모아 왔다. 아이들과 나는 눈을 맞으며 학교를 산책했다. 루페로 눈을 관찰도 했다. 오후가 되자 눈이 제법 쌓이고 있다. 내일까지 남아 있으면 좋겠다 싶다가도 가만 생각하니 출퇴근이 고생이다 싶다. 38, 아이들을 만난 지 5일째 되는 날 눈이 펑펑 내렸다. 나는 가까워서 그나마 무려 2시간 30분이 걸려 출근을 했을 정도였다. 교무실은 벌써 내일도 그럴까봐 대비를 하라고 쪽지를 보내왔다. (2018.12.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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